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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께스 님의 서재입니다.

죽다 부활해서 방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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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께스
작품등록일 :
2018.07.02 16:14
최근연재일 :
2018.08.10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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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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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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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0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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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같은 내전 - 베네딕트 남작령 침공 (2)

DUMMY

때늦은 후회 속에 메이븐이 왼손에 소드브레이커를 꺼내 들고, 어거스트 경에게 보이지 않게 등 뒤로 감췄다. 그리고 공격해 들어온 바스타드소드를 피해 바닥을 스치듯 낮게 달려들어, 갑옷의 빈틈이 드러난 허벅지 사슬연결 부위를 찔렀다.


"제법이구나!"


어거스트가 예상 외로 자신의 혼신의 힘을 담은 한 손 찌르기를 막아낸데다 반격까지 시도한 상대방에게 감탄했다.

메이븐의 찌르기는 어거스트가 허리를 비틀며 갑옷의 대퇴부 판금으로 파란빛이 감도는 사군자를 빗겨내며 무효화되었다.


카강.


"갑옷을 뚫지 못하는 검은 쓸모가 없지. 소드오러를 써라."


'쓸 수 있으면 아까 썼겠지 왜 안 썼겠냐!'


메이븐이 서러움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억울해 하며 다시 어거스트 베네딕트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차가운 눈구멍 너머로 어거스트가 방금 메이븐의 검이 자신의 갑옷을 두들기자 스스로의 방심을 반성하고 경계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만약 메이븐이 소드익스퍼트 중급, 아니 하급 수준의 소드오러만 에스토크 사군자에 덧씌웠으면 그대로 갑옷을 뚫고 들어가 결투가 끝났을 것이다. 괜히 전직 소드마스터가 아닌 것이다.


"젖비린내, 다시 부딪혀보자."


메이븐의 날카로운 찌르기를 경계한 듯 몸을 옆으로 비스듬히 기울여 정면의 메이븐에게 보이는 면적을 최소화한 어거스트가 허리를 굽히고 뛰어들었다. 그의 바스타드 소드는 위에서 아래를 향해 큰 반원을 그리며 강하게 내리찍어졌다.


힘과 덩치, 그리고 메이븐의 한손용 에스토크보다 긴 바스타드소드의 리치를 이용해 승부를 보려는 것이다.


'그렇게 놔둘 수는 없지.'


메이븐이 등 뒤에 숨겨놓았던 소드브레이커를 꺼냈다. 그의 소드브레이커는 애초에 검은색으로 색이 칠해져 있어 어둠 속에서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메이븐이 몸을 오른쪽으로 한발짜국 내딛으며 왼손의 소드브레이커로 내리쳐진 바스타드소드를 붙잡았다.


'체크메이트다.'


이반 군터의 무기고에서 꺼내 온거라 나름 고급품질인 소드브레이커에 노란빛 소드오러를 머금은 어거스트의 바스타드 소드가 반 가까이 박혀들었다. 소드브레이커 자체의 이빨과 같은 톱날에다 반쯤 절단해내다 막혀버린 어정쩡한 절삭효과 때문에 소드브레이커에 어거스트의 바스타드소드가 자석처럼 찰싹 달라 붙어 버렸다.


"이 무슨!"


소드브레이커는 상대해 본 경험이 없었는지 어거스트가 당황하는 사이 메이븐이 재빨리 왼손의 손목을 틀어서 어거스트 베네딕트의 바스타드 소드가 탄성으로 살짝 휘어지게 만들었다. 이러면 검을 뺴내는 것이 더 어렵게 된다. 소드브레이커에 걸렸을 때는 빠르게 뒤로 물러나며 검을 당겨야 하는데 어거스트는 그 기회를 놓친 것이다.


"군자의 복수는 지금부터다."


메이븐이 낮게 읊조리며, 바스타드 소드를 내리찍으며 그의 코앞까지 다가와 훤히 드러난 어거스트 베네딕트의 투구 눈구멍 속으로 밀어 넣었다.


"아아악!"


어거스트가 괴성을 지르며 소드브레이커에 맞물린 바스타드 소드에 눈부신 금빛 소드오러를 담아 메이븐이 있던 곳을 향해 휘둘렀다. 몇 번 사용해보지도 못한 메이븐의 묵빛 소드브레이커가 두동강나며 자유롭게 풀려난 소드오러를 두른 바스타드소드가 메이븐을 좌에서 우로 베었다.


메이븐은 재빠르게 뒤로 물러서며 미스릴합금으로 이루어진 사군자의 링가드와 크로스가드를 믿고 날아오는 바스타드소드에 가져다 대었다. 만약 링가드와 크로스가드가 미스릴제가 아니라면 손이 잘릴 것이다. 그러나 비율은 달라도 미스릴이 조금은 들어가 있을거라, 검신에만 미스릴이 다 쓰인 건 아닐거라고 메이븐은 도박을 걸었다.


캉!


도박은 성공이었다. 메이븐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에스토크인 사군자의 크로스가드와 링가드도 역시 미스릴이 어느정도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오른손이 잘릴 뻔했던 아찔한 순간을 뒤로 하고 물러선 메이븐이 이제는 품 속에 감춰두었던 천에 둘둘말린 일리오네의 피에라브라스를 꺼내 왼손에 역수로 쥐었다.

천을 풀지도 않았기에 그게 일반적인 단검인지 반동강 난 미스릴 검인지 알 방도가 없었다.


"검과 함께 베어주마."


메이븐의 에스토크에 유린당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도 예민한 소드익스퍼트의 청각을 따라 어거스트가 바스타드소드를 메이븐의 좌측 하단에서 우측 상단으로 올려쳤다.

메이븐의 에스토크는 마법적 강화가 이루어졌는지 소드오러에 잘리지 않는 것을 보았지만 그의 단검은 잘려나가는 것을 보았다. 어거스트는 오른손의 검으로 가장 방어하기 힘든 각도의 올려치기 공격을 넣으며 좌수의 단검과 메이븐의 몸통을 함께 베어버리기 위해 모든 남은 힘을 끌어올렸다.


'바라던 바다.'


메이븐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일리오네가 그에게 남겨준 미스릴 검, 피에라브라스를 믿고 다시 어거스트의 품 속으로 뛰어들었다.


끼기긱-!


소드오러와 미스릴검이 서로를 긁는 소리가 나며 피에라브라스를 감싼던 천이 까맣게 타버렸다. 그리고 바스타드소드의 검신에 피에라브라스를 댄 체 그대로 바스타드소드의 검신을 긁으며 달려든 메이븐이 어거스트의 코앞에서 사군자를 갑옷의 눈구멍에 다시 찔러 넣었다.


어거스트가 바스타드 소드를 놓고 팔꿈치로 메이븐의 턱을 올려쳤다. 메이븐이 간발의 차이로 턱을 비틀어 이를 피하고, 피에라브라스를 왼손에 놓고 뽑아낸 그의 에스토크, 사군자의 날이 서있지 않은 검면을 왼손으로 붙잡았다.

전에 헤이스팅스 영지에서 매드위라는 여검객에게 그랬듯이, 에스토크의 검날을 잡고 크로스가드와 손잡이를 앞으로 내뻗은 메이븐이 두 눈이 멀어 허공에 주먹질과 발길질을 날리는 어거스트의 무릎 뒤에 사군자의 크로스가드를 갈퀴처럼 걸어 균형을 무너뜨렸다.


"바닥과 상봉할 시간이다, 쨔샤!"


그대로 볼썽 사남게 어거스트 경이 바닥에 넘어지자 위에 마운팅한 메이븐이 연신 에스토크를 내리찍어 갑옷의 모든 틈마다 하나 씩 칼집을 넣어주었다.

베네딕트 남작가의 대표기사로 보이는 어거스트 베네딕트가 피끓는 소리를 내더니 곧 움직임을 멈췄다.


피범벅이 된 메이븐이 기분나쁘게 웃으며 새빨간 피로 물든 속으로 땀에 젖은 이마를 훔쳤다. 그러자 이마에 세 줄기, 비릿한 피로 만들어진 혈선이 그려지며 그를 더 악마같아 보이게 만들었다.


'거참, 소드오러가 없으니까 매번 지저분하게 죽이게 되네. 어떻게든 소드오러를 되찾아야 하는데...'


힘들게 그가 어거스트 경을 쓰러뜨리고 주위를 돌아보자, 이미 레이피어를 든 초보기사를 썰어버린 베카가 여유넘치게 그의 싸움을 구경하다가 손을 흔들어 주었다. 당화련도 무슨 수를 썼는지 그녀 몫은 기사를 일찌감치 쓰러뜨리고 주변의 베네딕트 남작령의 경비대들을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리고 있었다.

난장판인 전장 속에서 메이븐이 베카를 향해 외쳤다.


"제자야, 역시 너라면 금방 처리할 줄 알았다."


"레이크웰, 스승의 개싸움은 잘 봤어."


"야, 나는 방금 소드오러도 안 쓰고 전신갑옷 두른 익스퍼트 중급을 잡았다고! 이게 쉬운 건 줄 아냐."


"'못 쓰고' 겠지."


다시금 치솟는 혈압을 다잡고 메이븐이 힘껏 숨을 들이켜 고함쳤다.


"어거스트 베네딕트 경은 나 레이크웰이 죽였다! 베네딕트의 병사들은 모두 무기를 버리고 투항해라."


"무기를 내리지 마라. 황태자의 개들에게 베네딕트 가문의 긍지를 보여주자. 우리의 영지는 우리의 무덤!"


메이븐의 투항권유를 잘라먹은 이는 남궁연호를 상대하고 있는 거대한 양손검을 휘두르는 베네딕트 가문의 기사였다.

특공대 4인방 중 아직도 상대방을 해결하지 못한 사람은 남궁연호 뿐이었다.

베네딕트 남작가의 문양이 새겨진 은색 전신갑옷을 입은 상대방은 양손검을 휘두르며 남궁연호에게 한 방을 휘두르고 재빠르게 뒤로 빠지기를 반복하는데, 갑옷을 입은 자의 경직된 움직임을 어쩐 일인지, 방금 전 침투당시까지만 해도 서대륙의 검사들은 꿈에도 꾸지 못하는 속도로 훨훨 날아다니던 남궁연호가 따라잡지 못했다.


"야, 너 아까 성벽에서 무릎이 망가졌는데 괜찮은 척 하는 거지?"


메이븐이 에스토크에 묻은 피를 털며 외쳤다.


"흡, 크흑, 아니다."


남궁연호가 아닌 척 하며 절뚝이는 다리를 옮겼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보는 내가 다 고통스럽구만."


남궁연호의 위기를 관람하며 베카는 느긋하게 숨을 고르고 있었고, 당화련은 남궁연호의 추태에 자신이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면서 파르찬 루이스 게릴라 대원들을 도와 어둠 속에 암기를 날려 꾸준히 적을 제거하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녀가 날리는 암기는 갑옷을 입은 기사에게는 효용이 없다.


메이븐이 베카에 못지 않게 손이 많이 가는 자가 될지 모른다는 예감에 뒷목을 부여잡다가 재빠르게 남궁연호에게 정신이 팔린 기사의 뒤로 돌아가 에스토크로 갑옷의 빈틈인 겨드랑이를 찔렀다.


"크윽."


정확히 겨드랑이의 사슬부위를 미스릴 에스토크가 관통하자 한 손으로만 양손검을 휘두르게 된 상대방이 눈에 띄게 둔해졌다. 틈을 알아본 남궁연호가 재빨린, 상대편 기사가 다친 오른팔 방향으로 뛰어들어가며 양손검을 쳐냈다.

기사는 노련한 자였는지 동양검이 특유의 작은 크로스가드로 인해 드러난 남궁연호의 손을 목표로 소드오러를 일으킨 양손검을 휘둘렀고, 남궁연호는 검에 검기를 불러일으켜 이를 막아냈다.


콰광.


검과 검이 부딪힌 게 아니라 대포알이 성벽에 맞은 듯한 소리가 날 때 남궁연호의 자유로운 왼손이 기사의 투구에 닿았다. 남궁연호가 내가중수법으로 투구 내부의 기사의 뇌에 충격을 가하며 외쳤다.


"창천역장 제 1초 와룡굴기!"


순간 실끊어진 연처럼 기사가 투구가 남궁연호의 왼손에 잡힌 채 무너져 내렸다. 무릎꿇은 기사의 시체를 남궁연호가 가볍게 힘주어 밀자, 갑옷을 입은 무거운 몸이 넘어가 쿵 하고 바닥에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대자로 뻗었다.


"적을 처치할 때 마지막 기술명을 외치다니! 바보같지만 동대륙 검사의 저짓거리는 멋있어."


메이븐이 감탄했다. 반면 베카가 아닌 듯 싶은지 고개를 갸웃했다.


"그냥 바보아니야?"


"남자의 로망을 모르는군.""


같은 무림인 출신인 당화련의 얼굴이 한층 더 부끄러움으로 새빨개졌다. 그럴수록 그녀의 암기는 더 날카롭고 강력해져서 한 방에 하나 씩 급소에 비수나 침, 나비 모양의 독접을 맞은 베네딕트 영지 경비대원들이 단말마의 원한에 사무친 신음을 뱉으며 쓰러져갔다.


"야, 바바, 우리 중에 쟤가 제일 쎈 거 같다."


"그러게."


베카가 메이븐의 말에 수긍하며 물에 젖은 검은 무복을 입고 역동적으로 신출귀몰하게 적의 틈새를 파고들며 하나씩 쓰러뜨리는 당화련을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았다.

나중에 메이븐의 약점을 잡아 투척기술을 배우고, 당화련도 구슬려 암기 사용법도 배울 계획을 세우던 그녀는 자신이 일찍 손쉽게 쓰러뜨린 상대방 기사의 시체를 내려보며 메이븐에게 물었다.


"나보고 상대하라고 한 제일 우측의 녀석이 약한 놈인 줄 어떻게 안 거야? 원래 아는 녀석이었어?"


메이븐은 별 것 아닌 질문이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답해주었다."


"레이피어."


"그게 왜? 레이피어 결투 때 세잖아?"


"난전이 이루어지는 전장인데 레이피어를 들고 나왔으니까. 전쟁터에서 레이피어를 쓰는 자는 초심자와 소드마스터 뿐이니까."


"전장에서는 레피이어를 쓰면 안 돼?"


"레이피어는 분명 갑옷을 입지 않은 상태의 일대일 결투에 뛰어난 검이지만. 그러나 무기내구성의 한계가 시험되는 전쟁터 한복판이나, 갑옷을 입은 자와 전투, 그리고 질긴 가죽과 근육을 가진 중대형 몬스터를 상태할 때는 놀랍도록 무기력해. 레이피어 왜에 다른 무기를 잘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이 레이피어로 무장해서 전장에 나오지."


전쟁터에서 굴러 본 경험이 없는 베카가 자신이 기다란 투핸디드소드의 리치와 갑옷도 우그러뜨리고 잘라내는 소드오러를 이용해 간단하게 제압한 상대를 보며 이내 메이븐의 말에 납득했다.


"아... 검술 스승님! 당신에게서 후광이 보입니다. 이것은... 빛!"


"그래, 바바, 검술에 있어 상대방을 눈대중하는 것도 중요하지. 오늘 스승의 가르침을 잘 기억해 두도록."


메이븐과 베카가 한담을 하는 사이, 가뜩이나 무릎이 다쳐 움직이기 어려운 남궁연호에게 화살이 집중적으로 쏘아져 들어왔다. 허벅지에 활을 맞은 남궁연호가 느긋하게 한담하는 메이븐과 베카를 보며 고함질렀다.


"잘들 논다! 어이구, 계속 그렇게만 해라."


"쑥스럽구만. 굳이 권한다면 사양하지 않겠어."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고..."


당황한 남궁연호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메이븐이 다시 에스토크와 피에라브라스를 들고 전장에 뛰어들 준비를 했다. 이미 경비대는 기사급 실력자 네 명과 궁병의 삼분지 일, 보병의 반수를 잃어 전의를 상실해 보였다.

반면 파르찬 루이스 게릴라 부대 측의 희생은 별동대원 일곱명 중 네 명과, 늦게 합류한 인원 가운데 여섯 명이 쓰러지거나 다쳐 뒤로 물러난 게 전부였다.

뛰어들려는 메이븐의 어깨를 베카가 붙잡았다. 눈빛이 초롱초롱 부답스럽게 빛나고 있었다.


"착하다. 방패로 안 썼네? 정말 나 걱정했어?"


"..."


그렇다고 말하자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메이븐이 침묵하자 베카가 어깨를 잡은 손아귀에 더 힘을 주며 속삭였다.


"응? 왜에, 내가 걱정됐냐니까?'


그리고 메이븐의 입술에 가볍게 입맞춤하고 먼저 투핸디드소드를 들고 베네딕트 영지 경비대 잔당들에게 뛰어들었다. 메이븐이 잠시 예상치 못한 키스에 휘청거렸다.


"아니! 저 육시럴 놈들이."


이건 사투를 벌이고 있는 베네딕트 영지 병사의 일갈이었다.


"연애라니. 신성한 전쟁터에서 연애라니이...!"


"이게 전쟁이냐!"


한탄조의 탄식이 베네딕트 남작령의 병사들 뿐 아니라 은근슬쩍 게릴라 부대의 대원들 틈에서도 흘러나왔다. 남궁연호도 허벅지와 종아리에 박힌 화살 세 개를 연달아 뽑으며 악을 썼다.


"염병하네! 염병하네! 염병하네!"


남궁연호의 분노한 외침과 달리 다행히 당화련은 그저 얼굴만 새빨개 진 채 암기를 내던지고 있었다. 묘하게 명중률이 줄어든 것 같았다.

그러나 뻔뻔함의 대명사, 메이븐은 그런 힐난들도 무시하고 베카의 뒤를 따라 경비대 잔당 가운데로 얼굴을 굳힌 채 뛰어들었다.


"바바! 나머지는 여기를 정리하고 우리 천막에 돌아가서 하자."


"뭐, 뭐?"


드디어 꼭지가 돌아버린 베네딕트 남작령의 경비대 잔당들이 일제히 메이븐을 향해 돌격했다.


"저 샛기가!"


"다 죽어도 저 놈만은 데려간다. 결사항전이다."


남은 궁수들의 모든 화살이 메이븐에게 쏟아졌는데 흐릿한 새벽의 여명 속에서 메이븐은 어둠 속이 훤히 보이는 듯 요리조리 화살들을 피해냈다. 그가 쓰러진 보병의 팔에서 뜯어낸 힐트 방패로 몸을 가리며 독오른 화살들을 소비시키자, 게릴라 부대원들은 한층 전투가 수월해졌다.


십여 분 만에 마지막 병사의 가슴에 에스토크가 꽂혔다.

파르찬 루이스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전장 정리와, 대열을 갖춰 베네딕트 가문 내성을 돌파할 준비를 지시하며 다가와 메이븐에게 악수를 청했다.


"레이크웰, 훌륭한 도발이었다. 덕분에 손쉽게 남은 경비대를 무너뜨렸다."



*



"젖니는 다 빠졌느냐? 모유수유 받을 나이에 전장에서 고생이 많다."


내성 위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베네딕트 남작 가문의 늙은 가신이 메이븐을 도발했다.


"틀니가 딱딱 거리는 구만. 밤에 할멈에게 애무는 제대로 하겠어? 이빨 세우지 말라 안 그러디?"


한 마디도 지지 않고 쏘아붙인 메이븐의 대꾸에 늙은 가신이 호탕하게 웃어젖혔다. 메이븐도 마주 웃는 사이, 얼굴이 잘 익은 토마토처럼 붉어진 당화련이 암기에 독주머니를 묶어서 내성 위로 던졌다.


암기는 높은 곳에 올라가며 힘을 잃고 허무하게 내성을 지키는 병사의 방패에 맞아 떨어졌지만, 그 순간 독주머니가 터졌다. 신음이 울려퍼지며 성벽 너머로 비명소리가 퍼졌다. 얼굴이 시커먼 빛으로 변한 병사가 성벽 아래로 허물어지 듯 떨어져 목이 부러져 죽었다.

혹시나 몰라 앞에 나서있던 메이븐 등 4명의 선발 침투조와 파르찬 루이스는 당화련이 건네 준 해독약을 삼켰다.


"당화련 양이 우리들의 에이스야."


"그렇네.


메이븐과 베카가 다시금 당화련을 칭찬하는 사이, 파르찬 루이스가 황금빛 별과 하얀 독수리가 그려진 왕당파 게릴라 부대의 부대기를 흔들며 우렁차게 소리쳤다.


"레볼루션! 더 이상의 저항은 무의미하다. 투항하라!"


"모, 못한다!"


내성은 외성과 달리 해자에 둘러쌓이지 않았다. 진입로가 좁은 다리로 되어있어 두어 사람만 동시에 뛰어들기에, 그 순간 위에서 밑으로 쏘아지는 활에 꼬치가 되기 좋았다. 일단 메이븐이 베카와 함께 파르찬 루이스 게릴라 부대원들이 가져다 준 자신의 전신 판금갑옷을 입으며 이야기했다.


"남궁형씨, 당신한테 맞는 갑옷도 가져왔데."


"긍지 높은 중원의 무인은 갑옷 따위 입지 않는다! 오직 나의 몸의 연장이며 삶의 동반자인 한 자루의 검에 의지해, 모두 쳐낼 뿐!"


포션으로 화살에 입은 상처를 치료하며 남궁연호가 콧방귀를 뀌자 메이븐이 당화련을 돌아보았다. 그녀도 내키지 않는 듯 했다.


"그럼 남궁연호랑 당화련 아가씨는 여기서 대기하다 본대와 함께 들어와. 나하고 베카가 내성에 먼저 들어가서 깽판을 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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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중세 검의 종류와 검술 참고자료 목록 +1 18.07.19 120 0 -
37 폭풍같은 내전 - 평야의 결전 (2) 18.08.10 57 0 18쪽
36 [외전] M. T.의 기사 임용 면접 후기 18.08.09 58 0 15쪽
35 폭풍같은 내전 - 평야의 결전 (1) 18.08.06 76 0 17쪽
34 폭풍같은 내전 - 베네딕트 남작령 침공 (3) 18.08.05 75 0 18쪽
» 폭풍같은 내전 - 베네딕트 남작령 침공 (2) 18.08.04 69 0 18쪽
32 폭풍같은 내전 - 베네딕트 남작령 침공 (1) 18.08.03 101 0 19쪽
31 폭풍같은 내전 - 파르찬 루이스 유격대 (3) 18.08.02 101 0 18쪽
30 폭풍같은 내전 - 파르찬 루이스 유격대 (2) 18.08.01 121 1 18쪽
29 폭풍같은 내전 - 파르찬 루이스 유격대 (1) 18.07.31 117 1 17쪽
28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8) 18.07.30 108 0 18쪽
27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7) 18.07.29 101 0 19쪽
26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6) 18.07.28 102 1 18쪽
25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5) 18.07.27 107 0 19쪽
24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4) 18.07.26 91 0 17쪽
23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3) 18.07.25 129 0 17쪽
22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2) 18.07.24 109 0 17쪽
21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1) 18.07.23 127 1 19쪽
20 헤이스팅스 영지로 (4) 18.07.22 126 1 18쪽
19 헤이스팅스 영지로 (3) 18.07.21 151 1 19쪽
18 헤이스팅스 영지로 (2) 18.07.20 162 1 17쪽
17 헤이스팅스 영지로 (1) 18.07.19 154 0 19쪽
16 죄수의 딜레마 (4) 18.07.17 161 0 19쪽
15 죄수의 딜레마 (3) 18.07.16 146 0 18쪽
14 죄수의 딜레마 (2) 18.07.15 175 0 18쪽
13 죄수의 딜레마 (1) 18.07.14 193 0 20쪽
12 황도의 비밀결사 (4) 18.07.13 176 1 19쪽
11 황도의 비밀결사 (3) 18.07.12 200 1 19쪽
10 황도의 비밀결사 (2) 18.07.11 254 1 19쪽
9 황도의 비밀결사 (1) 18.07.10 307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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