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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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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6.18 07:20
연재수 :
1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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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9,976

작성
24.06.12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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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
추천
9
글자
12쪽

166화

DUMMY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내 전화를 받은 오주한은 진심으로 놀란 반응을 보였다.

전화라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저 양반의 목소리 톤이 이만큼이나 올라가는 걸 들은 건 처음이다.


“말 그대로입니다. 놈들의 은신처가 이미 털렸습니다.”

“일을 부탁해놓고 이런 질문을 드리는 건 경우가 아닌 건 알고 있지만⋯ 혹시 주변을 수색하거나 접근하던 중 발각돼 도주한 것은 아닙니까?”

“네, 아닙니다. 도주했어야 할 요원들이 은신처 안에서 죽어있었으니까요.”

“⋯⋯⋯⋯.”


오주한은 솔직히 우리가 미리 발각돼 요원들이 도주했을 거라고 반쯤 확신하고 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 대답을 들은 그는 말이 없어졌다.


“요원님.”

“네.”

“저희 말고 다른 팀을 투입하신 건가요?”


그에 나는 그런 의심을 했다.

우리를 온전히 믿지 못해 따로 투입한 다른 팀이 우리보다 빠르게 일을 해치운 거라고.

뭐, 그런 거라면 기분은 좀 나쁘겠지만 어쨌든 임무의 성패는 알아야 괜히 잠자리 뒤척이지 않을 테니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었다.


“아닙니다. 저는 그런 적 없고 그런 짓을 할만한 다른 누군가도 딱히 없습니다.”

“그렇다면⋯.”

“네, 제3세력이 개입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니란다.

이게 제일 골 때리는 경우인데.


“지금 이 문제에 개입할만한 세력이 또 누가 있죠? 짐작 가시는 거 없나요?”

“현재로선 전혀 없습니다. 어쩌면 쓸모없어진 거슬리는 잔가지를 쳐내는 작업일 수도 있겠군요. 일단 그곳은 위험한 것 같으니 서둘러 돌아오십시오. 가능하다면 미행에 신경 쓰면서요. 더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아니요.”

“그럼.”


- 뚝.


할 말이 없다고 하자 오주한은 뚝 전화를 끊었다.

이게 참, 평시에 예의나 감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좋은 태도는 아니지만 현장에 직접 서는 입장이 돼보니 이렇게 간결하고 빠르게 전화를 끊어주는 게 차라리 편하고 고마웠다.




***




다음 날, 밤새 뭘 그렇게 많이 알아냈는지 할 일이 산더미로 쌓여있었다.

하지만 하는 일 없이 놀기만 하는 것도 불안했던 헌터들은 이제 재충전도 마쳤겠다, 아주 적극적으로 임무에 참여했다.


“⋯이것 좀 조용히 열고 들어갈 방법 있을까?”


당연히 우리도 또 다른 본부 요원의 근거지를 습격하는 일을 맡았고 나는 미즈키에게 문이 잠긴 상가의 쇠사슬과 자물쇠를 열 방법을 물었다.

힘으로 잡아 뜯으면 간단히 열 순 있겠지만 그러면 소음이 생길 거고 넓은 건물 내부를 수색하기도 전에 요원들이 중요한 자료를 폐기하고 도주까지 할 충분한 시간이 생길 것이다.


“비켜봐, 안 떨어지게 잘 받아.”


그러자 미즈키는 조용히 검을 뽑아 들며 그렇게 말했다.

처음엔 뭘 잘 받으라는 건가 했는데.


“오.”


미즈키가 살짝 적시듯 검기를 먹인 칼날을 쇠사슬과 자물쇠에 가볍게 가져다 대자 두부 썰리듯 조용하고 부드럽게 툭툭 쇠사슬이 잘려 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지시대로 떨어지는 쇠사슬 조각을 전부 손으로 받아냈고 덕분에 우리는 스텔스 모드를 유지한 채 건물에 잠입할 수 있었다.


“⋯리⋯ 낮춰⋯ 소리가⋯ 새어 나간다고.”

“이 정⋯는 괜⋯아, 그⋯언제 까⋯ 여기서⋯.”


건물은 겉보기론 영락없는 폐건물이었지만 내부를 수색하다 보니 아니나 다를까, 인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일단 인기척이 느껴지는 곳은 미즈키에게 맡겨두고 서연과 함께 건물의 구석구석까지 수색하고 왔지만 추가적인 인원은 발견되지 않았다.


인기척으로 봤을 때 방 안의 요원은 약 6명.

일단 쪽수에서 밀리니 나는 A급인 미즈키의 옆구리를 찔렀다.


“야, 네가 먼저 들어가 봐.”

“내가 인간 방패인 줄 알아?”

“그럼 내가 먼저 들어가? 들어갔다가 콱 뒤져버리면 어떡하려고?”


- 쾅!


“우왁!”


나는 그렇게 뻗댔지만 슬슬 내 능력을 대충 눈치 깐 미즈키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엉덩이를 뻥 걷어찼다.

어찌나 세게 찼는지 골반이 파사삭 박살 나며 앞으로 튀어 나가는 반동만으로 단단한 쇠문을 부수고 방 안으로 들이닥칠 정도였다.


“⋯!”

“아, 안녕하세요?”


- 타앗!


골반이 박살 난 덕에 나는 잠시간 바닥에 엎어져 움직일 수가 없었다.

요원들과 눈은 마주쳤는데 일어설 수가 없으니 어색해서 일단 인사라도 건넸는데 역시나 요원들.

내가 그런 괴상한 꼴로 들이닥쳐도 그들은 찍소리 하나 내지 않고 반사적으로 각자의 무기를 꺼내 대형을 갖추고 전투를 대비할 뿐이었다.


그나저나 요원들 꼴이 말이 아니구나.

맨날 멀끔한 정장에 윤이 나는 구두만 신고 다니던 양반님들이 지금은 어디 뒷골목 양아치같이 덥수룩한 머리와 수염에 꼬질꼬질한 옷을 입고 있었다.

아무리 요원이라도 도피 생활에서까지 품위를 유지하긴 힘든가 보다.


“교전 수칙은 가능한 체포, 사살해도 무관이었지 분명?”

“정확해.”


교전 수칙을 재확인한 미즈키는 대형을 갖추고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요원들을 향해 말했다.


“들었지? 무기를 내려놔, 당신들도 죽고 싶지는 않을 거 아냐. 혹시나 해서 말해주는데 움찔거리기라도 하는 순간 너랑 너, 둘은 바로 죽어.”


미즈키는 자신을 기준으로 가장 왼쪽에 서 있는 두 요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그런 협박과 회유가 통하면 본부의 요원이 아니지, 그들이 미즈키의 경고를 무시하고 무기를 꿈틀거리는 순간이었다.


- 찰칵.


“?”


미즈키는 만화에 나오는 그 연출을 선보였다.

그 왜, 칼을 뽑는가 싶더니 도로 집어넣는 순간 상대가 도륙나는 그런 연출 있지 않은가.


- 툭, 툭, 데구르르.


미즈키의 경고는 허세가 아니라 진짜 경고였다.

찰칵, 하고 미즈키의 검이 검집에 다시 들어가는 순간 미즈키의 왼쪽에 선 두 요원의 목이 맥없이 날아가 바닥을 굴렀다.

당장이라도 달려들려던 요원들은 미즈키의 검이 움직이는 게 보이긴 보였는지 식겁해 움찔거렸고 그 탓에 상황은 괜히 요원 둘의 목만 날아가고 다시 원점이었다.


“이번엔 너랑 너, 둘.”


미즈키는 다시 자신의 왼쪽에 위치한 요원 둘에게 삿대질하며 말했다.


“⋯⋯⋯⋯.”

“⋯⋯⋯⋯.”


- 땡그랑!


역시 평화는 협상과 대화로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감히 싸워볼 생각도 하지 못할 압도적인 무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여기서 미즈키와 더 싸워봤자 그저 시체 네 구가 추가될 뿐이라는 사실을 피부로 느낀 요원들은 무기를 내려놓고 스스로 무릎을 꿇었다.


“우와, 너 진짜 A급 맞구나.”

“안 믿기라도 했다는 거냐.”

“나랑 비기길래 B급인데 거짓말하는 줄 알았지.”

“그, 그땐 뭔가 꺼림칙해서 봐준 거다!”

“응, 알았어, 그렇다고 해두자. 서연아, 가져왔지?”

“맡겨둬.”

“그렇다고 해두는 게 아니라 그런 거라고!”


내가 말하자 서연은 허리띠에 주렁주렁 달고 있는 각성자용 수갑으로 네 요원의 손발을 꽁꽁 묶었다.

일단 요원은 다 붙잡은 것 같으니 이제 정보가 될만한 걸 찾아볼까.


“난 건물 좀 수색하고 올게, 너흰 이 방이랑 요원들 몸수색 좀 해줘.”


저 둘이 감시하면 요원들이 도망갈 걱정은 없겠지.

나는 혼자 건물 내부를 수색했다.

뭐, 특별한 건 없었다, 기본적으로 그냥 더러운 폐건물이었다.


“응?”


하지만 최대한 모든 감각을 열고 하나하나 신경 쓰며 돌아다니다 보니 문뜩 무언가가 느껴졌다.

바닥에 새하얗게 앉은 먼지, 뒤죽박죽 떨어진 쓰레기.

그런 더러운 폐건물 내부인데 유난히 계단 근처만 깨끗했다.

그 흔적을 따라가 보니 역시나, 계단을 통해 지하를 얼마나 오간 건지 먼지를 밟은 발자국으로 길이 나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지하로 내려갔고.


“으음~?”


지하엔 넓은 창고 같은 공간이 있었다.

그런데 그냥 창고가 아니라 이미 마력을 잃어 그냥 돌덩이가 된 마석이 한 무더기 쌓인 창고.

이 정도 양이면⋯ 어림짐작해도 수 백억원 어치의 양이다.

여기서 뭔가를 하긴 한 모양인데⋯ 저 많은 돌덩이를 다 들고 갈 수는 없으니 나는 일단 스마트폰으로 사진만 찍어뒀다.




***




“이 정도의 마석의 마력을 대체 어디에 쓴 건지⋯ 일단 고생하셨습니다.”


일을 마친 나는 요원들을 연행해 헌터관리국 지부에 넘겨주었고 오주한이 나와 결과를 직접 들었다.


“네, 그럼.”

“아, 그런데 혹시⋯.”

“네?”

“작전 중 사살한 요원은 누구인지 알 수 있을까요?”

“어⋯ 여기 요원증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나는 증거품 봉투에서 미즈키가 사살한 두 요원의 요원증을 꺼내 보여주었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혹시 아시는 분들인가요?”

“네, 부하입니다. 같은 팀에서 일했던.”


그는 피가 묻은 요원증을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다.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되어 서로 싸우며 죽여야 한다니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상당해 보였다.


“선배님! 선배님!”

“⋯무슨 일이야?”


그때 저 멀리서 김민주가 이쪽을 향해 달려왔다.

오주한은 서둘러 동료의 요원증을 주머니에 넣어 숨겼다.


“아! 마침 준호 씨도! 새로 들어온 정보입니다! 저희가 지금까지 추적하던 DB를 찾은 것 같습니다!”

“⋯뭐? 확실해?”

“네! 그런데 사안이 급합니다, 추적당했음을 인지한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당장 기동 가능한 팀은?”

“그, 그게⋯ 없습니다.”

“뭐?”

“전부 작전에 나가 있습니다, 바로 DB 위치로 집결시킨다고 해도 최소 1시간 이상은 걸릴 텐데 그렇게 되면⋯.”


김민주의 말에 오주한의 시선이 바로 나를 향했다.


“예, 알겠어요. 따블 뛰죠, 뭐.”

“감사합니다, 곧장 준비하겠습니다.”

“그런데 DB가 뭐예요?”

“데이터베이스입니다. 그곳에서 많은 정보가 다뤄지고 저장되어 있을 것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쉽게 말하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잔당들을 상대로 삽질할 필요 없이 한 방에 모든 것을 알아낼 보물창고라는 소리네.

나는 일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어디서 차를 구해와 마시고 있는 미즈키의 멱살을 잡고 끌고 나와 현장으로 출발했다.


추적에 성공한 데이터베이스로 의심되는 장소는 총 두 곳이었기에 한쪽은 우리가, 다른 한쪽은 오주한과 김민주가 맡기로 했다.

그런데.


“와, 돌겠네.”


현장에 도착했을 땐 또 한발 늦은 뒤였다.

목표로 지정된 건물엔 이미 전투의 흔적과 함께 요원의 시신이 널브러져 있었다.

오주한의 말대로 중요한 시설이 맞는지 요원의 수도, 건물의 규모도 상당했다.

뭐, 아무튼 이런 것들은 아무래도 좋다, 나는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가 뭐라도 남아 있지 않을까, 급히 건물 내부로 향했지만.


“⋯씨발, 대체 어떤 새끼야? 면상 좀 보고 싶네.”


놈들은 종이 문서와 하드디스크를 가리지 않고 이미 모조리 털고 지나간 뒤였다.

아니, 대한민국에 헌터관리국 요원을 상대로 이 정도 전투를 벌이고 작전을 성공할 수 있는 집단이 누가 있는 거지?


- 타다닷!


그때, 복도 끝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리고 검은색 옷으로 전신을 도배한 누군가와 시선이 맞았다.


- 타앗!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다.


“저기! 저 새끼 잡아!”


나는 즉시 흑복을 입은 제3세력의 누군가를 향해 달리며 모두에게 급히 외쳤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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