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金舶 님의 서재입니다.

흑응회

웹소설 > 자유연재 > 일반소설, 대체역사

완결

金舶
작품등록일 :
2015.04.20 05:42
최근연재일 :
2015.07.09 08:04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122,909
추천수 :
2,174
글자수 :
584,692

작성
15.05.23 00:02
조회
1,330
추천
20
글자
11쪽

청룡파에서 본 음공(陰功)

DUMMY

그 날부터 본관 연무실 안에서 대 표두와 두 제자는 열흘 동안 머물면서, 백호파의 권술을 다시 열여덟 수로 개작(改作)하여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호흡법 중에서도 약간 더 개선할 점을 보충하여, 권술과 호흡박자가 맞도록 고쳐 만들었다. 그것이 다 만들어지자 호총사는 곧 바로 자기의 재주를 발휘하여, 일반 백호무관 생들에게 가르치기 위하여 이것을 초식의 순서를 바꾸며, 그 사이사이에 화려하고 큰 동작들을 끼어 넣어서 삼십육 수로 늘려서 보기에 그럴듯하게 꾸몄다. 그 바람에 권술의 위력은 반감 되었으나, 겉보기에는 위력이 세 갑절 쯤 강맹한 것으로 보여지게 되었고, 이렇게 되어야 장사가 잘 될 것이며, 본래의 술수를 감출 수 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대표두는 남곤과 이정진 두 제자가 삼 개월 동안 백호파의 머물면서 이것을 부총사와 핵심 관원들에게 지도하도록 하였으며, 따로 두 제자에게 삼 개월간 공부할 과제를 주고, 대표두만 다시 길을 떠났다. 호총사는 떠나는 대표두에게 은자 삼백 량을 여비로 챙겨드렸다. 그리고 앞으로 대표두가 어떤 요구를 하던지 어떤 도움을 명하든지 간에 꼭 따르겠다고 두 번이나 약속을 하였다. 이 열흘 동안 백호파는 대표두 일행을 나랏님 모시듯이 정성을 다해 모셨고, 남곤과 이정진 역시 권술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깨우침을 얻었으며, 새로이 공부할 것을 대표두에게서 명 받고 백호파에 머물게 되었다. 이렇게 백호파 뒤뜰의 본관 수련장에서 남곤과 이정진은 호총사와 호부총과 다른 열 명과 함께 권술 훈련으로 겨울을 나게 되었다.


이렇게 연원의 문제는 정리가 되었으며 대표두는 호총사에게 두 번이나 명백하게 다짐을 해두었다. 백호파는 심의파와 어떤 관련이 있는 것처럼 소문조차 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러므로 호총사는 관원 들 모두의 대화 중에 심의파라는 말조차 섞이지 않도록 주의시켰다. 연원의 문제는 때로는 일파의 수 십, 수 백 명의 목숨까지도 단칼에 사라지게 할 수도 있는 엄청난 일이었던 것이다. 만일에 호총사가 먼저 말을 하지 않고, 대표두가 먼저 백호파는 심의파의 무공을 훔쳐서 배웠다고 말했다면, 그 때부터는 심의파에 소속된 모든 사람은 백호파에 소속된 모든 사람을 죽이든가, 무공을 사용하지 못하게 두 다리나 두 팔을 자르던가 해야만 하는 그런 대재앙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 서기 1605 년 ==


진원성은 백호파에 가끔 들려서 남곤, 이정진 형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으며, 때로는 수련의 모습도 얼마간 볼 수 있었으므로, 백호파에 대한 탐색의 순서는 제대로 밟은 셈이었다. 그러나 청룡파의 훈련 모습을 한번이라도 보았으면 하였으나, 어떤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새해가 되고, 1 월 10 일이 임박하자, 진원성의 마음은 이제 다급하여졌다. 무슨 수를 만들어내야만 한다고 생각하면서 미래법에 있는 '뇌물로써 적의 총명을 가로막아라' 하는 구절을 떠올렸을 때에 퍼뜩 생각이 났다. 진원성은 태평반점에 가서 평소에 좀 더 친분이 있었던, 유대유(劉大裕)라는 점소이 형을 통해서 일을 만들어 보았다.


"대유 형, 부탁할 게 하나 있는데 좀 들어주시겠어요?"


"뭔데, 그러냐?"


"응, 청룡파의 권술 수련하는 모습을 꼭 한번 보고 싶어서 그래요. 형이 아는 청룡 본관에 있는 사람 중에서 누구 아는 사람 하나 없나요?"


"있기는 하지만, 그냥 구경만 하겠다고 그러면 선뜻 그래라 하지는 않을건데 ......"


"그러면, 형 이름으로 태평반점에서 청룡파를 응원하기 위해서, 요리 한 상이라도 보낸다고 하면 어떨까요?"


"요리 한 상이면 돈이 얼만데, 그걸 누가 내겠어?"


"출전할 사람들 열 명 정도 먹을 거라면, 은자 반 아니 한 냥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내가 돈은 낼테니, 형 이름으로 해주세요. 그리고 요리 배달하는 데에 나만 좀 끼워주시면 되요. 바로 길 건너인데요. 배달하고 갔다오는 데도 시간도 별로 걸리지 않을거구요."


"네가 청룡파에 무척 들어가보고 싶었구나. 가만, ... 그러고 보니 그동안 청룡파가 태평반점에서 요리를 팔아준 것이 얼만데, 이런 때에 태평반점의 큰 고객인 청룡파의 승리를 응원하기 위해서, 청룡파의 출전 대표들에게 요리를 한 상 올리자고 말씀올리면, 어쩌면 반점주인인 잠대인(潛大人)께서도 마다 하실 것 같지 않구나. 한번 말씀이나 드려 보자. 그리고 우리 태평 반점의 점소이 중에서 청룡파를 응원하는 아이 들만 뽑아서 요리를 배달해주자고 하면 점소이들 중에 동전 한푼 안받고도 좋다고 할 아이 들이 있을 것 같은데..."


태평반점의 점소이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청룡파 무관원 들을 부러워 하였으며, 더구나 청룡 본관에 있는 관원들에게서 평소에 동전 푼이라도 받아왔었기 때문에 청룡파에 대한 존숭의 염은 더욱 높았던 것이다. 게다가 잠대인 역시 그 이야기를 듣고, 아차 싶었던 것이다. 평소 청룡 본관의 덕분이 얼마나 컸었던가, 그런데 이 때 쯤에 응원한다며, 요리 한 상이라도 올려주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것을 좀 거리가 멀지만 옆의 다른 반점에서 선수를 치거나 한다면, 얼마 후에는 청룡파의 관원들이 태평반점이 아닌 다른 반점으로 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결국 진원성은 동전 한 개도 들이지 않고, 청룡 본관에 들어가는 뜻을 이룰 수 있었다. 통지를 하여 미리 일시(日時)를 정하고, 저녁 식사 때인 유시(酉時)에 맞추어서, 진원성을 포함하여, 점소이 총 열 두 명이 태평 반점의 요리 열두 가지를, 사용될 12 인용(人用) 기물(器物) 즉 접시와 각종 그릇과 국자, 주걱, 숟가락, 젓가락, 접는 요리상과 함께, 요리는 식지 않도록 두툼한 솜보자기로 잘 싸메가지고, 청룡 본관의 대문을 들어섰다. 그리고 한 관원의 안내로 바로 본당의 뒷 편에 있는 연무실 건물에 들어섰다. 그곳에는 훈련을 이미 끝낸 관원도 있었으며, 막바지 마무리 훈련을 하는 관원도 보였다. 요리상이 놓여지고, 점소이들 중 일곱 명은 돌아갔다가 한 시진 후에 다시 오기로 하였고, 진원성과 태평반점의 점소이 네 명은 남아서, 요리 먹는 것을 시중들기로 하였다.


진원성은 뜻한 바가 있는지라 얼른 연무관을 둘러보았는데, 그 때까지 남아서 막바지 훈련을 하고 있는 네 사람 중에서, 특이한 한 사람의 동작을 보게 되었다. 그것은 다른 세 사람의 동작과는 아주 성질이 다른 동작이었던 것이다. 진원성에게 느낌으로 다가온 것은 세 사람의 동작은 힘이 강건한 동작에 실려서, 그대로 공격으로 운용되는 권술, 이것은 소문으로 듣던 외공 권술의 황보세가 수법임을 쉽게 짐작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한 사람의 동작은 황보세가의 외공이 아니라, 심의파의 내공을 이용하는 수법과 비슷하였으나, 그것과는 또 다른 점이 엿보였다. 심의파의 내공은 강맹한 힘 위주였으나, 그와 달리 그 사람의 동작은 내공이면서도 마치 대결을 두려워서 피하는듯, 혹시 그것이 아니라면 직접 대결하는 대신에 허공에 물안개를 뿌려놓고서, 상대가 물안개에 두 손과 두 발이 푹 젖어서 무거워지기를 기다리는 듯한 그런 내공을 이용한 공방동작이었던 것이다.


이 정도를 알아보게 된 것은, 진원성이 백호파에서 남곤과 호부총의 비무를 본 이후로 두 달 여 사이에 보는 안목이 높아졌기에 가능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진원성의 몸 안에 무공은 아니지만, 기가 운행하고 있기에 기감이 발달하여 가능해진 것이었다. 순간 진원성은 청룡파에도, 백호파에서의 남곤과 이정진처럼 지도자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렇다. 백호파에서 실력을 높이려 노력하는데 청룡파라고 가만히 있을 리는 없을 터였다.


진원성과 점소이 네 명이 요리상을 배설하고, 요리들을 각자의 접시에 나누는 시중을 들면서, 식사가 진행이 되는 동안, 진원성은 청룡파의 열 명과 구분이 되는 나머지 두 명 사이에 한 마디도 대화가 오가지 않는다는 것도 파악할 수 있었다. 열 명은 그들 사이에서만 조용조용 이야기를 주고 받았으며, 두 명은 어쩌다 한 마디 씩 소근거리듯 둘 사이에서 주고 받았다. 그리고 어떨지 몰라서 가져온 분주 두 근, 두 병을, 그 두 명은 손짓으로 달라고 하더니, 둘이서 거침없이 한 병씩 마셨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비무를, 그리고 무술 수련을 시시하게 즉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로 하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술을 다먹게 되자 둘이서 뭐라 쑥떡거리더니, 먹을 만큼 먹었다는 듯 일어서서 어디로인지 사라졌다.


그때서야 청룡파의 열 명은 주고 받는 말들의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먼저 일어서 나간 두 명에 대한 몇 마디 성토가 있었고, 건방지다는 또 자존심이 상한다는 등의 욕말도 나왔지만, 곧 누군가에게 제지를 당해서 조용해지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식사가 끝나고, 진원성 일행은 다시 온 점소이들과 함께 요리상과 기물을 수습하여, 태평반점으로 돌아 오게 되었다.


진원성은 다음날 백호파에 들려서 자기가 보았던 일을 남곤과 이정진 형에게 자세히 말하고 그게 무엇인지 묻게 되었다. 그리고 진원성은 심의파의 기공은 양공(陽功)이며, 청룡파의 권술 지도자 사범이 펼친 것은 음공(陰功)일 것 같다고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원성아, 설명을 해줄테니 들어봐라. 무공에는 양기를 이용하는 무공과 음기를 이용하는 무공이 있단다. 이것을 양공, 음공이라 부르는데, 무공의 대부분은 중립에서 부터 양의 편으로 기울어진 기공이지. 왜냐하면 우리의 몸은 양기가 부족해지기 쉽고, 음기가 많아지기 쉽단다. 즉 신체가 본래 음기 쪽으로 자꾸 기울어지게 만들어졌다는 말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무공은 그런 신체를 보완할 겸해서 양기를 수련한다. 그런데 어떤 특별한 문파들은 음공을 수련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실제로 만나보기는 어렵다. 그것은 음기가 많아지면 신체에 치명적은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지. 너의 설명을 듣자니 그들의 무공은 음공이라고 짐작되는데......"


"아! 그런 차이가 있었군요. 제가 보기에는 마치 손으로 솜뭉치를 만들어서 상대방에게 밀어주는 것 같이 보이더군요. 무공 같아 보이지도 않던 걸요?"


"나도 음공에 대해서 말로만 들었지 한번도 구경을 못했는데, 한번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구나. 한번 대련을 한다면 잘 알수 있을텐데......"


"남곤 사제, 우리 둘이 찾아가서 대련(對鍊)을 청해볼까?"


"그러다가 우리가 백호파에 머물면서 어떤 연관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면 문제가 될텐데요?"


"흐음, 그런 점이 있구먼. 아쉽지만 그만둬야 하겠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흑응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1 흑응회(黑鷹會)로 합일(合一) 15.06.12 1,036 18 14쪽
70 청구회(靑鳩會) 출범, 초무량과 대련(對鍊)하다 15.06.11 1,057 17 16쪽
69 다박사(茶博士)에게서 삼국지(三國志)를 듣다 15.06.10 1,218 21 18쪽
68 매옥, 아린 총관(阿隣 總管)이 되다 15.06.09 831 18 13쪽
67 용호상교(龍虎相交) 15.06.08 984 17 12쪽
66 수난(水難)이냐 화난(火難)이냐 15.06.07 1,223 33 15쪽
65 생떼 언니 매옥(梅屋) 과부되다 15.06.05 1,308 16 14쪽
64 폭발 위기(爆發 危機)와 흑돈장원 구입(黑豚莊園 購入) 15.06.04 1,226 15 14쪽
63 보인장사를 제안받다 15.06.03 1,253 35 15쪽
62 숨어있는 효능(效能) 15.06.02 1,196 19 14쪽
61 광동권부(廣東拳夫) 초무량(楚無量) 15.06.02 1,203 17 15쪽
60 생떼의 이름은 난정(蘭庭)이었다 +1 15.05.31 1,055 22 11쪽
59 특별한 손님 15.05.31 1,015 19 12쪽
58 흑룡회(黑龍會)와 흑돈회(黑豚會)의 탄생 15.05.30 1,036 22 15쪽
57 까만 돼지를 불러라 15.05.29 1,235 19 16쪽
56 복왕(福王) 자금성에 들다 15.05.28 1,306 19 13쪽
55 호공두(葫供頭)의 복수(復讐) 15.05.27 967 17 13쪽
54 이정진의 죽음과 쇄음수(灑陰手) 15.05.26 1,098 19 15쪽
53 세번째 용호상박(龍虎相搏) 15.05.25 1,144 17 16쪽
52 비무(比武) 규정이 바뀌다 15.05.24 1,208 14 16쪽
» 청룡파에서 본 음공(陰功) 15.05.23 1,331 20 11쪽
50 무공(武功)의 연원(緣原)을 밝혀라 15.05.22 791 20 12쪽
49 뜻밖의 재회(再會) 15.05.21 1,200 24 11쪽
48 보이지 않는 손 15.05.20 1,088 19 11쪽
47 민어 찜 요리 15.05.19 1,315 19 11쪽
46 꿀단지를 다시 찾아왔네 15.05.17 1,158 20 12쪽
45 맛이 많으면 냄새도 많아진다 15.05.17 1,093 17 11쪽
44 태산(泰山)에 오르다 / 생떼의 언니 시집가다 15.05.16 1,141 22 11쪽
43 오해(誤解)로 인한 횡재(橫財) +2 15.05.15 1,101 20 11쪽
42 두번째 용쟁호투(龍爭虎鬪) 15.05.14 1,228 17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