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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께스 님의 서재입니다.

죽다 부활해서 방탕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마르께스
작품등록일 :
2018.07.02 16:14
최근연재일 :
2018.08.10 22:24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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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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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글자수 :
304,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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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2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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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헤이스팅스 영지로 (4)

DUMMY

투핸디드소드의 정비도 마쳤다. 발레리의 대장간을 나온 둘이 말을 끌고 여관을 찾아 광장을 가로지르니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영지민이며 영지방문자들이 메이븐의 얼굴을 보고 수근대는데 반은 호의적이고 반의 적대적이었다.

어째서 그런가 의문을 갖는 사이, 베카가 게시용으로 만든 벽에 걸린 험상궂은 데쓰나이트 수배지를 가져왔다.


"이야, 여기도 네 수배서가 있네."


그리고 어두운 기운이 풀풀 풍기는 나이든 메이븐의 몽타주가 그려진 수배지를 미소년 버전 메이븐의 얼굴 옆에 대고 대조해 보는 것이다.


"뭐하는 거야, 치워!"


당황한 메이븐이 수배지를 도로 빼앗아 게시판에 붙이고 황급히 자기 얼굴을 가리고 나왔다. 그가 잡혀가기 싫어서 혼잣말했다.


"머리를 더 짧게 깎을까? 그리고 화장을 해서 변장할까?"


"레이크웰, 그러지 말고 여장은 어때?"


"네가 먼저 남장을 해보겠다면 고민해보지."


베카가 정색하고 메이븐을 부릅뜬 눈으로 보았다.


"미쳤어? 너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지."


'아니, 그럼 내 여장은 할 말이었던 건가?'


메이븐 역시 황당한 얼굴로 베카를 마주보다가, 혀를 차고 자신의 옆구리에서 에스토크를 풀어 말의 등에 얹혀진 짐에 안 보이게 꼭꼭 숨겼다.

그리고 날이 예리하게 잘 갈린 소드브레이커를 꺼내 남청색의 양옆머리를 짧게 밀었다.


"야야, 그렇게 발버둥쳐도 들키게 되어있다. 멀리 안간다."


베카가 메이븐의 절박한 삭발식을 보고 옆에서 성질을 돋구웠다.


"그리고 내가 널 신고해서 너도 잡혀가겠지."


메이븐의 일침에 나름의 이중잣대가 명확하고, 자기자신에게 관대한 베카가 다시 정색했다.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할 수 있어? 잡혀가도 의리가 있지 당연히 '그간 고마웠어. 네 행복을 빌께' 그러고 혼자 가야하는 거 아냐? 물귀신도 아니고 남자가 그러면 안돼지."


"성차별적인 발언 하지마. 그리고 너, 자기자신한테 너무 관대한 것 같다."


메이븐이 투덜거리면서 바람을 등지고 베카 쪽으로 머리카락이 날아가도록 머리카락을 털었다. 베카가 얼굴에 머리카락 부스러기를 맞고 질색해서 몸을 피했다.


"이보시오. 채권자 양반, 아직 한달 안 지났..."


"돈은 아까 다 돌려줬잖아."


오우거 사체를 판 대금을 반씩 나누어서 베카가 메이븐에게 빌린 돈은 메이븐에게 베카의 중지손가락과 함께 돌아왔다.

메이븐은 더 이상 채무관계도 아닌데, 고갱님도 아닌 주제에 대접받으려는 베카에게 배알이 꼴렸다. 앞으로 주저없이 칼날같은 쓴소리를 날리리라.


"동네사람들 우리 레이크웰이 달라졌어요. 이렇게 까칠한 애가 아닌데, 어디서 뭘 잘못 주워먹었나. 언니가 아무거나 주워먹으면 안된다 그랬지? 지지야. 지지."


"아아악. 주둥이 좀 다물어."


마굿간이 있고 따듯한 물로 씻을 수 있는 이층여관을 발견하고 말을 맡기고 들어갔다. 그리미어 숲까지 여정을 준비할 겸 프런트에서 방 두개를 빌리고 3일간 묶기로 결정했다.


메이븐이 거지몰골인 몸을 씻고 내려오자, 베카가 테이블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메이븐의 몫으로 보이는 대형 맥주잔도 테이블 맞은편에 놓여있었고, 새끼양 앞다리 훈제와 소시지, 구운 채소가 식사로 서빙되어 모락모락 김을 피워올렸다.


"여기 특제요리래. 먹어봐."


단두대에 처형되기 전에 술이라고는 업무를 과하게 해서 불면증이 온 날 잠들려고 마신 위스키 한 잔 밖에 없던 메이븐은 그의 머리통만한 대형 맥주잔을 잠깐 불안하게 본 뒤 마주앉았다. 그러나 저러나 육포와 건과일로 열흘간 끼니를 때우다 제대로 된 요리를 마주하니 군침이 흐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손으로 집어먹는 베카를 야만스럽게 보던 메이븐이 능숙하게 나이프와 포크로 살점해체를 시작했다.


"남자새끼가 깨작깨작. 아이고, 차라리 떼라 떼."


"떼기는 뭘 떼는데?"


"그, 그건..."


베카가 눈을 가늘게 뜨며 다시 성차별적인 발언을 했다. 그러나 요리에 온 신경을 집중한 메이븐이 정면으로 면박을 주자 당황해 말을 얼버무렸다. 메이븐은 실소하고 조심스럽게 입안에 터지는 육즙을 감상했다.

깨작거림을 보다 못한 베카가 양다리를 내던지고 메이븐의 옆으로 가서 팔로 목을 감싸조였다.


"아가리 벌려, 들어간다."


"야, 이 무식한 년아 뭘, 우읍."


베카가 킬킬대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가운데 메이븐의 목구멍에 사람 머리통만한 맥주잔을 그대로 들이부었다. 맥주와 브랜디를 혼합한, 생각보다 도수가 높은 여관의 술이었다.


시원시원하게 꼴깍이는 메이븐의 하얀 목젖을 보고 베카가 만족해서 자기 자리로 돌아와 자신의 맥주잔도 깨끗하게 원샷했다.


"키야, 이 맛이지."


"..."


반면 메이븐은 불안하게도 말없이 빨개진 얼굴로 베카를 보다가 길게 트림했다. 트림을 사람이 저렇게 길게 해도, 어떻게 먹었던 게 도로 나오지 않을 수 있나 싶을만큼 길고 강렬한 트림에 주위에서 술을 마시던 사람들이 돌아보았다.

메이븐의 얼굴이 바늘로 찌르면 피분수가 솟아오를 듯 빨개졌다.


베카가 재밌다고, 메이븐이 보건 말건 귀걸이에 있는 영상촬영기능으로 눈이 풀려가는 메이븐을 촬영했다. 메이븐은 물을 찾다가 결국 물을 구할 수 없자 베카의 맥주잔을 빼앗아 몇 모금 들이키더니 베카의 양 어깨를 붙잡았다.


"바바, 사실 나 진지하게 고백할 게 있어."


"뭐, 뭐, 뭐라고?"


어깨를 붙들렸지만 타고난 괴력으로 떨쳐낼 수 있는 베카가 왜인지 모르게 당황해서 그대로 몸이 굳어 메이븐을 보았다.

'진지하게 니가 싫어' 라고 말하려다가 속으로부터 끓어오르는 육감과 마지막 이성의 끈이 메이븐의 목숨을 위해 그 말을 지금하면 안 된다고 말렸다. 결국 죽음의 문턱에서 메이븐을 도로 끌고오는데 성공한 동물적인 생존본능 덕에 헛소리가 나왔다.


'니가 꺼졌으면 좋겠어.'


"나 사실 8년 밖에 못 살아."


"아까 낮에 말했잖아. 야 씨, 너 취했구나. 했던 말 또 하는 놈이네."


싱거워진 베카가 한숨을 쉬며 메이븐의 머리를 새끼고양이 쓰다듬듯 쓰다듬고 도로 자리에 앉혔다. 난데없는 달아오르는 청춘남녀의 후끈한 분위기에 잠시 조용해졌던 주위가 다시 시끌벅적해졌다.


"단두대에서 목 잘렸을 때, 저승 같다가 메피스토란 악마에게 들었어. 8년 뒤에 저승으로 돌아가게 된데. 명부록은 틀리지 않는다더라."


취한 메이븐이 흐끅거리며 눈물을 흘렸다. 베카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며 그녀 앞에서 훌쩍이는 미소년을 살폈다.


"그래서 앞날이 창창한 일리오네는 안돼. 미안하잖아. 동정으로 죽더라도 일리오네에게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아. 정 그러면 사창가에라도 가서 동정을 떼야지."


일리오네의 이름을 가지고 가슴을 애는 노래부르며 청승을 떨듯한 우는 미소년 앞에서 베카가 맥주잔을 쾅 테이블에 내리찍었다. 깜짝 놀라서 눈물을 그친 메이븐이 눈가를 닦고 딸꾹질하며 젖은 녹색생머리를 묶은 베카를 보았다.


"나 결심헀어."


"뭘?"


"네 동정, 내가 가져가려고."


숨막히는 박력에 주변에 지나가던 식당 직원이 놀라서 베카와 메이븐이 앉아있는 계단 옆 테이블을 빙 돌아서 피해갔다. 흥미진진한 전개에 식당 내에 앉아있던 취객들과 투숙객, 식당 손님 수십명의 시선이 일거에 베카와 메이븐에게 쏠렸다.


"미쳤어? 사창가에서 뗀다잖아, 너는 안돼."


"야, 그러다 매독이나 임질걸려서 돌아오는 머저리들 내가 황도의 협곡에서 한둘 본 줄 알아? 그거 낫지도 않고 개고생이야. 성병은 신성력으로도 못 고쳐."


"아아, 바이러스성 질환은 신성력으로 치료할 수 없지. 슬프게도 신성력은 미생물로 인한 질환에만 효과가 있는데, 추측컨데 바이러스는 스스로 대사활동을 하는 생명체가 아닌 관계로 신성력으로 제거되지 않는 것 같아. 마치 몸 속에 박힌 화살촉 파편이나 부러진 칼날 같은 거지."


메이븐은 이런 쓸데없는 말을 하며 현실에서 도피하다 취기가 올라 제대로 초점도 맞추지 못하는 눈으로 베카를 보며 경고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 안 취했어."


베카는 말없이 의자에 앉아있는 메이븐을 살짝 발로 걷어찼다. 중심을 잃은 메이븐이 바닥으로 쓰러지자 얼굴이 더러운 바닥과 맞부딪히기 전에 옷을 붙잡아 허공에 붙잡았다. 그리고 메이븐을 보쌈하듯 어깨에 짊어지고 계단을 향해갔다.


"동네사람들! 미친 엘프가 술취한 미성년자를 강간하려 끌고간다!"


"야, 닥치고 있어!"


헤어밴드로 귀를 가린 보람도 없게 엘프라는 말까지 내뱉고 취한 메이븐이 다급하게 팔다리를 저으며 구원을 요청했다. 범죄행위이지만 방조할 계획만 가득한 여관손님들과 직원이 메이븐이 뭐라 버둥거리든 신경쓰지 않고 잔을 부딪치며 건배했다.


"레이크웰, 내가 얼마나 경험이 많은데. 뿅가게 해줄께."


"꺼져. 내 동정은 너 따위에게 뺏길려고 간직해 온 게 아니야."


쾅!


배틀액스를 든, 목에 기다란 흉터가 있는 갈색머리의 덩치 하나가 바닥을 발로 내리쳤다. 바닥목재가 상할까 싶어서, 화가 난 여관주인이 째려보자 찔끔했지만, 거한은 베카를 향해 도끼를 겨누고 소리쳤다.


"항거불능 상태에 빠진 소년을 겁탈하려 하는군. 미성년자를 건드리다니 수갑이 무섭지도 않은가? 그냥 지나칠 수 없지. 난 한스라고 한다."


"도와줘요. 한스 형!"


생각보다 이런저런 시비가 자주 있는지 여관직원들이 능숙하게 한스와 베카 사이의 공간을 비워주고 나아가 여관 밖으로 향하는 길도 터주더니, 문을 열어주었다.


"결투는 가급적 여관 앞에서 하십시오. 어르신님들! 자, 배팅은 저한테 오세요."


여관주인이 프런트에서 소리치자, 실버와 동화들이 여기저기서 던져졌다. 여관주인은 바쁘게 그 금액을 세고 배팅한 사람들의 이름을 명부로 작성해 분필로 벽에 선을 그었다.

베카가 고개를 양쪽 어깨에 번갈아 붙이며 목을 풀더니, 다리를 잡아 그녀가 방금전까지 앉아있던 의자를 집어들었다. 메이븐은 그 사이 여관 위로 달려 올라갔다.


'에스토크! 에스토크를 가져와야 해. 소드브레이커 단검이라도.'


순결을 지키기 위해 은장도 대신 에스토크를 찾아, 비틀비틀 바닥을 사지로 기어서 처절하게 술취한 소년이 계단을 등반했다.

악당처럼 껄렁한 눈으로 베카가 한스를 노려보았다.


"왜? 이 소년하고 재미 좀 보려는데. 해보고 어딘가 좀 부족하면, 아쉬운 김에 그 쪽도 좀 서비스 해줄까?"


한스의 동공이 흔들렸다. 배틀액스가 힘없이 도로 얌전하게 그의 등에 매어졌고, 한스는 베카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순박한 시골 이웃 바보형의 인사같았다.


"여어 재미들 보라구!"


'크윽, 정의의 사도가 되기에는 저 여자가 너무 예뻤다. 미안하다고 어린 친구. 그나저나 서비스라니...'


망상의 늪에 빠져 침을 흘리는 한스를 뒤로 하고 베카가 다시 메이븐을 향해 시커먼 손길을 뻗었다. 베카의 귀에 매달려 있던 물방울모양 귀걸이는 어느새 기능을 정지시킨 채 베카의 호주머니에 구겨넣어져 있었다.

방해자도 없겠다. 이제는 맛있게 삼키면 그만이다.

마침내 에스토크를 찾아온 메이븐이 풀린 다리를 휘청거리며 검집에 넣은 에스토크를 지팡이 삼아 계단 위에 버티고 섰을 때, 이번에는 가느다란 여성의 미성이 여관식당 창가에서 들려왔다.


"거, 조용히들 처먹지. 어디 혼밥하는 솔로 서러워서 살겠나."


"뭐라고!"


"내 이름은 매드위다. 감히 여자의 정신을 조종해, 술취한 자신을 덥치게 만드는 쓰레기 같은 제국남자를 벌하러 왔지."


창가자리에서 존재감 없이 혼자 밥을 먹던 여성이었다. 매드위라고 자기를 소개한 핑크색 단발머리의 여성은 레이피어를 꺼내들고 계단 위의 메이븐을 겨눴다.


"녹색머리 여성분, 걱정하지 마세요. 이게 다 저 악마같은 소제국남이 당신에게 시킨 연극이지요? 여성을 멋대로 자기 마음대로 굴리려고, 마치 남자가 피해자인 척 꾸미려는 거에요. 어째서 다른 분들은 이 부자연스러운 상황에 의문을 갖지 않는거죠?"


'부자연스러워? 어디가?'


흥미진진하게 베카의 동정 미소년 보쌈을 감상하던 여관손님과 직원들이 서로를 돌아보았다. 그런 가운데 자신을 매드위라고 소개한 여성 검사가 자상하게 베카를 바라보았다.


"걱정하지 마세요. 녹색머리 엘프님, 제가 저 가증스러운 연기 중인 제국남자를 제국시키고, 당신을 탈코르셋 시켜드리겠어요. 다 저 악독한 제국남자의 협박 때문이신 거죠?"


"뭐? 나는 그런게..."


"자매님, 저만 믿으세요. 비켜요!"


오해를 풀려는 베카를 밀치고 매드위가 계단을 한 번에 세 칸 씩 뛰어올라 계단 위에 에스토크를 지팡이 삼아 겨우 버티고 있는 메이븐에게 달려들었다. 진득한 살기를 느끼자, 진심으로 자기를 죽이려 든다는 걸 안 메이븐이 소드마스터의 본능으로 검집에서 에스토크를 빼내고 매드위의 레이피어를 간신히 쳐냈다.

세검이지만 검신이 두꺼워 보기와는 다르게 무거운 에스토크가 가벼운 레이피어를 튕겨냈다.


컁!


그리고 그대로 중심을 잡지 못한 메이븐이 바닥에 머리를 박았는데 용케 그 와중에 에스토크는 놓치지 않았다. 매드위는 큰소리 친 것과 달리 실력있는 검사는 아니었는지, 레이피어를 쥔 시큰거리는 오른 손목을 왼손으로 부여잡고 대여섯칸 정도를 밀려내려가 메이븐을 노려보았다.


"제법이구나! 이 쓸모없는 제국남자 유충."


겨우 다시 에스토크에 의지해 몸을 일으켜 자세를 잡은 메이븐은 왠지 황도 한복판에서 베카에게 음적으로 몰려 살해당할 뻔 했던 날의 데자뷰가 떠올랐다.


"정말 안되겠구나. 그냥 한 방에 죽을 것이지! 여자에게 폭력까지 휘두른 쓰레기. 내 정의의 검을 받아라."


"정...당... 방위라고!"


메이븐이 매드위의 개소리에 이마에 혈관이 불거지게 소리지르며 다시 에스토크를 매드위를 향해 찔러넣었다.

베카와 한스를 중심으로 짜였던 여관의 배팅판이 어느새 매드위와 메이븐을 중심으로 다시 짜이고 있었다. 메이븐을 응원하는 소리와 매드위를 응원하는 소리가 뒤섞여 개판이 되었다.

그 와중 졸지에 구경꾼으로 밀려난 베카가 혼자 성질이 나서 매드위에게 소리질렀다.


"아니, 저기 난 그런 게 아니라고. 힘도 내가 더 쎄! 왜 니가 멋대로 내 인생을 재단하고 난리야. 너 그리고 레이크웰한테 칼질 하나 잘 못 먹여봐. 내가 가만 안 둔다."


순간 동료애가 물씬 느껴져 메이븐은 가슴이 심쿵했다.


"그러면 내가 오늘밤 쟤를 자빠뜨리지 못 하잖아!"


메이븐은 빠르게 동료애가 사그라드는 것을 느꼈다. 얼음물을 양동이째 머리 위에 뒤집어쓴 듯 정신이 빠르게 돌아왔다.


"어이, 매드위라고 했지? 너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면 어디가 제일 크게 다치는 지 알아?"


"모른다. 유충!"


"직접 당해보면 알겠지."


취기 때문에 휘청거리던 메이븐이 실수인 척 에스토크를 손에서 놓치는가 싶더니, 기회다 싶어 그의 앞에 허점을 보이며 달려드는 매드위를 보고 씨익 웃었다. 그리고 에스토크의 손잡이가 아니라 날이 세워지지 않은 검날의 끝을 오른손으로 쥐더니 검을 뒤집어 크로스 가드로 매드위의 발을 걸었다.


검날 끝부분을 잡고 검을 거꾸로 든 뒤, 검손잡이로 발을 걸어버린 것이다.


매드위가 예상치 못한 변칙적인 검술에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그리고 그대로 레이피어를 놓친채 계단을 데굴데굴 굴러 볼썽사납게 일층으로 내려갔다.


"엑! 꿱! 킁!"


매드위가 레이피어를 놓치고 발치로 굴러 내려오자 베카가 재빨리 올라타 팔을 꺾어 제압했다.


"내가 침발라 놓은 먹잇감을 망치려 손을 대!"


베카의 으르렁거림을, 엘프 괴력 때문에 팔관절이 부서질 듯 아픈 와중에도 입만 산 매드위가 받아쳤다.


"이익! 같은 여자를 방해한 여자에게는 지옥에 특별한 자리가 예정되어 있다."


베카가 아직 가야할 길을 모르는 어린양을 마주한 듯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잘 들어라 매드위, 미소년은 인류공동의 유산이다. 그건... 네가 인류공동유산 파괴 미수범이란 소리지."


그 사이, 여전히 에스토크를 거꾸로 쥔 채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온 메이븐의 에스토크 폼멜이 소리없이 베카의 뒤통수에 작렬했다.


"꾸에엑!"


돼지 멲따는 비명을 지르며 베카가 의식을 잃고 넘어갔다. 곧이어 눈물을 글썽이며 팔을 어루만지며 일어난 매드위의 뒤통수에도 다시 휘둘러진 메이븐의 에스토크 뒤 폼멜이 폼멜스트라이크로 작렬했다. 정신을 잃은 베카의 몸 위로, 기절한 매드위의 몸이 사이좋게 포개졌다.


대격전을 치른 메이븐의 귀에 그에게 배팅한 일원들의 환호성과 매드위에게 배팅했다 돈을 잃은 손님들의 야유가 들려왔다.


"니들도 잘 들어..."


메이븐이 살기가 충만한 파란눈으로 그 얼굴들을 하나 하나 똑똑히 돌아보았다. 에스토크의 폼멜이 기절한 베카와 매드위를 가리켰다. 메이븐의 기세에 놀란 구경꾼들이 침을 삼켰다.


"잘 들어. 방년 18세 레이크웰은 착하고 상냥한 소년이지만, 누구든 이 작은 칼잡이를 화나게 하면 좆되는 거야."


투숙객이 아닌 매드위를 식당 한 구석으로 끌고가 대충 모포로 둘둘 말아 버려두고 온 여관 종업원이 물었다.


"네?"


"시발 좆되는 거라고."


숨을 몰아쉬던 메이븐도 이내 의식을 잃고, 에스토크를 놓친 채 뒤통수에 혹이 난 베카의 곁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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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다 부활해서 방탕아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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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중세 검의 종류와 검술 참고자료 목록 +1 18.07.19 120 0 -
37 폭풍같은 내전 - 평야의 결전 (2) 18.08.10 57 0 18쪽
36 [외전] M. T.의 기사 임용 면접 후기 18.08.09 58 0 15쪽
35 폭풍같은 내전 - 평야의 결전 (1) 18.08.06 76 0 17쪽
34 폭풍같은 내전 - 베네딕트 남작령 침공 (3) 18.08.05 75 0 18쪽
33 폭풍같은 내전 - 베네딕트 남작령 침공 (2) 18.08.04 68 0 18쪽
32 폭풍같은 내전 - 베네딕트 남작령 침공 (1) 18.08.03 101 0 19쪽
31 폭풍같은 내전 - 파르찬 루이스 유격대 (3) 18.08.02 101 0 18쪽
30 폭풍같은 내전 - 파르찬 루이스 유격대 (2) 18.08.01 121 1 18쪽
29 폭풍같은 내전 - 파르찬 루이스 유격대 (1) 18.07.31 117 1 17쪽
28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8) 18.07.30 108 0 18쪽
27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7) 18.07.29 101 0 19쪽
26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6) 18.07.28 102 1 18쪽
25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5) 18.07.27 107 0 19쪽
24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4) 18.07.26 91 0 17쪽
23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3) 18.07.25 129 0 17쪽
22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2) 18.07.24 109 0 17쪽
21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1) 18.07.23 127 1 19쪽
» 헤이스팅스 영지로 (4) 18.07.22 126 1 18쪽
19 헤이스팅스 영지로 (3) 18.07.21 151 1 19쪽
18 헤이스팅스 영지로 (2) 18.07.20 162 1 17쪽
17 헤이스팅스 영지로 (1) 18.07.19 154 0 19쪽
16 죄수의 딜레마 (4) 18.07.17 161 0 19쪽
15 죄수의 딜레마 (3) 18.07.16 146 0 18쪽
14 죄수의 딜레마 (2) 18.07.15 175 0 18쪽
13 죄수의 딜레마 (1) 18.07.14 193 0 20쪽
12 황도의 비밀결사 (4) 18.07.13 176 1 19쪽
11 황도의 비밀결사 (3) 18.07.12 200 1 19쪽
10 황도의 비밀결사 (2) 18.07.11 254 1 19쪽
9 황도의 비밀결사 (1) 18.07.10 307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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