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건드리다!!!
“괜찮으십니까. 단장님!”
부단장이 다가와서 어깨를 빌려주자 그레이트는 웃었다.
“고맙네. 자네 아니었으면 모두들 앞에서 추한 꼴을 보여줄 뻔 했어.”
“단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누가 감히, 단장님을 그렇게 보겠습니까.”
부단장은 울컥 올라왔지만, 참았다.
지금 아무리 봐도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
졸리신지 눈꺼풀이 점점 감기고 있었다.
“바보 같은 녀석!”
멀찍이 떨어져서 지켜보고 있던 비반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루’를 섬기는 집단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목숨까지 걸 필요가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상대가 강하면 잠시 물러났다가 병력을 더 충원하고 오면 될 것을.
녀석은 독단적이고, 무식하게 행동했다.
“하여튼, 미련한 녀석이라니까.”
고개를 내젓고, 비반은 나뭇가지 위에서 점프해, 사뿐히 착지했다.
녀석의 모습은 자신이 알던 녀석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꼴이 말이 아니었다.
점차 꺼져가는 불씨처럼 초췌하고, 노쇠했다.
*
“근데 이거 언제까지 쏴야 하는 걸까?”
“몰라. 그냥, 시키는 대로 하자.”
병사들은 받은 명령대로 화살을 연신 쏠 뿐이었다.
그동안, 물속으로 낭비한 화살만 추정하자면 몇 백 발은 쏜 거 같았다.
그런데.
“뭐야? 살아있는 거야?”
“말도 안 돼!”
물이 끓는 거처럼 기포가 부글부글 올라오자 병사들 뿐만 기사들의 안색도 급격히 어두워졌다.
“진짜, 괴물이 따로 없잖아.”
“이게 말이 돼?!”
부단장의 어깨를 잠시 빌리고 있던 그레이트도 기포가 부글부글 올라오자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결국, 실패하고 만 건가.”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도 그럴게.
강물 밖으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강대한 마력이 뿜어지고 있었다.
그게 맞는지.
잔잔했던 물결이 소용돌이치자 병사들도 놀라기 일쑤였다.
“저게 뭐야?”
“재앙이 도래하고 만 건가. 정말로?”
경계심을 잔뜩 가지고 모두들 숨을 죽였다.
물속에서 괴물이 어서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이건 또 뭐야?”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지?”
소용돌이 쳤던 강물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다시 잠잠해졌다.
마치 놀리는 거 같았다
물보라가 마음을 갖고 놀자 병사들뿐만 아니라 기사들도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반면에, 숲 속을 달리고 있던 비반은 눈을 번뜩였다.
“역시...”
쉽게 죽을 녀석이 아니었다. 물에 빠진 애송이가 나오고 있었다.
그것도 두 눈을 붉게 물들인 채.
-내가 살다 살다 물에 빠진 생쥐 꼴이라니.
천마가 불평을 늘어놓았지만, 나는 천마의 행동에 연신 감탄하기 바빴다.
‘진짜, 괴물이 따로 없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는 아닌지 반대 측도 열띤 반응이 일어났다.
천마답게 물에 나오는 장면부터 범상치 않았다.
“물을 손으로 짚고 나오고 있어.”
“저게 말이 되는 거야?”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거는 아니지?”
천마가 수면을 짚으면서 물 밖으로 빠져나오자 그레이트뿐만 아니라 비반도 경악성을 내뿜기 바빴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 거지...”
“저게 가당키나 한 거야?”
모두가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자 천마는 녀석들의 표정을 면밀히 살펴봤다.
-고작, 이런 걸로 놀라다니.
재수 없었지만, 다들 반박하지 못했다.
그만큼 천마가 보여준 무위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천마는 물에서 빠져나오는 장면 하나로 사람들의 말문을 막히게 만들었다.
그런데
“찝찝해 죽겠네.”
수면을 밟으면서 천마는 녀석들 표정보다는 젖은 옷이 더 신경 쓰이는지 짜증을 잔뜩 부렸다.
할 수 없이 힘을 사용했다.
이글이글, 뜨거운 열기가 올라오자 나뿐만 아니라 적들도 놀랬다.
“저게 말이 돼?”
“열기가 나고 있어.”
“.....”
도저히 싸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싸우기 전부터 사기가 잔뜩 꺾이자 그레이트는 다급히 소리쳤다.
“루의 기사들이여! 기사로서 악의 덩어리를 해치우는 게 우리의 사명이자, 책임이다! 그런 너희들이 나약하게 겁을 먹다니. 기사가 된 자로서 수치를 범하지 말아라!”
그 말과 함께 그레이트가 장렬히 달려가자 부단장뿐만 아니라 기사들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단장님!!!”
“그레이트 님!!!”
반면에, 천마는 별 거 아닌 일 마냥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있었다.
“삭신이 수시네.”
몸을 풀기 위해 첫 번째로는 목을 좌우로 움직여주면서 목을 풀어줬고, 두 번째로는 한 손가락씩 구부리면서 풀어줬다.
뽀드득- 뽀드득-
뼈 소리가 나자 그제야, 천마는 만족스러운지 웃었다.
-이제야, 좀 움직일 만 하네.
그런데 그 모습이 남들에게는 심상치 않은 모습으로 느껴졌는지 다들 싸우기도 전에 꼬리를 잔뜩 내리고 있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마왕이 강림했어.”
천마가 움직일 때마다 그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병사와 기사들은 천마의 사소한 움직임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그 모습에 나는 혀를 내둘렀다.
‘이 정도면 눈빛 만으로도 사람을 충분히 죽일 수 있겠는데?’
농담이 아니라 진담이었다.
천마라면 진심으로 가능할 거 같았다.
그런데 그걸 증명하기라도 하듯.
천마가 수면을 밟고 있던 발바닥을 잠시 들었다가 다시 밟자 예상치 못한 일이 또 발생했다.
펑! 펑! 펑! 펑! 펑!
물기둥이 연속적으로 솟아오르자 달려가고 있던 그레이트는 쇠약해진 몸으로 피하지도 못하고 직격타를 제대로 맞았다.
풍덩!
물속으로 빠진 그레이트는 꼬르륵 거리면서 수심 아래로 점차 빠져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병사들뿐만 아니라 기사들은 허둥지둥 도망치기 바빴다.
하지만.
-바보 같은 놈들!
녀석들이 저지른 불길이 길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었다.
-업보를 저질렀으면 책임을 질 줄 알아야지.
천마의 그 말은 그야말로 사망 선고나 다름이 없었다.
모두가 혼비백산에 빠졌다.
“젠장!”
“길이 막혔어!”
파릇파릇했던 수풀이 이제는 잿더미 밖에 남지 않았다.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녀석들이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에 빠지자 천마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물 먹인 대가를 이자까지 쳐서 두둑이 받아주마!
‘이럴 때 보면 진짜, 신기하다니까.’
낯 뜨거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모습이 이제는 대단해 보였다.
처음에는 닭살이 돋았지만, 이제는 익숙해졌는지 해탈의 경지에 접어들었다.
반면에.
“오지 마!”
적들은 벌벌 떨었다.
“이 사탄아!!”
“재앙이 진짜로 도래하고 말았어.”
“이 괴물 같은 자식.”
뭘 하지도 않았는데 녀석들이 겁을 잔뜩 먹자 천마는 웃었다.
수면 위를 걸으면서 녀석들을 향해 조금씩, 조금씩 다가갔다.
-이런 기분 참으로 오랜만이군.
녀석들 때문에 옛 추억이 떠올랐다.
그때도 눈앞의 녀석들처럼 반응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강호에서 이름 좀 날린다는 놈들도 이랬다.
눈앞의 녀석들처럼 눈동자에는 두려움과 경외심이 공존했다.
범접할 수 없는 존재를 맞닥트린 거처럼 어쩔 줄 몰라 했다.
천마가 다가갈수록 녀석들의 얼굴에는 그림자가 졌다.
심지어는 불길 속이 더 낫다고 판단했는지.
“으아아아악!”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녀석까지 생겨났다.
그 모습에 나는 치를 떨렸다.
‘진짜, 내 편이라서 다행이다.’
천마가 상대라고 생각해보자 온 몸이 소스라쳤다.
‘약점이라는 게 있기나 한 걸까?’
그야말로, 완벽한 존재였다.
오랜만에 맛보는 나들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천마는 녀석들의 절규를 보면서 입 꼬리를 내리지 못했다.
-그럼, 어디 한 번 시작해볼까?
그 말을 내뱉기 무섭게 천마는 행동을 바로 개시했다.
천마가 의지를 불어넣자 수심 아래에 잠들어 있던 검이 깨어났다.
돌에 박혀있던 검이 천마랑 공명하더니 바위를 부수고, 물살을 헤치면서 물 밖으로 튀어나왔다.
푸와아아아아아-!!!
수면 밖으로 검이 혼자서 튀어나오자 나는 어이가 없었다.
검을 잠시 잊고 있었다는 현실보다는 눈앞의 상황이 더욱 이해가 안 될 따름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
-잘 지켜보고 있어. 싸움이라는 게 뭔지, 한 수 알려 줄 테니까.
천마가 호언장담했지만, 나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검(劍)이 내 몸 주위를 날개라도 달고 있는 거 마냥 날라 다녔다.
천마가 기상천외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병사들과 기사들은 이제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걸 알았는지 부딪칠 준비를 했다.
“젠장!”
“까짓것 한 번 해보자고!”
“여기까지 온 이상, 우리가 영웅이 되는 거야.”
“운 좋으면 역사에 이름 한 자는 들어가지 않겠어?”
“모두 다 살아남자~!!! 돌격!!!”
함성을 내지르면서 녀석들이 달려오자 천마는 가소로운지 코웃음을 쳤다.
-아무리 숫자가 많은들! 압도적인 힘 앞에서 무력하다는 걸 뼈저리게 깨닫게 해주마!
천마는 녀석들을 보면서 검을 날려 보냈다.
슝- 슝- 슝- 슝-
녀석들보다 화살이 먼저 당도했지만, 천마는 가소로운지 입 꼬리가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다시 수면을 밟자 이번에는 거대한 물기둥이 솟아오르더니 화살다발을 아무렇지 않게 막아냈다.
화살은 물기둥에 닿는 족족,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야말로, 엄청난 장관이자 수풀 속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비반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야말로, 악마 같은 힘이구나.”
여태껏 해치운 악마들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비교 자체가 안 됐다.
눈앞의 악마는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힘을 보여주고 있었다.
악마의 손짓 하나에, 발짓 하나에 지형지물이 변화했다.
전지전능(全知全能)하신 신(神)같았다.
신(神)에 필적했다.
아니! 그냥, 신(神)이었다.
“인원을 아무리 데려온다고 한들 저 악마한테는 코풀기 정도야.”
오히려, 우리 쪽 희생과 피해만 더욱 커질 게 분명했다.
아무리 봐도 양보다는 질이 더욱 중요해 보였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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