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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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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6.1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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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9,976

작성
24.06.14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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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2쪽

168화

DUMMY

“아, 아빠?! 저 사람이 네 아버지라고?!”

“어⋯ 응⋯ 우리 아빠야⋯.”


내 말을 들은 미즈키가 크게 놀라 되물었다.


“그쪽은 우리 아들 동료분들이신가?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아빠가 내 뒤로 서 있는 서연과 미즈키를 향해 인사하자 둘도 얼떨결에 인사했다.


“뭐야, 쟤가 형 아들이라고?”

“왜, 우리도 봤잖아~ 그 쪼그마할 때~.”

“아~ 기억난다! 둘째구나! 와~ 걔가 벌써 저렇게 컸어?”


분위기를 읽은 저쪽에서도 답답한 마스크를 벗으며 얼굴을 드러냈다.

다들 아빠 나이대의, 중년의 아저씨들이었다.


“그나저나 아빠 대체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너야말로 뭐 하고 있는 건데? 왜 서울에 안 있고 여기 있냐?”

“헌터관리국에서 또 뭔 짓 하려고 한다길래 그거 막으려고 왔는데.”

“나도 그러려고 왔지.”

“아니, 그러니까 아빠가 왜?”

“나라의 부름을 받았으니까.”


그 말에 아빠의 뒤로 서 있는 다른 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력만 없다 뿐이지 빈틈없는 포식자의 기운을 풍기고 있는 이들.

전설로만 전해지는 제20특전여단의 부활이었다.


“⋯그럼 설마 다른 곳 턴 것도 아빠가 한 거야?”

“다른 곳? 턴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 정확히 어딜 말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 왜, 산골짜기에 농막 있잖아.”

“아~ 거기? 야, 병학아, 거기 너랑 누가 갔었지?”

“저랑 용철이가 갔습니다, 형님.”

“어, 맞아, 우리 애들이 갔던 곳 맞네.”

“저 두 분만 간 거라고? 거기 요원 둘 있었는데?”


아무리 20특전여단 대원이라고 해도 그렇지 어디까지나 일반인이다.

그런데 각성자 중에서도 엘리트인 요원이랑 1대1로 맞짱 뜨고 완벽히 제압했다고?


“알아, 둘 있는 줄 알았으니까 둘 보냈지.”

“아니⋯ 각성자를 상대로 어떻게?”

“요즘 세상 좋더만~ 뭐 아이템이니 뭐니 해서 각성자고 나발이고 가져다 대기만 하면 다 쭉쭉 썰리던데? 나 때는 그런 것도 없었어~.”


아빠는 허리에서 대검을 뽑아 보여주며 말했다.

확실히 마력이 담긴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아이템을 쓴다고 해도 기본적인 신체 능력 차이가 얼만데⋯ 전설이 괜히 전설은 아닌가 보다.


“여기다! 여기 있어!!!”


아빠와 재회의 담소를 나누는 것도 잠시, 우리를 발견한 요원이 동료를 향해 소리쳤고 요원의 수는 순식간에 열댓 명까지 불어났다.


“어이쿠, 이런. 아들내미 만났다고 한눈을 너무 팔았네, 허허.”

“이, 일단 동료분들이랑 이쪽으로 와! 싸움은 우리가 할게!”


아빠가 강한 건 알고 있지만 혹시라도 뭐가 잘못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나는 그렇게 말했다.


“야, 야. 그래도 여기서 내가 대장인데 체면 좀 살려줘라. 대장이 새파랗게 어린 아들놈 뒤에 숨어서 빌빌대는 꼴을 보이면 부하들이 어떻게 믿고 따르겠냐.”


하지만 아빠는 말을 더럽게 안 들었다.

아빠는 내 뒤로 오기는커녕 반대로 요원 앞에 섰고 그에 따라 대원들도 요원을 향해 몸을 틀었다.


“아오⋯! 우리도 돕자!”

“아⋯ 응!”


이렇게 되면 별수 없지.

나는 뭔가 생각이 많아 보이는 미즈키의 등을 툭 치며 앞으로 나섰고 서연도 나를 따라나섰다.


“하이고, 진짜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아들놈이랑 같이 작전 뛰는 날이 다 오네.”

“형님 망신 안 당하려면 실수하시면 안 되겠어~.”


요원과의 전투를 앞둔 20특전여단대원들은 껄껄거리며 긴장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그런 태도는 자만과 오만이라기보단 그냥 익숙함에서 나오는 여유인 것이 눈에 보였다.


“자~ 그럼 시작해 보자고!”


- 타다다당!


전투는 총성과 함께 시작됐다.

대원 중 몇 명이 소총을 들이밀자 요원들은 피식 웃었다.

총 따위로 뭘 어쩔 거냐는 비웃음이었다.


“아악!”

“큭!”


하지만 요원들은 나와 똑같은 수법에 당했다.

대원들은 그냥 총을 난사한 게 아니라 정확히 요원의 눈을 향해 발사했고 눈알에 총알이 박힌 요원들은 순간 눈을 감싸며 움찔했다.


- 촤악!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앞으로 발을 내디딘 아빠가 군더더기 없는 부드러운 연속동작으로 요원 셋의 멱을 땄다.


“⋯!”


아빠의 대검술을 본 미즈키의 눈동자가 잠시 확장됐다.

하긴, 아린이도 일반인 맞냐고 당황했을 정도였으니 미즈키가 놀랄 만도 하지.


“하앗!”


그래도 꼴에 각성자인데 일반인인 아빠한테 질 수는 없지.

그런 욕심이 생긴 나는 평소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요원에 맞섰다.


- 빠악! 빡!


하지만 어째선지 아까만큼 매끈하게 요원을 해치울 수가 없었다.

기세 있게 덤벼들었는데 그 기세는 금방 꺾여 뭔가 장기전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요즘 애들은 너무 힘으로만 하려고 하더라.”


그때 옆에서 아저씨 한 명이 태평하게 쑥 튀어나오더니 나와 싸우고 있는 요원의 입에 사탕 먹이듯 뭔가를 쏙 집어넣었다.


“어⋯어!”


그것은 사탕이 아니라 안전핀이 뽑힌 수류탄이었다.

아저씨는 요원의 입에 수류탄을 넣자마자 내 목을 눌러 고개를 낮추도록 했고.


- 콰아앙!


곧 요원의 입 안에서 수류탄이 폭발했다.


“컥⋯ 커억⋯!”


입 안에서 터진 수류탄의 위력은 밖에서 터지는 것과는 궤를 달리했다.

요원은 볼과 턱이 찢어져 덜렁거렸고 폭발이 기도와 폐에까지 손상을 입혀 숨을 쉬지 못해 고통스럽게 꺽꺽거리며 버둥거렸다.


- 빠악!


나는 그런 요원의 머리를 정확히 내려쳐 고통을 끝내주었다.


“이야~ 이건 검술이 아니라 예술이다, 예술.”

“혹시 등급이 어떻게 돼요?”


한편 나머지 요원은 미즈키가 혼자 쓸어 담았는데 그런 미즈키의 검술과 움직임을 본 대원들은 그녀를 둘러싸고 엄청난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A⋯급 인데요⋯.”

“우와! 역시!”

“A급은 차원이 달라, 차원이~.”

“허허~ 그럼 우리 방금까지 A급이랑 싸우고 있던 거야? 안 죽은 게 용한데? 솔직히 말해봐요, 봐준 거죠?”


미즈키는 쏟아지는 관심이 부담스러워 얼어붙어 있었지만 한편으로 칭찬이 싫지만은 않은지 쑥스럽게 웃고 있었다.


“준호야.”

“응?”


싸움이 일단락되자 아빠가 조용히 나를 불렀다.


“너 책임지고 이번 일 해결할 수 있겠냐?”

“⋯해야지. 내가 맡은 일인데.”

“그러냐.”


내 대답을 들은 아빠는 대원 중 몇몇을 부르더니 손가락을 까딱까딱했다.


“형님⋯!”

“아무리 그래도 이건 저희 임무입니다.”

“판단하는 건 저희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자 대원들은 크게 놀라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하지만 아빠는 이미 마음을 정한 듯 확고하게 말했다.


“꺼내. 우리가 할 일은 다 했어.”

“안 됩니다. 이건 항명입니다.”

“항명?”


항명이라는 말에 아빠는 웃음을 흘렸다.


“항명은 무슨, 우리가 군인이니?”


그 한마디에 대원들은 순간 뭔가를 깨달은 듯 눈동자에 빛이 스쳤다.


“병학이 넌 횟집 사장이고 용철이 넌 철물점 사장이고 문일이 넌 조기축구회 회장이잖아, 여기 아직 군인인 사람 있어? 없을걸?”

“하지만 형님, 저희가 먼저 명령에 따르기로 선택한 일 아닙니까. 하기로 했으면 그렇게 해야지요.”

“물론 말 잘 듣는 사냥개로 살면 편하지. 생각 없이 그냥 명령만 따르면 그걸로 그만이니까. 그런데 여기 아직도 개 하고 싶은 놈 있냐? 니들 마누라, 니들 자식 앞에서 짖으란다고 왈왈 짖을 수 있는 새끼 있냐고.”


그 말에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이제 개 말고 사람으로 살자, 생각을 하자고. 너희들도 다 알잖아? 우린 늙었어, 이제 이런 일을 감당할 만한 혈기가 없다고, 좋은 시절 다~ 갔다고. 그런데 그런 뒷방 늙은이들이 계속 자기 소싯적 회상하면서 진짜 세상을 살아가야 하고 이끌어나가야 할 젊은이들을 방해하면 그만큼 추잡스러운 짓거리가 또 있냐?”


아빠는 그렇게 말하며 대원 한 명, 한 명의 주머니에서 USB와 하드디스크와 서류뭉치를 꺼냈다.

대원은 자신의 임무 목표를 빼앗기는데도 저항하지 않았다.


“우린 이쯤에서 빠지자, 그게 제일 깔끔한 퇴장이고 세대교체야. 니들이 암만 아직 이팔청춘이라고 우겨봐라, 진짜 파릇파릇한 청춘 앞에 서면 자기가 얼마나 시들었는지 보일 거다. 우리 시대는 완전히 끝났어. 구시대의 유물은 박물관에나 있으면 되는 거야.”


아빠는 대원들에게서 수거한 자료를 나와 서연, 미즈키에게 골고루 나눠주었다.


“그리고 너희는⋯ 마음 단단히 먹어. 이제 뒤를 봐주고 도와줄 사람은 없어. 너희가 주인공이다.”


그러곤 우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럼 임무는 끝난 거죠, 형님?”

“이런 때가 언젠가 올 줄은 알았지만 진짜 못 박히니까 되게 씁쓸하네⋯ 집 가기 전에 편의점에서 맥주나 한 캔씩 어때요들?”

“그래, 형님 말이 맞다. 늙었으면 찌그러져야지~.”

“그래도 혹시 도움 필요하면 얼마든지 말해요.”


자료를 빼앗긴 대원들은 각자 난간과 창틀 등에 로프를 설치하더니 그대로 벽을 타고 하강해 어둠 속으로 스스슥 사라졌다.


“⋯간다. 잘해라.”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아빠는 로프를 타고 내려가기 전, 주절주절 길게 말하지 않고 그 짧은 한마디와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거저 얻은 정보를 소중히 품에 안고 헌터관리국 지부로 돌아가는 길.

갑자기 아찔한 기분이 든 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왜 그래?”


내가 한숨을 쉬자 조수석에 타 있던 미즈키가 물었다.


“아니, 아까. 네가 검기 날리려고 했을 때 서연이가 막았잖아. 그때 쟤가 우리 아빠 피 냄새 못 맡고 그대로 검기 날렸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에.”


아무리 아빠라도, 20특전여단의 대원이라도 미즈키가 작정하고 날린 검기를 피하거나 막을 순 없었을 것이다, 그건 평범한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만약 그대로 검기가 날아갔다면 아빠는⋯.


“⋯네 아버지를 죽일 뻔한 것에 대해선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

“뭐, 네가 사과할 일은 아니긴 한데⋯.”

“아니, 잘못은 잘못이다. 확실히 사과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돼.”

“그래⋯ 정 그렇다면야⋯ 그 사과 받아줄게.”


미즈키의 깐깐한 잣대는 자기 자신에게도 적용되는 모양이다.

애가 고지식하고 깝깝한 면이 있어도 내로남불은 아니라 싫지 않았다.


“어때? 나 잘했지? 잘했지?”


자기가 잘한 이야기가 나오자 뒤에서 자는 줄 알았던 서연은 불쑥 얼굴을 들이밀며 물었다.


“응, 잘했어, 정말 잘했어.”

“맨입으로?”

“네가 뭐 사례금이나 선물을 달라는 건 아닐 거고⋯ 바라는 거 있으면 뭐든지 들어줄게.”

“진짜 뭐든지?”

“⋯뭐든지는 취소, 어지간하면 으로 변경.”

“그럼 생각 좀 해볼게.”

“원래 뭐 해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어차피 뭐든지는 안 된다며. 들어줄 거 아니면 말 안 할래.”


나는 대체 뭘 말하려고 한 건지 궁금했지만 동시에 열어보면 안 되는 판도라의 상자라는 느낌이 들어 굳이 캐묻지는 않았다.


“서, 성공하신 겁니까?!”

“역시 준호 씨! 믿고 있었어요!”


지부로 돌아가자 만신창이가 된 오주한과 김민주가 우릴 반겼다.

저쪽은 쪽수가 딸려도 너무 딸려 얻어터지기만 하고 아무것도 건지지 못한 모양이다.

뭐, 목숨이라도 건져서 돌아온 게 다행이지.


“그럼 바로 확인해보겠습니다!”


한가득 챙겨온 각종 정보에 흥분한 오주한은 여기저기서 컴퓨터와 노트북을 여러 대 끌고 와 커다란 모니터에 안쪽 파일을 띄웠고 김민주는 종이로 된 문서를 빠르게 속독해 내용을 파악했다.


“이건⋯.”

“선배님⋯ 아무래도⋯.”

“그래⋯ 이제 우리가 마무리만 잘하면 되겠어.”


그리고 그렇게 확인한 파일과 문서 안에는 지금까지 얻으려 고생한 모든 정보가 담겨있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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