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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장 님의 서재입니다.

대장장이의 네크로맨서 사용법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지점장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0.20 18:52
최근연재일 :
2024.08.22 21:50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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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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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8,819

작성
24.07.22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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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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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7
글자
18쪽

1) 심정지 후 네크로맨서 ― 1

DUMMY

1) 심정지 후 네크로맨서 ― 1




“다들 어제 뉴스 봤냐?”


어두운 터널 안에 멈춰 서 있는 SUV 안, 조수석의 중년 남자가 말했다.


“천혈가(家) 3세 천중호인가? 걔가 어제 가주 승인도 없이 ‘넥타르’ 마셨는데 혈마법 능력 얻었단다.”


이에 운전석의 안경 쓴 남자가 말을 받았다.


“와······ 그 새끼 유명한 망나니 아닙니까?”

“근래에 가장 유명한 개새끼지.”

“저번에 그, 여의도 H백화점에서 여직원 성추행해서 완전히 나가리 될 줄 알았는데, 혈마법이면 그 가문 정통 능력 각성이잖아요?”

“그래, 1차 각성부터 그걸 얻었다니 기사회생한 거지 뭐.”


조수석의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품속에서 권총을 꺼내더니 소음기를 돌려서 끼우기 시작했다.


“하─ 나는 C등급 능력으로 애 둘 먹여 살리려고 뼈 빠지게 일하는데······ 그 개새끼는 좆대로 살아도 인생 탄탄대로네.”

“용이 개새끼를 낳았죠.”

“딱 그 말이 맞다.”


이 기이한 대화는 극히 일상적인 가십이었다.


세상의 축이 크게 뒤틀렸으나, 사람들은 이제 그 기울어진 축에 적응했다.


모든 것의 시작은 1945년이었다.


2차 세계 대전의 끝자락, 연합군이 베를린을 함락하여 전쟁의 승패가 분명해졌다.

하지만 나치 독일은 항복을 선언하지 않았다.


왜?


최후의 보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곳은 태평양 심해 1,053m의 비밀 해저 연구 기지였다.


그곳에서 나치 친위대 과학자들이 심해 지층에서 발견한 ‘신물질’을 수년간 연구하고 있었고, 베를린 함락 무렵에는 무기화 작업의 마지막 공정 중이었다.

후에 공개된 영국 특수작전집행부(SOE)의 기록물에 따르면 해당 ‘신물질’을 일본 제국을 무릎 꿇린 두 발의 핵폭탄보다도 더 강력한 전략 병기로 추정했다고 한다.


핵폭탄, 그 괴물 같은 것보다 더 강력하다니······.


연합군은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대응책은 단순하면서도 확실했다.


― 작전명 소각 (Operation Incineration)


1945년 10월 14일, 태평양 해저 지층에서 12발의 핵폭탄이 터졌다.


세상의 축이 뒤틀리는 순간이었다.


핵폭발의 여파로 대지진과 함께 8번째 대륙, 미지의 세계 ‘무(MU)’가 솟아올랐다.


동시에 나치 독일이 연구하던 미지의 신물질이 전 지구로 산란했으니······.


마나(Mana).


인류는 세상을 뒤바꾼 신물질에 그런 이름을 붙였다.


그것은 정말로 ‘마법적 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기이하고도 신비한 에너지원으로, 인간을 초인으로 거듭나게 해 주었으니─


각성(覺醒, Awaken)이었다.


연이은 세계 대전으로 과학 기술이 폭발하던 와중 별안간 마법의 시대가 도래했다.


그로부터 한 세기가 조금 안 되어, 마법이란 것이 뉴 노멀이 된 시기, 그게 바로 현재였다.


“하여튼 6대 가문 ‘혈연 계승’ 이야기 들으면 무슨 딴 세상 이야기 같아서 가끔 같은 인간이 아닌 것 같다니까?”

“6대 가문 가주들 전부 4차 각성까지 한 양반들이니까 3대가 지나도 RNA인가 DNA인가 그 안에 마나 농도가 진하다고 하더라고요.”

“······DNA? 그렇게 말하니까 진짜 같은 인간이 아닌 것 같네.”


언뜻 봐서는 신분제가 사라진 듯한─ 그리하여 자유주의란 멋들어진 사상이 세계에 전반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나······.


“······우리 아버지 DNA는 너무 인간적이었단 말이지.”

“에이─ 그렇게 말씀하면 우리 집안은 뭐가 됩니까? 그래도 과장님 정도면 꽝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더 아쉬운 거다. 외가 쪽 DNA가 더 강했으면 반 등급이라도 높게 각성하는 거였는데.”


이제는 신분 사회가 아니라 혈통 사회다, 라는 말이 있다.

부모가 어떤 ‘특성’을 각성했는가에 따라서 자식의 인생은 태어나기 전에 결정된다.

좋은 특성을 지닌 가족은 ‘혈연 계승’을 통해서 힘과 명예를 축적하고 ‘가문’ 혹은 ‘세가’라고 불린다.


“그래도 6대 가문, 대감집에서 노비로 밥 벌어먹는 게 어딥니까? 진은 그룹! 애들도 학교에서 아빠 직업 써서 낼 때 쪽팔리진 않잖아요?”


그리고 오늘날, 대한민국은 6대 군벌가(軍閥家)가 대를 이어서 지배 중이다.

한국 전쟁 당시 공산 세력으로부터 한반도를 구해 낸 전쟁 영웅들이 세운 가문으로, 정·재계를 모두 장악하고 있는······ 가히 21세기의 제후들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었다.


“노비는 무슨······ 우리는 개야, 개. 뛰라면 뛰고 물라면 물고, 그러다가 수틀리면 삶아 먹는 사냥개라고.”

“하하─ 그래도 정체성이라도 뚜렷한 게 어딥니까? 차라리 개 팔자가 상팔자 같은 게, 서얼 놈 팔자는 개만도 못하잖아요.”


그렇게 말하던 운전석의 남자가 오른손으로 백미러를 기울여서 뒷좌석의 누군가를 비췄다.


“······안 그래요, 유재익 씨?”


백미러 속, 한 남자가 손발이 묶이고 입까지 막힌 채로, 두 명의 거구 사이에 끼어 있었다.

딱 봐도 자의로 이 차에 탄 것 같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그러게. 이 자식 이거 서얼이라고 해도 제 주제 알고 가문에 해도 안 끼치고 조용히 살고 있었다지?”

“예, 홍일 그룹 쪽 하청에서 균열감식반으로 일하고 있었다던데요? 세후 280만 원 받으면서요.”

“그런데도 잡아다 죽이는 거 봐라, 개도 이렇게 명분 없이 죽이지는 않는다.”


혀를 쯧쯧 차던 조수석의 남자가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유재익 앞으로 내밀었다.


“유재익 씨, 당신은 오늘 담당 구역인 여기 수락산 터널 폐쇄 구역에 ‘균열 감식원’으로서 점검 나왔다가······ 운 좋게 이걸 발견한 거야.”


그가 손에 든 것을 흔들었다.

10ml짜리 크리스털 병 안에 든 기묘한 빛깔의 액체가 불빛을 반사하며 찰랑거렸다.


“이거 뭔지 알지? 넥타르야.”


넥타르(Νέκταρ).


그것은 ‘각성 촉매제’였다.

매우 희귀하여 가장 낮은 등급조차도 수억 원을 호가하지만, 자신의 진짜 재능을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투자해 봐야 하는, 현시대 최고의 물질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당신은 ‘희귀성 마나하트 균열증’을 앓고 있어서 2차 각성을 시도하면 심정지 쇼크가 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사 소견을 들었지만······ 늘 2차 각성을 열망하고 있었고 자신의 신세를 비관하다가─ 이 공짜 넥타르를 발견한 순간, 충동적으로 음용한 거지.”


유재익이 꿈틀거렸으나, 양쪽의 거구들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뉴스 속보로 나가기에도 썩 괜찮은 시나리오지? 역시 6대 가문이야, 별것도 아닌 놈도 핏줄이랍시고 9시 뉴스에 한 번 띄워 주잖아? 시작하자고.”


남자의 말이 끝나자, 뒷자리의 거구 둘이 유재익을 차 밖으로 끌고 나가 내팽개쳤다.


“과장님, 뭘 그렇게 친절하게 설명하고 그러십니까? 무슨 형사가 미란다 원칙 고지하는 것도 아니고요.”

“우리 유재익 씨 1차 각성한 능력이 ‘영매’라며?”

“예? 아─ 부계 혈통이 그거일 겁니다. 그게 왜요?”

“혹시 몰라. 넥타르 먹고 죽어서 귀신으로 2차 각성할 수도 있잖아? 꿈자리 뒤숭숭하지 않으려면은 왜 죽는지 정도 알려 줘야 원한 좀 풀리지 않겠냐?”


과장의 말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생각해 보니 이 자식은 운도 지지리도 없네요? 1차 각성 때 하필 그 6대 가문의 피가 아니라 천민 애비 피를 물려받고, 또 2차 각성도 안 되는 불치병까지 걸리고.”

“유재익 씨가 1차로 외가 쪽 능력을 각성했으면, 진작 낙하산으로 진은 그룹 부장 되셔서 우리 목줄 쥐고 계셨겠지.”

“하하─ 천혈가 그 망나니가 용이 개를 낳은 꼴이면, 이 자식은 용이랑 개가 짝짓기한 결과물이 아닙니까?”

“딱 그 말이 맞다.”


유재익은, 대한민국 현대 군벌가 인물 사전에 가장 안타까운 케이스로 기록될 자신의 인생사를 들으며, 터널 안쪽 깊은 곳으로 끌려갔다.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처럼, 그 비참함 속에서 그는 생각했다.


‘대체 언제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 * * * *



“······억울하냐?”


아버지의 물음에 유재익은 고개를 들었다.

오랜만에 가족이 다 모인 밥상 앞이었다.

물론 그래 봤자 두 부자가 다였지만 말이다.


“뭐가?”

“네 엄마 쪽 능력 못 물려받은 거 말이다.”

“갑자기 뭐야? 아빠가 이런 어색한 분위기 조성하면 보통 구린 게 있을 때인데?”

“아니······ 생각해 보니 재익이 네가 그런 건 한 번도 말 안 한 것 같아서······.”


아버지는 볼을 긁적거리면서 눈동자를 굴리더니 이어서 말했다.


“아빠도 말은 잘 안 했지만, 신경 안 쓰일 수는 없잖냐······.”

“왜? 영매 특성, 수요는 늘 있잖아? 균열 열릴 때마다 감식할 사람이 필요하니까 밥벌이에는 문제없는데 뭘 걱정하고 그래?”

“그건 맞는데······ 너는, 네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니잖아.”


유재익은 고개를 돌려서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노을도 다 저물어 가는, 한기가 돌기 시작한 늦은 저녁이었다.

마당 한쪽에 작은 목재 창고가 하나 있었는데, 살짝 열린 문 안쪽으로 화구 하나가 붉은빛을 발하고 있었다.


화르르─


보는 것만으로도 강력한 열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그것은 무 대륙에서 얻을 수 있는 ‘마금속’을 녹일 수 있는, 마력으로 피워 올린 불꽃이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화구였다.


“저건 취미로 하면 되지, 뭘······.”


잠시 침묵하던 아버지가 다시금 물었다.


“······너는 망치질이 왜 그렇게 좋냐?”


아버지는 야장일을 망치질이라고, 다소 헐뜯듯이 말하곤 했다.

하지만 이 시대의 대장장이란 그저 금속을 녹이고 조형해서 도구를 만드는 일을 뜻하지 않았다.


아티팩트(Artifact).


마법이 담긴 물건을 만드는, 현시대 가장 고부가 가치를 지닌 일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유재익의 외가가 있었다.


진은(眞銀)


대한민국 6대 가문이자, 전 세계 아티팩트 제조 시장의 19%를 차지하고 있는 재벌가이며, 강력한 아티팩트로 무장한 군벌가이기도 했다.

그런 가문의 사위가 된 ‘영매’ 특성의 아버지는, 자격지심 때문인지 외가의 일을 망치질이라고 폄하하곤 했다.

하지만 유재익 역시 피는 못 속인다고 8살 때부터 엄마를 따라서 그 망치질을 해 왔으니······.


아버지는 그게 마음에 걸리는 걸까?


“그냥 뭐, 재밌으니깐······.”

“어떤 점이 재밌는데? 일 년 삼백육십오 일 땀 뻘뻘 흘리고 불에 그슬리는 일이 대체 뭐가 재밌냐? 나 같으면 차라리 사우나나 하겠다.”


유재익은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음─ 딱 망치를 들면, 처음에는 만들고 싶은 게 분명한데, 그게 또 수백 수천 번을 담금질하면서 점점 생각이 바뀌거든? 근데 또 정작 만들어지는 건 전혀 예상도 못 한 물건일 때가 있단 말이지?”


그는 자신의 비유가 썩 마음에 들었는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맛이 꼭, 도박 같다고 해야 할까? 못 끊겠어.”


도박 같은 맛이 있다─ 반쯤 농담 삼아서 한 말이었다.

이런 말을 진은 가문 장인들이 들었으면 역시 반쪽짜리가 사고방식도 허접하다고 비웃었을 거다.


그런데 아버지가 씩 웃더니 주먹을 내미는 게 아닌가?

유재익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버지와 주먹을 맞부딪혔다.


“역시 내 아들이긴 해? 아빠랑 같은 욕망을 품고 있네?”

“뭐가 똑같아? 아빠는 겨울에도 뜨겁다고 불 앞에도 안 오잖아?”

“아니, 그 도박하는 맛이라는 표현 말이야.”

“······아빠, 도박해?”

“아니─ 이 자식아! 그러니까 내 말은······ 미지의 순간을 내 손으로 발굴하는 재미? 네가 말한 도박 같은 맛이 그런 거 맞지?”

“미지? 발굴?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강요하는 듯한 물음에 유재익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고, 아버지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래서 말이야······ 나, 또 간다.”

“뭐? 가긴 어딜 가?”

“무 대륙 탐사, 다시 간다.”


그 순간 유재익은 밥상을 뒤엎을 뻔했다.


“미쳤어?!”

“이 자식이, 어디 밥상머리에서 소리를 질러?”

“저번에 조난돼서 죽을 뻔했다가 겨우 귀환했는데, 거길 또 간다고? 제정신이야? 치매라도 걸렸어?”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보는 이 눈깔이, 미지의 대륙을 헤쳐 나가는 데 꼭 필요하다는데 어쩌냐?”

“아─ 절대 안 돼!”


하지만 아버지는 허허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숟가락으로 국을 떠먹었다.


“저번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넌 날 못 막는다, 아들아.”

“아 씨, 헛소리하지 마! 내가 망치 다른 용도로 쓰게 하지 말라고 했지? 진짜 확 무릎이라도 박살 내야 그 짓 관둘 거야?”

“그러니까, 나도 너 안 막는다.”

“······.”

“그냥 하고 싶은 걸 해.”


잠깐의 침묵 속,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네 아빠한테 개기는 것처럼, 핏줄? 혈통? 그런 건 좆 까라고 해.”


아버지는 창문 너머, 창고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내가 네 엄마랑 결혼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그런 마인드로 대한민국 최강의 사내한테 찾아갔지.”

“또 그 얘기야?”

“그 사내, 네 외할아버지가 말하더구나! 망치로 맞아 죽겠는가? 아니면 용광로 안에서 타 죽겠는가? 내가 대답했지.”


잠시 말을 멈춘 아버지는 씩 웃더니, 자랑스럽게 말했다.


“용광로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망치로 맞겠습니다! 아버님이 원하는 모양이 될 때까지 담금질해 주십시오!”


아버지의 손가락이 가리켰던 곳, 화구에서는 미처 꺼지지 않은 불씨가 반짝이고 있었다.


“최고의 선택이었지.”


며칠 뒤 아버지는 무 대륙으로 떠났다.


그리고 유재익은 아버지를 다시 만나지 못했다.



* * * * *



“쿨럭─”


유재익이 거친 숨을 내뱉었다.


“재익 씨, 정신이 좀 드시나?”


입안에 뭔가 흐르고 있었다.


“어어─ 뱉지 말고 다 삼키라고.”


피는 아니었다.


그 맛은, 몸이 저릿하다가, 온몸을 타고 전율이 흐를 정도로 기묘한 맛이다.


“큭─”


이런 맛은 딱 한 번 느껴 봤다.


‘외할아버지가 줬던, 넥타르······.’


1차 각성의 순간─ 그러나 최악의 결과를 맞이하며, 인생의 축이 크게 뒤틀렸던 그 순간의 맛이다.


짜─악!


웬 충격에 고개가 돌아갔다.


“······자자─ 정신 차려 유재익 씨! 벌써 죽으면 안 돼! 당신한테 물어볼 게 있다고!”


과장이란 자가 유재익의 턱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오른쪽 관자놀이에 총구를 가져다 댔다.


“당신 어머니 유품, 마스터피스 등급의 아티팩트, 그거 어딨어? 그거 어딨는지 말해 주고 우리한테 점잖게 넘겨주면, 넥타르가 다 흡수되기 전에 우리가 당신 살려 줄 수 있어.”


······역시 그런 거였나?


며칠 전, 진은 그룹 계열사 ‘진은공략’의 상무 진태준, 사촌 형이 유재익을 찾아왔다.


그가 말했다.


― 재익아, 너······ 아버지 찾으러 무 대륙 가고 싶잖아? 그런데 네 형편에 지금 짐꾼으로라도 갈 수 있겠냐? 내가 최고의 탐사대를 지원해 주마.


유재익은 그 뒷말을 예상할 수 있었다.


― 그 대신······ 고모가 남긴 마스터피스, 그거 나한테 팔아라.


진은가의 3세대 사이에서 요직 승계를 위한 암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진은가 내에서 권력을 쥐는 방법은 돈도 명예도 아닌, 아티팩트였다.

얼마나 더 좋은 아티팩트를 보유하고 있는가─ 그것이 이 가문에서의 입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당연했다.

아티팩트는 전략 병기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한 국가의 안보나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막강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 잘 생각해 봐! 그런 물건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억하는 용도로만 쓰이는 건 가문에게도 인류에게도 엄청난 손해가 아니겠냐? 고모도 그런 건 원하시지 않을 거다.


······거절했다.

아마도 4번째 거절이었을 거다.

그게 화근이었던 모양이다.


“유재익 씨? 당신 지금 넥타르 먹어서 그 뭔 놈의 질환 때문에 마나하트가 붕괴 중이라니까? 시간 없으니까 빨리 판단하라고.”


과장이 재차 물었고, 유재익은 온몸이 타오르는 고통 속에서 간신히 한마디를 짜내서 내뱉었다.


“헉─ 조······.”

“그래그래, 천천히 말해.”

“조─ 까라고─ 해······.”


과장이 쥐고 있던 유재익의 턱을 내던지듯 밀었고, 유재익이 뒤로 나동그라졌다.


“어차피 당신 살릴 방법 따위는 없었어.”


이윽고 엄청난 고통이 엄습해 왔고, 유재익은 본능적으로 가슴 부근을 움켜쥐며 바닥을 굴렀다.


“끄─ 끄아아아!”


희귀성 마나하트 균열증.


마나하트 내부에 균열이 존재하여 임계치 이상의 마나를 품으면 폭발을 일으켜서 무조건 사망에 이르게 되는, 원인 불명의 마나 질환이었다.


그게 지금, 유재익의 몸속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웅──!


그의 심장 부근이 시퍼렇게 빛을 발했다.


온몸의 근육이 뻣뻣해졌으나 반대로 힘이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숨이 막히며 시야가 협소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 2차 각성이 시작됩니다.


그러한 시스템 메시지였다.


하지만 그의 시야는 완전히 검게 물들었고, 아무것도 들리지도 느껴지지도 않았다.

넥타르를 섭취하여 2차 각성에 이르렀으나, 그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니······.


‘이렇게 죽는다고?’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하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원통함을 채 느끼기도 전에─


‘───.’


생각이, 멈췄다.



* * * * *



― 넥타르를 섭취했습니다.


― 각성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 2차 각성이 시작됩니다.


― 혈계 잠재력 확인 중······.

* 영매(C등급)이 확인되었습니다.

* 스타 빌더(S등급)이 확인되었습니다.


― 특별한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심정지 상태)

* 영매 능력의 ‘특수 각성’이 해금됩니다.


― 네크로맨서(S등급) 특성을 얻었습니다.

* 혈계 잠재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스킬이 생성됩니다.


― 네크로맨서(S등급) + 스타 빌더(S등급)

= 헬 포지(유일) 스킬이 개방됩니다.


·

·

·


― 죽음은 당신을 거두지 않습니다.


작가의말

데뷔작에 이어서 다시 한번 네크로맨서 주인공 이야기를 써 보려고 합니다.

1월부터 조금씩 준비해 오던 글입니다.

비축이 여유가 있으니, 신중하게, 좋은 이야기 보여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내일 오전 중에 한 편이 더 연재될 예정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서얼의 뜻을 모르지 않습니다. 작중 인물이 주인공을 비꼬려고 한 대사이며, 그만큼 친부 쪽 혈통이 평민/쌍놈으로 여겨질 만큼 좋지 않다는 의미로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사전적 의미에 부합해서 대사를 할 것 같진 않아서요)  맥락상 대감집-우리는 거기 사냥개-근데 개보다 못한 서얼 주인공으로 이어지는 비유가 또 적합하기도 한 것 같아서 사용한 거고요.

그리고 2화까지 보시면 아시겠지만, 맥락상 아버지 혈통이 가문 내에서 취급이 좋지 않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1

  • 작성자
    Lv.54 ch*****
    작성일
    24.08.15 15:45
    No. 31

    어이쿠 서얼이라니. 안녕히계세요

    찬성: 5 | 반대: 3

  • 작성자
    Lv.10 아파아프다
    작성일
    24.08.15 19:10
    No. 32

    재밌어오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77 말리스미젤
    작성일
    24.08.15 22:02
    No. 33

    아 댓글 보면 안되는데 ㅠㅠ 작가가 BS이라니 ㅠㅠ
    1화 보자마자 너무 재밌어서 응원 댓글 달려고
    달려왔는데 개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시전하시네

    찬성: 1 | 반대: 3

  • 작성자
    Lv.68 전령신파
    작성일
    24.08.17 23:06
    No. 34

    애초에 직계의 외손자를 서얼이니뭐니 하는것부터 공감대가 전혀 없는데.

    찬성: 6 | 반대: 2

  • 작성자
    Lv.19 수가금
    작성일
    24.08.18 16:19
    No. 35

    모르고 쓴 게 아니라 알고 단어를 잘못 썼다 말하는 게 더더욱 하차각으로 느껴지네
    어휘만 문제인것도 아니고...

    찬성: 4 | 반대: 2

  • 작성자
    Lv.14 ag******
    작성일
    24.08.18 19:18
    No. 36

    인트로 정말 억지스럽고 상투적인 재미1도 없네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29 Asheriy
    작성일
    24.08.18 20:13
    No. 37

    시작부터 나치 언급되는거 보면 후반에 헬싱마냥 숨어있던 나치들이 흑막으로 나오려나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76 꿩꿩이
    작성일
    24.08.19 00:20
    No. 38

    주인공 직업 포지션이 약간 애매함. 네크로멘서에 대장장이 향 1프로 첨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6 라빈테
    작성일
    24.08.19 02:12
    No. 39

    근데 뜸금없이 시스템은 왜 나오는거야??

    나치가 신물질 발견했고 그걸 핵으로 쏴서 신물질이 세상

    에 퍼져 사람들이 힘을 사용하게 됐는데 왜 시스템이 나옴??

    작가는 신물질이 마나라고 설정했음

    마나가 퍼져 사람들이 마나를 사용하게 됐는데

    시스템이 왜 등장하는거지?? 마나가 나노봇이라

    시스템이 생기는거야??

    시스템을 운영하는 주체는 누구야??

    다른 소설들은 탑이나 게이트가 생기면서

    생긴 설장상 정체불명으로 두는데 이 소설은 아니자나??

    찬성: 5 | 반대: 1

  • 작성자
    Lv.54 판댕댕
    작성일
    24.08.19 17:27
    No. 40

    서얼이라녀???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46 Huggy
    작성일
    24.08.21 15:51
    No. 41

    뭔 얘기야 도대체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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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11) 값비싼 내기 ─ 3 +18 24.08.20 7,036 260 18쪽
31 11) 값비싼 내기 ─ 2 +22 24.08.19 7,594 281 16쪽
30 11) 값비싼 내기 ─ 1 +34 24.08.18 8,273 268 19쪽
29 10) 음모, 기회, 확장 ─ 3 +20 24.08.17 8,965 270 20쪽
28 10) 음모, 기회, 확장 ─ 2 +18 24.08.16 9,585 281 13쪽
27 10) 음모, 기회, 확장 ─ 1 +22 24.08.15 10,299 331 17쪽
26 9) 죽은 자들의 전투 ─ 3 +16 24.08.14 10,607 333 16쪽
25 9) 죽은 자들의 전투 ─ 2 +23 24.08.13 10,854 344 14쪽
24 9) 죽은 자들의 전투 ― 1 +10 24.08.12 11,311 332 17쪽
23 8) 죽음의 천사들 ― 3 +13 24.08.11 11,716 325 20쪽
22 8) 죽음의 천사들 ― 2 +32 24.08.10 12,248 324 17쪽
21 8) 죽음의 천사들 ─ 1 +15 24.08.09 12,524 339 20쪽
20 7) 죽음은 자산이 된다 ─ 3 +15 24.08.08 12,638 317 17쪽
19 7) 죽음은 자산이 된다 ― 2 +27 24.08.07 12,744 320 16쪽
18 7) 죽음은 자산이 된다 ― 1 +20 24.08.06 13,046 335 20쪽
17 6) 등장, 폭발, 파급 ― 3 +17 24.08.05 13,114 343 18쪽
16 6) 등장, 폭발, 파급 ― 2 +24 24.08.04 13,170 326 19쪽
15 6) 등장, 폭발, 파급 ― 1 +20 24.08.03 13,390 335 19쪽
14 5) 악마들의 데뷔 ― 3 +16 24.08.02 13,491 336 19쪽
13 5) 악마들의 데뷔 ― 2 +15 24.08.01 13,506 338 13쪽
12 5) 악마들의 데뷔 ― 1 +22 24.07.31 14,020 342 16쪽
11 4) 묵직한 느낌 ― 2 +17 24.07.30 14,504 351 16쪽
10 4) 묵직한 느낌 ― 1 +11 24.07.29 15,157 356 18쪽
9 3) 망치를 들다 ― 3 +11 24.07.29 15,257 376 17쪽
8 3) 망치를 들다 ― 2 +11 24.07.28 15,883 37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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