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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6.14 07:20
연재수 :
1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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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18
글자수 :
1,027,871

작성
24.05.0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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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42화

DUMMY

우리는 흩어져 주변을 돌아다니며 아린이를 찾아 나섰다.

전투가 완전히 끝난 건 아니라 아직도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전투가 계속 벌어지는 중이었다.

나는 계속해서 뭐가 펑펑 터지고 우르르 무너지고 하여튼 시끄러운 곳을 위주로 찾아다녔다.


“아오⋯ 힘들어⋯.”


벌써 6번째? 아니 7번째 전투에 휘말린 나는 무릎에 양손을 짚고 헥헥거리며 숨을 골랐다.

가는 데마다 목숨을 건 사투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여긴 아린이 없네? 안녕히 계세요, 하고 그냥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당연히 적들도 그렇게 순순히 보내주지 않았다.


“생각, 생각을 하자,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을까.”


머리가 안 좋으니 몸이 너무 고생한다.

계속된 전투에 지친 나는 잠시 벽에 몸을 기대고 아린이를 찾을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아?”


그러던 중 아이디어 하나가 반짝하고 떠올랐다.


“쓰읍⋯ 꽤 그럴듯한데?”


역시 사람은 생각을 하고 살아야 하는구나.

생각해보니 내가 지금까지 하던 짓은 아린이를 찾는 방법이 아니라 반대로 아린이에게서 멀어지는 방법 같았다.

그도 그럴게 시끄럽게 싸운다는 건 비슷한 힘을 가진 두 세력이 맞부딪혀 치열하게 싸운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린이가 있는 곳이라면 전투가 치열할 리가 없다.

압도적인 힘으로 저항 한 번 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우수수 쓰러트릴 텐데 치열할 게 뭐가 있을까.

그렇게 발상을 전환한 나는 이번엔 반대로 유난히 조용한 곳을 골라 찾아다녔다.


“무, 물러서지 마! 죽음은 각오했잖아!”

“강화제 더 있는 사람!”

“S급이라고 무적은 아니야!”


그리고 몇 군데나 돌아다녔을까, 그중 하나 요원으로 보이는 각성자가 열댓 명 정도 모여 사력을 다해 무언가에 맞서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 정도로 가까이 붙었으면 내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는데 그들은 나 같은 것에겐 관심을 가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요원들은 황급히 죽은 동료의 시신을 뒤적여 남은 강화제를 찾아 투여하고는 다시 무언가에 맞설 준비를⋯.


- 콰앙!


“아.”


가깝다면 가깝지만 그래도 멀다면 먼 거리인데 하늘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충격파가 떨어져 그들을 덮쳤고 한순간에 분쇄된 요원들의 따뜻한 피가 내 얼굴에 몇 방울 튀었다.

요원들이 서 있던 자리엔 이제 먼지가 날리는 커다란 크레이터 구덩이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핏자국만이 남아있었다.

그들을 그렇게 만든 이가 누군지는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아도 뻔했다.


- 타앗!


“잘 정리하고 왔어?”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보자 하늘에서 깔끔하게 착지한 아린이가 워해머를 등에 꽂아 넣고 있었다.


“그쪽 부근은 다 정리했는데 다른 쪽은 모르겠어, 이 자식들이 교도소에 있는 각성 범죄자들까지 이용했더라고.”

“각성 범죄자?” “아까 아파트에서 사람들 죽이던 각성자 말이야. 헌터나 요원이 아니라 교도소에 있던 각성 범죄자들이었어. 더 큰 혼란을 일으키려고 범죄자들까지 세상에 풀어놨더라고.”

“⋯아주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이구나?”


내 말을 들은 아린이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아주 조금이라도 남아있던 적에 대한 동정, 자비, 뭐 그런 것들이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여기 상황은 어때? 뭔가 생각보다 급박해 보이지는 않는데?”

“지금은 다 정리했으니까, 내가 처음 도착했을 때는 난리도 아니었어.”


아린이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눈을 돌려 시야를 넓게 보자 도로를 따라 파괴된 온갖 군용차량과 각가지 제복과 아이템을 착용한 시신이 알록달록 쓰러져있었다.

이런 표현은 좀 뭐 하지만 그 모습은 마치 피자 토핑 같았다.


- 푸슝!


전투가 다 끝난 줄 알고 한가롭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무언가가 빠르게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집중하면 피할만하겠지만 정신을 놓고 있는데 기습당한 탓에 나는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 텁!


하지만 손 닿는 거리에 아린이가 있는데 다치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아린이는 나를 향해 날아든 물체를 캐치볼 하듯 간단히 낚아챘다.

화살처럼 생긴 뾰족하고 거대한 금속 막대기.

일명 날탄이라 불리는 전차의 포탄이었고 날탄이 날아온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 저 멀리 건물 잔해 사이에 은신해 우리를 향해 포신을 겨누고 있는 전차 한 대가 보였다.


- 콰앙!


몇 초 후, 전차는 우리를 향해 재사격했다.

하지만 이번엔 나도 정신을 차리고 있었기에 그렇게 어렵지 않게 포탄을 피했고 아린이는 손에 들고 있는 포탄을 바닥에 툭 떨어트리며 갸웃거렸다.


“적일까 아군일까?”

“당연히 적이니까 공격한 거 아니야?”

“그게 군인들은 아까부터 아무나 막 공격하는 것 같더라고. 아군이랑 적이 구분이 안 되나 봐.”

“지휘체계가 망가졌나?”


확실히 이런 상황에서 군인은 적과 아군을 구분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 같았다.

더군다나 아무리 무기를 들고 있다고는 해도 일반인과 각성자의 싸움이니 피아식별을 한다고 공격을 망설이면 반격할 새도 없이 당할 테니 완전히 패닉에 빠져 눈에 보이는 대로 선공을 날려버리는 것도 이해는 됐다.


- 콰앙!


전차는 다시 우리를 향해 주포를 발사했다.


“⋯응?”


그런데 이번엔 포탄의 생김새가 달랐다.

뭔가 했더니 이번엔 포탄이 발밑으로 떨어지더니 폭발을 일으켰다.

물론 나나 아린이나 포탄의 생김새가 다른 걸 알아보고 눈치껏 자리를 피해 별다른 피해는 없었다.


“안 되겠다, 가서 물어보고 올게.”

“자, 잠깐 물어본다고?”


전차가 계속 포를 쏴대자 아린이는 전차가 조준할 수 없는 높은 건물 위로 뛰어올랐고 나도 어설프지만 그 뒤를 따라 같이 이동했다.

전차는 우리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급히 회피기동을 시작했지만 너무 당황한 나머지 건물 잔해를 들이받아 끼어버리며 헛바퀴만 돌았다.


“저기요~.”


- 똑똑똑.


도망치던 전차 위에 착지한 아린이는 해치를 노크하며 승무원을 불렀다.

하지만 승무원들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흐음.”


그러자 아린이는 귀찮다는 듯 작게 숨을 내쉬더니.


- 콰드드드득!


맨손으로 전차의 해치를 뜯어버렸다.


“⋯⋯⋯⋯.”


전차의 천장에 갑자기 구멍이 뚫리자 전차 승무원들은 바짝 얼어 어이없다는 듯 하늘만 쳐다봤다.

아린이는 그런 승무원들에게 대고 느긋하게 물었다.


“왜 공격하세요?”

“아, 저, 그게⋯ 적인 줄 알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린이가 다짜고짜 그렇게 묻자 전차장이 더듬더듬 대답했다.


“반란군인 건 아니고요?”

“아, 아닙니다! 전차에 붙어있는 부대 마크를 확인해보십시오!”


반란군 아니냐는 말에 전차장은 기겁을 하며 다급히 해명했다.

그의 말에 아린이는 전차를 한 바퀴 둘러봤지만 봐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어느 부대인데? 준호야, 넌 알겠어?”


안 그래도 나는 이미 전차에 붙어있는 부대 마크를 확인하고 있었다.

반란에 가담하지 않은 정부군 소속 부대의 전차가 맞았다.


“응, 아군 맞는 것 같아.”

“그렇구나, 저기, 이거 뚜껑은 어떻게 하죠? 다시 닫아드릴까요?”


아린이는 전차장에게 잡아 뜯은 해치를 보여주며 물었다.


“그걸 어떻게 다시 닫게?” “그냥 구겨 넣어서 평평하게 펴면 되지 않을까?”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런데 윤아린 헌터님이 여기 계신다는 거는⋯ 반란군은 진압된 겁니까?”

“일단 이 근처는 제가 진압했는데 다른 곳은 잘 모르겠네요.”

“다른 곳도 다 진압됐습니다. 소은 누나랑 석혁 형님도 근처에 오셨더라고.”

“아, 그래?”

“그렇군요⋯.”


나와 아린이의 말에 전차장은 안도했는지 눈을 한 번 길게 감았다 떴다.


“실은 본부나 다른 아군과 교신이 끊긴 지 꽤 됐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패배한 줄 알고⋯.”


반란군을 진압했다는 소식에 다른 승무원들도 얼굴이 밝아져 서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럼 저희는 이곳에서 철수하겠습니다. 괜히 더 있어봤자 피아식별도 안 되는 상황에서 방해만 될 것 같고⋯ 전차도 손상됐으니까요.”


전차장은 아린이 손에 들려있는 찌그러진 해치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전차장님 그런데 전차가 끼어서 움직일 수가⋯.”


- 부우웅!


조종수는 엑셀을 밟았지만 전차는 힘찬 엔진소리와 함께 힘차게 헛바퀴를 돌 뿐이었다.


“버리고 이동해야지 어쩔 수⋯.”

“아, 잠시만요!”


전차가 낀 것을 발견한 아린이는 차체 앞쪽으로 가더니 전차를 힘껏 밀었다.


“아무리 너라도 그거 50톤이 넘을 텐데 그렇게 민다고 그게 밀릴 리가⋯.”


- 쿠르르릉!


“밀리네.”


아린이가 전차를 밀자 전차를 무너지다 만 잔해를 마저 무너트리며 궤도가 바닥에 접지했고 무사히 잔해를 빠져나왔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생하십시오!”

“조심히 가세요!”


전차를 돌려보낸 나와 아린이는 마저 주변을 순찰했다.

하지만 이젠 정말로 싸움이 완전히 그친 듯 잠잠했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우린 이쯤에서 모두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




“나한테 일 시켜놓고 너는 멍때리는 거야?”


허공을 노려보고 있는 내게 소은 누나가 생수병을 휙 던지며 말을 걸었다.


“아, 아뇨. 그게⋯.”


나는 깜짝 놀라 생수병을 받으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생각을 정리했다.

나는 단순히 허공을 노려보고 있는 게 아니었다.


[메인 퀘스트 – 헌터관리국의 계획을 밝혀내시오.]

[보상 - ???의 두 번째 초대장]


나는 줄곧 메인 퀘스트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거 대체 뭔데 아직도 클리어가 안 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일간 퀘스트의 경우 퀘스트를 실패하면 실패라고 뜨면서 사라지지 이렇게 그냥 남아있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게 메인 퀘스트라고 다를 것 같지도 않은데⋯.


“혹시 뭔가 알아내신 거 있나요?”

“미안, 없어.”


나는 어떤 단서라도 있을까 기대하며 물었지만 누나는 단호히 대답했다.

의심이나 예상가는 것도 없는지 덧붙이는 말조차 없었다.


“⋯그래도 감사해요, 제 말만 믿고 이런 상황에서 그렇게까지 해주셔서.”

“괜찮아, 네 부탁으로 들어간 수고보다 하은이한테 마법 알려주는 보람이 더 컸거든. 배우기 어려운 마법인데 금방 잘 따라 하더라고.”

“그런데 그 마법 가르쳐주는 것도, 배우는 것도 불법이라면서요.”

“이 상황에 그런 걸 따진다고?”


어이없어하는 누나의 반응에 나는 실없이 웃었다.

누나는 내 부탁으로 체포한 요원들을 대상으로 묻는 말에 뭐든지 실토하게 만드는 일종의 저주를 사용했다.

쌍무적인 강제성을 지니는 악마의 계약서도 불법인데 일방적으로 행동을 강요할 수 있는 저주가 합법일 리 만무하지만 세상에 반쯤 무너진 지금 불법 합법 그딴 걸 따지는 사람도, 따질 필요도 없었다.


내가 한 부탁은 당연히 요원들에게 헌터관리국이 숨기고 있는 게 더 있는지, 앞으로의 계획이 뭔가 더 있는지 묻는 것이었는데 요원들은 뻔하고 다 아는 이야기만 할 뿐 특별한 대답이 나오지는 않았다.


“뭐, 어쨌든 지금은 나도 할 일이 많아서 더는 신경 써주기 어려울 것 같아, 그 말 하려고 왔어. 서운해하지 말고.”


누나는 물을 마시고 있는 내 정수리를 거칠게 쓰다듬어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리며 말했다.


“이만큼이나 해주셨는데 서운해하면 사람이 아니죠.”


누나는 애써 밝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사실은 속이 아주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을 것이다.

이번 전투로 인한 금전적인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길드원 중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당연히 발생할 피해였고 당연히 각오를 했어야 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그 희생이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었다.

누나는 그런 와중에도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한 내 부탁을 들어준 것이다.


“마, 마스터!”

“응? 무슨 일이야?”


그때 소은길드의 헌터 한 명이 급히 누나를 찾았다.

누나는 또 뭔가 일이 터졌나 얼굴을 확 구겼지만 헌터의 표정은 밝았다.

우린 뭔가 희소식이 있음을 직감했다.


“그, 그게! 던전입니다!”

“응?” “던전이 다시 생성되기 시작했습니다!”

““!!!””


헌터의 보고를 들은 소은 누나는 나를 돌아보며 가볍게 입꼬리를 올렸고 나도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세상에 죽으란 법은 없는 것 같지?”

“그러게요, 어떻게든 풀리긴 풀리네요.”


다른 건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실직자가 될 걱정은 한풀 꺾어도 될 것 같았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클루시아 님 10,000원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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