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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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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4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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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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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the watcher-2

DUMMY

성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세하의 말대로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팀에서도 이런 심문이 이뤄지고 있는 겁니까?"

"딱히 심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가벼운 심문 당해본 적 있나?"

"질문에 대한 대답은 듣지 못했습니다."

"....나는 정확히 알 수 없는 부분이야."

다른 쪽에서도 심문이 벌어지고 있다는 대답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모양이더군."

표정을 찡그리고 있는 성환에게 세하가 말을 보탰다. 성환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래봤자 아닙니까. 결국 평범한 헌터 한 명일 뿐인데. 왜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지는 겁니까?"

"자세한 내막이야 나 같은 말단에게는 설명해주지 않아. 스스로 생각해 보게. 뭔가 특이한 일이 있었는지. 혹은 숨기는 게 있는지."

특이한 일들이야 차고 넘친다. 숨기는 것도 있다. 하지만. 모두 그다지 대단한 일은 아니다. 개인의 사정으로 묻어 놔도 상관 없을 일들이다.

"아웃로와의 연관은 문제가 될 소지가 커."

"일개 헌터가 아웃로와 연관된다고 해서 큰 파급이 생길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문제는 아웃로가 네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거지."

"저는 결백합니다."

"네가 결백하고 말고는 그다지 상관 없어. 그 놈들이 왜 네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지가 중요한거지. 다시한번 묻지. 그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일이 네게 있나?"

"....없습니다."

"대답해 줘서 고맙군."

"앞으로도 관찰이 계속되는 겁니까?"

누군가에게 계속해서 관찰당하고 있다는 것은 좋은 기분은 아니다. 되도록이면 여기서 결백을 증명하고 편해지고 싶다. 더불어 아웃로와의 연관이 있다면 모조리 끊어 버릴 것이고.

"아마 그럴 거야. 시간이 지나면야 조금은 시들해지겠지만. 현재로서는 네 일거수 일투족이 모두 우리의 가시권에 들어와 있을 거야. 그리고. 자네가 혹시나 그들의 편에 붙었을 때도 대비하고 있을 테고."

"대비라뇨?"

"조금은 뻔한 방법 아니겠나. 인질을 잡는 거지. 뭐. 아웃로와 손 잡을 생각을 하는 사람이 그런 걸 신경쓸 리는 없겠지만."

"저한테는 인질로 잡을 만한 사람이 없습니다."

성환에게는 가족도 없고. 친척도 남아있지 않다. 설령 남아 있다고 해도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을 테고.

"그렇진 않다고 보는데. 승혜라고 했던가."

"점장과는 아무 사이 아닙니다."

"그건 그 때 되어 봐야 아는 거겠지. 제일 좋은 건. 그런 생각도 하지 않는 편이 좋지 않겠나."

"만약 일이 벌어져도 저만으로 끝내십시오."

"나에게는 그럴 권한이 없네. 그보다. 저쪽 편에는 붙을 생각 없다고 하지 않았었나?"

"만일의 이야기입니다."

"격하게 반응하는군."

"제 일에 생판 남이 엮여드는 게 기분 나쁠 뿐입니다."

이야기는 더 이어지지 못했다. 그륵. 거리는 소리가 옆에서 들려왔기 때문이다. 좀비 한 마리가 비척거리며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지금까지 봐 왔던 민간인의 옷이 아니었다. KSF의 대원복이다.

성환이 뭔가 동작을 취하기도 전에 세진의 단검이 그의 머리에 박혀들었다. 공중에 신음을 내지른 그는 피를 몇 번 꿀럭거리고는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가차없으시군요. 그래도 예전에는 같은 대원이지 않았습니까."

"지금은 적일 뿐이야. 예전에 무엇이었는가는 상관 없지."

무표정한 그의 얼굴에서는 아무 감정도 읽어낼 수 없었다. 더 이상의 이야기는 없었다.

짜증날 정도로 긴 밤이었다.


- - -


다음 날. 구획을 도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익숙해진 것도 있지만 성환이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몬스터 시체는 별로 없군요."

"다른 구획에서나 그럴 거야. 여기는 파괴된 도시들의 최외곽부야. 여기서 죽은 건 대부분이 민간인일 뿐이지."

"몰려왔던 몬스터들은 어떤 놈들입니까?"

"대부분이 파충류 종류라고 알고 있어. 리자드맨. 리자드. 와이번."

"와이번은 하늘을 날지 않습니까?"

"드래곤도 하늘을 날아다니지만 파충류라고 하잖아. 그리고 놈들을 조종하던 드레이크까지."

"드레이크라고요?"

드레이크는 드래곤의 아종에 속하는 몬스터다. 드래곤에 비해서 강하지도 못하고 마법을 사용하지도 못하지만 마법에 거의 완벽한 저항력을 가지는 껍질과 공중을 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강력한 산성 숨을 내뿜는 다는 점들이 결합되어 대단히 까다로운 몬스터다.

성환은 그제서야 이렇게 많은 지역이 부서진 것을 이해했다. 드레이크 정도의 몬스터가 설칠 정도의 침공이었다면 이 정도도 약과다.

"그래. 큰 상처를 입은 채로 도망쳤지. 놈의 코어는 아쉽지만. 상처가 컸기 때문에 오래 살아남지는 못했을 거야."

외곽으로 더 나가자 제대로 형체를 갖춘 건물이 하나도 없었다.

"수색하기는 쉽겠군요."

"잠시 대기하도록. 다른 인원들은 어떻게 됐는지 알아보고 움직이자고."

세하가 무전기를 들었다. 일일히 무전을 돌리고 나서 세하의 긴장이 풀어졌다.

"다른 쪽은 빠르게 마무리가 된 모양이야. 다들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는군. 우리가 끝나기 전까지는 야영지에서 대기하고 있을 거야."

"그럼 어떡합니까?"

"오늘 끝내야지. 최대한 빨리 움직이자고."

세하가 총을 고쳐잡고 앞장서 움직였다. 시야를 가리는 물건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수색에 어려운 점은 거의 없었다.

마지막 구역까지 도달하고 나자 긴장이 풀릴 데로 풀려버렸다. 좀비들이래 봐야 걸어다니는 시체일 뿐이다. 오랫동안 신체를 잠식한 개체도 없다.

"너무 편한데. 이상할 정도로."

"편하면 좋은 거 아닙니까."

성환은 마지막 언덕을 타 올랐다. 이 아래쪽 지역만 본다면 청소의 끝이다. 성환은 언덕에 올라 아래쪽을 내려다봤다.

"저 구덩이는 뭐죠?"

앞쪽 30m 정도에 커다란 구멍이 나 있었다. 폭탄이나 화기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거대한 구멍이다.

조금 다가서자 비릿한 짐승냄새가 코를 찌른다. 인상이 찌푸려진다.

세하가 가장 먼저 다가가 안쪽을 확인했다.

"드레이크로군."

구멍 안에는 커다란 크기의 드레이크가 누워 있다. 발 하나는 잘려나가 있고. 눈 한쪽도 사라져 있다. 수많은 상처들이 놈의 목숨을 도려나갔다.

단말마의 비명이라도 지르려 한 것일까. 놈의 입이 커다랗게 벌려져 있다. 사람 한명쯤은 우습게 집어삼킬 수 있을 정도의 크기다.

말라붙은 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봐서는 이 곳에 들어와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죽은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었다..

대원중 한 명이 다가가 놈의 시체를 툭툭 건드린다.

"위험한 짓은 하지 마라."

"팀장님도 참. 시체 따위가 뭐가 두렵다는 말입니까? 그리고. 이런 때 아니면 언제 드레이크 몸 만져 보겠습니까?"

그의 말에 동의하듯 세 명의 대원들이 더 다가간다. 놈의 몸을 이리저리 둘러본다. 만지고. 발로 차고. 단검을 몸에 찔러넣으며 킬킬거린다.

한 명이 놈의 벌어진 입에 들어가서 손을 펼쳐든다.

"멋져 보이지 않냐? 빨리 찍어."

"죽은 놈 아가리에 들어가는 게 뭐가 멋진 일이냐?"

"넌 들어갈 수나 있냐? 냄새 한번 지독하군. 이 좀 닦고 다니지."

드레이크의 입천장에 총 몇 발을 쏴올린다.

그르렁.

드레이크의 목 깊은 곳에서 울림이 터져나온다. 지금까지 만나왔던 좀비들의 괴성과 닮은. 그러면서도 터무니없이 큰 울림.

드레이크의 몸이 위로 솟구쳐 오른다.

입 안에 들어가 있던 대원의 비명이 귀를 찢는다. 입 밖으로 도망치기도 전에 드레이크의 입이 다물어진다. 피육이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비명이 뚝 끊긴다.

드레이크도 좀비화되어 있다. 놈이 몸을 쳐들고 입을 열었다. 다시 괴성이 터져나온다. 놈의 한쪽밖에 남지 않은 눈이 대원들을 먹잇감으로 삼는다.

"도망쳐!"

놈의 앞발이 구덩이에 들어가 있던 대원 두 명을 순식간에 찢어발긴다. 총알 몇 발이 나가기는 했지만 표피에 튕겨져 나올 뿐이다.

구덩이에 남은 인원은 한 명이다. 그는 바들바들 떨며 드레이크의 거대한 몸을 올려보고 있을 뿐이다. 대원의 바지에서 오줌이 흘러나와 바닥을 적신다. 숨통을 끊기 위한 앞발이 그에게 다가온다.

쾅!

피육 찢는 소리는 울려퍼지지 않았다. 전력으로 달려든 성환이 공격을 막아냈기 때문이다. 성환의 몸이 튕겨져 오른다. 성환은 비명을 내지르는 대신 자세를 고쳐잡았다.

"빨리 도망가!"

성환의 말에 그제서야 대원이 구덩이 밖으로 기어오른다. 조금 느긋해도 살아남았을 것이다. 드레이크의 시선은 이미 성환에게 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원사격 가능합니까?"

"총알이 먹히기나 하겠냐?"

쾅!

드레이크의 앞니가 구덩이 한 쪽을 무너트리며 박힌다.

성환은 공격을 막아내는 대신 놈의 공격을 필사적으로 피해다녔다. 한 번의 공격은 어쩔 수 없이 막았지만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형 화기류 준비 안 돼 있습니까?"

"그딴 걸 준비했을 리가 없잖아!"

"저희 클랜원들 죄다 데리고 와 주십쇼!"

"연락했으니 걱정 마라!"

좀비화된 드레이크의 몸은 지금까지의 좀비들과는 달리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놈이 바이러스를 퍼트린 장본인일 것이다. 아마 처음부터 좀비 상태였을지도 모른다. 좀비화가 잘 진행되는 경우에는 살아있는 개체와 구별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사냥하면서 몰랐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다.

성환은 무너진 구덩이를 타고올라 도망쳤다. 놈의 덩치가 있으니 기어오르는 데는 시간이 지체될 것이다. 그렇다면 시간을 더 벌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성환은 상황을 판단하며 뒤를 돌아봤다. 거리를 가늠하기 위해서였다. 놈의 몸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거리는 이미 거의 줄어든 상태다.

뒤에서 섬뜩한 숨소리가 터져나온다. 성환은 본능적으로 오른쪽으로으로 방향을 틀었다. 주변이 녹아내린다. 왼팔이 화끈한 것으로 봐서는 가볍게 닿은 모양이다.

성환은 계속 도망치는 대신 뒤를 돌았다. 거대한 몸집이 공중에 반쯤 뜬 채로 날아오고 있다. 브레스를 쐈다면 다음 브레스까지는 시간이 있다. 단순한 육탄전뿐이라면 정면승부가 도망치는 것보다는 훨씬 상대할만 하다.

놈의 눈은 반쯤 뜨여진 상태였다. 감정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혼탁한 눈이다. 성환은 검을 드레이크의 왼쪽 발에 찍어넣었다.

푹!

검이 깊에 발에 들어갔다. 놈의 발이 들려져나가기 전에 성환은 검을 가로로 베어넘겼다. 썩은 피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놈의 발가락 하나가 바닥에 툭 떨어진다.

하지만 이런 행동들이 곧바로 전력감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좀비들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니까.

드레이크가 귀찮다는 듯이 반대쪽 발을 들어올려 성환을 밟아버리려 움직였다. 성환은 도망치는 대신 잘라낸 발가락이 원래 있던 쪽으로 들어가 몸을 최대한 웅크렸다.

콰득!

놈이 자신의 발을 밟아버렸다. 발가락 하나가 충격을 대신 받아버리는 바람에 성환의 몸에는 상처 하나 남지 않았다. 발가락 한 쪽이 피떡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놈은 개의치 않고 다시 발을 움직인다.

이번에는 밟아 버릴 발가락도 남아있지 않다. 성환은 바깥으로 전력으로 도망쳐 나왔다. 아마 조금만 더 버티면 클랜원들이 도착할 것이다.

주변의 공기가 빨려들어가듯 움직인다. 성환은 놈의 아가리를 바라봤다.

"농담이겠지?"

얼마 되지도 않는 시간동안, 다시 산성 브레스가 장전된 것이다. 도망칠 시간이 없다.

산성 숨결이 놈의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성환은 검막을 펼쳐 버텼다. 검막 사이로 숨결이 스며들어 온다. 성환은 숨을 멈추고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브레스가 멈추고 나서 성환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호흡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양손이 화끈거린다. 성환의 손에서 검이 흘러내렸다.

땡강.

바닥에 검이 떨어져 내렸다. 움직이고 싶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드레이크가 손톱이 하나밖에 남지 않은 앞발을 휘둘렀다.

마지막 순간에 성환의 몸을 누군가가 쓰러뜨렸다.

콰득!

자신을 밀어낸 사람의 몸이 대신 앞발에 받혀 튕겨져 나간다. KSF 대원복이다. 누군지 확인하기도 전에 다시 드레이크가 앞발을 쳐올린다.

쾅!

옆에서 날아온 도끼가 앞발을 막아낸다. 옆을 돌아보자 호열이 달려오고 있다.

"이게 뭔 일이야?"

"이번에도 손익 안 맞는 일을 받아버렸다는 거지."

"젠장. 은영이가 받는 일 중에 제대로 된 일이 없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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