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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께스 님의 서재입니다.

죽다 부활해서 방탕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마르께스
작품등록일 :
2018.07.02 16:14
최근연재일 :
2018.08.10 22:24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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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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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글자수 :
304,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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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10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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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황도의 비밀결사 (1)

DUMMY

삼일, 아니 가능하면 이틀 내로 황도에서 볼일을 빠르게 끝마치고 도주해야한다. 자신이 되살아난 사실이 알려지면 황태자는 일개 연대급 병력를 추적에 투입할 것이다.


오필리아가 소심하게 그녀보다 열 살은 어린 20대 초반의 갈색머리 하녀, 메리의 등 뒤에 몸을 숨기고 물었다.


"저기, 메리, 저 둘이 화해하면 안 돼는데... 근데 저 레이크웰, 아니 메이븐 티리얼은 이제 소드마스터도 아니고 몸도 야리야리한 미소년이 됐는데도 갑옷입은 무장한 기사를 칼질 두 방으로 쓰러뜨렸어. 옆에 있는 녹색머리도 저택 경비를 몰살시킨 미친 년이야. 나 좀 지켜줘."


"오필리아 아가씨가 마법사이시잖아요. 평소에 숨겨둔 비장의 무기 없어요? 전투골렘 28호 같은 거 숨겨 놓잖아요."


"집문서랑 같이 다 팔았어. 메이븐 티리얼 백작의 시체를 사서 실험하려고. 처형 당한 시체가 그렇게 비싼 건 처음봤어. 경매에서 사상 최고가로 오르지 뭐야. 600만 골드였어."


"600만 골드!"


"600만!"


죽은 줄 알았던 메튜 경이 벌떡 일어나 메리와 함께 소리질렀다. 죽은 척 했던 것일까?


천문학적인 액수에 충격받은 메이븐과 베카도 어안이 벙벙해, 하얗게 불태웠다는 처연한 미소를 띤 오필리아 하이멜을 살펴봤다.


"그 돈이면 차라리 작은 영지를 통째로 사겠다."


베카가 숨이넘어가는 듯 소리질렀다.


"그건 왕국 예산안에나 등장하는 액수잖아. 아무리 공작가라도 그 정도 여윳돈이 있을 순 없는데..."


메이븐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꼬집어보며 살펴보았다. 어디를 보나 60만골드의 값어치는 없어 보였다. 피 한 방울에 1골드로, 매일 100ml씩 뽑아서 팔면 일년이면 왕국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다.

베카가 탐욕스러운 눈으로 메이븐을 보더니 투핸디드소드를 다시 고쳐쥐었다.


"베카, 내 몸에 손대기만 해. 비명을 지를테니까!"


메이븐이 서서히 베카로부터 떨어지며 으름장을 놨다.


"그간의 정을 봐서, 목숨은 살려주마. 츄릅, 누님이 도망치는 걸 도와주려 하니까 거기 가만 있어."


"너도 방금 들었잖아! 나 37살 먹은 백작이야. 누님은 얼어죽을. 니가 날 오빠라고 불러."


"흐흐, 가만히 있어. 오해를 풀었으니까 이제 구해준다는 거잖아."


"거짓말 하지마, 다가오지도 마. 변태 여배우, 잡아다 인신매매하려는 거잖아. 게다가 베카, 너는 17인의 미녀에 대한 내 꿈과 환상을 부숴뜨렸어!"


거지 소년이 다가오는 거지 여인을 피해 서서히 뒷걸음질 치며 '사용금지'라고 적혀진 쇠문으로 다가갔다. 그 문은 저택의 하녀인 메리도 한 번도 들어간 적 없는 문으로 오직 오필리아 하이멜과 그녀의 조수 그레이시만 출입이 가능한 문이었다.

굳게 잠겨있기에 딱히 걱정하지 않던 오필리아는 베카의 투핸디드소드에 다시 일러이기 시작하는 녹색 소드오러를 보고 불안한 느낌이 오한이 들었다.

그곳에는 들켜선 안될 그녀의 연구가 들어있었다.


"티리얼 백작, 제발 거기서 물러서."


쾅!


녹색연기를 뿜는 베카의 투핸디드소드가 철문에 내리쳐졌다. 철문은 깊게 패이긴 했지만 아직 굳건하게 비밀연구실로 향하는 출입구를 봉쇄했다.

메이븐은 살벌한 일격을 오른편으로 땅을 굴러 피한 뒤 숨을 몰아쉬다 철문이 우그러지며 생긴 문 밑의 벌어진 작은 틈새로 흘러나오는 냄새를 맡았다. 철문이 단단히 밀착되어 있을 때는 알아차릴 수 없던 작은 냄새였다.


"응? 이건 시체냄새?"


전쟁터에서 맡을 수 있던 끔찍한 부패하는 시체의 향기였다. 팔과 어꺠에 반동으로 일어난 충격에 정지상태로 몸을 가다듬던 베카도 불길한 냄새를 알아차렸는지 그 자리에 멈춰섰다. 메이븐에게 다시 달려들려는 찰나 메이븐이 급히 베카를 말렸다.


"널 죽이라고 했던 건 고도의 심리전이다. 베카, 생각해봐라 메이븐 티리얼 일 때 내가 얼마나 유능한 책사였던가."


"아군과 적군 가리지 않고 학살하고 다녔지. 차도살인지계의 달인이라고 들었어."


"..."


베카의 말에 메이븐은 끙 앓는 소리를 내며 다시 바닥을 굴렀다. 글라디우스도 메튜의 대검도 잃어버려서 막을 방도가 없었다. 베카만 없었다면 메리가 차버린 글라디우스를 도로 주워서 오필리아에게 달려가 그녀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인질로 잡아 잔류 경비병들이 물러나게 한다는 메이븐의 시커멓고 완벽한 탈출계획도 시행가능할 것이다. 실성한 듯 투핸디드소드의 폼멜과 상부그립을 잡고 휘두르는 운명적인 개새끼를 노려보며 메이븐이 속으로 치미는 울화를 억눌렀다.

오필리아가 안절부절하며 베카로부터 생존하기 위한 메이븐의 사투를 보다 우그러진 철문을 검지로 가리켰다.


"메리, 너로 정했어. 어서 저들을 막아!"


메리는, '네에? 제가요?'하는 눈으로 오필리아를 돌아보았다. 오필리아는 메리가 자신보다 힘이 없는 하녀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글라디우스를 들고 일어나 베카와 메이븐이 사라진 방향으로 달렸다.


"[회회아비의 손길]!"


오필리아가 철문을 부술지도 모르는 베카를 향해 글라디우스를 겨냥해 던지며 소리질렀다. 그러자 글라디우스의 손잡이 부근 허공에서 불결하고 지저분해 보이는 검은색 손이 튀어나와 글라디우스를 쥐더니 그대로 베카에게 달려들었다.


"뭔지 모르지만 이 마법검술, 굉장히 지저분해!"


"그럼, 손목페티쉬 마법사가 만든 마법이거든."


허공에 뜬 검은 손이 휘두르는 글라디우스는 집요하게 투핸디드소드를 타고 올라 베카의 손목만을 노렸다. 그 때마다 베카는 섬뜩함을 느끼며 사방으로 검을 휘둘러 거리를 벌리고 뒤로 물러섰다. 검은 손 하나에 매달려 제 멋대로 움직이는 글라디우스는 베카의 머리 위에서 나타났다가 바닥에서 솟아올랐다가 하는 등 사람이었으면 불가능했을 방향에서 베기와 찌르기를 반복했다.


"베카, 그게 다 검사로서 성장을 위한 좋은 훈련이다."


메이븐은 근엄하고 진진하게 한 마디 내뱉고 연구결과를 짊어진 뒤 메튜의 대검도 집어들었다. 회회아비의 손길을 통제하느라 두 팔을 앞으로 뻗고 마법주문을 영창하며 식은땀을 흘리는 오필리아가 이제 메이븐이 빠져나가리라 믿고 안도하는 순간, 메이븐은 그녀를 비웃더니 그대로 몸을 날려 온몸의 체중을 실은 풀스윙을 비밀연구실 잠금장치에 날렸다.


카강!


"안돼!"


오필리아가 비명을 지르자 허공에 떠있던 회회아비의 손길이 흩어졌다. 베카는 팔뚝에 소름이 돋은 채 왠지 모르게 지저분하게 느껴졌던 마법이 없어진 데 안도했다.

시체냄새가 나는 연구실을 열어봐야 한다고 메이븐의 직감은 소리지르고 있었다.


"돼!"


기합을 내지르며 메이븐이 다시 벌어진 철문의 틈으로 메튜의 대검을 내질렀다. 손목이 시큰거리고 전완근에 힘이 들어가지 않을 만큼 전력을 다한 검격이었다.

마침내 철문의 잠금장치가 풀리고 오필리아가 절망에 찬 비명을 내지르는 가운데 시체냄새가 확 복도로 넘어왔다. 메리도, 메튜도, 베카도 얼굴을 찡그린 가운데 메이븐만 차갑고 무표정한 얼굴로 대검을 문틈에 꼳아넣고 지렛대삼아 손바닥 만한 두께의 철문을 밀쳐냈다.

그곳에 목이 없는 노예들이 있었다.


"우욱."


철문안으로 메이븐이 성큼성큼 들어서자 재빨리 메이븐을 족치러 뛰어들던 베카가 냄새와 잔인한 목이 잘린 시체들의 풍경에 철문 앞에서 배를 부여잡고 구역질했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오필리아가 '안돼'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바닥에 주저앉게 되었다.

메이븐은 비밀연구실 안에서 빈 공동을 보았다. 둥그런 공동의 바닥에는 시체들의 내장과 피로 그려진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마법진의 가운데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이지를 상실한 체 묶여 있었을 노예들이 지금은 목이 잘리고 가슴에서 심장이 뽑힌 채 시체가 되어 쓰러져 있었다. 죽은지 며칠이 지났는지 지독한 악취가 났고 몇몇 시체는 복부가 부패할 때 일어나는 가스로 공처럼 부풀어 올라 있었다.

거기에 사람의 팔다리를 담은 폐기물 카트들이 높이 10m, 직경 40m 가량 되어버리는 공동 벽에 기대어져 있었다.


"이게 뭐야?"


열린 철문과 공동 꼭대기의 마법조명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빛에 의지해 메이븐이 어림잡아 숫자를 세어보니 약 백여명이 될 것으로 보였다. 전쟁터에서도 흔하지 않은 참혹한 광경이었다. 그러나 메이븐이 이런 광경을 본 적 없는 건 아니었다. 건국전쟁에서 시체를 수습하는 것을 포기할 정도로 치열한 격전이 있었던 고지를 며칠 뒤, 비슷한 숫자의 병력의 희생 끝에 탈환해보면 이런 장면이 기다리고 있곤 했다.

이내 구역질로 속을 다스린 베카가 메이븐의 옆으로 걸어와 혼이 빠진 듯 중얼거렸다.


"우욱, 황도...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고?"


메이븐은 검은색 굳은 피로 이루어진 마법진 중앙으로 걸어가 보았다. 메이븐의 뒤로 코를 막은 채인 베카가 공동을 찬찬히 둘러보며 코맹맹이 소리로 이야기했다.


"티리얼 백작. 오필리아가 이걸로, 뭘 소환하려고 했던 거 같은데? 족히 백명분은 되어보이는 시체들이야. 우리 고향 숲에서 시체를 바쳐 악마나 마물을 소환하는 흑마법이 있다고 들있어. 예전에 장로님이 봤다는 광경에 대한 설명과 일치해."


메이븐은 베카의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 이 곳이 이상하게 익숙했다. 귓전이 벌떼가 일시에 달려든 것처럼 윙윙거렸다. 어지럼증을 참고 나아가지 메이븐은 마법진 중앙에 적힌 이름을 읽을 수 있었다.


[소환 대상: 메이븐 티리얼의 영혼]


베카가 다 토한 것 같은 창백해진 얼굴로 따라오기 전에 메이븐은 은근슬쩍 고의가 아닌 것처럼 자기 이름이 나온 부분을 밟아서 신발 바닥으로 뭉겠다.


"뭔데? 레이크웰, 아니 티리얼 백작, 거기 뭐라고 써있어?"


"알아 볼 수 없어. 글씨가 아니더군. 오필리아를 잡아서 심문해봐야겠어."


"그래, 이건 심각한 범죄야. 백명의 목숨을 바쳐서 소환하다니 사람들에게 무슨 해악을 끼칠 지 모르는 악마를 불러들인 게 분명해."


오필리아가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로 걸어와 문가에 손을 짚고섰다.


"봤...어? 메이븐 티리얼 백작, 잠시 대화 좀 할까?"


"...그래."


베카가 죽여버릴 듯 무시무시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오필리아를 노려보며 메이븐에게 말했다.


"나는 기사단에 신고하고 올테니까 티리얼 백작, 너는 여기서 오필리아를 붙들고 있어."


"부탁해. 수도기사단에 가면... 제2기사단장 일리오네 핼버디아나 부단장 이반 군터가 있을 거야. 내 옛 부하들이니까 그들에게 내 이름을 대면 바로 달려올거야."


"저기, 베카님. 기사단에 가실 거라면 메튜 경을 좀 업어주세요. 가서 치료받으셔야 해요. 저도 함께가서 진술해 드릴께요."


하녀 메리가 문 밖 복도에서 기사단에 가서 신고하겠다는 베카의 말을 듣고 소리질렀다. 베카가 등에 멘 검집에 투핸디드소드를 집어넣고 오필리아를 지나쳐가며 오필리아의 목을 쥐고 졸랐다. 오필리아는 버둥대다가 이윽고 베카가 풀어주자 숨을 몰아쉬며 벽에 등을 기대었다.


곧 메리가 갑옷을 벗긴 메튜를 베카의 등에 업히게 했고, 베카와 메리, 메튜가 빠르게 계단을 내려가 저택을 빠져나갔다.

힘없이 벽에 등을 기대고 선 오필리아와, 그녀를 말 없이 묵묵하게 노려보는 메이븐만이 남았다. 메이븐은 품에서 도적의 단검을 꺼내 들고 천천히 오필리아를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었다.


귓전에서 계속 웅웅거리는 벌들의 날개짓소리가 들려왔다. 메이븐은 떨려오는 왼손을 등 뒤로 감추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오필리아, 네가 나에게 집착한 걸 보면. 이 마법진은 내 시체를 생명으로 되살리려 했던 거야 맞아?"


오필리아는 모든 것이 들통나버려 이제 끝났다는 표정으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래야만 했던거야? 내가 되살아나고 과연 이런 일을 벌인 네게 감사했을까?"


"티리얼, 네가 그렇지 않을 걸 아니까, 필사적으로 감췄지."


"어디서 잡아온 사람들이지? 이 사람들에게도 가족이 있고, 사랑하는 딸과 아들, 부모님과 형제자매, 친구들이 있었겠지?"


메이븐이 처음으로 감정이 격해져 눈가에 눈물이 맺힌채로 오필리아의 바로 앞까지 다가가 단검을 들어올렸다.


"...있었겠지. 그들에게도 그들 삶의 기쁨과 아픔과 꿈과 좌절이. 그들은 그레이트 에스페란사 사막에서 사온 노예들이야.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양해."


"왜?"


"그게 사랑이야."


삐뚤어진 집착이겠지. 메이븐이 속으로 비명지르며 단검을 오필리아 하이멜의 심장 부근에 가져다 대었다.


"나는 베카가 불러 올 기사단을 기다려 줄 생각이 없다. 여기서 널 죽이고 나도 속죄의 의미로 자살하는 게 도의적으로 옳은 선택이라고 내 머리가 판단하는군. 오필리아 죽기 전에 너를 변호해 보아라."


"메이븐 티리얼. 너는 내가 네 팬클럽 회장이었던 것도 모르겠지. 왜 일까? 너는 어둠의 자매들을 알아?"


"일리오네에게 들은 적 있다."


"일리오네 핼버디아 경도 그들 중 한 명이야. 어둠의 자매들은 너에게 접근하거나 네가 먼저 관심을 보인 여자들을 소리없이 차단하고, 나아가 살해해왔지."


"뭐?"


"그렇게 네 살아 생전, 죽은 여자가 몇 명인 줄 알아? 너는 관심도 없었겠지!"


메이븐이 얼빠진 얼굴로 입을 벌린 채 굳어 있자, 오필리아가 심장 언저리에 날카로운 찌르기용 단검이 대어진 채로 고개를 들어 검은 눈동자로 메이븐을 쏘아보았다. 그러더니 손을 들어올려 메이븐의 두 뺨을 감싸쥐었다. 메이븐이 떨리는 눈동자로 밤색 단발머리의 마도사를 마주보았다.


"너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너는 여자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미치게 만드는 저주 받은 별을 타고났는데도."


그러더니 오필리아는 메이븐의 고개를 돌려 다시 시체의 산이 쌓여있는 공동을 보도록 했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그 산에 쌓인 머리와 심장이 사라진 남녀노소의 썩어가는 시체들을 가리켰다.


"보여?"


그리고 메이븐의 귀 가까이 입술을 가져다대고 속삭였다. 오필리아가 몸을 기울이며 그녀의 가슴에 대있던 찌르기용 단검이 살을 파고들며 그녀의 옷 가슴 중앙이 서서히 붉게 물들었다.


"...저게 너야."


메이븐이 굳은 얼굴로 공동 내의 처참한 풍경에 시선을 빼앗긴 사이, 오필리아가 서슴없이 단검를 쥔 메이븐의 오른손을 자신의 두 손으로 감싸 힘껏 그녀의 가슴으로 칼을 밀어넣었다.


메이븐이 깜짝 놀라서 단검 손잡이를 손에 놓았지만 이미 늦은 듯 단검은 오필리아의 심장을 찔렀다. 오필리아는 고통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도 떨어지려는 메이븐을 붙잡았다.


"이러면 나를 영원히 기억하겠지?"


"오필리아... 이럴 필요는 없었어. 네가 나쁘지만 처벌은 제국법이 해야지. 아무도 이럴 자격도, 권리도, 이유도 없어."


메이븐이 황급히 얼굴에 분수처럼 쏟아지는 피를 맞으며, 뒤로 넘어지는 오필리아의 몸을 받쳐들었다. 금방 생기를 잃고 창백해져갔다. 오필리아 하이멜의 아름다운 얼굴에서도 핏기가 사라져 입술이 서서히 푸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메이븐 티리얼... 소문이 사실이구나. 너를 사랑하는 여자는 불행해진다는."


오필리아가 점점 풀려가는 동공으로 덧없는 허공을 보며 속삭이듯 입술을 달싹였다. 그녀의 입에서도 가슴에서처럼 붉은 피가 쏟아졌다. 더 이상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메이븐은 망연자실하여 그를 살려내 손에 넣기 위해 백명의 목숨을 바치고 이내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미친 여인을 두 손으로 받쳐들고 있었다.


그 상태로 눈을 감으면 방금 전 시체들의 방에서 본 노약자와 아이들, 젊은이들의 시신이 어둠 속에서 걸어나와 메이븐을 저주할 것 같았다. 왜 그들이 죽고 자신은 살아야 했는가.

답할 수 없었다.


'어둠의 자매들.'


메이븐의 머릿속에 일리오네의 얼굴과, 그녀의 방에서 보았던 소드마스터를 구속해 두는 마나족쇄에 대한 문의내용. 그리고 황태자의 명령으로 옥에 가두어진 때 자신의 발에 채워졌던 마나족쇄가 차례대로 떠올랐다.


'그들에 대해 조사해 봐야 해. 티리얼 영지의 레베카의 자살도, 오필리아의 광기도 그들로부터 시작되었어.'



*



마침내 의식을 잃은 메튜를 등에 업은 베카가 메리와 함께 성큼성큼 수도기사단 본청 건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곳에 상주하는 고위신관에게 메튜 보울더 경의 치료도 부탁할 예정이다.

그 와중 뭐라고 신고내용을 정할지 둘은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메리가 베카에게 말했다.


"상식적으로 우리가 공권력도 아니고 멋대로 메이븐을 끌고가고 그럴 건 아닌잖아요. 처형은 법대로 이루어졌고 메이븐은 따라서 형이 집행되었으니 더 이상 죄가 없어요. 그냥 자유롭게 살라고 놓아줘요. 상식도 없어요? 레이크웰이라는 메이븐 티리얼 백작의 먼 친척이라고 해주자고요."


베카가 메튜를 고쳐업으며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베카의 등에 메인 투핸디드소드에 다친 얼굴 왼편 상처부위를 부딪힌 메튜가 아찔한 비명을 뱉었다.


"신고포상금, 즉 돈은 상식보다 강하다."


"펜이 칼보다 강한 거겠지요. 아니면 사랑이 돈보다 강하거나."


단호하게 대답하는 베카의 박력에 메리가 시무룩하게 논의를 멈췄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일텐데.


그 사이 그들의 뒤편으로 검은 그림자가 접근했다.


짙은 혈향에 식겁하고 베카와 메리가 돌아보자 그곳에 얼굴이 온통 새빨간 피에 물든 메이븐이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글라디우스를 오른손에, 그리고 그의 얼굴만큼 새빨간 피가 칠해진 뾰족한 단검을 왼손에 쥐고 있었다.


"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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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중세 검의 종류와 검술 참고자료 목록 +1 18.07.19 121 0 -
37 폭풍같은 내전 - 평야의 결전 (2) 18.08.10 58 0 18쪽
36 [외전] M. T.의 기사 임용 면접 후기 18.08.09 58 0 15쪽
35 폭풍같은 내전 - 평야의 결전 (1) 18.08.06 77 0 17쪽
34 폭풍같은 내전 - 베네딕트 남작령 침공 (3) 18.08.05 75 0 18쪽
33 폭풍같은 내전 - 베네딕트 남작령 침공 (2) 18.08.04 69 0 18쪽
32 폭풍같은 내전 - 베네딕트 남작령 침공 (1) 18.08.03 102 0 19쪽
31 폭풍같은 내전 - 파르찬 루이스 유격대 (3) 18.08.02 101 0 18쪽
30 폭풍같은 내전 - 파르찬 루이스 유격대 (2) 18.08.01 122 1 18쪽
29 폭풍같은 내전 - 파르찬 루이스 유격대 (1) 18.07.31 118 1 17쪽
28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8) 18.07.30 108 0 18쪽
27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7) 18.07.29 102 0 19쪽
26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6) 18.07.28 102 1 18쪽
25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5) 18.07.27 107 0 19쪽
24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4) 18.07.26 91 0 17쪽
23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3) 18.07.25 129 0 17쪽
22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2) 18.07.24 109 0 17쪽
21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1) 18.07.23 127 1 19쪽
20 헤이스팅스 영지로 (4) 18.07.22 126 1 18쪽
19 헤이스팅스 영지로 (3) 18.07.21 151 1 19쪽
18 헤이스팅스 영지로 (2) 18.07.20 162 1 17쪽
17 헤이스팅스 영지로 (1) 18.07.19 154 0 19쪽
16 죄수의 딜레마 (4) 18.07.17 162 0 19쪽
15 죄수의 딜레마 (3) 18.07.16 146 0 18쪽
14 죄수의 딜레마 (2) 18.07.15 175 0 18쪽
13 죄수의 딜레마 (1) 18.07.14 194 0 20쪽
12 황도의 비밀결사 (4) 18.07.13 176 1 19쪽
11 황도의 비밀결사 (3) 18.07.12 200 1 19쪽
10 황도의 비밀결사 (2) 18.07.11 254 1 19쪽
» 황도의 비밀결사 (1) 18.07.10 308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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