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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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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6.1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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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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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39,976

작성
24.06.0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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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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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2쪽

162화

DUMMY

“자, 잠시만요! 잠시만 멈춰 보세요!”


잔뜩 성이 난 헌터들에게 둘러싸인 게 누군지 확인한 나는 급히 헌터들 사이를 파고들어 그들을 말렸다.

조금이라도 늦었다가는 누군가가 무기를 휘두르며 그대로 싸움이 시작될 것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이었기에 거의 몸을 날리는 수준으로 막아섰다.


“주, 준호 씨?!”

“네, 저예요, 잘 지내셨어요?”

“만나자마자 죄송하지만 저 좀 도와주세요! 이분들이 뭔가 오해를 하시는 모양이라⋯!”


대체 여기서 뭘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발견한 인물은 다름 아닌 김민주 요원이었다.

그녀는 이런 상황, 이런 장소에서 나를 발견하자 더 없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후다닥 달려와 내 옆에 딱 붙었다.


“여, 여러분 일단 무기부터 거두시는 건 어떨까요?”


나는 당장이라도 김민주를 공격할 준비를 마친 헌터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일단 그렇게 말했다.


“당신 뭐야?”

“저리 안 비켜!”


하지만 이미 피로와 고통으로 이성, 인내심, 그런 것들이 없어진 헌터들은 여유를 되찾지 못하고 나에게까지 무기를 들이밀며 격앙된 태도를 보였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웬만하면 대화로 해결하자는 말이죠!”


나는 싸울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대화? 헌터관리국은 우리랑 대화하고 서울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놨냐? 왜 우리라고 요원 새끼랑 대화를 해줘야 하는데?”


아, 김민주가 헌터관리국의 요원이라 저렇게 적대적으로 반응한 건가.

확실히 내막을 잘 모르는 헌터들이 보기에 그냥 헌터관리국 요원이라면 전부 패 죽일 종자들로밖에 안 보이겠지.


“그게 아니라 이 분은 제가 아는 요원이라 그래요!”


나는 그들의 오해를 풀기 위해 말했다.


“뭐? 너도 헌터관리국이랑 한패였던 거냐!”


하지만 이미 김민주를 죽일 생각만 가득한 헌터들은 내 말을 그런 식으로 받아들였다.


“둘 다 딱 죽지 않을 만큼만 패서 몬스터 밥으로 던져버리자!”


어어, 이게 아닌데⋯.

이성이 날아가고 감정만 남은 인간에게 더 이상 언어는 의미가 없었고 진짜로 전투가 벌어지기 직전의 상황.


“멈추세요.”


헌터들이 우리를 향해 달려들려고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던 그 순간, 고함도 아닌 가벼운 한마디에 헌터들의 몸이 뚝 굳었다.


“후~.”


가까스로 싸움은 피할 수 있게 된 나는 숨을 돌렸다.

나도 감지한 소란을 S급 헌터가 감지하지 못했을 리 없고 타이밍 좋게 잠에서 깬 아린이는 이쪽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


격이 다른 위력의 마력이 자신을 향한 적의를 드러내고 있음을 느낀 헌터들은 눈알도 굴리지 못할 정도로 긴장했다.

안 그래도 자다 깨서 눈매가 더러운 아린이와 시선이 맞은 헌터 몇은 몸을 부르르 떨기까지 했다.


“제 지인 분이에요.”


아린이는 그렇게 말하곤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했고 우리가 자신의 곁을 스쳐 지나가는 동안 헌터들은 계속 얼어붙어 있었다.

내가 아는 사람이라고 했을 때와는 반응이 완전 딴판이었다.

뭐, 이게 S급과 F급이 가지는 말의 무게 차이라는 거겠지.


“후우⋯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쩐지 매번 도움만 받는 것 같네요.”


우리와 마찬가지로 지치고 다친 김민주는 우리가 준 물과 음식을 허겁지겁 먹어 치우곤 멋쩍게 웃으며 인사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신 거예요? 아무 소식도 안 들려서 잘못된 줄 알고 걱정했는데. 오주한 요원님도 무사하신 거죠?”

“네, 선배님도 무사하셔요, 한 번쯤 어떻게든 생존 신고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국장의 수사망이 워낙 빡빡했던 터라 괜히 연락을 취하려다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어 무소식을 희소식으로 여기길 바랐습니다, 하하⋯.”


주린 배를 채운 김민주는 그간 어디서 어떻게 지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략적으로 설명해주었다.

헌터관리국은 눈에 불을 켜고 오주한과 김민주를 잡으러 다녔지만 요원들의 수사 및 추적 방식을 훤히 꿰고 있는 둘은 미꾸라지처럼 수사망을 빠져나갔고 무엇보다 헌터관리국 지부의 지인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지부의 도움이요? 지부 요원들은 국장 쪽에 안 붙은 거예요?”

“네, 엄밀히 말하면 헌터관리국 지부는 본부와 사이가 별로 좋지 않습니다. 좋은 건 본부에서 다 해 처먹으면서 지부엔 잡일 처리만 시키거든요. 그리고 국장도 그 사실을 알기에 지부 쪽 사람에겐 입도 뻥긋하지 않았구요.”


하긴, 같은 집단이라고 모두가 한 편이고 사이가 좋은 건 아니니까.

안 그래도 본부 쪽 요원은 거의 제압했지만 전국에 헌터관리국 지부와 그 요원들이 포진해 있으니 상당한 골칫거리였는데 서로 앙숙이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그런데 민주 요원님은 서울엔 무슨 일로 오셨어요? 뭔가 찾으시는 거라도 있으신가요?”

“아, 그게 실은⋯.”


김민주는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자연스럽게 주변을 휙휙 살폈다.

그러고 보니 오주한도 그렇고 평소에 주변을 살피는 게 뭔가 습관화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요원 생활하면 저런 버릇이 생기나 보다.


“실은 지원군을 모집하고 있었습니다.”

“⋯? 지원군이요? 무슨 지원군이요?”


당장 지원군이 필요한 건 서울인데 서울에서 지원군을 구하고 있다니?


“이번 사태로 헌터관리국의 위신을 지하실에 처박은 국장과 본부의 만행에 지부의 요원들은 크게 분개했고 신뢰를 되찾기 위해 직접 국장과 그 잔당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오? 그건 처음 듣는 소식인데.

아무튼 간만에 듣는 희소식이었다.


“그럼 지부 요원들 모아서 체포해버리면 되는 거 아닌가요?”


내 입장에선 매우 간단한 상황으로 보여 그렇게 물었다.

본부의 요원은 이미 상당수가 사상당하며 와해 됐으니 지부 요원이 뭉치면 전력은 차고 남을 것 같았다.


“⋯⋯⋯⋯.”


하지만 김민주는 자기 입으로 말하기 좀 걸리는 게 있다는 듯 잠시 말을 골랐지만 이내 정확한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순화 없이 말했다.


“그게⋯ 어렵습니다. 물론 남은 본부의 잔당은 소수정예일 것으로 예측되지만⋯ 그 정예가 정예 중의 최정예인지라 지부의 요원만으로 쳤다간 매우 큰 인명피해만 발생하고 작전은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솔직히 실력 있는 요원은 본부에 집중돼 있고 지부의 요원은 아무래도⋯ 뭐랄까⋯ 음⋯ 네⋯.”


쉽게 말하면 지부의 요원은 본부의 요원에 비하면 힘과 실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말이구나.


“그래서 서울에서 실력 좋은 헌터를 모집하고 계셨던 건가요?”

“네⋯ 하지만 방금 보셨다시피 저 같은 요원에 대한 취급이 맞아 죽지나 않으면 다행인 정도라 쉽지 않네요⋯.”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사정은 이해하겠지만 그닥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금 서울은 한국이 망하냐 마냐 국운을 건 전투를 벌이고 있는데 나중에 잡더라도, 하다못해 안타까운 일이지만 아예 못 잡더라도 솔직히 별 상관은 없는 국장 하나 체포하겠다고 이곳의 병력을 그쪽에 투자하려는 건 너무 물정 모르는 판단이다.


“그⋯ 물론 저도 국장과 잔당을 소탕하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서울의 상황을 생각하면 그건 후 순위로 밀어두고 반대로 지부의 요원들이 서울에 합세해주는 게 옳다고 보는데요.”


나는 그런 내 생각을 가감 없이 그대로 김민주에게 이야기해주었다.


“네, 저도 단순히 국장을 체포하기만을 위한 일이라면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김민주는 그런 내 말을 받아칠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듯 말했다.


“그렇다는 말은 단순히 체포만을 위해 이러시는 게 아니라는 말씀인데⋯.”

“네, 정우진 국장은 아직도 뭔가 일을 벌이고 있습니다.”


역시, 대화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흘러갔다.


“뭘 하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규모의 마력 반응이 있는 걸로 봐선 이번에도 던전과 몬스터와 관련된 일이라 보입니다. 아직 밝혀진 건 아무것도 없지만 국장의 쿠데타 직후 벌어진 던전의 이상 현상, 이게 단순 우연일까요? 전 마치 시기를 딱 맞춘 듯 순서대로 일어났다는 느낌이 들어요.”

“⋯⋯⋯⋯.”

“어떤 몬스터와 어떻게, 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우진 국장은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최소 S급 이상의 몬스터와 내통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준호 씨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예전 같으면 에이, 설마요~ 라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봤겠지만 나는 고작 몇 시간 전에 S급 헌터가 S급 몬스터에게 자신의 힘을 가져다 바치는 바람에 뒤질 뻔한 경험을 하고 온 뒤였다.

레나와 카르갈은 꽤 전부터 면식이 있다는 듯 대화했고 그렇다면 정우진이라고 몬스터와의 연줄 하나 없으라는 법은 당연히 없었다.


“정우진의 머릿속을 읽을 순 없으니 뭐가 옳은 판단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인해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쿠데타는 너무 늦게 알아서 못 막았다 쳐도 뭘 하는 걸 알고도 또 못 막으면 그건 그냥 멍청한 거니까요.”


김민주의 물음에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김민주 덕분에 생각난 게 있었다.

메인 퀘스트.


워낙 당장 눈앞에 일어나는 일만 감당하기도 버거워 완전히 까먹고 있었는데 헌터관리국의 계획을 밝혀내라는 메인 퀘스트는 여전히 완료되지도 실패하지도 않았다.

그렇다는 건 메인 퀘스트라 부를 만한 가장 크고 핵심적인 일은 아직도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겠지.


‘여기서 뭐가 더 나빠질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상황은 이미 최악이라 부를 만큼 밑바닥이지만 밑바닥 밑에 지하실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거기다 지하라고 어디 다 같은 지하일까, 지하 2층 3층 4층 얼마든지 더 깊은 지하실이 있을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지하실로 끌려가기 전에 정신 똑바로 차리는 수밖에 없다.


“그나저나 정우진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대전 인근입니다.”


대전이라, 꽤 먼데.


“그런데 대전이면⋯ 세종 바로 밑이잖아요?”


그나저나 서울을 버리고 기껏 선택한 임시 수도 밑에 또 정우진이 살림을 차려놨다니, 그것도 참 골때리네.


“물론 정확히 딱 대전 시내 안에 있는 건 아니고 대전 인근을 둘러싸듯이 이곳저곳에 포진해 있어요.”

“일망타진은 힘들겠군요.”


김민주의 이야기를 대충 들은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일단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고 내가 뭘 해야하는 지는 알겠는데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가닥도 잡히지 않았다.

솔직히 아직도 내 머릿속엔 일단 한숨 푹 자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가려고?”


잠시 침묵이 돌자 옆에서 이야기를 듣는 건지 조는 건지 헷갈리던 아린이가 물었다.


“어? 어⋯ 가보는 게 좋지 않을까?”


내가 S급 헌터도 아니고 나 하나 빠진다고 유의미한 전력 변화는 없을 테니 차라리 종기처럼 달고 사느라 찜찜했던 퀘스트의 끝과 보상인 초대장의 정체를 슬슬 확인하고 싶었다.


“나는 못 갈 것 같은데.”

“? 그렇겠지?”


아린이는 당연한 말을 했다.

지금은 전투가 일단락된 소강상태라고 해도 아직 던전은 한참 많이 남아 있었고 그것들이 또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키기 시작하면 2차전이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 서울에 아린이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전투를 지고 이기고의 차이를 가를 정도로 결정적인 차이일 테니 아린이가 서울에 있어야 함은 당연하기 그지없었다.


“⋯아!”


하지만 뒤늦게 그 말뜻을 눈치챈 나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괜찮아, 평소엔 너랑 같이 있으니까 미친 척하는 거고 혼자 있을 땐 입 닥치고 가만히 있으니까.”


아린이는 이 위험한 시국에 내가 괜히 싸돌아다니다 어디서 소리도 없이 객사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너도 알잖아, 내가 할 줄 아는 건 없지만 또 죽지는 않는 거.”

“⋯질기긴 엄청 질기지.”


인정한다는 듯 아린이는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곤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렇다면 몸 조심히 잘 다녀오라는 무언의 허락을 받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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