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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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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6.1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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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9,976

작성
24.05.2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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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12쪽

156화

DUMMY

몬스터와 레나 간에 오간 대화를 들은 우린 순간적으로 우리 옆에 서 있는 일본 헌터들로부터 물러나 그들을 경계했다.

내가 어쩌다 보니 그라고스와 면식이 있듯이 저쪽도 저 카르갈 몬스터와 면식이 있고 심지어는 무언가를 함께 하려는 낌새까지 느껴졌다.


“???”

“???”

“⋯⋯⋯?”


하지만 상황은 내가 상상하는 게 완전히 틀리진 않았어도 완전히 맞지도 않는 것 같았다.

일본 헌터들은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직도 고개를 휙휙 돌리며 연신 레나와 우리 쪽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자신들의 대장인 레나가 몬스터와 대화를 나누는 것도 어이없는데 동맹을 맺기로 한 우리가 갑자기 펄쩍 뛰어 뒤로 물러나 자신들을 경계하니 쟤들은 또 왜 저러나, 하는 표정이었다.


“⋯다른 헌터들은 관련 없는 건가?”

“대장님께서만 혼자 뭘 아시는 것 같은데.”


그들의 반응을 본 나와 형은 작게 대화를 나누고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우릴 속이기 위한 연기라기엔 일본 헌터들은 너무 얼빵해 보였다.

만약 저게 연기면 속아 주는 게 예의일 정도로.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지? 몬스터랑은 무슨 사이야?”


나는 일단은 경계를 완전히 거두지 않은 상태로 해명을 요구했다.


“우, 우리도 몰라! 진짜야! 너희들은 뭐 알아?!”

“나는 모른다⋯.”

“나도 모, 모르지, 이거 지금 뭔데?”


하지만 유스케가 펄쩍 뛰며 결백을 주장했고 다른 헌터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럼 너희 대장이 왜 몬스터랑 저런 말을 주고받는 건데? 알아도 너희가 알아야 하는 일 아니야?”


내가 일본 헌터들과 그런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몬스터는 계속 이쪽으로 다가오며 레나에게 말을 걸었다.


- 나 위대한 카르갈과 함께할 준비는 됐나? 이제 와서 싫다고 하거나 하지는 않겠지?

“각오는⋯ 마친지 오래다⋯.”

- 흐흐흐, 그런데 넌 날 믿나? 내가 널 속이려면 얼마든지 속일 수 있을 텐데?

“당연히 넌⋯ 안 믿지⋯ 하지만 너 같은 게 잔꾀나 부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닌 걸 아니까⋯ 그걸 믿는 거지⋯.”

- 혼자서 일어서지도 못하는 주제에 입은 살았군.

“네놈이야말로⋯ 벌레같이 작은 난쟁이였던 주제에⋯ 덩치 좀 커졌다고 기고만장하군⋯.”

- 이게 내 원래의 모습이다. 네가 봤던 건⋯ 그래, 힘을 아끼기 위한 일종의 겨울잠이었고. 여긴 질 좋은 식량이 많더군.


카르갈은 이제 우리 바로 앞에까지 다가왔다.

크기가 워낙 거대한 탓에 거리상으로는 수십 미터는 떨어져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한 걸음이면 닿을 거리였다.


“이상한 짓 하는 사람 없나 감시 좀 부탁할게, 저건 나한테 맡겨.”


- 파앙!


아린이는 상황 파악은 되지 않아도 일단 몬스터부터 처리하자는 생각에 단번에 카르갈의 얼굴 높이까지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


- 촤아악!


아린이가 검을 휘두른 궤적을 따라 반달 모양의 진한 푸른빛의 검기가 발산했다.

정확히 카르갈의 목을 노린 공격이었다.


- 카가각!


하지만 카르갈은 양팔로 목을 감싸 검기를 막아냈다.

심지어 겨우 막은 것도 아니고 꽤 여유로워 보였다.

아린이의 공격이 가볍게 막히는 보기 드문 광경에 우린 깜짝 놀라 움찔했다.


- 촤악! 촤악!


물론 정작 본인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두 번째, 세 번째 공격을 이어갔지만 카르갈은 여전히 별 피해를 입지 않았다.


- 흐으음, 이 느낌⋯ 너희들이 말하는 S급이라는 녀석인가. 주변 헌터들을 충분히 먹어두길 잘했군, 이런 위험한 녀석이 있었을 줄이야.


아린이의 공격을 막아낸 카르갈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 하지만 좋아, 아주 좋아! 이곳은 먹을 게 넘쳐흐르는구나!


카르갈은 소리를 지르며 기뻐했다.

어마어마하게 큰 목구멍에서 쏟아져나오는 성량은 그 소리만으로도 귀가 터질 것 같아 고통스러웠다.


- 크하하하! 어이! 그런데 네가 말한 S급은 이 여자가 아니지 않았나? 그 귀여운 남자애는 어딜 간 거지?

“저쪽에⋯ 있어⋯.”


카르갈의 물음에 레나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재현이 쓰러져 있는 방향이었다.


“레나 님⋯!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대체 레나 님이 왜 몬스터 따위와⋯!”


그때 지금 일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미즈키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레나를 향해 윽박지르듯 외쳤다.

미즈키는 제발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충분한 설명을 해주길 바라고 있는 것 같았다.


“미즈키⋯ 지금 당장 모든 걸 설명해 줄 수는 없지만⋯ 날 믿어⋯ 다 잘 될 거야⋯.”


하지만 이미 생명줄이 간당간당한 레나는 미즈키를 향해 힘겹게 웃으며 그렇게 말할 뿐이었다.


- 쿠웅! 쿵!


- 큭⋯! 귀찮게 하는군.


한편 아린이는 게속 카르갈을 공격해 뒤로 물러나게 만들어 우리로부터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카르갈은 그 공격을 버티긴 했지만 그냥 딱 버티기만 하는 정도였다.

3대 때려 멀쩡하다면 30대는 어떨까, 300대는, 3000대는?


카르갈의 육중한 몸집은 나 같은 약자에겐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위협이 되지만 아린이 같은 강자를 상대론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했다.

카르갈은 저 크기 치곤 잽싸고 유연한 편이었지만 그래도 몸집 때문에 둔한 건 어쩔 수 없었고 아린이는 신체적 구조로 인해 카르갈이 자신을 볼 수 없거나 붙잡기 어려운 곳만 쏙쏙 파고들어 치고 빠지기를 반복했다.


- 핑! 피잉!


“쓰읍~ 이거 뭐 통하긴 하는 건가?”

“그래도 발가락 간지럽히는 정도의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아까부터 카르갈의 발을 향해 열심히 화살을 쏘던 형과 유스케가 그렇게 말했다.


- 쿵! 쿵!


두 궁수가 쉴새 없이 원거리 지원을 해줘도 카르갈은 꼼짝하지 않았다.

그래도 밟히기만 해도 어떻게 될지 몰라 접근조차 엄두가 안 나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머지에 비하면 사정이 좀 나은 편이었다.


“너 목이 약점이구나?”


- 칫!


카르갈의 몸을 한 바퀴 순례하며 이곳저곳을 찔러본 아린이는 다시 집요하게 목을 노리기 시작했다.

카르갈은 목을 향하는 공격이 아니면 특별히 반응하지 않는 게 목이 유일한 약점인 것 같았다.

역시 몬스터라도 대가리가 몸통과 분리되면 별수 없는 건가.


- 촤악!


- 크헉?!


확신을 가진 아린이는 검의 속도와 위력을 높여 목을 베기 전, 우선 귀찮게 목을 방어하는 팔부터 처리했다.

팔이 워낙 두껍고 단단한 탓에 단번에 잘리진 않았지만.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난 앞으로 세 번이면 양팔 다 잘라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린이는 씩 웃으며 카르갈을 향해 말했다.


- 이 날벌레 같은 게!


카르갈은 아린이의 말 대로 앞으로 세 번이면 정말 팔을 잘릴 것 같다는 예감을 느꼈는지 손을 확 뻗어 아린이를 붙잡으려고 했다.


- 촤라라락!


하지만 괜한 짓에 애꿎은 손가락만 날아갔고 아린이는 팔을 타고 빈틈이 생긴 틈을 타 목을 향해 돌진했다.


- 크아아아아!!!!!!!


그 순간 목을 방어할 수가 없게 된 카르갈은 포효하며 사방으로 마력을 방출했다.

땅에서 맞았다면 모르겠지만 몸을 지탱할 공중에서 그 마력에 직격당한 아린이는 빙글빙글 돌며 튕겨 나갔고.


“꺄아악!”

“크으윽!”


크기가 크기인지라 카르갈은 포효조차 음파 무기에 가까웠고 머리가 터질 것 같은 굉음에 다들 귀를 막으며 괴로워했다.


- 콰과과과과!


“칫!”


거기다 포효 다음으로 카르갈이 방출한 마력 폭풍이 모든 것을 휩쓸며 날아들고 있었다.

휩쓸렸다간 곱게는 안 끝난다.


“다 모여!”


- 쩌저저적!


나는 급히 모두를 불러 모은 뒤 만년빙으로 이글루를 만들었다.


“크으으으⋯!”


나는 최고 출력으로 최대한 두껍게 이글루를 보강했다.

무리한 만년빙 생성에 뼈가 시려왔지만 마력 폭풍에 외벽이 순식간에 깨져 날아가는 게 느껴져 절대 멈출 순 없었다.


“허억⋯ 허억⋯.”


- 쩌적, 쩍⋯!


마력 폭풍이 전부 지나가는데 고작 몇 초 정도나 걸렸을까, 하지만 내겐 그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그래도 만년빙이 전부 깨져버리기 전에 폭풍이 지나간 건 다행인 일이었다.

나는 이미 거의 다 무너진 만년빙을 치워내며 안도했다.


- 크으윽⋯! 제일 맛있는 건 나중에 천천히 음미하려 했건만 어쩔 수 없지!


- 쾅! 콰앙!


카르갈은 뭘 하려는 건지 저 멀리 날아간 아린이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이 급히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우린 순간 아린이를 처리하기 전, 우리라도 먼저 짓밟아둘 생각인 건가 식겁해 다급히 뒤로 물러났지만.


“⋯⋯?”


카르갈은 우리에겐 아무 관심도 보이지 않고 그 거대한 손으로 조심스럽게 레나의 몸을 들어 올렸다.


“그 더러운 손으로 감히 어디에 손을 대! 당장 안 내려놔!”


카르갈이 레나의 몸을 건드리자 미즈키가 소리를 지르며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것처럼 검을 들었다.

하지만, 미즈키의 검은 떨리고 있었고 한 발짝 겨우 앞으로 나간 발걸음도 그 이상으로 나아가진 못했다.


“⋯미즈키.”


유스케는 괜한 객기로 아까운 목숨을 내던질까, 미즈키의 어깨를 붙잡아주었다.


- 시간이 없다, 어서 동의해라.

“⋯⋯⋯⋯.”


카르갈은 이제 거의 의식이 없는 레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그 순간 레나의 몸이 찬란하게 빛나며 황금색의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그 빛은 다시 카르갈을 향해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 흐하하하! 이것이 S급의 힘인가! 아까 먹어 치운 수백의 잡졸과는 비교가 안 되는군!


그 빛을 흡수하며 카르갈은 매우 기뻐했다.


“저거 설마⋯ 힘을 흡수하는 거야?”

“어⋯ 그런 것 같은데.”

“⋯설마 이 근처에 죽어있는 헌터들도 저런 식으로 저놈한테 힘을 흡수당한 건가? 레나가 재현이랑 아린이를 공격한 것도 저놈한테 힘을 흡수시키려고⋯?”

“저 카르갈이라는 놈이 하는 말의 정황을 들어보면 뭐 비슷한 것 같은데.”


형은 나와 비슷한 예상을 하고 있었다.

우린 저놈이 레나의 힘을 흡수하게 둬선 안 된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미 놈의 거대함과 강력함에 압도돼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미즈키! 아이리! 켄토! 유스케!”


카르갈이 레나의 힘을 흡수하는 것을 우리가 지켜보고만 있을 때, 카르갈의 손에 들린 레나가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더니 자신의 동료들을 향해 외쳤다.


“너희도 어서 너희들의 힘을 바쳐!”


그런데,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살려달라는 말도, 도망치라는 말도 아닌 자신과 같이 힘을 바치라는 말이었다.

그녀의 이상한 요구에 일본 헌터들의 표정은 사색이 되었다.


“이건 끝도! 죽음도 아니야! 그저 더 위대한 존재가 되기 위해 하찮은 육체를 버리는 과정일 뿐이지! 무섭고 걱정되는 거 다 알아! 하지만 날 믿어! 영생과 더 강력한 힘을 약속받았어! 너희들 몫까지 내가 대신 약속 받았다고!”


레나는 애원하듯 모두에게 열변했다.

하지만 아무리 대장의 말이라도 평생 몬스터로부터 세상을 지키는 걸 사명으로 삼아온 이들에게 몬스터에게 힘을 바치라니, 납득할 수도 용인할 수도 없는 행위였고 무엇보다 자살과 다름없게 느껴지는 그런 행위를 반기는 이는 없었다.

그에 유스케와 아이리, 켄토는 뒷걸음질 치며 확실히 거부 의사를 밝혔고 미즈키만이 망설이듯 제자리에서 서 있었다.


“칫⋯! 멍청한 놈들⋯!”


그 모습을 본 레나는 혀를 찼지만 그녀는 나머지는 됐다는 듯 미즈키를 향해 말했다.


“미즈키! 어서, 어서 이쪽으로 와! 나와 함께 더 나은 존재가 되자꾸나, 그리고 영원히 검의 길을 걷는 거야!”


레나는 미즈키를 향해 덜덜 떨리는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에 한참 고민하던 미즈키는.


“시, 싫어요⋯!”


우리를 향해 뒷걸음질 쳤다.


“미즈키⋯.”


미즈키만은 자신의 뜻을 알아줄 거란 믿음을 가졌지만 그 믿음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은 레나는 허망한 얼굴로 미즈키를 바라봤다.

그렇게 그녀는 곧 황금빛을 뿜어내길 멈췄고.


- 풀썩.


카르갈이 손을 기울이자 힘없이 굴러떨어져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바라볼 뿐이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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