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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께스 님의 서재입니다.

죽다 부활해서 방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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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께스
작품등록일 :
2018.07.02 16:14
최근연재일 :
2018.08.10 22:24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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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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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04,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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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2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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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4)

DUMMY

성기사단까지 합류하자 도망칠 수 있다는 희망이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베카는 점점 감상적이 되는지 한 층 말이 없어지다가, 밤에 별을 올려다보며 메이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야, 정말 이대로 죽어?"


"엘프인데 왜 죽겠냐. 함부로 너 못 죽인다. 장담하마."


메이븐은 생각했다. 기사단장인 일리오네도, 성녀 스텔라도 메이븐을 죽이는 것만은 어떻게든 막아줄 것이다. 더군다나 그에게는 저승에서 저승사자가 직접 보장한 8년 한정 생존권이 보장되어 있지 않은가?

그러나 베카도 산다는 확신은 없었다.

베카가 우울해하자 어깨에 기댄 머리를 차마 쳐내진 못하고 인간베개 신세가 된 메이븐이 저 멀리 모닥불 가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소피아와 후스를 보았다.

나이차가 꽤 나서 아버지와 딸로 보였지만 적어도 후스가 보이는 분위기는 아버지의 인자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탈출하는데, 미안하지만 소피아를 이용해 먹어야 겠어. 헤이스팅스 경비대가 나와 베카를 그녀 때문에 놓친다면 소피아의 인생이 망가질 게 뻔하지만, 일단 우리는 목숨이 달린 거니까...'


순진하고 선량한 여인을 탈출에 이용할 속이 시커먼 계획을 세우며, 메이븐이 소피아를 관찰했다. 베카가 메이븐의 발을 뒤꿈치로 찍었다.


"악!"


"쟤야 나야?"


"바바, 뭔 개소리야. 탈출 방법을 찾고 있다고."


메이븐이 비명을 지르고 발등이 부러지지 않았나 걱정하며, 기사들에게 들리지 않게 베카에게 속삭였다. 베카가 미안했는지 헛기침을 하고, 곧 태연하게 물었다.


"난 또 뭐라고. 그런 거면 나한테 미리 보고를 했어야지. 또 여자한테 무슨 민폐를 끼칠 계획이야?"


"그건... 생각중이야."


양심상 민폐라는 단어는 부정하지 못하고 메이븐이 계속 소피아와 후스를 살펴보았다. 후스는 틈만나면 소피아를 찾아 이야기를 나누고 소피아가 관심없어 하다가 이따금 눈을 초롱초롱 반짝이며 후스에게 말을 걸었다.


"바바, 저 둘의 대화가 들려?"


베카가 '남의 대화를 엿듣는 건 취미가 아닌데'하고 궁시렁거리며 그녀의 밝은 귀로 상황을 파악해 악려주었다.


"소피아가 후스에게 노아 자작님이라는 귀족 이야기를 듣고 있어. 음, 노아 자작은 후스의 조카이고 소피아와 동갑내기인 것 같아. 소피아의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보니 그녀가 노아 자작을 사랑하고 후스 경이 다리를 놓아 주려나 본데?"


"그렇단 말이지."


메이븐은 후스 경의 두 눈이 소피아의 얼굴에 고정된 것을 확인하고 빠르게 회유계획을 수립했다.


"노아라는 사람에게 단단히 빠졌어. 레이크웰, 미남계는 안 먹힐거다, 야."


베카가 메이븐을 비웃으며 속삭였지만 메이븐은 베카의 귀에 후하고 바람을 불어넣었다.


"악! 뭐하는 짓이야."


"생각 좀 하게 떨어져 봐."


얼른 떨어진 베카가 귀를 문질러 대자, 그제야 홀로 상념에 잠길 수 있게 된 메이븐이 소피아와 후스 경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바바 잘 듣고 협조 좀 해줘."



*



후스 경에게 노아 자작의 소식을 듣고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던 소피아가 그녀를 살피는 선이 가느다란 미소년의 눈길을 인지했다. 슬쩍 메이븐을 돌아보자 눈웃음 지은 메이븐이 상큼하게 아름다운 얼굴로 그녀를 마주보았다.


'저 소년... 눈빛이 굉장히 음흉해.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아.'


노아-바라기인 소피아에게 미남계는 먹히지 않았을 테지만, 첫인상부터 밑지고 들어간 메이븐은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베카와 함께 자연스럽게 감시하는 기사들의 양해를 구해 소피아에게 다가왔다.


"소피아 양, 후스 경과 친하신가 봐요."


"네? 아, 꼭 그런 건 아니고. 그 분께서 조카님을 소개시켜 주신다고 하셔서요. 제가 조카인 노아 자작님 상대로 어울릴 것 같아 마음에 드셨데요."


"소피아 양은 노아 자작님을 좋아하세요?"


베카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메이븐의 더러운 눈빛 때문에 날카롭게 세웠던 신경도 가라앉고, 마법의 단어를 들은 소피아가 몽롱한 얼굴로 밤하늘을 올려다 보며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소피아는 곧 화끈거리는 두 뺨을 손으로 감싸고 말했다.


"노아 자작님은 기사수련 시절 저를 보아주셨어요. 웨어울프 무리 토벌 이후 헤이스팅스 성으로 돌아오는 길이셨는데, 퍼레이드로 지나가다 제가 만들어드린 화환을 받아주셨어요."


"그리고, 또, 또?"


베카가 계속하라고 물었다.


"무척이나 강하시고, 늠름하시고 믿음직스럽고 상냥해요."


"아니, 둘 사이에 무슨 사건이 있었냐 이런 말이야."


"아직은 없어요. 후스 경께서 소개시켜 주신데요."


메이븐이 과연 예상대로라며 고개르 를크게 끄덕였다. 베카가 김이 샜는지 '결국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거네'하며 동경의 상대에게 푹 빠진 소녀 소피아를 딱하게 바라봤다.

소피아가 부끄러웠는지 말을 돌리려 베카에게 뜬금없이 물었다.


"그럼 레이크웰은 어떤데요?"


베카가 메이븐의 눈치를 보고 소피아를 끌고 가더니 멀찍이서 소피아의 귀에 속닥거렸다. 그러자 소피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가 메이븐을 보며 의미모를 미소를 지었다.


"소피아 양, 얼른 있는데로 말해줘요. 안 그러면 내일부터 후스 경에게 달라붙어 노아 자작과 소피아 양을 언제 소개시켜 주는지 하루종일 물어볼거에요."


"쿡... 그러지마요. 레이크웰은 여자가 우는 척하며 부탁하면 다 들어준데요."


"바바! 너 지금까지 일부러 연기한 거였어?"


충격을 받아 소리친 메이븐이 배신감에 휘청이며 베카를 보았다. 베카는 의미심장하게 강아지의 턱을 긁어주듯 허공에 손을 올리고 메이븐에게 손짓했다.


"우쭈쭈, 속았쪄요? 속은 놈이 바보이세요."


"시발."


그날 밤은 소피아 양과 친해지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끝났다.

그리고 며칠 간 메이븐과 베카는 눈에 띄지 않게 호송단의 단장인 중년의 깃 기사후스 경이 틈나는 대로 말을 몰아 소피아에게 다가가 추근거리는 모습을 보았다.


"와, 가정도 있는 아저씨가 뭐하는 거람."


"바바, 네가 보기에도 후스 경, 뭐가 있지?"


"응."


그날 어느덧 황도까지 가는 중감지점을 넘었다. 긴장이 풀어진 호송대가 일찍 야영준비를 마치고 천막을 설치했다. 베카와 메이븐이 가지 않아도 이제는 소피아가 쪼르르 달려와 나란히 앉았다.

베카가 옆구리를 쿡 찌르자 메이븐이 결심한 듯 차마 하고싶지 않았던 말을 꺼내기로 했다. 탈출하려면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만일 일리오네가 체포명령을 내린 뒤 그녀도 직접 말을 타고 베카의 목을 베고 메이븐을 잡아가려 오고 있다면, 길이 엇갈리지 않는 한 내일모레 만나게 될 것이다.


'딱히 난 일리오네를 피하는 건 아닌데.'


메이븐이 옆을 슬쩍보자, 신비로운 나뭇잎을 닮은 초록빛 생머리를 한 베카가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탈출하지 않으면 그녀는 죽는다. 엘프니까 죽이지 못한다고 수차례 설명했지만 베카는 일리오네에게 넘어가면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었다.


"휴, 소피아 양.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말을 드려 죄송합니다."


'일단 속이고, 나중에 찾아서 보답하든 말든 하자. 나와 베카의 목숨이 오락가락 하는 것보다는 이 여자가 우릴 풀어주고 곤경에 처하는 게 낫잖아. 방탕아 레이크웰이 무슨 정의의 사도도 아니고.'


메이븐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예에? 레이크웰 씨 왜 그러세요?"


"소피야 양이 순수해서 남성의 마음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때로 중년의 남성은 말할 수 없는 욕망을 품기도 합니다. 제 말은 후스 경은 어쩌면 노아 자작에게 당신을 소개시켜주려는 게 아니라, 그 본인이 당신에게 관심있어서 자꾸 가까워지려 핑계를 대는 건지 모른단 겁니다. 아마 노아 자작은 소피아 양의 이름도 모를... 겁니다."


"뭐라구요? 그게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에요. 저 살짝 기분이 나빠졌어요."


"아닙니다, 소피아 양. 이제 곧 죽을 운명인 저나 베카가 왜 헛된 이야기를 하겠습니까. 생의 마지막에 친구가 된 분이 행복하시기를 기원하며 꺼낸 조언입니다. 늙은 할머니들이 젊은 청년들의 어깨를 쓰다듬고 싶으면 가장 먼저 쓰는 핑계가 뭔지 아십니까? 혼기가 찬 자기 딸이나 손녀입니다. 우리 딸, 손녀가 소문난 미녀인데 하고 운을 떼면서 사위 같다며 쓰다듬으면 되거든. 그러면 제3자에게 홀라당 넘어가는 것도 막고 헛된 기대를 불어넣어서 매력적인 청년을 남이 데려가지 못하게 할수도 있거든요."


소피아가 조금 넘어온 듯, 살짝 놀라며 메이븐을 보았다.


"그 방법을 나이든 남자들도 똑같이 쓴다는 건가요?"


"그런 방법을 사용하는데 익숙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후스 경은 그 사례로 보이는군요."


"말도 안돼요. 맙소사.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어요? 순수한 호의로 소개시켜 주시려는 거에요. 나쁜 마음을 먹는 분들이 얼마나 되겠어요?"


이번에는 베카가 도움을 주려고 얼른 소피아에게 물었다.


"혹시 후스 경이 의논할 일이 있으니 단둘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만나자고 한 적은 없나요?"


"그, 그걸 어떻게?"


메이븐은 베카의 물음에 소피아가 당황하자 '신이여, 이 순진한 처녀를 구원하소서'라고 마음속으로 기도 올렸다.


"물론 상당수는 그 의도가 순수할 겁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순수한 사람들만큼이나 그런 순수한 사람들을 등처먹는 사람도 많습니다."


양심이 아렸지만 내색하지 않고 메이븐이 달변을 쏟아냈다. 소피아를 보며, 메이븐이 놀라는 얼굴을 했다.


"그리고 아십니까? 놀랍게도 그 순수한 사람들을 등처먹는 사람들은 자신들도 순수한 사람이라고 믿습니다. 공공연히 그렇게 자신을 소개하는데 스스로를 속일 만큼 능숙하지 않으면 남도 속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설마, 후스 경이..."


소피아가 고개를 절래 절래 저으며 베카와 메이븐으로부터 조금 떨어졌다. 눈물까지 글썽여서 눈물에 약한 메이븐은 차마 더 몰아붙일 수가 없었다.


베카가 혀를 차더니 메이븐의 엉덩이를 그녀의 무릎으로 소리나지 않게 차고 소피아에게 부드럽게 이야기했다.


"사람 내면의 어둠은 깊어.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소피아, 언니가 볼 때 후스 경이 얼마나 오래 작업 걸어 왔는지 모르지만, 그의 조카라는 어린 자작은 네 이름조차 모르고 있을 걸?"


"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요! 저는 그 분을 홀로 연모하며 2년 동안 가슴앓이 해왔단 말이에요."


이제 소피아의 두 눈에서 눈물이 줄기줄기 흘러나왔다. 정신을 차린 메이븐이 베카의 손을 쥐고 이를 악문 채 이야기했다.


"그걸 아니까 해주는 말이잖아. 사랑은 스스로 쟁취하라고. 주위에 기대거나 안이하게, 해준다는 데로, 흘러가는 데로 내버려두지 마. 직접 그 자작에게 찾아가 당당하게 네 이름을 말하고 손수건이라도 건네."


"..."


소피아가 깊은 고민에 잠긴 듯 조금씩 눈물을 그치고 충혈된 눈으로 메이븐과 베카를 보았다. 베카가 얼른 다가가서 그녀의 손수견으로 소피아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베카의 손을 묶은 수갑이 철그럭거리며 쇳소리를 냈다.

경계를 서는 병사들이 돌아보았지만, 도주하거나 별다른 기색이 없자 그대로 방조하고 자기들끼지 계속 한담을 나눴다.


"소피아, 부탁이 있어. 우리를 풀어줘. 레이크웰과 나는 사랑하는 사이야. 우리를 갈라놓으려는 윗사람이 누명을 씌워 체포한 거라고. 우리는 사실 죄인이 아니야. 사랑의 도피를 한 연인이지."


"제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요?"


소피아가 베카의 손을 쳐내고 뒤돌아 도망쳐버렸다.


'실패인가.'


메이븐이 입술을 깨물며 그 처량한 여인의 뒷모습을 보았다.



*



날이 저물며 산안개가 내려온 깊은 밤이었다.

보초를 서던 병사들도 졸고 베카와 메이븐도 하루 종일 무거운 족쇄와 수갑을 끌고 강행군을 하는 피로로 쓰러져 잠들었을 때 부스럭 거리는 소음에 메이븐이 눈을 떴다.


'누구?'


침침한 눈을 힘겹게 떠올리자. 안개 속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소피아 양? 어쩐 일이세요?"


정신을 차린 베카도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 베카의 카이트 쉴드와 투핸디드소드가 곁에 내려놓아진 것을 보았다. 그리고 메이븐의 에스토크, 사군자와 소드브레이커도 그 옆에 가리런히 놓여있었다.


"후스 경에게 부탁해서 잠시 구경하고 싶다고 받아온 무기에요. 빨리 도망가요."


"...정말요? 그러면 소피아 양께서 위험해 지시지 않나요?"


메이븐은 빠르게 상황판단을 하고 마음속으로 환호하며 미스릴 에스토크를 족쇄의 사슬 결합부위에 밀어넣어 지렛대 삼아 끊으며 물었다.

얼굴 표정은 진중하기 그지없어, 누가 보아도 소피아를 걱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겉보기로만.


"...두 분의 말이 사실이었어요, 올리비아 경이 노아 자작님과 친한데 자작님은 따로 수년간 사랑해온 여인이 루이스 영지에 계시고, 오는 여름 결혼할 예정이시래요. 그리고 아마... 두 분 말처럼 제 이름은 모르실거래요. 흑."


소피아가 숨죽인 눈물을 툭툭 낙엽 위로 떨어뜨렸다. 메이븐과 베카가 이 급격한 전개에 당혹하여 서로를 돌아보았다.


'정말...? 맙소사 우린 그냥 이 여자를 속여서 탈출하려고 싸구려 이야기를 꾸몄는데.'


메이븐이 족쇄를 풀고 혀를 차는 사이 베카가 일어나 소피아를 조용히 끌어안고 위로해 주었다. 메이븐은 그 사이 베카의 족쇄와 수갑도 끊어내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애초부터 힘이 장사인 베카가 미스릴 에스토크를 쥐고 끊었으면 쉽게 끝났을 일이다.


마침내 베카의 족쇄도 끊은 메이븐이 숨을 크게 몰아쉬며 무장을 챙겼다. 족쇄의 사슬은 끊었지만 발목에서 벗겨낸 것은 아니기에 베카는 소드오러를 사용하지 못한다.

메이븐이 부지런히 베카의 등에 카이트 쉴드와 투핸디드소드를 고정하는 사이 베카가 소피아에게 물었다.


"우리가 도망치면 소피아 양이 난감해 질텐데 괜찮겠어요?"


"괜찮아요. 부디 두 분은, 흑. 사랑을 이루시기 바래요."


메이븐은 양심을 불에 달군 쇠꼬챙이로 지져도 이렇게 아프진 않을 것 같았다. 눈을 질끈 감은 그와 달리 끝까지 소피아를 속이기로 작정했는지 베카가 말했다.


"고마워요. 고마워요, 소피아 양. 제 뱃속에 있는 아기가 태어나면 소피아라고 이름 붙일게요."


순간 메이븐의 몸이 굳었다. 베카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고도 숨이 턱 막혀왔던 것이다.

베카가 메이븐의 이상을 알아채고 왼발로 지긋이 메이븐의 오른발을 밟아주었다. 통증에 정신이 돌아온 메이븐이 베카에게 망토를 둘러주고 조용히 있으라고 한 뒤, 살금살금 졸고 있는 경비병들에게 기어갔다.


'베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까지 거짓말할 필요가 있나.'


흘깃 뒤돌아보자, 베카의 말에 완전히 홀라당 넘어왔는지 소피아가 기도하듯 베카의 두 손을 움켜쥐고 가슴에 안은 뒤, 그녀가 싸온 육포와 건과일, 물을 주섬주섬 담아주었다. 베카가 친 임신란 거짓말의 효과는 소피아의 모성애까지 자극해 굉장했던 것 같다.


천벌을 받을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하며 메이븐이 잽싸게 사군자의 묵직한 폼멜로 졸고 있는 경계병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가죽이 터지는 듯한 퍽 퍽 소리가 나며 두 경계병이 나란히 쓰러졌다.


"저는 걱정하지 마시고, 어서 도망가세요."


"잠깐만."


걱정이 된 베카가 다가가서 메리의 옷 여기저기를 자신의 투핸디드소드로 거칠게 잘라내고 양해를 구한 뒤 그녀의 목에 얇은 자상을 남겼다.


"우리에게 협박당해서 저지른 일이라고 하세요. 이 은혜 꼭 갚을께요."


"걱정말아요. 바바 언니. 언니 꼭 이사벨라와 함께 살아남으셔야 해요."


'맙소사. 그 사이에 둘이 새로 이름까지 지었어.'


메이븐이 남모르게 혀를 차며, 생명의 은인인 소피아에게 목례하고 베카와 함께 밤 안개 속으로 몸을 던졌다. 말이 쫓아올 수 없도록 산을 타고 올라갈 계획이었다. 몬스터가 많은 숲이다.


베카와 메이븐은 손은 잡고 도망치다가 몇 번이고 여전히 그들이 사라진 방향을 보며 눈을 훔치고 있는 시골 여인의 형상을 뒤돌아 보았다.


앞으로 이 일로 말미암아 그녀의 삶에 다가올 역경을 염려하며, 둘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계속했다.


밤이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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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폭풍같은 내전 - 평야의 결전 (2) 18.08.10 57 0 18쪽
36 [외전] M. T.의 기사 임용 면접 후기 18.08.09 58 0 15쪽
35 폭풍같은 내전 - 평야의 결전 (1) 18.08.06 76 0 17쪽
34 폭풍같은 내전 - 베네딕트 남작령 침공 (3) 18.08.05 74 0 18쪽
33 폭풍같은 내전 - 베네딕트 남작령 침공 (2) 18.08.04 68 0 18쪽
32 폭풍같은 내전 - 베네딕트 남작령 침공 (1) 18.08.03 101 0 19쪽
31 폭풍같은 내전 - 파르찬 루이스 유격대 (3) 18.08.02 101 0 18쪽
30 폭풍같은 내전 - 파르찬 루이스 유격대 (2) 18.08.01 121 1 18쪽
29 폭풍같은 내전 - 파르찬 루이스 유격대 (1) 18.07.31 117 1 17쪽
28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8) 18.07.30 108 0 18쪽
27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7) 18.07.29 101 0 19쪽
26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6) 18.07.28 102 1 18쪽
25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5) 18.07.27 107 0 19쪽
»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4) 18.07.26 91 0 17쪽
23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3) 18.07.25 129 0 17쪽
22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2) 18.07.24 109 0 17쪽
21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1) 18.07.23 127 1 19쪽
20 헤이스팅스 영지로 (4) 18.07.22 125 1 18쪽
19 헤이스팅스 영지로 (3) 18.07.21 151 1 19쪽
18 헤이스팅스 영지로 (2) 18.07.20 162 1 17쪽
17 헤이스팅스 영지로 (1) 18.07.19 154 0 19쪽
16 죄수의 딜레마 (4) 18.07.17 161 0 19쪽
15 죄수의 딜레마 (3) 18.07.16 146 0 18쪽
14 죄수의 딜레마 (2) 18.07.15 175 0 18쪽
13 죄수의 딜레마 (1) 18.07.14 193 0 20쪽
12 황도의 비밀결사 (4) 18.07.13 176 1 19쪽
11 황도의 비밀결사 (3) 18.07.12 200 1 19쪽
10 황도의 비밀결사 (2) 18.07.11 254 1 19쪽
9 황도의 비밀결사 (1) 18.07.10 307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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