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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브
작품등록일 :
2015.07.06 09:14
최근연재일 :
2015.10.14 13:06
연재수 :
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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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2,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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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805

작성
15.09.2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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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since when-5

DUMMY

골목을 돌아 길을 찾자 수진이 기다리고 있다. 성환은 몸을 틀어 자세를 바로잡았다.

"여기서 최대한 시간을 끌면 1파티가 올 겁니다. 그 후 차륜전을 펼치도록 하죠."

랫맨이 적이 늘어나는 것을 느꼈는지 거칠게 울음소리를 냈다.

"너희. 죽여. 왕께 바친다."

"구강구조가 인간의 언어와 맞지 않을 텐데 언어를 잘도 쓰는군요."

해진은 눈을 빛내며 랫맨의 턱을 바라보고 있다. 성환은 혀를 차올렸다.

"네 의문은 나중에 해결하고. 지금은 싸우는 데 집중하라고."

"제가 시선을 끌죠. 기동력이 만만찮아 보이니 발을 묶겠습니다."

광동이 작살을 집어올리며 말했다.

늙은 쥐는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다른 모든 랫맨들은 도망쳐버린 뒤다. 혼자 싸울 이유가 있을까? 하지만 그는 힘에 취해 있었다. 몸을 가득 뒤덮는 힘이 조금 남아있는 일말의 불안감까지 잠재운다.

그극. 그극. 거리는 가래 끓는 소리와 함께 랫맨의 입에서 침이 떨어져 내린다. 당장 공격할 의사는 없어 보인다. 해진의 눈이 흥미로 다시 반짝였다.

"마나 어딕션이군요."

"마나..뭐?"

"간단하게 말하면 마나 중독입니다. 신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이상의 마나를 강제적으로 신체 내부에 유통시킬 때 마나가 내부의 장기들을 부숴뜨리는 거죠. 물론 내부의 장기라고 하면 심장, 폐, 소화장기들뿐만 아니라 뇌까지 포함됩니다."

"대체 그런 건 어디서 배우는 건데?"

성환도 저런 모습은 처음 봤다. 그냥 단순히 광견병에 걸린 것 아닌가 생각했을 뿐이다.

"상아탑에 있다 보면 여러가지 실험을 하는 법이니까요. 어쨌든. 귀찮게 됐군요."

"말대로라면 가만 놔둬도 자멸할 신체 아냐?"

"마나 폭주로 일시적이지만 높은 신체능력과 연산을 얻죠."

"죽인다!"

랫맨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최초의 대상은 수진 쪽이었다. 파티원 전체가 수진을 지키는 것을 보고, 그가 파티의 핵심인 것을 간파한 것이다.

"어딜!"

광동이 내달려 랫맨의 앞에 섰다. 그리고 작살을 바닥에 박아넣고 온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몸을 바짝 긴장시켰다. 놈의 공격을 받아내 멈출 생각이다.

쾅!

"아악!"

랫맨의 움직임이 거의 멈추게 하는 데는 생곡했다. 하지만 광동의 몸도 성하지는 못했다. 외마디 비명과 함께 광동의 몸이 무너져내린다. 발목을 붙잡는 것으로 봐서는 지지하던 다리에 이상이 생긴 모양이다. 단 한 번의 충격만으로 탱커를 저런 상태로 몰아넣는 몬스터.

"야. 은영아. 오려면 얼마나 걸리냐?"

[일 분 정도! 거의 다 정리된 거 아냐?]

일 분. 저런 괴물을 상대로 일 분이나 버틸 수 있을지가 궁금할 뿐이다.

"보조마법 쓸 줄 아는 거 있냐?"

"신체능력 강화 정도는 가능합니다."

"최대한 많이 걸어서 유지해 줘."

[헤이스트(haste)]

해진의 마법이 성환의 몸을 감싸안는다. 순발력을 늘려 주는 주문이다. 자세한 원래는 예전에도 들은 적 있지만. 잊어버렸다. 확실한 건.

"쓸모있는 주문이라는 거지!"

성환은 검격을 랫맨에게 내질렀다. 내공이 담긴 검이 검명을 길게 뿜어내며 상체를 자를 듯이 짓이겨든다.

꽝!

랫맨은 성환의 검을 맞고 몸을 뒤틀었다. 제대로 공격이 들어갔다. 놈이 몸을 주춤거리며 뒤로 움직인다. 성환은 놈이 물러간 거리만큼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재차, 삼차 이어지는 검격.

매서운 일격이 쥐의 몸에 생채기를 만들어나간다. 유리한 고지를 점했음에도 성환은 최대한 안전하게 움직였다. 일행이 올 시간을 버는 것 뿐이었으니까. 쥐의 입이 벌려진다. 성환은 놈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비명이 터져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헤이스트(haste)]

놈의 입에서 튀어나온 것은 비명이 아닌 마법 주문이었다. 성환의 몸에 걸려 있는 것과 같은 가속화 주문.

"대체..."

하지만 뒷말을 이을 새도 없다. 노도처럼 랫맨의 공격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원래도 재빠른 속도였지만 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공격이 들어온다. 이제는 반대로 성환의 몸에 생채기가 나기 시작한다.

콱!

정강이를 제대로 물렸다. 성환은 검을 역으로 들어 내리찍으려 했지만 놈의 모습이 보이지도 않는다. 이미 빠져나가버린 것이다. 몸을 이리저리 돌려도 놈의 모습이 잡히지 않는다.

"마법은 언제 배운 거야?"

"모르겠습니다!"

"답변 듣자고 한 질문 아냐!"

성환은 소리치며 고개를 숙였다. 방금 전까지 성환이 있던 공간에 놈의 그림자가 지나간다. 그대로 있었다면 목줄기를 물어뜯겼을 터다. 간담이 서늘해진다.

"막을 방법 없어?"

[디그(dig)]

발을 딛고 있던 밑바닥이 꺼져내린다. 성환은 당황하지 않고 바닥에 내려앉으며 광동과 수진 측을 엄호했다.

바인딩 네트(binding net)]

이어지는 주문이 끝나자마자 거대한 그물이 주변을 휘감는다. 랫맨의 움직임이 서서히 제한된다. 보이지 않던 놈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난다.

성환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 한숨도 오래 가지는 못했다.

[디그(dig)]

랫맨의 입에서 다시 주문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자그마한 구멍이 바닥에서 생겨나더니 랫맨이 그곳으로 쏙 사라져 버린다.

[바인딩 네트(binding net)]

일행의 몸을 뒤덮는 그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성환은 검으로 그물을 죄다 잘라냈다. 하지만 치밀어오르는 짜증까지 잘라낼 수는 없다.

"대체 뭐야!"

"제 추측일 뿐입니다만. 제 주문을 보고 그대로 배우는 것 같습니다."

"그딴 게 가능해?"

"그것 말고는 딱히 생각나는 결론이 없습니다. 쓰고 있는 주문도 제가 쓴 주문 뿐이고요. 아마 뇌에 걸린 과부하가 특별한 효능을 낸 모양입니다."

해진의 중얼거림이 이어졌지만 성환은 한 쪽 귀로 듣고 한 쪽 귀로 흘렸다. 뭣보다. 계속 이어지는 그물을 잘라내기도 바빴기 때문이다. 세 번째 그물을 잘라내자 위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도착했어!"

위를 올려다보니 호열이 내려다보고 있다. 네 명의 인영이 떨어져내린다. 은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 중거리에서 저격할 위치를 잡고 있는 것이리라.

쿵!

"은영이의 히스테리컬한 목소리를 듣지 않으니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그러면 저 쥐새끼 좀 붙잡아 봐."

성환은 이를 갈아붙이며 말했다.

"그딴 놈 하나 못 잡아서 꽥꽥 짜증이나 내냐? 너도 은영이 닮아가냐?"

[뭐라고?]

"아. 헤드셋 켜져 있었네."

[헤이스트(haste)]

쥐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호열이 몸을 펴며 도끼를 들어올린다. 하지만 도끼질은 허무하게 허공을 가를 뿐이다.

뻘쭘한지 호열이 가볍게 웃는다.

"쥐새끼답게 몸이 날래기는 하구만."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해진이 묻는다. 랫맨이 주문을 쓰는 이상 주문으로 맞받아치는게 최적이다. 하지만, 더 이상 주문을 배운다면 더욱 상대가 까다로워 질 것은 불보듯 뻔하다.

"주문을 더 가르쳐주는 건 상황이 악화될 뿐이야. 그러니 나가 있어."

주문 세 가지 정도는 쓸 수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땅을 파는 것은 놈에게 도주로만 더 줄 뿐이고, 그물은 느려터져서 빨리 움직이는 놈을 제대로 붙들기에는 역부족이다. 해진이 있으면 방어해야할 인원이 늘어나는 것 뿐이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해진은 말을 마치자마자 전장을 이탈해 밖으로 나갔다.

쾅!

뒤를 돌아보자 호열이 무의미한 도끼질을 계속 해나가고 있다. 짜증이 나는지 계속 후려치기만 할 뿐이다.

"죽어!"

물론 놈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한다. 놈은 몸놀림에 자신감이 붙었는지 행동반경을 늘려나가기 시작했다. 대응할 만한 수단이 거의 없다. 인원을 뭉친 채로 버티는 것 뿐이다. 하지만 무한한 시간을 버티고 있을 수만은 없다.

콰득!

바닥에서 랫맨의 주둥이가 튀어나와 일국의 발을 물어뜯으며 바닥으로 들어간다. 일국의 입에서 긴긴 비명소리가 튀어나온다.

콱!

성환은 놈이 있을법한 위치에 칼을 꽂아넣었다. 하지만 이미 일국의 발을 놓고 도망친 뒤다.

수진이 바로 일국의 발을 치료한다. 치료능력자가 두 명이라 다행이다. 혼자였다면 힐러가 전투불가능이 되면 그대로 전멸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두 명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한 명이 상처를 입어도 다른 한 명이 치료하면 되니까.

"잡을 방법 없어?"

땅을 파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통에 위치를 잡아낼 수가 없다. 방법을 강구하는 와중에도 희생자가 또 생겼다. 조치를 빠르게 하기는 했지만 발이 큰 상처를 입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성환은 눈을 감았다. 소리에 한층 더 집중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별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놈은 이미 땅구멍을 다 파 놨다. 새로 땅을 파는 대신 파 놓은 길을 계속 움직이고 있는 것이리라.

다시 터져나오는 비명소리. 호열의 도끼가 다시 허공을 가른다.

소리로도 들을 수 없다. 재빨라 잡을 수도 없다. 게다가 노련하고 조심성이 많기까지 하다.

[모든 존재에는 편향이 존재한다. 달인이나 교묘한 승부사라고 해도 완벽하게 사라지지 않는 편향.

신체는 완벽해질 수 있다. 하지만 정신은 그렇지 못하다. 생각에는 어쩔 수 없이 빈틈이 존재할 수 밖에 없으니까.

강한 자일수록 그런 빈틈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예 사라질 수는 없다. 그 편향을 읽어내는 순간이 바로 약점을 공격하는 것.]

성환의 털이 바짝 곤두선다.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감각으로 알아차릴 수 있다. 바로 지금. 놈이 덮치기 위해 발 밑에서 도사리고 있다.

콰득!

성환은 주저 없이 발빝에 검을 박아넣었다. 손에 찔러넣는 느낌이 왔다. 피가 칼이 박힌 부분에서부터 배여나오기 시작한다.

성환은 다시 검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검을 내리찍었다. 다시 피육을 찌르는 느낌이 손을 타고 올라온다. 놈의 시체가 발 바로 밑에 있다.

"끝났냐?"

"그래."

성환은 검으로 바닥을 잘라냈다. 흙이 흩어져 내리며 랫맨의 시체가 드러난다. 성환은 놈의 시체를 끌어올려 심장에 검을 박아넣었다.

성환의 확인사살이 끝나고 나자 일행 전체가 긴장이 풀려 주저앉는다. 성환은 담담히 놈의 몸을 뒤집었다. 그동안은 깨닫지 못했는데 랫맨의 귀에 염증이 나 있다. 꽤 오래 나 있었던 듯 피고름이 이리저리 뒤엉켜 있다.

성환은 손을 염증에 갖다댔다. 안에서 무언가가 잘그락댄다. 성환은 잘그락대는 물건을 붙잡고 끄집어냈다.

성환은 주먹을 폈다.

놈의 귀에 들어가 있었던 것은 자그마한 팬던트였다. 낡고 잔뜩 녹슬기는 했지만.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 알아채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성환은 팬던트를 품 안에 챙겼다.

"그게 노인분이 챙겨달라고 했던 물건이군요."

해진이 담담하게 말했다.

"아마도 그렇겠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어떤 물건일까요?"

"글쎄. 하지만 굳이 말할 정도라면 소중한 물건이겠지."

해진은 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노인에게 물어보면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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