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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舶 님의 서재입니다.

흑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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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金舶
작품등록일 :
2015.04.20 05:42
최근연재일 :
2015.07.09 08:04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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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4,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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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22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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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무공(武功)의 연원(緣原)을 밝혀라

DUMMY

잠시 후 일다경 쯤 지나서, 본관의 호총사가 몇 사람을 데리고 나왔다. 백호파의 호총사는 권술을 연마하느라고 거의 외출조차 하지 않는다고 소문이 났으며, 제남에서는 그의 얼굴을 직접 본 사람들조차 얼마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누구의 입에서 전해진 소문에 내년의 비무에서는 호총사가 직접 출전하여 용총사에게 도전을 하겠다고 말까지 돌았던 터라,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따로 호총사와 용총사의 사이에서 승부가 어찌될 것인지에 대해서 사사로이 내기를 걸기라도 할듯한 양상이었다. 이런 소문은 백호파에서 낸 것이 아닐 것임은 누구라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이었지만, 사람들은 그런 것을 따지기보다는 그런 대결이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이 될까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이다.


호총사가 먼저 말을 하였다.


"본인이 백호파의 총사, 장모(張某)라 하외다. 어서 오시지요. 권술의 명가 심의파의 이름은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찾아주셔서 영광입니다. 일단 안으로 드셔서 차라도 한잔 하시고, 가르침을 주시기 바랍니다."


무술문파가 초대받지 않고서, 예고도 없이 타 문파를 방문하였을 경우 그것은 시비를 걸려는 것이 거의 대부분이며, 좀 언찮은 대우를 받게 될 것이 보통이었다. 호총사는 거기에 대해서 어떤 불쾌한 반응도 없이 차라도 한잔 하자고 하는 것은 대표두에게는 물론 또 백호파에서 같이 나왔던 호부총이나 다른 제자들에게도 의외였을 것이다. 대표두는 자기의 제자 중 한 명과 백호파의 제자 중 한 명을 맞붙여 대련을 시키고 그것을 지켜보면서 백호파의 무술의 연원을 살펴보면 그뿐이라고 생각하였으나, 호총사의 생각은 다른 것이었는지, 일단은 모두 빈청 안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차 한잔 씩을 앞에 두고서야, 무슨 일인지 묻는 호총사의 물음에 대표두가 용무에 대해서 입을 열었다.


"이렇게 예고도 없이 찾아 왔음에도 차 한 잔을 내주신 것에 일단 감사드립니다. 심의파에서는 백호파의 소식을 듣고서 백호파의 권술이 어떻게 연원이 되었는지에 대해서 궁금하여, 알아보고자 오게 되었습니다. 총사님이 이에 대해서 답변을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저의 백호파는 백 년 전 쯤에 어떤 이인(異人)으로부터 심법 한 가지와 권술 아홉 수를 전해 받아서, 그것을 모태로 하여 조금씩 발전하여 왔습니다. 백호파라 이름한 것은 우리 조상들이 대대로 산서성 삭주(朔州)에 있는 산 속 마을에 살아왔는데 그 이름이 백호리(白虎里)인 것에 연유하였으며, 그 마을이 때때로 몽고족들의 습격을 받고, 약탈을 당하며 살았었는데, 이를 딱하게 여겨주신 그 분의 호의를 받은 것이지요. 우리들의 선조 대에 이루어진 일이라, 우리도 사실 상 그 이상의 자세한 내용은 모르고 있습니다. 어쩌면 심의파의 분들이 보시면, 연원에 대해서 아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보시고 아시면 좀 알려달라고 부탁드려야 할 정도입니다."


"흐 으 음 ......"


이것은 대표두의 예상과는 좀 다른 양상이었다. 연원을 감추고, 거짓으로 대해 나온다면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고민하면서 왔더니, 오히려 자기들의 연원을 좀 알게해 달라고 부탁을 받다니 어이가 없었다. 자기의 근본조차 모르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임에 더말할 나위 없었으나, 그것을 내놓고 부탁하는 것은 그만큼 심의파를 높게 존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였음이다. 그러나 일은 일이니만큼 단호하게 잘 마무리 해야할 터였다. 대표두가 말했다.


"그러면 먼저 비무를 한번 해봅시다. 이 아이들 둘은 나의 제자 들입니다. 이 둘 중에 하나와 백호파의 제자 중에서 한 사람을 대련을 시켜 보십시다. 그런 후에 다시 말을 하기로 합시다. 야, 남곤이 네가 나서 보아라."


"예"


백호파의 큰 마당에는 대련 비무를 할 수 있게, 잘 만들어진 연무장이 이미 있었고, 남곤이 뜰의 연무장으로 가서 한 편에 섰다.


"호총사 님도 한 사람을 내보내 주십시요."


"부총사, 부총사가 심의파 제자와 한번 배워 보십시요."


"예, 제가 한번 나서보겠습니다. 저는 심의파의 권술을 만나보게 됨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호부총이 연무장의 남곤을 상대하는 자리에 마주 섰다. 진원성은 정말 이렇게 좋은 구경거리를 보게 될 줄을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이것은 정말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기회였던 것이다. 그동안 창술 아니 권술을 혼자서 해오면서 도대체 자기가 하고 있는 것이 제대로 하는 것인지, 창술인지 권술인지 하는 것조차 헷갈려 가면서도 단전이 엉겨붙는 것을 해산하느라고 열심히 해오고 있었는데, 이거야 말로 정말로 언제부턴가 꼭 보고 싶었던 그런 것이었으니 말이다. 한편 남곤은 이미 스승 즉 대표두로 부터 언질을 받은대로, 상대가 진실한 실력을 내보이도록 닥달을 해야만 자기의 역할이 다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남곤이 고개를 까닥하며 말했다.


"자, 갑니다."


"차앗."


남곤의 공격은 심의파의 초보의 무공으로 부터 시작하여, 점점 수준을 높여가며, 끝없이 공격을 계속하였고, 호부총은 처음 몇 수는 방어를 하면서 제법 공격다운 공격을 마주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그 이후로는 오직 방어 일변도로 지속되었고, 일 다경이 지나자, 호부총은 숨을 좀 헐떡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남곤의 공격은 더욱 더 거세어졌다. 결국 한식경이 되기도 전에 호부총은 남공의 발 공격에 왼 허벅지에 일격을 받고, 이어서 오른 쪽 옆구리에 또 한주먹을 맞았다. 이때에 남곤은 공격에 가해지는 주먹의 힘을 경감시켜서 옆구리에 충격을 줄여주었다. 호부총도 왼 허벅지를 맞은 후에 한 수를 준비하여, 남곤의 왼 가슴에 가볍게 한 주먹을 맞출 수가 있었다. 이것이 승부를 가리는 비무였으면, 얼른 보기에는 이로써 무승부라고도 할 수 있고 또는 남곤의 우세승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이것은 승부를 가리는 비무가 아니라 연원을 탐색하는 비무이기 때문에 둘의 비무는 계속되었다.


한 식경의 비무에서 숨을 헐떡이는 것으로 백호파의 심법은 이미 그 한계를 드러낸 셈이었으며, 권술 초식들 역시 백년 동안 열심히 보완하여 왔지만 역시 이 정도가 그 한계였던 것이다. 이미 대표두는 남곤이 정말 맘먹고 제압하려 들었다면, 내공을 쓰지 않고도 적어도 십 수나 아무리 많아도 이십 수 안에 호부총을 제압할 수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대표두는 비무를 그만 하라고 할 수가 없었다. 무엇인가가 더 남아있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이것은 분명 심의파에서 빠져나간 무공인 것 같은데, 그렇다 해도 변형이 많아져서 오히려 심의파의 무공이라고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대표두는 알게 되었다. 이것은 - 그렇다, 심의파에서 어린 제자들이 배운 권술을 갖고 서로 장난질을 할 때에 하는 - 그런 초식들이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고, 그것에 좀 황당했던 것이다.


심의파는 소림의 지파이며, 외공과 내공을 합해서 강맹한 힘을 주먹에 실어 내보내는 데에 주력하는 권술이었다. 그래서 어린 제자들이 장난질을 할 때에 실수로 연골이나 뼛줄을 상하는 일도 종종 있어서, 처음에는 일절 장난질을 못하게 하다가, 그것도 방법이 아닌지라 서로 내공을 빼고 권술의 시늉만을 내면서 하도록 그런 유사권술을 만들어서 진짜의 수법도 외우면서 큰 상처도 입지 않게 놀도록 하였던 것이다. 만일에 호부총의 권술이 이것이 전부라면, 아니 백호파의 권술이 이것이 전부라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백호파의 근원은 분명 심의파인 것이 확실하였으나, 그것은 무공을 전해준 사람이 진재실학(眞材實學)을 가르쳐준 것이 아니라, 신체를 건강하게 하고, 몽고병들이 쳐들어오면 빠르게 몸을 움직여 스스로 방어할 그런 능력을 갖도록 하자는 뜻이 분명함을 보고서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이 백호리 사람들은 백 년 동안 열심히 연마하고 발전시켜서, 이 만큼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표두는 자부심이 있는 무인이었으며, 무인의 자부심으로 보자면, 이와 같은 상황에서 어찌 그들의 무공을 사용 못하게 폐하기보다는 오히려 제대로 된 무공으로 가르쳐주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되고 말았다.


한편 진원성은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면서, 지금까지 잘 이해하지 못했던 권술의 공격과 방어에서의 여러가지 것 들을 너무나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호부총의 권술 정도는 자기의 실력으로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는 약간 건방진 생각이 들게 되었고, 남곤의 실력은 아직도 많은 부분이 감추어져 있음을 진원성으로도 알 수 있었다. 진원성은 앞으로 한달 정도만 지나면 오늘 배운 것 들을 적용하여 훈련하면, 호부총과 한번 대련을 해본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러나 이미 대포와 조총의 위력을 직접 겪어서 알고 있었으므로, 권술은 아무리 높게 실력을 쌓아도 별 의미가 없다 생각하였고, 그래서 권술의 근본적 가치에는 부정적인 인식을 하고 있었다. 진원성에게 단전이 굳어 엉기는 문제가 없었다면, 아마도 진즉 호흡이건 창술이건 다 그만 두었을 터였다.


이 때에 대표두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 비무 중지."


이 말이 없었어도 두 식경이 다 되어 가는지라 호부총은 지쳐서 자연히 비무 중지가 될 판이었던 것이다. 호총사의 손짓으로 거의 탈진하고만 호부총은 백호파의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다른 방으로 물러가게 되었다. 그와 반대로 남곤은 호흡은 커녕 풀어헤쳐진 머리카락 몇 가닥을 제외하고는 처음과 거의 다름이 없는 얼굴 표정이었다. 대표두는 이제 백호파는 심의파와는 아무 관계도 없음을 말하고 떠나야 하리라 생각하였다. 어떻게 이들에게 심의파의 관련을 밝힐 것인가? 만일에 그것을 밝힌다면 그 다음은 어찌할 것인가? 하는 수 없이 심의파와는 무관하다고 선언하고 떠나는 수 밖에 없었다. 그것 밖에는 달리 할 무엇이 없었던 것이다.


호총사는 대표두의 얼굴이 한 순간 엄정한 표정으로 바뀌자, 어떤 결론이 나왔음을 느낌으로 알았다. 그러나 대표두가 내뱉을 그 말이 무엇이든 간에, 그 말이 쏟아지기 전, 바로 지금, 그렇다 바로 지금 밖에 기회가 없음을 느꼈다. 호총사는 처음 명첩을 받았을 때부터 생각해왔던 그 말을 꺼내어 말할 기회를 잡았다.


"대표두님, 제가 먼저 한 말씀을 드립니다. 대표두님이 보시기에 백호파라 하는 것이 실상 아무 것도 아님을 스스로 잘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명첩을 받아들고 바로 저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백호리 식구들이 남녀노소 약 일천 명입니다. 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우리 백호파에게는 꼭 지금보다 한 수 더 높은 권술이 필요합니다."


"......"


"우리 식구들 먹여살리기 위해서, 저는 백호파 총사로써 대표두님에게 부탁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방금 보신 호부총이 백호파의 최고 수준입니다. 우리들의 권술 실력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높아질 방법을 찾아 가르쳐 주시고 난 후에 떠나십시요. 심의파의 무공을 가르쳐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또 우리가 심의파와 무슨 관계를 만들어서 어떤 이익을 얻고자 함도 아닙니다. 대표두님의 안목으로 보시면 이것만 조금 더 보충한다면 조금 더 나아질 것이라는 그런 것이 꼭 눈에 보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한가지만이라도 지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것은 한 무리를 이끄는 대장이 체면을 다 내던지고, 자존심도 다 버리고, 상대에게 메달려서 부탁을 하는 것이었다. 이것을 아는 대표두 역시 대장의 위치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이었기에 참으로 딱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상당 시간을 설왕설래 한 후에 결국 대표두는 인정에 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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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호공두(葫供頭)의 복수(復讐) 15.05.27 968 17 13쪽
54 이정진의 죽음과 쇄음수(灑陰手) 15.05.26 1,098 1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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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비무(比武) 규정이 바뀌다 15.05.24 1,210 1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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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공(武功)의 연원(緣原)을 밝혀라 15.05.22 792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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