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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께스 님의 서재입니다.

죽다 부활해서 방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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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께스
작품등록일 :
2018.07.02 16:14
최근연재일 :
2018.08.10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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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02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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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같은 내전 - 파르찬 루이스 유격대 (3)

DUMMY

메이븐이 불현듯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밀려드는 불안한 감정을 잠재우지 못하고 베카를 붙잡으려는 순간, 베카가 당당하게 파르찬에게 먼저 요구했다.


"난 몰라도 여기 얘는 꽤 유능한 경력직인데, 월급은 얼마지?"


"18살 짜리가 경력직이라니 와이번이 용언마법을 사용한데도 믿겠군. 너무한 거 아닌가? 둘이 합쳐서 연간 4만 골드."


"에이, 짜다. 목숨 걸고 최전방에서 달리는데. 3만 골드 씩 해서 6만 골드 어때?"


"4만 골드."


"5만 골드는 어떨까?"


"4만 골드."


"좋아. 미치겠군. 4만 골드! 그 대신 우리 천막은 따로 치고 장비류와 식사는 파르찬 루이스, 네가 쓰는 것과 동급으로. 말도 타고다닐거야."


'야, 바바. 난 아직 동의 안했는데?'


임금협상에서 뒷전으로 밀린 메이븐이 불만족스럽다는 눈길로 파르찬 루이스와 베카를 번갈아 노려보았다. 메이븐이 참지 못하고 덧붙였다.


"물론 성과급은 별도다."


"...좋아."


'거절하기에는 너무 큰 돈이야.'


이내 만족스러운 답을 이끌어낸 메이븐이 웃으면서 팔짱을 풀고 파르찬에게 악수를 청했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밀려오던 불안감은 어느새 씼은 듯이 사라졌다. 왕당파의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되는 내전 아닌가. 왕당파에 붙은 입장에 나쁠 게 뭔가.


"급여는 매달 분할지급된다. 한 달에 1700골드 가량 되겠군. 성과금은 혁명이 완료되면 그 시점을 기준으로 정산하여 내려질 것이다. 원한다면 공에 따라 새로 창설될 에스피온 제국 정규군에 지휘기사로 편입되겠지. 이 정도면 내가 받는 대우에도 밀리지 않는 최상급 대우다."


"뭐, 아직 계약서에 도장 찍은 건 아니니까. 계속 찬찬히 근무조건이나 들어보려는데?"


메이븐이 쎄게 나왔다. 한편 다른 게 신경쓰인 베카가 물어보았다.


"월급으로? 난 한 번에 받고 싶은데...."


"한 번에 지급하면 가지고 도망치는 놈들이 많아서 안 된다."


인생은 한 방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목숨을 걸어야하는 전쟁터에 용병으로 몰려든다. 전쟁에 불려들어온 용병이나 자유기사와는 주 혹은 월단위로 급여를 지불하는 게 정상이다. 그래야 돈을 먹고 튀는 일이 없으니까.


베카가 왜인지 모르지만 잠시 파르찬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애꿎은 맑은 하늘 위 구름을 세었다.


어느 정도 의견 조율에 진척이 있다는 생각이 들은 파르찬 루이스가 간이 고용계약서를 가지고 왔다. 메이븐이 차분히 계약서를 문구를 검토하던 가운데 파르찬이 낯선 법률 문구들로 고심하는 베카에게 조용히 이야기했다.


'레이크웰을 네가 생사여탈권을 가진 전속 부관 겸 하인으로 붙여주지. 아침저녁으로 세숫물과 식사를 대령하는 임무, 청소, 설겆이 등 사적인 지시를 해도 공적인 명령으로 간주해 주겠다.'


'...정말? 알았어.'


베카가 호탕하게 계약서의 앞장을 건너뛰고 맨 뒤에 자기 이름을 서명해 넣는 대담함을 보였다. 조용하게 한 줄 한 줄 검토하던 메이븐이 깜짝 놀라서 베카를 돌아보았다.


"좋아, 합류하겠어."


"왜, 파르찬이 뭐라 그랬는데?"


"훗,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검술의 천재라던데"


"...끔찍하군."


"죽을래?"


메이븐이 자조적인 한 숨을 내쉬며 마저 그의 계약서를 읽고 몇 가지 문구를 고친 뒤 서명해 파르찬 루이스에게 넘겼다. 파르찬 루이스는 두 명 분의 자유기사 고용 계약서를 받아들고 그 피로해보이는 초로의 얼굴에 기운차고 밝은 미소를 띄어보였다.


"좋다. 지금부터 자유기사 바바 경을 소좌의 계급을 가진 독립된 지휘관으로 임명하고 자유기사 레이크웰 경, 그대는 대위의 계급을 가진 그녀의 전속 부관이 된다."


"씁, 아 이제 욕하면 안 되지. 아무튼 왜 스승인 내가 부관인데?"


부당한 조치에 메이븐이 단번에 반발했다. 증명할 수 없을 따름이지, 전장에서 관록으로 보면 그가 파르찬 루이스를 대신해 게릴라 부대의 지휘권을 휘두르는 게 부대의 임무나 부대원의 생존을 위해 이득이다.


하물며 저 멍청한 베카보다 못한 자리라니, 그의 자존심이 도무지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파르찬 루이스가 능글맞게 웃었다.


"보통 부하들 앞에선 보여주기식 무력이 더 중요하지. 소드오러를 기준으로 누가 더 높은 경지이지?"


"그래도 검술은 소드오러가 다가 아니..."


베카가 메이븐의 항변을 잘라먹고 번쩍 손을 들어올렸다.


"네, 제가 더 쎕니다!"


"그래, 그래서 바바 경이 상관이고 레이크웰 경은 그 전속부관이다."


"이러면 안되는데... 시발."


상관이라는 말에 심취한 베카가 호의적인 시선으로 파르찬 루이스를 바라보다 메이븐을 오른손가락으로 삿대질하며 물었다.


"레이크웰 대위를 상관모욕죄로 때려도 됩니까?"


메이븐이 베카의 말에 사정없이 얼굴을 구기며 딴죽을 걸었다.


"야, 이미 신세한탄조로 한 혼잣말은 모욕죄 성립이 안된다는 판례가 있어."


상관모욕죄라는 군형법상 죄와 모욕죄는 조금 다르지만 베카가 그 미묘한 차이를 깨달을 리 없다. 메이븐이 재빨리 그럴듯한 거짓말로 두루뭉술 넘어가건 말건, 이미 상관이 되어서 레이크웰을 마음대로 부린다는 이야기에 기분이 한 껏 들뜬 베카는 다가와 메이븐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잘해보자구, 부관."


"덥다."


파르찬 루이스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둘을 지휘관 막사 입구로 안내해주었다.


"바깥에 보이는 우측의 천막이 자네 둘이 생활할 별동대장 막사네. 부관은 24시간 그림자처럼 보좌하고, 게릴라 부대의 특성상 모든 생활이 전투라 사적인 지시는 존재하지 않으니 군말 없이 따르도록."


"뭐?"


메이븐이 공적인 명령과 사적인 지시를 나누는 명백한 이분법을 무시한 인권침해적 헛소리에 발끈하는 사이, 괴력의 베카가 메이븐의 뒷덜미를 잡고 그녀의 힘으로, 낡은 기름먹인 천으로 만들어진 게릴라 부대 내에서 나름 고급스런 막사로 그를 질질 끌고갔다.


"그나저나 부관 레이크웰 대위, 파르찬 루이스 대장께서 특별히 24시간 함께 구르는 게릴라 부대의 특성상 공적인 지시와 사적인 지시의 구분을 없애주신 걸 아나? 일단 가서 세숫물 좀 떠 오게."


삭막하다고 말할 만큼 야전침대와 바닥에 놓는 작은 모포더미, 그리고 지도를 놓을 수 있는 테이블 외에 이렇다할 살림거리가 없는 별동대장 막사에 들어와 베카가 처음 뱉은 말이었다.


"아, 그리고 그 전에 내 부츠 좀 벗기고."


"샹."


침대에 드러누운 베카의 부츠를 벗겨주며, 헤이스팅스 경비대에 붙잡혀 조강지처 헛소리가 나오던 순간이 트라우마처럼 떠오른 메이븐은 오한에 몸을 떨었다. 그래도 더는 이 공간에 베카와 같이 있으면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어 양철 세숫대야를 발로 걷어 차서 들어올리고 손에 들고 휘적휘적 걸어나가 버렸다.


'시발, 더러워서. 이제 특별 검술지도는 없다.'


막사 안으로부터벌써 반 쯤 잠에 빠진 듯한 베카의 말이 들렸다.


"어험! 누가 쌍시옷 소리를 내었는가?"


"이게 나라냐."



*



다음날, 베카와 메이븐에게 각기 그들의 치수에 어설프게나마 맞는 시대에 뒤쳐진 듯한 대량생산한 느낌이 드는 투박한 갑옷이 주어졌다.

전신 판금 갑옷은 게릴라 부대 내에 몇 없는 비싼 거라 선택지가 없었지만 베카가 보급을 요청한 양손검은 수량이 꽤 되었다.


손잡이의 가죽이 검신까지 타고 올라간 것, 검신의 아랫쪽 부분이 손바닥 만한 크기로 넓적하게 변형되어 흔히 쉴드라고 부르는 방어용 판막이 달린 것, 적의 검이 걸리도록 돌기가 중간에 나와있는 것 등등 다양한 양손검이 게릴라 부대의 무기고에서 발견되었다.


"야, 야, 레이크웰 네 생각에는 어느 게 좋은 검이냐?"


"바바, 투핸디드소드는 네가 사용하는 검술의 단점을 가려주고 장점을 살려주는 게 좋아. 균형은 다 보통 수준으로 잡혀있군. 딱히 명검도 구린 검도 없어 보여."


"그렇지? 이거 멋있지 않냐? 길고 크고 꼿꼿해, 아름다워."


베카가 그녀의 괴력으로도 한 손으로는 쉽게 휘두르기 어려워 보이는 검을 골라들고 말했다. 못해도 검날 부위만 1.7m는 되어보였다. 검 손잡이까지 하면 2m라 베카의 키보다 큰 검이었다.


"그건 기병용 양손검이야. 말을 타고 적에게 차징을 한다면 쓸 수 있겠지만... 말에서 내려서, 숲에서 뛰쳐나와 급습하는 게릴라 부대의 전투라면 보병처럼 싸우게 될 가능성이 있어. 기다란 검은 회전시킬 때 옆의 아군이나 땅바닥에 걸릴 수 있어."


메이븐이 시범삼아 베카의 검을 받아들고 검을 휘둘러 우 상단에서 좌 하단으로 베고 회전의 여력을 살려 한 바퀴 돌려 미들-가드 자세로 돌렸다.

그 과정에서 흙바닥이 패였다.

신장보다 큰 검의 길이와, 메이븐의 부족한 근력으로 인해 어쩔 수 없었다.


"아래에서 위로 올려치는 공격을 포기하게 되는데 그게 약점이야. 창이나 스태프처럼 자유자재로 그립지점을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건틀릿을 껴서 하프소딩 검술을 사용하게 될텐데 그 때 소드오러를 포기해야 해."


"웩, 어떻게 익스퍼트 중급이 되었는데 소드오러는 포기할 수 없지."


베카가 2m짜리 긴 기병용 투핸디드소드를 탐욕스럽게 보다가 다시 자리에 돌려 놓았다. 이번에는 검날의 길이는 1.5m 수준이고 전체 길이는 1.8m인, 쉴드가 들어간 검을 집어들었다. 방금 전보다 조금 짧지만 그래도 그 대신 휘두르기에는 용이했다.


메이븐이 받아들어서 휘둘러보니 균형이 잘 잡혀있었다.


"갑옷이 있기는 하지만 적의 마법이나 소드오러를 막아내려면 역시 쉴드가 달린 칼을 쓰는 것도 나쁘지 않지. 길이는 짧지만, 방금 전 칼보다 장시간 휘둘러도 지치지 않을 거야. 땅에 발을 딛고 싸울 때 바닥에 걸리지도 않고."


"음, 좋아."


베카는 몇 자루의 검을 더 들어서 휘둘러 보다가 결국 크로스가드가 원반 형태로 만들어진 론델 단검 한 자루, 쓰로잉나이프 다섯자루를 더 골라 허리에 찼다.


"쓰로잉나이프? 너도 투척형 무기 사용했던 거야? 내 것 빌려줄 걸 그랬나..."


"아니, 하지만 옆에 스승이 있잖아. 초절정 미녀 용사의 재능으로 스펀지처럼 흡수해서 배우면 금방이지."


"쓰로잉나이프는 재능과 감각을 많이 타서... 가르쳐 준다고 될까 싶은데."


"야! 일주일만에 소드익스퍼트 중급이 되었는데, 이 정도면 스승님이 넙죽 업드려 '제발 제 가르침을 받아주십시오'하고 애원해야 하는 재능 아니야?"


"응, 아냐."


"너는...! 너는 미스릴 검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주제에!"


"야, 바바! 뭐라고?"


메이븐이 화가 나서 따져들자 베카가 메이븐의 말투를 흉내내면서 근엄하게 허리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하하, 파르찬 루이스 경. '나는 소드오러 따위 하찮은 잔기술에 기대지 않아도 충분히 강하다오.' 푸하하. 소드오러 따위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미스릴 검에는 의존하는 이유가 뭔데에?"


"윽. 얄미운 말만 골라서 하는군."


"우쭈쭈, 얄미워쪄여?"


"시발."


계급상 윗줄이 된 베카가 기고만장하여 메이븐을 놀려먹는 강도가 점점 심해졌다. 상하관계를 다시 조정해 달라고 파르찬 루이스를 찾아가 따지거나 다른 부대로 둘을 따로 떼내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메이븐은 시작부터 고려하기 시작했다.


"상관으로써 명령이다. 지금 즉시 천막 안에 벌레를 잡고, 잠자리를 준비하고 식수를 떠와라. 저녁 식사를 배급받아 오는 것도 잊지 말도록. 침대는 내가 쓰고 넌 바닥에서 잔다. 알겠나 부관?"


"명령은 거부한다."


싸늘하게 말하며 메이븐은 자신이 쓸, 크로스가드가 없는 일체형의 얇은 쇠로 된 쓰로잉나이프를 골라 무게중심을 찾았다.

메이븐이 계급놀이에 따라주지 않고 차갑게 무시하자 화가 났는지 베카가 얼굴을 붉히며 씨익 숨을 몰아쉬었다.


"야! 레이크웰 그러면 너 귀족에다가, 황태자가 눈에 불을 켜고 죽이려는 메이븐 티리얼의 부활판인 거 실수로 불어버린다."


"미쳤어?"


최후의 카드를 터뜨려버린 베카가의 말에 메이븐이 당황해서 허공에 던져올려 저글링을 해보던 쓰로잉 나이프를 떨어뜨리고 달려가 베카의 입을 장갑낀 손으로 틀어막았다.


"읍읍! 퉤, 이거 하지 말랬지."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사람이 할 짓이 있고 못할 짓이 있지. 금수도 아니고!"


"귀족들의 배때기에서 기름을 짜내 그 불로 혁명의 횃불을 밝힌다던데, 네가 귀족인 게 들통나면 곱게 목이 잘리는 걸로는 안 끝날텐데?"


"...아악! 바바, 너 두고봐."


히스테리를 일으킬 지경이 된 메이븐이 두 손으로 자기 머리를 헤집으며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베카는 그러나저러나 메이븐이 골라준 투핸디드소드가 꽤 마음에 들었는지 등에 메어있던 기존의 부러진 투핸디드 소드를 버리고 그 자리에 가죽 띠로 단단히 새로운 쉴드가 달린 투핸디드소드를 고정했다. 지휘관급이 쓰는 무기라 보급품이지만 품질이 나쁘지 않았다.


메이븐에게 잊지 않고 그녀가 혀를 쏙 내밀었다.


"레이크웰, 내가 언제나 말하지만 두고 보자는 사람 무서운 적 없단다."


"...휴, 덕으로 인도하고 예로 대하면 자연히 스스로 부끄러워할 줄 알고 선에 이를 것이리라."


"으윽, 소름 돋아. 레이크웰 너 에스토크 이름도 사군자로 짓더니 산적두목한테도 찾아가 훈계할 것 같잖아. 싫다. 한 번 발기부전이 되보더니 이상해졌어."


"...하여 스스로 깨달을 지어다."


메이븐이 군자의 도를 읊으며 말 없이 베카가 요청한 대로 천막의 벌레들을 잡고 쫓아내러 털레털레 무기고를 나와 혼자 먼저 걸어갔다.


'파르찬 루이스 유격대의 전위기사로 베카와 함께 혁명게릴라 활동을 시작했다. 황태자 에반스 에시피온을 만나서 일리오네의 복수를 하고 그 과정에서... 에반스 녀석의 이익을 따라 움직이는 게 배아프지만, 그러면 최대한 적은 양의, 무고한 제국 백성의 피만 흘리고 일찍 내전을 종지부 지을 수 있긴 하다. 왕당파에 들어가 돕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지휘막사 앞에서 메이븐은 혁명군을 상징하는 에스피온 황실의 황금빛 별문양과 루이스 가문을 상징하는 하얀 독수리가 그려진, 나란히 걸린 두 깃발을 보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목표는 황태자의 측근이 되어 그를 암살하는 것... 그 과정에서 제국민들 사이에서 최대한 적은 희생이 나오게 해야해'


"어렵군... 미안하지만 조금만 기다려다오, 일리오네. 황태자와 그 검객을 찾아 저승으로 보내주마."


메이븐은 품 안에 넣고 다니고 있는 천으로 감싼 부러진 피에라브라스가 새삼 무겁게 다가왔다.



*



파르찬 루이스가 위험하게 반짝이는 갈색 눈동자를 빛나며, 평소 밤에 잠은 자는지 의심스러운 새카만 다크서클이 드리운 눈으로 작전을 설명했다.


"우리들의 첫 뒤치... 아니 빈집털이의 목표는 베네딕트 영지다. 현재 왕당파에 속한 제1기사단과 대치중인 베네딕트 남작의 병력이 영지를 빠져나간 사이 우리가 성을 점령하고, 나아가 여건이 조성될 경우 기사단과 충돌하는 지점에서 측면을 급습하는 것이다."


작전회의에 참석하는 인원 중 끄트머리인 메이븐이 손을 들고 질문했다.


"지금 베네딕트 남작이 여성이던가?"


"맞다. 베네딕트 남작의 독자인 장남은 워낙 무능해서 5년 전 실각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장녀인 이슬라 베네딕트가 물려받았지."


"이슬라 베네딕트... 남작가문의 영지 경비병력을 가지고 용케도 제1기사단을 상대로 버티는군. 기사들은 모두 황실소속이니 소드 익스퍼트는 베네딕트 가문의 인물 몇 명 빼고 없을 텐데?"


파르찬이 작전지도에서 분지지형을 가리키며 고개를 끄덕여 보았다.


"그렇다. 소드익스퍼트가 없고 심지어 기병대도 갖추고 있지 않다. 그러나 마법으로 만든 화약이 들어간 캐논과 파이크창병대를 조합해 분지의 회전에서 말을 탄 중소규모 기사단들을 연달아 격파했다더군."


"용병술에 재능이 있나 보군. 기병 없이 말을 탄 기사를 상대했다니 구경하고 싶은데?"


"레이크웰 대위, 아쉽지만 그런 기회는 우리 부대의 우선순위가 아니다. 우리는 현재 최소한의 경비병력만 두고 비어있는 베네딕트 영지 내부로 내일 새벽을 틈타 잠입해 점령한다. 베네딕트 영지는 소드익스퍼트 하급과 중급, 총 2명의 베네딕트 가문 서출 출신 기사가 50명 규모의 경비병력과 함께 지키고 있다."


"포위해서 굶겨 죽이는 건 안되나?"


"속전속결. 상부의 지침이다."


'길어지면 외국에서 개입할 시간과 명분을 내어주니까...'


메이븐은 파르찬의 설명에 납득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면 나와 바바의 역할은 별동대를 이끌고 그 두 소드익스퍼트를 처리하는 것이겠군."


"그렇다. 하지만 일단 레이크웰 대위, 너와 바바 소좌는 침투로를 확보하고 성벽을 넘어 성문을 여는 동안 특수임무를 받은 인원을 지휘하고 지키는 역할을 맡는다."


"성문을 열라는 건가?"


"그렇다. 침투를 위한 경로와 방법은 나눠준 계획서와 같다."


메이븐이 찬찬히 자신에게 넘겨진, 비밀취급 꼬리표가 붙은 작전계획서를 읽어보다가 얼굴이 흙빛으로 변해 테이블 위에 계획서를 내던지고 파르찬 루이스를 노려보았다.


"...갑옷을 입은 채 해자를 헤엄쳐서 건너서 성벽을 기어오르라고?"


"아니, 당연히 이번 임무에 한정해서 갑옷은 포기해야겠지."


"그 상태로 발각되면 궁병에게 집중사격 당하다 죽잖아?"


"안 발각되면 되겠지. 혁명정신으로 극복하는 거다."


베카가 조용히 메이븐의 귀에 손을 대고 귓속말했다.


'야, 이거 심각한 거냐?'


메이븐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여보이고 테이블 위에 내던진 작전계획서를 손가락으로 툭 두들겼다.


"미안하지만... 난 이 계획서의 문제도 모를 만큼 바보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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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폭풍같은 내전 - 평야의 결전 (2) 18.08.10 58 0 18쪽
36 [외전] M. T.의 기사 임용 면접 후기 18.08.09 58 0 15쪽
35 폭풍같은 내전 - 평야의 결전 (1) 18.08.06 77 0 17쪽
34 폭풍같은 내전 - 베네딕트 남작령 침공 (3) 18.08.05 75 0 18쪽
33 폭풍같은 내전 - 베네딕트 남작령 침공 (2) 18.08.04 69 0 18쪽
32 폭풍같은 내전 - 베네딕트 남작령 침공 (1) 18.08.03 102 0 19쪽
» 폭풍같은 내전 - 파르찬 루이스 유격대 (3) 18.08.02 102 0 18쪽
30 폭풍같은 내전 - 파르찬 루이스 유격대 (2) 18.08.01 122 1 18쪽
29 폭풍같은 내전 - 파르찬 루이스 유격대 (1) 18.07.31 118 1 17쪽
28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8) 18.07.30 109 0 18쪽
27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7) 18.07.29 102 0 19쪽
26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6) 18.07.28 102 1 18쪽
25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5) 18.07.27 108 0 19쪽
24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4) 18.07.26 91 0 17쪽
23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3) 18.07.25 130 0 17쪽
22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2) 18.07.24 110 0 17쪽
21 부러지는 피에라브라스 (1) 18.07.23 128 1 19쪽
20 헤이스팅스 영지로 (4) 18.07.22 126 1 18쪽
19 헤이스팅스 영지로 (3) 18.07.21 152 1 19쪽
18 헤이스팅스 영지로 (2) 18.07.20 162 1 17쪽
17 헤이스팅스 영지로 (1) 18.07.19 154 0 19쪽
16 죄수의 딜레마 (4) 18.07.17 162 0 19쪽
15 죄수의 딜레마 (3) 18.07.16 146 0 18쪽
14 죄수의 딜레마 (2) 18.07.15 175 0 18쪽
13 죄수의 딜레마 (1) 18.07.14 194 0 20쪽
12 황도의 비밀결사 (4) 18.07.13 176 1 19쪽
11 황도의 비밀결사 (3) 18.07.12 201 1 19쪽
10 황도의 비밀결사 (2) 18.07.11 254 1 19쪽
9 황도의 비밀결사 (1) 18.07.10 308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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