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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께스 님의 서재입니다.

죽다 부활해서 방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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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께스
작품등록일 :
2018.07.02 16:14
최근연재일 :
2018.08.10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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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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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0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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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같은 내전 - 평야의 결전 (1)

DUMMY

"일주일 간 밤에 말상대 해주고 술마셔 줬다고 1만 골드라고? 이야, 이거 침대에서 한 번 대주면 10만 골드 주는 거 아냐? 레이크웰, 너 접대부해라."


희소식을 가져온 메이븐에게 베카가 대뜸 막말을 했다. 쇄골이 드러나는 달라붙는 검은 가죽옷을 입히고 술잔을 받아 마시는 메이븐을 상상하자, 그녀의 얼굴에 홍조가 떠올랐다.

메이븐이 반발했다.


"바바! 이 쓰레기야. 그런 소리 지껄이지 마라. 그리고 지난 전투에서 잘 싸웠다고 받은 상여금이야. "


베카는 레이크웰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내 남자를 동성에게 팔아 10만 골드를 얻는 건... 너무 흥분되는데... 레이크웰, 맨정신으로 힘들면 술에 약 타도 될까? 수면제는 어떤 걸 좋아해?"


다가 오는 베카를 밀어내고 메이븐이 냉정하고 차갑게 통보했다.


"이제부터 각방 쓰자. 가급적 식사도 따로 하고. 그리고 1만 골드 든 10만 골드 든 우리 돈은 내가 관리할 거야. 너는 전직 신용불량자라 믿음직스럽지 못해."


신용불량자라는 민감한 사안을 건드린 것은 실수였다. 베카가 울컥한 듯 입술을 내밀더니 창문으로 다다가 숨을 크게 들이키거나 깊은 밤을 뒤흔드는, 화통을 삶아먹은 목소리로 외쳤다.


"지난 전투에서 잘 싸운 보상이라며. 나아도 싸웠어어!"


"내가 언제 아니래. 돈 관리만 내가 한다니까."


"내가 지금껏 목숨걸고 너 대신 맞아준 화살만 몇 개 였는데! 아이고오, 목숨 바친 조강치처인데, 쪼끄만 반지 하나, 아니 흔한 귀걸이 하나 사준 적 없는 남편이 돈을 떼어가네. 남편이 아주 남의 편이 되어버린다. 동네사람들!"


"맞아준 화살... 한 개 잖아."


메이븐이 아무리 곰곰히 생각해 보아도 베카가 목숨 걸고 대신 맞아준 화살은 오우거와 싸울 때 한 개 뿐이었다. 이번에는 남궁연호가 움직이지 않는 타겟이 되어주어서 그에게 화살이 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밖에서 성문 보초를 서던 병사와 순찰을 돌던 게릴라 부대원들, 그리고 사용인들이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쯧쯧, 개새끼구만 아주. "


"그러게. 저런 건 확 잡아다가 잘라버려야 하는데."


"아내 사랑, 나라 사랑도 모르냐."


"멍청한... 저럴 때는 군말 없이 죄송하다고 해야지 말꼬리를 잡다니. 저 녀석 한대 맞을 걸 열대로 늘리는군."


아주머니, 아저씨들의 고함에 메이븐이 뒤늦게 자신이 참호가 아니라 무덤을 파고 있었음을 깨닫고 베카에게 어음을 넘겼다.


"그래, 3천 골드는 넘길 께. 7천 골드는 내가 안 쓰고 보관할 거야."


"그리고 또?"


"또?"


베카가 초롱초롱 애교 넘치는 눈으로 보자 메이븐이 당황했다. 그러나 그는 37살 동정 대마법사이기에 베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지 못했다.


우물쭈물 하는 사이 베카는 편지봉투나 문서의 봉인을 찢는 레터오프너(letter-opener)를 집어들었다. 검지손가락 만한 길이에 날이 세워져있지 않은 두

넓적한 손칼 같은 모양인 레터오프너는 귀족들이 고상하게 편지를 뜯는데 쓰는 물품이었다.


"10만 골드 치 벌이를 위해 나랑 예행연습 해볼래? 공과 수란게 있어. 네가 파르찬에게 해줘야 할 건 수이데, 수가 뭐냐면..."


"뭔데? ...아냐, 알고 싶지 않아."


"이리 와봐. 여기 레터오프너 보이지? 레터오프너가 사라지는 마법을 보여줄께."


메이븐은 베카의 손에 들린 반짝이는 은빛 레터오프너가 어떻게 사라진다는 것인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소매에 숨긴다는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지만 메이븐은 일단 베카가 음흉한 표정을 지었을 때 좋은 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고 보고 물러섰다. 베카는 우선 퇴로를 차단하기 위해 빠르게 문 앞에 달려가 섰다.


후퇴할 곳을 잃어 궁지에 몰린 메이븐이 경고했다.


"바바... 뭔지 몰라도 당하면 당분간 식사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꺼져. 지금은 전시다."


"인생 뭐 별거 있어? 방탕아가 되려면 이것저것 가리지 말고 해봐야지. 츄라이 츄라이."


베카가 달려들어 메이븐의 허리를 껴안고 침대에 내리 찍었다. 곧 억센 베카의 오른손이 메이븐의 입을 막았다.


'안돼!'


"읍읍!"


"윽, 레이크웰! 너 내 손바닥 핥지 마! 가만 있어봐. 우리 종족 남자들이 즐기는 천국을 보여줄테니까."


엘프의 추잡한 비밀을 또 알아버린 메이븐이 마음속으로 베카를 저주하며 그녀의 어깨를 붙들고 힘껏 자세를 뒤집었다. 베카를 침대에 던져버린 뒤 주저없이 문을 열고 방을 탈출했다.



*



톡톡-


잠들려는 중이었던 듯 부스스한 차림의 당화련이 촛불을 들고 창가로 나왔다. 나무로 된 창틀을 열어보자 그 곳에 새끼강아지처럼 오들오들 떨고 있는 남청색 머리카락을 짧게 깍은, 선이 가는 동갑내기 소년이 울먹이며 그녀를 보았다.


"그래서 소협. 지금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오셨다구요? 부부싸움에 끼어들기는 싫은데..."


당화련이 내키지 않는 듯이 이마를 짚고 어둠 속에서 덜덜 떠는 메이븐을 노려보았다. 서대륙이 자유분방하다고 들었지만 밤중에 이렇게 찾아오는 경우는 처음이라 그녀는 꽤 불쾌했다. 숙소 창문 앞에서 메이븐이 설명했다.


"당화련 아가씨. 아가씨가 우리 중에 제일 쎄잖아. 게다가 남궁연호는 바바만큼 상태가 이상해서 걔는 의지가 안돼. 바바가 정신을 차리게 함께 가서 설득 좀 해줘."


"레이크웰 동생, 내가 뭐 어떻단 말이오? 검 이름이 사군자라더니, 군자는 남의 험담을 뒤에서 하는 게 아니라오."


소중한 사매의 숙소로 누군가 침투하려는 것을 발견하고, 잠행술로 몰래 뒤쫓아 온 남궁연호가 메이븐의 등 뒤에서 불쑥 모습을 드러내며 항의했다.

막 꿀같은 잠에 빠지려는 순간 불청객 둘의 방문을 받은 당화련이 다시 고운 아미를 찌푸리자, 메이븐이 이번에는 때마침 등장한 남궁연호를 돌아보며 애처롭게 부탁했다.


"남궁연호 형씨, 마침 잘 왔다. 니 방에서 자도 돼냐? 설마 사선을 함께 넘은 동료의 위기를 못 본 채 하진 않겠지?"


"뭘? 자네는 누군가? 위기고 나발이고 나는 아무것도 안 보이네. 사매, 이자를 아나?"


남궁연호가 처음보는 사람을 만났다는 듯이 메이븐을 손가락질하며 당화련에게 물었다. 메이븐이 빡쳐서 발차기를 날렸지만 남궁연호의 내공이 실린 손바닥에 잡히고 말았다. 한 발로 깡깡이를 뛰며 메이븐이 악을 썼다.


"남궁시렁궁시렁, 이 샛기가!"


"음적에게 사매가 협박당하는 데 어떻게 가만히 있으란 말인가. 누군지 모르겠소만. 당 사매를 그만 괴롭히고 당장 돌아가라."


발을 비틀어서 마침내 남궁연호의 손바닥에서 오른발을 빼낸 메이븐이 서럽게 외쳤다.


"남궁연호! 이 온실 속 화초 같은 샌님아. 남자도 여성의 신체적, 정서적 학대에 고통받기도 해. 그래서 도망쳐 온 거 잖아. 남자라서 태어나서 받아온 게 있으니 참고 살라는 소리하지 말라고. 난 부모님 없이 혼자 자란데다 평민거지라 그런 거 몰라."


엄밀히 말하면 평민도 아니고 거지도 아니었으며, 여자보다 예쁜 외모로 보자면 사회의 차별어린 시선이나 감당할 수 없는 적의를 감당했으리라 여겨지지 않는 메이븐티리얼 백작은 능숙하게 헛소리를 지껄였다.


"글쎄 아까부터 말하지만 난 아무것도 안 보이네. 누구신가?"


메이븐이 참지 못하고 이번에는 작정하고 기습적으로 남궁연호의 오금을 걷어찼다. 저번에 화살을 맞았던 여파로 다리 움직임이 아직 둔한 남궁연호가 부상 부위인 다리를 얻어맞자 고통에 찬 신음을 뱉었다.


"으윽. 비겁한..."


"뭔가 바바 언니를 화나게 만드신 건 없으신 건가요?"


"내 양심에 걸고 없다고 말하면... 믿을까?"


"아니요."


당화련은 빠르게 부정했다. 이제 슬슬 바바에게 레이크웰을 돌려 보내야 할 때라고 느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지 않는가. 가서 무릎꿇고 빌면 잘 해결될 거라고 타이르려는 찰나, 메이븐이 문득 궁금하다는 듯이 그녀에게 물었다.


"아, 근데 레터오프너가 사라지는 마법이 뭐야? 바바가 그걸 나에게 해보겠다던데."


"흡. 그, 그건요..."


쾅.


절묘하게도 순식간에 무슨 의미인지 알아들은 당화련이 얼굴이 새빨개져서 창문을 닫고 숨어버렸다.

닫혀버린 나무창문 앞에서 메이븐이 뭔가 자신이 못 물어볼 걸 물어본건가 싶어서 어리둥절한 눈으로 남궁연호를 돌아보았다.


"뭔데 저러시지? 남궁연호 넌 아냐?"


"모른다. 하지만 그런 류의 마술은 보통 소매나 바닥에 떨어뜨려 숨기더군. 그것도 모르냐? 우리 중원의 무림인들이 안력을 돋구면 그딴 건 금새 들통날 뿐."


"아, 저놈의 중화사상 바보 좀! 당화련 아가씨! 당화련 아가씨! 창문 좀 열어보세요. 제가 가진 서양식 비도와 비도 투척술을 드리겠습니다. 저를 불쌍히 여겨 주세요."


남궁연호가 장성한 여인의 방 창문을 오밤중 두드리는 메이븐을 보며 기겁해서 물었다.


"레이크웰 동생, 나는 뭐 안주나?"


"모르는 사람이라며."


서양식 비도술이라는 말에 흥미가 동했는지 잠금장치가 풀리더니 문이 열렸다. 골칫덩어리를 떠안게 된 당화련이 지끈거리는 머리 탓에 인상을 쓰고 팔짱을 낀 채 어깨에 숄을 걸치고 나왔다.


"춥고 민폐니까 두 분 다 일단 들어와봐요. 바바 언니가 오면 같이 자초지종을 듣고 타일러 봐요."


"그대는... 빛 그 자체!"


메이븐이 눈시울을 닦으며 내부에 들어가 재빠르게 의자에 앉았다. 남궁연호도 사매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며 함께 들어와 테이블에 앉았다. 마침 당화련의 몫까지, 테이블에는 정확히 세 개의 베네딕트 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의자가 있었다.


파르찬 루이스에게 몸을 팔아서 10만 골드를 벌어오게 만들려 한다는 메이븐의 말에 남궁연호가 마신던 물을 뿜어 버린 것을 제외하고 큰 일 없이 메이븐의 수난이 설명되었다.


"바바 언니가 장난이 좀 심했을 뿐이네요. 별거 없잖아요?"


"장난이 아니야. 바바는... 바바는 그렇고 그런 쪽으로 경험이 많아서."


"그렇다고 해도 파르찬 루이스 대장님이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 한 것도 아니고, 하룻밤 대...준다고 10만 골드를 주겠다고 제안한 일도 없잖아요? 그런데 미리 시험해본다니 준비시킨다니 일을 추진하는 전후가 엇나갔어요."


"그럴까? 어쩌면 장난일지도 모르겠다. 그럼 좋겠네..."


설득력 있는 지성인, 당화련의 추론에 납득한 메이븐이 희망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화련의 말처럼 베카는 단순한 장난을 치던 것이란 확신이 희망의 새싹처럼 서서히 그의 가슴 속에 움텄다.


"그나저나 그러면 당화련 아가씨하고 남궁바보는 어떻게 서대륙에 오고 황태자에게 고용된거야? 내전에 끼어드는 건 쉽게 선택할 일은 아닌데..."


메이븐은 일단 자신의 이야기를 마치고 그간 급하게 합류하느라 물어보지 못했던 특별용병이 된 배경에 대해 질문했다.


타국을 넘어 타대륙의 높은 가문 출신 사람들이 귀족들을 무장해제시키고 재산을 압수해 평민들에게 나누어준다는 이상에 동감했을 리 없다. 더더군다나 에반스 에스피온 황태자의 인성을 생각해 보았을 때 그를 직접 만나본 사람이라면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개판임을 한 눈에 알아차릴 수 있다.


"우리는 메이븐 티리얼의 활강시를 찾아요."



*



"엣츄!"


풍성한 금발을 가진 30대 중후반의 카리스마 넘치는 미남자가 집무실 책상에 마법 등불을 밝히고 앉아있다가 기침했다. 깜짝 놀란 연로한 보고자가 책상 앞으로 달려나와 간사하게 두 손바닥을 비비며 안부를 물었다.


"황태자님 어디 아프십니까?"


"아니야, 갑자기 감기기운인가? 콧물도 나고 목이 칼칼하군. 기분전환 삼아 그것이나 해야겠군."


"대령하겠습니다."


껌뻑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한, 정리되지 않은 긴 수염과 산발한 머리에 외눈 안경을 낀 백발 노인이 벽면에 메이븐 티리얼의 대형 초상화를 걸었다. 여자가 보았다면 심장이 내려앉을 만큼 매력적인 푸른 머릿결을 뽐내며 하얀 치아를 반짝이는 미소가 돋보였다. 그런데 그 초상화는 마치 천연두 환자의 피부처럼 이상하게 얼굴에 검은색 점과 곰보 구멍이 돋보였다.


"역시 테이먼 외무장관은 내 취향을 잘 아는군."


벽에 황태자 자신이 손수 단두대에 보낸 메이븐 티리얼 백작의 초상화가 올라오자 에반스는 흡족해하며 서랍에서 다트를 꺼냈다. 여러번 던졌는지 손때를 탄 흑단목 다트였다. 끝에는 뾰족하고 날카로운 송곳이 돋아나 있었다.


쉬익 퉁!


열걸음 정도의 공간을 넘어 메이븐의 콧잣등에 정확히 검은빛 다트가 내리 찍혀 부르르 떨었다. 한두 번 던져 본 솜씨가 아닌 듯 했다.


"이게 최고지! 이 손맛. 이런 카타르시스는 느낄 수 없어."


전율에 잠겨서 나머지 여섯개의 다트를 던지자 테이먼 외무장관이 박수를 쳐주고 다트들을 뽑아 냉큼 황태자의 책상 위로 가져왔다. 다트를 다시 통에 넣으며 황태자가 물었다.


"주변국들의 분위기는 어떤가?"


"임마뉴엘 제국은 메이븐 티리얼 처형에 흡족해하며 불개입하겠다는 비밀조약에 서명했습니다. 남부 히페리온의 국왕은 원래부터 귀족층이 옅고 왕이 강해 우리 제국의 전제군주적, 반귀족적 개혁을 흥미롭게 보며 국내를 정리할까 고민중이라고 합니다. 크게 걱정할 건 없어 보입니다. 다만 동부의 마도왕국의 경우, 헬키아가 본래 자유분방하고 귀족계급에 준하는 특권을 누리는 마법사들이 주를 이루는 국가라 특권해체와 왕권강화를 부르짖는 우리 제국의 개혁에 거부감을 갖는 듯 합니다."


"위험한가?"


"위험합니다. 세 국가 모두 에스피온 제국건국전쟁 초기 때의 80% 수준까지 병력을 회복했다고 합니다. 영토 탈환을 목적으로 이르나 늦으나 시비를 걸리라 보입니다."


"전쟁이 끝나고 7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국력을 빨리도 회복했군."


에반스가 보고서를 넘겨보면서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부분에 서명하고 죄없는 외무장관 테이먼 노인을 갈궜다.


"자네는 이 지경이 될 동안 뭐했나?"


하루이틀 녹을 먹은 게 아닌 테이먼은 재빨리 제3의 적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메이븐 티리얼이 주변국의 기반시설 전후복구에 그들이 지불예정이던 배상금을 투자한 게 문제입니다. 이 수법으로 대폭 전쟁보상금을 깎아준 겪이 되었습니다. 3국 모두 10년이 걸릴거라는 예상과 달리 5년 만에 전쟁보상금을 모두 지불해 버렸습니다."


"그 놈! 그 자식!"


에반스 황태자가 분노하여 책상 위에 놓인 여섯개의 다트를 어깨와 팔목의 온 힘을 실어 메이븐 티리얼의 초상화에 던졌다. 메이븐의 푸른 양쪽 눈과 이마, 목덜미, 양 눈썹에 차례로 검은색 다트가 박혔다.


"이게 다 메이븐 때문이야! 뭐, 전쟁노예를 돌려보내? 뭐? 전쟁보상금을 감면해줘? 전후복구를 지원? 그 노예들 공노비로 우리 제국에 남아있었으면 우리의 국력이었는데 돌려보내서 성실한 주변국의 납세시민으로 만들어줬잖아. 아오, 시발 새끼. 진작 그 놈을 패죽였어야 했는데."


'...그랬으면 전쟁에서 승리하지도 못했지 않을까요.'


외무장관 테이먼은 차마 그 생각을 입밖에 내지는 못하고,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황태자의 발언을 그저 못들은 척 했다.


"기사 아카데미에서 그 또라이의 멀쩡한 얼굴에 속아 친해지지만 않았어도. 우리 가브리엘라가 한 눈에 놈의 검술과 얼굴에 반하지만 않았어도... 내가 놈에게서 내 사랑 가브리엘라를 빼앗아 오려고 그렇게 공을 들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가브리엘라 에스피온, 제1황녀는 니 이복동생이야, 미친놈아.'


테이먼 백작이 저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턱살을 접으며 혐오스러운 얼굴을 해보였다. 그러나 노련한 행정가답게 상급자가 고개를 들어올리기 전에 얼굴 근육을 조정해 접대용 미소로 바꿨다.


"자네 외무장관 임기가 끝나면 내 전속 비서 어떤가?"


"제 나잇대도 그렇고 요즘 건강이... 외무부도 제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고 통 사정을 해서 남아있는 터라, 올해까지만 버티고 은퇴할까 합니다."


"몸이 아픈가? 그럴 땐 아플 틈도 없게 일하면 되네. 그까짓 거 정신력으로..."


황태자의 집무실은 밤이 깊어도 불이 꺼질 줄 몰랐다. 친구가 괜히 친구가 아니었던 듯 워커홀릭인 점도 메이븐과 알게 모르게 닮은 에반스 에스피온 황태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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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중세 검의 종류와 검술 참고자료 목록 +1 18.07.19 120 0 -
37 폭풍같은 내전 - 평야의 결전 (2) 18.08.10 57 0 18쪽
36 [외전] M. T.의 기사 임용 면접 후기 18.08.09 58 0 15쪽
» 폭풍같은 내전 - 평야의 결전 (1) 18.08.06 77 0 17쪽
34 폭풍같은 내전 - 베네딕트 남작령 침공 (3) 18.08.05 75 0 18쪽
33 폭풍같은 내전 - 베네딕트 남작령 침공 (2) 18.08.04 69 0 18쪽
32 폭풍같은 내전 - 베네딕트 남작령 침공 (1) 18.08.03 102 0 19쪽
31 폭풍같은 내전 - 파르찬 루이스 유격대 (3) 18.08.02 101 0 18쪽
30 폭풍같은 내전 - 파르찬 루이스 유격대 (2) 18.08.01 121 1 18쪽
29 폭풍같은 내전 - 파르찬 루이스 유격대 (1) 18.07.31 118 1 17쪽
28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8) 18.07.30 108 0 18쪽
27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7) 18.07.29 102 0 19쪽
26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6) 18.07.28 102 1 18쪽
25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5) 18.07.27 107 0 19쪽
24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4) 18.07.26 91 0 17쪽
23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3) 18.07.25 129 0 17쪽
22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2) 18.07.24 109 0 17쪽
21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1) 18.07.23 127 1 19쪽
20 헤이스팅스 영지로 (4) 18.07.22 126 1 18쪽
19 헤이스팅스 영지로 (3) 18.07.21 151 1 19쪽
18 헤이스팅스 영지로 (2) 18.07.20 162 1 17쪽
17 헤이스팅스 영지로 (1) 18.07.19 154 0 19쪽
16 죄수의 딜레마 (4) 18.07.17 161 0 19쪽
15 죄수의 딜레마 (3) 18.07.16 146 0 18쪽
14 죄수의 딜레마 (2) 18.07.15 175 0 18쪽
13 죄수의 딜레마 (1) 18.07.14 194 0 20쪽
12 황도의 비밀결사 (4) 18.07.13 176 1 19쪽
11 황도의 비밀결사 (3) 18.07.12 200 1 19쪽
10 황도의 비밀결사 (2) 18.07.11 254 1 19쪽
9 황도의 비밀결사 (1) 18.07.10 307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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