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새글

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6.18 07:20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514,122
추천수 :
8,739
글자수 :
1,039,976

작성
24.05.30 07:20
조회
359
추천
15
글자
13쪽

157화

DUMMY

- 우오오오오오!!!


레나의 힘을 흡수한 카르갈이 포효했다.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온 황금빛 마력은 카르갈의 피부 표면에서 꿀렁이며 점차 탁한 붉은색으로 변해갔다.

레나의 마력을 자신의 마력으로 변환하는 과정인 듯했다.


- 콰득! 콰득! 콰드득!


마력을 흡수한 카르갈은 외형도 변화했다.

멋없는 종기 같던 뿔은 수사슴의 뿔처럼 크고 길게 뻗었고 오돌토돌 징그러운 돌기는 반짝이는 비늘로 변해 갑옷처럼 전신을 덮었다.

거기다 안 그래도 거대하던 몸집이 1.5배는 더 거대해진 데에 더해⋯.


- 촤라라락!


팔 쪽의 비늘이 손을 향해 모여들더니 이내 검의 형태를 이뤄냈다.


- 크하하하! 다른 놈들은 먹어 치울 가치도 없는 하찮은 능력뿐이었는데 드디어 좀 쓸 만한 걸 얻었군!


거기다 말본새로 봐서 카르갈은 마력뿐만 아니라 특성이나 스킬같은 능력까지 함께 흡수가 가능한 모양이다.


“허, 참 대단한 대장님 모셨네 당신들. 몬스터한테 자기 힘 상납한 헌터는 최초인 걸로 알고 있는데.”


나는 이 어이없는 상황에 열이 확 올라 쌍욕을 한 바가지 퍼부을 뻔했지만 여기서 우리끼리 말싸움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도 없으니 입술을 꽉 깨물고 최대한 열관리를 했는데도 결국 비아냥이 새어 나오는 건 막을 수가 없었다.


“일본 헌터가 뭐 하러 한국까지 와서 깽판 치나 했는데, 차라리 침공 같은 거면 몰라, 몬스터한테 자기 힘 갖다 바치러 온 거였어? 진짜 할 짓도 없는 인간이네.”

“아, 아니야, 레나 님은⋯!”

“레나 님은 뭐? 할 말 있으면 해봐. 어떻게 실드치나 들어나 보자.”

“⋯⋯⋯⋯.”


반사적으로 레나의 편을 들어주려던 미즈키는 내 되물음에 입을 꾹 닫았다.

무조건 편을 들어주려고 억지를 써도 헌터로서, 인간으로서 실격인 행위임은 스스로가 생각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나 보다.


“자자, 일단 좀 진정하자. 진정하고.”


내가 열이 올라 보이자 옆에서 형이 내 정수리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지금 꼬라지를 봐라 이게 진정할 상황으로 보이나, 나는 또 헛소리하면 형에게도 따끔하게 한마디 하려고 입을 풀고 있었는데.


“시간 없으니까 깔끔하게 묻고 답하고 빨리 끝내자고. 너희들 한국에 온 목적이 뭐야? 처음부터 대장 따라 하려고 왔다가 막상 직접 하려니까 무서워서 망설인 거 아니야?”


형은 차분하지만 날카롭게 일본 헌터들의 목적을 물었다.


“우, 우린 저런 거 듣지도 못했어! 표정 안 보여?! 제일 당황스러운 건 우리라고!”


그에 아이리가 당황하며 해명했다.

나는 그녀의 말대로 네 사람의 얼굴을 슥 둘러보았다.

뭐, 다른 세 사람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미즈키의 표정만큼은 확실하게 읽을 수 있었다.

미즈키는 분노해있었다.

가장 믿고 따르던 사람의 배신에 큰 고통과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그럼 한국에는 뭐 한다고 온 건데? 모른다고 하지 마, 분명 뭔가를 듣고 왔을 거 아니야, 자 하나둘셋 하면 넷이 동시에 말해, 하나, 둘, 셋.”


““““하, 한국 헌터 중에 위험한 놈이 있다고 해서⋯.””””


형의 지시에 따라 넷은 조금씩 다른 단어를 사용하긴 했지만 결국 결론은 한국 헌터 중에 몬스터를 도와 한국을 공격하려는 놈이 있다고 들어서 그놈을 막기 위해 출동했다는 식의 대답이었다.


“아니, 잠깐만! 지금 너희가 뭘 의심하는 건지 알아, 아는데! 우리도 진짜 피해자야, 다 속은 거라고! 대장이 뭐 어쩌자고 저런 짓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뭐 한다고 안전한 일본 땅 떠나서 이 위험한 몬스터 소굴에 왔겠어! 나름대로 좋은 일하자는 사명감 때문에 온 건데 일이 이렇게 꼬여서 우리도 미칠 것 같아! 그리고 저길 봐, 지금 우리끼리 이러고 있을 때 아니잖아!”


유스케는 레나의 힘에 적응을 거의 마쳐 가는 카르갈을 가리키며 다급하게 말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카르갈은 행동을 개시할 것이다.


“⋯쯧.”


끝까지 꼬치꼬치 캐묻고 싶었지만 하필 눈앞에 저 망할 거인 새끼가 죽치고 있는 바람에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나는 일단 신경을 다시 그쪽으로 돌렸다.


“다들 괜찮아?”


그때 저 멀리 날아갔던 아린이가 뒤늦게 돌아왔고 돌아오는 데 시간이 걸린 덴 이유가 있었다.

아린이는 격렬한 움직임으로 겨우 아물던 상처가 그대로 다시 벌어져 또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다.

상당히 지쳐 보였다.


“⋯너야말로 괜찮아?”

“나야 뭐⋯.”


평소라면 멀쩡하다던가 쌩쌩하다는 등의 확신에 찬 표현을 썼을 텐데, 아린이는 그렇게 말끝을 흐리며 대답을 회피했다.


“그보다 부탁할 게 있는데.”

“어? 뭔데?”

“도망쳐.”


어떤 부탁이든 들어줄 생각이었는데 아린이의 부탁은 다름 아닌 도망치는 것이었다.

그 말에 나는 카르갈을 한 번, 아린이를 한 번 바라봤다.

카르갈은 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이 강해졌고 우린 여전히 약하다.

그런 둘의 싸움 속에 우리가 있어봤자 뭔가의 도움은커녕 전투가 끝날 때쯤엔 누가 승리하든 여파에 휩쓸려 어느새 죽어있겠지.


“⋯⋯⋯⋯.”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당장 뒤도 안 보고 도망치는 게 최선의 선택이다.

다 같이 개죽음을 당하는 것보다 한 명이라도 목숨을 건지는 게 당연히 옳은 판단이니까.

하지만 어째선지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너도 같이 가자. 일단 물러나서 어떻게 상대할지⋯.”


나는 아린이에게 함께 후퇴할 것을 권했지만 아린이는 고개를 저었다.


“힘을 흡수해 강해지는 몬스터라면 최대한 빨리 제거해야 해. 시간을 끌면 끌수록 괜히 희생만 늘고 해치우기도 힘들어질 뿐이야.”

“하지만⋯.”


하지만.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무의식중에 떠도는 말을 꺼내려다 깜짝 놀라 말을 멈췄다.

그 순간 내 발길이 떨어지지 않은 이유를 깨달았다.

나는, 지금 여기서 이대로 아린이와 헤어지면 영영 만나지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을 느끼고 있었다.


“뭘 그렇게 망설여?”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아린이는 내 표정에서 뭔가를 읽었는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 표정은 참 복잡한 표정이었다.

분명 아쉬운 일이지만 이미 체념해 별로 개의치 않는, 무언가를 각오한 사람의 표정이었다.


“⋯가자.”


아직도 망설이는 나를 대신해 형이 나서 내 어깨를 꽉 잡아 강제로 끌고 가다시피 했다.

내 선택으로 아린이를 버린 게 아니라 자신이 억지로 나를 끌고 간 것이라는 그 책임을 대신 짊어질 생각인 것 같았다.


“⋯어딜 가? 당신들은 여기 남아야지.”


우리가 이 자리를 떠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일본 헌터들도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아린이는 그런 그들에게 검을 들이대며 막아섰다.


“예? 왜, 왜요?”

“내가 없는 곳에서 내 동료들한테 또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그리고 무엇보다.”


당황한 유스케의 물음에 아린이는 턱짓으로 카르갈을 가리켰다.


“저걸 저렇게 만든 게 당신들 대장이잖아. 연대책임 져야지.”

“저, 저기⋯ 저희 대장이 저런 걸 만든 건 죄송하지만⋯ 솔직히 저희는 아무것도 몰랐고 또 저희가 한 짓도 아닌데⋯.”

“그래서 아무 책임도 없다고?”

“아니요, 책⋯임이 있다면 있기도 하지만 그 부분을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 주시면⋯.”

“용서해 주려고 하는 말이야.”

“예?”

“난 당신들이 또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을지 몰라서 불안해. 그러니까 선택해, 지금 당장 다 죽을지, 당신들 대장이 저지른 잘못을 함께 책임지고 결백함을 증명할지.”


순간 목을 움켜쥐듯 조여오는 살기에 미즈키는 본능적으로 검의 손잡이를 콱 잡았다.


“⋯⋯⋯⋯.”


하지만 그녀는 손잡이를 잡은 손을 덜덜 떨기만 할 뿐 감히 검을 뽑지는 못했다.

뽑는 순간 죽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한 것이다.


- 절레절레.


살기에 몸이 얼어붙은 다른 동료들은 겨우 눈알만 굴려 미즈키를 향해 시선을 보내며 고개를 저었다.

미즈키가 검을 뽑는 순간 넷은 운명공동체가 될 게 뻔하니까.


“⋯아, 알겠습니다. 남아서 책임질 테니까⋯ 제발 그 검 좀 치워주세요. 심장에 안 좋아요.”


유스케가 조심스럽게 검 끝을 손가락으로 밀어내자 아린이는 검을 치워주었다.

그에 일본 헌터들은 일단 한숨 돌리긴 했지만 이젠 또 카르갈과 싸워야 하니 산 넘어 산인 고난에 표정이 밝지는 못했다.

하지만 표정이 밝지 못한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


안 그래도 무겁던 발걸음, 이제 겨우 떼기로 마음 먹었건만. 저 멀리서부터 진동이 느껴졌다.

물론 카르갈에 비하면 스마트폰 진동 정도나 되는 진동이었다.


- 두웅⋯.

- 두웅⋯.


하지만 발걸음만으로도 땅을 울리게 할 수 있는 존재가 어디 만만한 존재일까.

예상대로 사방팔방에서 약 5층에서 10층 건물 높이쯤 되는 다양한 크기의 거인이 이쪽을 향해 몰려오기 시작했다.

카르갈의 포효는 단순 포효가 아닌 자신의 부하를 불러 모으는 일종의 하울링이었다.


“에휴~ 도움 안 되면 도망이라도 잘 쳐야 하는데 그것도 똑바로 못하네.”


그 광경을 본 형은 발길을 돌려 아린이를 향해 터덜터덜 되돌아갔다.


“포위를 뚫고 도망칠 수 있지 않을까?”

“일단 난 못할 것 같아.”


나는 작은 몸집을 이용해 요리조리 피해 도망치는 건 어떨까 해서 그렇게 말해봤지만 서연도 도리도리 고개를 저으며 형의 뒤를 따랐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이쪽으로 몰려오는 거인의 무리를 확인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거인만 수백 마리, 그리고 느껴지는 진동 상으로 그 뒤로 또 수백 마리.

흠, 역시 안 되겠다, 저건.

그런 확신이 든 나도 결국 발걸음을 돌렸다.


“안녕, 오래간만이네.”

“결국 왔구나?”


저 멀리서 엄청난 수의 거인이 몰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는 아린이는 왜 돌아왔냐는 물음도 없이 그렇게 맞이해주었고 대신 내게 다른 부탁을 남겼다.


“⋯자, 솔직하게 말할게, 난 저거 하나만 상대하기도 벅찰 것 같아. 까놓고 말해서 지금 상태로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겠어. 그러니까 네 몸은 네가 지켜야 해. 할 수 있겠어?”

“이 상황에 할 수 있고 없고가 어딨어, 무조건 해야지. 서연아!”


나는 만년빙으로 만든 단검으로 손목을 찔러 피를 내며 서연이를 불렀다.

이미 한두 번 합을 맞춰본 게 아니었기에 서연은 자연스럽게 피를 받아 세수하듯 얼굴부터 시작해 팔과 몸에 피를 바르기 시작했다.


“크르르르⋯!”


그런데 피를 바르던 서연이 갑자기 짐승 같은 소리를 내더니 참지 못하고 내 팔을 콱 깨물었다.


“아야야! 야! 너 왜 그래? 평소엔 잘 참았잖아!”

“미안. 실은 스킬이 진화해서 피를 흡수할 때의 느낌이 좀 달라졌어.”

“스킬이 진화했다고? 언제?”

“아까.”

“좋은 거야, 나쁜 거야?”

“좋은 거야. 더 강해졌으니까. 다만 평소에 이성을 유지하던 방법이 잘 안 통해.”

“참을 수는 있고?”

“응, 방금처럼 한 번씩 갑자기 확 흥분될 때가 있긴 한데 괜찮아.”


당장 멀쩡히 대화가 되는 걸 보면 이성을 유지하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는 듯하다.

그나저나 이 와중에 전력이 강화된 부분이 있었을 줄이야, 그나마 희소식이다.


“저⋯ 길드 마스터님? 제안 드릴게 있는데 저희가 길드 마스터님을 도와 카르갈과 싸우는 것보단 동료분들을 돕는 게 길드 마스터님께 방해도 안 되고 동료분들께도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되는 데 그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의견을 여쭤봐도 될까요?”


거인에게 포위돼 꼼짝없이 함께 전투를 치를 수밖에 없는 상황을 틈타 유스케가 아린에게 그렇게 물었다.


“⋯쓸데없는 짓 하면 저거랑 싸우는 중에도 당신들 죽일 틈 정도는 만들 수 있어. 그건 알아둬.”

“아유~ 물론이죠! 저희 그런 나쁜 놈들 아닙니다! 성심성의껏! 몬스터에 맞서겠습니다!”


아린이의 허가가 떨어지자마자 유스케는 동료들에게 손짓해 서둘러 이쪽으로 붙었다.

하긴 카르갈보단 차라리 저 거인 군단과 싸우는 게 살아남을 확률이 10배는 높겠지.


“뭐, 이래저래 서로 좋은 감정이 있지는 않겠지만 그런 사소한 건 나중에 차차 풀기로 하고 일단은 함께 살아남아 봅시다! 잘 부탁합니다~.”


그리고 이번엔 형이 그러했듯 유스케가 먼저 우리를 향해 인사했다.


“다시금 잘 부탁한다.”


그러자 역시 켄토가 따라 인사했고.


“자, 잘 부탁해~.”

“잘⋯ 부탁한다.”


입장이 뒤바뀐 아이리와 미즈키도 마지못해 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우린 이번엔 서로 죽이기 위함이 아닌 살아남기 위한 인사를 다시 한번 나누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F급 무한재생 헌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24.02.13 258 0 -
공지 연재주기 변경 공지 +2 24.02.02 232 0 -
공지 1월 13, 14일 휴재 공지 24.01.11 196 0 -
공지 연재시간은 AM 07:20입니다 23.12.16 6,438 0 -
171 170화 NEW 15시간 전 126 6 13쪽
170 169화 24.06.17 188 6 14쪽
169 168화 24.06.14 250 9 12쪽
168 167화 24.06.13 247 12 11쪽
167 166화 24.06.12 249 9 12쪽
166 165화 24.06.11 281 11 14쪽
165 164화 24.06.10 294 12 13쪽
164 163화 24.06.07 337 13 13쪽
163 162화 24.06.06 319 13 12쪽
162 161화 24.06.05 322 11 12쪽
161 160화 24.06.04 332 14 12쪽
160 159화 24.06.03 325 14 14쪽
159 158화 24.05.31 380 15 12쪽
» 157화 +1 24.05.30 360 15 13쪽
157 156화 24.05.29 395 15 12쪽
156 155화 24.05.28 399 16 12쪽
155 154화 24.05.27 407 19 14쪽
154 153화 24.05.24 478 17 15쪽
153 152화 24.05.23 473 18 14쪽
152 151화 +3 24.05.22 472 18 14쪽
151 150화 +1 24.05.21 479 17 13쪽
150 149화 24.05.20 506 17 15쪽
149 148화 +1 24.05.17 577 19 13쪽
148 147화 24.05.16 545 21 14쪽
147 146화 24.05.15 561 19 16쪽
146 145화 24.05.14 582 19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