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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해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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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해
작품등록일 :
2011.11.10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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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1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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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2.1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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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야기 84 - 전사의 외침4

DUMMY

*

전투의 상황과 결과가 궁금해 늦은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때웠다. 영주관에 배치된 지휘소와 상황실에서 밖으로 보내는 인원이 심해지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철장패는 지휘소를 향했다. 이제 결과를 눈으로 확인할 시간이 다가왔다. 지휘소의 문을 눈앞에 두자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다른 때와 달리 지휘소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발걸음이 의외로 무거웠다. 불안한 생각부터 다가와 철장패의 머리는 한순간에 쓰레기통처럼 지저분해졌다. 나약한 생각에 빠진 느낌이 들자마자 멀리 던져버리고 성큼성큼 지휘소로 들어갔다.

잠령해교, 잠령세가의 핏줄이 섞여서인지 뛰어난 인재였다. 무력에서 다른 기사보다 약하더라도 전체적인 상황판단과 이해력이 빨라 옆에 가까이 두는 기사였다. 그가 긴장한 얼굴로 급하게 지시를 내렸다. 부하 기사가 철장패의 등장을 알리려고 다가서자 행동을 막았다.

``괜찮다.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겠다. 지금은 무엇보다 잠령단장의 응급처치가 중요한 시기이다."

의자에 앉아서 지휘소 안에서 가장 먼저 살펴본 것은 전투지도판이었다. 지도를 크게 만들어 깃발과 모형을 통해 전투의 진행과 결과를 한눈에 판별하기 쉬운 장치였다. 빨간 깃발이 꽂힌 곳은 전투가 벌어지는 장소였고 파란 깃발은 전투가 끝나 수습하는 지역을 의미했다. 하얀 깃발은 전투가 아직 벌어지지 않고 접근하는 상태를 의미했다. 전투지도판에 드러난 깃발의 색을 보자 예상한 대로 좋은 결과였다. 파란 깃발이 절반을 덮은 가운데 빨간 깃발이 절반이었다. 그리고 하얀 깃발이 올려진 곳이 세 곳이었다. 지역이 멀어 이제서야 근접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패배를 의미하는 검은 깃발이 전투지도판 다섯 곳에 등장했다.

한순간에 먹장구름이 철장패의 안면을 강타했다. 눈을 크게 뜨고 지역을 정확히 판독했다. 무려 세 곳이 북쪽의 최전방이었다. 그것도 서로 근접한 지역에서 벌어진 패배였다. 나머지 두 개는 레드벌처 요새와 하타곤왕국 수도에서 쿠타하타영지로 들어오는 입구 역활을 책임진 크로스로드 성채였다. 레드벌처요새의 정복은 쉽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크로스로드성채도 공격하기 어려운 장소였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패배는 북쪽의 최전방이었다. 그곳은 쿠타하타영지에서 보면 변방에 불과했다. 강력한 적군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낯선 지역이었다. 철장패는 천천히 검은 깃발을 들어올려 투입된 기사단이 어디인가 확인했다. 왕국군의 남작 다섯 명의 이름이 올라왔지만 낯선 이름이었다. 다행히 기사단이 아니었다. 괜히 속마음은 안심이 되었지만 예상하지 못한 실패임에 분명했다. 패배한 곳을 발견했지만 전체적으로 승리하는 국면이었다. 직접 눈으로 전투상황을 파악하자, 회색여우 작전을 속행한 책임감에서 조금이라도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회색여우 작전을 수립하고 명령하는 건 힘들었지만 크게 고통스럽지 않았다. 막상 명령을 내리자 온갖 걱정이 솟구쳤다. 자신이라면 사방으로 쪼개진 병력을 향해 기회는 지금이라고 판단하고 수백 대에 불과한 기사단을 위협했을 것이다. 또한,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 못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부하들을 믿는다고, 부하들의 능력을 안다고 스스로 다독였지만 불안을 쉽게 떨쳐내지는 못했다.

큰 걱정을 덜었지만 구천 대의 마갑기와 삼천 대의 마갑기가 갈라져서 머무는 알파벌처요새와 살파성의 사정이 궁금했다. 뜨겁게 전투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이 되어 어제부터 잠도 못 이루게 만든 원흉이었다. 철장패의 예상으로는 적군과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를 장소였다. 두 곳은 죽은 타넬라공작이 사방에서 모은 군대 중에서 가장 강한 기사단이 머물렀다. 살파성은 중갑대를 책임진 주허평백작이 왕국군 5만의 병력과 함께 투입되었다. 알파벌처요새는 여포가 이끄는 칠백의 패왕대와 후속으로 왕국군 소속 마갑기 천 대와 5천의 병력이었다. 많은 숫자가 머문 살파성과 알파벌처요새에 믿음이 가는 둘을 보낸 이유이기도 했다. 두 곳은 전투의 속행보다는 포위 및 압박으로 적군이 다른 곳으로 응원병을 보내지 못하게 막는 것이 주된 임무였다. 그것 만으로도 전투의 결과와 상관없이 살파성과 인근 지역을 주허평백작과 그 휘하 장수들에게 준다고 약속했다. 알파벌처요새는 여포의 판단에 맡겼지만 기본적 전술은 포위였다. 물론 포위망이 뚫리게 된다면 약속은 취소가 되었다.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기를 한 시간이 넘어섰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해는 서서히 기울기 시작했다. 그동안 철장패와 부관 다섯, 부장 열두 명은 자리에 꼼짝도 않고 기다렸다. 잠령해교는 가볍게 총사령관에게 인사하고 한시도 자리에 머물지 않고 통신병을 통한 소식과 명령을 끊이지 않고 했다.

지휘소를 책임진 잠령해교의 발걸음이 빨라질수록 전투지도판에 그려지는 깃발의 색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말도 없이 조용한 철장패 주변과 달리 잠령해교가 지배하는 지휘소는 시장터처럼 시끄러움이 끊이지 않았다. 호통소리, 급박하게 메모지에 휘갈겨 쓰는 통신병의 안쓰러운 모습, 식당에도 가지 못해 주변에 빵과 음료수를 들고 다니는 어린 병사의 쟁반에서 황급히 빵을 집어들고 문서를 옮기는 병사까지 개미와 같은 움직임으로 지휘소는 돌아갔다.

서서히 전투의 윤곽이 드러나자 철장패는 옆자리에 대기한 부관에게 손짓했다. 가까이 귀를 대는 김현우에게 작게 속삭였다.

``상황실과 지휘소를 제외하고 후발대를 비롯한 남아있는 모든 마갑기사들을 정문광장에 대기시켜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간다면 남은 병력을 이끌고 출동하겠다. 늦어도 한 시간 이내에 마갑기 이천 대가 출동할 준비를 마치라고 공작성 관할 관청의 지휘관에게 전해라. 특히 후발대장 청오에게는 병력의 모집을 맡겨야 하니 직접 가서 대기시켜라."

철장패의 명령을 확인한 부관은 조용히 지휘소를 빠져나갔다. 다시 철장패의 주변만큼은 조용해졌다. 시간은 흘렀다. 기울던 해가 산마루에 걸리는 시간은 의외로 빨리 왔다.

전투가 벌어진 팔십여 곳은 적군이 세운 방어망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었다. 더 나아가 적군이 세운 방어망을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꼭 얻어야 할 장소였다. 고산지대인 쿠타하타영지를 오려면 오르막을 한참 동안 올라와야 했다. 오르막이 끝나는 곳부터 드넓은 평야가 존재했다. 그곳이 쿠타하타영지였다. 방어망은 회색여우의 작전을 본 철장패가 적군을 향해 물밀듯이 도발해 싸운 장소였다. 단순하게 본다면 쿠타하타영지를 반으로 가르는 방어망이었지만 식견이 있는 학자가 본다면 뒤통수에 망치를 맞은 것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만큼 기발한 생각이 숨어 있었다. 하량의 천재성이 드러나는 면이기도 했지만 직접 쿠타하타영지로 오지 않고도 단숨에 작전을 떠올렸다는 게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 방어망이 세워진 곳들은 쿠타하타영지를 크게 가르는 청란강과 연계해서 새롭게 그린다면 새로운 방어망을 형성할 수 있었다. 청란강을 활용해 공격하거나 방어를 한다면 적군에게는 매우 힘든 싸움이 기다렸다.

우선, 청란강은 고산지대라면 갖는 물 부족을 막기 위해 넓혀지고 새롭게 뚫은 강이었다. 그래서 청란강에서 조금만 벗어난다면 내리막으로 점철된 영지들이 나왔다. 평야가 끝나는 내리막 전에 빗물과 강물을 다시 한 번 쿠타하타영지로 되돌리기 위해 청란강은 새롭게 조성되어 튼튼하게 지어졌다. 이 청란강이 방어망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지도 상으로 보면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청란강은 단순하게 쿠타하타영지를 관통하는 것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청란강에서 수십 킬로미터를 쿠타하타영지가 포용했다. 하지만 이곳들은 모두 내리막이었다. 가파른 고개였다. 평상시에는 별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겠지만 전쟁 상황에서는 중요한 전략의 장소가 되었다. 너무 오랫동안 평화에 찌든 하타곤왕국의 백성이기에 간과했을 것이다.

지금 세워진 방어망을 하타곤의 학자와 군사전문가들이 듣더라도 단순하게 지도만 살피고 가볍게 여겼을 것이다. 패군에게 나쁘지 하타곤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기 힘들었다. 실전에 배치된 적군마저 철장패가 이끄는 사군을 막기 위해 세운 방어망이었다. 타넬라공작의 독촉으로 밤을 새며 방어망을 완성했기에 오히려 안심했다. 패군이 그곳까지 오니 어쩔 수 없이 살자고 막은 위치이기도 했지만 자신의 안방이라 패군에게 언젠가 승리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방어망에서 오는 위기의식이 없었다.

회색여우 작전의 분수령은 서른다섯 개의 성채로 이어진 방어망이 아니었다. 최소의 인원으로 최대의 적군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경계선까지 관통하고 있었다. 지금의 방어망은 너무 드넓게 퍼진 상태였다. 그래서 하나의 요새라도 뚫리게 된다면 공작성까지 직통으로 적군이 달려왔다. 패군의 병력이 총 팔십한 개로 갈라진 것만 보아도 실효성이 적었다. 그 숫자를 열두 개로 줄였다. 열두 곳만 지킨다면 대군이 공격하더라도 효율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새로운 경계선을 얻을 수 있었다. 그 경계선은 청란강의 활용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유심히 청란강에 인접한 전투지도판을 꼼꼼하게 손가락으로 집던 철장패는 사색에 잠겼다. 청란강은 쿠타하타영지의 물 부족을 막기 위해 세워진 만큼 관리가 잘 되었다. 또한 강물의 깊이가 깊었다. 강을 건너기 위한 오래된 다리라고 하여도 튼튼했다.

이번 전투가 승세로 서서히 굳어지자 다음 작전까지 고민하는 철장패에게 난감한 표정의 잠령해교가 다가왔다.

``살파성의 포위가 힘겨운 상태입니다. 주허평백작이 긴급히 응원군의 급파를 요구했습니다."

잠령해교의 난색에도 불구하고 철장패는 엉뚱한 질문부터 했다.

``알파벌처 요새는 어떻게 되었나?"

총사령관의 질문에 고민은 잠시 뒤로 하고 환한 웃음으로 잠령해교의 표정이 밝아졌다.

``포위만 성공적으로 해도 다행인데 숫적인 열세를 꺾고 점령했다는 보고 지금 도착했습니다."

역시 여포라는 생각이 든 철장패는 가벼운 미소를 머금었다.

``살파성을 제외한 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없나?"

급히 뒤의 책상으로 달려간 잠령해교는 몇 장의 종이를 들고 다시 왔다.

``두 가지입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북쪽에서 고전하고 있다고 합니다. 몇 가지 정보를 종합하면 그곳에 뛰어난 장수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빠르게 진압하지 않는다면 불길이 거세질 것으로 여겨집니다. 최소한 샌드루키로 알려진 자를 처치하지 않는다면 불길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기다리는 철장패에게 잠령해교는 다음 장을 넘겨 내용을 살폈다.

``지금 보급품이 모자란 실정입니다. 이대로 이틀이 지난다면 위험한 상태입니다."

공작성을 얻으며 보급품 문제는 쉽게 해결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닌 모양이었다. 손국부백작에게 들어야 상황파악이 될 것 같았다.

``어떤 품목이 부족한데?"

``굳이 식량과 의약품을 떠나서 전체적으로 제고품이 부족합니다. 이제는 지켜야 할 상황이니 오늘이나 내일 아침에 보급품이 공작성에서 전투지역으로 출발하지 않는다면 전투에 지장이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나에게 원하는 대답은 뭔가?"

머리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철장패의 단도직입적인 물음에 잠령해교는 고개를 흔들었다.

``저도 보급품에 관해서는 모르겠습니다. 상황실에서 들어온 소식을 듣고 판단했을 뿐입니다."

``알겠다! 손백작을 만나겠다. 그리고 주허평백작이 구체적으로 요구한 것은 무엇인가?"

``마갑기사입니다. 그것도 소드마스터 다수가 섞인 기사단을 원했습니다."

``적군이 어떻게 했기에 그런 요구가 나왔나?"

``포위망이 형성되자 따로 소드마스터가 대거 참여한 기사단을 새롭게 구성해서 공격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렵사리 적군의 돌격을 막고 있지만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적군의 소드마스터가 다수 포함된 기사단만이라도 막아 주기를 희망했습니다."

``근처에 쉬고 있는 패왕대는 누가 있나?"

``검천기사단, 수호기사단, 샤벨타이거기사단이 있습니다. 그 외에 염룡기사단과 코브라기사단이 있지만 점령지역의 중요도가 워낙 높기에 차출하기 어렵습니다."

``그럼 검천, 수호, 샤벨이 공략한 지역은 어디인가?"

잠령해교의 손길을 따라 지역을 확인한 철장패는 고개를 끄덕였다.

``검천하고 수호를 주백작에게 보낸다. 검천과 수호가 빠진 지역을 후방 보급으로 따라간 왕국군에서 오천씩 나누어 보내라. 그리고 샤벨타이거는 지금의 점령지역에서 한 걸음을 더 나아가 다음 영지까지 점령하도록 해라. 물론 점령을 하면 두 곳의 영지를 동시에 갖는 걸 인정하겠다고 전해라. 특별히 샤벨타이거 기사단의 설호룡단장에게 조건도 하나 첨가해라. 점령지역을 빼앗기면 영지 인정을 못하겠다고 해라.... 그리고 비슷한 현상이 벌어져 상황이 촉박하다면 너의 판단에 맡기겠다. 기사단이라고 해도 쉬고 있다면 활용해라. 영지 점령이 가능한 허용범위는 회색여우 작전에 근간해 허용하겠다."

왠지 장난스럽게 말하는 총사령의 어투에 잠령해교는 활짝 웃으며 통신실로 다급히 달렸다.

실내에서는 뛰지 마라고 호통을 치고 싶었지만 상황이 급박한 상태라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철장패는 상황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회색여우 작전은 특급기밀이었다. 작전 실행은 어제 한밤중이었고, 관련 자료를 확인한 사람은 철장패와 잠령해교, 손국부백작, 한단정백작까지 넷에 불과했다.

보급품과 관련해 손백작의 설명은 간단했다.

``하피쉬 영지를 통해 제대로 보급품을 받지 못한 지 사흘이 넘었습니다. 다행하게도 공작성에서 얻은 게 있어 이틀을 더 버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위험한 건 분명합니다. 공작성에 존재하는 상인연합에 협박이라도 한다면 가능하겠지만 총사령관께서 막은 상태입니다. 어제 아니면 오늘이라도 시간을 내어 말하려고 했습니다."

갑자기 터진 이야기라 철장패도 난감했다. 뒷머리를 슬슬 문지르며 보급품하면 생각이 나는 써니로즈백작이 떠올랐다. 연이어 쿠타하타영지의 공작성 특성까지 감안하자 써니로즈백작 휘하에 있는 상인이 이곳에도 분명히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뭐니뭐니 해도 이곳은 쿠타하타 관문이었다.

마법통신으로 연결해 공작성 안에 존재하는 써니로즈백작에게 속한 상인을 찾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비협조적이었지만 마법통신구를 통해 써니로즈백작을 직접 확인한 상인은 그 뒤부터 순조롭게 풀렸다. 다행이 식량과 의료품은 해결이 되었지만 기사와 병사에게 꼭 필요한 군수품은 하피쉬영지와의 통로가 뚫릴 때까지 아끼라고 당부했다.

일이 잘 풀린 뒤 통신실에서 상황실로 돌아가지 않으며 뭔가 고민하던 손국부백작은 용기를 내어 철장패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군수품에 관해서 말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왠지 뜸을 들이는 손백작이 입을 열었다.

``관문을 넘어 쿠타망가왕국에서 군수품을 들여오는 건 어떨까요?"

두 손을 비비며 묻는 손백작을 잠시 보았다. 괜찮은 생각이었지만 아직은 시기가 아니었다.

``외교적인 문제가 아직 해결이 된 상태가 아닙니다. 그리고 군수품은 말도 많고 사연도 많은 물품입니다. 개인적으로 만나 물품을 얻는 건 허용하겠지만 사군의 이름으로 얻을 수는 없습니다."

의외로 밝은 얼굴로 손백작은 좋아 했다.

``쿠타망가왕국은 드워프가 대규모로 사는 지역입니다. 그래서 무척이나 궁금했는데 개인적으로 알아보아도 괜찮겠습니까?"

철장패는 잠시 고개를 돌려 하늘을 보다가 손백작에게 구상했던 계획을 풀었다.

``전쟁이 끝나면 공작성의 총관으로 손백작님을 내정하고 있습니다. 후작대리는 한검기사단의 이훈장단장에게 맡길 겁니다. 지금부터 공작성의 총관으로 생각하시고 행동하셔도 됩니다. 일부러 상황실을 손백작님에게 맡긴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뜻밖의 대답을 듣고 망연하던 손국부백작은 전과 같지만 뜻하는 의미가 다른 인사를 철장패에게 허리를 숙여 올렸다. 당연하다는 듯 충성을 의미하는 인사를 받고 철장패는 지휘소로 돌아갔다. 아직, 오늘의 전투가 끝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적의 주력을 막고 있는 주허평백작의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

소용후가 이끄는 검천기사단과 느림보가 이끄는 수호기사단이 살파성으로 향했다는 보고를 들었다. 빨리 잡아도 도착까지 다섯 시간에서 여섯 시간이 걸린다는 말에 살파성의 상황을 물었다.

``날이 어둡게 변하자 활동을 멈추었다고 합니다. 아무리 어둡다고 전투를 멈추다니 예상밖의 행동이었지만 한시름을 놓았다고 주백작님이 좋아 하십니다."

``하타곤왕국의 기사들은 너무 평화에 찌들었나봐. 해가 졌다고 싸우지 않다니 우리 사군에서는 그런 기사단이 나와서는 안 돼."

고개를 흔들며 안도를 한 철장패는 저녁이 되어 먹을 걸 들고 주위를 다니는 어린 병사에게서 따스한 접시에 담겨진 음식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어린 병사에게 손을 흔들었다.

``여기에도 좀 많이 갖고 와. 배가 슬슬 고프다."

존경이 가득한 시선을 주며 어린 병사가 서둘러 인사하고 나갔다. 잠시 후에 어린 병사를 따라 어린 병사들이 줄줄이 같이 들어왔다. 쟁반 가득히 음식이 담겨 철장패의 주변부터 나누어졌다.

패나라에서는 왕국군에 속한 자질이 있는 어린 병사를 대동하고 전쟁터를 누볐다. 그건 전통이었다. 왕국군에서 자라고 큰 병사는 남다른 실력을 가졌다. 직접적인 전투는 하지 않지만 검술, 창술, 기마술 등을 배우며 자랐다. 상황에 따라 직접 싸우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조금 잔혹한 면도 없지 않았지만 어리다는 문제를 떠나 병사였다. 전투에 같이 나오는 어린 병사의 나이는 최소 15세였다. 그 이전의 일곱 살이나 아홉 살은 전투에 따라오지 못했다. 따로 15세가 되기 전까지 왕국군 훈련시설에서 맡아 키웠다. 패군의 왕국군이 다른 나라의 군인보다 강한 이유이기도 했다.

점점 밤이 깊어질수록 크고 작은 문제들이 서서히 해결되자 철장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부관에게 말해 정문 광장에 도열한 마갑기들을 해산시켜 본래의 일을 수행하도록 지시했다. 아직 위험은 산재했지만 한 걸음씩 사군은 앞으로 나갔다. 다른 어느 영지보다 숫자와 병력의 질이 높은 하타곤왕국의 쿠타하타영지를 상대로 자신만만하게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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