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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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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6.18 07:20
연재수 :
1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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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4,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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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39
글자수 :
1,039,976

작성
24.06.1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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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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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11쪽

167화

DUMMY

나는 건물 안에서 마주친 의문의 흑복을 따라 복도 끝으로 향했다.


“⋯쯧.”


하지만 놈은 이미 계단을 타고 올라간 건지, 내려간 건지, 갔다면 몇 층으로 간 건지, 이미 모습을 감춘 뒤였다.


“우르르 몰려다니지 말고 찢어져서 한 층씩 맡자!”

“응.”

“그러든가!”


멈춰서서 이게 어디로 갔을까 고민한다고 알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일단 무작정 사방팔방 뛰어다녀 보기로 했다.


“⋯아.”


하지만 내가 고른 층은 꽝이었다.

나는 의문의 흑복이 아니라 복도를 어슬렁거리고 있던 세 명의 요원에게 딱 걸렸다.

그들은 나를 보자마자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하드디스크 어디 있어!”

“나도 모르는데요!”


합이 잘 맞춰진 요원의 공격은 언제나 위협적이었다.

얼마 전까지의 나였다면 꼼짝없이 당했을 만한 훌륭한 연계였다.

하지만 그 짧은 사이에 온갖 것을 보고 듣고 느꼈기 때문일까.


‘⋯읽힌다.’


요원이 공격하는 순간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흐르듯 공격이 보이고 어떻게 반격하면 될지 궤적이 그려졌다.

나는 힘을 줄 곳은 주고 풀 곳은 풀어 몸을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히 굳히고 메이스를 휘둘렀다.


- 퍽! 퍼억!


“와우.”


그냥 몸이 가는 대로 움직이도록 뒀을 뿐인데 스스로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깔끔하고 숙련된 회피와 반격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지금까지 너무 많은 숫자의, 혹은 너무 강한 적과만 싸워서 스스로의 성장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 비슷한 수준의 적과 싸워보니 차이가 확실하게 느껴졌다.


- 파앙!


요원 셋 중 한 명은 마법사인지 마력 덩어리를 날려 공격했다.


“아야.”


하지만 마법저항력 때문에 안 그래도 시원치 않은 위력의 마법엔 딱 아야, 소리가 나올 정도의 데미지 밖에 입지 않았고 나는 곧장 마법사를 향해 눈을 돌렸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 나를 보곤 크게 당황한 얼굴을 짓고 마구잡이로 자신이 아는 공격 마법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래봤자 통하는 건 하나도 없었다.

애초에 소은 누나한테 100가지 공격 마법을 처맞아본 경험이 있는 나다.

소은 누나가 날리는 마법의 열화판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완성도도 위력도 허술한 그의 마법은 씨알도 안 먹혔기에 간단히 마법사까지 처리할 수 있었다.


“끄으으⋯.”

“크흑⋯.”


나는 곁눈으로 쓰러진 요원들의 모습을 확인했다.

일격에 치명상을 입은 그들은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했고 죽이려면 쉽게 죽일 수 있겠지만 나는 그들을 그냥 두고 다른 층으로 향했다.

어차피 내 목적은 요원 섬멸이 아니라 정보를 확보하는 건데 지금 그 정보를 누군가가 가로채서 튀고 있으니 괜히 요원을 마무리하겠다고 건드렸다가 이들이 필사의 저항으로 팔목이라도 잡으면 곤란하니까.


“⋯⋯!”


그렇게 몇 층 정도를 더 뒤졌을까.

나는 다시 그 의문의 흑복을 발견했다.

그는 대담하게도 또 다른 층에서 정보를 확보하고 있었다.


“너 거기 가만히 딱 있어!”


- 타앗!


도둑놈한테 게 섰거라 한다고 설 리가 없듯 놈도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USB 하나를 주머니 안에 넣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그는 아까 전과 같이 계단을 향해 달렸다.

또 몇 층으로 도망쳤는지 알 수 없게 하려는 수작인 것 같았다.


같은 수에 당하는 건 한 번이면 족하다.

약이 오른 나는 눈이 뒤집혀 전속력으로 놈을 향해 돌진했다.

흑복의 움직임은 그렇게 날래진 않았다.

이 정도 속도면 무조건 잡는다.

그렇게 생각하며 계단으로 향하는 코너를 도는 순간이었다.


- 팅.


“⋯엑.”


내 발치에 구슬처럼 맑은소리가 나는 동그란 물체가 툭 떨어졌다.

너무 익숙하지만 너무 의외인데다 오래간만에 보는 물건이었다.

나는 급히 그것을 발로 차려고 했지만 당황해 반응이 늦었다.


- 콰아앙!


그 동그란 물체는 다름 아닌 세열 수류탄이었다.

피할 새도 없이 폭발한 수류탄은 강렬한 폭발과 함께 내게 사방으로 튀는 파편을 선물해주었다.

맨날 던져보기만 했지 살다살다 내가 이걸 맞아볼 줄이야.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아오, 아파.”


나는 숨을 들이켜 통증을 삼켰다.

아무리 신체가 튼튼해졌어도 역시 수류탄쯤 되면 꽤 충격이 있었다.

물론 치명상도 아니고 상처도 금세 재생됐지만.


“하⋯.”


폭발의 섬광에 시야가, 폭음에 소리가 차단돼 흑복이 어디로 도망쳤는지 또 놓치고 말았다.

뭐, 위로 올라간 거면 서연이나 미즈키가 발견하겠지.


“잡혀도 차라리 나한테 잡히는 게 나을 텐데.”


잡아도 꼭 내가 잡아야겠다는 승부욕이 생긴 나는 아래층으로 향했다.

흑복의 움직임으로 보았을 때, 아직 모든 정보를 다 확보한 건 아닌 것 같았다.

내가 서둘러, 눈치껏 잘 움직이면 흑복을 잡든 정보를 확보하든 둘 중 하나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역시나, 내가 흑복과 다시 마주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야! 너!”


흑복을 발견한 나는 흥분에 나도 모르게 그렇게 소리쳤다.

아, 병신인가, 조용히 접근해야지.

역시나 나를 발견한 그는 황급히 서류 봉투를 옷깃에 집어넣곤 복도로 뛰쳐나가 달렸다.

하지만 이번엔 계단까지의 거리가 멀다, 이 속도라면⋯.


- 탕! 타앙!


“?!”


이 정도 속도라면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순간 흑복이 돌연 홱 뒤를 돌아서더니 나를 향해 권총을 두 발 발사했다.

하지만 수류탄에도 멀쩡한데 그까짓 권총 따위 따갑지도 않⋯.


“아악!”


따갑지도 않을 것이다.

눈에만 맞지 않았다면.

하지만 그는 정확히 내 양안에 권총을 적중시켰고 아무리 몸이 튼튼해져도 눈 같은 부위는 여전히 예민했고 눈알에 딱밤을 한 대씩 맞은 듯한 충격을 받은 나는 두 눈을 부여잡으며 쓰러졌고 잠시 후 겨우 눈을 떴는데.


- 타다닷, 휘리릭!


“저기 있다!”

“절대 못 나가게 막아!”


하필이면 복도 끝 코너에서 딱 튀어나온 요원 둘이 나를 발견하곤 그렇게 소리치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소리로 들었을 때 흑복은 아마 내가 요원과 마주치도록 유도한 뒤 창문을 통해 밑으로 떨어진 것 같았다.


“와~ 미쳐버리겠네.”


오랑캐로 오랑캐를 다스린다.

이이제이.

흑복은 삼파전이 벌어지고 있는 이곳에서 완벽한 이이제이 전술을 선보였고 그의 전술에 보기 좋게 걸려든 나는 별수 없이 다시 요원들과 전투를 벌였다.

처음엔 둘이었는데 싸우는 소리를 들은 네 요원이 합세해 총 여섯 명을 쓰러트리느라 시간을 꽤 잡아먹히고 말았다.


‘이, 이번엔 절대 안 당한다⋯!’


요원 때문에 얼마나 시간을 끌렸을까, 또다시 지긋지긋한 혹복을 찾아낸 나는⋯.


- 콰아아앙!


“으아아아! 씨발!!!”


드디어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또 이딴 건 언제 붙여놓은 건지 내 머리통 바로 옆에서 터진 C4에 잠시 정신을 잃어버렸고 그 몇 초의 사이 흑복은 폭연을 이용해 모습을 감추고 또다시 도주했다.


이때쯤 나는 내가 환각을 보고 있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의 기묘함을, 아니 공포를 느꼈다.

분명 별거 없어 보이는데 단순히 힘에서 밀리는 게 아니라 어떻게 당할지 상상도 못 하는 전술에 연속으로 걸려드니 나보다 몇 수나 위의 존재라는 기분이 들어 무서웠다.

그리고 그렇게, 모든 기회를 다 날려 먹은 나는 끝내 흑복을 완전히 놓쳐버렸다.




***




놓친 건 놓친 거고, 기분은 더럽지만 할 일은 해야지.

나는 곧장 위층으로 올라가 서연과 미즈키를 찾았다.

얘들은 얘들 나름대로 요원을 해치우고 건물을 확보해나가는 중이었다.


“엇⋯!”


그런데 서연과 미즈키가 교전 중인 적 중에도 내가 밑에서 본 흑복과 똑같은 옷을 입은 이들이 있었다.

흑복을 입은 이는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인 것이었다.

어쩐지 너무 귀신같이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싶더라니.


“칫, 별것도 아닌 것들이 귀찮게 굴기는. 한 번에 쓸어주지.”


서연과 미즈키도 흑복에게 당한 게 꽤 있는지 새하얀 피부가 숯검댕이가 돼 바짝 약이 올라 있었다.

나만 당한 게 아니라는 사실에 뭔가 묘한 안심감이 들었다.


- 우우웅.


미즈키는 멀리 서 있는 흑복들을 단번에 쓸어버리기 위해 검기를 모았다.

절대 피할 수 없도록, 위, 아래, 양 옆.

복도째로 날려버릴 작정인가 보다.


“장난은 끝이다.”


그렇게 충분한 힘을 모은 미즈키가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이었다.


- 퍼억!


서연이 갑자기 미즈키의 옆구리를 전력으로 걷어찼다.


- 콰과과과광!


서연의 발차기 때문에 자세가 흐트러진 미즈키의 검의 궤적은 당연히 이상한 곳으로 휘었고 강력한 검기는 허무하게 천장을 뚫고 하늘로 날아가 흩어졌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배신인가?”

“그게 아니라, 그냥 이래야 할 것 같아서.”

“똑바로 설명하지 않으면 다음에 내 검이 베어 넘기는 건 네년이 될 거다.”


갑작스런 돌발행동에 화가 난 미즈키는 서연의 목에 칼을 들이밀며 위협했고 나는 서연이 저런 짓을 한 이유는 몰라도 둘 사이에 괜한 싸움이 일어나기 전에 재빨리 끼어들어 중재했다.


“야, 야, 미즈키. 칼 치워 봐.”

“읏! 잠깐, 아니다! 이, 이건!”

“알아, 알아, 무슨 상황인지 봤으니까 괜찮아.”


하필 서연에게 칼을 들이밀고 있는 장면을 나한테 딱 걸린 미즈키는 당황해 허둥지둥거렸지만 나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눌러 진정시켰고 서연에게 이유를 물었다.


“근데 넌 왜 미즈키 공격 방해한 거냐?”

“⋯⋯⋯⋯.”

“?”


이유를 물었지만 서연은 왜 그랬는지 자기도 모르겠다는 듯 멍하니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뭔가 실마리를 잡았다는 듯 아!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곤⋯.


- 스으윽.


“???”


혀를 내밀더니 내 얼굴을 핥기라도 하려는 듯 고개를 들이밀었다.


“⋯너 뭐하니?”


나는 당연히 그런 서연의 얼굴을 막았다.

이상한 짓 하는 거야 많이 봤지만 이건 그중에서도 상당한 기행인데.


“흠.”


그녀는 끈질기게 내 얼굴을 향해 혀를 내밀었지만 내가 끝내 허락해주지 않자 포기한 듯 손가락으로 내 볼을 슥 훑고는 피가 묻은 손가락을 쪽 빨았다.

애당초 내 얼굴을 핥으려는 게 아니라 내 볼에 묻은 피를 핥으려는 게 목적이었나보다.


“쩝쩝⋯ 응, 역시 맞아.”


그렇게 내 피를 핥은 서연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혼자 뭔가를 확신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가 맞다는 건데?”

“저기, 저 검은 옷을 입은 사람 중에 너랑 비슷한 피 냄새가 나는 사람이 있어.”

“어?”


서연의 말에 나는 어째선지 잠시 행동을 멈추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흑복 무리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자 저쪽에서도 한 명이 슬금슬금 나를 향해 걸어 나왔다.

그는 처음엔 조심스럽게 경계하며 다가왔지만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지자.


“허.”


맥이 풀린 듯 들고 있는 소총의 총구를 내리며 동시에 얼굴을 가리고 있던 마스크를 벗었다.

그리고 마스크 속 얼굴을 본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준호냐?”

“아, 아빠?!”


흑복 무리 중에선 말도 안 되게, 고향으로 피신 갔던 아빠가 튀어나왔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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