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공습(1)
“와아~”
내가 감탄사를 남발하자 이안은 소개해준 보람이 있는지 환하게 웃었다.
“어때? 완전, 대박이지?!”
“저 사람들 전부, 마도사야?”
“아니, 그건 아니야.”
이안이 고개를 내젓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여기에 무중력 마법진이 가동되고 있어서. 가능한 모습들이야.”
“설마, 이것도...”
“맞아! 마정석이야. 마법진에 마정석을 설치해서 계속 순환 시키는 구조지.”
마정석의 활용성을 두 눈으로 직접 보자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냥, 모든 게 다 신기했다.
천장이 까마득하게 보일 정도로 높게 솟아 오른 탑 내부에 있는 수많은 책들도 신기했고, 사람들이 마구마구 날라 다니는 장면도 신기했다.
“책 되게 많다.”
“여기보다 더 많은 곳도 있어.”
“그게 정말이야?”
“여기가 괜히, 마도 공국이라고 하겠어?”
여기는 진짜, 마도(魔道)의 끝판왕이었다.
보면 볼수록, 신기한 물품들만 주구장창 튀어나왔다.
어떤 포탈을 탔는데 다른 곳과 연결된 곳도 있었고, 어두컴컴한 방에 버튼을 눌렀는데 방 안이 대낮처럼 밝아진 적도 있었다.
여기는 그야말로, 다른 나라보다 훨씬, 진보된 문명을 가지고 있는 왕국이었다.
“자! 나 따라해 봐. 은근히 쉬워.”
이안이 바닥을 한 번 박차자 이안의 몸이 순식간에 떠올랐다.
그 모습을 보자 나도 한 번 바닥을 박차고 점프해봤다.
그런데.
“진짜, 신기하다.”
바닥과 금세 멀어졌다.
그 상태로 나는 이안을 따라했다.
이안이 공중에 설치되어 있는 장신구들을 건드리면서 움직이자 나는 그때 직감했다.
‘저런 식으로 방향 전환을 하는 거구나.’
탑 천장을 시작으로 길게 늘어진 구조물이 있길래. 처음에는 왜 있는가 싶었더니 저런 이유로 만들어진 거 같았다.
-되게, 신기한 곳이네.
애송이처럼 나도 처음 보는 문물과 한 번도 보지 못한 학문에 내심 놀랐다.
‘마법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활용성만큼은 무시 못 할 수준이야.’
고작, 마법진 하나가 설치됐을 뿐인데 삶의 질이 차원이 달랐다.
사람들이 구조물 밀면서 원하는 책들을 찾아내자 뭔가, 신비롭고, 신기했다.
*
“어?!”
“뭐지?”
흙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고 있자 검문소를 통과하기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은 너도나도 호기심을 가졌다.
고개를 돌려봤는데 흙 먼지가 계속해서 올라왔다.
그런데.
“뭐야? 저 엄청난 군세는?”
“저 깃발은 분명, 신성 에스토피아 제국?!”
“왜 여기에?”
“여기는 엄연히 중립국일 텐데.”
다른 국가도 아닌, 제국의 갑작스러운 침공에 너도나도 소리쳤다.
“제국이 쳐들어왔다!”
“제국의 침공이다!!”
“꿈 아니지?”
“젠장! 망했어. 망했어!”
“맹약을 어길 셈인가?”
“이게 대체, 무슨 날벼락이야..”
소란이 일자 검문소를 지키고 있던 마도사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건, 명백한 조약 파기야!”
수백 명도 아니고 족히, 수만 명이었다.
기마병들이 제국의 국기를 들면서 맹렬한 기세로 달려오고 있었다.
“얼른, 들어오세요!”
“곧 있으면 문이 닫힐 겁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성문 안으로 들어가고 있자 비반은 말 고삐를 더욱 휘둘렀다.
“이럇! 이럇!”
비반이 말의 속도를 더욱 높이자 뒤따르고 있던 기마병들도 자연스레 속도를 더욱 높였다.
다그닥- 다그닥-
그들이 지나갈수록 땅바닥에는 수많은 말밥굽이 찍혀나갔다.
그럼에도 그들의 속도는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뭣들 하는 거야? 속도 더 높여!!”
비반이 언성을 높이자 기사들도 말 고삐를 더욱 힘차게 흔들었다.
그야말로, 엄청난 군세(軍勢)였다.
그 상태로 비반은 활을 빼들고 활시위를 잡아당겼다.
쫘아아아아아아악-
비반이 화살을 당기기 무섭게 그의 손 앞으로는 광휘의 화살이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드디어 보게 되는구나.”
비반의 뒤를 바짝 따라가고 있던 부단장은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한껏 기대했다.
‘진짜, 엄청난 기운이다.’
그를 시작으로 뒤따르고 있던 다른 기사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게으름뱅이가 어떻게 저런 실력을 가질 수 있는 거지?’
‘부럽다. 부러워.’
‘완전, 천재잖아. 매일 빈둥빈둥 거리는 거 밖에 못 봤는데.’
‘저런 분이 귀는 왜 잃었을까?’
모든 기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면서 비반은 잡고 있던 화살 깃을 놓았다.
퍼어어어어엉-!
화살이 바람을 가르면서 날라 가자 기사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뭐가 이렇게 세?”
“위력이 장난 아니다.”
‘이제부터 함부로 무시하면 안 되겠어.’
“활로 저런 위력을 낼 수 있다니.”
“상상조차 하지 못했어.”
“이게 말로만 듣던 명사수(名射手), 비반인 건가?”
아군에게는 사기를 복 돋아줄 정도로 엄청난 위용이었지만, 적군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재앙(災殃)이었다.
“말도 안 돼!”
“진짜, 전쟁이라도 벌일 셈인가?”
강물과 지상을 이어주는 다리, 도개교가 다 올라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던 마도사들은 화살이 날라 오고 있자 당혹감을 감추기 못했다.
화살이 위력을 잃지 않고 여기까지 당도하고 있었다.
“얼른 방어막을 전개하자!”
한 동료가 다급히 말하자 다른 마도사들도 다급히 마법을 영창 했다.
기운을 모으고 양손을 뻗었다.
그 순간.
위잉-! 위잉-! 위잉-!
성문 앞으로 다중 방어막이 완성됐다.
하지만.
쨍그랑-!! 쨍그랑-!! 쨍그랑-!!
화살이 닿는 족족, 방어막이 버티지도 못하고 부서지자 마도사들은 망연자실했다.
“이럴 수가!”
“위력이 이 정도라고?”
“방어막이 다 부서지다니...”
“이건 꿈 일거야.”
화살의 위력이 엄청 나자 제국의 사기는 하늘을 뚫을 기세였다.
“와아아아아아아~!!!!”
“카이사르 황제폐하 만세!”
“에스토피아 제국 만세!!!”
“그 정도 방어막으로 내 화살을 막을 생각을 하다니. 어림도 없지.”
웃으면서 비반은 곧 벌어질 광경을 기대하면서 지켜봤다.
그런데.
“저건 또 뭐지?!”
공간이 갑자기 일그러지더니 화살이 그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도 모자라 감쪽같이 사라졌다.
한 번도 본 적 없던 현상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역시, 잘못 본 게 아닌지 뒤따르고 있던 기사들도 하나같이 놀라기 일쑤였다.
“감쪽같이 사라졌어.”
“난공불락의 요새라더니. 허황된 소문은 아닌 거 같네.”
짧은 감상평을 마치고 비반은 마도 공국으로 말을 열심히 몰았다.
여기도 다른 의미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뭐야?”
“아무 일도 안 일어났잖아?”
성문을 지키고 있던 마도사들은 죽음을 직감하고 눈을 감았는데 아무 일도 안 일어나자 혼란스러웠다.
성문도 어느새 닫혀있었고, 화살의 피해도 받지 않았는지 멀쩡했다.
눈 깜짝할 새에 이상한 일을 겪자 마도사들은 닫힌 성문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를 따름이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혹시..?’
‘설마?!’
*
“왜 이렇게 밖이 소란스럽지?”
내가 기지개를 피면서 나오자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던 이안이 알려줬다.
“잘 잤어?”
“아니, 모처럼 꿀잠 자고 있었는데 밖이 소란스러워서 잠이 확 달아났는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피곤해서 한숨 잤는데.
“제국이 침입했다나 봐.”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서 이안이 알려주자
“그렇구나, 가 아니라 뭐?!”
“제국이 침입했데.”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믿기 힘들겠으면 밖으로 나가봐. 지금 길거리에 난민들로 가득 찼으니까.”
태연하게 말하자 나는 곧장, 밖으로 나가봤다.
그런데.
“맙소사!”
-어이쿠~ 진짜였네.
사람들의 표정들이 하나같이 죽을상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갑자기 전쟁이라니!”
“평화로웠던 시대는 이제 끝난 건가?”
“평화조약을 명백히 어겼어.”
“야심을 이런 식으로 드러낼 줄이야. 이렇게 되면 그동안 기반을 다지기 위한 보여주기 식이나 다를 바가 없어.”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제국이 순순히 평화협정을 맺을 이유가 없지.”
“그동안 소모된 국력을 다시 정비하려고 시간을 번 게 분명해.”
다들, 불평불만과 적개심을 한가득 터트리고 있자 나는 문을 조심스럽게 닫고 다시 숙소 안으로 들어왔다.
“거봐, 내 말 맞지?”
이안이 태평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자 나는 테이블 밑에 있는 의자를 꺼내 바로, 착석했다.
“지금, 느긋하게 커피 마실 시간이야?”
“왜? 커피 마실 수도 있지,”
-종잡을 수가 없는 녀석이네.
‘도저히 생각을 읽을 수가 없어.’
천마의 말대로 이안이 지금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지는 읽을 수가 없었다.
원래, 이런 성격인지.
그것도 아니면 일부러, 차분한 척하는 건지.
알면 알수록, 신비로운 친구였다.
“이제 어쩔 셈이야?”
커피를 꿀꺽 삼키고, 탁자에 커피를 내려놓으면서 이안은 말했다.
“기다려봐야지.”
“뭐? 기다린다고?!”
“지금으로서는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성문도 닫혀서 나갈 수도 없는 입장이거든.”
“그 말인즉슨...?”
“마도공국과 목숨을 함께 할 운명이라는 거지.”
-이거 일이 재밌어졌네.
천마가 화통하게 웃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둘이 아주 죽이 척척 맞았다.
하나는 너무 태평했고, 하나는 전쟁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그게 맞는지.
-심심하던 차에 잘 됐구나.
가뜩이나 심란해 죽겠는데, 천마는 불난 집에 부채질이 아니라 기름을 붓고 있었다.
“변함없이 한결 같아서 좋네.”
“뭐가?”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고개를 내젓자 이안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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