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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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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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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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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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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64화

DUMMY

- 쿵쿵쿵쿵!


다음 날 아침, 한참 잘 자고 있는데 갑자기 격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모두가 놀라 잠에서 깼다.


“⋯⋯.”

“⋯⋯.”


벌떡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나와 미즈키는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 눈이 마주치는 순간 조용히 각자 검과 메이스를 집어 들고 천천히 문을 향해 다가갔다.


“에이, 뭐야.”


그리고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린 것이 누군지 외시경으로 살핀 나는 어깨에 힘을 풀며 벌컥 문을 열었다.

문밖에 서 있는 것은 김민주 요원이었다.


“주, 준호 씨!”

“네, 무슨 일이시죠?”


그런데 김민주의 표정은 영 좋지 못했다.

하긴, 일이 있어도 무슨 일이 있으니까 이렇게 쳐들어오듯 문을 두드린 거겠지.

드디어 시작인가, 나는 당장이라도 전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손목과 발목을 풀었다.

하지만 그녀가 가져온 문제는 그런 쪽이 아니었다.


“흐음⋯.”

“쓰읍⋯.”


호텔 로비에 모두 모인 헌터들은 씁쓸한 표정으로 아무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

서울에서 지원을 나온 헌터는 총 12명, 하지만 지금 로비에 모인 헌터는 여덟 명뿐.


- 죄송합니다.


나머지 네 사람은 방에 그런 쪽지를 남겨놓은 채 모습을 감추었다.

야반도주였다.


“⋯뭐, 안타까운 일입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누가 그들을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


이대로 계속 로비에 서 있기만 할 순 없는 노릇이니 A급 헌터가 모두를 대표해 그렇게 말을 꺼냈다.

그리고 A급 헌터의 말은 단순한 빈말이 아니었다.

당장 나만 해도 어제 공원에서 이대로 도망칠까, 하는 유혹에 호텔로 돌아오는 길이 도축장에 끌려가는 기분이었고 다른 사람도 모두 나와 같은 기분을 분명히 느꼈을 것이다.

누가 그들에게 이 끔찍한 고통을 감내하고 목숨을 바쳐 살신성인하라고 강요할 수 있을까.

뭐, 그래도 이 와중에 위안인 점이 있다면 단 한 명뿐인 A, B급 헌터는 자리를 지켜줬다는 거겠지.


“⋯빈 인원에 대해선 저희가 어떻게든 다시 모집해보겠습니다. 그나저나 이렇게 다들 모이신 김에 공지 사항을 전달해드릴게요.”


김민주는 모두에게 신용카드와 스마트폰을 하나씩 나눠주었다.

스마트폰이야 여기 핸드폰을 가진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 연락의 용이성을 위해 지급해준 건 알겠고 카드는 뭔가 싶었는데 그녀는 곧바로 설명해주었다.


“헌터관리국의 법인카드입니다. 앞으로 이 카드로 식사나 필요한 물품 등을 구매하시면 됩니다. 예를 들면⋯ 평범한 일반인으로 보일 수 있는 의류 등이요.”


그녀의 말에 헌터들은 각자 자신의 복장을 살폈다.

다들 전장에 있다가 그대로 끌려온 터라 갑옷이나 전투복 등, 아무튼 범상치 않은 차림을 하고 있었다.

이래선 나 헌터요, 하고 광고하고 다니는 꼴이니 잠입과 수사 등이 필요한 이번 작전엔 적절치 않은 복장이었다.

그나저나 그렇다고 아예 카드를 하나씩 줘버리다니 나는 역시 헌터관리국 통이 크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 카드를 지급해놓고 이런 말씀을 드리기 뭐하지만⋯ 가능한 절약⋯ 부탁드립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헌터관리국 본부가 그런 짓을 저지르는 바람에 현재 요원들 월급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자금 사정이 나빠진 터라⋯ 하하.”


김민주는 쭈글쭈글한 모습으로 헌터들에게 그런 부탁을 했다.

그 잘나가는 헌터관리국이 체면을 버리고 저런 부탁까지 하는 걸 보면 정말 사정이 나쁘긴 나쁜가 보다.

뭐, 아무튼 몸뚱이만 가지고 멀쩡한 인간 사회에 갑자기 툭 떨어져 곤란하던 참이었는데 이 정도면 당분간 큰 불편함은 없을 것 같았다.




***




김민주의 말대로 옷은 좀 새로 살 필요가 있었다.

차림새가 눈에 띄는 건 둘째치고 몸을 깨끗이 씻더라도 한 벌 뿐인 옷에 피땀이 절어있는 탓에 냄새가 나서 살 수가 없었다.

나는 적당한 옷을 사기 위해 적당한 쇼핑몰을 찾았다.

나는 쇼핑몰에 오기 전, 모두에게 놀러 온 거 아니니 괜히 시간 낭비하지 말고 몸을 가릴 수 있는 거면 아무거나 사서 돌아가자고 했고 다들 그런 내 의견에 동의했다.


하지만 막상 여러 매장에 가지각색의 옷이 진열돼 있으니 고민되기 시작했는지 미즈키나 서연이나 고심해서 옷을 고르기 시작했고 나는 집중해서 옷을 고르고 있는 미즈키의 옆에 가서 말을 걸었다.


“야.”

“지금은 바쁘니 중요한 게 아니라면 조금 있다가 얘기해라.”

“넌 등급이 어떻게 되냐?”

“⋯A급이다.”


싸울 때부터 어느 정도 짐작하긴 했는데 미즈키는 예상대로 딱 A급이었다.

단순 경호 임무를 맡기기엔 분에 넘치는 등급이다.


“나이는.”

“⋯⋯열여덟. 다음 달이면 열아홉.”

“뭐? 그럼 아직 고등학생이야?”

좀 어려 보인다 싶긴 했는데 하은이보다 어리다는 말에 조금 놀랐지만.


“한국말을 잘한다고 해서 한국인인 건 아니지.”


미즈키는 그렇게 대답을 했다.

나는 일단 내 말을 부정한 느낌이긴 한데 저게 무슨 의미일까, 혼자 곰곰이 생각하다 꽤 늦게 그 뜻을 이해했다.

통상적으로 세는 나이를 쓰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만 나이를 쓰니까 미즈키는 한국으로 따지면 올해로 20세 성인이라는 소리였다.

참나, 그럼 그냥 그렇다고 말을 해주면 되지 꼭 저렇게 대답해야 하나, 성격 참 꼬였네.


“그럼 집은 어디냐.”

“일본.”

“일본이 다 네 땅은 아니잖아.”

“⋯의도가 뭐지? 호구조사라도 하는 건가?”


내가 이것저것 묻자 미즈키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날 노려봤다.


“의도는 무슨. 그냥 앞으로 얼굴 좀 보고 살아야 할 것 같은데 서로 어떤 사람인지 알아둬서 나쁠 거 없잖아.”

“그런 시시껄렁한 이야기할 시간 있다면 저기 가서 같이 고민이나 해줘라.”


미즈키는 저 구석에서 혼자 심각한 얼굴로 서 있는 서연을 가리키며 손을 휘휘 저었다.

애가 상당히 내성적이네.

나는 그녀의 말대로 서연에게 말을 걸었다.


“너는 또 뭐해?”

“⋯⋯⋯⋯.”


서연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 말이 나오지 않는지 어떤 옷을 향해 시선을 보낸 뒤 나와 눈을 마주쳐 시선만으로 뜻을 전했다.

그녀가 보고 있던 옷은 하늘하늘한 원피스였다.


“⋯설마 네가 이걸 입으려고?”


맨날 체육복이나 작업복 것만 입는 선머슴 같은 애가 이런 옷을 입은 모습은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


“살면서 옷은 그냥 주는 대로 아무거나 입었어, 그러면 되는 건 줄 알았어. 그런데 너랑 처음 만났을 때 쇼핑도 하고 좀 꾸미기도 했었잖아.”

“아아, 맞아, 그랬었지.”


언제 적 이야기를 하는 건가 했는데 정확히는 나와 두 번째 만났던 날, 갑자기 나타나 내 차를 막아서곤 카페로 끌고 갔던 그 날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뭘 입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확실히 그때 좀 패션에 신경 써 차려입고 화장까지 했던 기억이 있었다.


“그때 어렴풋이 깨달았어, 내 몸을 꾸미는 건 즐거운 일이구나, 하고.”

“그래서 이걸 사고 싶다고?”

“가격만 보면 조금 비싼 편이지만 꼭 그렇지도 않아, 상하의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으니 오히려 합리적이지.”


내가 절약하라는 김민주 요원의 말을 신경 써 되묻는 줄 안 서연은 그렇게 정당성을 주장했지만.


“아니,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너 이거 입고 피크닉 가는 게 아니라 싸우러 가야 해.”


나는 원피스의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말했다.


“⋯⋯?”


서연은 내가 뭘 말하려는 건지 바로 이해를 못 해 천천히 눈만 껌뻑였지만.


“⋯⋯! 안 되겠다.”

“그래.”


이내 뭔가를 깨닫고 원피스를 포기했다.

다행히 그 정도의 상식과 수치심은 있었다.


“후우⋯ 기 빨려⋯.”


내 쇼핑은 30분 만에 끝났지만 두 숙녀의 쇼핑은 3시간이 넘도록 계속됐다.

분명 체력적으로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닐 텐데 왜 이렇게 기운이 확 빠졌는지 모르겠다.


“⋯다 끝났어?”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데 쇼핑백을 든 서연과 미즈키가 이쪽으로 걸어왔다.

드디어 끝났⋯.


“바지는 샀지만 아직 상의를 못 샀어, 한 바퀴만 더 둘러봐야 할 것 같다.”

“나는 상의는 샀는데 바지를 못 샀어.”

“⋯나 먼저 호텔 가 있으면 안 될까? 생각해보면 내가 같이 있어야 할 이유도 없는 거잖아?”


어차피 난 다 샀는데.


“안 된다, 네가 야반도주한 헌터들처럼 혼자 도망가버릴지 어떻게 알지?”

“응, 안 돼. 같이 있어.”

“하아⋯ 알았으니까 그럼 제발 1시간 안에 끝내자.”


솔직히 1시간도 길다.

앞으로 1시간 동안 대체 뭘 해야 하는 걸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쇼핑몰 내에서 뜬금없는 굉음이 울렸다.


- 콰아앙!


그 단발적인 굉음에 나도, 서연도, 미즈키도 쇼핑 중이던 손님들도, 모두가 뚝 하고 얼어붙었다.

굉음의 정체가 무엇인지, 어디서 난 건지, 위협을 인지하고 회피하기 위한 동물적인 본능이었다.

그런데, 그 굉음은 내게 너무나 익숙한 소리였지만 도저히 이 장소에서 날 만한 소음은 아니었기에 내 귀를 의심했다.


- 콰과과과광!


하지만 그런 내 의심을 확신으로 바꿔주려는 듯 굉음은 다시 연속적으로 울렸다.

그것은 다름 아닌 총성이었다.

밖에서 들어도 천둥이 치는 것 같은 총을 실내에서 쏴 재끼니 소리가 울려 건물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이 났다.


“⋯따라와.”


우리가 있는 곳은 4층, 총성은 1층 쪽에서 들려왔다.

나는 바로 난간으로 몸을 날려 4층에서 1층으로 곧장 뛰어내렸고 미즈키와 서연도 내 뒤를 따랐다.


“초, 총이다! 총이야!”

“미친, 뭐야! 총기 난사야?!”


예상대로 총성이 맞았는지 1층은 그 몇 초 사이에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겁에 질린 사람들은 총성이 울린 반대 방향으로 서로 먼저 도망치겠다고 뒤섞여 넘어지고 구르고 난리도 아니었고 우린 반대로 그런 인파를 뚫고 총성이 울린 방향으로 향하려 난리였다.


- 콰과과광!


대충 방향만 잡고 달리고 있는데 한 번 더 총성이 울렸다.

덕분에 확실한 위치를 파악한 우린 인파를 피해 공중으로 뛰어올라 벽과 난간을 타고 빠르게 이동했고 곧 복면과 방탄조끼를 착용하고 k2 소총을 든 6명의 괴한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 저게 뭐야!”


땅이 아니라 공중을 날아 다가오는 우릴 발견한 괴한 중 하나가 적잖이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쏴, 쏴버려!”


그리고 그들은 급히 우리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사격을 시작했다.

6명이나 되는 인원이 자동소총을 연발로 갈기니 순식간에 수십 발의 총알이 난무했다.

뭐, 여기 소총 정도야 맞아도 상관없는 사람뿐이지만 미즈키와 서연은 새로 산 옷에 총알 자국이 나는 게 싫었는지 몸을 돌려 총알을 피하며 순식간에 괴한 무리 한가운데에 파고들어 착지했고.


“죽이면 안 돼!”


- 촤악!


내가 그렇게 외침과 동시에 미즈키가 검을 뽑았다.


“⋯⋯?!”


괴한들은 자신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들이 변화를 감지한 건 한참 뒤였다.


“뭐, 뭐야!”


그들은 자신들 가운데로 파고든 미즈키와 서연을 공격하기 위해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격발이 되지 않았다.

당연했다.

6명의 소총은 이미 전부 미즈키에 의해 반토막이 나 있었으니까.


“크윽!”


소총이 소/총이 된 것을 눈치챈 괴한 중 하나가 급히 권총을 꺼냈다.


- 타앙!


하지만 그가 방아쇠를 당기는 것보다 빠르게 서연이 권총의 총구 부분을 손으로 콱 쥐어 찌그러트렸고 총알은 약실 안에서 터질 뿐 발사는 되지 않았다.


- 콰악, 쿵!


서연과 미즈키는 다른 놈들이 더 저항하기 전에 각각 한 손에 하나씩 총 넷의 멱살을 잡고 바닥에 내리꽂아 제압했다.


“나머지 둘은 네가 처리해!”


인당 두 명씩 잡으면 손이 딱 맞는다.

나는 그녀의 말대로 동료를 버리고 도망치는 나머지 둘을 따라가려던 참에 재밌는 광경을 목격했다.


“저리 꺼져!”

“⋯?!?!”


미즈키에게 눌려있던 괴한 중 하나가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조금 몇 걸음 기어가는 데 성공한 것이다.

물론 A급 각성자가 일반인을 너무 세게 짓눌렀다가는 우유 팩 터지듯 몸이 찌부러져 버릴 테니 미즈키도 최대한 힘을 뺐을 거고 곧장 다시 붙잡아 제압하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일반인이 A급 각성자의 손을 뿌리쳤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서연아?!”

“응, 맞아.”


그리고 도망치던 나머지 둘을 붙잡은 나는 놀라 서연을 돌아봤다.

그러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서연도 느낀 게 있는지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에게선 미약하지만 엘릭시르 길드에서 개발한 약물에 의한 마력의 낌새가 느껴졌다.

아쉽지만 짧고 달콤한 휴식은 여기까지인가 보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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