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
“휴~무사히 방 잡았다.”
-드디어 잡았네.
천마가 비아냥거렸지만 나는 들어도 못 들은 척하면서 계단을 밟고 올라갔다.
이곳은 방 값이 제법 비쌌지만, 그만한 값어치가 있었다.
객점 주인이 방안에서도 드넓은 바다를 볼 수 있다고 했다.
“기대되는데..?!”
그렇게 들뜬 마음으로 2층 복도를 걸어가고 있는 그때.
“잠시 신원 검사가 있겠습니다.”
“모두들 정숙하고, 가만히 있도록.”
웬, 병사들이 들이닥치자 1층에서 식사를 하거나, 술과 안주를 먹고 있던 손님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웬, 신원 검사?!”
“뭐야?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술 맛 좋았는데, 하필이면 이때...”
객점 주인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안면이 있는 경비대장에게 다가갔다.
“남의 장사는 왜 방해하고 그래?! 신원 검사는 또 뭐고?!”
“그런 게 있어. 그러니까, 잠만 시간 좀 내줘.”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병사들 사이에 숨어 있는 한 사람을 지목했다.
“거기! 너! 얼른 훑어보지 않고 뭐해? 지금 너 때문에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는 거 안 보여?”
-어떤 자식이지?
천마뿐만 아니라 나도 2층 복도에서 1층을 내려다보면서 관심을 가졌다.
구조물 때문에 가려서 잘 안 보였다.
그런데.
“....!?”
병사들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존재를 보는 순간, 두뇌가 정지됐다.
-저 자식은?
‘역시, 잘못 본 게 아니었어.’
천마가 단번에 알아보자 그 상황이 현실이라는 걸 인정해야만 했다.
나한테 깨진 녀석이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있자 나는 등을 벽에 바짝 붙였다.
‘왜 저 자식이 병사랑?’
-아무래도 더럽게 얽힌 거 같다.
천마의 말대로 일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나쁜 녀석들이 자꾸만 판을 쳤다.
도시를 지켜야 할 병사들이 슬럼가에서 습격한 녀석이랑 같이 있었다.
-뒷배 없이는 저렇게 할 수 없을 텐데...
“오빠, 저 사람 왜 저래?”
“몰라, 그냥 놔둬. 볼일이 급한가 보지.”
2층 복도에 있던 두 남녀가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었지만 나는 참았다.
이럴 때는 인내가 답이었다.
하지만 천마는 웃었다.
-아주 우스운 꼴이 되고 말았구나.
‘야! 지금 웃을 때야?!! 방법이나 강구해봐. 이럴 때 어떻게 하는 게 좋아?’
-이 상황에서 방법이야?! 딱 하나지!
“그게 뭔데?”
-그건 바로...
내가 천마랑 속삭이고 있을 때, 2층 복도에 있던 두 남녀는 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오빠,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아..?”
“뭐가?”
“꼭, 나쁜 짓해서 몸을 숨기는 사람 같잖아.”
“어! 그러고 보니...”
그 말이 정말 맞는지.
“어! 도망친다!!”
1층에서 고개를 두리번거리면서 사람들의 용모를 살피고 있던 녀석은 2층에서 어떤 남성이 손가락으로 누군가를 가리키면서 소리치자 그 곳을 곧장 봤다.
“누굴 말하는 거지?”
다른 손님들도 뒤늦게 ‘ㄷ’자로 둘러싸여 있는 2층 복도로 고개를 올렸다.
그런데.
“어! 진짜네!”
“저 사람 왜 도망치는 거지?”
“잘못한 게 있으니까. 도망치는 거겠지! 딱, 보면 모르겠어?”
그 말이 거론되는 순간, 경비대장 뿐만 아니라 병사들도 누가 먼저라고 할 거 없이 계단을 다급히 밟고, 2층 복도로 올라갔다.
“저 녀석이다! 얼른 잡아!”
“네, 알겠습니다.”
추격전이 벌어지자 나는 짜증이 치솟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건지.
싸움에 이어서 이번에는 쫓기는 신세였다.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어디를 가든,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터졌다.
잘못 한 게 아닌데도 죄인(罪人) 취급 받자 억울하고, 너무 분했다.
“알고 봤더니 썩어 빠진 도시였어.”
부정부패(不正腐敗)가 넘쳐 났다.
치안을 담당하는 병사들이 나쁜 놈들 편에 서자 분노를 억누를 수가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곳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선량한 시민들에게도 피해를 끼칠 수 있을까 봐 화를 가까스로 억눌렀다.
나는 하루 묵기로 한 방문을 발로 뻥 차고, 들어가자마자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야! 탈출구 따위가 있을 거 같아?
“그럼, 이제 와서 어떡해! 네가 도망치라고 했잖아.”
녀석들에게 쫓기기 싫으면서 삼십육계 줄행랑이 답이라면서 나를 설득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무책임한 말을 내뱉자 울화통이 터졌다.
-창문 밖으로 얼른 뛰어내려! 이 바보 같은 녀석아!
“뭐야...방법이 겨우 그거였어? 난, 또 뭐라고...”
방으로 당장 달리라고 하길래...무슨 대단한 방법이라도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봤더니 아니었다.
그냥, 맨몸으로 때우라는 소리였다.
나는 곧장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기에 앞서 밑을 봤다.
하지만 천마는 답답한지.
-야! 그렇게 느긋하게 구경할 시간 있어? 그냥, 뛰어내려. 배운 거 어따 써먹을래?
“그래도 안전한지는 확인해야 할 거 아니야. 무작정 떨어져서 다치기라도 하면 네가 책임질 거야?”
그 말을 내뱉으면서 나는 창가 아래가 길바닥이 아니라 ‘ㅅ’자로 된 지붕이자 창틀을 곧바로 짚고, 넘어갔다.
털썩-!
지붕 위로 무릎을 살짝 굽히면서 가뿐하게 착지 하자마자 나는 곧장 지붕 위를 달렸다.
알고 봤더니,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도망치기가 안성맞춤이었다.
지붕들이 하나같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런데.
-바보 같은 놈!
천마의 말뜻을 곧이어 알게 됐다.
“거기 서!!”
“당장 멈추지 못해!!”
고개를 살짝 돌려보니, 병사들도 나처럼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더니 지붕 위를 밟으면서 나를 미친 듯이 쫓고 있었다.
애송이가 할 수 있는 걸, 녀석들도 못할 리가 없었다.
“젠장!!”
신경질을 부리면서 경비대장은 주먹을 쥐고 창틀을 내리쳤다.
쿵!
어떤 자식인지 몰라도 일을 귀찮게 만들고 있었다.
내가 지붕 위로 도망치자 경비대장은 재빨리 발길을 돌렸다.
“너희들은 나 따라와!”
“네, 알겠습니다.”
앞장서면서 경비대장이 방 밖으로 나가자 병사들도 다급히 움직였다.
경비대장의 뒤를 다급히 따라갔다.
*
“저기 좀 봐 바!”
“우와~”
“저래 가지고 잡을 수나 있을 런지...”
길거리를 지나다니고 있던 사람들은 로브 후드를 쓰고, 로브를 펄럭이면서 지붕 위를 누군가가 달리고 있자, 관심을 가졌다.
발걸음을 멈추고 다들 구경하기 바빴다.
아무리 봐도 앞이랑 뒤랑 격차가 너무 심했다.
“뭐하는 거래?”
“웃기려고 하는 건가?!”
병사들이 지붕 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아등바등 거리자 사람들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보면 볼수록 아주 가관이었다.
아주 느릿느릿했다.
어떤 병사는 균형 감각이 더럽게 없는지 양팔을 벌리면서 겨우 중심을 맞추고 있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위태롭기 짝이 없었다.
“젠장! 개망신도, 이런 개망신이 없어!”
병사들을 이끌고 길거리를 달리고 있던 경비대장은 병사들이 지붕 위에서 어쩔 줄 몰라 하자 울화통이 터졌다.
해도 해도 너무했다.
‘저 녀석들 이번 일만 끝나기만 해봐라.’
이번 사건은 간단히 넘길 사안이 아니었다.
반면에, 도주자는 어떤 녀석인지 몰라도 지붕 위를 잘만 돌아다녔다.
그래서 더욱 얄밉고, 화딱지가 났다.
차이가 나도 너무 났다.
시민들을 볼 낯이 없었다.
“어휴~ 쪽팔려 죽겠네.”
경비대장이 고개를 내젓고 있을 때, 나는 지붕 위를 달리면서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 무슨 방법을 강구하던가 해야 했다.
-그럼, 거기로 가는 게 아무래도 제일 좋을 거 같은데?
“어디?”
-슬럼가. 거기는 미로처럼 길이 얽혀있으니까 녀석들도 쉽게 잡지는 못 할 거야.
“하긴...”
나름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곳으로 나는 곧장 가기 위해 지붕을 밟고 반대편으로 점프했다.
최단 거리, 최단 시간으로 거기까지 가는 게 목표였다.
그런데.
“이게 뭐야!!”
“깜짝이야.”
지붕을 넘어가는 과정에서 밑을 지나가고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머리 위로 그림자가 지자 깜짝 놀랐는지 경악성을 토해냈다.
화들짝 놀라기 일쑤였다.
너무 놀란 나머지 중년 여인은 들고 있던 장바구니를 그만 놓쳐버리고 말았다.
데굴데굴, 사과와 양배추, 다양한 채소들이 굴러다녔다.
하지만 나는 반대편 지붕 위로 착지 하자마자 지붕 위를 계속 달리면서 다른 지붕도 계속해서 넘어갔다.
미안한 감정이 들었지만,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우선, 도망이 답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나는 슬럼가에 도착하자마자 지붕 위로 내려왔다.
탁!
무릎을 약간 구부리면서 착지 하자마자, 나는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길이 세 갈래로 나뉘어져 있었다.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
-우선, 직진해봐.
천마의 말대로 우선, 직진했다.
뭐가 됐든, 지금으로서는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발로 직접 뛰는 수밖에 없었다.
이 곳을 지리를 잘 모르기 때문에 우선, 돌아다니면서 녀석들을 따돌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만 했다.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신이 눈앞에 떡하니 나타나서 해결책을 제시해줬으면 좋겠지만.
하지만 알았다.
“그런 일이 일어날 일은 없겠지?”
-그걸 말이라고 해?
천마가 단번에 정리해주자 나는 더 이상 미련을 갖지 않고, 그 곳을 열심히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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