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을령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의 제국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을령
작품등록일 :
2019.04.01 21:32
최근연재일 :
2019.07.31 21:32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121,043
추천수 :
2,088
글자수 :
472,916

작성
19.07.01 21:18
조회
697
추천
16
글자
12쪽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2

DUMMY

“루지아트전하께서 사람을 보내셨습니다.”


아리오스 공작가의 집무실 안, 칼트의 말에 이어 문을 열고 들어선 사내가 머리 위에 납작하게 눌러 쓴 베레모를 벗고 레이진을 향해 고개를 숙인다.


“그간 별고 없으셨습니까?”


들어선 이는 바이델른 상단의 지부장 제록이었다.

예의 그 얇은 콧수염은 온데간데없고 가뜩이나 뾰족한 얼굴에 살도 조금 빠져 야위어 보이기까지 했다. 베레모를 벗고 고개를 숙이는 그의 갈색 머리카락 사이로 흰색 머리카락이 간간히 눈에 띠었다.


“고생이 많군. 상단은?”


제록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연다.


“센델과 베톤을 제외한 모든 지부가 철수한 상태입니다. 지금은 바이델른도 비상사태니까요.”


레이진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마차 한 대에 제법 쓸 만한 것들을 싣고 왔습니다.”


제록이 두루마리 하나를 내려놓는다. 마차에 싣고 온 물품들의 목록이었다.


“마침 부족한 게 많았는데 큰 도움이 되겠어.”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는 레이진을 바라보며 제록이 품에서 작은 편지봉투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그리고 왕께서 칙서를 보내셨습니다.”


레이진이 봉투를 받는다. 봉투를 건네고서 한 발 뒤로 물러선 제록이 자신도 모르게 긴 숨을 몰아 쉬었다.

레이진에게서 은근히 풍겨오던 기도가 편지를 건네주며 비로소 느껴졌다.

변했다.

그사이 더욱 커졌다. 불과 서너 달. 처음 푸에린에서 순진한 얼굴로 상단을 따라 길을 나서던 때와는 정말 많이 변해 있었다.

제록이 새삼스레 놀라움에 젖어있는 사이 아무렇지 않게 편지를 받아 읽어 내리던 그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병력이 많이 줄었군.”


바우안스가의 안식처에서 발콘백작의 반란 사건으로 병력을 많이 잃었다. 그 탓에 남은 병력을 아껴서 운용해야 했건만. 이번 로콘에서 그나마 유지하던 병력의 반을 또 잃고 말았다.


“갑작스럽게 소드마스터가 참전을 했습니다.”


말을 하다보니 변명처럼 궁해졌다.

며칠 전, 공작의 군대가 제국의 소드마스터와 흑마법사들이 포함 된 공왕군에게 대승을 거두었다는 소식을 들어 일고 있었다.

전투를 승리로 이끈 공작의 성과와 비교가 되는 터라 더욱 초라한 말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만큼 왕에게는 든든한 전력.

왕의 칙서를 책상 위에 내려놓고서 레이진이 말했다.


“우선 피곤할테니 잠시 쉬고 있어, 후에 저녁이나 같이 하지.”


지극히 무례하게까지 들릴 수 있는 축객령에도 그는 느긋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고는 아무 말 없이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고 다시 왕의 편지를 대충 훑어본 레이진이 그 편지를 칼트에게 건넸다.



“어때?”


빠르게 편지를 읽어 내린 칼트가 고개를 드는 것과 동시에 레이진이 물었다.


“전하께서는 공작각하께서 센델로 와주길 바라고 계시군요. 확실히 수십 명의 오러기사보다 공작각하 한분의 무위가, 더 든든해 보이긴 한 것 같습니다만.”


“칼트 생각은 어때?”


“가시지 않는 것이 좋을 것같습니다.”


레이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들과 합류해 덩치를 키워 제대로 붙어보는 것도 좋겠지만.


“지금 로에나군의 병력은 그다지 도움이 될만큼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레이진이 깍지를 낀 두 손위에 턱을 고이고서 물었다.


“지금 라이프스의 병력이 어느 정도지?”


“마스터 한 명과 오러기사 백, 병사는 이만 정도로 추산 됩니다.”


“마스터는 황녀와 함께 온, 세 명의 마스터 중에 남은 한 명 일 테고?”


칼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하지는 않습니다만, 가능성은 그게 제일 큽니다. 그만큼 미궁에 빠져있는 인물이기도 하고요. 앞서의 리아크라와 비명횡사 했다는 콜리시스라는 자의 경우는 공작님께라도 정보를 얻을 수 있었으나, 이 자는 얼굴도 본 사람이 없습니다.”


레이진은 헤라가 전해준 리아크라의 무위까지 대략적인 정보를 그에게 전해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왕성에 남아있다는 마스터 한 명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공왕의 성에 자리를 잡고 있기는 한데, 정체는 전혀 모른다?”


“루지아트전하께서 로톤에서 퇴각하셨을 때, 그곳에 나타났다는 소드마스터는 리아크라로 추정 됩니다. 사실, 황녀를 따라 온 세 마스터의 이야기도 거의 풍문처럼 들려온 터라, 마스터의 수가 정확히 세 명인지도 확실하다고 보장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반면에···.”


레이진이 칼트가 읽고 내려놓은 왕의 칙서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왕국군은 오러기사 스물일곱에, 일반기사 백삼십, 보병은 모두 합쳐야 삼천 명이라.”


그것도 레이델 가문과 리틀리안 가문의 병력까지 모두 합해진 병력이었다.

아무리 패망한 왕조의 남은 패잔병들을 긁어 모아놓은 것이라고 해도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그나마 바우안스님께서 계시니 망정이지···.”


그저 그런 보통의 마법사가 아니다. 세르니아 열 명 정도의 힘을 모아놓은 7서클의 대마법사가 왕의 곁을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마스터의 공격만 아니라면 성 안에서 방어만 하며 버티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는 뜻이야.”


칼트도 고개를 끄덕였다.


“라이프스의 주변 영지들의 상황을 설명 해 줘.”



* * *



“센달의 왕국군은 당분간 영지 안에서 수성에만 힘을 기울여 주었으면 해.”


아리오스 공작성의 만찬장.

넓은 만찬장 한 가운데 놓인 거대한 식탁 위 한 편에 조촐한 식사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그 식탁의 끝에 두 명의 사내가 대각으로 앉아 막 식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상석에 앉아 앞에 놓인 커다란 스테이크를 칼로 썰어내며 이야기를 시작한 레이진이 말을 마치자마자 한입크기로 예쁘게 썬 챠우스테이크를 입에 넣는다.


“그래도···.”


왕의 명령인 것을.

차마 그리 직접, 직언은 하지 못하고 제록이 얼버무리며 말끝을 흐렸다.


“빠른 시일 내에, 나는 수도를 향해 진격을 시작할 거야.”


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곳을 버리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스테이크에 포크를 꽂아 넣던 레이진이 뜨악한 표정을 지으며 마주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곳을 왜버려? 이곳은 내 가신들이 지킬 거야.”


“그렇다면···.”


그가 다시 말끝을 흐렸다. 아무리 공왕군과의 첫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었다고는 하나, 분명 병력은 미비할 터, 그 병력을 반으로 나누겠다니.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우선 시작은 주변 영지들을 정리하면서 시작할 거야. 켈로스부터겠군. 그 동안 센달에서는 최대한 많은 병력과 물자들을 축적해 줘. 그리고 내가 라이프스의 옆, 페르몬트 영지를 점령하고 나면 그때 센달에서 왕의 군대가 출격해 지원을 해주면 돼. 적어도 공왕군에 있는 마스터나 흑마법사들이 전하께 위해를 가할 수 없도록 내가 내 쪽으로 유인해 처리할 생각이야.”


여전히 못미더운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제록을 바라보며 그가 포크로 찍은 고기 한 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자세한 사항은 나도 편지를 써두었으니 전하께 전해 줘.”



* * *


“리아크라경이···.”


“아무래도 전사한 것 같습니다.”


검은 복면을 쓴 사내가 두 손을 허리에 얹은 채, 왕후 시에린을 바라보며 무심한 듯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을 듣고 있는 시에린의 얼굴 표정은 밝을 수가 없었다.


분명, 파이완은 아리오스가의 영지에 병력을 보낼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리아크라를 아리오스가로 보내겠다고 제안을 했다.

모두 레이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서 행한 일들.

전해지는 외모는 많이 달랐지만, 비슷한 시기에 나타난 젊은 소드마스터에 대해 조사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잠시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사내에게 눈길을 주었다.


대규모 병력을 보낼 것이 아니라, 이 사람 하나를 보냈어야 했는데.

그러나 후회해도 돌이킬 수는 없는 일.

이토록 아무런 정보도 얻어내지 못했다는 건, 리아크라를 포함한 그곳에 파견된 모든 병력이 아리오스공작의 손에 놓였다는 것.


“어찌 하시겠습니까?”


시에린이 깊은 한숨과 입을 열려는 순간, 문 밖에서 기사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국왕 전하께서 드십니다.”


문이 열리는 것을 바라보며 그녀가 작게 속삭였다.


“우선 그를 만나보죠.”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앞에 서 있던 복면의 사내가 모습을 감췄다.




“왕후, 황제께 지원을 요청해 주시오. 반군들의 패악이 도가 지나치게 심해지고 있소.”


파이왼이 마치 두려움에 떠는 양처럼 눈동자를 떨며 말했다.

검은 색 휘장 속에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시에린이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아바마마께 전서를 보냈어요. 곧 연락이 올 거예요.”


편지를 보낸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게 잘 전달이 될까?

황제는 파이완공국같은 이 따위 소국에는 눈꼽만큼의 관심도 없다.

그녀의 편지는 잘해야 재상의 손에 쥐어질 터, 그의 뜻에 따라 결정되고 있을 터였다. 그러나 그런 일을 파이완에게 이야기해 봐야 자신의 입만 아플 뿐이다.

자신의 운명이 제국 재상의 뜻에 달려있다는 것도 모른 채 불안에 차 있던 파이완의 안색이 펴진다.


“정말 고맙소. 이리 빨리 처리를 해주시다니···.”


“아리오스가의 일은 제 잘못이니까요. 수습은 제가 하는 게 맞지요.”


“아니요. 잘못이라니, 실수를 할 수도 있지. 그 일은 잊은 지 오랩니다. 다만 지금 왕국이 어지러우니 왕국을 바로 세우려면 쓰레기는 빨리 치워버리는 게 낫지 않겠소.”


잠시 말을 끊고서 머뭇거리던 파이완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 흑마술사 분들 말이오.”


순간, 검은 휘장이 펄럭여 그 작은 소리에 놀란 그가 침을 꿀꺽 삼킨다. 그러면서도 말을 멈추지는 않았다.


“그 분들도 요청을 하였소?”


능구렁이 같은 자.

분명 루지아트왕세자에 대한 처리도 몰래 준비를 해 두었을 터, 늘 저리 어리숙한 모습으로 자신을 이용한다.


“그것도 황제의 뜻, 기다려보는 수밖에. 그런데, 전하께선 혹시 황제폐하의 마스터를 믿지 못하시는지?”


그가 펄쩍 뛰며 팔을 휘젓는다.


“아니요. 아니요. 마스터분들의 손까지 더럽힐 것도 없을 듯하여 물은 것이니 오해 마시오.”


그가 급히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나는 이만 가보겠소. 황후도 어서 쉬시오.”


뒤뚱거리며, 뛰는 것도 걷는 것도 아닌 걸음으로 급히 문을 열고 나가, 사라지는 그의 등을 시에린이 노려본다.

곧 시에린의 곁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검은 복면의 사내가 다가왔다.


“데르망 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더군요.”


“부인과 자식까지 모두 죽이고 여기까지 온 인물이에요.”


“만만히 볼자는 아니지. 그러나 이미 의기를 잃은 자요.”


복면의 사내가 다시 팔짱을 끼고서 시에린을 바라본다.


“어찌 완전히 마음은 굳히신 거요?”


시에린이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에린여왕이 되어 아바마마께 인정을 받겠어.

그녀가 다시 파이완이 나간 문을 바라본다. 우선은 저 자를 꼭두각시로 새워 잔당을 처리하는 것일 첫 번째 목표였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복면의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웃음기가 묻어있는 목소리가 복면 너머에서 들려왔다.


“내가 황녀를 도와 드리겠소.”



* * *



“제대로 된 마스터가 필요해.”


휘장 속, 저 편 어딘가에 보이지는 않지만, 제국의 마스터가 있다.

파이완, 그에게는 너무나 필요한 존재.

우선 시에린을 이용해 제국의 마스터를 움직인다.

그리고 아루카.

그를 불러와야 해.


작가의말

연재가 들쭉날쭉이라.

독자분들께 감사드릴 뿐입니다.

7월은 최대한 연참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마의 제국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주기 변경공지 입니다. 19.05.27 266 0 -
공지 연재주기 공지, 감사인사드립니다. 19.04.13 1,739 0 -
82 제 11 장 - 점의 고양이와 왕국의 운명 - 1 +1 19.07.31 422 12 13쪽
81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13 +1 19.07.27 384 13 14쪽
80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12 +1 19.07.25 374 10 13쪽
79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11 +1 19.07.22 401 13 15쪽
78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10 +2 19.07.19 500 15 13쪽
77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9 +1 19.07.16 515 11 12쪽
76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8 +1 19.07.12 541 12 17쪽
75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7 +1 19.07.12 561 12 14쪽
74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6 +1 19.07.09 561 11 16쪽
73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5 +4 19.07.07 620 12 13쪽
72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4 +1 19.07.04 698 12 14쪽
71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3 +2 19.07.03 770 13 13쪽
»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2 +1 19.07.01 698 16 12쪽
69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1 +1 19.06.29 820 20 12쪽
68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10 +2 19.06.27 794 20 10쪽
67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9 +2 19.06.25 800 17 12쪽
66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8 +1 19.06.23 854 17 14쪽
65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7 +1 19.06.22 836 18 11쪽
64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6 +1 19.06.21 817 17 12쪽
63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5 +1 19.06.19 921 19 13쪽
62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4 +1 19.06.18 909 17 13쪽
61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3 +1 19.06.18 963 21 16쪽
60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2 +1 19.06.14 1,000 20 12쪽
59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1 +2 19.06.13 1,103 21 14쪽
58 제8장 - 타노아의 주인 - 9 +2 19.06.10 1,035 21 15쪽
57 제8장 - 타노아의 주인 - 8 +1 19.06.08 1,145 22 13쪽
56 제8장 - 타노아의 주인 - 7 +1 19.06.07 1,035 23 12쪽
55 제8장 - 타노아의 주인 - 6 +2 19.06.05 1,000 22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