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가의 王
녀석들이 떼 지어서 몰려오자 나는 하나씩, 하나씩 보면서 차근차근 회피했다.
어떤 자식이 목을 노리면서 칼을 휘두르자, 목을 뒤로 쭉 뺐다.
휙-
눈앞에서 서슬 퍼런 칼날이 지나갔지만, 나는 눈 깜빡이지 않고, 녀석의 복부를 발로 밀었다.
그 순간.
“젠장!”
“야! 뭐하는 거야!!”
그 녀석이 속수무책으로 뒤로 벌러덩 쓰러지자 막 달려들던 녀석들도 뒤로 자빠졌다.
꽈당-! 꽈당-!
녀석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지자, 나는 웃음을 터뜨리면서 쉴 틈이 없이 움직였다.
어떤 녀석이 또 달려들고 있자 다시 회피하고, 이번에는 녀석의 얼굴에 주먹을 갈겼다.
퍼억-!
제대로 맞았는지 녀석의 고개가 뒤로 확 꺾이면서 치아 두 개가 하늘 위로 솟구쳤다.
-강냉이 제대로 맞았네.
천마의 말대로 그런 듯 녀석도 그 한 방으로 벌러덩 쓰러졌다.
애송이가 잘 싸우고 있자 흐뭇하게 바라봤다.
‘이제, 제법 티가 나네.’
소질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어중간했던 실력이 이제는 제법 물이 올랐다.
-역시, 실전이 최고야!
실전만큼 최고의 공부는 없었다.
경험이야말로, 속성으로 강해질 수 있는 지름길이었다.
그동안 답답했지만, 열심히 가르친 보람이 있는지 애송이가 능수능란하게 잘 대처했다.
‘지금이야!’
어떤 녀석이 뒤를 노리고 달려들자 나는 곧바로 몸을 돌리고 녀석의 손목을 잡았다.
그 뿐만 아니라 힘을 줬다.
꽈악-
그 순간, 녀석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끄아아아아악!!”
녀석이 괴성을 질렀지만, 나는 싱긋 웃었다.
“검 좀 잠시 빌릴게.”
그 말과 함께 나는 녀석의 팔을 잡아당겨서 녀석이 쥐고 있던 검으로 막 검을 휘두르던 녀석의 검을 막았다.
챙!
그 순간, 녀석은 이런 식으로 막을 줄은 몰랐는지 화들짝 놀랐다.
“말도 안 돼!”
녀석의 놀란 눈동자를 보면서 나는 녀석의 복부를 발로 차고, 잡고 있던 녀석의 손목은 순간적인 힘으로 비틀었다.
뽀드드득-
녀석이 괴로운지 비명을 내지르자 나는 귀가 따가워 막 달려들고 있는 녀석들을 향해 그 녀석마저도 내던졌다.
그러자 녀석들은 피하지도 못하고 또 다시 뒤로 자빠졌다.
꽈당-! 꽈당-!
엉덩방아를 찧는 게 몇 번째인지 몰랐다.
“젠장! 또 넘어졌어.”
“미친 XX!!!”
“괴물이야.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엉덩이를 매만지면서 녀석들은 나를 두려운 눈길로 쳐다봤다.
그야말로, 싸움의 귀재(鬼才)였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달려드는 녀석들 때문에 쉴 틈이 없었다.
휙-
피하고, 주먹으로 때리다가 이번에는 두 명이 양쪽에서 칼을 동시에 찌르자, 순식간에 뒤로 물러나면서 녀석들의 칼이 눈앞을 지나갈 때, 나는 칼을 쥐고 있는 손목을 하나씩, 하나씩 붙잡았다.
그 순간.
‘응?!’
‘잡혔다고?’
녀석들도 다른 녀석들처럼 반응이 비슷했다. 눈동자가 커졌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잡혔다.
하지만 싱긋 웃으면서 나는 잡고 있던 손목을 잡아당기면서 녀석들의 뒤통수로 손을 재빠르게 옮겨서 이마를 부딪치게 만들었다.
뒤통수를 잡고 힘을 주자
띵~~~~!
박치기 한 녀석들은 엄청난 괴로움에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윽!”
“으악!”
두개골이 부서질 것만 같았다.
머리를 부딪치는 순간, 충격이 장난이 아니었다.
지금도 골이 울리고, 뇌가 울렸다.
하지만 내 선물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퍽-! 퍽-!
녀석들의 가슴팍을 향해 양팔을 뻗으면서 내가 한 번 더 고통을 선사해주자 녀석들은 충격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럴 틈조차 주지 않았다.
“커헉!”
“우웩!”
가슴팍에 손바닥을 맞자마자 녀석들은 허리가 ‘ㄱ’자로 곧바로 꺾이면서 뒤로 벌러덩 쓰러졌다.
철푸덕- 철푸덕-
그쯤 되자 녀석들도 현실을 깨달았는지 한둘씩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놈이 아니었어.’
‘어디서 이런 괴물이 나타난 거지?’
한 눈에 봐도 잔뜩 겁먹은 표정이자 천마는 심드렁했다.
-이렇게 된 이상, 싸우나 마나네.
아무리 달려들어도 싸움이 일방적으로만 흘러가자 녀석들도 그제야, 격차를 이해했는지 애송이가 막 달려들려는 자세를 취하자 녀석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순식간에 흩어졌다.
“다들, 도망쳐!”
“괴물이야!”
“건드려도 잘 못 건드렸어!”
“저 자식! 정체가 뭐냐고. 대체!!!”
“드디어 갔네.”
녀석들이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지자 나는 싸우면서 참아왔던 숨을 골랐다.
고개를 돌려보니 앞 뿐만 아니라 뒤에 있던 녀석들까지 도망쳤다.
“어땠어?”
내가 평가를 부탁하자 천마는 평소처럼 무미건조했다.
-요령 좀 생겼던데.
“그래?”
-그래도 너무 좋아하지 마라. 아직 갈 길은 멀고도 멀었으니까.
칭찬이 인색했지만, 나는 만족했다.
이 정도도 감지덕지였다.
콧대가 높으신 존재답게 날마다 들을 수 있는 칭찬이 아니었다.
*
짹짹-
새들이 지저귀고 정원이 아름답게 가꿔져 있지만 분위기는 우중충했다.
“정말, 가실 생각이신가요?”
“그렇습니다.”
검성(劍聖), 마틴이 뜻을 굳힐 생각을 하지 않자 성녀(聖女), 알리아나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차를 대접하려고 만든 자리가 이런 식으로 흘러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노년은 속세에서 벗어나 살고 싶으시다고 하셨잖아요.”
“아무래도 노망이라도 난 거 같습니다.”
‘노망이라니...’
아직, 그는 팔팔해 보였다.
그 나이 대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관리를 무척 잘한 편이었다.
“힘이 부치기 전에 성녀님의 근심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 싶습니다.”
“제 힘이 부족해서 마틴 님이 나서시다니 면목이 없습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성녀(聖女)님 탓이 아닙니다. 성녀님이 그곳에 있었더라도 녀석을 말리지는 못했을 겁니다.”
“하긴...기사도 정신이 워낙, 투철하신 분이셨죠.”
고개를 나직이 끄덕이고, 알리아나는 궁금증이 생겨서 물어봤다.
“오늘 당장 출발하실 건가요?”
“아닙니다. 폐하를 알현하고 갈 생각입니다.”
“그럼, 저는 잘 되시기를 기원하고 있도록 하겠습니다. 가시는 길, 축복이 가득하시기를 빌게요.”
“감사합니다. 성녀님!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마틴이 의자를 뒤로 밀고 일어나자 알리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사히 돌아오시기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를 하고 마틴이 몸을 돌리자 알리아나는 수심이 가득한 눈동자로 점차 멀어지고 있는 마틴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이번에는 다행스럽게도 불길한 징조 같은 게 안 보였지만, 걱정의 끈을 함부로 놓을 수가 없었다.
‘부디, 다시 봤으면 좋겠어...’
*
“이겨라!”
“야! 그래 가지고 맞겠어?!!”
“뭐하는 거야!!!”
“좀 더 가까이 붙으라고!”
“그래! 바로 그거지!”
사람들은 철조망 안에서 맨 주먹으로 싸우고 있는 두 남성을 보면서 열광하고, 비난했다.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따야해!”
“오늘 왠지 모르게 역배 같더라니까.”
“X발! 저 자식 오늘 상태 왜 저래!!!”
그런 곳을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다급히 들어와 도박 중독에 빠진 수많은 인파를 지나 다급히 움직였다.
‘괴물 같은 자식! 기다려라.’
“기필코, 복수하고 만다!”
“형님이라면 녀석 따윈 식은 죽 먹기일 거야.”
참패를 당한 그들은 긴 지하 통로를 지나 문 앞에 섰다.
그도 그럴게.
문 앞에는 떡대가 벌어진 두 남성이 양 옆으로 서서 문을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다.
문지기들이 손을 뻗으면서 진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너희들이 여긴 어쩐 일이야?”
“형님 좀 만나러 왔어.”
“형님은 개뿔. 누가 네 형님이야?”
“아주 철면피를 깔았네. 그보다 상납금은 언제 낼 생각이야?”
녀석들이 닦달하자 그들은 화를 꾹 참았다.
여기서 화를 내봤자 오히려, 손해였다.
“아직 시일이 남아있으니까. 시간 좀 주면 금방 마련할 수 있어.”
“그래, 그러니까 너무 닦달하지 마!”
“누군 안 주고 싶어서 안 주는 줄 알아?!!”
눈앞의 녀석들은 어느 날 갑자기 이 도시로 들이닥쳐서는 암흑가의 왕(王)처럼 군림했다.
주변에 있던 조직들을 순식간에 와해 시키거나, 흡수하면서 세력을 급속도로 키워나갈 뿐만 아니라 돈 되는 사업이라면 뭐든 서슴지 않았다.
사설 투기장이든, 사설 도박장이든, 심지어 사람을 납치해서 인신매매까지 강행했다.
그야말로, 악질(惡質)의 끝판 왕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게 맞는지.
“그럼, 얼른 움직여. 납기일 맞춰야 할 거 아니야.”
“여기 와서 빌붙을 생각하지 말고!!”
문지기들이 눈을 매섭게 뜨는 그때.
“왜 이렇게 시끄러?!”
문 안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문지기는 황급히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아무것도.”
“형님! 도와주십시오. 상납금 2배로 낼 테니. 한 놈만 조져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 순간, 문지기들이 언성을 높였다.
“야! 썩 안 꺼져!!”
“왜 여기 와서 추태야! 괜히, 일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좋은 말로 할 때 썩 꺼져라~!!!”
“상납금 2배라고 했어? 방금?!”
하지만 흥미가 돋았는지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2배...아니, 3배도 내겠습니다. 한 놈만 족쳐주시면!!!”
“그렇단 말이지~들어와 봐!”
허락이 떨어지자 문을 가로 막고 있던 문지기들은 팔을 내리고 고갯짓을 했다.
“운 좋은 X끼!”
“얼른 들어가 봐.”
손을 치워주자 그들은 환한 표정을 지었다.
이로써, 희망이 생겨났다.
상대방이 관심을 가졌다는 말은 반쯤 넘어왔다는 소리와 다를 바가 없었다.
‘기다려라. 이 자식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녀석에게 한 방 먹여줘야 직성이 풀릴 것만 같았다.
이렇게 추하게 당할 수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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