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의 씨앗 vs 소드마스터
하지만 호락호락하지가 않았다.
수많은 화살들이 쇄도하고 있자 알렉스는 능력을 곧바로 사용했다.
그 순간.
퍼엉!
이번에는 키를 가뿐히 넘는 빙벽(氷壁)이 솟아오르자 화살들은 여지없이 빙벽(氷壁)에 박혔다.
냉기가 얼마나 강력한지 빙벽에 화살이 닿자마자 화살은 곧바로 얼어붙었다.
하지만.
‘이럴 줄 알고 미리 당겨놨지.’
나뭇가지 위에 있던 비반이 당기고 있던 활시위를 놓자 화살은 순식간에 날라 가더니.
콰앙-!
빙벽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퐁당 퐁당, 빙산들이 수면 위를 둥둥 떠다니자 알렉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렇게 되면 방어를 하나마나였다.
‘이렇게 가다가는 얼마 버티지 못해.’
마력이 동이 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렇게 되기 전에 무슨 방법을 강구하든가, 도망치든가 결정해야했다.
그때, 내가 나섰다.
“아저씨.”
“무슨 좋은 방도라도 있는 거니?”
“제가 시간을 벌 테니까. 아저씨가 에밀리아를 데리고 먼저 도망가세요.”
“그게 무슨 소리야?! 널 버리고 가라고?”
에밀리아가 화들짝 놀랐지만, 나는 아저씨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물론, 제가 못 미더워 보이시겠지만, 믿고 맡겨보세요.”
“야! 장난도 정도껏 쳐! 너 혼자서 감당하기 힘들어.”
에밀리아가 한사코, 반대했지만 이번에는 나도 물러서지 않았다. 끝까지 밀어붙였다.
“그래, 나 혼자라면 감당하기 힘들겠지. 근데, 그새 잊었어? 내 안에 어마어마한 괴물이 살고 있다는 거?!”
-야! 여기서 나를 왜 팔아?
천마가 불평을 늘어놓았지만, 효과는 직방이었다.
“그, 그...”
에밀리아가 말을 절자 바즈라도 내 말에 힘을 실어줬다.
“우리가 있어봤자.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야. 여기서 우리가 천마님께 해줄 수 있는 거라고 빠져주는 거밖에 없다고! 알아들었어?”
바즈라의 말이 효과가 먹힌 걸까?
“알겠다. 네 말대로 하마. 대신, 한 가지만 약속해주렴.”
“네, 뭐든 말씀만 하세요!”
“꼭 살아남으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저씨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지만 나는 웃었다.
“걱정 마세요. 저도 여기서 죽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으니까요.”
“그래도 나는 못...”
찰싹-
알렉스가 갑자기 따귀를 때리자 에밀리아는 볼에 손을 올렸다.
“아빠..”
“어린애처럼 굴지 말거라. 우리가 여기 있어봤자. 데미안에게 짐만 될 뿐더러 아직도 상황이 파악이 안 되는 거니?!! 잔말 말고 따라오렴!”
그 말을 끝으로 아저씨가 움직이자 에밀리아도 고집을 더 이상 부리지 않았다.
대신, 떠나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데미안! 그 말 꼭 지켜!!! 꼭 살아남아야 돼! 알겠지?!”
“알았어. 꼭 살아남을 테니까. 얼른 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에밀리아도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지 힘차게 도망쳤다.
반면에.
“내 앞에서 감히, 등을 보이다니. 너무 물로 본 거 아니야?”
비반이 활시위를 놓자 화살은 수풀을 시작으로 병사들도 순식간에 지나치면서 도망치고 있는 어린 양에게로 쇄도했다.
그런데.
콰직-
익숙한 녀석이 또 앞길을 막자 짜증이 치밀었다.
“저 자식이!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하네.”
검으로 화살을 베고 나는 수많은 병사와 기사들을 봤다.
“도대체 누구야?”
-야! 날 끼워 팔다니. 네가 눈앞의 녀석들보다 더 가증스러워.
“그건 아니지~”
-아니기는 개뿔! 녀석들은 싸움의 재미라도 주지만 너는 틈만 나면 날 이용해 먹을 생각만 하잖아.
“이용하다니...서로 돕고, 베풀면서 사는 거지.”
변명을 더 하고 싶었지만 나는 녀석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집중했다.
“도대체 몇 명이나 데려온 거야?”
“저 눈 좀 봐 바!!!”
“역시, 재앙의 씨앗이 확실해.”
“우리를 감쪽같이 속이다니!”
말 한 마디 했을 뿐인데 서넛 마디가 날라 오자 나는 어이가 없었다.
다짜고짜 비난과 모진 시선을 받자 기분이 몹시 불쾌했다.
하지만 그 비난도 그레이트가 손을 들자 금세 사그라졌다.
“다들 조용!”
그 말과 함께 병사들뿐만 아니라 기사들 또한 숨을 죽였다.
모두가 침묵하자 그레이트는 수면 위로 성큼성큼 올라오더니 내 앞에 멈춰 섰다.
“드디어 만났구나. 재앙의 씨앗이여.”
“당신!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날 왜 자꾸 재앙의 씨앗이라고 부르는 거야? 기분 나쁘게.”
“시치미 뗄 거 없다. 어차피 들킨 마당에 같잖은 연기는 집어 치워줬으면 좋겠군.”
-저 빌어먹을 자식이 아까부터 재앙 취급하네.
그런데 녀석은 천마와 내가 불만을 가지든 말든 하고 싶은 대로 행동했다.
“다들, 이 싸움에 끼어들지 말도록.”
“네?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그레이트가 몸을 살짝 돌려 눈짓을 주자 부단장은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단장님 명령. 전적으로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활 내려!”
그 순간, 활에 화살을 끼우고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은 활을 내렸다.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자 나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단독으로 덤비면...’
-야! 쓸데없는 생각 그만하고 집중이나 해!
천마의 말대로 집중했다.
그레이트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면서 검을 휘두르자 나도 검을 휘둘렀다.
콰앙!
그 한 방을 시작으로 우리는 연속해서 검을 부딪쳐갔다.
챙! 챙! 챙! 챙!
빙판 위에서 나랑 그레이트가 치열한 혈전을 펼치고 있자 병사들과 기사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뭐야? 실력이 저 정도였어?”
“진짜, 괴물이다. 단장님과 맞먹을 수 있을 정도라니.”
“버티고 있다는 게 말이 안 돼! 저게 악마의 힘인 건가?”
“저런 뜻이었구나...”
부단장은 주의 깊게 그 싸움을 지켜봤다.
보기보다 실력이 출중했다.
‘늦었더라면...비반 님이 말씀하신 대로 아찔한 상황이 벌어질 뻔했어.’
그렇게 모두가 강자들의 격전을 숨죽이면서 지켜봤다.
챙! 챙! 챙! 챙!
녀석과 검을 부딪칠수록 나는 아까 전과 다르게 힘겨움을 느꼈다.
‘역시, 강해.’
-애송아~ 욕심도 정도껏 부려라. 그 자리에 머문 시간이 엄연히 다른데. 쉽게 이길 생각을 하다니.
천마의 말대로 경험은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거 같았다.
상대는 나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
그게 맞는지.
“이 날을 얼마나 고대 해왔는지 너는 모를 거다.”
“아까부터,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말만 지껄이는데. 혼자만 알지 말고, 같이 좀 알자.”
“가증스러운 것. 역시, 악마답구나.”
“진짜, 말이 안 통하네.”
더 이상 물어보지 않기로 하고 나도 검에 집중하기로 했다.
검(劍)만큼은 질 수가 없었다.
아니, 질 수 없었다.
그동안, 피부가 찢어지고, 굳은살이 생기는 고통을 몇 번이나 한 줄 몰랐다.
천마의 말대로 검(劍)의 길이란 어렵고, 심오한 길이었다.
챙! 챙! 챙! 챙!
내가 밀어붙이자 녀석도 이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눈을 뻔뜩였다.
“이게 대체...”
녀석이 당혹감에 휩싸이자 나는 더욱더 밀어붙였다.
“그러게. 왜 자만했어.”
“이 애송이가!!!”
그때, 나뭇가지 위에서 먹잇감을 노리고 있던 비반도 짜증이 났다.
언제든지 쏠 수 있게 화살을 당기고 있었는데.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네.”
너무 따닥따닥 붙어있어서 혹시라도 그레이트가 맞을 까봐 잡고 있던 화살 깃을 함부로 놓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
그레이트가 불만을 알아챘는지 뒤로 물러나자 비반은 잡고 있던 화살 깃을 그 즉시 놓았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몰라도 지금이 곧 기회야!”
팅! 줄이 튕기는 소리와 함께 화살은 나뭇잎 사이를 가로지르면서 먹잇감에게로 쇄도했다.
슝-!!
하지만 나에게는 든든한 아군이었다.
-야! 화살 날라 온다.
녀석이 잘 싸우다 말고 물러나자 궁금증이 드는 판국에 화살까지 날라 오고 있다는 소리에 나는 곧바로 화살부터 피하기 위해 나도 뒤로 물러났다.
“진짜, 믿을 사람 없네.”
홀로 싸울 거처럼 말해 놓고는 기습을 가하자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것도 ‘루’를 섬기는 기사들이 그러자 더더욱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번에도 화살이 빗나가자 비반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등에 눈이라도 달렸나? 왜 이렇게 민첩해?”
그래도 위안을 삼았다.
비록, 빗나갔지만 의미 없는 공격은 아니었다.
콰직- 콰지지지직-
화살이 빙판을 뚫고 물 속으로 잠기자 빙판이 쩍쩍 갈라졌다.
자꾸만 원치 않는 일이 발생하자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떴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했다.
“이게 무슨 정정당당이야.”
빙판이 갈라지기 시작하자 나는 빙판을 이리저리 밟아가면서 화살을 피하기 바빴다.
출렁출렁-!
빙판을 밟을 때마다 물결이 일렁였지만, 미친 균형감각으로 가까스로 중심을 잡았다.
‘이 치사한 자식들.’
-치사하기는 개뿔! 네가 약한 탓이지.
천마가 당근을 줘도 모자를 판에 채찍질을 하자 코웃음이 절로 나왔다.
“너 누구 편이야?”
-여기서 편을 왜 따져? 원래 충언은 귀에 거슬리는 법이야.
“충언은 개뿔!”
툭 내뱉고, 나는 녀석이 또 다시 싸울 모양인지 빙판을 밟으면서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고 있자, 맞서기 위해 검을 들었다.
그때.
“제발, 좀 죽어라! 이 괴물 같은 녀석아!”
죽일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비반도 화살을 쐈다.
하지만.
티잉-!
이번에는 애송이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간파했는지 검으로 화살을 먼저 튕겨냈다.
그런 뒤, 눈앞의 녀석에게 집중했다.
아무리 봐도 녀석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그도 그럴게.
기운이 매우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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