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풀린 수수께끼!!!
‘갑자기 강행군이라니...’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쉬지도 못하고 출발하는 걸까?’
단원들은 의문을 한껏 가지면서 상단을 이끌고 있는 이안의 뒤를 따라갔다.
그들 중, 잠을 도저히 참을 수 없는지 수레를 끌고 있던 마부는 연신 하품했다.
“하아~”
‘피곤해 죽겠네.’
그러다 말을 타고 경계를 서고 있던 로버트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마부는 곧바로, 잠이 안 온 척 돌변했다.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말고삐를 열심히 흔들었다.
"이럇! 이럇!"
하지만 별 관심이 없었는지 로버트가 말고삐를 흔들면서 앞장서고 있던 이안에게 다가갔다.
“이안님. 정말, 탁월한 선택이셨습니다.”
“지금쯤이면 루의 기사들이 우리를 잡기 위해 혈안일 게 분명하겠지?”
“무조건, 그럴 겁니다.”
루의 기사단이 우리가 머물기로 한 객점을 뒤지기 전에 검문소를 무사히 빠져나와서 천만다행이었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이었다.
그 생각만 하면 아찔한지 말을 타고 앞장서고 있던 이안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찔할 뻔했어.’
진짜, 일분일초가 귀중한 시간 싸움이었다.
데미안이 루의 기사단과 원수 관계가 되자 제일 먼저 걱정됐던 게 바로, 단원들과 우리의 입지였다.
그들은 분명, 우리를 잡기 위해 이 잡듯이 뒤질 거라고 판단했고, 객점으로 돌아가자마자 단원들에게 부랴부랴 챙기게 하고 검문소를 무사히 빠져나왔다.
‘그때, 경비대장이 의심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돈을 두둑이 챙겨준 효과가 있는지 경비대장은 별 의심 없이 우리를 통과시켜줬다.
진짜, 그때 당시만 생각한다면 아직도 등골이 서늘했다.
“이런 식으로 흘러갈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귀중한 인연인 될 줄 알았는데 알고 봤더니 악연 같았다.
‘데미안 때문에...’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죄인 마냥 야반도주를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고개를 살짝 돌려, 단원들의 표정을 한 번 살펴보니 다들 불만이 한가득 있어 보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잡힌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어.’
그만큼 루의 기사단은 막강하고, 입지가 너무 강했다.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
“도착했구나.”
“역시, 집이 편하다니까.”
이번 기회로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변함없는 보금자리로 돌아오자 나도 감개무량했다.
‘선물 사러 갔다가 그런 일이 생길 줄, 누가 알았을까?’
-근데...
천마가 말문을 여는 순간.
“데미안, 잠시 따라오지 않겠니.”
아저씨가 어딘가로 가면서 나를 부르자 나는 아저씨를 따라갔다.
“나도 같이 갈래요.”
에밀리아도 궁금증이 들었는지 따라오자 아저씨는 그래도 된다는 듯이 별 반대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와 에밀리아는 궁금증을 한껏 가지고 따라갔다.
아저씨가 데리고 온 곳은 다름이 아니라 서재였다.
‘여기는 왜 데리고 오신 걸까?’
-보답의 의미로 책이라도 선물 하려는 건가?
‘에이~설마...?’
그런데
천마의 말대로 정말 그럴 생각이신지 아저씨가 책상 서랍을 열었다.
“받으렴.”
아저씨가 책상 서랍에서 꺼낸 물건은 알고 봤더니 책이 아니라 주머니였다.
아저씨가 그 주머니를 건네자 나는 우선, 조심스럽게 받았다.
그런데.
“이게 뭐에요? 아저씨?”
“선물이란다.”
-뭐야? 만년필의 대가가 고작 주머니라고?
천마가 불만을 가졌지만, 나는 아저씨를 보면서 싱긋 웃었다.
“고맙습니다. 소중히 간직할게요.”
“아빠, 나는요?”
에밀리아도 받고 싶어 하는 눈치이자 알렉스는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하여튼, 욕심은 많아 가지고는! 나중에 만들어 줄 테니. 좀 기다리렴.”
“진짜죠?”
“그래~ 진짜로 만들어주마.”
그 이후로 나는 단, 하루지만 유난히 힘들었던 피로를 풀기 위해 방으로 곧장 들어와 물컹물컹한 이슬 침대에 몸을 곧바로 던졌다.
풀썩-
이슬 침대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편안했다.
“역시, 뭐라 해도 집이 최고라니깐!”
천장을 보면서 나는 바지주머니에 선물 받았던 주머니를 꺼냈다.
“아저씨가 평범한 걸 줄 리가 없을 텐데.”
-하긴, 생각해보니 그러긴 해.
천마도 인정하자 나는 부푼 꿈을 가지고 주머니를 열어봤다.
딸칵-!
그런데.
“역시!”
아저씨는 최고였다.
*
사각사각-
침대에 누워서 사과를 베어 먹고 있던 에밀리아는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자 귀를 쫑긋 세웠다.
쾅! 쾅! 쾅! 쾅!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였다.
“이 소리는 분명...”
역시, 예상대로였다.
대장간으로 가보니 데미안이 질리지도 않는지 망치질을 또 하고 있었다.
“오자마자 또 망치질이야?”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그게 무슨 소리야?”
에밀리아가 호기심을 가지자 나는 미소가 절로 나왔다.
방에서 아저씨에게 받은 주머니를 열어봤는데 역시,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다.
무려, ‘마도구’였다.
그것도 말로만 들었던 아공간주머니.
이 공간에 물건을 얼마나 넣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간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주머니 안에 굉장한 선물이 있는 거 있지?”
데미안이 두루뭉술하게 말하자 에밀리아는 도통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요점만 간략하게 말해 줄 수 없어?!”
콰직-
에밀리아가 들고 있던 사과를 한입 크게 베어 물면서 투덜거리자 나는 웃었다.
“이 광석이 말로만 들었던 미스릴 광석이야.”
“그게 뭔데?”
에밀리아가 모르는 듯 보이자 김이 확 빠졌다.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한 번 더 물어봤다.
“진짜, 몰라? 값어치로 환산하면 엄청 비싼 광물이라고?”
“그렇구나. 축하해~”
에밀리아가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다시 한 번 더 물었던 내 자신과 좋아했던 내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지고, 무안해진 느낌이 다소 들었다.
천마는 이 상황이 웃긴지 박장대소했다.
‘그만, 비웃어.’
-애송아~ 이걸 보고 어떻게 안 웃을 수가 있어?! 물어볼 사람한테 물어봐야지. 어떻게 에밀리아한테 그런 걸 물어보냐?! 관심분야가 엄연히 다른데.
그게 정말로 맞는지.
“그럼, 열심히 두드려. 나는 방해 안 되게 이만 가볼게.”
에밀리아가 그 말을 끝으로 대장간에서 나가자 나는 눈앞의 광물에게 시선을 옮겼다.
“네가 이런 취급을 당할 줄은 몰랐는데...”
불에 달궈진 값비싼 광물이 오늘따라, 무척 안타깝게 보였다.
에밀리아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제자리에서 번쩍번쩍 뛸 정도로 엄청난 광물이었다.
시장에서 미스릴의 값어치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 본 적이 있기 때문에 확실했다.
하지만.
“.....”
운이 나쁘게도 에밀리아와 만난 이상, 이런 반응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몰랐다.
“쩝!”
입맛을 다시면서 나는 멈췄던 담금질을 다시 시작했다.
*
똑똑!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자 의자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던 그레이트는 입만 뻥긋했다.
“들어오게.”
허락이 떨어지자 문을 열고 들어 온 부단장은 그레이트 앞에 서서 보고를 올렸다.
“그레이트 님, 아무리 뒤져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순간, 종이에 사인을 하고 있던 그레이트의 손동작이 멈칫했다.
“진짜, 샅샅이 뒤져본 거 맞나?”
그레이트가 고개를 들면서 물어보자 부단장은 침을 꿀꺽 삼켰다.
“네, 단장님이 명하신대로 사람이 머물 수 있는 시르 마을 전부를 이 잡듯이 뒤졌지만, 찾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알았네. 고생했네. 이만 가서 쉬게.”
그레이트가 이만 가보라는 듯이 손목을 튕기자 부단장은 곧바로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를 하고 문을 열고 나갔다.
철컥-
문이 닫힌 소리가 들리자 홀로가 된 그레이트는 손가락을 오므리면서 사인하고 있던 종이를 구겼다.
“감히, 우리를 이렇게 골탕 먹이다니. 용서하지 않겠다.”
바람잡이 역할 하던 청년과 백발의 중년인도 이번 사건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거 같았다.
암만 봐도 그랬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황이 딱 맞아 떨어져.”
그때, 누군가가 또 다시 노크하자 그레이트는 평온함을 되찾으려고 노력했다.
찌그러트린 종이를 놓고, 숨을 골랐다.
기사단, 단장으로서 흐트러진 모습을 함부로 보여줄 수가 없었다.
“들어오게.”
허락이 떨어지자 방문자는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런데.
“부단장. 어째서 또 온 건가? 혹시, 누락된 보고라도 있는 건가?”
그레이트가 물어보자 부단장은 그레이트 앞으로 걸어가서 급보를 전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한 기사가 다급히 달려와서는 이걸 급히 단장님께 보여줘야 한다고 만 했습니다.”
그렇게 말하자 그레이트는 부단장이 내민 두루마리를 받았다.
‘대체 뭐길래? 이러는 걸까?’
밧줄을 풀고, 돌돌 말려진 두루마리를 펴봤다.
그런데.
“.....!?”
두루마리에는 이미 한 번 본 적 있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자네! 당장, 이 두루마리를 들고 온 기사를 데리고 와보게.”
“네...아, 알겠습니다.”
그레이트가 다급하게 말하자 부단장은 그 즉시 움직였다.
그렇게 잠시 후.
“이 녀석입니다.”
부단장이 기사를 무사히 데리고 오자 그레이트는 두루마리를 쥐고, 흔들었다.
“왜 나에게 이 두루마리를 전해달라고 했지?”
“이번 사건과 그 두루마리에 적힌 사건이 아무래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거 같습니다.”
“오호~ 그게 뭐지?!”
“저도 처음에는 긴가민가해서 몇 년 전 봤던 내용을 다시 찾아봤는데. 알고 봤더니, 살인귀가 그 두루마리에 적힌 유적지랑 매우 관련이 있어 보이더라고요.”
그 말을 듣자마자 그레이트는 책상에 올려놨던 손을 불끈 쥐었다.
허용할 수 없는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그레이트가 주먹을 부들부들 떨자 부단장과 잡혀 온 기사는 경직됐다.
“단장님...괜찮으십니까?”
“왜 그러십니까?”
“내가 이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니!!!”
그레이트가 베일에 감싸져 있던 두루마리를 볼 수 있게 책상에 놓고 활짝 펴주자 그들은 눈으로 내용을 찬찬히 읽어봤다.
그런데.
“역시, 맞는 거 같습니다. 아무리 봐도.”
“이게 말이 되는 겁니까?”
“자네들도 같은 생각 같군.”
그레이트의 말에 그들도 곧바로 수긍했다.
“생각해보니 사람을 얼릴 수 있을 정도로 지독한 한기를 내뿜을 수 있는 존재는 극소수입니다. 그야말로, 손에 꼽을 정도죠.”
“유적지에서도 몇 사람이 얼음 조각상처럼 얼려져 있었다고 했으니. 틀림없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 적혀있는 거처럼 그때 당시, 그 유적지 부근 채굴장에서 노예 한 명이 도망쳤다고 했지 않습니까.”
"단장님! 상황이 너무 맞아 떨어지는데요?”
그때 당시 도망친 노예, 몽타주를 이번 기회로 다시 보니. 뒤통수 치고 도망친 청년과 매우 닮아있었다. 안대를 쓰고 있어도 양피지에 그려진 윤곽이 뭔가, 모르게 흡사했다.
몽타주에 그려진 소년이 살아서 장성 했다면 오늘 본 청년처럼 자랐을 것만 같았다.
이처럼, 앞뒤 맥락이 맞아 떨어진 적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막혀왔던 혈이 뚫리자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 몰아쳤다.
"근데..우리가 지금껏 찾아온 녀석이 그토록 위험한 존재입니까? 단장님?!"
수수께끼를 푼 기사가 물어보자 그레이트는 피식 웃었다.
‘재앙을 몰고 올 존재라고 한다면 이 둘은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마음 한편으로 불길함과 기대감이 동시에 공존했다.
그레이트가 대답 대신 웃자.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몰라도 열람하기를 잘한 거 같네.'
힘이 된 거 같아, 자료실에서 문서를 찾아봤던 기사는 뿌듯함을 느꼈다.
반면에, 그레이트는 문뜩 이상함이 들었다.
한때, 악마 사냥꾼으로 소문이 나있던 알렉스가 악마랑 같이 다닌다는 게 말이 안 됐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색적인 조합이었다.
하지만 잠자코, 생각해보니. 말도 안 되는 얘기는 아니었다.
과거와 다르게 시간이 흐른 지금. 안 본 사이, 마음이 변했을 수도 있었다.
'설마, 그 악마를 이용해서 복수라도 할 셈인가?'
한 번 확인해 볼 필요성이 있었다.
악마가 맞든, 틀리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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