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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령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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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령
작품등록일 :
2019.04.01 21:32
최근연재일 :
2019.07.3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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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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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2,916

작성
19.06.21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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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6

DUMMY

퍽!


한 번의 도끼질에 땔감이 반으로 갈린다.

청년이 모처럼 밝은 미소를 지으며 땀으로 젖은 이마를 문질러 닦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청년이 손에 장갑을 끼우며 그에게 다가갔다.


“소영···. 아, 렌님, 좀 쉬세요. 제가 해볼께요.”


다가온 청년에게 도끼를 건네고서 다시 한 번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은 청년, 렌이 그늘이 진 나무 아래로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브링이 나 때문에 별 일을 다하네.”


“별일이라니요. 전 쪽, 해오던 일이였습니다.”


“그래? 하긴···.”


오랜 친구사이였지만, 영주성 내 연무장에서 보는 일이 거의 전부였던 터라 검술을 제외한 브링의 삶에 대해서는 조금도 아는 것이 없었다.

나름 열심히 살아 왔다고 생각했는데.


“평생 익힌 검술은 어디하나 쓸 데가 없네.”


검을 놓아버리니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 없었다.


나무둥치에 등을 기대고 앉아 살랑바람을 맞고 있으니 금방 땀이 식었다.

벌써, 스무 개의 나무를 찍어 낸 청년, 브링이 렌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 보인다.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가장 아끼던 수하이었는데, 지금 렌의 처지가 평민의 신분으로 강등되고 이렇듯 집안에 격리 되어 구금 아닌 구금의 처지가 되다보니 두 사람의 호칭이 애매해졌다. 그래서 인지 브링은 부쩍 말 수가 줄었다.


“브링은 다시 검을 들었으면 해. 검을 놓으면 영영 내단을 만들지 못해.”


같이 검술을 배웠지만, 그는 아직 내단을 만들지 못했다. 그러니 더욱 열심히 검을 익혀야하건만.

브링은 자신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볼튼에게 자신의 상황을 고한 적이 있었다. 그로 인해 결국 렌은 볼튼과 함께 레이진에게 맞서게 되었고, 지금 이 상황에 이르렀다.

브링은 아직도 그 일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볼튼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된 일이다.

렌은 자신으로 인해 그의 삶이 비틀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렌님 곁에 있는 건, 그것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물론 그때 일은 반성하고 있고요.”


“반성하란 말이 아니야. 그때, 일은 다 잊었고.”


“아니요. 어쨌든 제가 렌님을 따르기로 한 이상, 렌님을 믿었어야지요.”


“무턱대고 믿어주는 게 신하가 할 일은 아니야.”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레이진이 다가오고 있었다.


“어쩐 일이세요?”


“영지 시찰 중이야. 타노아를 떠난 지 꽤 오래 됐잖아. 변한 건 별로 없는데도 곳곳이 낯서네.”


브링의 곁으로 다가온 레이진이 그가 들고 있는 도끼를 바라보다 다시 주위를 둘러본다.


“가택구금 중인데 이런데 돌아다녀도 되나?”


마치 딴사람 얘기를 하듯 무심한 어투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렌은 허투루 들을 수 없었다.


“오든경께 말씀 드리고 잠깐 나온 겁니다. 일단은 뭘 배워야 하기에. 브링경도 함께 했고.”


변명을 늘어놓고 있지만, 레이진은 그다지 귀담아 듣고 있는 것같지 않았다.


“곧 큰 전투가 있을 것 같아서. 나 요즘 인제 영입 중이거든, 여기도 꽤 괜찮은 재목이 있네.”


“아! 브링경의 실력은 제가 보증합니다.”


“그래?”


렌의 갑작스러운 추천에 오히려 당황한 브링이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그러나 브링의 말은 무시하고서 레이진이 렌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넌 어때?”


“네?”


말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렌을 바라보며 예의 그 무심한 어투로 그가 다시 말했다.


“오러기사로서 능력을 썩힐 필요는 없잖아?”


레이진의 의중을 알 수 없어 그가 잠시 레이진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레이진은 원래 빈말을 잘 하지 않는 사람.

확실히 다시 만난 그는 어딘가 많이 변해 있었지만, 그 성정이 쉽게 변 할 리는 없었다.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말해봐.”


레이진이 조금 전, 렌이 기대앉았던 나무둥치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아버님을 용서해 주십시오.”


“볼튼?”


“네.”


무리한 부탁인 것은 안다. 그래도 아들로서 할 수 있는 일은 해야만 했다.

레이진은 아무런 표정 없이 렌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버지를 풀어달라는 말씀이 아니라, 사형만은 면하게 해주십시오.”


“그게 오히려 기사로서는 치욕스러운 일일 지도 몰라.”


“그렇더라도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는 조금도 반성을 하고 있지 않더라고. 넌 어때?”


“분명히 잘못하신 일입니다.”


“네 아버지는 죽게 될 거야. 내가 네 아버지를 죽이면 넌 그냥 이대로 살 생각인 거야?”


렌이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볼튼은 사형을 당할 거야. 그렇다고 그의 죄가 다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네가 대신 속죄하며 살아봐.”


자리에서 일어선 레이진이 미련없이 몸을 돌렸다.


“내일부터는 두 사람 모두 내성으로 출근해. 이건 명령이야.”



* * *



바람이 분다.

노을이 내려앉고 있는 외성의 성벽 위, 레이진이 멀리 펼쳐진 들판을 바라보며 서있었다.

황량한 들판으로는 이제 오가는 이도 없다.

전쟁의 기운이 차오르다 이제 폭풍전야의 고요가 사위를 잠식한 참이었다.


“고대 바르드바의 신전 터에 일 차 진지를 구축했다고 합니다.”


레이진의 곁으로 다가온 칼트가 보고 했다.


“세 시간 정도의 거리인가?”


“네. 내일 새벽에 출발한다고 보면, 오전 중으로 도착합니다.”


“정찰은 누가 나가있지?”


“점의 고양이 간부 다섯이 30분 간격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쪽은 부탁하지. 병력 사항은?”


“말을 탄 기사들이 백여 명이고, 용병으로 보이는 자들과 뒤섞인 병사들이 천여 명 정도 됩니다. 지휘관은 켈노스의 플브로 자작이라는 자인데 특이한 사항은 없습니다. 검사도 아니고, 아마 무리에 섞인 다섯 대의 마차에 뭔가 진짜들이 숨어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레이진이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아무리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아리오스공작가문을 쳐들어오는 자들이 고작 저 정도 병력이라니.


“자신들이 있다는 거겠지. 최대한 밝혀보는데 너무 무리하지는 말라고 해.”


칼트가 고개를 숙였다.


“칼트는 여전히 생각 없어?”


“부족하더라도 지금의 실력에 만족하겠습니다.”


레이진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편으로 생각해보면 자신의 생각이 모두 맞을 수는 없는 일이니.

칼트는 또한 재주가 많은 사람이고, 마법이 아니어도 능력은 충분했다.


“일단 외성의 경계는 철저하기 하고.”


그때, 노을이 등지고서 오든이 외성 계단을 올라왔다.


“영주님!”


레이진을 바라보며 그가 말했다.


“베네크님께서 뵙기를 청하십니다.”



* * *



타노아 번화가 거리의 끝, 언덕으로 올라가는 샛길 옆에 낡은 건물 하나가 서있다. 가정집인지 아니면 상점인지 잘 분간이 가지 않은 회색 건물.

다만 낡은 문 옆에 녹이 잔뜩 슬어 있는 둥근 방패가 놓여 있다.

레이진이 주위를 휘둘러보다가 오든과 함께 들어선다.

어두운 실내에 희미한 촛불 서너 개가 실내를 밝히고 있었다.

어딘가 무척이나 익숙한 풍경에 레이진이 실소를 터뜨렸다.


“영주님.”


자신을 부르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베네크를 향해 다시 한 번 주위를 휘둘러본 레이진이 말했다.


“난 처음 와보네.”


모든 가족들이 푸에린으로 가기 전에는 베네크는 이곳에서도 무기들을 만들었다.

푸에린의 대장간 보다 몇 배는 더 넓고, 장비들도 많았다. 역시 지저분하게 정리가 되어있지 않은 것은 똑같았지만.


“여기는 그대로 있었던 거야?”


“어줍지 않은 제자 녀석에게 물려주었는데 그런대로 잘 사용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몸은 어때?”


“많이 좋아졌습니다.”


억지로 웃는 모습이 회복이 더딘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슬슬 그의 치료를 시작해볼 생각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대장간이 외진 곳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어서 장소로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는 레이진이에게 다시 베네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주님을 모신 이유는 이것 때문입니다.”


베네크의 옆에 검은색 천으로 덮인 기다란 무언가가 서있다. 한눈에 봐도 사람모양의 거치대.

베네크가 옅은 미소와 함께 천을 걷어내자 투구와 갑옷이 드러난다.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습니다.”


머리 위에 두 개의 뿔이 장식 된 검은 투구와 포효하는 사자가 날아오르려는 용을 밟고 선, 아리오스의 문장이 새겨진 갑옷.


“선물입니다.”


베네크가 웃으며 말했다.


“이제 곧 첫 전투를 치르셔야 하는데 공작님께 필요 할 것 같아서요.”


“몸도 성치 않은 사람이···.”


레이진이 투구를 들어 바라본다. 모양이 어딘가 익숙했다.

멸사대의 투구.

보통 적을 섬멸할 때, 흑풍대가 일차 타격을 가하고 쫓겨 도망치는 적들의 후미를 끝까지 쫓아 그 흔적을 지우는 일은 멸사대의 몫.

그 성정이 잔혹하고 끈질겨 중원인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기도 했던 천마신교의 대표적인 무력단체였다.

멸사대의 대주를 비롯한 대원 이백 여명은 이와 비슷한 검은색 투구를 쓰고 전장을 휩쓸었다.

무얼까? 원래 자신들은 전통적으로 은빛 메일을 착용했었는데.


“그런데 갑자기 왜 검은 색이야?”


베네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설명을 시작했다.


“모르겠습니다. 처음에 검은 갑옷을 생각한 이유는 영주님께서 보통의 영주들 보다 나이가 어리시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적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강한 인상을 심어 주는 모습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는데···.”


투구가 완성되어 갈수록 왠지 모르게 점점 투구의 모양이 이처럼 변해갔다. 보통 무기를 만들다보면 그 사용자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되는데 왠지 이번 대의 아리오스의 가주의 강함은 역대 아리오스의 가주들과는 사뭇 다른 구석이 있었다.


“이참에 멸사대나 흑풍대를 만들어 볼까?”


“예?”


베네크의 반문에 레이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혼잣말.”


그러나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아리오스의 흑풍대가, 멸사대가 차츰 만들어지고 있었다.



* * *


베네크의 대장간 뒤쪽 작은 공터에 레이진이 베네크와 함께 섰다.

검은 감옷을 입은 레이진이 투구를 바라보다 그것을 눌러쓴다. 온통 검은 색으로 덮인 얼굴에 청록색 눈동자와 흘러내린 붉은 머리카락만이 투구와 대비되어 드러났다.


“잘 어울려?”


베네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불편한 데는 없으십니까?”


베네크의 질문에 팔을 들어 몸을 비틀어보며 몸을 푼 레이진이 검을 빼들었다.


“그건 실험을 해 봐야겠는데?”


말을 마친 레이진이 검을 빼든다.


긴 호흡을 내 쉬고서 레이진이 검을 앞으로 쭉 내민다.

검은색의 갑옷을 입은 기사의 손에서 달빛에 반짝이는 검이 공간을 갈랐다.

그것을 시작으로 그의 몸이 빙글 뒤돌아 허공을 찌른다. 그저 허공에 내지른 그의 검이건만, 멀찍이 서 있는 두 사람에게는 살을 애일 듯한 살기가 전해져 두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나 그런 두 사람은 아랑곳 하지 않고 그의 검무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어느새 일렁이는 검은색의 검기에 휩싸인 검은 살아있는 생물처럼 공간을 가르고 찌르며 비명과 같은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


작가의말

앞쪽 전투신을 준비하다가 어제 못올렸네요.

일요일까지 세편 올려보겠습니다.

그나저나 속제목은 다시 바꿔야 할것같아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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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13 +1 19.07.27 383 13 14쪽
80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12 +1 19.07.25 373 10 13쪽
79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11 +1 19.07.22 400 13 15쪽
78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10 +2 19.07.19 499 15 13쪽
77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9 +1 19.07.16 514 11 12쪽
76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8 +1 19.07.12 541 12 17쪽
75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7 +1 19.07.12 560 12 14쪽
74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6 +1 19.07.09 561 1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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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4 +1 19.07.04 698 12 14쪽
71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3 +2 19.07.03 769 13 13쪽
70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2 +1 19.07.01 697 16 12쪽
69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1 +1 19.06.29 820 20 12쪽
68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10 +2 19.06.27 794 20 10쪽
67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9 +2 19.06.25 799 17 12쪽
66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8 +1 19.06.23 853 17 14쪽
65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7 +1 19.06.22 836 18 11쪽
»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6 +1 19.06.21 817 17 12쪽
63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5 +1 19.06.19 920 19 13쪽
62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4 +1 19.06.18 908 17 13쪽
61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3 +1 19.06.18 962 21 16쪽
60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2 +1 19.06.14 1,000 20 12쪽
59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1 +2 19.06.13 1,103 21 14쪽
58 제8장 - 타노아의 주인 - 9 +2 19.06.10 1,034 21 15쪽
57 제8장 - 타노아의 주인 - 8 +1 19.06.08 1,144 2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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