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단지를 다시 찾아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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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원성의 키는 생식으로 살아가는 탓으로 다른 점소이 들과 비교해서 크는 것이 결코 부족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그 탓일 것으로 생각되지만 진원성의 단전은 우선은 전보다 탱탱해지거나, 고약이 잠겨오는 듯한 그런 느낌이 없어졌다. 이런 효과를 알게되자 진원성은 제영반점에서 주는 먹거리는 거의 먹지 않고, 천불산과 그 일대의 산과 들에서 먹을 것을 얻었다. 당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천불산 일대의 동식물계로써는 겁난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조그만 소년이 먹으면 얼마나 먹겠는가, 게다가 짐승을 잡는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이어서, 진원성의 먹거리가 풍성하였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러므로 가을에 잡은 눈먼 노루 한마리 사냥이 성공하였을 때에 진원성은 먼저 변질하기 쉬운 피와 내장을 그 다음은 머리와 뼈를 깨부수어서 골수를 먹는 것이었고, 마지막에 고기를 먹게 되었다. 또 진원성은 칼을 이용하여, 고기를 적당하게 잘라서 흐르는 시냇물에 두 시진 쯤 담가두었다가, 다시 소금물에 한시진 쯤 담가둔 후에 음지 바람길에서 잘 말려서, 사냥이 않되어 굶게 되었을 때를 대비하였다. 이런 생활이 계속 되자 진원성 스스로 많이 발전 하였다 생각되어 창술의 십이세 중에서 완성이라고 하는 단계, 즉 십 세를 한 호흡 간에 펼쳐내는 것을 할 수 있게 되었으련만 하고 생각하였으나, 항상 6 세나 7 세 정도를 하고 나면 호흡이 끊어지고 마는 것이 참 이상하였다. 그러나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었다.
10 월의 추운 겨울이 되자, 짐승들이 다 숨어버리고, 사냥은 더욱 힘들어졌고, 진원성에게는 더욱 힘든 시절이 왔지만, 작년과 다른 것이 비축해놓은 말린 고기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호흡법 공부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되었고, 그 덕인지, 찬기운이 많아진 탓인지 다시 단전에 고약이 잠기거나 탱탱해지는 느낌이 일어났다. 진원성은 하는 수 없이, 모래주머니를 다시 사서 두 팔뚝과 두 다리에 동여 메어 보았다. 그런데 진원성이 몸이 더 커지고 힘이 좋아진 탓인지, 양에 찰려면 모래주머니가 너무 커져서, 지난 번처럼 옷소매나 옷자락 안으로 감추기가 쉽지 않았다. 진원성은 연구 끝에 역참 근처에 있는 대장간에 가서, 철편(=철조각)을 끈으로 엮어서 종아리와 팔뚝에 찰 수 있게, 그런 모양의 철편을 머리를 좀 써서 연구를 하였고, 장인(匠人)과 토론도 하여 적당하게 만들어달라고 이백 개를 주문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것을 찼을 때는 묵직한 것이 맘에 들었고, 빙둘러 팔뚝과 종아리에 차게되면 칼이나 창으로 공격을 받을 때에는 그것으로 방어를 하여 신체가 상하지 않는 그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었다. 또한 연결고리가 달려서, 처음에는 철편의 숫자를 작게 하였다가 힘이 늘어날수록 철편의 숫자도 늘여갈 수 있는 잇점도 있었던 것이다.
또 한가지 진원성의 신체에서는 조그만 변화가 나타났다. 우선 코밑, 귀밑, 턱에 검은 색 털이 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사타구니에도 털이 나기 시작하였다. 진원성은 자기의 나이에 비하여 좀 이르다 싶지만, 이것이 어른 남자가 되면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일임을 알고 있었으므로 걱정하기 보다는 - 아 나도 이제 어른이 되나보다 - 생각하고 오히려 기뻤다. 그리고 겨울이 지나는 동안에 자기의 얼굴과 몸에서도 검은 털이 좀 많이 나는 것을 알고서도 그에 대해 별로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이것은 양기를 많이 만드는 기공이 과하여 진원성의 몸에 음과 양의 균형이 깨졌으며, 그 결과 몸에 검은 털이 많이 나게되었던 증상이었다. 하루 한시진만 기공 호흡을 해야하는데, 오랫동안 이를 초과하여서 결국 몸에 큰 이상이 나타나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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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남부에서는 중추절이 지나면서부터 벌써 용쟁호투(龍爭虎鬪), 용호상박(龍虎相搏)의 이야기가 서서히 회자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각 무술관이 관에서 지급한 민병대의 옷과 모자를 쓰고 성 안 밖에서 행보하는 것을 보게 되자 민간에서는 더욱 운이 좋아 일찍 무관에 적을 두어 민병대원이 되고, 무관 소속의 옷을 입는 것이 무슨 벼슬 아닌 벼슬처럼 되었다. 옷의 모양은 백호는 흰색이 바탕이 되고, 청룡은 청색이 바탕이 되었으므로 사람들은 보기만 하면 그것이 백호파인지 청룡파인지 바로 구분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슴패기에는 각 무관의 이름이 새겨지고 1 부터 100 까지 번호가 새겨져있었다. 그 다음에는 각 무관 별로 색다른 치장들을 붙여넣어서, 마치 대단한 군관복이나 되는 듯이 보였다. 이렇게 되니 용쟁호투(龍爭虎鬪)가 사람들의 입에 자꾸 오르내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장영우는 진원성에 대하여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고 평소처럼 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항상 조용히 관찰하고 있었다. 지난 용쟁호투(龍爭虎鬪)에서 곽찬보에게 일부의 사실과 함께 얼른 떠오르는 대로 둘러대어 위기를 모면하였지만, 그 말 때문인지 어떤지 본인도 모르게, 자기가 호 보인을 사서 횡재를 한 것이 진원성 때문이지 않는가 하는 생각으로 자꾸 기울어졌던 것이다. 이것은 누구나 인과관계를 잘 알지 못할 때에는 어떤 인과의 법칙을 임의로 만들어서 적용하는, 사람의 잠재적 습관에 따른 것일 터였다. 그것은 장영우에게 - 진원성이 하는 이떤 말이나 행동, 몸짓, 또는 그 어떤 것에 의하여 보인을 사면, 횡재를 한다 - 는 인과법칙이었다. 지난 번 일곱 량은 대박을 맞아서 이제 장영우의 재물단지는 물경 스물일곱 냥 반이라는 돈으로 불었고, 이것은 장영우가 4 년 동안 열심이 점소이를 해서 벌 수 있는 그런 액수의 돈은 결코 아니었던 것이다.
제영반점과 제남부성 인근의 숙박업소들은 내년 2 월 달의 예약은 받지를 않았다. 왜냐하면 값을 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리 값을 정해서 예약을 하면, 보나마나 큰 손해를 볼 것이 뻔한데 누가 바보 짓을 하겠는가 말이다. 10 월이 되자 장영우를 찾아온 어떤 사람이 있었고, 장영우는 제영반점 밖으로 나가서 뜻밖에 곽찬보를 만나게 되었다. 곽찬보는 두 사람과 같이 서있었는데, 세 명은 모두 돈을 들여서 지은 좋은 옷을 입고, 마치 귀공자차럼 멋을 잔뜩 내고 있었다.
"오랫만이네요, 찬보 형"
"그래 다들 별일 없지, 꼬마도 잘 있고... "
"그렇지요. 그런데 오랫만에 어쩐 일인가요?"
"야, 난 지난 2 월에 호 보인을 조금 사서 아주 잘 지내고 있다. 그런데 내년 용호상박(龍虎相搏)에서도 다시 한번 재미를 볼 수 없을까 해서 찾아왔다. 이번에도, 영우, 네가 날 좀 도와주면 좋겠다."
"......"
"뭐, 공짜로 도와달라는 말은 아니야. 네 몫도 충분히 챙겨줄 수 있어, 그러니까 네가 좀 협조를 해달라는 말이다."
"내가 어떻게 해야 ..."
"어떻게 하기는, 그냥 꼬마가 하는 것 보다가, 2 월 12 일이나 13 일에 나한테 이렇게 손가락으로 1 이냐 2 냐를 표시해주면 되지. 안그래? 손가락 하나를 펴면 호 보인이고, 두 개를 펴면 용 보인이다."
"나는 빠지고, 형이 직접 원성이에게 부탁하면 안될까?"
"그것도 내가 생각해봤는데, 꼬마가 내게 순순히 말해줄까도 문제지만, 그보다 내가 이걸 알아가지고 좀 큰 돈을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자기 몫으로 너무 많이 요구할 수도 있고 말이야. 그러니까 네가 날 좀 도와주면 좋겠다는 말이다."
"그런데 만일에, 원성이가 무슨 말을 해줄지도 모르지만, 아무 말도, 아무런 표시도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지?"
"이새끼가 또 뻣대네. ... 잘 생각해봐, 네가 어떻게 하면 꼬마가 말하거나 무슨 표시라도 하게 될꺼냐 하는 걸 만들어보란 말이다."
"그럼 내 몫은 얼마나 줄꺼야?"
"그래, 많이 컸다. 많이 컸어. 으흠...... 그래 은자 서른 량을 주마. 어떠냐?"
"그래? 그 정도 많은 돈이면 내가 원성이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진원성이 말해주도록 부탁하면 될 것 같은데..."
"아, 이 새끼 참 말귀 못알아 듣네. 진원성이 서른 량 받고, 거짓말로 알려주고, 어디로 도망쳐 버리면, 니가 책임질거냐?"
"만약에 진원성이 도망칠 수 있다면, 나도 서른 량 받고, 도망쳐 버릴 수도 있잖아?"
"너는...... 너는 도망가지 못한다. 이미 너의 부모님과 가족들이 살고 있는 데를 내가 알아두었지. 그러니 네가 도망간다면, 그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너도 알 수 있겠지..."
"으 윽...... 그래 내가 연구해 볼께."
"자, 돈 받아라. 어서!"
장영우는 돈 서른 량을 받았다. 묵직한 느낌이 가슴을 꽉 짓누르는듯 느껴졌다. 그러나 다시 은자를 돌려주겠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나, 반점에 들어갈 볼께."
"그래 내가 열흘 후에 다시 널보러 올테니까 그리 알아, 들어가봐라."
장영우는 반점에 돌아와서 부터 꼬박 하루를 이것을 어떻게 해야하나 하고 걱정을 하다가, 다음날 선부(饍副)님을 찾아갔다. 선부님은 장영우가 점소이로 일할 수 있게 다리를 놓아준 사람이었으며, 장영우의 아버지와 친분이 있는 같은 마을 출신이었던 것이다. 선부님은 장영우의 이야기를 듣고 물어보고 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말하게 해주셨다. 장영우는 이야기를 털어놓은 것만 해도 이미 고민이 다 없어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돈 서른 량을 선부님에게 드리고, 가만이 쳐다보고 있었다. 선부님이 말했다.
"그래, 나와 상의를 해주어서 참 다행이다. 곽찬보가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있었고, 통크게도 서른 량을 네게 주었다니, 이것은 정말 장난이 아니구나. 가서 기다려라, 내가 다시 널 부르마, 그리고 혹 곽찬보가 와서 너를 부르면, 내게 말해라. 찬보는 내가 한번 만나봐야 되겠다."
사흘 후에 선부는 본부를 만나서, 자초지종을 다 털어놓고 장영우의 문제를 상의하였다. 곽찬보의 위협(威脅)을 사실대로 말하였으며, 진원성이란 아이가 정말 권술에 대해서 어떤 능력이 있는지, 등을 물어보았다. 본부가 말했다.
"문제는 곽찬보에게 있지, 영우나 꼬마에게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볼 수는 없어요. 조심해야 할 것은 곽찬보의 문제를 해결하다가, 오히려 영우나 꼬마를 다치게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것입니다. 사람이란 것이 욕심에 취하면, 이성을 잃고, 탐욕에 따라 날뛰게 되는, ... 그런다는 말입니다."
"어쨌든 간에 곽찬보는 지난 번 용쟁호투(龍爭虎鬪)에서 거금 수 십 량 따서, 점소이를 그만두고 나갔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꼬마가 미래를 예측하는 어떤 재주가 있다고 믿고 있다는 말입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용쟁호투(龍爭虎鬪)의 결과를 알아맞추는 문제에서는 그 능력이 있다고 믿고 있으며, 영우 또한 꼬마의 능력을 믿고 있다는 것이지요. 제가 영우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마음을 살짝 떠보았지요. 내년 용쟁호투(龍爭虎鬪)에서 보인을 살거냐고 물었더니 살거라고 합디다. 그리고 어떤 쪽을 살거냐 그랬더니 아직 미정이라 합디다. 만약에 꼬마가 어느 쪽을 고르면 어떻하겠느냐 물었더니 꼬마가 찍는 곳을 따라가겠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말 다한 것이지요."
- 작가의말
월요일 하루 쉬고 화요일에 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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