퀵바

을령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의 제국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을령
작품등록일 :
2019.04.01 21:32
최근연재일 :
2019.07.31 21:32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121,047
추천수 :
2,088
글자수 :
472,916

작성
19.06.22 22:40
조회
836
추천
18
글자
11쪽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7

DUMMY

무거운 갑옷을 착용하고 있으면서도 그의 몸은 마치 한 마리의 새처럼 가볍게 검무를 추고 있었다. 살기에 몸을 피하던 두 사람은 어느새 레이진이 펼치는 검무에 취한 듯, 빠져들고 있었다.

주위로 강맹한 도풍이 날아들고. 금방이라도 목 베고 지나갈 것만 같은 살기가 주위를 휘감았지만, 검무에 빠진 두 사람은 그것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아니 이 검무를 모두 볼 수 있다면 목숨도 내놓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강맹하게 움직이던 레이진이 갑자기 속도를 늦췄다. 나른하게 공중을 부유하던 검에서 점점 검은색의 검기가 자라난다.


오러블레이드.


마스터의 상징.

두 사람은 알 수 있었다. 검무가 끝에 다다르고 있었다.

마치 사자가 먹이를 덮치기 전에 천천히 다가가는 것처럼 그의 신형은 느리고 정교하게 초식을 펼치고 있었지만, 경지에 오르지 못한 두 사람도 느낄 수 있을 만큼 주위는 무거운 긴장감으로 휩싸여 있었다.

거의 성인의 키만큼 자라난 검붉은 빛의 검을 앞으로 쭉 내뻗어가던 레이진의 모습일 순간, 눈앞에서 사라졌다.

하늘 위.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고개를 쳐든다.

어느새 하늘로 날아오른 레이진의 신형이 공중에서 수차례 위치를 바꾼다. 그들의 눈에는 그저 빛이 반짝이는 것처럼 보일 만큼 빠른 움직임이어서 아쉬움에 애가 탔다.

그의 검이 공중에서 여덟 번의 변화를 일으키며 빛의 점을 찍는다. 그리고 다시 중앙에 모습을 나타낸 그가 검을 내리긋자 사방으로 검은색 검기가 내리 꽂힌다.

거대한 폭음과 함께 마당에 피어오른 연기가 사방을 덮는다.

그렇게 검무가 끝이 나고, 그와 함께 정신이 든 두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렸다.

어느새 검집에 착검하고 돌아선 레이진이 투구를 벗고서 미소를 짓고 서있었다.

자신들의 주군는 해맑게 미소를 짓고 있지만, 그의 주위, 넓은 연무장 바닥에는 마치 거대한 야수가 바닥을 할퀴고 간 것처럼 수십 개의 긴 상처자국이 깊게 파여 있었다.


한 시간.

그러나 레이진의 검무를 바라보고 있던 두 사람에게는 순식간에 흘러버린 시간이어서 아쉬움마저 남는다.


“어때?”


투구를 벗고 다가온 레이진의 질문에도 베네크와 오든은 입만 오물거릴 뿐 빨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별루아?”


그제야 베네크가 급히 손사래를 쳤다.

별로라니.


“아닙니다. 정말, 너무 놀랍고 아름다운 검술이어서 할 말을 잃은 겁니다.”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보인 레이진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야수도 라고 불러.”


“정말 멋집니다.”


자신의 주군은 대체 어떤 기연을 만난 것일까?

오든과 베네크가 아직도 꿈을 꾼 듯이 황홀한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본다.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분명 검법은 초식과 더불어 심법이 조화를 이루어 펼치는 것. 그런 면에서 두 사람에게 여타의 검법을 심법과 함께 전수해 주기에는 여러 가지로 번거로움이 많았다.

그때 떠오른 무공이 야수도.


레이진이 두 사람을 곁에 불러 앉혔다.

자리에 앉아 여전히 맑은 두 눈을 반짝이고 있는 두 사람을 향해 레이진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건 대륙 서북쪽, 지금도 미지의 땅으로 알려진 북쪽 원주민들의 검술이야.”


사실, 이것은 중원의 최남단, 천마신교가 자리한 십만대산의 한 산자락을 차지하고 있던 소수 만족 중 하나인, 외이르족의 무공이었다.

중원을 세를 잃고 떠밀리듯 떠나온 천마신교는 십만대산에 교단을 설립하고 주위의 소수민족을 하나, 둘 합병한다. 그때 가장 끈질기게 버티던 부족 중에 하나가 그들이었다.

당대 천마는 까다로운 체술로 신교에 맞서던 외이르족의 처리하면서, 그들을 섬멸하는 대신 그 족장과 부족민들에게 한 대의 권리를 주고 신교도로 편입시킨다.

그 외이르족이 이끄는 부대가 야수대. 그리고 그들의 무공이 훗날 신교의 대표적 외공의 하나가 된 야수마공이 되었다.

야수마공은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외공이면서, 동시에 내기를 저절로 단련시키는 동공의 수법도 내포되어 있어 이곳, 대륙의 기사들에게 적합한 무공이었다.

내단을 잃은 독고진은 점점 허약해지는 몸을 단련할 목적으로 이 야수공을 꽤 깊게 연구한 적이 있었다.


베네크의 다친 내단을 고칠 방법을 고민하다 생각해 낸 야수공이었지만, 이참에 오든에게도 알려줄 생각이었다.


“이 검법을 익히게 되면 소드마스터가 되는 빠른 길을 찾게 될 거야.”



* * *


“적이 오고 있는데 꼬박 밤을 새운 거야?”


베네크의 대장간을 나서자마자 헤이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환한 달빛 아래, 대장간 벽에 기대서 있는 헤이라의 모습이 비춰 보인다.

곧 동이 터올 시간.

밤하늘을 잠시 올려다보던 레이진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걸음을 옮겼다.

레이진의 곁으로 다가간 헤이라가 잠시 그가 나온 베네크의 대장간을 흘끔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나도 알려 줘. 공작.”


베네크와 오든은 그가 알려준 야수도법의 초식을 외우느라 아직도 대장간에 남아있었다.

걸음을 멈추고서 헤이라에게 시선을 돌린 레이진이 실소를 터트린다.


“정말 제 밑으로 들어오실 작정이세요?”


“흠···.”


그녀가 미간을 구기며 푸념을 쏟아냈다.


“공작은 정말 무서운 사람이군.”


거대한 기의 파동을 느끼고서 달려온 참이었다. 레이진이 야수도를 펼치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았고, 한눈에 범상치 않은 검술임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욕망이 끝없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그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그 시간동안 야수도를 펼치는 그의 모습을 수십 번도 넘게 복기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녀의 조국을 배반할 수 없었다. 그의 말대로 그에게 검술을 배우게 된다면 그녀는 그에게 완전히 종속될 터였다.

그때, 악마의 속삭임 같은 레이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헤이라님.”



* * *


타노아의 동쪽 외성 위, 검은색 갑옷을 갖춰 입은 레이진이 멀리 모습을 드러낸 적들을 바라본다.


말을 탄, 백여 명의 기사들과 열을 맞춰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천여 명의 보병.

그리고 그 뒤를 챠우가 끄는 수십 대의 수레가 따르고, 그 수레들 사이에 다섯 대의 회색 마차가 섞여 다가온다.

공성전을 준비해 온 자들에게서 그 흔한 투석기 하나 보이지 않았다.


“조촐하네.”


“아리오스도 대단하네요. 무슨 공작성 아래 해자하나가 없고.”


레이진의 옆에 서 있던 세르니아에게서 볼멘소리가 흘러나왔다.


“에로부터 아리오스는 수성전을 하지 않았지요. 해자같은 것에 기대서 성안에 있는 것보다 기사들을 이끌고 직접 나가 적들과 부딪쳤습니다.”


대답은 칼트에게서 나왔다. 그런 칼트를 흘끔 쳐다본 세르니아가 고개를 레이진에게로 돌렸다. 그의 시선은 적들의 끝에 늘어서 있는 회색의 마차에 머물러 있었다.



일킬로미터쯤의 거리를 두고서 공왕군이 움직임을 멈췄다. 여전히 처음 대형을 유지한 채로 시간이 흘렀다.

잠시 후, 하얀색 말을 탄 기사가 회색의 마차를 향해 다가가고, 그가 마차를 향해 몇 마디 말을 건네자 곧 마차의 문이 열었다.

회색 로브로 온몸을 감싼 사내가 마차에서 내려선다.


“저 자인가요?”


로브의 사내가 성벽 위 검은 갑옷을 입고서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기사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로 말했다. 하얀 말의 기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도.”


검은색 갑옷은 누가 보더라도 유독 눈에 띤다.


“어떻습니까? 리아크라님?”


“글쎄···.”


소드마스터가 맞는가를 묻는 것이다.

그러나 제국의 소드마스터 리아크라는 말을 아꼈다.

그가 이곳에 온 이유는 왕녀 시에린의 명령 때문이기도 했지만, 엄밀히 따지고 보면 자신의 친동생같던 동료 콜로시스를 죽인 검은머리의 마스터를 찾아서였다.

하지만, 아무리 그라도 이 먼 거리에서 갑옷을 두른 사내의 실력을 파악 할 수는 없었다.


“끄집어 내 보면 알겠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회색 로브의 사내가 걸음을 옮긴다. 그와 함께 긴 호각소리가 울리고 앞을 가로막고 있던 병사들이 양 옆으로 갈라지며 길을 튼다.




“아일로트.”


반으로 갈라지는 병사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서있던 레이진의 귀가에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가 고개를 돌려 세르니아를 바라본다.


“아는 자야?”


“황제 직속 마령군에 소속된 사람이에요.”


“마령군?”


“사부가 직접 지휘하는 흑마법사 조직이에요.”


“세르니아가 있던 첩보군과는 또 다른 건가? 실력은 어느 정도지?”


“제가 꼭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하지는 못하지만 질리는 없어요.”


잠시 세르니아를 바라보던 레이진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럼 별거 아니잖아?”


세르니아가 눈가를 구겼다.


“그러네요.”


“듀라트가 돌아가지 못했으니 뭔가 더 센 놈을 보낼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레이진을 향해 눈을 흘기고 있던 세르니아가 의문에 차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듀라트가 돌아가지 못했다니요?”


“응, 그자 죽었어.”


“예?”


세르니아가 놀라 되물었지만 레이진은 다른 소리만 했다.


“그럼 저 나머지 회색 마차에도 모두 마령군이 들어있는 건가?”


한쪽 눈가를 찌푸리며 레이진을 바라보던 세르니아가 턱으로 앞을 가리켰다.


“아무래도 그런 모양이네요.”


반으로 갈라진 병사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가운데 길이 확 트이자, 나머지 네 개의 마차에서 회색로브를 입은 사내들이 나와 처음 나온 마법사, 아일로트의 곁에 선다.

다섯의 흑마법사가 오각형의 모양을 만들어 서고, 동시에 지팡이를 들어 올려 주문을 읊는다.

곧, 아일로트의 지팡이를 중심으로 다섯 개의 지팡이에 검붉은 기운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전 트인 공간에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졌다.

튜라트가 골렘을 불러 올 때처럼 거대한 마법진이 빛을 뿜었다.

그리고 곧, 검은 기운에 휩싸인 거대한 덩치의 무언가가 마법진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흠···.”


세르니아에게서 작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수정해야겠어요.”


그녀가 눈가를 찌푸리며 말했다.


마법진 위에서 거대한 거북이 모양의 마수가 모습을 나타냈다.

황소를 몇 배쯤 키워놓은 것 같은 거대한 덩치에 한눈에 보아도 단단해 보이는 외피를 지니고 있었다.

마수가 두 개의 앞발을 들어올린다. 곧 몸통 속에서 뿔이 자라나듯, 기다란 무언가가 솟아나기 시작했다. 점점 자라나는 뿔과 함께 하늘을 찢어버릴 것 같은 울음소리가 마수의 뿔을 타고 사방으로 울려 펴졌다.

사위로 울려 퍼지는 마수의 괴성에 아군인 파이완의 병사들마저 열을 무너뜨릴 만큼 크게 동요했다.

몸만큼 크게 자라난 뿔 앞에 커다란 눈이 떠졌다. 눈을 뜬 마수가 몇 번 눈을 깜박이더니 아리오스의 성문을 향해 내달린다.

그와 함께 긴 나팔소리가 울리고 말을 탄 기사들이 마수의 뒤를 따라 달려 나간다. 양옆으로 벌려 서 있던 병사들이 기사들의 뒤를 따라 달렸다.


작가의말

베네크 부분을 앞쪽에 쓸걸 그랬어요.

아쉽네요.

 원래 무공전수 같은 건 하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다른 인물들과 편차가 심해져서 일단 베네크랑 오든을 함께 묶어 가르쳤어요.

빨리 여주를 만나야할테데 인물들이 많으니 신경쓸일이 많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마의 제국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주기 변경공지 입니다. 19.05.27 266 0 -
공지 연재주기 공지, 감사인사드립니다. 19.04.13 1,740 0 -
82 제 11 장 - 점의 고양이와 왕국의 운명 - 1 +1 19.07.31 422 12 13쪽
81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13 +1 19.07.27 384 13 14쪽
80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12 +1 19.07.25 374 10 13쪽
79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11 +1 19.07.22 401 13 15쪽
78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10 +2 19.07.19 500 15 13쪽
77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9 +1 19.07.16 515 11 12쪽
76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8 +1 19.07.12 541 12 17쪽
75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7 +1 19.07.12 561 12 14쪽
74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6 +1 19.07.09 561 11 16쪽
73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5 +4 19.07.07 620 12 13쪽
72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4 +1 19.07.04 698 12 14쪽
71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3 +2 19.07.03 770 13 13쪽
70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2 +1 19.07.01 698 16 12쪽
69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1 +1 19.06.29 820 20 12쪽
68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10 +2 19.06.27 795 20 10쪽
67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9 +2 19.06.25 800 17 12쪽
66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8 +1 19.06.23 854 17 14쪽
»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7 +1 19.06.22 837 18 11쪽
64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6 +1 19.06.21 817 17 12쪽
63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5 +1 19.06.19 921 19 13쪽
62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4 +1 19.06.18 909 17 13쪽
61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3 +1 19.06.18 963 21 16쪽
60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2 +1 19.06.14 1,000 20 12쪽
59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1 +2 19.06.13 1,104 21 14쪽
58 제8장 - 타노아의 주인 - 9 +2 19.06.10 1,035 21 15쪽
57 제8장 - 타노아의 주인 - 8 +1 19.06.08 1,145 22 13쪽
56 제8장 - 타노아의 주인 - 7 +1 19.06.07 1,035 23 12쪽
55 제8장 - 타노아의 주인 - 6 +2 19.06.05 1,001 22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