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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장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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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장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0.20 18:52
최근연재일 :
2024.08.22 21:50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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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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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62
글자수 :
268,819

작성
24.08.0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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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8) 죽음의 천사들 ─ 1

DUMMY

8) 죽음의 천사들 ― 1




오후 4시가 막 지났을 무렵이었다.


유재익은 한 창고 건물 옆에 탑차를 대고, 지금까지 잡은 언데드들을 갈무리하고 있었다.


서걱─ 서걱─


물론 직접 썩은 사체를 뒤적거릴 필요 없이, 스켈레톤들이 알아서 전부 처리해 주었다.


“오늘 내가 잡은 게 서른두 마리······.”


유재익은 마력석을 노란색의 오염물 처리 봉투에 담았다.


“하루에 이 정도면, 괜찮은 성과겠지?”


마나를 다루는 모든 존재의 몸에는 마력석이 생성된다.

일종의 진주처럼, 마나 잔여물이 축적되어서 만들어지는 물질이었다.


물론 마력석 자체는 그다지 쓸모가 있지는 않았다.

사기에 오염되기도 했거니와, 그 농도도 공기 중의 마나를 이용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었다.


흔히 ‘마정석(魔淨石)’이라고 불릴 정도로 진하게 응축되어야지 가치가 있는데, 그런 건 고등급 마수로부터 낮은 확률로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이런 무가치한 걸 채취하는 이유는 임무 기여도를 이 마력석의 등급과 무게로 책정하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헌터 일은 단순히 마수를 사냥하는 걸 넘어서 사체를 갈무리할 줄도 알아야 한다.


벌이가 괜찮지만, 여러모로 인간의 본능을 위배하는 일인 것이다.


“후······ 슬슬 그것도 좀 확인해 볼까?”


임무 투입 전, 유재익은 진은공략 헌터전술본부장 고진호로부터 인제군의 좀비 사체 몇 구를 받았고, 그걸 영혼 분석했다.

당시 이상한 점을 하나 포착했으니─


‘그게 여전히 유효한지, 확인해 봐야겠어.’


헬 포지를 열어서, 좀비 사체를 하나 넣은 뒤 ‘영혼 분석’을 실행했다.


[영혼 분석 정보]

― 대상 : 인간 좀비

1) 등급 : 하급 마수 (D+)

2) 분류 : 일반 변이체

3) 지역 : 데스 랜딩 (오염 지대)

4) 속성 : 사기(하급)

5) 약점 : 두뇌, 신성

6) 특징 : 맹목적인 공격성, 포식 본능, 낮은 지능, 오염된 피부, 심한 악취, 사기 방출, 붕괴 중인 신체 [더 보기]

7) 기타 : 알 수 없는 주문에 의해 체내에 사기가 상당량 응축된 상태였으나, 신성력에 의해서 정화되었다.


“역시나 이것도 그 주문이 걸려 있네.”


7번, 기타 사항에 거슬리는 게 하나 있었다.


언데드는 대부분 사기로 오염된 지역에서 탄생하며, 사기를 동력원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체내에 사기가 축적되는 게 이상하지는 않으나······ 문제는 그 주체가 ‘주문’이라는 점이었다.

그것도 ‘알 수 없는 주문’이라니, 딱 봐도 수상하지 않은가?


“누군가 언데드에 뭔 짓거리를 했다는 건데······.”


대체 누가 언데드에 주문을 건단 말인가?


당장 떠오르는 건 몇 가지 없었다.


‘리치는······ 아니겠지?’


인제군 데스 랜딩의 탄생과 함께 등장했으나, 토벌 이후 실종된 보스형 마수가 존재했다.


죽음의 조정자 리치, 레드 레이븐─


놈의 소멸이 관측되지 않았기에 아직 살아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연쇄 실종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레드 레이븐이 도심에 숨어서 벌이는 짓이라는 괴담이 퍼졌지.’


놈은 강령술의 대가였기에, 여전히 어디에선가 시체를 수집하고 있다는 도시 전설이었다.


물론 썩 신빙성 있는 가설은 아니었다.


‘아니면 마물 숭배자들일 수도 있고.’


마물 숭배자들은 이런 동화 침식 지형 같은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난 지역에 숨어 살곤 했다.


“씁─ 찝찝한데······.”


그때였다.


― 칙─ 제2 캠프 지휘통제실에서 전 헌터들에게 알립니다.


유재익의 마나 통신기로부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금일 임무 복귀 30분 전입니다. 전 헌터는 복귀 준비를 마치고 획득한 마력석을 검문소의 마력물감식반에게 제출하시길 바랍니다.


임무 투입 직후 이틀간은 ‘적응 기간’으로, 데스 랜딩 지역의 사기에 몸이 버틸 수 있는지 없는지를 가늠하는 시간이었다.

혹여나 누군가 사기에 심각한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면,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기 전에 임무 배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가 떨어지기도 전에 귀환 명령이 내려진 것이었다.


유재익은 캠프 입구, 검문소의 마력물감식반에게 마력석이 든 오염물 처리 봉투를 제출했다.


“하나도 빠짐없이 제출해 주세요. 사기에 오염된 물건은 캠프 반입 금지입니다.”


그렇게 마력석의 무게를 재서 인증 서류를 받은 뒤 국토감시국 사무실에다가 제출했다.


그런데.


“······이, 이걸 혼자 하셨다고요? 2.6kg을요?”


담당 공무원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전에 유재익에게 정말로 혼자 온 거냐고 쓴소리했던, 바로 그 남자였다.

그는 얼빠진 표정으로 마력물감식반이 써 준 인증 서류와 유재익을 번갈아 보았다.


“자, 잠시만요, 뭔가 착오가 있는 건지 감식반 측에 다시 확인 좀 해 볼게요.”


하지만 당연히 문제없다는 답변을 받았고, 그는 멍한 표정으로 유재익을 올려다보았다.


“아니, 이걸 어떻게······.”

“이상 없는 거죠?”

“혹시 원청 쪽 성과물까지 같이 보고하다가 착오가 발생한 건 아닙니까? 만약 그렇다면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 어서 정정 요청을─”

“다 제 성과입니다.”

“네?”

“제 개인 성과 맞다고요.”


그는 잠시 머리를 긁적거리더니, 뭔가 알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어디서 죽어 있는 언데드들이라도 잔뜩 발견하신 모양입니다? 운이 좋으시네요.”


유재익은 피식 웃으며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뭐, 알아서 생각하라고 하자.’


여기서 억울함을 풀어 봤자 달라질 건 없다.


‘이 사람이 놀랄 정도면, 확실히 내가 빠르긴 빠른 모양이야.’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첫날부터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일 시간이었다.


‘두 번째도, 세 번째에도 운이 좋다면, 어떤 반응이려나?’



* * * * *



다음 날, 해가 뜨기도 전에 주차장에서 시동 걸리는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으─ 다들 부지런하네······.”


유재익은 급히 씻고 숙소에서 나와서 자신의 탑차로 향했다.


벌써 검문소를 빠져나가는 차들이 보였다.


역시 헌터 임무는 언제나 경쟁적이었다.

아무래도 기여도에 따라서 보상이 차등 지급되기 때문이었다.


그때, 근처에서 웬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응, 엄마! 아─ 진짜로 안전한 임무 맡고 있다니까?”


옆 차, 승용차 뒷좌석에서 단발머리의 여리여리한 여자가 검과 방패를 꺼내면서 통화 중이었다.


“내가 뭐라고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겠어? 누가 나를 그런 귀한 임무에 끼워 주기라도 할 것 같아? 딸내미 그렇게 유능하지는 않으니까, 걱정은 붙들어 매셔─”


유재익은 그녀의 목소리에 귀가 쫑긋해졌다.

그 이유는······ 이곳은 전혀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해나?’


아는 얼굴이었다.


‘이해나, 맞네.’


이해나는 유재익의 고등학교 동기였다.

1학년과 3학년 때 같은 반이었고, 밝고 유쾌해서 친화력이 좋았던 녀석이었다.


‘각성자로 성공한 동창들이 여럿 있어도, 이해나 소식은 못 들었는데······ 그런데 쟤가 감마 임무에 있다고? 감마 등급 정도까지 오를 실력이면, 소문이 쫙 돌 텐데?’


그런 의문을 품으면서, 의도치 않게 그녀의 전화 통화를 엿듣게 되었다.


“그래서, 아침은 드셨고? 굶긴 왜 굶어! 소화 안 되더라도 먹어야 한다니까! 그래야지 빨리 나아서 집에 돌아오지! ······진짜 안 위험하다니까? 엄마도 나한테 하나뿐인 가족이니까, 밥 잘 챙겨 먹어서 빨리 나으라고, 좀!”


······딱 봐도 기구한 사연이 잔뜩 묻어난다.


‘설마······ 미끼인가?’


앞서서 공무원이 말했던, 대기업들이 하청 직원들을 물건처럼 쓴다고 했던 게 생각났다.

그 일환으로 ‘미끼’라고 불리는 자들이 있었다.


‘위험한 지역에서 정찰조로 투입되는, 하위 등급의 헌터들······.’


유재익도 잘 알고 있었다.

균열감식반으로 근무할 때, 현장에서 희생자가 발생하면 열에 아홉은 그런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감마 등급 임무라고 해서, 감마 등급 헌터만 투입되는 건 아니다.

헌터 사업자는 임무 보조라는 목적으로 등급이 낮은 헌터들을 투입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안 좋은 관습들이 생겼지.’


위험한 임무 때, 그런 자들을 정찰조라는 목적으로 앞장세우는 것이다.


말이 정찰조지, 사실상 ‘미끼’라는 은어로 공공연하게 불리고 있었다.


그런 이들의 희생은 매우 크다.


‘국내에서만 한 해에 천 명 이상이 죽는다지.’


하지만 자발로 참여했기에 법적 문제는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계가 그걸 눈 감고 있고.’


언젠가 부모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 처음에는 재앙이었지만, 이제는 돈벌이일 뿐이다.


마력 현상들은 인류에게 재앙이었다.


무 대륙이라는 정복할 수 없는 미지와 마수라는 영원한 침략자가 인류의 앞에 거대한 벽으로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각성자를 중심으로 새로운 권력 구도가 형성되고, 각성자들은 마력 현상을 기반으로 새로운 질서를 만들었으니······.


그 결과, 마력 현상은 권력의 도구가 되었다.


그로 인한 피해는 무시되고 외면되었다.


심지어 세상 사람들도 그들과 비슷하게 생각한다.

강한 헌터들의 생존율을 끌어올려야지 공공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더 나아가서 인류의 승리에 가까워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단면에 저런 미끼들이 있는 것이다.


비인간적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당연하게 여겨지기 시작하는 무언가들─


세상이 일그러지고 있다.


“이해나 씨! 거기서 뭐 해? 빨리 와!”

“아, 네! 곧 가요! ······엄마 끊어! 나 일하러 간다! 응, 밥 잘 챙겨 먹고! 밤에 연락할게!”


누군가의 부름에 이해나가 장비들을 들고 헐레벌떡 뛰어갔다.


두꺼운 갑옷과 질 좋은 장비로 무장한 헌터들이 커다란 바퀴가 달린 전술 차들에 탑승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맨 앞 낡은 트럭의 짐칸에는, 비루하기 그지없는 복장의 헌터들이 타 있었다.


같은 팀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급의 차이가 확연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혀를 차고 있는 유재익에게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어제는 성과 좀 괜찮으셨나요?”


미끼 헌터들을 실은 트럭 바로 뒤, 전술 차량에서 한 남자가 내리며 그렇게 물었다.


“저 기억나시죠?”


일전에 유재익에게 같이 다니지 않겠냐고 제안했던, 진은공략 하청 소속이라던 남자였다.


“물론이죠. 저번에는 감사했습니다.”

“혈색이 좋으시네요? 사기 영향을 잘 안 받으시나 봅니다.”

“그때 주신 음료 덕분인지, 꽤 괜찮네요. 하하─ 그런데······.”


유재익은 그가 속한 차량 행렬을 살폈다.

트럭 1대, 전술 차량 5대, 바이크 4대였다.

족히 서른 명이 넘는 규모의 팀이었다.


“규모가······ 상당하네요?”


그렇다고 해서 여러 하청들을 끌어모아서 뭉쳤다고 보기에는 차들의 디자인이 동일했다.

즉, 저들 모두가 한 팀이다.

혼자 있는 유재익에게 하청끼리 뭉치자면서 제안한 것치고는, 이미 상당한 수준이었다.


“하하─ 우리는 불독 길드라고 합니다. 헌터 조합 중에서는 꽤 규모가 있죠.”


······불독 길드?


유재익도 들어 본 적 있었다.


‘원래 각성자 범죄 조직이었지.’


몇 년 전 소탕 작전에 크게 한 번 당한 뒤, 헌터 사업 쪽으로 매진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런 놈들이 진은공략 하도급이라고?’


일전에 이 남자가 자신에게 보였던 호의는 또 그 악명과는 사뭇 다른 것이긴 해서, 편견인가 싶었지만······ 트럭에 실려 있는 미끼 헌터들의 비루한 모습을 보고 있자면 역시나 결코 좋은 이미지가 들지 않았다.


“그런데 유재익 씨······ 음료수 안 드셨죠?”


남자가 문득 물어 왔다.


“······예?”

“왠지 그럴 것 같아서요.”


그의 눈은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다만, 어딘가 기분 나쁜 느낌이 들었다.


‘음료수를 안 먹었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무엇보다도─


“제 이름을 어떻게 아셨죠?”

“같은 진은공략 하청끼리 모를 것도 없죠.”

“······.”

“몸조심하세요.”


그는 피식 웃더니 손을 흔들며 차에 탔다.


“뭐야······.”


곧 불독 길드의 차량 행렬이 검문소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유재익은 트럭 위의 이해나를 바라보았다.


고등학교 때는 생기 넘치고 밝았던 녀석이, 지금은 초췌하고 어두운 표정이었다.


어머니와 통화를 할 때는 애써 밝은 척을 했으나, 그녀는 지금 짙은 사기에 찌들어서 심각한 내상을 입고 있을 터였다.


다음 순간, 그녀가 고개를 돌리며 트럭 밖으로 구토했다.



* * * * *



유재익은 탑차를 타고 외곽을 돌았다.


그런데 벌써부터 건물 밀집 지역으로 치고 들어가는 헌터 팀들이 꽤 있었다.

이 지역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 테지만, 막상 투입되자 흥분해서 날뛰는 꼴은 참으로 이해되지 않았다.


“······기선 제압이라도 하려는 건가?”


첫 헌터 임무 때 만났던 바바리안 특성의 헌터, 박호성이 생각났다.


“설마 그런 인간이 헌터 평균일 줄이야······.”


유재익은 자신감이 붙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무가내로 움직일 생각은 없었다.

전에도 조심성 없던 헌터들이 당하는 꼴을 봤기 때문이다.


‘또, 내가 그 덕을 보기도 했고.’


그때 헌터들이 데블 네펜데스의 함정에 걸린 덕에 뒤를 노릴 수 있던 것도 있다.

물론 다른 헌터들을 미끼로 쓸 생각은 없었지만, 기회가 온다면 당연히 잡아챌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기회는 생각보다 더 일찍, 그리고 험악한 방식으로 찾아왔으니······.


― 칙─ 전 헌터에게 알린다!


캠프의 지휘통제실로부터 온 긴급 마나 통신이었다.


― 현재 ‘사기 폭풍’이 5구역을 잠식 중이니, 즉시 현장에서 벗어나라! 다시 알린다─


“······사기 폭풍이라고?”


유재익은 5구역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지금 당장, 5구역에서 벗어나라!


저 멀리, 건물 위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게 보였다.


고─오─오─오──!


마치 거대한 화재가 난 것처럼, 짙은 회색 연기가 안개처럼 건물들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폭음, 괴성, 비명, 충돌음들이 연달아서 울렸다.


“저기로······ 헌터들이 꽤 많이 들어가지 않았나?”


― 칙─ 해당 사기 폭풍은 2등급에 달하는 진한 사기로 치명적인 디버프를 발생시키니, 절대로 흡입하지 말 것!


“설마······.”


유재익은 머릿속에서 무언가 조립되는 기분이 들었다.


“언데드에게 걸려 있던 사기 응축 주문······ 그건가?”


확실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주문으로 저렇게 사기 폭풍을 발생시킨다고 한들, 그게 뭘 하려는 의도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진한 사기라······.”


그 말에 왠지 모르게─


꿀꺽─


군침이 도는 이유는 무엇일까?


― 해당 지역은 3등급 망자의 영역입니다.

* 네크로맨시(S등급) 스킬이 일시적으로 상승합니다. (기초 4 → 기초 6)


현재 3등급짜리 사기를 흡수해서, 스킬 레벨이 2계단이나 오른 상태였다.


그런데─


“2등급이면······ 어떻게 되는데?”


유재익은 즉시 탑차를 몰고 문제의 5구역으로 갔다.


저 멀리, 검은 연기가 건물 사이로 스멀스멀 다가오고 있었다.


고─오─오─오──!


지면으로부터 건물 5~6층 높이까지 드리운 검은 연기는, 마치 장막처럼 보였다.


그 안에서 차들이 연달아서 탈출하고 있었고, 경계면에서 군인들이 대피를 유도하고 있었다.


“아직 안에 헌터들이 있어!”


또한, 살수차 3대가 몰려오는 연기를 향해서 물을 쏘아 댔다.

그러자 다가오는 검은 연기가 잠시 밀려나는 듯 보였다.


“더 퍼부어!”


쏴아아아!


저건 천사초를 달인 물로써, 미량의 신성력이 담겨서 사기 중화 기능이 있었다.

하지만 천사초의 마력 구조를 떼어 내어서 적용한 게 아니기에, 진짜 신성력이라고 할 수는 없었으니······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유재익의 탑차가 현장에 가까워지자, 한 군인이 경광봉을 들고 앞을 막아섰다.


“뭐 하시는 겁니까? 대피 방향은 반대쪽입니다!”


그의 전투모에는 대위 계급장이 달려 있었다.


“······조금만 맛보자고.”


유재익은 그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입맛을 다시면서 창문을 조금 내렸다.


애초에 저 연기 너머로 들어가는 건, 아무리 유재익이 사기를 흡수해서 버프를 얻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위험할 터였다.


다만, 저 사기가 어떤 버프를 줄지, 그것 정도는 확인해 보고 싶었다.


‘내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지 가늠해 볼 기회니까.’


그런데 그때, 그의 시야에 무언가 포착되었다.


“어, 저건······.”


한 트럭이 검은 연기 속에 잠겨 있었다.


앞서서 미끼 헌터들을 태웠던, 바로 그 트럭이었다.


동시에 검은 연기를 뚫고, 두꺼운 철판을 덧댄 전술 차량이 빠져나왔다.

그것들은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멈춰 서더니, 헌터들이 차 밖으로 튀어나오며 구토하고, 제독 포션을 들이켜 댔다.


“흐아아아······ 뒤질 뻔했네······.”


이윽고 그들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


“제, 젠장, 갑자기 저건 뭐야?”

“몰라, 시발······ 언데드들이 갑자기 모이더니, 몸이 부풀기 시작하길래 미끼들 보냈더니······ 갑자기 사기가 폭발하더라고.”

“그래서 미끼들은 어떻게 됐는데?”

“미끼답게 우리 튈 시간 벌게 했지.”

“뭐?! 그 많은 걸 한 번에 썼다고?!”

“씨발, 그럼 어쩌라고? 우리가 죽냐?”


······다 썼다니?


정녕 사람을 물건으로 여긴단 말인가?


유재익은 저도 모르게 창문을 내리고 차를 막아선 군인에게 소리쳐 물었다.


“안에 아직 헌터들 고립되어 있는 거 아닙니까?”

“거의 다 나왔습니다!”

“확실해요? 저 트럭에 탔던 사람들은 뭘 타고 나왔는데요?”

“아─ 그 사람들······.”


······아, 그 사람들?


마치 그들은 예외였다는 듯이, 군인이 고개를 내저었다.


“정찰조들이 고립되어서, 안에서 방어막을 전개하고 버티고 있는 모양인데······ 얼마 못 버틸 겁니다”

“구출 작전은요?”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저 사기는 아무나 못 뚫고 들어갑니다.”


어쩔 도리가 없다는 반응을 넘어서, 짜증이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빠─앙──!


뒤에서 살수차가 다가오며 클랙슨을 울렸다.


“길 막지 말고, 어서 물러나세요!”


군인이 경광봉을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


“하······.”


이해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가 트럭 밖으로 구토하던 모습이······.


그 녀석과 그리 친한 건 아니었다.

연락을 안 한 지도 몇 년이 됐다.

서로의 인생에 영향이 없는 사람이다.


유재익은 위선자가 될 생각은 없었다.

그게 바보 같은 짓이라는 걸, 잘 알았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부모님이 왜 미지로 나아갔는지를─ 그 충동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난, 들어갈 수 있잖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는 잠시 핸들에 머리를 댔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군인에게 말했다.


“못 하면, 비켜요.”

“무슨─”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탑차가 급가속하며, 검은 장막을 뚫고 들어갔다.


시야가 한순간에 검게 물들었다.


그 순간, 그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 주의! <레저렉션 필드>에 진입하셨습니다.


― 해당 지역은 2등급 망자의 영역입니다.

* 네크로맨시(S등급) 스킬이 일시적으로 상승합니다. (기초 6 → 기초 8)


― 강력한 사기(死氣)가 몸이 스며듭니다.


― 네크로맨서 특성이 사기를 흡수하여 마나로 치환합니다.

* 마나 총량이 대폭 증가합니다. (+433)

* 마나 회복 속도가 대폭 증가합니다. (+200%)

* 당신의 권속들이 대폭 강화됩니다.


그리고.


― 특별한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언데드 + 신성 속성 + 죽음의 권역)

* 권속들에게 ‘죽음의 천사’ 특전이 주어집니다.


검은 장막 속을 나아가는 유재익의 탑차로부터, 백색의 빛이 터져 나왔다.


작가의말

오늘도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 19화에 등장했던 망자의 영역이 2등급에서 3등급으로 수정되었습니다.

오늘 한 단계 더 진한 망자의 영역으로 진입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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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8) 죽음의 천사들 ― 3 +13 24.08.11 11,715 325 20쪽
22 8) 죽음의 천사들 ― 2 +32 24.08.10 12,247 324 17쪽
» 8) 죽음의 천사들 ─ 1 +15 24.08.09 12,524 339 20쪽
20 7) 죽음은 자산이 된다 ─ 3 +15 24.08.08 12,638 317 17쪽
19 7) 죽음은 자산이 된다 ― 2 +27 24.08.07 12,744 320 16쪽
18 7) 죽음은 자산이 된다 ― 1 +20 24.08.06 13,045 335 20쪽
17 6) 등장, 폭발, 파급 ― 3 +17 24.08.05 13,114 343 18쪽
16 6) 등장, 폭발, 파급 ― 2 +24 24.08.04 13,170 326 19쪽
15 6) 등장, 폭발, 파급 ― 1 +20 24.08.03 13,389 335 19쪽
14 5) 악마들의 데뷔 ― 3 +16 24.08.02 13,491 336 19쪽
13 5) 악마들의 데뷔 ― 2 +15 24.08.01 13,506 338 13쪽
12 5) 악마들의 데뷔 ― 1 +22 24.07.31 14,020 342 16쪽
11 4) 묵직한 느낌 ― 2 +17 24.07.30 14,504 351 16쪽
10 4) 묵직한 느낌 ― 1 +11 24.07.29 15,157 356 18쪽
9 3) 망치를 들다 ― 3 +11 24.07.29 15,257 376 17쪽
8 3) 망치를 들다 ― 2 +11 24.07.28 15,882 37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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