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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달의 서재입니다.

다크 판타지의 고인물 군주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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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달
작품등록일 :
2022.05.11 10:54
최근연재일 :
2022.05.29 12:05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14,595
추천수 :
539
글자수 :
168,416

작성
22.05.1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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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002 : 나는 네임드다

DUMMY

천천히 벽을 등지고 일어나 정면을 주시했다.

문뜩 내가 여태 뭔가를 죽이려고 칼을 쥔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뭔가를 목숨까지 걸고 해본 적이 없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었다.


“이건 해야 해. 무조건... 해야 해.”

손아귀를 있는 힘껏 쥐었다.

조금만 힘을 빼도 단검을 놓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 단검이 내겐 생명줄이나 다름없었다.


“그르르릉!”

내 기세가 달라졌기 때문인지, 포효하던 늑대 놈이 나를 보며 으르릉거렸다.


“그래, 누구 죽냐... 해 봐야지? 안 그래?”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끝나는 게임이다.


붕붕! 붕붕! 철커덩. 철커덩.

놈의 사정거리 밖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늑대 놈을 구속하고 있는 쇠사슬 때문에 행동반경이 일정했다.

늑대를 이처럼 가까이서 본 적이 있던가?

늑대의 송곳니가 내 손보다 크던가?

입 밖으로 삐져나올 정도로?


두렵다. 그래, 두려운 건 당연하지.

아니, 외려 두려움을 느껴야 한다.

무작정 달려드는 불나방들은 불타 죽을 뿐이다.

이기려면 공포는 느끼되 질식되어서는 안 된다.


쾅!

“크아앙!”

어느 순간 늑대가 솟구쳤다.

패턴의 시작이었다.


“점프, 오른발, 오른발, 왼발, 점프!”

“크아아아아아!”

일단 큰 부상 없이 버텨야 했다.

로스트 월드에선 공격보다 패턴 분석이 먼저다.

성급하면 헛손질만 반복하다 죽는다.

죽든 살든 정면으로 들이받는 상남자 스타일 따윈 개나 주라지.

난 살고 싶다.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 거다.


“점프, 오른발, 오른발, 왼발, 점프! 으악! X발!”

몇 번을 굴렀을까?

놈의 공격에 간혹 살이 찢겼지만 견딜만 했다.

혹시나 해서 늑대 놈의 공격 패턴을 계속 외쳐봤더니, 어느덧 똑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었다.

아무래도 놈을 묶은 사슬 때문에 공격 패턴이 단조로울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제아무리 사나워도 튜토리얼 보스였다.


“크아아아아아!”

“개새끼. 패턴 분석 끝났어. 죽었다고 복창해!!”

놈이 나를 향해 포효할 때 나도 악을 썼다.

기세에 밀리지 않기 위해 늑대의 미간을 향해 단검을 겨눴다.

팔이 부들거리고 심장이 터져나갈 것 같았지만 늑대 놈의 붉은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쾅!

“크아아아아!”

놈이 다시 뛰어올랐다. 패턴 시작이었다.


“들어와! 개새끼야!”

나 또한 승부를 걸었다.

자주 보는 PVP 프로게이머가 그러더라.

승부의 반은 판단이고, 나머지 반은 기세라고.

허세든 기세든 내게 필요한 건 결단력이었다.


붕붕! 크아앙! 붕! 콰쾅!

“우로! 우로! 좌로! 북으로! 뒤로! 한 방!”

빡! 크아아아앙!

내 공격이 통했다.

얕게나마 녀석의 목덜미에 생채기를 냈다.

희망이 보였다.


붕붕! 크아앙! 붕! 콰쾅!

“우로! 우로! 좌로! 북으로! 뒤로! 한 방!”

나 자신을 응원하듯 크게 소리를 치며 패턴을 반복했다. 놈의 목덜미에 한방씩 꽂을 때마다 점점 더 많은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까짓 상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늑대는 계속 뛰어올랐다.

상관없다. 나도 계속 움직일 수 있다.

난 <로스트 월드>의 고인물이다.

게임과 검술은 다르겠지만, 나의 타이밍 감각만큼은 특급이다.


반짝.

“크아아아아!”

뭔가 섬뜩한 느낌.

놈의 목덜미에 단검이 유난히 깊게 박혔다.

손에 무언가 불쾌한 것이 걸렸다.

내 단검이 늑대의 어깨 쪽으로 미끄러졌다.

그 순간 섬뜩하게 느껴지는 감각.


함정! 보스 특수 패턴!

놈이 던진 승부수가 분명했다.


“제길!”

놈이 여태와 달리 뒤로 점프하지 않고 어깨를 내어준 채 아가리를 쩍하고 벌렸다.

자신의 어깨 따윈 내어주고, 내 머리를 물어뜯어 버리겠다는 의도였다.


늑대의 침이 내 얼굴로 날아들었다.

눈앞이 캄캄해지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강아!> <이강!>

순간 엄마와 형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퍼뜩 정신이 돌아왔다.


살아야 해. 어떻게든 살아야 해.

내가 여기서 죽으면 엄마는 어떡해?

꼭 성공해서 호강시켜 준다고 약속했잖아.

철없는 나랑 엄마 병수발 때문에 고생만 한 형한테도 미안하단 말이다.


“난 살 거야. 집에 돌아갈 거야!”

있는 힘껏 놈의 어깨에 박힌 단검을 빼냈다.

놈의 아가리가 내 머리를 향해 달려드는 순간, 나는 놈의 허리 쪽으로 늘어진 사슬을 가까스로 낚아챘다.


촤르르르륵.

늑대가 날 덮치자 내가 낚아챈 쇠사슬은 빨랫줄처럼 팽팽해졌다.

순간적인 반동을 이용해 나는 늑대 놈의 등 뒤로 튕기듯 올라갈 수 있었다.


“아아악! 제기랄!”

늑대 녀석이 내 머리 대신 왼쪽 허벅지를 한 움큼이나 베어 먹었다. 외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집채만 한 놈의 등 뒤로 올라서니 녀석의 뒤통수가 훤하게 보였다.

사슬에 묶여 피고름이 덕지덕지 엉겨 붙었다.

로스트 월드의 모든 보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걸 발견하는 것도 플레이어의 능력.

이 녀석의 약점은 여기, 피고름이 분명했다.


“끝났어! 새끼야!!”

푹!

나는 사슬을 팔에 둘둘 감고 양손으로 단검을 단단히 쥐고서는 피고름 위로 꽂아 넣었다.


“크아아아아아아.”

[치명타! 모든 데미지 +200% 상승!!!]

눈앞에 느낌표 가득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치명타가 박혔다는 메시지와 함께, 늑대 놈이 여태와는 전혀 다른 울음을 토해냈다.

고통에 겨워하는 울음소리가 분명했다.


“죽어! 죽어! 죽으라고!”

나는 악을 썼다.

더! 더! 더 깊이! 더 깊이!

나는 온몸의 체중을 실어 단검을 쑤셔 넣었다.

놈의 상처 안으로 양손이 쑥하고 들어갈 정도로 쑤셔 넣고 또 쑤셔 넣었다.


“끄르르르르...”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늑대의 목에서 거품 낀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놈이 비틀거리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돌아서더니···.


쿵!

집채만 한 놈이 쓰러졌다.


“늑대 따위가 어딜 덤벼. 난 이강! 로스트 월드 네임드야! 이야야야아아아아.”

나는 포효했다.

살면서 이처럼 짜릿한 쾌감은 처음이었다.

허벅지가 너덜너덜하고 피가 철철 났지만, 그 고통을 상쇄할 만했다.

아니, 내 몸이 빛나고 있었다.


띠링!

[위업 달성! 불사자가 되기 전에 사도를 처지! 추가 스탯 +2]

[영력 10,000 획득]

[공무원 특혜, 세율 감면 발동! 영력 10% 추가 획득, 영력 +1000]

[Lv5 달성, 영력 9,924 차감]

[신선한 늑대 갈빗살] [늑대 송곳니] [3 금화]

[공무원 특혜, 위험근무 수당 발동! 늑대 송곳니 아이템 품질 1단계 상승]


늑대를 죽인 건 대단한 이벤트였던지 황금빛 메시지가 줄줄이 떠올랐다.


“대박! 대박! 대박!”

순식간에 허벅지의 상처가 깔끔하게 나았다.

외려 재생된 부분이 피부색이 더 밝고 건강해 보였다.


“음?”

푸드득. 끼익. 끼익. 끼익.

내 피 냄새 때문일까?

어디선가 박쥐인지 올빼미인지 모를 것들이 날아들었다.

그 수가 처음에는 하나, 둘, 셋... 이랬는데, 지금은 10마리가 넘는다.


“포털! 포털을 찾아야 해.”

번쩍 정신이 들었다.

어리바리 댈 때가 아니었다.

늑대의 사체가 사라지니 벽을 따라 흐르던 안개가 걷혔고 문이 나타났다.

나는 미친 듯이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탑? 성?’

방을 나오니 계단과 복도가 어지럽게 널려있는 공간이었다.

인스턴스 던전을 품고 있는 건물이 분명했다.

허나,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로스트 월드의 시작 지점은 매우 다양하지만, 공통점은 하나 있다. 플레이어가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몬스터가 몰려온다는 것.


몬스터가 더 몰려오기 전에 도망쳐야 했다.

이런 헐벗은 상태로 건물 안에 머무는 것은 자살이나 다름없었다.

필드에서는 도망이라도 치지만, 실내에선 잡몹들에게 둘러싸여 몰매 맞기 십상이었다.

일단 필드로 진입하는 게 최선.


“꺄아아아아.”

아니니 다를까.

사방에서 구울들이 깨어나 달려들었다.

나는 미친 듯이 계단을 통해 창문으로 올라섰다.


우당탕탕.

게임처럼 멋진 자세로 착지하기는커녕, 헛간 지붕을 뚫고 꼬꾸라지듯 착지했다.

아프다고 느낄 새도 없었다.


10여 미터쯤 떨어진 곳에 황금빛 화톳불처럼 빛나는 포털 보였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포털 너머로 내 방이 아른거리는 것 같아 감격스럽기 그지없었다.


포탈로 뛰어들었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다.

어어어어어어어!


쿵!

내 방바닥이 이렇게 반가워질 줄 몰랐다.

벌러덩 누우니 익숙한 광경이 눈앞에 들어왔다.

내 방의 벽장. 나는 여기를 통해서 <로스트 월드>의 세계로 넘어갔었다.


[재사용 대기 시간 23:59:52]

뭉클뭉클 쏟아지던 안개는 사라지고 평소의 내 벽장으로 돌아왔다.

달라진 게 있다면 떡하니 벽장 위로 디지털 시계가 보인다는 거다.

심지어 내 손에 아직도 들려있는 단검.

이것까지 현실 세계까지 넘어왔다는 의미는...


“인벤토리.”

정말이지 어이가 없었다.

인벤토리를 열어보니 힐링 포션 2개, 팔뚝만 한 송곳니, 그리고 피가 뚝뚝 떨어질 정도로 신선한 늑대 고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커억, 이거 진짜 유니크야?”


[늑대의 송곳니]

- C급 유니크

- 세상에 생명이 넘쳐났던 시절, 늑대의 왕으로 불렸던 이의 송곳니. 투박하지만 긍지 높은 단검.


유니크 아이템에 놀랐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유니크인 주제에 추가 스탯도 없고, 특수 기능도 없었다.

로스트 월드 30회차에 빛나는 나 같은 고인물도 이따위 쓰레기 유니크는 처음 본다.

극강의 쪼랩 아이템인 모양이다.


“중요한 건 이게 아니지. 금화!”

금화 3개가 내 손바닥 위로 떨어졌다.


“... 이거 순금인가?”

금화를 깨물어보았다.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찍혔다.

대박! 난 미친 게 아니었다.

내 벽장과 로스트 월드가 연결되었다.


작가의말

읽어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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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004 : 스탯 +1 22.05.13 696 29 12쪽
3 003 : 힐링 포션 +2 22.05.12 819 26 13쪽
» 002 : 나는 네임드다 +3 22.05.11 1,110 37 10쪽
1 001 : 튜토리얼 +7 22.05.11 1,486 4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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