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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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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6.14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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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871

작성
24.05.0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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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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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12쪽

140화

DUMMY

“사,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척 보기에도 헌터의 차림새를 한 나를 발견하자 겁에 질린 어린아이가 허겁지겁 달려와 매달렸다.


“이제 괜찮아! 진정하고 나쁜 사람은 어디 있는지 형한테 알려줄래?”


나는 자세를 낮춰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며 물었다.


“저, 저기요!”

“알려줘서 고마워, 여긴 위험하니까 저쪽으로 가서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해!”


나는 아파트 단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하, 하지만 저희 아빠가⋯!”

“너희 아버지는 형이 꼭 구해줄게. 그러니까 걱정 말고 먼저 가 있어.”

“⋯네!”


아이는 짧은 두 다리로 아파트를 향해 열심히 뛰었고 나는 급히 아이가 가리킨 방향으로 달렸다.


“으아아아!”

“이 앞으로는 못 지나가!”


크게 몇 걸음 달리자 싸우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따라가니 여러 명의 남성이 야구방망이나 식칼 같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을 무기 삼아 어떤 여자 하나를 둘러싸 공격하고 있었다.

그녀의 옷엔 그녀의 것이 아닌 것 같은 피가 상당히 많이 묻어있었다.


- 턱! 턱!


하지만 건장한 성인 남성들이 아무리 힘껏 야구방망이와 식칼을 휘둘러도 그녀에겐 상처 하나 입힐 수 없었다.

그녀는 이렇게 여럿이 필사적으로 저항하는데 자신은 간지럽지도 않은 이 상황에서 느껴지는 우월감을 즐기듯 말했다.


“아하하! 좀 더 힘내봐! 이게 다야? 날 막지 못하면 너희 가족도 죽는다고!”


- 콰직!


“크으윽!”


그녀가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남자의 팔을 잡아 가볍게 꺾자 그의 팔은 우득하고 너무나도 쉽게 부러져버렸다.

하지만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남자는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끌 수 있도록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맨주먹으로 그녀의 안면을 가격했다.


“하하하! 이게 최선이야? 더 세게 쳐봐! 간지럽지도 않다구!”

“그럼 이건?”


상황을 더 지켜볼 것도 없다.

나는 숨을 고르고 단번에 달려들어 그라고스의 메이스로 여자의 뒤통수를 깠다.


- 빡!


그렇게 높은 등급의 각성자는 아닌지 속 시원한 파열음과 함께 일격에 대가리가 깨진 여자는 눈도 감지 못하고 쓰러져 부들부들 떨다 축 늘어졌다.


“다들 괜⋯.”


괜찮냐고 물어보려고 했지만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별로 괜찮아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이 길을 따라가면 끝에 있는 아파트로 가세요, 거긴 한 번 지나왔으니 비교적 안전할 겁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저기요, 헌터님! 혹시 키, 키가 이 정도 되는 남자아이 못 보셨나요?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팔이 부러진 남자는 부러진 뼈가 살을 뚫고 나와 드러날 정도의 큰 부상은 입은 채로도 자신의 아이부터 찾았다.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아이라면 아까 그 애 같은데.

나는 내가 아이를 보낸 아파트로 이 부근의 사람들도 대피시켰다.


“으아악!”


일단 또 한 놈 처리했지만 아직 안심할 순 없었다.

대체 이런 미친년놈이 이 동네에 얼마나 있는 건지 비명은 끊이질 않았고 나는 시발시발 거리며 비명이 들리는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 화르륵!


이번에 발견한 놈은 불덩이를 쏴대며 여기저기 불을 지르고 다니는 방화광이었다.

그는 막다른 길에 몰린 10명 남짓의 사람을 향해 커다란 불덩이를 날렸다.


- 화아아악!


나는 급한 대로 몸을 던져 불덩이를 막아 사람들을 보호했다.


“뭐, 뭐야? 헌터인가?”


갑작스러운 헌터의 등장에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흥! 상관없어!”


안 그래도 시간 없는데 놈은 고맙게도 쓸데없이 탐색전 같은 걸 할 생각은 없는지 다짜고짜 나를 향해 불줄기를 뿜어댔다.

내가 공격을 피하면 뒤에 있는 사람들이 그대로 불줄기에 노출되기 때문에 나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공격을 맞아줬다.


‘흠⋯.’


나는 그 공격을 버티며 생각했다.

미지근하다고.

물론 비교적이지만 테라고스의 불씨의 화력에 비하면 확실히 별 볼 일 없는 열기였다.


“⋯끝났어?”

“뭐, 뭐야!”


나를 충분히 태웠다고 생각한 놈은 공격을 멈췄지만 화상 하나 없이 멀쩡한 나는 느긋하게 물었다.


“다, 당장 무기를 버리고 무릎 꿇어, 아니면 네 뒤에 있는 놈들 싸그리 불살라버릴 거니까!”


내게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자 당황한 놈은 사람들을 둥글게 감싸는 불길을 일으켰다.

싸워서 이길 수 없다면 인질을 잡겠다는 건가.


“빨리 안 버려?! 내가 지금 장난치는 것처럼⋯!”


놈은 그렇게 협박했지만 불을 다루는 꼬라지를 보니 불길이 사람들을 덮치는 것보다 내가 만년빙으로 그들을 보호하는 게 더 빨라 보여 전혀 긴장감을 가지지 않고 있을 때였다.


- 피잉!


“컥!”


저 멀리서 뭐가 반짝하더니 아무 소리도 없이 마력의 화살 하나가 놈의 머리통을 꿰뚫었다.

근처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아파트에 남아 사람들을 보호하며 동시에 우리를 지원사격 해주고 있는 형의 화살이었다.

이미 아파트까지 거리가 킬로미터 단위 정도로 멀어졌는데 형은 그 거리에서도 아주 정확히 놈의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나이스 샷~.”


솔직히 아파트에 남아 지원해주겠다고 할 때 조금 의심했는데 성능 확실하구만.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형이 있는 곳을 향해 따봉을 날리고 바쁘게 다른 곳으로 이동해 또 몇 명의 각성자를 제거했다.

다 어디서 기어 나온 새끼들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은과 서연도 이 동네를 돌아다니며 각성자를 처리하고 있을 걸 생각하면 그 수가 꽤 되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 나는 꽤 상대하기 버거운 강적을 만났다.

검을 쓰는 놈이었는데 칼솜씨가 제법이었다.

내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놈은 이미 수십 명에 달하는 사람을 베고 찔러 죽인 뒤였다.


- 빠악!


“큭!”


- 촤악! 촤악!


“윽!”



놈은 내가 한 번 공격할 때 두 번 공격했다.

하지만 내게 두 번 공격당하는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고 내가 한 대 때릴 수 있다는 게 중요했다.


“허억, 허억⋯ 이 개새끼⋯ 너 대체 뭐야⋯.”


그렇게 한 대씩 꾸준히 때린 데미지가 쌓인 놈은 숨을 헐떡이며 비틀거렸다.

놈이 열심히 벤 상처는 당연하지만 베이는 즉시 재생됐다.


“나? 나야 그냥 일개 헌터지. 야, 네가 하나 물어본 김에 나도 하나 물어보자, 니들 대체 이딴 짓을 하는 이유가 뭐냐? 사람들을 죽여서 얻을 게 뭐가 있다고?”


나는 말이 나온 김에 놈들의 목적을 물었다.

단순히 고삐 풀린 각성자가 날뛴다고 하기에 이들은 마치 누군가에게 지시를 받은 듯 집단적으로 움직였다.

수준으로 봐서 요원은 아니고 어디 잡스러운 길드의 헌터 같은데 이럴 거면 차라리 전장에 한 명이라도 더 투입해 전력을 보충하는 게 낫지 이러는 목적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이유? 이유가 왜 필요해?”

“뭐?”

“그냥 재밌으니까 하는 거지 이유가 왜 필요하냐고!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내 마음대로 사냥해보겠어?!”


그런데 그의 입에선 상상도 못 한 대답이 돌아왔다.

뭐, 시선을 끌기 위해, 혼란을 야기하기 위해, 뭐 그런 대답을 예상했건만 그냥 재밌어서라니.


“이유가 그거 뿐이야? 그냥 재밌어서?”

“그래! 그냥 놀이일 뿐이야, 사냥놀이! 너희 헌터들이 몬스터 사냥하듯이 난 사람을 사냥할 뿐이라고~ 솔직히 너희들도 알잖아, 얼마나 짜릿한지! 괜히 옛날 사람들이 심심하면 사냥하고 다닌 게 아니더라고 하하!”


아, 그렇구나.

나는 그를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고 설득하려 하지도 않았다.

세상엔 많은 사람이 있는 거고 내가 할 일은 정해져 있다.

나는 말없이 메이스를 들었고 놈도 검을 고쳐 잡았다.


- 푸욱!


그리고 나는 한 번 크게 맞부딪힐 것처럼 하다가 방어 자세를 풀어 놈이 나를 깊숙이 찌르도록 두었다.


“카하핫! 죽어라! 나는 너 때문에 놓친 사냥감들을 마저, 아니 그 2배, 3배만큼 더 죽이러 갈게!”


검이 내 가슴을 완전히 관통한 것을 느낀 놈은 깔깔 웃으며 조롱했다.

나는, 그런 놈의 두 팔을 꽉 붙잡았다.


“뭐, 뭐야, 이 새끼 무슨 힘이⋯!”


『 아이템 스킬 [혹한의 냉기]를 발동합니다. 』


그리고 혹한의 냉기를 발동했다.


“윽, 씨발! 뭐야 이거!!!”


순식간에 팔이 얼어붙기 시작하자 당황한 놈은 몸을 뒤로 빼려고 했지만 빠지지 않았다.


“놔, 놔! 놔!!!”


팔이 얼어 붙어감에 따라 놈은 더 난리를 치며 내게서 빠져나가려 했고 결국.


- 콰직!


완전히 얼어붙은 양 팔이 얼어 부러지며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으아아! 내 팔, 내 팔!!!”


그는 부러진 자신의 팔을 보며 절규했다.

하지만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의 양 다리도 잡아 혹한의 냉기를 발동했다.

마찬가지로 그의 다리도 순식간에 얼어붙기 시작했고.


- 깡! 깡!


꽝꽝 얼어붙은 다리를 메이스로 가볍게 툭툭 두드리자 양다리 역시 부서졌다.

그는 이제 팔도, 다리도 없어 설 수도, 길 수도 없는 상태도 땅바닥에서 버둥거렸다.


“미, 미안해, 살려줘! 잘못했어, 살려줘!”


한순간에 팔다리를 잃은 그는 방금까지 내게 보였던 태도를 잊었는지 목숨을 구걸하기 시작했다.

저러면 살려줄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건가, 지능이 낮은 건지 수치심이라는 게 없는 건지 모르겠다.


- 스윽.


나는 꼼짝도 하지 못하는 놈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메이스를 허리춤에 집어넣었다.

그는 내가 무기를 집어넣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팔다리 병신만 만들고 살려주려는 건 줄 알았나 보다.

살려주려는 거 아닌데.


- 쩌저저적!


나는 놈을 만년빙 안에 가뒀다.

그리고 얼음 안으로 냉기를 흘려보냈다.


“뭐, 뭐 하는 거야, 뭐 하는 거야!!!”


뭔가 잘못됐음을 느낀 놈은 만년빙 안에서 몸부림쳤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으아! 차가워! 추, 추워! 살려줘, 살려⋯!”


시끄러운 소리에 나는 얼음의 두께를 늘려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차단했다.

놈은 아직도 안에서 뭐라고 외치며 날뛰었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고 계속 냉기를 주입했다.


“이쯤이면 됐다.”


그리고 충분한 냉기를 흘려 넣은 나는 그대로 그 자리를 떠났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놈은 만년빙 안에 갇힌 채 서서히 얼어 죽어갈 것이다.

이런 쓸데없이 고통스럽고 오래 걸리는 살해 방법을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왔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세상엔 쓸데없이 고통스럽고 오래 걸리는 방법으로 죽어야 할 놈들도 있는 것 같다.




***




한참 뒤, 더 이상 비명이 들리지 않을 때까지 주변을 수색한 나는 집합 장소인 아파트로 모였다.

아파트 단지엔 우리의 안내대로 여기저기서 도망쳐 온 사람들도 붐비고 있었고 아파트 주민들이 음식이나 구급상자 등을 가지고 나와 모여든 사람들을 보살피며 일종의 임시 피난민 캠프 같은 모습이 되어 있었다.


“여기야, 여기~.”


내가 형을 찾아 두리번거리며 돌아다니자 형이 손을 흔들며 아무도 없는 아파트 한쪽 으슥한 곳으로 나를 불렀다.

형을 따라가 보니 하은이와 서연이는 이미 형과 합류해 있었는데 거기에 더해 누군지 모를 남자 하나가 하은이의 마법에 속박돼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응? 누구야 이건?”

“다들 들어야 할 것 같은 재밌는 얘기를 해서 잡아 왔어.”

“얘기해.”


내 물음에 하은이 남자를 향해 차갑게 말했다.

그러자 그는 겁에 질려 벌벌 떨며 말했다.


“저, 저는 4년 전 연쇄살인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 된 각성 범죄자입니다⋯.”


그는 무슨 고해성사라도 하듯이 자신의 범죄 이력을 밝혔다.

아니, 그런데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각성 범죄자라고? 헌터도 요원도 아니라? 거기다 무기징역을 받은 놈이 지금 여기는 어떻게 있는 거야? 탈옥이라도 했다는 거야?”

“타, 탈옥한 게 아니라⋯ 풀어줬습니다.”

“풀어줬다니, 누가?”

“헌터관리국이⋯ 시킨 일만 잘하면 자유를 약속한다며 교도소의 죄수를 전부 풀어줬습니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듣고는 순간적으로 모든 것을 이해한 나는 아, 소리가 절로 흘러나왔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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