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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장 님의 서재입니다.

대장장이의 네크로맨서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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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장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0.20 18:52
최근연재일 :
2024.08.22 21:5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450,145
추천수 :
11,762
글자수 :
268,819

작성
24.08.17 21:50
조회
8,964
추천
270
글자
20쪽

10) 음모, 기회, 확장 ─ 3

DUMMY

10) 음모, 기회, 확장 ─ 3




세상을 움직이는 건 돈이다.


그리고 돈은 기술에서 나온다.


그런 면에서 대장장이나 연금술사 같은 제작 계열 각성자들은 실력이 최악이지 않는 한 어딜 가든 좋은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장비/시설 등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즉, 능력보다 돈이 선행한다.


일례로 대장장이 각성자에게는 마력 화로가 꼭 필요하다.

하지만 그놈의 마력 화로 값이 너무나 비쌌다.


그럴 것이, 마력이 담긴 불꽃을 피워내고, 유지하는 건 결코 쉽지 않았고, 그걸 몇 년이고 버텨줄 내구력이 지녀야 한다······?

가장 싼 게 수십억 원대인 게, 어쩌면 당연했다.


세계 최고의 마력 용광로인 용효대는 어떠한가?

세계 최고의 각성자 주간지 <웨이커>에서 추산하기를, 미 항공모함 전단보다 더 가치 있다고 평가할 정도였으니······.


그런 점에서 유재익이 얻은 ‘헬 포지’라는 스킬은 효율적인 걸 넘어서 가히 사기적이었다.


언제 어디서든 공짜 용광로를 열 수 있다?

대장장이들이 본다면, 기절초풍할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한술 더 떴다.


“아공간이라니······.”


유재익은 헬 포지 안으로 들어서며 탄식을 내뱉었다.


헬 포지는 그저 휴대용 용광로가 아니었다.


“무, 무려 이동식 대장간이었어!”


화구만을 이용할 수 있는 전과 달리, 이제는 내부 공간 전체를 이용할 수 있었다.


심지어─


‘여기다가 키메라들을 넣어둘 수 있다면······?’


탑차에 넣고 다니다가 중요한 순간마다 자물쇠를 열어야 하는 그 번거로움이 없어진다.


군단을 휴대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 규모가 심상치 않았다.


유재익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층고가 수십 미터에 이르렀다.


그리고 천장에는 기이한 그림이 양각으로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등불 대신 도깨비불 같은 게 떠다니며 내부를 주황빛으로 밝히고 있었다.


화려하다 못해 웅장하다.


“허─ 유럽 황실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 같은데······.”


유재익은 이 거대한 장소에 경도됐다.

신의 거처 앞에 선 작은 피조물의 기분이 이러할까? 아주 사소한 존재가 된 느낌이었다.


천장으로부터 고개를 내리자, 양옆으로 이집트 오벨리스크처럼 생긴 두꺼운 검은 기둥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 기둥 사이마다 쇠사슬이 달린 철제 선반들이 세워져 있었는데, 딱 봐도 제작한 물건들을 적재할 수 있는 곳인 모양이었다.


그 모든 걸 지나치고 나면 마침내 거대한 화구가 눈에 들어왔다.


화─아─아─아──!


용효대가 레드 드래곤의 머리뼈라는 압도적인 비주얼을 가졌다면, 이곳의 화구 역시 만만치 않았다.


“아, 악마인가······?”


그래, 악마였다.

뿔이 달린 괴물이 아가리를 쩍 벌린 디자인의 화구에서, 지옥의 화마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널따란 식탁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거대한 흑색 모루가 놓여 있었다.


유재익이 그 위에 손을 얹었다.


“와 씨, 이 정도 사이즈면 혼자 옮기는 건 불가능하겠는데?”


직경이 5m 이상이다.

너비는 3m 정도다.

대장장이가 오우거가 아닌 이상, 이 모루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재질은······ 알 수가 없어.”


그게 가장 충격적이었다.


온 세상의 모루를 전부 쓴 건 아니지만, 적어도 모루에 쓰이는 마금속 정도는 한 번씩 만져봤다.

그런데 처음 보는 금속이라니······.


‘뭔지 몰라도, 엄청나게 밀도 있고 마력 전도율이 굉장히 높다.’


별장에 있는 어머니의 아다만트 모루도 엄청나게 비싼 물건이었다.

하지만 이건, 그와 비견되지 않을 만큼 압도적인 가치를 지녔을 게 확실했다.


놀라운 건 또 있었다.


“시, 심지어······ 자체적으로 강력한 마나 파동을 발생시키잖아?! 이러면 마나가 새어나지 않고, 마나 구조 변경할 때도 그 견고함이 다를 거야!”


아티펙트 단조는, 망치질로 금속의 모양을 잡는 동시에 금속에 마나를 투사하여 물체의 마나 구조까지 수정하는 작업이다.


다만, 모든 존재가 그러하듯이 충격의 의해서 파괴 되거나 변질될 수 있다.


마나 구조도 마찬가지다.

힘 조절을 잘못하면, 구조에 손상이 발생하고 코드가 꼬인 프로그램처럼 정상 작동을 못하게 된다.


‘MP(Mana particle) 이탈 현상이지.’


그런데 모루에 이렇게 단단한 무속성의 마나층이 깔려 있다면, 그런 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쨍강!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네!


─같은 상황을 최대한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허, 허허─ 하하하하─!”


유재익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모루 곳곳을 이리저리 매만졌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양옆으로 각각 거대한 문이 있는 게 아닌가?


‘공간이 더 있어?’


다가가서 문고리를 잡아당겼는데······.


- 해금되지 않은 장소입니다.


“······뭐?”


허탈감도 잠시, 그는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아직 보여줄 게 더 남았다는 거지?”


즐거운 비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만큼 설레는 게 또 있을까?


“좋아, 나도 아직 보여주고 싶은 게 많아.”


유재익은 즉시 탑차로 가서, 화물칸의 키메라들과 각종 재료를 전부 헬 포지 안으로 옮긴 뒤, 모루 앞에 서서 소매를 걷어붙였다.


“어디 해보자고.”


벌써 오후 9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작전이 일시 중단되었기에, 오늘 일찍 잘 필요는 없었다.


유재익은 오늘 밤, 불타오르는 창작욕을 전부 해소해서 다음 작전을 위한 특제 무기를 만들어낼 생각이었다.



* * * * *



유재익은 망치를 쥐고 생각했다.


제작 의도가 무엇인가?


‘개떼처럼 몰려올 언데드를 상대해야 한다.’


유재익은 다크 메이지의 기억 속에서 보았던, 압도적인 숫자의 언데드 무리를 떠올렸다.


좀비 한 마리 한 마리는 약하다.


‘하지만 끝없이 몰려오는 게 문제지.’


헌터들이 능숙하게 좀비를 죽이고 또 죽이지만, 결국 물량 공세에 결국 휩쓸려서 잔인하게 당하고 마는······ 그런 광경이 흔하게 펼쳐진다.


“······역시 먼저 방어력이 필요하겠어.”


자잘한 공격은 전부 무시할 수 있는 내구성, 그런 게 선행된 무기가 필요했다.


“너로 정했다, 앞으로 나와.”


그러자 한쪽에 이 열 종대로 서 있던 키메라들 사이에 가장 거대한 녀석이 네발로 성큼성큼 기어 나왔다.


쿵─ 쿵─


“너, 프로즌 케이브 베어라고 했지?”


딱딱!


녀석은 다크 메이지가 풀었던 야수였지만, 이제는 유재익의 권속 ‘본베어’가 됐다.


“네가 돌격해 올 때, 솔직히 좀 무서웠다.”


딱?


거구의 야수 좀비가 상성인 공격을 전부 몸으로 받아내면서 엄청난 속도로 돌격하던 모습이란······.

유재익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본베어는 털가죽과 살점을 모두 걷어냈음에도 여전히 2m 89cm 이르는 괴물이었다.


유재익은 녀석의 몸에 손을 얹고 마나 스캔을 했다.


“역시, 뼈가 되게 단단한데······ 어디 보자, 고블린 뼈의 강도보다 거의 6배? 6.3배 정도인가? 오─ 이러면 좀비들의 공격에는 웬만해서는 골절될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더 단단해질 필요가 있어.”


유재익은 탑차에 싣고 다니던 재료 중, 2등급 ‘던전강(Dungeon Steel)’을 꺼냈다.


이걸 본베어의 뼈대에다가 갑옷처럼 덧대어 붙일 작정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움직임이 제한되지 않도록, 파츠가 서로 부딪히지 않게 절묘한 구조를 만들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소싯적, 갑옷 좀 만들어봤으니까.”


어릴 적, 기사에 대한 로망이 있었기에 심심하면 작은 갑옷 모형들을 만들었던 유재익이었다.

해 년이 갈수록 그의 실력은 정교해졌고, 얼마 안 가 완벽한 형태의 미니어처를 만들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2학년 때에는 실제로 입고 움직일 수 있는 갑옷까지 만들어서, 학교 축제 때 연극부 친구들에게 빌려주기까지 했었다.


그렇기에 거대한 본베어의 몸에 맞는 갑주를 제작하는 것쯤은 어렵지 않았다.


탕──! 탕──!


망치질이 거듭되었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후─ 이 정도면 되겠지? 일어서 봐.”


유재익의 명령에 본베어가 몸을 일으켰다.


절그럭─


그러자 유재익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천천히 커지더니, 이윽고 그의 전신을 가리었다.


절그럭─


회색빛의 금속판을 온몸에 두른, 중세의 기사······ 아니, 이 정도 크기라면······.


가히, 걸어 다니는 전차였다.


쿵─! 쿵─!


무게감도 한층 올라갔다.


“워─ 내가 만들었지만, 되게 그럴듯하잖아?”


유재익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다가, 곧장 다음 작업으로 넘어갔다.


“이제 무기 차례다.”


방어구는 완성되었으니, 좀비들을 효율적으로 쓸어버릴 강력한 무기가 필요했다.


‘······어떤 무기를 만들까?’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개떼처럼 몰려들 좀비들을 학살한 무기는······ 역시 전기톱이지!”


전기톱은, 좀비가 나오는 영화나 게임에서 유구한 전통의 무기였다.

아무리 공격해도 고통 따위 느끼지 않고 달려드는 좀비를, 단숨에 찢어버릴 압도적인 파괴력······!


유재익은 2등급 던전강으로 2cm 정도의 톱날을 만들어서 베어의 양쪽 앞발 ‘요골’ 바깥쪽에 장착했다.


“엔진을 달아서 체인을 움직이는 건 소음이 너무 크니까, 우선 그냥 톱날로 만족하자고.”


하지만 이 정도의 거구가 휘두르면, 기계적인 동력이 없더라도 무엇이든지 쉽게 조각낼 수 있을 것이었다.


“한 번, 휘둘러 봐.”


훙──!


그 거구가 앞발을 휘젓자, 광풍이 불었다.

톱날이 굳이 없어도, 좀비 따위는 두개골을 그냥 으깨버릴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이었다.


그리고 다음은─


전기톱과 파트너인 무기가 떠올랐다.


“······역시 샷건은 빠질 수 없지.”


마찬가지로 샷건은 좀비 사냥에서 빠질 수 없는, 최고의 무기였다.


개떼처럼 몰려오는 언데드를 향해서, 펌프를 당기고,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면, 산탄이 뿜어지며 단숨에 대여섯 마리가 날아가 버리는 그 쾌감······!


“마침 또 적합한 재료가 있거든.”


유재익이 꺼낸 건 웬 씨앗이었다.


‘이백현 씨가 순순히 내어줄 줄은 몰랐는데.’


캠프로 돌아오는 길, 유재익이 이백현에게 말했다.


- 그 씨앗 좀 몇 개 살 수 있을까요?

- ······뭐?

- 그 씨앗 ‘폭탄거북꽃’ 씨앗이죠? 제가 몇 개만 사고 싶은데요.


이백현이 대자연의 갑주를 두르고 현장에 등장했을 때, 그의 양손에 웬 꽃봉오리가 자라나 있었다.

유재익은 그게 폭탄거북꽃의 꽃봉오리라는 걸 알아챘고,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 이야, 무슨 이런 씨앗을 다 알아보냐? 역시 대장장이 가문 자식들은 별의별 잡다한 것까지 다 교육받는구나?

- 그런 건 아니고······ 몇 개만 사겠습니다. 그렇게 안 비싸잖아요?

- 근데 이걸 뭐에 쓰려고? 내가 알기로는 이건 연금술 재료로 쓰여도, 아티펙트 재료로는 잘 안 쓰이는 걸로 알고 있는데.

- 그냥 연구 좀 해보려고요.

- 흠······ 이거, 폭발물로 취급받는 것 정도는 알겠지? 사과의 의미로 공짜로 줄게.


이백현은 생색을 내면서도 흔쾌히 폭탄거북꽃 씨앗 한 주머니를 내어주었다.


‘정령술사나 드루이드들 외에는 이런 씨앗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특성은 드물지.’


그건 대장장이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불에 닿으면 타버리는데, 어떻게 쓰겠는가?


하지만 당연히 유재익은 가능했다.


그는 폭탄거북꽃을 헬 포지에 넣고, 속성을 추출했다.


- 추출된 속성 : 하급 폭발성 열개(C+)


폭발성 열개(Explosive dehiscence).

열매 안에 강력한 열 압력을 형성해서 폭발과 함께 씨앗을 멀리 흩뿌리는 특징을 뜻했다.


‘이걸 앞발에 하나씩 결합하는 거다.’


그렇다면 어떻게 될까?


‘드루이드 나이트 이백현은, 이 힘을 모방해서 캐논처럼 쓸 수 있다고 했지.’


유재익도 그런 걸 생각하며, 본베어의 양쪽 손에 하급 폭발성 열개(C+) 속성을 엮기 시작했다.


웅──!


그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후······!”


금속을 단조해서 갑옷 형태로 만드는 것만큼이나 오랜 시간이 걸렸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마나 구조를 엮기 위해서 온 신경을 기울여야만 했다.


“으, 젠장─ 큰일날 뻔했네! 조금만 빗나갔으면, 전부 날릴 뻔했어!”


아공간 안이었기에, 해가 뜨는지도 모른 채 유재익은 작업을 이어갔고─


“······됐나?”


마침내 녀석의 앞발 뼈 일부분이 변형되더니, 손바닥 중앙에 둥그런 무언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쩌저저저──


그건 언뜻 봐서는 골프공처럼 생겼는데, 군데군데 뚫린 구멍 안을 살피자, 날카로운 파편 같은 것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열매가 아니라, 뼛조각을 날리는 건가? 그런데 이러면······ 일회용 아니야?”


실망하려는 순간, 눈앞에 웬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 특정 조건을 만족하여 권속 ‘본베어(프로즌 케이브 베어)’가 새로운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오? 이 시스템 메시지는 못 보던 건데?”


지금껏 권속들을 개조하면서, 상세 정보는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런 시스템 메시지가 뜬 건 처음이었다.


유재익은 즉시 권속 상세 정보를 확인했다.


[권속 정보]

- 이름 : 본베어 (프로즌 케이브 베어)

- 등급 : B

- 속성 : 하급 단단함(B-), 중급 냉기 저항(B), 하급 신성력(C+), 하급 폭발성 열개(C+),

- 스킬

1) 본 캐논 : 손아귀에서 강력한 열 압력과 함께 뼈 파편을 분사합니다.

2) 본 리로드 : 뼈를 흡수하여 본 캐논을 장전할 수 있습니다.


“본 리로드라고······?”


즉, 일회용이 아니게 된 것이었다.


“크─ 역시, 이런 재미가 있단 말이지!”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만들지만, 끝내 뭐가 나올지는 스스로도 모른다.


그게 바로 무언가를 만드는 즐거움이며, 창조의 원초적인 감각이었다.


밤을 지새웠건만, 유재익은 피곤하다는 느낌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심지어 아직 더 작업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제, 여기에다가 화염 브레스까지 넣어주마 ······ 으흐흐! 아주 온몸을 병기로 개조시켜 줄게!”


딱딱······.


“그리고 이런 걸 몇 개 더 만들어서 키메라 기갑부대를 구성하는 거지.”


좀비 소굴을 깨끗하게 청소할 신성한 화력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언데드 새끼들, 거기 꼼짝 말고 있어라······ 내가 키메라 기갑부대를 끌어가서, 너희 머리통을 다 날려버려 줄 테니까.”



* * * * *



“그,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당혹감이 어린 목소리로 그렇게 묻는 건, 용효대 제2 공방장 진중혁이었다.


용효대 작업이 끝난 뒤의 저녁 식사 자리였다.

식탁 앞에 앉은 용효대의 주요 장인들 역시 침묵한 채, 진중혁의 시선이 닿은 자리, 상석의 가주 진강룡을 바라보고 있었으니─


진강룡이 혀를 찼다.


“못 들었어? 벌써 귀가 어두워진 것이냐?”

“가주님, 아니, 아버지─”


진중혁이 가주를 아버지라고 부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만큼, 지금 무언가에 간곡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재익이에게 인제군 헌터 작전 구역 권한을, 전부 위임하겠다니요······ 제가 들은 게 맞습니까?”

“잘 들었네?”

“아버지······ 이건 정말로 아닙니다.”

“뭐가 그렇게 아니꼬운 거야?”

“아니꼬운 게 아닙니다, 이건······.”


잠시 질끈 눈을 감은 진중혁이 젓가락을 내려놓고는 진강룡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우려스러운 겁니다. 아니죠, 위험한 겁니다.”

“위험해?”

“그렇지 않아도 인제군에 투입된 6대 가문 중, 우리가 가장 성과가 좋지 않은데 어중이떠중이에게 전권을 맡겼다는 걸 알면,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우리가 결국 손 놓아버렸다고 생각할 겁니다. 가문 망신이란 말입니다.”


진중혁이 평소답지 않게 목소리 힘을 주었다.


이에 진강룡의 눈이 가늘어지더니, 들고 있던 젓가락을 슬며시 내려놓았고, 동시에 식탁의 모든 장인 역시 저도 모르게 식기 도구를 내려놓았다.


“뭐야, 다들 다 먹었어? 오늘 망치질이 영 시원찮더니, 배도 안 고플 정도로 태업한 건가?”


진강룡이 그렇게 말하자, 장인들이 다시금 주섬주섬 숟가락과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중혁이 너 한번 말해봐라, 그 어중이떠중이 녀석이 무슨 수로 해낸 것 같아?

“······예?”

“어떻게 사기 폭풍 안으로 들어가서 다크 메이지 모가지 따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냔 말이다.”


진중혁의 말문이 막혔다.


솔직히 의문이었다.

대체 어떻게 그런 게 가능했을까?

그 녀석, 얼마 전까지만 해도 C등급의 영매 능력자로, 균열감식반에서 근무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 녀석, 헌터 임무에 투입되기 전에 몇 날을 공방에만 처박혀 있다. 걔가 거기서 뭐 물 떠 놓고 기도라도 올렸을 것 같아? 날개를 만들었든 지느러미를 만들든 했겠지.”


진강룡의 말뜻은, 유재익이 아티펙트를 만들어내서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었다.

그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아티펙트란, 인간에게 날개나 지느러미를 달아주는 거다’라는 말처럼, 불가능해 보이는 걸 한계를 넘어서 가능하게 만드는 것─ 그게 진강룡의 작업 철학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진중혁은 고개를 내저었다.


“재익이가 그 정도는 못 된다는 걸, 아버지도 아시지 않습니까? 2차 각성했다고 한들, 겨우 한두 달 차 아닙니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러면 뭐라고 생각하는데? 네 생각을 말 해보라니까?”


진중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 때론 인생에 운이란 게 크게 작용하지 않습니까?”

“운? 운이라고? 그게 네 분석이냐?”

“분석은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합리적입니다. 왜냐하면, 다른 추론은 불가능할 정도로 말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아─”


진중혁이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탄식을 내뱉더니, 이어서 말했다.


“두 번까지는 우연일 수 있다, 거기에 속으면 세 번째는 없다─”

“뭐?”

“기억하십니까?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

“제가 스물세 살 때, 뭣도 모르고 지방의 어느 마석 가공 사업체가 유망하다며, 인수해 보겠다고 나섰었죠. 아버지는 반대하셨고요. 그때 제가 근거로 내세웠던 게, 제 지난 두 번의 투자가 성공적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아버지가 해주신 말씀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진강룡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회사, 결국 장부에 장난질한 게 드러나서 날아갔었지.”

“예, 바로 그 일입니다.”

“이제는······ 나한테 꼬박꼬박 말대꾸 하는구나?”


그러자 진중혁이 움찔한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진강룡의 기분은 나쁘지만은 않았다.


‘재익이 그 녀석 때문에, 심보가 뒤틀린 모양인데······.’


언제나 그렇듯, 경쟁심은 활력이 된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가문 내의 불씨가 영 시원찮다고 생각했던 진강룡이었다.


“그러면 네가 한 번 직접 만나서 말해봐.”

“예?”

“내일 점심에 재익이 걜 부를 거다. 그때 네가 한 번, 왜 안 되는지 그 녀석에게 말해 봐.”

“제가, 말씀입니까?”

“왜? 너도 용효대의 2공방장 아니냐? 네 판단도 듣긴 들어야지.”


진중혁의 표정이 묘하게 맑아졌다.


“예, 아버지······.”


아버지가 자신을 인정해 준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유재익 그놈이 날고 기어도 데스 렌딩 지역에서는 아무것도 못 해낼 거다.’


왜?


그게 가능했다면, 데스 렌딩 지역은 진작 토벌과 정화가 끝났어야 했다.


방치된 이유가 다 있다.


그런데 고작 그런 애송이가 뭘 해내겠는가?


그런 확신이, 진중혁에게 자신감을 일깨워줬다.


‘감히 나를······ 무시해?’


지난 만남 때, 1공방의 문을 넘어서며 유재익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 나중에 ‘밖에서’ 뵙겠습니다.


그 말이, 꿈에서도 그를 괴롭혔다.


작가의말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0

  • 작성자
    Lv.40 n6920Zer..
    작성일
    24.08.17 22:39
    No. 1

    작가님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화염천
    작성일
    24.08.17 23:21
    No. 2

    떼쓰는거 같은 느낌..자기가 받은건 생각안하고

    찬성: 7 | 반대: 0

  • 작성자
    Lv.76 vel
    작성일
    24.08.17 23:51
    No. 3

    잘보고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풍뢰전사
    작성일
    24.08.18 00:46
    No. 4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9 sn******
    작성일
    24.08.18 00:59
    No. 5

    1. 양쪽 앞발에 갈고리 톱날
    2. 양쪽 어깨에 발사장치 설치
    3. 화염브레스 장착
    4. 강철갑옷 장착 투구도 장착햐지요
    5. 하급신성력이 존재하는거 보니 신성력폭탄으로
    써도 되겠네요
    그냥 대략 2~3마리로 일점 돌격으로 뚫고 3갈래로
    흩어져서 신성력 자폭으로 후후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g2******..
    작성일
    24.08.18 01:16
    No. 6

    도적인 물량 ->압도적인 물량 의 오탈자로 보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2 연촴
    작성일
    24.08.18 01:19
    No. 7

    흠...............
    날도 더운대 시원시원한 이야기가 ..............................

    찬성: 1 | 반대: 2

  • 작성자
    Lv.92 연촴
    작성일
    24.08.18 01:19
    No. 8

    흠...............
    날도 더운대 시원시원한 이야기가 ..............................

    찬성: 1 | 반대: 1

  • 작성자
    Lv.49 홍뱀
    작성일
    24.08.18 01:39
    No. 9

    중혁아~ 중혁아~ 이 무능한 밥버러지 보다도 못한 쓰레기야~ 니도 못하는걸 동생에게 요구할 참이냐? 무능한 밥버러지만도 못한 너같은 놈도 엄두도 못내는 일을 동생에게 요구할 작정이냐? 현상 유지만 해도 똑같은거 아니냐? 지금까지 6대가문 중 제일 무능하다고 평가 받는건 중혁아 니 잘못도 있지 않니? 그동안 뭐했니? 무능한 밥버러지야. 이제 동생이 뭐 해볼려고 하니 쫄리니? 뭐? 해결? 니 미쳤니?

    찬성: 4 | 반대: 0

  • 작성자
    Lv.99 수라마후
    작성일
    24.08.18 02:44
    No. 10

    저런병신콩가루 집안이 대한민국 굴지의 가문이면 대한민국이 굴지의 거지국가 수준익겠네. 자식이 저정도로 개새끼면 가주도 개호로새끼일 확률이 80퍼센트는 넘을거 같은데

    찬성: 3 | 반대: 1

  • 작성자
    Lv.66 제르미스
    작성일
    24.08.18 05:12
    No. 11

    돌격전차 느낌 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도수부
    작성일
    24.08.18 09:23
    No. 12

    건필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7 앙즈
    작성일
    24.08.18 11:27
    No. 13

    결국 도적인 물량 공세에 결국
    도적인(?) 의미불명
    결국이 2번 들어라서 문장이 이상함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7 앙즈
    작성일
    24.08.18 11:29
    No. 14

    날카로운 파편 같은 잔뜩 들어 있었다
    →날카오운 파편 같은 것이 잔뜩 들어 있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럽쮸
    작성일
    24.08.18 13:36
    No. 15

    11페이지 기억속에서 모았던-보았던 오타인듯하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럽쮸
    작성일
    24.08.18 13:38
    No. 16

    15페이지 갑주를 제작한 것쯤은- 제작하는
    아직 제작 안했으니까 제작한 하면 과거형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럽쮸
    작성일
    24.08.18 13:38
    No. 17

    16페이지 그라자 유재익의 머리~~-그러자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開闢
    작성일
    24.08.18 13:42
    No. 18

    잘보고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럽쮸
    작성일
    24.08.18 13:50
    No. 19

    외삼촌 저거는 뇌가리가 열등감에 쩔어서 다 녹았나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6 성준가연
    작성일
    24.08.18 19:39
    No. 20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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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11) 값비싼 내기 ─ 2 +22 24.08.19 7,593 281 16쪽
30 11) 값비싼 내기 ─ 1 +34 24.08.18 8,273 268 19쪽
» 10) 음모, 기회, 확장 ─ 3 +20 24.08.17 8,965 270 20쪽
28 10) 음모, 기회, 확장 ─ 2 +18 24.08.16 9,585 281 13쪽
27 10) 음모, 기회, 확장 ─ 1 +22 24.08.15 10,298 331 17쪽
26 9) 죽은 자들의 전투 ─ 3 +16 24.08.14 10,607 333 16쪽
25 9) 죽은 자들의 전투 ─ 2 +23 24.08.13 10,854 344 14쪽
24 9) 죽은 자들의 전투 ― 1 +10 24.08.12 11,311 332 17쪽
23 8) 죽음의 천사들 ― 3 +13 24.08.11 11,715 325 20쪽
22 8) 죽음의 천사들 ― 2 +32 24.08.10 12,247 324 17쪽
21 8) 죽음의 천사들 ─ 1 +15 24.08.09 12,524 339 20쪽
20 7) 죽음은 자산이 된다 ─ 3 +15 24.08.08 12,638 317 17쪽
19 7) 죽음은 자산이 된다 ― 2 +27 24.08.07 12,744 320 16쪽
18 7) 죽음은 자산이 된다 ― 1 +20 24.08.06 13,046 335 20쪽
17 6) 등장, 폭발, 파급 ― 3 +17 24.08.05 13,114 343 18쪽
16 6) 등장, 폭발, 파급 ― 2 +24 24.08.04 13,170 326 19쪽
15 6) 등장, 폭발, 파급 ― 1 +20 24.08.03 13,389 335 19쪽
14 5) 악마들의 데뷔 ― 3 +16 24.08.02 13,491 336 19쪽
13 5) 악마들의 데뷔 ― 2 +15 24.08.01 13,506 338 13쪽
12 5) 악마들의 데뷔 ― 1 +22 24.07.31 14,020 342 16쪽
11 4) 묵직한 느낌 ― 2 +17 24.07.30 14,504 351 16쪽
10 4) 묵직한 느낌 ― 1 +11 24.07.29 15,157 356 18쪽
9 3) 망치를 들다 ― 3 +11 24.07.29 15,257 376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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