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잔 밑이 어둡다!
“이야~저 검 뭐로 만들어졌길래? 끄덕도 하지 않는데?”
“몰라. 저 검이 지금껏 몇 번이나 버텼는지 알아?”
“아니, 몇 번이나 버텼는데?”
“자그마치 5번이야. 그것도 내로라하는 장인들이 만든 검을 무려, '5'방이나 버텼다고!!!”
마을 친구가 다섯 손가락을 다 피면서 강조하자 모두가 놀라워했다.
“와아~저 검 어떤 자식이 만들었는지 몰라도 기가 막히네.”
“나 이거 끝나자마자 저 검(劍) 사고 만다.”
“누가 할 소리?!! 당연히 내가 살 거야.”
주문이 폭주하는 소리가 귓가에 끊임없이 맴돌자 나는 광대가 승천했다.
듣기만 해도 배가 불렀다.
-어떠냐?
‘야! 앞으로 너 때문에 굶어 죽을 일은 없겠다.’
-고작, 그게 다야...? 칭찬이 뭐 그 따위야?
천마가 투정을 부렸지만 귓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검에만 온통 관심이 쏠렸다.
쨍그랑!
어떤 장인이 또 와서 도전했지만, 그 장인이 만든 검도 앞서 도전한 장인들의 검처럼 여지없이 부서졌다.
그야말로, 떼돈을 벌게 생겼다.
돈이 차곡차곡 쌓이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로버트도 쥐고 있는 검이 예상 외로 잘 버티고 있자 인식이 확 달라졌다.
검이 부서질 때까지 서로 맞부딪쳤는데 다른 장인의 검(劍)이 예상과 다르게 힘없이 부서지자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서질 않았다.
“이 검! 얼마나 버틸 수 있는 걸까?”
대결을 할 때마다 몸소 체감했다.
지금 들고 있는 검이 진짜, 검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너무 단단했다.
검 한 자루가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자 이안도 입 꼬리가 올라갔다.
‘역시, 둘러보기를 잘했어.’
다른 지역에서도 그랬던 거처럼 여기서도 운 좋으면 보물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둘러봤는데 엄청난 가치를 자랑하는 물품이 발견되자 기분이 몹시 좋았다.
이곳은 한순간에 축제가 일어난 거 마냥 열광의 도가니였다.
어떤 사람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좌판까지 깔았다.
“여러분, 재미 삼아 돈 걸어보세요.”
“이번에는 부서진다.”
“아니! 나는 안 부서진다.”
“AC! 나는 돈만 날려 먹었네.”
“나이스! 개 이득 봤다. 이게 다 얼마야?”
사람들이 너도나도 동전을 걸자 도박을 열었던 사람도 광대가 승천했다.
검이 부서지지 않자 천마의 기세도 더욱 불타올랐다.
-내 검을 부수려면 몇 백 그릇은 더 먹고 와야 할 거다. 이것들아.
‘악연이 아니라 알고 봤더니 행운이었어.’
애송이가 좋아하자 천마도 덩달아서 기분이 UP!됐다.
‘역시, 어리긴 어리다니까. 고작, 돈에 현혹되다니. 그래도 뭐...해준 보람은 있네.’
*
철컥철컥-
갑옷을 입고 부하들을 대동한 채, 마을을 둘러보고 있던 ‘그레이트’는 다른 골목길도 살펴보려는 순간, 반대편 골목 쪽에서 수많은 인파들이 몰려있자 미간을 찌푸렸다.
“왜 사람들이 몰려있는 거지?”
“듣기로는 검 싸움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부단장의 설명에 그레이트는 곧바로 언성을 높였다.
“그럼, 이럴게 아니라 말려야지! 뭐하고 있어?”
“그레이트 님. 오해하셨습니다! 검 싸움이 검으로 결투하는 싸움이 아니라 검의 강도를 결투 짓는 그 싸움 말입니다.”
“난, 또 뭐라고...”
부단장의 설명에 그레이트는 곧바로 안도하고, 발길을 그 곳으로 움직였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한 번 가보지.”
“네, 알겠습니다.”
인파가 가로막고 있자 부단장은 기사들을 이끌고 그레이트 보다 먼저 앞장서서 길을 만들었다.
철컥철컥-
'루'의 기사들이 빛나는 갑옷을 입은 채로 다가오자 축제처럼 즐기고 있던 사람들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야! 얼른 비키자.”
“괜히, 건드렸다가 좋을 거 없어.”
다른 사람들도 성기사(聖騎士)들이 급작스럽게 들어 닥치자 순식간에 길을 비켜줬다.
그 순간, 나와 천마도 소란스러움을 느끼고 주의를 기울였다.
‘뭐지?’
-되게 익숙한 기운이네?
반면에 로버트는 사람들 사이에서 백색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점점 등장하고 있자 검을 잠시 내리고, 이안을 지키기 위해 다가갔다.
“이안님.”
“나도 봤네. 루의 기사들이군.”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로버트도 소동을 일으킨 주범들을 봤다.
그들이 등장하자마자 뜨거웠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하지만 녀석들은 눈치가 없는 듯.
“어서 조아려라. 이 분이 누군 줄 아느냐? 바로...”
“그 정도로 하지!”
그레이트가 한 손을 들면서 제지하자 소개를 하고 있던 그는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가 알아들은 듯 입을 다물자 그레이트는 그 곳을 한 번 둘러봤다.
그새, 많이도 부서트렸는지 부서진 검 파면이 바닥에 한가득 했다.
‘이참에 새로운 검을 하나 장만해볼까?’
욕구가 약간 샘솟았다.
“지금까지 버틴 검이 어떤 건지 알 수 있겠나?”
“저..검입니다.”
대중 속에서 한 젊은 남성이 누군가가 들고 있는 검을 가리키자 그레이트는 다가가 정중히 부탁했다.
“내가 그 검 좀 한 번 봐도 되겠나?”
“이안...”
로버트가 입을 떼기 무섭게 이안이 대신 말을 마쳤다.
“당연히 됩니다.”
“여기 있습니다. 루의 기사시여.”
“고맙네. 잠시만 살펴보겠네.”
로버트에게 검을 건네받은 그레이트는 검을 이리저리 살펴봤다.
‘검이 잘 정련되어 있군.’
이 정도면 웃돈을 주고 살만했다.
“그럼, 어디...”
그 말을 내뱉으면서 그레이트가 힘을 발휘하자 영롱한 빛이 검에 점차 휩싸였다.
그 모습에 군중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건?!!”
“오러지..?”
“와아~신기하다. 처음 봐.”
“역시, 루의 기사들이야.”
“고작, 이 정도에 놀라다니.”
하층민들이 놀라자 그레이트의 부하들은 코웃음을 쳤다.
‘다음 장면을 보면 얼마나 놀랄까?’
"반응 재밌네."
역시, 예상대로였다.
그레이트가 넘실거리던 신성력(神聖力)을 더욱 조밀하게 만들자, 군중들은 또 다시 눈이 휘둥그레졌다.
“말도 안 돼...”
“소드마스터였어?”
“벌써 저 경지에 접어들었다니.”
“저 어린 나이에?”
“말로만 들었는데 오러 블레이드를 직접 볼 줄이야...”
하지만 나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 긴장했다.
‘루의 기사들일 줄이야.’
그들의 정체를 알게 되자 마음이 물결쳤다.
반면에, 천마는 적개심이 가득해 보였다.
-역시, 착각이 아니었어.
‘혹시..?’
-그래, 그 설마가 맞아. 어쩐지 익숙하더라니.
기분 탓이었으면 싶었지만, 천마가 옳다고 하자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천마의 말대로 라면 ‘루’가 허울 뿐인 신이 아니라 실존했던 신(神)이라는 소리였다.
천마가 이를 갈면서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자 나는 이 상황이 얼른 끝나기를 진정 원했다.
그런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갔다.
“이 검을 만든 이가 누군지 알 수 있겠나?”
그레이트가 묻기 무섭게 군중들이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 어린 친구입니다.”
“그것도 6번이나 버텼습니다.”
“실로 인재입니다.”
‘6번이나 버텼다고?’
그 말이 정말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검은 생각보다 멀쩡했다.
날이 나갔기 했지만, 이 정도는 아무리 봐도 생채기 수준이었다.
‘한 번 시험해보고 싶군.’
흥미가 몹시 돋았다.
“저도 검의 강도를 한 번 시험 해봐도 되겠습니까?”
그레이트가 묻자 나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다, 당연히 됩니다.”
“그럼, 사양하지 않고 해보겠습니다.”
그레이트가 로버트에게 검을 다시 내밀자 로버트도 눈치껏 검을 다시 받고 잠시 거리를 벌렸다.
그 순간, 좌중은 무거운 적막감이 흘렀다.
‘어떻게 될까?’
‘소드마스터가 쓰는 검은 뭐가 달라도 다르겠지?’
‘소드마스터 검까지 버티면 가격은 어떻게 되는 거야?’
‘에이~설마...’
모두가 의구심과 호기심을 잔뜩 가지고 로버트와 그레이트의 대치 상태를 지켜봤다.
“준비되셨습니까?”
“네, 언제든지 달려오셔도 됩니다.”
그레이트가 웃으면서 말하자 로버트는 사양하지 않고 검을 꽉 쥐면서 달려갔다.
로버트가 무서운 기세로 달려오자 그레이트도 합을 맞추기 위해 허리춤에 매고 있던 검 손잡이를 사뿐히 쥐었다.
그렇게 두 남성이 격돌하는 순간.
로버트는 검을 아래로 휘둘렀고, 그레이트는 아래에서 위로 발검(拔劍)했다.
그런데.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누가 이긴 거야?”
“설마...버틴 건가?”
한 군중이 그 말을 내뱉기 무섭게 결과가 드러났다.
콰직- 콰지지지직-
내 검(劍)이 금이 가면서 부서지고 있자 허무함이 왕창 들었다.
‘내가 갖은 고생을 하면서 만들었는데...’
-야! 말은 똑바로 해야지. 8할은 내가 다 했잖아.
‘야! 그게 중요해? 엄청난 가치를 가진 검이 부서졌다는 게 중요하지.’
내가 만든 검이 점차 금이 가더니 결국에는 검의 파편이 되면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쨍그랑! 쨍그랑! 쨍그랑!
결과가 드러나자 무거웠던 침묵은 한순간에 함성으로 바뀌었다.
“우와!!!”
“역시 소드마스터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니까.”
“어휴~내 심장 쫄깃쫄깃한 거 좀 봐.”
‘젠장, 또 꼴았어.’
“드디어 무패 신화가 깨졌네.”
이번에는 배당률도 50대50이라서 재미 삼아 동전을 걸었던 사람들의 희비(喜悲)도 완벽히 엇갈렸다.
“한동안 손가락만 쪽쪽 빨아야 할 처지라니...”
“와아~땄다. 땄어.”
하지만 군중들이 환호했지만 그레이트는 품에서 돈 자루를 꺼내, 나에게 다가오더니 돈 자루를 내밀었다.
“검의 값 2배입니다. 이 정도면 괜찮으시겠죠?”
“이걸 왜...?”
내가 조심스럽게 물어보자 그레이트는 싱긋 웃었다.
“당신의 검 값어치입니다. 재료가 좋아서 이긴 거지, 당신의 기술은 아무리 봐도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내가 의문을 가지자 옆에 있던 이안이 넌지시 알려줬다.
“철광석이 미스릴을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요.”
“미스릴이었다고..?”
나뿐만 아니라 군중들도 눈이 번쩍 떠졌다.
“내가 아는 그 미스릴이라고?”
“역시, 다른 신전보다 루의 신전이 대단하긴 하구나~!!!”
“1g당 금화10덩어리를 한다는 그 미스릴로 만든 검이었다니...”
“암만 봐도 질 수밖에 없었네.”
그레이트는 재료를 알아본 이안에게 고개를 돌렸다.
“제법, 눈썰미가 좋으시네요.”
“상단을 몰고 있어서요.”
“아~그러셨군요. 상단을 몰 정도면 미스릴을 모를 수야 없겠죠. 그럼, 여기에 두고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그레이트가 바닥에 돈 자루를 놓고 기사들을 대동한 채 돌아서자 나는 바닥에 놓인 돈 자루와 멀어져 가는 그를 보면서 잠깐 고민에 휩싸였다.
“이걸 받아야 해, 말아야 해?”
천마의 눈치가 보여서 어찌해야 될 줄 몰랐다.
그런데.
“정당하게 받은 보수에요. 그냥, 받으세요.”
-그냥, 받아. 내 눈치 볼 거 없이.
이안의 시작으로 잠잠히 있던 천마도 돈 자루를 받으라고 지시하자 나는 바닥에 있던 돈 자루를 줍고 얼른 액수를 확인해봤다.
그런데.
“뭐야?”
“왜요? 적은가요?”
이안이 묻자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게 아니라 너무 많아서요.”
내가 살짝 보여주자 이안은 웃었다.
“제법, 통이 큰 분이네요.”
“그러게요.”
-고작, 이 정도에 놀라다니. 마음만 먹으면 돈 버는 거는 식은 죽 먹기야.
천마의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검의 가격이 말도 안 됐다.
‘은화도 아니고 금화라니.’
금색 빛깔이 영롱한 자태로 빛나고 있자 눈이 돌아갔다.
“살면서 이런 돈을 만지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 순간, 나는 시선을 내려 내가 좌판에 깔아 놓은 검과 화살, 낫, 괭이, 농기구들을 살펴보면서 머릿속으로 재빨리 계산을 때렸다.
‘이걸 다 팔면 도대체 얼마야...?’
모든 물품들이 돈으로 보여서 미칠 지경이었다.
내가 돈에 환장하자 천마는 기가 차는지.
-돈에 아주 눈 돌았네. 눈 돌았어.
돈독에 빠진 듯 보이자 혀 끝을 매우 찼다.
'벌써부터 돈맛을 알아버리다니, 이거 골치 아파지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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