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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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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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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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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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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48화

DUMMY

“S급 던전이?! 어디서?! 내가 뭐 어떻게 하면 되는데?!”


일단 정신을 차리자, 감정은 완전히 배제하고 이성적인 판단과 행동만 하자, 그렇게 단단히 마음을 먹은 나는 현실과 마주했다.


“나도 막 연락받은 거라 잘은 모르겠어! 가서 연락받아 봐, 소은 언니야!”


하은은 저 멀리 놓여 있는 마법 통신 장비를 가리키며 말했다.

통상적인 휴대폰은 근처 기지국이 파괴되며 진작에 무용지물이 됐고 무전기도 그닥 안정적인 통신 장비는 아니다 보니 소은 누나는 원활한 통신을 위해 주요 거점마다 직접 만든 통신 장치를 지급해주었다.

나는 마석을 에너지원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빼면 군대에서 통신병들이 등에 짊어지고 다니는 무전기와 거의 비슷하게 생긴 통신 장비의 수화기를 들어 말했다.


“네, 누나! 전화 바꿨습니다!!!”

“깜짝이야! 왜 소리를 질러?!”

“여기가 좀 시끄러워서요!!! 그나저나 S급 던전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네가 들은 말 그대로야, S급 던전이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켰고 거기서 나온 몬스터들이 그대로 전진하게 두면 방어선은 무너질 거야.”

“거기가 어딘데요?!”

“너랑 내가 있는 중간지점, 거긴 B급 길드 1개 C급 길드 3개 수준의 헌터 밖에 없어서 절대 못 막을 거야, 아린이랑 내가 가야 해.”


우리가 서울의 남쪽을, 소은 누나가 동쪽을 막고 있으니까 그 중간지점이라고 하면⋯.

나는 누나의 말에 따라 S급 던전의 몬스터들이 대충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예측해 봤다.


“그럼 S급 던전 몬스터들이 성남 쪽으로 가고 있다는 건가요?!”

“대충 그쪽이야, 거기 뚫리면 그 뒤로 있는 수원, 용인, 이천 하여튼 경기도는 줄줄이 뚫려서 골치 아파, 처음부터 확실하게 틀어막아야 해.”

“와우, 진짜 꼭 막아야겠네요! 지금 바로 아린이 보낼까요?!”

“아린이만 보내지 말고 너희 길드 헌터 다 데리고 와!”

“네? 왜요?!”

“그냥 너희 길드는 다 같이 모여있으면 뭔가 시너지가 있는 것 같아서.”

“어어⋯ 네! 일단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출발할게요! 어디로 가면 될까요?!”


굳이 우리 길드의 모두가 가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굳이 내가 가지 말아야 할 이유도 딱히 없으니 나는 소은 누나의 지시를 따랐다.

이쪽도 열띤 전투를 펼치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방어선이 무너질 정도는 아닌 것 같고 나는 다른 길드의 마스터에게 방어선의 지휘권을 맡기고 곧장 소은 누나가 말한 장소로 향했다.




***




“왔구나, 이런 상황에서 얼굴 보니까 되게 반갑네?”


우리도 엄청 빨리 도착한 편인데 소은 누나는 이미 몇 명의 마법사와 함께 현장에 도착해 있었다.


“이소은 헌터님, 윤아린 헌터님 오셨습니까!”


S급 헌터 둘이 모습을 드러내자 방어선을 맡고 있던 길드의 마스터가 뛰쳐나와 맞이했다.

미리 연락을 받아 상황을 알고 있는 그의 얼굴에는 S급 몬스터가 이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긴장감과 S급 헌터가 둘이나 지원을 와줬다는 안도감이 공존하고 있었다.


“일단 말씀은 들었습니다만 저, 저희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S급 던전에서 나오는 몬스터는 저희가 상대하겠습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놓치거나 다른 던전에서 나온 몬스터는 그쪽에서 부탁드립니다.”

“아, 알겠습니다⋯!”


소은 누나는 간단히 지시를 내린 뒤 곧장 S급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난 방향으로 향했다.

몬스터가 던전을 빠져나와 무리를 이루기 전에 두더지 게임 하듯 나오는 족족 요격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뭘 그렇게 어깨에 힘을 빡 주고 있어, S급 몬스터 처음 상대해 보는 거 아니잖아?”


소은 누나는 긴장감에 하늘로 승천한 내 양어깨를 눌러 내려주며 그렇게 말했다.


“오히려 처음 상대해 보는 게 아니라 더 긴장되는데요⋯.”


나는 S급 던전의 기억을 되살려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할만하다는 생각이 든 적이 단 한 순간도 없었다.

더군다나 그땐 대규모 공격대라도 있었지 지금은 우리 길드와 소은 누나가 데려온 헌터를 합쳐 겨우 12명 정도였다.


“괜찮아, 원래 싸움은 공격자가 방어자보다 훨씬 불리한 법인데 지금은 상황이 반대잖아. 여긴 우리 홈그라운드라고.”


소은 누나는 가볍게 윙크하며 여유를 보였고 저 똑똑한 사람이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저러진 않을 것이라는 믿음에 나도 용기를 얻었다.


“이, 이게⋯ S급 던전 브레이크⋯.”


S급 던전은 그냥 딱 보면 알 수 있었다.

다른 던전과는 크기가, 입구의 빛깔이, 흘러나오는 마력의 흐름이 모든 게 차원이 달랐다.

던전의 높이는 양옆으로 서 있는 오피스텔 건물과 거의 비슷했고 던전 입구의 빛깔도 뭐 거의 검정색에 가까운 진하고 탁한 보랏빛이었다.

거기다 안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은 살에 닿거나 냄새를 맡기만 해도 유해할 것 같은 꺼림칙하기 짝이 없는 느낌을 풍겼다.


“으아아⋯ 이게 뭐야⋯.”

“장관이다~ S급 던전이 브레이크 터지면 이런 모습이구나~.”

“⋯⋯⋯.”


세상을 집어삼킬 듯이 입구를 주둥이처럼 쩍 벌리고 있는 S급 던전의 모습을 본 하은이와 형은 그 모습에 압도돼 눈을 떼지 못했고 평소 감정을 거의 내색하지 않는 서연조차 입을 살짝 벌리고 던전의 자태에 감탄하고 있었다.


“자, 아직 몬스터가 나오진 않은 것 같으니까 빨리 작업할까요?”

“““네!”””


소은 누나와 마법사들은 역시 뭔가 준비해 온 게 있는지 알아서 자리를 찾아가 허공에 마법진을 그리고 마력을 불어넣으며 작업을 시작했다.


“하은아, 너도 부탁해.”

“네? 저, 저요? 전 뭘 하면 될까요?”


소은 누나는 별다른 설명 없이 하은을 어떤 위치로 데리고 가 자리에 세웠다.

뭘 해야하는 건지 전혀 들은 게 없는 하은은 처음엔 어리둥절한 표정만 지었지만.


“어떻게 하는 건지 알겠지?” “⋯아! 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법사들이 그린 마법진을 쭉 훑어보고는 자신의 할 일을 깨닫고 막힘 없이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걸 그냥 보기만 하고 안다고?!”

“나이도 어린 것 같은데⋯ 실례지만 몇 살이에요? 마법은 어디서 배웠어요?”


그런 하은의 모습을 본 소은길드의 마법사들은 깜짝 놀라 그녀에게 무수한 관심이 쏟아졌다.

내가 마법에 무지렁이라 그렇지 역시 같은 마법사들끼리는 하은의 천재성이 한눈에 보이나 보다.


“⋯⋯⋯⋯.”

“⋯⋯⋯⋯.”


나는 소은 누나와 마법사들이 뭘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쓸데없는 짓을 하는 건 아닐 테니 입을 다물고 마법이 완성되길 기다렸다.

그건 아린이나 형도 마찬가지였고 서연은⋯ 어디서 주워온 건지 혼자 만화책을 보고 있었다. 뭔 만화야 저거?


“⋯됐다, 완성이야.”


그렇게 잠시 후, 모든 것을 총괄해 마법을 완성한 소은 누나는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으며 숨을 내쉬었다.

소은 누나도 저 정돈데 하은을 포함한 다른 마법사들은 완전히 기진맥진해 스르륵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 이건⋯.”


완성된 마법을 본 나와 형은 짐짓 놀라 다시 한번 던전 앞에 구축된 마법을 살피며 서로를 돌아봤다.

우리가 놀란 이유는.


“이게 뭐지? 넌 알겠냐?”

“아니, 감도 안 와.”


완성된 모습을 보고도 이걸 왜 만든 건지 짐작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누나와 마법사들이 구축한 마법은 큐브 모양으로 던전 입구를 막고 서 있는 일종의 상자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준호야? 혹시 힘 좀 남니?”

“네? 네, 저야 뭐, 아직 아무것도 안 했으니.”

“그럼 주변에 가서 마석 좀 주워 와 줄래? 최대한 많이.”

“아, 네! 알겠습니다!”


소은 누나의 부탁에 나는 형과 서연, 그리고 그림자 병사까지 총동원해 주변에 널려있는 마석을 있는 대로 긁어왔다.

평소엔 금이나 다름없지만 지금은 여기저기 돌멩이처럼 굴러다니는 마석을 넷이서 정신없이 모아오다 보니 마석은 순식간에 1톤 트럭에 가득 싣고도 남을 정도로 모였다.


“이 정도면 될까요?”

“아니! 계속! 계속 모아와! 그냥 내가 그만해도 된다고 할 때까지 계속!”

“더, 더요?”


이미 충분히 모은 것 같은데 소은 누나는 더 많은 마석을 원했다.


- 슈우우우욱.


그리고 그런 누나의 요구의 정당성을 부여하듯 던전 앞에 구축된 큐브는 우리가 모아온 마석의 마력을 순식간에 흡수했고 마력을 잃은 마석은 특유의 반짝임을 잃고 탁한 돌덩어리가 되었다.

그냥 가져오면 돈 주니까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딱히 관심 가지지 않고 열심히 캐오기만 했는데 실제로 이런 모습을 보니 마석이 에너지원이 맞긴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쩌저저저적!


정신을 놓고 하염없이 마석만 모아오던 중 갑자기 무언가가 깨지는 듯한 파열음이 온 사방을 울렸다.

커다란 지진이 일어나 땅이 갈리는 소리 같기도 했고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 같기도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것은⋯ 공간이 갈라지는 소리였다.


- 우워어어어!


파열음 다음엔 괴성이 울렸다.

무슨 짐승의 울음소리 같은데 울림통이 어찌나 큰지 온 세상이 쩌렁쩌렁 울렸다.


- 드드드드.


괴성의 울림이 천천히 잦아들고 곧 괴성의 주인이 S급 던전의 틈새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아주아주 거대하고 단단한 외피를 두른 거북이 같은 몬스터였다.

물론 생긴 게 거북이 같다는 거지 행동거지는 온순하지도 느릿하지도 않았다.

거북이는 분노에 찬 짐승처럼 격렬하게 몸부림치며 세상을 향해 돌진했다.


- 파지지지직!

- 끼에에에에!


그런데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낸 그 순간 입구를 막고 있던 큐브가 몬스터를 향해 사방에서 레이저를 쏘아댔다.

레이저는 거북이의 외피를 뚫고 전신을 갈기갈기 찢어놨다.

역시 S급 몬스터라고 해야 하나, 큐브를 통과한 몬스터는 그런 레이저 세례 속에서도 숨은 붙어있었지만 뭘 해보기도 전에 이미 빈사 상태가 되어 있었다.


“와~ 고대종이다, 죽기 전에 꼭 한번 보고 싶었는데.”


던전에서 나온 몬스터의 모습을 본 형은 약간 소원을 이룬 어린아이처럼 초롱초롱한 눈으로 거북이 몬스터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고대종? 그게 뭔데?”

“알아듣기 쉽게 말하면 몬스터계의 공룡 같은 녀석들이야. 아주 원시적인 형태의 몬스터지, 볼 수 있을 때 잘 봐둬, 살아있는 공룡을 직접 목격하는 거나 다름없는 진귀한 경험이니까.”


형은 거북이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말했다.

거북이 다음으로는 어떤 고대종 몬스터가 나올지, 약간 기대까지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린아! 큐브를 빠져나간 몬스터는 네가 마무리해줘!”

“네!”


잘 모르긴 해도 고대종의 생김새는 뭐랄까, 신비로움이 있긴 했다.

그런 고대종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던 아린이는 소은 누나의 지시에 무기를 빼 들고 날아올라 이미 빈사 상태인 거북이의 목을 간단히 도려냈다.


- 파지지지직!

- 끼에에에에!


소은 누나와 마법사들이 설치한 큐브는 S급 던전에서 고대종 몬스터가 나오는 족족 레이저로 지져버렸고 고대종들은 필사적으로 큐브 안에서 탈출했지만 그래봤자 기다리고 있는 건 아린이의 칼날이었다.

이미 레이저에 심한 부상을 입은 고대종은 제대로 맥을 추기도 전에 픽픽 아린이의 검에 죽어 나갔다.

그 광경은 마치 레일에 가축을 올려 순서대로 도축하는 자동화된 도축장 같았다.


“⋯쯧, 하필 이런 상황에 고대종 몬스터라니. 저것들을 생포해서 조사하면 얼마나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어쩌면 몬스터가 어디서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 기원이 밝혀질지도 모르는 건데⋯.”


고대종이라는 게 진짜 귀중하긴 귀중한 건지 고대종이 무의미하게 픽픽 죽어 나가는 모습을 보며 소은 누나는 흔치 않게 손톱을 잘근잘근 씹으며 안타까워했다.

이 와중에도 어떻게든 생포에서 연구할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응?”


한참 손톱을 물어뜯으며 고민하던 누나는 갑자기 나를 홱 돌아봤다.

옆에서 고대종을 레이저로 지지는 걸 구경하던 나는 누나가 날 쳐다보길래 나도 누나를 바라봤고 나와 시선이 마주친 누나는 뭘 하고 있냐는 듯 눈동자가 커지더니 소리쳤다.


“너 뭐해?! 내가 멈추라고 하기 전까지 마석 모아오는 거 멈추지 말랬잖아! 저 큐브가 공짜로 유지되는 줄 알아?! 전부 나랑 하은이랑 우리 길드 마법사들 마력으로 유지하는 거라고! 마석으로 조금이라도 마력 부담을 줄여야 할 거 아니야! 너 멀쩡한 고대종이랑 싸워서 이길 자신 있어?!”

“다, 당장 다녀올게요!”

“뛰어, 뛰어! 서둘러!”


멍때리다 호통을 맞은 나는 형과 서연을 데리고 후다닥 더 많은 마석을 모아오기 위해 도망치듯 튀어 나갔다.

순간 이것 때문에 우리 길드 헌터 다 부른 건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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