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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장 님의 서재입니다.

대장장이의 네크로맨서 사용법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지점장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0.20 18:52
최근연재일 :
2024.08.22 21:50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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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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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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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4) 묵직한 느낌 ― 1

DUMMY

4) 묵직한 느낌 ― 1




레드 드래곤, 백두대관의 뿔을 깎아 내어 만든 마스터피스가 유재익의 손에 들려 있었다.

그것은 이름은─


“패왕의 호른······.”


전장의 게임 체인저라고 불릴 정도로, 아군에게 강력한 버프 스킬을 걸어 주는 아티팩트였다.


다만, 실전에서 사용된 건 단 두 차례뿐이라고 했다.


“낭트 오우거 침공 때, 이걸 카를로스 가문에 대여해 줬었댔지?”


2003년 7월, 아프리카 최서단인 세네갈을 지배하던 오우거 메이지가 별안간 북대서양을 건너서 프랑스 서부 해안을 침공했다.


이에 프랑스의 기사 가문 ‘카를로스가(家)’가 이끄는 프랑스 ‘육군 기사단’이 출병했다.


하지만 그들은 첫 번째 전투에서 크게 패배하고 말았고, 서부 최대 도시인 낭트시(市)까지 후퇴하게 되었으니······.


대도시가 함락될 위기 속, 프랑스는 세계 각국에 지원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대한민국의 진은 가문이 그 요구를 받아들였고, 당시 전략병기본부장 진혜연이 다량의 아티팩트를 직접 공수하여 프랑스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바로 이 ‘패왕의 호른’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낭트시 시가전─


‘카를로스의 가주가 선봉에서 서서 이 호른을 불었다지.’


그러자 프랑스 육군 기사단 전원이 강력한 버프를 받았고, 오우거 메이지와의 전면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직도 회자되는 그 전설적인 이야기처럼, 이 패왕의 호른은 말 그대로 ‘전략 병기’였다.


그런 엄청난 위용만큼이나 아무나 사용할 수 없었던, 유재익에게도 기회가 없었던 그 아티팩트의 정보가─


‘보인다.’


이제 유재익의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패왕의 호른

― 등급 : 마스터피스

― 효과

1) 정복자의 서곡 : 아군의 모든 상태 이상을 제거하고, 10분간 ‘드래곤 스피릿’ 효과를 부여합니다. (재사용 대기 : 12시간)

2) 패왕의 원념 : 해당 아티팩트를 지니고 있을 시, 드래곤의 원념으로부터 가호를 받아 망자에 대한 지배력이 상승합니다. (패시브)

3) 알 수 없음

4) 알 수 없음

* 웜 등급 레드 드래곤의 마력 감지용 뿔을 이용해서 만든 걸작으로, 여전히 레드 드래곤의 기운이 진하게 남아 있다.


‘방금 열린 게, 1번과 2번인 모양인데.’


1번 ‘정복자의 서곡’의 경우 낭트시에서 오우거들과 맞설 때 선보여졌던 바로 그 스킬이었다.


그런데 2번 ‘패왕의 원념’은 유재익으로서는 모르는 기능이었다.

어디선가 사용되었다고 들어 본 적도, 어머니로부터 설명을 들은 적도 없었다.


‘이게 아마도 2차 각성 영매 능력으로 열린, 숨겨진 기능인 것 같은데······.’


다만, 여전히 의문일 수밖에 없었다.

왜 조건이 하필이면 영매 능력과 관련이 있단 말인가?


‘영매 능력은······ 전투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어서 이 호른을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거 아닌가? 영매 전용으로 만들 이유가 전혀 없─’


그 순간, 아버지의 목소리가 유재익의 머릿속을 울렸다.


― 재익아, 너 그거 몰랐지? 패왕의 호른 말이야, 네 엄마가 아빠를 위해서 만들어 준 거거든? 그런데 이거 아무도 모른다?

― 에이, 설마······.

― 이 자식이, 아빠 말이면 다 못 믿는 거냐?

― 아빠 말은 진실 1할에 과장이 9할이니까 그렇지.

― 큼! 이 녀석아, 이것만큼은 진짜야! 그거 첫 번째 사용자가 사실 이 아빠라니까? 네 엄마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너니까 특별히 말해 주는 거라고!


‘술에 취해서 그냥 한 말인 줄 알았는데······.’


그게 진짜였다고?


‘엄마가 아빠를 위해서······?’


다만, 유재익이 알기로는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이 호른을 사용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애초에 그의 아버지, 유진석은 전투 특성이 아니므로 전장에서 활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게 어떤 기능인 건데?”


유재익은 호른을 천천히 살폈다.


동물의 뿔을 본 적은 거의 없지만, 이건 상당히 특이해 보였다.

88cm에 달하는 두껍고 단단한 곡선형인데, 언뜻 보면 흑요석으로 보일 정도로 매끄럽고 진한 흑색이었다.

표면에는 온갖 기하학 문양이 새겨져 있었는데, 어머니가 정밀하게 각인한 마법 회로의 일종으로 보였다.


그것을 이리저리 살피던 도중, 회로 일부분이 보라색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어?”


그리고.


― 패왕의 원념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일순간, 호른으로부터 어둠이 번져 나왔다.


그게 진짜 현상인지, 아니면 또다시 환각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어둠 속에서, 유재익은 보았다.


두 개의 붉은 눈을.


웅───!


압도적인 위압감에 몸이 굳었다.


‘······드래곤의 원념이다.’


죽었음에도, 잔재 사념만으로도 산 자의 숨통을 손쉽게 끊어 낼 것 같은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하지만 유재익이 안심할 수 있었던 건, 그것을 휘감고 있는 두꺼운 쇠사슬 같은 게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어머니의 기술이었다.


이 안에 담긴 원혼이 멋대로 날뛰지 못하도록 고도의 장치를 해 둔 것이다.


‘엄마는······ 영혼까지 제련할 수 있던 건가?’


유재익은 새삼스레 자신의 어머니가 얼마나 대단한 대장장이였는지를 깨달았다.


유재익은 환각 속에서 마주한 거대한 짐승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을 휘감은 사슬을 잡아챘다.


챙!


그 순간─


― 패왕의 원념이 당신을 가호합니다.

* 네크로맨시(S등급) 스킬이 일시적으로 상승합니다. (기초 1 → 기초 3)


[스킬 정보]

― 이름 : 네크로맨시(S등급)

― 등급 : 기초 (LV : 3)

* 망자를 언데드 권속으로 만듭니다. (3/8)


“허······ 스킬 레벨을, 2단계나 올려 준다고?”


그로써 통제 가능한 권속의 숫자가 4나 증가했다.


“하하······.”


그 묘한 고양감 속에서, 유재익은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 어머니의 화구가 있었다.


“엄마, 고마워.”


이걸 어떤 의도로 만든 건지, 그녀가 직접 말해 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알 수 있었다.


남편을 위해서─


그리고 남편과 자신의 피를 물려받을 아이를 위해서─


뜨거운 불 앞에서 거칠고 단단한 드래곤의 뿔을 단조했을 것이다.


몇 달에 걸쳐서 말이다.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첫 번째 마스터피스를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영매 전용으로 만들 만큼, 가족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내가······ 남부끄럽지 않게, 멋지게 써 볼게.”



* * * * *



다음 날, 유재익은 보안업체를 불러서 집 전체를 감식했다.

진태준 패거리가 집 안을 들쑤시고 갔으니, 카메라나 도청기 따위를 숨겨 뒀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전문가들이 온갖 장비로 집 구석구석 감식했지만,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애초에 내가 터널에서 죽었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그런 걸 해 둘 이유가 없긴 하지.’


하지만 유재익은 아주 작은 위험일지라도 최대한 유의해서 움직이기로 했다.

안일하게 생각하다가 진태준에게 뒤통수 맞고 개죽음을 당했던 게 아닌가?


‘이제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자고.’


진태준 그 자식이 비록 가주의 눈치를 보느라고 대놓고 유재익을 공격하진 못하더라도, 분명히 뒤에서 무슨 수작을 부릴 것이었다.


‘놈은 무려 진은공략의 이사진이야.’


진은공략이 어떤 조직인가?

대한민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대(對)마수전술사업체다.

쉽게 말해서, 전투 특성의 각성자 수만 명을 직원으로 두고 있는 준군사 조직이었다.

상무 이사 재량으로 움직일 수 있는 전술 부서만 하더라도, 작은 국가 정도는 전복시킬 수 있는 전력쯤이라고 한다.


당장 유재익이 올려다보기에 진태준이란, 까마득한 존재일 수밖에 없었지만─


까득!


‘언젠가······ 네놈을 그 터널에 처박아 줄게.’


그렇게 다짐하며, 유재익은 장대한 계획의 첫 번째 하루를 시작했다.


그날 오전 중에 태백 마수사체처리소에서 유재익이 구매한 몬스터 사체들이 배달 왔다.


5T 트럭의 짐칸에 온갖 마수 사체들이 비닐로 싸여 있었다.


“방부 처리, 마력 도포까지 다 했는데도 이 냄새는 어쩔 수 없네요.”


조수석에서 중년 남자가 내리며 말했다.


한 번 본 적 있는 얼굴이었다.


“어? 소장님? 왜 직접 오셨습니까?”

“하하─ 위에서 내린 지시인데, 제가 신경 좀 써야죠.”


소장이 직접 배송해 온 것이었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 건데, 요즘 지자체에서 블루 맨드레이크 불법 재배 집중 단속 기간이라고 산골짜기들까지 싹 다 드론 띄워서 촬영한다고 합니다. 그때 괜히 눈에 띌 수 있으니까─ 예, 아시죠?”

“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소장은 왠지 유재익의 눈치를 살살 보는 듯했다.

전부터 친절함을 넘어서, 어딘가 잘 보이려고 애쓰는 기색이 역력했다.


“저기, 그런데······.”

“네?”

“이런 거 여쭤봐도 되나 싶습니다만······.”

“편하게 말씀하시죠.”

“제가 용효대 관리실에서 잘 응대하라고 연락만 받아서, 선생님이 누군지 잘 몰라서 말입니다.”


소장이 조심스레 물었다.


여기서 신분을 숨기는 게 좋을까?

유재익은 고민했다.


‘아니, 그럴 필요가 뭐 있어.’


이럴 때 가문의 이름은 무기가 된다.


“집안사람입니다.”

“아 이, 이런, 실례했습니다! 제가 괜한 호기심으로 불편하게 해 드렸다면 사과드립니다!”


소장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유재익은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앞으로도 종종 제가 부탁드릴 수도 있을 텐데, 오히려 제가 감사드려야죠. 바쁘실 텐데 이렇게 직접 와 주시고, 감사합니다, 정말.”

“아이고─ 그런 일이야 언제든지 연락만 주십쇼!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겠습니다!”


소장이 감격한 표정을 짓더니,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서 공손하게 내밀었다.


그런데 명함에 기재된 직책이 어딘가 이상했다.


― 진은마수연구 태백 지부장 김교훈


‘연구소? 처리 시설이 아니라?’


마수 연구소는 말 그대로 마수의 생태나 생체를 연구하는 곳으로, 박사급 지식인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반면, 마수사체처리시설은 아무래도 혐오 시설로 여겨졌다.

둘 간의 연관성은 좀처럼 없어 보였는데······.


‘아······ 유배지인가?’


마수사체처리시설 대부분 진은공략의 하도급 업체로, 본사에서 관리관을 파견하곤 했는데, 그 자리가 일종의 유배지로 쓰인다는 것이었다.


‘동종 업계 취업 n년 조항이 있는 만큼, 이직도 쉽지 않겠지.’


이 남자도 아마도 그런 상황인 모양이었다.


“하하······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도련님.”

“그렇게 부르시지 않아도 됩니다.”

“아닙니다! 나름 진은맨으로 16년 살았습니다! 앞으로도 진은에 충성을 다할 생각입니다!”


어쩌면 이 남자에게 유재익은 어떤 기회로 보이고 있을지도 몰랐다.


‘뭐, 나도 네크로맨서라는 특성상, 이런 사람과 연을 쌓아 두면 언젠가 쓸모가 있겠지.’


마수의 육신을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분모가 없지 않았다.


‘그리고 하나 더 있긴 하네.’


상처 받고 버려진 사람이라는 것도, 비슷할지도 모른다.



* * * * *



오후, 유재익은 각성관리청에 방문해서 ‘헌터 사업자’ 등록을 신청했다.


그런데 신청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심사가 통과됐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뭐야? 뭐가 이렇게 빨라?”


창구 직원도 빨라도 3주고, 웬만해서는 1차 심사에서 반려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지 않았던가?

정말 일이 꼬이면, 6개월 이상이 걸리거나, 영구 부적격 판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고 했다.


아무래도 무기를 다루는 헌터 사업체라는 게, 그렇게 쉽게 낼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 유재익도 그러려니 했었는데······.


“흠······ 역시 우리나라 행정력은 세계 제일인가? 아무리 그래도 너무 빠른데?”


잠시 턱을 쓰다듬던 유재익은 손뼉을 쳤다.


“어쨌든, 이러면 일을 조금 더 빨리 진행할 수 있겠네.”


좋은 게 좋은 거지.


유재익은 스마트폰에 ‘헌터24’라는 이름의 애플리케이션을 깔았다.

이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헌터 사업자 전용 공공 서비스로, 이 앱에서 헌터 임무 입찰을 할 수 있었다.


― 유재익 헌터님, 환영합니다.


헌터 사업자 명의로 가입하자, 가장 먼저 대한민국 지도가 떴다.


지역별로 다른 색깔이 칠해져 있었다.


― 붉은색 : 동화 침식 지형(접근 금지)

― 주황색 : 균열 방치 지역(주거 제한)

― 노란색 : 균열 발생 지역(통행 제한)

― 청록색 : 안전 지역(정밀 관리)


그중 유재익은 강원도 산간의 붉은색 지형을 클릭했다.

동화 침식 지형은 산간이나 인구 소멸 지역 등, 관리 감독이 어려운 지역들이 대부분이었다.


즉, 마수 소굴이란 뜻이다.


“이 지역들 위주로, 헌터 임무를 수행하면서······ 드래곤 레어를 찾아보자고.”


― 알파 등급의 임무 신청을 완료했습니다.

― 유재익 헌터는 현재 알파 등급으로, 신청 지역 내에서 무작위로 동일 등급 임무가 배정됩니다.

* 최대 72시간 이내에 담당자가 연락드릴 예정입니다.


“좋아, 이제······ 무기 좀 만들어 볼까?”


유재익은 마당에 널브러져 있는 마수 사체들을 바라보았다.



* * * * *



이른 새벽의 용효대, 가주의 서재에서 진강룡이 일간 신문을 펼치고 있었다.


한편, 책상 위의 전화기에서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회장님 말씀대로 유재익 이름으로 신청된 헌터 사업자 즉시 처리했습니다. 이후 헌터 임무 입찰에도 최대한 편의를 봐주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수고했네, 박 청장.”


― 아닙니다. 필요하신 일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해 주시죠. 제가 회장님께 받은 은혜를 갚으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고맙네.”


― 그럼,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


전화가 끊어지자 진강룡이 고개를 돌렸다.


문 앞에 이장호 실장이 서 있었다.


“그 녀석은 뭘 하고 있다나?”

“마수 사체들을 가지고 자택 근처 산속 오두막에 들어가서 며칠째 나오질 않고 있다고 합니다.”


이장호 실장의 정보력은 상당했다.

그리고 이제 그의 핵심 관찰 대상에는 유재익이 포함되었으니, 그의 눈과 귀들이 유재익의 동태를 최대한 살피고 있었다.

물론, 유재익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가주의 판단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만을 수집하는 중이었다.

그게 가주의 명이었기 때문이다.


“거기가 혜연이 공방이었던가?”

“예, 아가씨께서 비밀리에 조성한 시설입니다.”

“거길 언제 들어가서 아직도 안 나와?”

“벌써 일주일이 넘게 오두막 문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혹시 무슨 사고라도 난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직원을 파견해 볼까요?”


진강룡이 콧방귀를 뀌었다.


“내버려 둬. 제 불도 통제 못 해서 사고 낼 놈이면, 고작 그 정도인 거야.”

“예, 알겠습니다.”


이장호가 고개를 숙이고 서재에서 나가려고 할 때, 진강룡이 질문을 던졌다.


“이 실장이 보기에는 어떨 것 같아?”

“무얼 말씀하신 걸까요?”


진강룡이 신문을 접으며 재차 물었다.


“그 녀석, 어때 보였나? 자네가 그런 건 잘 보잖아.”


진강룡은 이장호의 판단력을 신뢰했다.

그렇기에 자신의 눈과 귀나 다름없는 용효대 관리실장 자리에 앉힌 것이었다.


“확실히 다른 사람이 되었더군요. 2차 각성에 성공해서 자신감이 생긴 것도 있겠지만, 그것과 별개로 정신이 단단해졌다고 생각됩니다. 꼭······ 뒤가 없이 움직이는 것 같았습니다.”


진강룡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 아비처럼 말이지.”

“······어머니 쪽도 마찬가지였죠.”


순간 진강룡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다만······ 일주일째 공방에 틀어박혀서 나오지 않는 걸 보면 일이 잘 안 풀리는 게 아닐까 합니다. 역시 독자 노선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긴 시행착오가 있을 텐데, 어떻게 돌파할지, 저도 궁금합니다.”


그 말에 진강룡이 피식 웃었다.


“이 실장도 이건 잘 모르는군.”

“······예?”

“뭔가 만드는 놈이, 며칠째 골방에만 틀어박혀 있다? 이건 일이 안 풀리는 게 아니야.”

“그렇다면······.”

“술술 풀리고 있다는 의미지.”


진강룡은 돌려서 창문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해가 뜨고 있었다.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르고 있는 거야, 그 녀석은.”



* * * * *



쩡──!


청아한 소리가 지하 공방을 메아리쳤다.


유재익은 땀을 흘리며 연신 망치질하고 있었다.


쩡──!


아다만트 모루 위로 그의 망치가 내리꽂힐 때마다 금속은 조금씩 넓적해지고 단단해졌다.


쩡──!


입자 구조가 변형되고, 마나 구조가 촘촘하게 재배열되었다.


“자, 이제 여기에다가······.”


유재익은 화구로 고개를 돌렸다.


화르르르──!


그곳에는 ‘헬 포지’가 열린 채로, 지옥의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유재익은 그곳에서부터 무언가를 끄집어냈다.


― 추출된 속성 : 하급 화염(D)


그것을 단조된 금속 위에 올려놓은 뒤, 마나를 잔뜩 두른 망치로 내리쳤다.


쩡──!


그러자 무형의 ‘하급 화염 속성’이 금속 안으로 점차 밀려들어 가며 자리 잡기 시작했다.

두 이질적인 마나 구조가 천천히 결합하며, 하나의 형태를 이루어 가는 것이었다.


그렇다.


마수 사체에서 추출한 속성을, 무기에도 담아낼 수 있는 것이었다.


네크로맨서와 대장장이, 그 두 개의 특성이 결합된 특수 합금과도 같은 능력이었다.


이는 지난 일주일 동안 연구한 성과이기도 했다.


“후······!”


유재익이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


그런 그의 등 뒤, 공방의 한편에 8개의 녹색 안광이 서 있었으니······.


그것들은 하나같이, 이 세상에 존재한 적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키메라(chimaera)─


전설 속에 등장하는 기이하고도 강력한 존재들이, 이 작은 공방에서 탄생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오늘부터 연재 시간은 오후 9시 50분으로 변경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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