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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舶 님의 서재입니다.

흑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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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金舶
작품등록일 :
2015.04.20 05:42
최근연재일 :
2015.07.09 08:04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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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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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84,692

작성
15.05.1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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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11쪽

태산(泰山)에 오르다 / 생떼의 언니 시집가다

DUMMY

태산은 제남부성의 정남 방향에 있었다. 그리고 처음 가는 것이므로 그 이상은 진원성이 알아내야 할 것 들이었다. 산 속에서는 가끔 사람의 흔적을 만나게 되었다. 어떤 때에는 도를 닦는 도인일 수도 있었고,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치고 있는 도망자 일 수도 있었다. 또는 산속에서 약초와 나물 등을 캐거나, 숯을 굽거나 하면서 한 두 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그런 경우도 있었다. 진원성은 가급적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피하면서 남쪽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여덟 시진이 지나자, 태산에서 가까운 어느 산자락에 도착하였다. 길이 처음이라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던 것이다. 진원성은 산자락에서 바람타지 않을 곳을 찾아서, 앉아 호흡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아침이 되자 다시 태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진원성이 지금까지 올라본 산 중에서는 가장 높은 산일 것이 틀림없었다. 해질 무렵에는 정상에 도착했다. 온통 바위 투성이로 이루어진 정상에는 어떤 사람들이 글씨를 새겨 놓은 것도 보였으나 진원성은 그런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태산 정상 한쪽 바위 아래에서 진원성은 호흡공부를 하면서 밤새도록 찬바람을 맞았다. 바람은 아직 차서 마치 살을 칼로 저며내는 것 같았으나, 끝내 안내려가고 견디었다. 왠지 고집을 다해보고 싶은 그런 불길이 마음 속에서 타올랐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새벽이 되어 저 멀리서 보이는 그것이 아마도 바다인지 아니면 구름인지도 몰랐다. 한쪽이 붉어지더니 마침내 붉은 해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동쪽 하늘 전체가 온통 붉게 불타오르는 것으로 보였고, 빨간 그 무엇이 진원성의 마음 속으로 강한 충격이 되어 몰려들었다.


먼저 두 눈에서 부터 충일(充溢)한 무엇이 느껴지면서, 그것이 점점 내려가 마침내 단전에 충격이 오고 점점 충격이 파도가 치듯이, 온 몸을 두들기듯이 그렇게 퍼져나갔다. 그러다가 뭉쳐서 뜨거워지고, 소용돌이가 되어 등 뒤로 돌아가 열여덟개의 위치 중 맨처음 만났던 위치로 몰려서 옮겨가고, 올라가서 다시 두번째 위치로 가고, 다시 ...... 그렇게 열여섯 번 째 앞가슴의 마지막 자리, 가슴 양쪽 뼈가 만나는 그곳에 까지 와서 사라져버렸다. 그러니까 나머지 두자리를 남겨 놓고서는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이것은 진원성의 몸에 있는 호흡의 양기가 아니라 아침 해에서 전해져 온 양기였지만 진원성은 그것을 구분하여 알지 못했다. 다만 병이 완전히 치료될 때가 아직 이르지 않아서 생긴 일시적 현상인 것으로 그렇게 생각하였다. 아직 몸이 다 자라지 않아서 그 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았던 그런 것이라 생각하였다. 언제인지 모를 다음을 기약하면서, 그리고 일어서서 돌아가는 길을 나섰다. 진원성이 태산 정상에서 해돋이를 보며 겪은 이일이 무엇인지는 상당히 시일이 지난 후일에 그 의미를 알게 된다.


내려오는 길은 빠른지라 진원성은 두 시진 만에 태산 자락에 내려왔고, 다시 북쪽을 향해 산 능선을 달렸다. 그렇게 세 시진을 달려서 산을 두 개를 넘자, 아주 어두워져서, 적당한 곳을 찾아 자리를 잡고 아침을 기다렸다. 아침이 오자 다시 길을 찾아서 달리기 시작했다. 방향만을 맞추어서 찾아가는 길인데 조금 차질이 있었는가 보았다. 결국은 저녁이 되었는데 그때에야 제남의 근처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하루를 다시 근처에서 지내다가 새벽의 미명(微明)이 되자 진원성은 옷을 갈아 입고 다시 한 식경을 달려 제영반점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평상시처럼 청소를 시작하였다.


결국은 하루를 더 걸려서 태산에 갔다온 것이었다. 제영반점에서는 다른 점소이들도 어쩌다가 하루 씩 휴가에서 복귀가 늦어지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런 경우는 대신 다른 누구가 근무를 해야 되었었다. 그래서 그것은 둘 사이의 거래관계 처럼 인정되고는 하였다. 진원성의 경우는 평소에 늘 혼자 청소를 한 것으로, 이번의 하루 결근은 대신 근무한 장영우가 댓가없이 인정을 해주었다.


처음에 무지(無智)나 실기(失期)로 얻은 상대의 양보를 고마워하다가도, 어느 새 상대와의 손익기준점을 살짝 옮기고는, 다음에는 새로 만든 기준점에서 손익을 따지는 인간 본질에 비추어 보자면, 장영우의 양보는 그동안 청소를 진원성 혼자서 했던 것에 대한 보상이라기 보다는, 진원성은 모르는 일이었지만 진원성 때문에 장영우가 호 보인을 사서 횡재한 탓이라고 보아야 맞을 것이다. 아니다. 반드시 진원성 때문에 호 보인을 사서 횡재한 것이라고만 할 수도 없었다.


장영우가 보인을 파는 곳에 갔을 때에, 마침 바로 장영우 앞에서 보인을 산 사람이 용 보인을 무려 백 냥 어치를 산 것을 보았기 때문에, 간이 부어 올라서 처음의 생각 즉 은자 두 냥을 걸려고 했던 것과는 달리 주머니에 가져갔던 은자 전부를, 즉 일곱 량을 다 걸었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또 곽찬보에게도 호 보인을 일곱 량 어치 샀다는 사실은 감추고, 두 량을 샀다고 거짓을 말했던 것이다. 그리고 장영우는 앞으로는 어느 누구에게도 자기에게 좋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절대 알리지 않기로 결심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도 매일 실실 웃음을 흘리고 다니는 것만은 알면서도 스스로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 **


더위가 서서히 맹위를 떨치기 시작하는 5 월 어느 날, 제영반점 2 층에 유명한 자매가 나타났다. 진원성은 자매가 한 달에 한 두 번 씩은 제영반점에 와서 놀다 가는 것에는 이미 익숙해져 있었고 얼굴도 잘 알게 되었기에, 웃으면서 다가가서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세요, 또 오셨네요."


둘 중의 언니가 말을 꺼냈다.


"아, 이제 꼬마 얼굴도 못보겠구나."


"예, 무슨 말씀인지요?"


"언니가 시집을 가게 된단다. 그래서 아마도 이제 우리 두 자매가 함께 이 반점에 요리 먹으러 올 일이 없을 것 같단 말이다."


"예, 그렇게 되었군요. 그럼 축하할 일이지요."


"맞아, 축하할 일이기는 하지. 그런데 내 마음은 별로 기쁘지가 않구나."


"예, 무슨 일이 있으신가 보군요."


"아니야, 무슨 일이 있어서가 아니고, .... 에이, 내가 꼬마인 너한테 무슨 말을 하겠니? 관두자."


"예, 오늘은 무슨 요리를 올릴까요?"


"언니, 오늘은 그동안 먹어봤던 것 중에서 제일 맛있었던 것을 골라서 먹어, 제영반점이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한번 시집가면, 제남에 오기도 힘들고, 온다고 해도 여기 반점에 올 수는 없을 거 아냐? 그러니 오늘 마지막으로 맛있는 것 먹어봐야지."


"그래, 요리나 먹자. 음 뭘 먹을까? 꼬마야, 돼지고기 찜 요리하고, 새우 튀김 요리하고, 그렇게 부탁한다."


"예, 알겠습니다."


진원성과 처음 만났을 때에 시켰던 것과 같은 요리가 나온 후로 두 자매는 거의 두 시진을 이야기하며 깔깔대기도 하다가, 울면서 손수건을 꺼내서 눈물을 닦기도 하고, 진원성을 세 번 불러서 잔 심부름을 시키고, 그러다가 일어섰다. 진원성이 두 자매가 우는 것을 보는 것은 그동안 수십 차례 두 자매를 손님으로 모셨지만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언니는 북경의 어디론가 시집을 가게 되었다는 것이었고, 신랑은 북경에서 큰 기루를 세 개 운영하는 부자의 아들이라고 하였다. 진원성은 북경이라는 말을 듣자 잠시 왕준서가 머리에 떠올랐다. 진원성이 1 층에서 계산을 마치고 나가는 두 자매를 문 밖에까지 전송을 했다. 진원성도 두 자매가 특별히 잘 대해준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 사이에 뭔가 오고간 정이 있었는지, 마음 속으로 시집 가서 잘 살기를 빌어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언니가 돈주머니를 꺼내자, 처음에는 아마도 오늘은 그냥 가지는 않을 것인가보다 하고 지켜보는데, 주머니 채로 진원성에게 주었다. 언니가 말했다.


"꼬마야, 그동안 고마웠다. 내가 시집가면, 동생이랑 여기와서 먹고 놀면서 즐거웠던 일이 많이 기억날 거다. 그리고 네가 친절하게 대해준 것도 생각이 날거고, 아마 너의 잘생긴 얼굴도 생각이 나겠지. 난 부자 집으로 시집을 가게 되서, 돈은 별로 상관 없는데, 그 동안 너에게는 심부름만 많이 시키고, 동전 주는 것을 빼먹거나 겨우 한 두 개 씩만 주었으니, 속으로 욕도 많이 했을텐데, 그렇지, 그래도 넌 항상 웃는 얼굴로 우리 자매를 대해 주었어. 오늘이 아니면 이제 고맙다는 말도 할 수가 없단 말이야. 그래서 이걸 주고싶다. 받거라."


"예, 감사합니다. 받아두었다가 잘 쓰겠습니다. 행복하게 잘 사시길 빌께요."


"그래 고맙다. 너에게도 좋은 일이 많기를 빈다."


"참, 그 동안 동전 안 주시거나 한 두 푼 주셨어도, 저는 그것 때문에 욕한 적 한 번도 없어요. 저는 동전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다고 생각하였거든요."


"그래, 요 녀석, 얼굴도 잘 생기고, 맘도 아주 착하구나. 어디 내가 한번만 만져보자."


언니는 손을 뻗어서, 진원성의 얼굴을 천천히 이리저리 만졌다. 진원성에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아린촌에서 살았던 아주 어렸던 때에, 하녀였던 일선이 또는 월선이가 아침에 얼굴을 씻어주던 그 때에, 여자의 손길이 얼굴에 닿은 이 후로 처음이었던 것이다. 그 때는 이것 저것 몰랐었지만 오늘은 여자의 손 끝이 이렇게 부드럽고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이렇게 매끄러울 줄은 몰랐던 것이다. 마치 손 끝에서 기름이 줄줄 새어나오는듯 느껴졌던 것이다. 왠지 어색해지고 그만 부끄러워지고 말았다. 어쩌면 진원성의 얼굴은 빨갛게 물들었을 것이다. 언니가 얼굴에서 손을 떼고는 말했다.


"꼬마야, 아마 내가 너같이 생긴 얼굴을 좋아하나보다. 그래서 내가 한번 만져보았다. 이제 간다. 꼬마야 잘 살아......"


진원성은 떠나가는 두 자매의 뒤통수에 대고 가볍게 목례를 보내고 돌아섰다. 두 뺨에는 하루가 다 지나도록 언니의 손끝이 매끄럽게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꽤 오랜 기간이 지났어도 제영반점에서 두 자매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어쩌면 혹시 두 자매가 한꺼번에 시집가버린 것은 아닐까? 그 때에 분명 언니만 시집간다고 그랬었는데... 진원성이 받은 주머니 속에는 은자 열 량과 동전이 얼마간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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