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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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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6.1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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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6.0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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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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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12쪽

161화

DUMMY

- 콰과과과과광!


거대한 아우렐이 살포시 한 발 내딛자 그것 만으로도 4, 5채의 빌딩이 휘말려 주저앉으며 카르갈과 함께 그녀의 발밑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은 어릴 적 보던 괴수영화의 한 장면 같아 뭔지 모를 무력감과 함께 전율이 일었다.

솔직히 카르갈까지는 그래도, 그래도 어떻게든 몸을 비틀고 쌩쇼를 하면 상대해볼 만한 크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우렐은⋯ 그냥 저항할 의지마저 사라지는 크기였다.


“아린아⋯.”

“응?”

“너 예전에 저런 거랑 싸우려고 했던 거니?”


지금은 그나마 텅텅 빈 도시라 망정이지 만약 멀쩡히 사람이 살고 있는 우리 동네에서 아린이와 아우렐이 싸웠으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저런 거, 라니. 취급이 너무 하시네요. 저도 인격체랍니다.”

“우왁!”


그때, 분명 저 멀리 있던 아우렐이 갑자기 내 뒤에서 불쑥 얼굴을 들이밀며 나타났다.


“아, 아우렐 님?”


나는 그새 이쪽으로 이동해 온 건가 고개를 돌렸지만 거대 아우렐은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고 내 뒤엔 평범한 인간 크기의 아우렐이 한 명 더 있었다.


“어어⋯ 아우렐 님이⋯ 둘?”


내 반응에 아우렐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전 하나입니다. 다수의 장소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을 뿐인 거죠.”


그게 둘인 거랑 뭐가 다른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 나는 일단 감사 인사부터 전했다.


“아, 그, 그나저나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다 죽기 직전이었는데⋯ 이 빚은 나중에 꼭 갚겠습니다.”

“아닙니다, 애초에 저희 주인님을 구해주려다 휘말린 싸움, 제가 책임지고 구해드리는 게 옳은 일입니다. 오히려 더 빨리 오지 못해 죄송합니다. 또한 그렇기에 빚을 져도 제가 진 일, 이 빚은 조만간 갚도록 하겠습니다.”


아우렐은 우리의 사정을 훤히 보고 있었다는 듯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런데⋯ 재현이 말로는 아우렐 님이 반응을 안 하셨다고 했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나요?”

“⋯그건 숙녀의 비밀이라고만 해두겠습니다.”


나는 어디서 뭘 하다 이제 나타난 건지 물었지만 아우렐은 이유를 숨겼다.


- 아우렐 님, 모셔 왔습니다.


그리고 그때, 나를 이곳으로 인도한 그림자 병사가 재현을 부축해 데리고 왔다.

재현은 절뚝거리긴 해도 이제 온전한 정신이 돌아온 듯 아우렐을 보곤 그녀를 향해 달려왔다.


“아우렐!”

“네, 주인님, 접니다.”


아우렐은 상처 입은 재현을 품에 안고 살포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대체 어딜 다녀온 거야⋯!”

“죄송합니다, 제 불찰입니다,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죽을 뻔했는데⋯ 마침 형님이랑 누님이 오셔서 구해주셨어.”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제대로 인사를 드려두지 않으면 안 되겠죠?”

“아, 응!”


아우렐은 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이 와중에도 재현의 사회성을 기르는 데 공을 들였다.


“형님, 누님!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 크게 다치⋯긴 했지만 그래도 더 큰 일은 안 나서 다행이야.”

“잘 버텨줬어.”


우리에게 인사를 마친 재현은 다음으로 일본 헌터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들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한쪽 구석에 서 있었고 두려움과 어색함에 재현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이제 네가 정신을 차렸으니 드디어 물어볼 수 있겠네. 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미 대충 예상하고 결론까지 지은 일이지만 나는 본인의 입으로 사건의 전말을 확실히 듣기 위해 재현에게 물었고 재현이 말하는 전개는 우리가 예상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본에서 지원을 나온 헌터들이 처음엔 몬스터에게 잘 맞서주었는데 S급 던전이 열리자 돌연 자신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S급 던전의 몬스터로 인해 방어선이 무너지고 자신도 그 꼴이 됐다는 이야기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레나는 아군인 척 숨어들어 카르갈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던 것 같다.


“그 이야기를 하면 아무리 사과해도 끝이 없겠지만 진짜 미안합니다.”

“어떤 처분이든 인정하고 달게 받겠지만⋯ 반성하고 있다는 것만은 믿어주십시오.”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까발려진 자신들의 만행에 그들은 일동 사과를 보냈다.

솔직히 아직도 진짜 몰랐던 건지 좆되게 생겼으니까 모르는 척하는 건지 아직도 헷갈렸지만.


“⋯보아하니 딱히 거짓이나 숨기는 건 없는 듯하군요. 거기다 다들 의심 때문에 잃기엔 아까운 훌륭한 전력입니다.”


아우렐은 노골적으로 내게 시선을 보내며 그렇게 말했다.

손 하나가 아쉬운 지금 같은 때 괜한 의심 거두고 활용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활용하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본인 입으로 말한 적은 없지만 아우렐은 단순 감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듯했다.

그래, 천사 말도 안 들으면 대체 누구 말을 듣고 살겠어.

나는 그녀의 조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당신들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거야? 뭔가 계획 있어?”


내가 일본 헌터들을 향해 묻자 그들의 시선은 미즈키에게로 쏠렸다.

레나가 죽은 지금, 자연스럽게 모두가 그녀를 대장으로 여겼다.

미즈키는 순간 자신에게 쏠린 시선에 적잖이 당황한 듯 했지만 이내 분위기를 읽고는 모두를 대표한다는 게 부담스러운지 헛기침으로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크흠⋯! 이, 일단 지금 우리도 완전히 조난 당한 기분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운데 상황도 상황이지만 이렇게 사고를 쳐놓고 뻔뻔히 일본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도 않고⋯ 일단은 너를 따라가 돕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허락해 준다면⋯.”


딱히 조율을 통해 나온 대답은 아니지만 모두들 미즈키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또 아주 훌륭한 대답이었다.

어차피 그것 말고 다른 선택지는 없었으니까.


“좋아, 그럼 일단!”


별생각 없이 입을 연 건데 순간 이 장소 모두의 이목이 내게 집중됐다.

나보다 잘나도 한참 잘난 사람이 많은데 지가 결정권자라도 된 듯 깝치는 것 같아 확 부끄러웠지만 이미 말을 꺼낸 거 여기서 그만둘 수도 없고 나는 하려던 말을 마저 했다.


“그럼 일단⋯! 좀 쉬자! 힘들어 뒤지겠다!”

“또 어디로 싸우러 가자고 하면 한 대 때리려고 했는데.”


내 말에 아린이가 그럼 됐다는 듯 가볍게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물론 농담이겠지만⋯ 농담이겠지?

아무튼 이대로 드러누워 쉴 수는 없으니 나는 가장 가까운 방어선이 어디인지 머릿속에 기억해둔 작전지도를 떠올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방향을 잡을 수가 없었다.

뭐 이정표를 잡을만한 게 있어야 방향을 잡는데 주변 건물과 도로가 죄다 파괴됐으니 사방이 똑같이 보였다.


“⋯어.”


그런데 그때, 저 멀리서 한줄기의 희미한 빛이 내 눈을 간지럽혔다.

이번엔 아우렐이 아닌, 진짜 태양이었다.

어느새 밤이 가시고 해가 뜨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 저기가 동쪽이겠네.”


진짜 무슨 일이 있어도 내일의 해가 뜨긴 뜨는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일출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




지옥 같은 밤이 가고 아침에 찾아왔다.

하지만 태양 빛이 세상을 밝게 비출수록 우리가 더 잘 볼 수 있는 것은 간밤에 일어난 전투의 참혹함뿐이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이 나라 최고의 도시였던 서울은 이제 완전히 죽음의 도시가 되어 있었고 또한 분명 방어선이 있어야 할 위치에 방어선은 없고 헌터들의 시신만이 가득했다.


다들 지쳐 쓰러지기 직전이었지만 우린 어쩔 수 없이 헨젤과 그레텔처럼 몬스터와 헌터의 시신을 따라 방어선의 흔적을 쫓았고 그러자 한참 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마찬가지로 지치고 다친 한 무리의 헌터들을 찾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두 군데의 방어선이 밀리고 밀리다 이곳에서 합류해 겨우 공격을 막아낸 듯했다.

온갖 길드의 헌터들이 다양하게 섞인 그들은 한 개의 방어선 병력이라 하기에도 적은 인원이었다.


“시, 신재현 헌터님에 윤아린 헌터님이다! 우린 살았어!”


우리가 모습을 드러내자 그들은 환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아니, 도와주러 온 게 아니라 도움을 받으러 온 건데⋯.

하지만 모습을 보아하니 그들도 우리에게 도움을 줄 사정은 아닌 것 같았다.

이미 서로가 극한의 극한까지 몰려있었다.


“하아⋯ 어떡하지⋯.”

“어떡하긴⋯ 일단 이야기라도 나눠봐야지.”


내 중얼거림에 형이 그렇게 말했다.

도움을 바라긴커녕 우리가 도움을 줘야 할 것 같은 상대를 만나자 목구멍이 턱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형의 말대로 도움이 안 될 것 같으니 무시하고 지나갈 수도 없는 거고 우린 일단 처음으로 만난 사람과 인내심을 가지고 함께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후우⋯ 재현아⋯ 네 덕분에 살았다⋯.”

“아니에요, 전 형님 덕분에 잘 쉬어서 괜찮아요.”

“몇 시간만 잘 좀 부탁할게.”

“예, 푹 쉬세요.”


굉장히 골치 아플 것 같은 상황이었지만 막상 까놓고 보니 너무나 쉽게 해결됐다.

우리가 싸우는 동안 반쯤 자듯이 휴식을 취한 재현은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고 레나에게 격파당한 그림자 병사도 상당수 복구한 상태였다.

우리 모두는 천만다행으로 재현의 수많은 그림자 병사들에게 경계와 전투를 맡겨두고 적어도 앞으로 몇 시간 정도는 푹 쉴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보았다.

뭐, 또 갑자기 어디서 몬스터 대군이 쳐들어오지 않는 이상은.


“뭐야!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왜 이제서야 연락해?! 내가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

“그래, 그래, 나도 반가워.”


내 기억상 이 부근의 방어선은 꽤 규모가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혹시나 해서 물어봤는데 역시나 소은 누나의 마법 통신 장비가 남아 있었고 기절하기 전 마지막 정신력을 쥐어짜 소은 누나에게 연락하자 통시늘 받은 하은이 흥분해 마구 소리쳤다.

참나, 얘는 지치지도 않나, 역시 10대의 에너지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나중에 듣는 걸로 하고! 일단 다 무사해? 한 명도 빠짐없이?!”

“응, 다 곯아떨어져서 바꿔줄 수는 없는데 무사해.”

“하아⋯ 다행이다⋯.”

“우린 그렇다 치고 넌 어떤데? 그쪽은 괜찮아?”

“이쪽도 뭐, 고대종 보스 때문에 애먹긴 했어도 어찌저찌라는 느낌으로 해결하고 쉬는 중이야.”

“⋯그래, 금방 다시 그쪽으로 합류할게, 그때 보자. 안부 전했고 확인했으니까 이제 나도 좀 쉬어야겠다. 너도 쉴 수 있을 때 쉬어 둬, 객기 부리지 말고.”

“객기가 아니라 난 원래 체력이 좋은 거거든? 뭐, 일단 알았어. 오빠도 몸 관리 잘해.”

“그래, 끊는다.”


나는 통신을 끊고 적당히 빈 곳을 찾아 누워 잠을 청했다.


“⋯응?”


그런데 잠깐만.

이하은 방금 나한테 오빠라고 했나?

내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건가 싶었지만 분명 그렇게 말했다.


“허.”


센 척, 멀쩡한 척했지만 결국 얘도 제정신 아니구만.

그런 생각에 나는 웃으며 눈을 감았고, 그 순간 수면마취라도 당한 듯 정신이 툭 끊겼다.




***




- ⋯⋯!! ⋯⋯⋯!!!! ⋯!


“으음⋯ 뭐야⋯.”


세상모르고 자는데 주변이 시끄러워 깼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고 눈이 소금물이라도 들어간 듯 따끔거렸다.


“설마⋯ 몬스터?”


얼마나 잔 건지는 모르겠지만 소란이 일어나고 있는 걸 알았으니 확인은 해볼 수밖에.

나는 입가의 침을 닦으며 비몽사몽 일어나 헌터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 개새끼가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 와선 아가리를 털어?!”

“또 무슨 좆같은 짓거리를 처하려고!”

“뭘 망설여! 그냥 죽여버려!”


헌터들은 무슨 이유에선지 화가 잔뜩 난 채로 누군가를 둘러싸고 위협하고 있었다.

다들 힘든 건 알겠는데 이런 상황에 내분이라도 일어나면 그땐 진짜 끝장인데.

나는 그들을 말릴 생각으로 인파를 뚫고 누구 때문에 이렇게 씩씩거리는 건지 확인했다.

그리고 그 누군가의 얼굴을 본 나는 잠이 싹 달아났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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