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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해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관해
작품등록일 :
2011.11.10 19:59
최근연재일 :
2015.12.11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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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08.11.1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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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야기 78 - 하량의 작전

DUMMY

전투 중간에 나와 쉬는 시간처럼 꿀맛 같은 시간은 없었다. 성문을 뚫기 위해, 지키기 위해 사방에서 악다구니가 끊이지 않았다. 잠시의 틈을 얻어 휴식하는 패왕대의 기사는 갖가지 모습으로 성문 앞 광장에 자리잡았다. 상처를 돌보는 기사, 분수대의 물을 물통에 정성스레 담는 모습, 허겁지겁 고기와 음료수를 먹는 것까지 사소한 불편을 빠르게 해결했다. 이내 지휘관들이 소집하자 마갑기를 꺼내어 다시 올라탔다.

철장패는 눈앞에 도열한 패왕대를 향해 소리쳤다.

``귀찮은 날파리들이 쏟아진 상태이다. 빨리 치우고 휴식하겠다. 내 의견에 불만이 있는 기사가 있나?"

뻔한 질문을 얼굴에 철판을 깔고 묻는 총사령에게 패왕대는 힘차게 대답했다.

``없습니다!"

``날파리들이 매우 많다고 다칠 걱정부터 하는 기사가 있나?"

``없습니다!"

``좋다! 날파리들을 향해 전진하겠다. 돌격준비~~~!"

철장패의 외침이 터지자 중앙 정문을 맡아 적군을 막아서던 선발대장 묵대형이 서둘러 부하들을 뒤로 뺐다. 뻥 뚫린 입구로 적군이 쏟아져 들어왔다.

들어오는 적군을 보며 철장패는 고함쳤다.

``골드머니부터 쏟아져 나간다! 전속으로 돌격!"

총사령의 좌우에 두 명씩 달라붙은 여포와 서유, 이훈장과 한염도의 마갑대검에서 검강이 뿜어지며 그대로 성문을 향해 직진했다. 들어오는 적군의 마갑기를 가르는 검강의 우악스런 힘에 적군이 반으로 갈라지며 순간적으로 성문 안에서 힘과 힘의 충돌이 벌어졌다. 좁은 성문에서 다섯 명의 소드마스터는 우측에서 좌측으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검강을 사선으로 그었다. 등을 힘껏 미는 부하들의 힘을 추진력으로 삼아 성문을 뚫고 나왔다.

Y진형을 이룬 다섯 줄의 마갑기들이 적군을 뚫고 나온 순간부터 성문을 들어가려는 적군의 공격목표는 변경되었다.

살파성을 책임지는 살파백작은 지휘하는 걸 멈추고 정예기사로 이루어진 친위대를 독촉했다.

``패군과 직접 싸우겠다."

이천의 정예기사로 두려울 게 없는 살파백작이었다. 서둘러 쇄기진형을 갖추고 패군을 향해 진격했다.

철장패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세 곳의 기사단이 공격하자 A진형으로 갖추고 적군의 진격을 피하지 않고 응전태세를 갖추었다.

``약간 시끄러운 날파리들이 쏟아진다. 모두 한 마리씩 꼭꼭 잡아라. 놓치는 놈은 훈련 열 배다!"

긴장으로 몸이 굳으려고 하던 패왕대의 기사들은 훈련 열 배라는 말에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지옥훈련에서 열 배면 상상이 가지 않았지만 죽음뿐이라는 건 몸으로 느꼈다.

``날파리가 두려운 기사가 있나?"

커다란 외침이 철장패에게서 터지자 패왕대는 곧바로 악을 쓰며 응답했다.

``없습니다! 없습니다! 없습니다!"

악을 쓰자마자 연이어 적군과 교전에 들어갔다.

쇄기진형으로 돌입하는 마갑기의 충격은 상상을 불허했다. 적군이 쏟아지는 방향을 향해 가운데에 자리를 잡은 마갑기는 앞 마갑기의 등을 강하게 밀었다. 충돌로 인한 강렬한 충격이 가운데까지 오자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으려고 지휘관의 고함이 터지지마자 뒷다리를 뒤로 받치고 버텼다.

훈련하며 경험했던 충격이라 금세 적응이 된 패왕대는 적군과 드잡이를 벌였다. 소드마스터가 자리잡은 곳은 적군이 쉽게 죽었지만 레드나이트가 있는 후미는 일 대 일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

``자리에서 후퇴하지 말고 응전하라. 날파리의 이빨이 무서워 도망치는 기사가 있다면 죽어서도 치욕이다!"

후미의 레드나이트들은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서서 적군의 강한 기세를 피하려고 했지만 철장패의 외침에 후퇴할 마음이 싹 가셨다.

적군을 잡은 패왕대의 머리는 서서히 고개를 틀어 쌍두사의 머리처럼 두 개의 머리는 갈라져 꼬리로 휘어졌다. A진형의 쇄기진형에서 B진형의 쌍두진형으로 자연스레 진형이 변경되며 적군을 휘어감았다. 후미의 레드나이트가 버티지 못한다면 쌍두진형은 완성이 되지 않았다.

피가 튀고, 욕설이 난무하고, 뜨거운 전사들의 의지가 관통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적군의 발광은 훈련과 사뭇 달랐다. 하지만 견디지 못한다면 동료에게 무시를 당했다. 후끈 달아오른 손목과 광란하는 힘을 바탕으로 악을 쓰며 버텼다.

적군이 포위를 뚫고 도망치려고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그순간부터 후끈했던 열기는 급속하게 싸늘한 광기로 변질되었다.

정예기사와 정예기사의 전투는 약간의 우열으로도 커다란 상처로 벌어질 수 있었다. 잠시 동안에 막상막하였던 적군은 죽음을 기다리는 죄수로 변해 도망쳤다. 포위망을 뚫는 순간, 도망치는 죄수에서 게거품을 물며 덤빌 광전사로 변하겠지만 그것만큼은 사양이었다. 적군이 광전사로 돌변하기 전에 압도적인 숫자로 죽여야 했다.

적군이 위험하자 성문을 공격하던 적군은 공격 방향을 틀었다. 패왕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성문을 지키던 별동대, 선발대, 후발대가 정신을 차리고 미친 듯이 그 뒤를 쫓았다.

``패왕대는 불쌍한 날파리 몇 마리를 푼다. A진형으로 진형을 완성한다!"

다가오는 적군에게 후미를 내어줄 수 없었다. 총사령의 외침이 터지자 진형이 포위망을 따라 급속하게 반 바퀴를 더 돌았다. 자리에 멈추어 선 순간 쇄기진형이 다시 만들어졌다.

한 번 부딪힌 후에 적군은 몸을 사렸다. 천천히 몸을 돌리는 패왕대의 시선에 따라 부르르 몸을 떨며 다급하게 피했다. 공격목표가 되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사방을 주시하던 패왕대가 오연하게 멈추자 그제야 삼삼오오 무리를 지었다.

키퍼벌처 성채를 맹렬하게 공격하던 적군이 후퇴하기 시작했다. 적군을 쫓아 공격하고 싶었지만 밤이 너무 깊었다. 낯선 하타곤왕국의 땅이었다. 섣불리 움직여 함정에 빠질 수도 있었다. 적군에게 함정을 준비한 기색이 보이지 않았지만 굳이 따라갈 계획은 없었다. 지금은 가볍게 몸을 푼 정도의 짧은 인사였다.

목숨을 건 경주는 해가 뜨는 내일부터 시작이었다.

댄티게이트성을 점령하고 중갑대마저 도착한 가운데 성문을 지키는 경계병을 제외하고 모든 기사에게 휴식 명령이 떨어졌다. 성채 안에 있는 몇 개의 식당에서 음식을 배달하는 것은 물론이었다. 무려 만 개에 가까운 그릇이 없어 큰 통으로 배달이 되었지만 먹는 방법은 자유로 결정이 되어 기사들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패군에게 음식을 팔지 못한다는 식당이 여러 곳이었지만 강압과 회유로 결국에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죽을 둥 살 둥 전투를 치른 다음에 입안에 가득 차는 음식만큼 눈물 나게 맛있는 것은 드물었다. 경계를 선 기사들도 잠시 마갑기를 세우고 음식을 먹었다. 간단하게 고기와 빵으로 찍찍 뜯어먹는 것과 달리 맛있었다.

키퍼벌처 성채를 점령한 패군이 조용하고 편안하게 쉴 때 쿠타하타 영지를 다스리는 타넬라공작은 잠도 못 이루고 기사들을 이끌고 키퍼벌처 성채로 출발했다. 주변의 영지에 도움을 청했지만 오기로 약속한 영지는 타스쿼럴후작이었다. 근처의 병력은 수도 하타에 인접한 오군과 싸우기 위해 출발한 상태였다.

타넬라공작의 명령으로 쿠타하타의 병력이 키퍼벌처로 모이기 시작했다.

음식을 먹고 편안하게 휴식한 사군이 한밤중에 한 일은 중앙 성문을 제외한 나머지 두 곳의 성문을 폐쇄했다. 거대한 바윗돌을 마갑대검으로 갈라 성문을 막았다. 바윗돌이 주위에 없으면 공공건물로 사용되는 건물 한 채를 부수어 부족한 바윗돌을 마련했다.

또한 댄티게이트성의 죄수 중에 패군에게 호의적인 백 명의 도움으로 키퍼벌처 성채에 있는 개구멍이나 낮은 성벽을 찾아 보수했다. 백 명 중에는 늙은 사냥꾼의 아들 셋과 며느리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백 명을 추린 것은 늙은 사냥꾼의 아들인 말리크였다. 백 명을 이끄는 리더이기도 했다.

전직 기사였던 말리크는 백작에게 대들어 기사의 직위를 잃을 만큼 화끈하지 않았다. 예상했던 과격한 스타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차분하고 냉정했다.

늙은 사냥꾼의 아들 셋과 죄수로 갇혔던 여덟 명이 철장패를 찾아와 기사의 맹세를 했다. 모두 기사단 시절부터 말리크와 함께 했던 동료이고 친구였다. 그들마저 친구따라 감옥에 갇혔었다. 찾아온 열한 명에게 굳이 기사의 맹세를 시킨 이유는 하타곤왕국의 기사로서 살 수 없는 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함이었다. 아무런 의미도 없이 일을 시키는 것보다 기사로서 대우하고 명령해도 될 만큼 괜찮은 기사들이었다. 오히려 몬스터와 수많은 실전을 벌인 탓인지 눈빛마저 예리하게 빛났다.

죄수였던 백 명의 가세는 키퍼벌처 성채의 장악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댄티게이트성과 키퍼벌처 성채를 말리크 백인장에게 맡기고 패군은 성문만 지켰다.

새로 가세한 백 명은 부리나케 움직이는 가운데 사군의 기사단 만여 명은 새벽 1시부터 중앙 성문에서 막사를 세우고 잠에 취했다. 경계를 서기 위해 일어서는 기사단을 제외한다면 시간은 고요히 지나가고 있었다.

새벽부터 쏟아지는 하타곤왕국의 병력이 아침이 되자 새까맣게 주변을 뒤덮었다. 특히 타넬라공작이 이끄는 병력의 황금독수리 문장은 기세등등했다.

느긋하게 아침 식사를 마치고 높은 성벽 위에서 적군을 굽어보던 철장패에게 와이번나이트 콜트썬더남작이 찾아왔다.

``산속으로 삼천 명 정도의 병력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제야 오는군요. 아침이라도 드시면서 다른 병력이 오나 살펴 주십시오. 의외로 이곳 영지의 음식도 맛있습니다."

매우 위급한 상황으로 여겨 다급하게 왔는데 총사령 철장패는 한없이 느긋하기만 했다. 선발대장 묵대형은 철장패의 지시에 따라 선발대를 이끌고 출동했다.

``세 개의 기사단으로 삼천의 병력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불안한 콜트썬더남작이 사라진 묵대형백작을 보며 물었다.

``대부분이 골드나이트 이상입니다. 실버나이트가 섞였지만 실력은 골드나이트와 싸워도 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일부러 이와 같은 경우를 예상하고 만든 기사단입니다. 오히려 재밌는 사냥을 벌일 것입니다."

철장패의 예상을 들었지만 불안을 떨칠 수 없었던 콜트썬더남작은 아침식사를 간단히 먹고 와이번에 올라타 선발대가 향한 곳으로 날아갔다. 산속에서 만난 선발대와 적군은 살벌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우열이 가려졌다. 성급하게 구성된 병력이라 골드나이트 이상의 숫자는 고작 백 명 정도였다. 그것도 골드나이트들이 한꺼번에 모여 있지 않고 기사단을 이끌기 위해 서너 명씩 나뉘어 길게 이어진 상태라 한 명씩 제물이 되었다. 검풍탄을 날리며 공격하는 선발대에 적군은 제대로 대응을 못했다. 숫적인 우위를 내세워 포위하려고 해도 산속의 나무들에 막혀 선발대에 부딪히는 숫자는 정작 몇십 명에 불과했다. 그것도 넘어지는 나무를 고의적으로 적군을 향해 쓰러뜨려 다치는 기사가 발생했다. 넓은 공터에서 싸울 작정으로 나오면 나무 사이로 숨어 검풍탄을 날렸다. 선발대의 공격은 하나하나 적군에게 박히는데 적군 삼천은 제대로 공격도 못하고 쩔쩔맸다. 활과 화살이라도 챙겨 왔다면 이야기는 달라졌겠지만 수중에 활과 화살은 없었다. 적군은 산속에서 후퇴했다. 그리고 말 그대로 사냥이 시작되었다. 차마 계속 볼 수 없었던 콜트썬더남작은 다른 곳을 정찰하러 날아갔다.

적군은 키퍼벌처 성채를 공격하지 않고 주둔만 했다. 아마도 기습과 함께 공격할 예정인 모양이었다. 철장패는 사군의 기사단을 모아놓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그렇다고 적군과 싸우기 위해 먼저 돌격할 생각은 없었다. 지금 나간다면 적군의 기세는 활활 타올랐다. 기세가 솟아오르며 타오르는 적군을 상대로 싸우는 건 피곤한 일이었다.

정작 공격의 시작은 정오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사군의 묘한 공성전이 벌어졌다. 어제처럼 성문을 틀어막고 적군의 침입을 막던 방식에서 벗어나 일 분 동안 성문을 열었다. 고작 다섯 대가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곳을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쏟아진 적군의 숫자는 천 명이 넘었다.

성문을 틀어막는 일은 지휘관들이 했다. 소드마스터들이 성벽에 붙어 성문을 막으면 만여 대의 마갑기가 포위된 천 명을 학살했다. 또다시 일 분 동안 성문을 열어 천 명가량이 들어오면 성문을 막고 검풍탄을 시작으로 91개의 기사단이 공격했다. 그것도 엉겁결에 들어온 천 대의 마갑기를 향해 쏟아졌다. 무엇보다 별동대, 중갑대, 후발대는 굳건하게 적군의 전진을 막았고 나머지 기사단은 들어온 마갑기를 밟고 지나가는 무참한 Y진형의 돌격을 벌였다.

다섯 번의 이상한 짓을 패군이 벌이자 성문을 뚫고 진격하는 적군은 없어졌다. 한 시간이라는 아주 짧은 순간에 오천 대가 넘는 마갑기가 사라졌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상당한 숫자의 마갑기가 준 것을 눈으로 확인한 후였다.

두 시간 동안의 소강상태를 갖자 적군은 또다시 공격했다. 순식간에 적군을 죽이자 환희에 들뜬 지휘관들이 알아서 성문을 열려고 하자 철장패는 제지했다.

``이제는 됐다. 성문 앞에 있는 기사들은 타넬라공작의 정예기사들이다. 쉽게 죽이지 못한다. 성문을 굳게 막고 적군의 침입을 최대한 방어해라!"

성벽 위에서 적군을 살피는 총사령 철장패의 외침에 지루한 방어전이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지루했지만 쉬운 방어전이 아니었다. 한 명 한 명이 정예기사들로 구성된 타넬라공작의 기사였다. 그들을 상대로 쉬운 방어전을 할 리 만무했다. 다행히 방어하는 입장이 유리했다. 무엇보다 적군은 속속 죽어갔지만 패군은 부상으로 그쳤다. 적군은 성문 안으로 들어온 후부터 후퇴할 수 없었지만 패군은 부상을 입으면 자리를 만든 뒷줄에 의해 물러났다. 성문 통로가 삼십 미터에 불과한 길이였지만 생과 사가 바뀌는 죽음의 장소이기도 했다. 간혹 죽는 소드마스터와 골드나이트가 없지 않았지만 철장패의 시선에는 동요가 없었다.

창해력 980년 11월 20일 토요일, 달빛이 무성하게 빛나는 어두운 밤이 되어서야 적군의 공격은 멈추었다. 그리고 산속을 넘은 왕국군 9만이 키퍼벌처 성채로 들어온 날이기도 했다.

성채로 들어온 의료병단에 의해 기사들의 상처가 빠르게 치유되었다. 마법병단에 의해 마법통신이 원활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왕국군에 의해 아침이 되면 키퍼벌처 성채는 새롭게 방어벽이 추가될 예정이었다.

성벽 위에 세워진 막사에서 철장패는 적군을 살폈다. 곳곳에 켜진 등불과 횃불이 적 진형을 밝혔다. 간혹 라이트마법구가 켜졌다가 한참 후에 꺼졌다. 지휘막사라는 걸 감지한 철장패는 주변을 에둘러 훑어보았다.

철장패의 신경을 자극한 건 적 진영이 아니었다. 피코코단장이 내미는 마법통신구였다. 그곳에 핼쑥하게 변한 얼굴로 하량이 비명을 질렀다.

``하타곤왕국과 바르쏭왕국의 연합군이 수도 할로우킹을 점령했어. 젠장칠, 이런 빌어먹을 일이 어떻게 벌어질 수 있는 거야!"

팔짱을 끼고 의자에 앉은 철장패는 하량의 발광이 끝나길 기다렸다.

``할로우킹에서 반란이 일어났어, 그것도 조직적인 반란이 일어나서 제압도 제대로 못했다고 해. 마샬공작을 위해 성문까지 열었다는 소리를 듣고 미치는 줄 알았어.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이런 식으로 점령을 당했다는 건 창피한 일이잖아. 삼왕자가 이런 무능한 인간이라고 생각을 못했다고... 아, 잠깐만 물 좀 먹어야겠다! 열이 솟구치니 말도 쉽게 못하겠다."

속을 가라앉힌 하량은 어디까지 점령했는지 물어왔다.

``지금 키퍼벌처 성채를 점령하고 타넬라공작과 대치 중이다."

하량은 뜻밖의 소리를 들은 듯 되물었다.

``키퍼벌처 성채를 점령하고 살파성까지 진격하기로 했잖아. 살파성을 점령하지 않았어?"

``응, 그럴 계획이었는데 할로우킹이 이틀이면 점령이 될 지도 모른다는 소리에 계획을 바꾸었다. 살파성을 점령하면 모든 방면에서 적군에게 공격을 당해서 최소 삼 일 정도의 여유가 필요하다. 그래야 활로가 생기겠는데 할로우킹의 점령으로 여유가 생긴 하타곤의 병력이 이곳으로 증병이라도 한다면 살파성에 갇혀서 이도저도 못하겠더라고 그래서 적군의 숫자를 이곳에서 줄일 작정이다. 타넬라공작도 잡았으면 좋겠는데 되려나 모르겠다."

``흠, 키퍼벌처 성채라면 크게 무리하지 않고 적군과 싸울 수 있지. 괜찮은 방법이네.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겠네."

``아무래도 안전한 것이 좋지. 괜히 많이 점령했다가 대책이 안 서게 부하들이 죽는 것보다 낫지. 적군의 병력을 줄이면 바로 공작성으로 진격할 생각이다. 근처의 요새는 공작성을 제압하고 나서 점령할 작정이야."

곰곰이 듣던 하량은 고개를 끄덕였다.

``힘든 방법이지만 장패라면 가능하겠다. 적군이 많이 증병이 되더라도 공작성은 최소한 떨어지겠네, 크크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하량은 진중한 자세로 말문을 열려다가 머뭇거렸다.

``지금 옆에 누구 없냐? 남이 듣지 않았으면 싶은 이야기인데, 마법사는 믿을 만한 양반이야?"

철장패는 주위에 머문 지휘관들과 부관들을 모두 내보냈다. 마법통신구를 들고 있는 피코코단장을 보며 말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못 들은 이야기입니다. 확실하게 하기 위해 저만을 위한 마법사가 되지 않겠습니까? 이왕이면 저를 따라 다니시니 신하로서, 마법사로서 맹세한다면 이야기를 듣도록 하겠지만 원하지 않는다면 다른 마법사로 교체하겠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갑작스런 총사령의 말에 피코코단장은 난감했다. 그리고 위험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 예상이 되었다. 맑은 눈동자로 바라보는 철장패를 보며 고민하던 피코코단장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총사령의 신하가 되겠습니다. 맹세는 이야기가 끝나면 하도록 할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피코코단장님."

가볍게 감사의 뜻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한 철장패는 하량에게 얼굴을 돌렸다.

``이제 됐다. 할 말이 뭔데 엄숙한 얼굴로 변하냐?"

앞으로의 일을 예상하며 생각을 정리하던 하량은 난데없이 심각한 말을 꺼냈다.

``왕세자의 독살도 그렇고, 할로우킹이 점령을 당한 사연도 그렇고, 영 함상세가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하나의 작전을 세웠다."

가만히 듣던 피코코단장은 처음부터 살벌한 이야기가 나오자 마법통신구를 들던 손이 떨렸다. 왕세자의 독살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소문으로 떠도는 말은 많았지만 모두 쉬쉬하고 헛소문으로 치부했다. 그런데 처음으로 왕세자의 독살이 사실이란 말처럼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함상세가라면 삼왕자를 밀고 있는 오대수호가문 중에 하나였다. 패나라의 건국부터 함께 한 공작가문이었다.

``할로우킹을 잃었으니 저항하기 유리한 곳은 캐리쿡의 하노버성이다. 이곳을 잃게 된다면 우리는 바르쏭의 중부를 잃게 된다. 반대로 하노버성을 잃지 않는다면 할로우킹의 점령마저 쉽다. 삼왕자에게 제안할 예정이다. 하노버성을 잃지 말아 달라. 그곳만 잃지 않는다면 이군, 삼군, 육군의 도움으로 바르쏭왕국을 점령하게 되더라도 삼왕자의 영지로 인정하겠다고 말할 예정이다. 물론 수도 할로우킹은 삼왕자의 수중에서 제외해야겠지."

``삼왕자에게 하노버성을 지키란 소리야? 가둔다는 소리야? 목표가 무엇이냐? 단순하게 그것을 위해 세운 계획은 아닐 텐데 몽땅 말해."

하량은 미친 듯이 웃었다. 너무 크게 웃어 가슴을 들썩였다.

``미안하다,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언할 수 있다. 삼왕자가 함상세가에 좌지우지만 되지 않는다면 삼왕자는 충분히 만족할 영지를 얻을 것이다. 그렇지 못하고 욕심을 낸다면 삼왕자의 운명은 끝이다, 크크크. 함상세가에게 휘둘리는 삼왕자라면 국왕이 될 명린이에게 매우 위험하다. 삼왕자가 함상세가의 유혹을 이겨낼 정도로 강하기를 바랄 뿐이다!"

철장패는 하량을 보며 손가락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삼왕자가 함상세가의 유혹에 빠져 할로우킹을 욕심을 내던 말던 그것 말고 매우 위험한 냄새가 나는데... 말하기 싫다니 알겠다. 굳이 마법통신으로 연결한 이유는 뭐냐? 단순하게 그 계획만 말하려고 한 것은 아닐 텐데 말이야."

철장패의 말이 끝나자 하량은 급히 주위를 둘러보더니 보고서를 들고 살폈다. 한참을 읽고 나서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곳곳에서 적군이 들고 일어섰다. 본격적인 마샬공작의 행보에 따라 적군의 강한 반격이 시작되었다. 오늘 출발한 왕국군 5만을 끝으로 당분간 보낼 병력은 없다. 한 달 정도는 이 숫자로 쿠타하타영지와 하피쉬영지를 도모했으면 싶다."

``...그래 알았다. 병력이 적어 어렵겠지만 가능하다."

20만으로 예정된 병력에서 8만이 부족한 왕국군이었다. 철장패의 답변을 들은 하량은 마법통신을 마쳤다.

그리고 철장패는 피코코단장에게 정식으로 마법사의 맹세를 받았다. 작위를 받는 남작부터 가신(家臣)을 받을 수 있었다. 영지를 운영하려면 신하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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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전쟁이야기 77 - 오군과 육군의 거병4 +9 08.11.10 11,048 68 16쪽
76 전쟁이야기 76 - 오군과 육군의 거병3 +6 08.11.07 11,175 73 13쪽
75 전쟁이야기 75 - 오군과 육군의 거병2 +8 08.11.06 11,289 74 16쪽
74 전쟁이야기 74 - 오군과 육군의 거병 +8 08.11.05 11,368 78 16쪽
73 전쟁이야기 73 - 불타오르는 전쟁4 +7 08.11.04 11,514 79 16쪽
72 전쟁이야기 72 - 불타오르는 전쟁3 +10 08.11.03 11,605 73 19쪽
71 전쟁이야기 71 - 불타오르는 전쟁2 +5 08.10.31 11,743 81 15쪽
70 전쟁이야기 70 - 불타오르는 전쟁 +11 08.10.30 12,012 66 13쪽
69 전쟁이야기 69 - 수도 함락, 환호6 +4 08.10.29 12,035 76 13쪽
68 전쟁이야기 68 - 수도 함락, 환호5 +8 08.10.28 11,925 76 16쪽
67 전쟁이야기 67 - 수도 함락, 환호4 +8 08.10.27 12,320 110 15쪽
66 전쟁이야기 66 - 수도 함락, 환호3 +7 08.10.26 12,180 72 15쪽
65 전쟁이야기 65 - 수도 함락, 환호2 +13 08.10.25 12,501 71 15쪽
64 전쟁이야기 64 - 수도 함락, 환호 +6 08.10.24 12,856 73 12쪽
63 전쟁이야기 63 - 위험한 순간5 +8 08.10.23 12,301 73 21쪽
62 전쟁이야기 62 - 위험한 순간4 +7 08.10.22 11,989 71 16쪽
61 전쟁이야기 61 - 위험한 순간3 +9 08.10.21 11,923 78 19쪽
60 전쟁이야기 60 - 위험한 순간2 +7 08.10.20 11,851 76 22쪽
59 전쟁이야기 59 - 위험한 순간 +6 08.10.19 12,674 75 25쪽
58 전쟁이야기 58 - 연합작전 그리고 전복4 +12 08.10.17 12,339 6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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