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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께스 님의 서재입니다.

죽다 부활해서 방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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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께스
작품등록일 :
2018.07.02 16:14
최근연재일 :
2018.08.10 22:24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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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04,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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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2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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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2)

DUMMY

메이븐과 베카는 언덕 위 공터 한켠에 말이 풀을 뜯게 풀어놓고, 대련을 시작했다. 메이븐이 그의 에스토크, 사군자로 베카를 공격하면 베카가 투핸디드소드의 아래쪽 검신 포르테(forte)로 튕겨내고 그대로 반동을 살려 윗쪽 검신 포이블(foible)로 베기와 찌르기를 날리는 것이다.


"작용과 반작용을 잊지 말아라. 적의 검이 튕겨나가는 순간, 충격량은 보존된다. 상대의 검이 바깥으로 멀리 튕겨나갈 수록, 너의 검도 대비 불가능한 궤도로 찔러들어올 수 있다. 적의 심장을 향해서."


"어려운 소리 하지마. 정말 이런 것도 검술이야?"


"아니, 고전역학이다."


"야!"


베카가 짜증을 부리며 투핸디드소드를 크게 휘둘렀다. 그러나 소드오러도 쓰지 않는 대련이기에 메이븐이 얄미운 비웃음을 날리며 좌수에 든 소드브레이커로 흘리 듯 낚아채 버렸다. 소드브레이커 단검에 상어의 이빨처럼 돋아난 갈퀴에 베카의 투핸디드소드가 턱하니 걸려버렸다.

메이븐이 가볍게 뒷걸음질 치는 베카에게 다가가 사군자로 오른쪽 어깨를 두드렸다.


"이것으로 팔 하나를 잃었다. 정신 차려라!"


"이익! 이 따위 것 힘으로."


"...소드브레이커 비싸다. 잠깐."


메이븐의 얼굴이 베카의 괴력이면 쇠를 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하얘졌다, 그는 곧 베카가 완력으로 소드브레이커에 잡힌 칼을 빼내기 전에 얼른 소드브레이커를 잡아 투핸디드소드를 풀어냈다.


"좋아, 특별히 소드브레이커는 쓰지 않고 사군자로 정직하게 중단 찌르기만 하지! 자, 가라 사군자. 저 무식한 엘프에게 너의 힘을 보여줘."


"꼭 입으로 그 말을 해야하냐?"


베카가 메이븐이 내지른 에스토크를 쳐내고 그 반동을 그대로 살려 메이븐의 가슴을 찌르며 물었다. 검-성애자인 메이븐은 콧방귀를 뀌었다.


"자신이 든 검에 애정을 갖는 것, 마치 몸의 일부이자 분신처럼 여기는 것. 소드익스퍼트 중급 이상의 경지에 이르려면 너도 이런 태도를 가져야한다."


"야! 그런 게 어딨냐. 내 검은 지금도 오우거한테 맞아서 이가 빠져서 골골대는데. 이번 주 내로 바꿀거야."


"들켰군. 보통 소모품인 검까지 그렇게 대하진 않지."


그 뒤로 베카와 메이븐이 30분 간 대련을 마치고 베카의 공수전환이 매끄러워지자 메이븐은 휴식하기로 하고 앉아서 물을 마시고 육포를 뜯었다. 체력이 괴물인 베카도 지쳤는지 대자로 초원 위에 뻗어서 끝도 없이 펼쳐진 둥그런 돔을 닮은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저렇게 가만히 누워있는 모습을 보면 틀림없는 엘프였다.


'주둥이만 정상이었으면.'


메이븐은 말에 얹혀진 짐에서 펜과 편지지를 꺼냈다. 성신과 약속한 대로 스텔라에게 부치는 편지를 써야 했다. 겸사겸사 베니 양에게 보내는 편지도 쓸 생각을 하자 의욕이 넘쳐났다.

무슨 낌새를 알아차렸는지, 드러누워 뻗어있던 베카가 쫄래쫄래 다가와 옆에 앉아 검열을 시작했다.


"나랑 잤다는 소리 넣으면 죽는다?"


"미쳤냐. 내 일생 가장 후회되는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게? 이 펜으로 편지지가 아니라 깨끗하게 목을 긋겠다."


베카의 손바닥이 메이븐의 등짝에 작렬했다. 베카는 메이븐이 베니에게 보내는 첫 문장을 보고 빼앗아 찢어버렸다.


"뭐? '다시 연락드립니다. 늘 상냥하고 아름다우신 황도 최고의 미녀 베니 양'? 압수. 이게 미쳤나. 내 동생한테 접근 금지."


"악! 돌려줘 이 악마야."


"불손한 기운이 감지되었어. 넌 앞으로 베니를 비롯해 여자한테 편지 쓸 때 나한테 검사받아."


"사생활의 자유, 통신의 자유도 모르냐!"


"응. 안 배웠어."



*



스텔라에게,


스텔라, 내가 미안하다. 떠나기 전에 널 보러갔어야 했는데 수배령이 떨어지며 목숨이 경각에 달해 그만 네게 들리지 못했어. 대신 이 편지로 나의 마음을 전해. 우리의 운명이 사나워 내가 너를 만나지 못하게 갈라놓지만, 언젠가 나는 너에게 돌아갈께.


...라고 쓰라고 성신님께서 그러시더라.


하지만 알다시피 네가 4살 때 임마뉴엘 왕국군에게 공격당한 오크마을에서 너를 구출하고, 내가 너를 친딸처럼 업어주고 먹여주고 밤잠을 새며 길렀단다. 알다시피 내가 결혼도 안하고 이 나이까지 내 자식처럼 너를 돌보았다. 내가 바라는 건 네가 참한 남자를 잡아 결혼하는 거야. 2기사단에 부단장으로 있는 이반 군터가 집이 아주 부자... 인 건 중요하지 않고 성격이 바르고 주위 사람을 위해 헌신하는데 너의 안부를 궁금해 하더구나. 한 번 찾아가보렴.


- T.가, 헤이스팅스 영지에서



*


"이야, 이거 아주 대차게 쓰레기 짓을 글로 남기는구만."


"남이사."


메이븐이 입술을 삐죽 내밀고 글을 적는데 헤이스팅스 성 방향에서 소란스런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쇠와 쇠가 부딪혀 철그럭대는 소리는 메이븐도 익숙한 갑옷소리였다. 편지를 봉투에 넣고 품에 집어 넣은 메이븐이 재빨리 주위를 살폈다.


번쩍이는 갑옷을 입은 기사 다섯과 헤이스팅스성의 경비대로 보이는 인원 스물 가량이 성에서 메이븐과 베카가 있는 언덕 방향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기사들은 말에 올라타고 경보로, 나머지 인원들보다 앞에 있었다. 투구를 눌러써 얼굴은 볼 수 없었다.

베카가 깜짝 놀라 재빨리 자신의 말을 붙잡고 짐을 쌌다.


"레이크웰! 우릴 잡으러 오는 거야."


"어떻게?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설마 내가 메이븐 티리얼인 걸 알아챘나?"


여관에서 일어난 한바탕 소동은 메이븐 자신도 피해자이기 떄문에 여관주인을 주먹으로 잘 타일러서 무마시켰다. 메이븐은 베카가 왜 저렇게 난리인지 알 수 없었다. 그 순간 언덕 위에서 베카가 말의 등자에 발을 올리는 모습을 목격한 다섯명의 기사들이 말에 박차를 가하고 달려오기 시작했다.


"멈춰라! 악독한 이인조 강도 녀석들. 오늘 아침 마법통신구를 통해 너희들을 잡아오라고 제2수도기사단에서 일리오네 헬버디아 경의 이름으로 협조요청이 들어왔다."


"제2기사단에서?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말야..."


메이븐이 기사의 외침에 당황해서 베카를 따라 도주하려던 생각을 멈추고 도로 말을 진정시키고 달려오는 기사들을 향해 두 손을 들어올려 보였다. 그러나 베카는 제2기사단이라는 말에 더욱 경기를 일으키더니 말을 몰아 언덕 반대편을 타고 내려가며 도주했다.


메이븐이 당황하는 사이 말을 몰고 달려오는 다섯명의 기사가 각각 핼버드와 롱소드 따위를 꺼내 들었다.


"검은 머리 소년은 생포하고, 녹색 머리 여자는 죽여라!"


"뭐?"


베카가 대장으로 보이는 중년 목소리 기사의 외침을 듣고 더욱 박차를 가해 말을 몰아 달아났다. 투항하려던 메이븐도 베카를 죽인다는 소리에 깜짝놀라 결국 그의 말에 올라 베카를 따라 도주하기 시작했다.


"뭔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딱 맞춰왔다. 바바, 스승으로서 명령이다. 실전이다!"


"너나 맞서 싸워."


쥐뿔도 목숨을 걸 생각이 없는 베카는 계속 달려서 도망갔고, 메이븐은 베카가 지금 강이 있는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고 소리질렀다.


"바바! 어딜 도망가! 그리로 가면 강이 나와서 포위 당해."


"일리오네 경이 널 죽이진 않을 거잖아. 자르긴... 할지도. 아무튼 난 분명 죽는다고."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어차피 너에겐 내가 없어도 사군자가 곁을 지켜줄거야!"


"아깐 인격체로 대하지 말라며. 그리고 방향 잘못 잡았다니까."


"그럼 바꿀 테니까, 니가 미끼가 되어서 반대방향으로 유인해 줘. 따라오지 마. 망할놈아. 나라도 살아야지."


"바바! 이 망할년아."


옥신각신 말을 몰면서 다투는 베카와 메이븐을 보고 갑옷을 입고 말을 모는 기사들이 따라오며 소리쳤다.


"역시 도적놈들이라 동료애도 없구나."


"멍청한 녀석들, 이 부근은 우리 앞마당이다."


베카와 메이븐의 앞에 장창을 들고 진형을 갖춘 보병들이 등장했다. 말을 붙잡기 위함인 듯한 그 진형 뒤로 궁수들이 활을 장전하고 있었다.


"까약! 함정이었어."


"그니까 이쪽으로 가면 안 된다고! 바바, 방패. 방패."


베카가 패닉에 빠지려다가 메이븐의 외침에 가까스로 전에 용병들로부터 빼앗은 카이트쉴드를 꺼내 화살이 날아오는 정면을 막았다. 화살 하나가 정통으로 그녀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들다가 쉴드에 맞고 튕겨나갔다.


"죽을 뻔 했어."


방패가 없는 메이븐은 말등에 납짝하게 엎드리고 타이밍을 맞춰 사군자를 휘둘러 화살을 쳐냈다. 그러며 다급하게 베카에게 소리질렀다.


"얼른 달려서 우회하고 방패를 등으로 돌려서 매! 오른편에 개활지가 있어. 방향을 꺽어 그리로 도망간다."


"야, 너 화살받이로 세우려고 나보고 앞서서 가란 거지!"


"들켰나? 아무튼,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베카가 투덜거리면서 방향을 틀어 오른편의 관목 덤불을 뛰어넘어갔다. 추격하는 기사들이 서로 눈짓하더니 그들이 아는 지름길로 보이는 오른편 샛길로 모습을 감췄다. 메이븐도 쓰로잉 나이프를 말이 달리는 속력을 이용해 궁수들이 있는 방향으로 던지고 덤불로 달렸다.


그러다 롱소드를 들고 가장 앞에서 달려오는 혈기 왕성한 기사 한 명이 보였다. 무리에서 떨어져나온 기사를 보고 잠시 고민하다가 메이븐이 빠르게 그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덤불숲이 좁고 시야가 가로막혀, 메이븐의 질주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양민들을 협박해 금품을 갈취하다니. 어서 칼을 버리고 투항해라."


"그런 적 없거든."


메이븐이 속도를 늦추자 왼편에서 그를 따라잡은 목소리가 아직 앳된 젊은 기사가 갑옷을 입은 채, 왼 손으로는 고삐를 쥐고, 오른손으로 크게 대형 롱소드를 휘둘렀다.


메이븐은 에스토크 사군자를 납검하고 소드브레이커를 양손으로 쥐고 있었다. 그리고 기사와 나란하게 말을 몰며 능숙하게 소드브레이커 단검을 꺼내 기사의 검끝을 소드브레이커의 이빨로 낚아챘다.


컹!


묵직한 쇳소리와 함께 롱소드가 턱에 걸린 듯 갑자기 멈추자 충격을 받은 기사가 말 위에서 흔들렸다. 그러자 메이븐은 양손으로 쥐었던 소드브레이커에서 오른손만 떼내 붙잡은 상대방의 롱소드를 붙잡아 끌어당겼다.


메이븐은 고삐를 놓고도 안정적으로 말을 모는 데 반해 상대방 기사는 말 위에서 한 손만으로 전투를 해야 했다.


메이븐에게 붙잡힌 검이 휙 당겨지자, 균형을 잃은 기사는 검을 놓아버릴까 갈등하다 검을 붙잡고 꼴사납게 낙마했다.


"다음부터는 승마술을 더 연습하고 오라고."


"크윽! 아아악!"


진흙에 떨어져 구른 어린 기사가 롱소드를 지팡이 삼아 몸을 일으키며 얼굴가리개를 올리고 분한 듯 소리질렀다. 메이븐은 그 모습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말을 몰고 다시 나머지 네 명의 기사와 거리를 벌렸다.


베카가 정신을 차렸는지 저 앞에서 도로 말을 돌려 메이븐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우아악! 이래나 저래나 죽을 바에 싸울 거야."


"잘 생각했어, 바바. 기사들만 처리하면 도망칠 수 있거든."


베카의 무식한 투핸디드소드는 기마전에서 휘력을 발휘할 수 있다. 메이븐은 머릿속으로 베카와 나란히 말을 몰며 차분하게 기사들의 무리에서 떨어져나오는 자를 하나씩 쓰러뜨리는 계획을 세우다 문득 궁금해져서 물었다.


"근데 왜 일리오네의 명령으로, 우리를 쫓아오는 걸까? 일리오네가 나를 해칠 리 없는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렇긴하지."


메이븐이 의심가득한 눈초리로 베카를 흘깃거렸다. 베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더니 정신차리라고 메이븐에게 소리쳤다.


"온다!"


네 명의 기사들이, 둘 씩 나뉘어 베카와 메이븐을 상대하기로 한 듯 각자 핼버드를 든 사람 하나와 롱소드를 든 사람 하나 씩 조를 이루어 베카와 메이븐에게 차징을 시도했다.


메이븐이 각각 좌와 우를 점하고 내리쳐지는 핼버드와 롱소드를 보고 침착하게 소드브레커를 집어넣은 뒤 사군자를 들어올렸다.


'기회는 단 한 번. 근접했을 때 저들의 공격을 회피하고 사군자를 갑옷 겨드랑이 틈에 밀어넣는 거다.'


갑옷의 구조상 겨드랑이는 보호하기 어렵다. 물론 고급 갑옷은 겨드랑이와 팔꿈치 등 관절부위를 보강하는 작은 방패를 달지만 그래도 차징시 짧은 틈이 노출되는 건 피할 수 없다.


좌측 측면에서 찌르기로 날아드는 핼버드와 우측 측면에서 날아드는 롱소드 사이에서 갈등하던 메이븐은 좌측 핼버드로 말을 기울였다. 자연스레 롱소드를 피하며 핼버드 앞으로 뛰어든 메이븐이 미스릴 합금으로 이루어진 사군자의 강도를 믿고 오른손으로 사군자를 쥐고 왼손으로 사군자의 검신을 받치는 하프소딩 가드를 세웠다.


그리고 그대로 은은한 푸른 빛의 아지랑이 같은 소드오러를 머금은 핼버드를 받아 머리 위로 튕겨냈다.


"큭! 힘이 장난아니네."


메이븐으로부터 힘을 전달받은 메이븐의 말이 휘청거리며 쓰러질 듯 하다 간신히 균형을 잡았다. 그리고 메이븐은 그대로 에스토크를 역수로 바꿔쥐고 핼버드를 휘둘렀던 기사의 훤히 드러난 오른편 겨드랑이를 내리 찍었다.


"커헉!"


겨드랑이를 감싼 사슬갑옷 때문에 깊이 찌르진 못했지만 더 이상 핼버드를 휘두르진 못할 것이다. 오른손을 쓸 수 없게 된 해당 기사가 갑옷을 벗고 포션을 쓰기 위해 멈춰섰다.


이제 메이븐은 롱소드를 쥔 기사 한 명과 일대일로 붙을 수 있었다.


베카를 보니 메이븐처럼 한 명을 처리하진 못했지만 초록빛 소드오러를 두른 투핸디드소드를 한 손으로 붕붕 돌리며 조를 이룬 두 기사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바바, 조금만 더 버텨줘. 이놈만 처리하면 합류할께."


메이븐이 사군자를 들고 달려들며 소리치자, 기사가 당황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처음에 언덕 밑에서 둘을 체포하겠다고 소리쳤던 대장으로 보이는 중년 목소리의 기사였다.

그는 메이븐이 달려들자 롱소드를 크게 휘둘러 거리를 벌리고 소리쳤다.


"멈춰라. 제2기사단장께서 만약 둘을 체포하다가 저항이 거세 위기에 빠지면 이 노래를 전하라고 했다."


"뭐? 일리오네가?"


메이븐이 일리오네의 이름이 나오자 잠시 망설이며 기사에게 찌르던 에스토크에서 힘을 풀었다. 대장으로 보이는 기사가 어색하게 중년 남성의 목소리로 노래불렀다.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가.

고양이 주인은 자책한다. 아이참, 부뚜막에 생선을 놔둔 내 잘못이지!

부뚜막에 생선을 놔둔 내 잘못이지!

고양이의 네 다리를 분질러 아궁이 불에 던지자!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 고양이는 이리 온.

고양이는 이리 온"



"흐헝!"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베카가 뒤도 안 돌아보고 말 위의 짐을 내던지고 투핸디드소드만 등에 맨 채 전력으로 도주했다. 그녀를 상대하던 두 기사가 황망하게 보다가 목표를 메이븐으로 바꾸고 포위했다.


"우선순위는 이 자의 생포다. 저 여인의 척살은 후순위지."


베카가 말을 몰아 혼자 도망치면서 허공에 대고 고함쳤다.


"흐허허헝, 소드마스터님 목숨만은 살려주세요!"


"야! 혼자 가면 어떡해. 스승님을 버릴거야? 그리고 또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어. 내가 적이라면 아마도 그 방향에 함정을..."


메이븐이 사군자를 들고 롱소드 차징을 흘려내며 소리질렀다. 베카는 메이븐의 절박한 외침에도 혼란에 빠져 이성적 판단능력을 잃었는지 기사들이 몰아가고 있는, 함정이 있을 게 분명한 대로를 향해 달렸다.


"꺅!"


관로변을 향해 달리던 베카의 말이 무언가에 다리가 걸린 듯 쓰러졌다. 베카가 어디 부러진 건 아닐지 걱정이 될 만큼 흙바닥 위를 볼썽 사납게 나뒹굴었다.


혼자 말을 탄 세 명의 기사에게 앞뒤로 포위 된 메이븐이 이를 악 물었다. 도주하자니 쓰러진 베카가 마음에 걸렸다. 흉흉한 핼버드 둘과 양손검 양식의 롱소드 셋이 햇살을 반사해 번뜩였다. 기사들의 갑옷은 빈틈없이 단단한 성채처럼 늠름하게 메이븐을 마주보았다.


끄응, 세 명의 기사를 노려보던 메이븐이 자신의 에스토크와 소드브레이커, 남은 쓰로잉 나이프 따위를 해제해 바닥에 내던졌다.


"항복할께. 대신 바바를 죽이지 말고 같이 압송해."


'두고봐라 베카... 오늘 수모는 내가 반드시 이자까지 더해 갚는다.'


헤이스팅스 성의 기사단원 세 명이 느긋하게 메이븐을 중심에 두고 둥글게 포위해 무장해제를 기다렸다. 곧 경비대원으로 보이는 보병들과 궁수들이 다가와 또 다른 포위진을 구성하고 기절한 베카와 투항한 메이븐이 체포되어 줄에 묶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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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중세 검의 종류와 검술 참고자료 목록 +1 18.07.19 121 0 -
37 폭풍같은 내전 - 평야의 결전 (2) 18.08.10 58 0 18쪽
36 [외전] M. T.의 기사 임용 면접 후기 18.08.09 58 0 15쪽
35 폭풍같은 내전 - 평야의 결전 (1) 18.08.06 77 0 17쪽
34 폭풍같은 내전 - 베네딕트 남작령 침공 (3) 18.08.05 75 0 18쪽
33 폭풍같은 내전 - 베네딕트 남작령 침공 (2) 18.08.04 69 0 18쪽
32 폭풍같은 내전 - 베네딕트 남작령 침공 (1) 18.08.03 102 0 19쪽
31 폭풍같은 내전 - 파르찬 루이스 유격대 (3) 18.08.02 101 0 18쪽
30 폭풍같은 내전 - 파르찬 루이스 유격대 (2) 18.08.01 122 1 18쪽
29 폭풍같은 내전 - 파르찬 루이스 유격대 (1) 18.07.31 118 1 17쪽
28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8) 18.07.30 108 0 18쪽
27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7) 18.07.29 102 0 19쪽
26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6) 18.07.28 102 1 18쪽
25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5) 18.07.27 107 0 19쪽
24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4) 18.07.26 91 0 17쪽
23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3) 18.07.25 129 0 17쪽
»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2) 18.07.24 110 0 17쪽
21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1) 18.07.23 127 1 19쪽
20 헤이스팅스 영지로 (4) 18.07.22 126 1 18쪽
19 헤이스팅스 영지로 (3) 18.07.21 151 1 19쪽
18 헤이스팅스 영지로 (2) 18.07.20 162 1 17쪽
17 헤이스팅스 영지로 (1) 18.07.19 154 0 19쪽
16 죄수의 딜레마 (4) 18.07.17 162 0 19쪽
15 죄수의 딜레마 (3) 18.07.16 146 0 18쪽
14 죄수의 딜레마 (2) 18.07.15 175 0 18쪽
13 죄수의 딜레마 (1) 18.07.14 194 0 20쪽
12 황도의 비밀결사 (4) 18.07.13 176 1 19쪽
11 황도의 비밀결사 (3) 18.07.12 200 1 19쪽
10 황도의 비밀결사 (2) 18.07.11 254 1 19쪽
9 황도의 비밀결사 (1) 18.07.10 308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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