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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장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0.20 18:52
최근연재일 :
2024.08.22 21:50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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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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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8,819

작성
24.08.2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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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12) 간절함, 열망, 기적 - 1

DUMMY

12) 간절함, 열망, 기적 - 1




“왜 갑자기 임무 재개에 들어간 겁니까?”


캠프의 군 지휘통제실, 날카로운 여자 목소리가 울렸다.


“그게······.”


그녀의 물음에 군 장교들은 시선을 피하며 서로를 힐끔 바라보는 게, 서로에게 대답을 전가하는 듯했다.


“분명 아직 현장 조사가 다 끝나지 않았을 텐데요? 제가 어제 확인한 정보만으로는, 여전히 마인들이 현장에 있을 가능성이 농후해 보였고요. ······ 그런데 헌터들을 무작정 투입해요?”


여자 역시 군복 차림이었으며 가슴팍에는 중령 계급장이 달려 있었다.


그런데 그녀의 앞에 고개를 숙인 채 서 있는 중년 남자는 대령 계급장을 달고 있는 게 아닌가?


“신 중령, 그게······ 더 윗선에서 내려온 지시라서 말이에요.”


제26 항마연대장, 고재훈 대령이 기어드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가 하급자에게 쩔쩔맬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했다.


여자가 K·A·M·F(Korea Anti-Monster Forces)의 대마법보안국 소속이기 때문이었다.


대마법보안장교 신유진 중령─

32살의 젊은 나이지만,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아서 무려 중력 계급장을 단 그녀는, 마인 사냥꾼으로 불리는 군 스페셜리스트였다.

군내 입지나 지휘나, 연대장보다는 대마법보안장교가 한 수 위인 것이다.


“윗선이요? 윗선이면, 정확히 어느 부처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신유진의 곧은 눈동자에 닿자, 고재훈 대령이 움찔했다.


“그게······ 저도 직속상관인 사단장님께 명령받은 거라서······ 정확히 어디에서 내려온 건지는······ 아마도 사단장님보다 더 윗선이지 않을지, 하하······.”


그 말에 신유진은 인상을 구기며 고개를 돌렸다.

지휘통제실 한쪽에 CCTV 관제소가 있었고, 화면으로 헌터들이 데스 렌딩 지역으로 진입하는 장면이 보였다.


신유진이 혀를 쯧─ 찼다.


“······문제 터지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사단장보다 더 윗선이라면, 엄청난 권력자일 터였다.

하지만 대마법보안국은 각성자 범죄 문제에서만큼은 초법적인 권력을 자랑하는 정보기관인 만큼 그런 경고를 날릴 수 있었다.


‘윗선이 왜 여기에 신경을 써? 그것도 내가 모르는 윗선이라니······ 여기에서 확실히 뭔가 구린 게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


신유진의 팀은 오래전부터 리치 레드 레이븐의 흔적을 추적 중이었다.

놈의 소멸이 확인되지 않았으니, 여전히 한반도에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놈의 잔당들을 추적하고 사살해 온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리치의 수하 중 하나가 발견되었으며, 놈이 사기 폭풍을 일으켰다.


‘그리고 산 제물을 모으고 있다면······.’


가늠이 되는 게 하나 있었다.


‘리치가 아직 살아 있다.’


그리고 놈이 회복하기 위해서 수많은 생명을 흡수해야만 하는 것이다.


신유진은 지휘통제실 밖으로 나왔고, 입구에 대기 중이던 남자 대위와 여자 중사가 따라붙었다.


“역시 이 근처인 것 같아.”


신유진의 말에 남자 대위가 고개를 갸웃하고 물었다.


“놈들의 근거지 말입니까?”

“그래.”

“이 근방은 몇 년째 계속 수색했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지 않았습니까?”

“뭔가 수를 써놨겠지.”


신유진은 지난 10년간, 마물 숭배자들 중에서도 마물의 힘을 받아서 마수화된 ‘마인(魔人)’들과 싸워왔다.

그렇기에 그런 간악한 족속들이 인간 사회에 숨어 있는 방법을 잘 알았다.


눈을 속이고 생각을 속인다.


뻔한 말처럼, 등잔 밑이 어둡다.


놈들은 그걸 잘 이용한다.


“아마도 어딘가에 다중 결계를 쳐놓고 출입할 수 있는 ‘열쇠’를 따로 만들어뒀을 거다. ······ 그걸 찾아야 해.”

“열쇠라면, 최운혁이 지니고 있지 않겠습니까?”

“그놈 시체 못 찾았댔지?”

“예, 사살되었다는 증언은 있는데, 현장에 언데드가 너무 많았고 전부 파괴되어 있어서 최운혁의 유해를 특정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일단 그 현장부터 가보자고.”


근거지를 찾아서 토벌하고, 리치 레드 레이븐을 확실하게 소멸시켜야 한다.


그게 신유진 중령과 그의 팀, 대마법보안국 정보 4과의 임무는 이 땅에서 다시는 데스 렌딩이 벌어지지 않도록 막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원흉은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 * * * *



‘······가볍다!’


이동석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왼손에 방패를 치켜들고, 달려드는 좀비들을 노려보았다.


그어어어──!


오른손에 쥔 검을 슬며시 뒤로 뺐다.


손에 들어간 힘이, 매우 가볍다.


‘가벼워서 더 강력해.’


그는 언제나 팀의 맨 앞에 서서 달려드는 마수들과 부딪쳐왔다.


B등급 ‘선봉장’ 특성인 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곳, 데스 렌딩 지역에서는 그의 경험이 통하지 않았다.


마수들과 정면으로 부딪쳐서 쓰러뜨리는 게 아니라, 그저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지는 바리케이드 역할에 그쳤다.

왜?

좀비는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머리를 완전히 파괴해야만 한다.

그런데 머리를 날리기 위해서는 힘이 들어간 공격을 할 수밖에 없었고, 필연적으로 자세가 무너지며 위험에 노출되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대열의 선두가 무너지면, 팀원 모두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래서 방패를 들고 버티는 게 최선이었지.’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흡!”


힘이 크게 실리지 않은 가벼운 찌르기를 내질렀다.


푹!


검 끝이 좀비의 목덜미를 파고들었다.


좀비를 저지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위력이었다.


좀비는 그대로 방패에 들러붙을 테고, 힘 싸움으로 이어질 차례였다.


하지만─


파스스스──!


피격 지점을 기점으로 백색 불꽃이 타올라 살점들을 태웠고, 좀비는 그대로 고꾸라졌다.


기적과 같은, 놀라운 힘이었다.


그 힘의 이름은 신성력이었다.


손에 쥔 검에 담긴 신성력이, 가벼운 공격만으로도 언데드에게 치명적인 대미지를 입히는 것이다.


“─오른쪽에서 또 와요!”

“제가 막을 게요, 뒤를 봐주세요!”


신성 속성 무기로 무장한 11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석궁 조, 장전 끝났습니다!”

“─쏴요!”


그들은 2인 1조로 움직이며, 사방에서 달려드는 언데드들과 부딪혔다.


그럴 때마다 사기에 물든 썩은 살점들이 잿더미가 되어 흩날렸고, 바닥에 뼈 무더기가 쌓여갔다.


“너무 흥분하지 말아요!”


이해나가 그렇게 소리쳤다.


확실히, 헌터들은 지금 다소 흥분 상태였다.


“죽어──!”


자신들이 이렇게 잘 해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지 못했기에, 이 순간 어떤 고양감에 빠진 것이다.


무엇보다도 유재익이 내건 수당이 그들의 마음에 불씨를 피웠다.


일당 200만 원에다가, 팀 기여도에 따라서 추가 수당을 얹혀 주겠다─


그 말은 희망 그 자체였다.


‘이번 임무만 마치면 아버지 신장 이식을 마무리할 수 있어!’


‘우리 딸들이 물 차는 지하 단칸방에서 벗어나게 해줄 거야!’


‘나도 이제 다시 평범한 삶을······!’


이 위험천만한 곳에 남을 수밖에 없었던 각자의 열망이 있다.


그리고 그러한 열망과 간절함에 신성력이 반응했으니, 하급 신성력이라는 한계를 넘어서 강력한 백색 빛이 죽음으로 물든 땅을 밝혔다.


촤악──!


그렇게 언데드를 베어 넘기고 또 베어 넘기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그러자 신성력은 점점 더 짙어졌다.


웅──!


열망이 가장 강력해지는 순간은 언제인가?


그것은 ‘가능성’이 보이는 순간일 것이다.


간절함과 열망이란, 꼭 이루고 싶은 미래이다.

그리고 그 미래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할 때,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추진력을 발휘해낸다.


바로 지금이었다.


사기 중독을 차단 해주는 신성력 목걸이와 사기를 단숨에 태워버리는 검, 창, 화살 등─

그것들로 무장한 헌터들의 몸에 백색 빛이 어른거리는 것처럼 보이는 건 착각이 아니었다.


“두 마리 더 와요!”

“장전 완료─ 제가 쏩니다!”


퉁──!


“나이스 샷! 한 마리는 제가 막습니다!”


서로를 등지고 몰려드는 언데드들을 잿더미로 만들고 또 만들었으니······.


어느새 좀비의 괴성이 잦아들었다.


“······벌써 한 이백 마리는 잡은 것 같습니다.”


이동석이 방패를 내리며 말했다.


꽤 긴 전투 끝에 마침내 소강상태가 되었다.


부상자는 한 명도 없었다.


유재익은 내심 감탄했다.


‘이야······ 내가 첫날에 잡은 것보다 배는 잡았네? 이 정도면 ······ 숙부 팀이랑 그냥 힘 대 힘 싸움으로 해도 내기에서 이기는 거 아니야?’


개인의 열망이 신성력을 증폭시킨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확연한 차이를 보여줄지는 몰랐다.


이러한 사실은 세계적으로도 알려지지 않았다.


왜?


‘신성 계열 특성을 각성하는 순간, 귀족 대우를 받으니 어떤 간절한 열망이랄 게 없어질 테니까······.’


그러한 사회적인 구조 때문이었다.


“잠시 휴식 하죠. 안으로 갈수록 언데드 숫자가 많아질 겁니다. 체력이 떨어지는 순간 집증력이 떨어질 테고, 그때가 가장 위험합니다. 충분히 쉬죠.”


유재익의 말에 헌터들이 차 근처로 가서 수분을 보충하고 땀을 식혔다.


그 사이, 유재익은 주변에 풀어둔 ‘본독’들과 감각 동기화했다.


‘전진하기 전에 미리 정찰 좀 해놔야지.’


그렇게 주변을 천천히 훑어보는데······.


‘······어라?’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했다.


아니, 불길한 점이었다.


‘뭐야? 언데드들이 단체로 움직이잖아?’


데스 렌딩 지역에서 언데드들이 무리 지어 움직이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헌터들이 토벌 작전에 들어와서 온갖 소음을 낼 테니, 그에 어그로가 끌리는 것도 당연했다.


다만, 헌터들도 그 사실을 아는 만큼 무작정 깊은 곳으로 파고 들어가기보다는, 주변부부터 천천히 정리해 나가는 편이었다.


방금도 격한 전투가 있긴 했지만, 소음이 먼 거리까지 닿지 않을 정도로 조심스럽게 전진해 오지 않았던가?


하지만─


‘우리 주변으로 모여들고 있어.’


······소음 계산에 실패한 걸까?

하지만 그렇다기에는, 언데드들의 움직임이 이상했다.

소음에 어그로가 끌렸다면, 정직하게 직선으로 달려와야 한다.

그런데 이것들은 마치 뒤를 치려는 듯이, 은밀하게 아군의 후방으로 움직는 게 아닌가?


‘설마······.’


유재익은 다른 본독의 시선을 빌려서, 반대편을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젠장! 우리를 포위하고 있잖아?’


우측에서도, 좌측에서도, 후방에서도 언데드들이 수십 마리로 떼거리로 움직이며 아군을 에두르는 형상이었다.


절대로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아니었다.


‘누군가 조종하고 있다.’


오늘은 팀원들의 가능성만 확인할 생각이었는데, 이런 위기가 닥칠 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그놈들이 나를 신경 쓰기 시작한 모양인데?’


음모의 주체들이 직접 움직인 것이다.


‘신성력의 힘으로 제 앞마당을 들쑤시고 있으니,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겠지.’


유재익은 다시 자신의 시야로 돌아온 뒤,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모두 잘 들으세요.”


유재익이 목소리가 나직이 깔리자, 다들 긴장한 표정이 되었다.


“곧 사방에서 언데드들이 쏟아져 들어올 겁니다.”


이에 모두가 무기를 들고 일어났다.


“전과 달라요. 훨씬 더 많습니다.”

“얼마나 됩니까?”


이동석이 방패를 들어 올리며 물었다.


“못 해도 백오십 마리 정도는 됩니다.”

“허······ 그 정도면, 이 지역을 빨리 벗어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이미 늦었습니다.”

“그렇군요. 준비하겠습니다.”


유재익은 팀원들에게 지시해서, 차들을 삼각형 모양으로 주차해서 일종의 바리케이드처럼 만들었다.

한 번에 상대할 좀비의 숫자를, 지형을 이용해서 최대한 줄이려는 것이었다.


철커덩!


5명이 석궁을 장전한 뒤, 차 문을 열고 그 뒤에 엄폐했다.

방패를 든 5명이 그들의 옆에 서서 2인 1조를 이루었다.

유재익 역시 그 사이에 서서, 활을 들어 올렸다.


‘여차하면, 헬 포지를 열어서 권속들을 꺼낸다.’


하지만 초반부터 전력으로 갈 생각은 없었다.


만약을 위해 비장의 카드를 숨겨둔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다른 무기가 하나 더 있었으니······.


유재익은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스릉─


검은 칼날에 흰색의 기하학적인 문양이 잔뜩 새겨져 있었다.

이 언뜻 봐도 불길한 힘이 담긴 듯한 검은, 무려 전설 등급의 아티펙트였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귀곡도(鬼哭刀)

- 등급 : 전설

- 효과

1) 영혼 약탈자 : 검에 깃든 악령 무리를 소환합니다. (지속 시간 : 10분 / 재사용 대기 : 30분)

2) 영체화 : 영혼이 육신으로부터 분리되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지속 시간 : 10분 / 재사용 대기 : 30분)

3) 싱킹 더 헬 : 대상의 영혼을 지옥으로 보내어 끔찍한 고통을 부여합니다. 대상의 격이 높으면 통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재사용 대기 : 1시간)


‘이걸 시험해 볼 기회다.’


3개의 스킬 중, 1번 스킬이 공격용으로 추정되었다.


이것의 전 주인인 ‘로드 스펙터’는 악령 계열의 마수였다.

그래서 이 아이템 역시 어둠 속성이 깃들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나, 몇 번 시험해 본 결과 순수한 ‘죽음’의 힘이 담겨 있었다.

아마도 원주인은 로드 스펙터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즉, 유재익이 충분히 다룰 수 있었다.


“······옵니다.”


유재익의 말에 헌터들이 무기를 고쳐잡았다.


이윽고 좌측 건물 사이에서 괴성과 함께 좀비들이 쏟아져 나왔다.


끄에에에──!


기이한 괴성과 함께, 사지를 괴랄하게 꺾으며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뒤, 뒤에서도 와요!”


뒤에는 물론이거니와─


“─우측을 보세요!”


사방에서 동시에 튀어나온다.


마치 기다렸다가 어떤 신호를 따라서 일제히 들이 닥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광경에 헌터들의 기세는 꺾일 수밖에 없었다.


“너, 너무 많아요······!”


활과 석궁을 쏴서 일고여덟 마리를 줄였으나, 다시 장전을 마쳤을 때는, 십여 미터 안으로 수십 마리가 들어온 상태였다.


“정면은 제가 막겠습니다!”


이동석이 그렇게 말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와라─”


그가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오른손에 움켜쥔 방패로 마나를 불어 넣었다.


웅──


방패가 금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언데드들이 약 5m 안으로 들어왔을 때, 이동석이 방패를 힘껏 바닥에 내리찍었다.


쩡──!


응집됐던 황금빛이 파동처럼 쏘아졌다.


이에 달려들던 좀비 개들이 허공을 날아서 바닥에 내리꽂혔고, 그 뒤의 좀비들 역시 뒤로 엎어졌다.


그의 방패 역시 신성력이 담긴 아티펙트였기에, 그의 스킬에도 신성력이 묻어 있었다.


치이이이······!


그래서 파동에 휩쓸린 언데드들의 피부가 타들어 갔다.

비록 리타이어시킬 정도의 위력은 아니었지만, 놈들은 살충제에 맞은 벌레처럼 온몸을 비틀어대며 쉽사리 일어나지 못했다.


“쿨 타임 5분입니다! 흐압─!”


이동석이 쓰러진 좀비들의 목덜미에 칼을 꽂아 넣었고, 재차 달려드는 놈들을 방패로 밀어서 날려버렸다.


‘역시 실력자였네.’


유재익은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정이 있어서 미끼 헌터에 자원했을 뿐, 경험이 많다는 이동석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저쪽은 일단 괜찮은 것 같고.’


다만, 다른 곳들이 문제였다.


“너무 많아요! 이쪽 좀 지원해 주세요!”

“큭─ 저희도 버겁습니다······!”


점점 거리를 좁혀오는 언데드들을 향해서 화살과 마법이 쏘아댔으나 화력이 턱 없이 모자랐다.


곧 파도에 휩쓸릴 듯이, 위태로운 순간이었다.


그때, 유재익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한 손에 검 한 자루를 든 채, 언데드들을 바라보았다.


“재익아······?”


이해나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언뜻 봐서는, 그가 대체 뭘 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유재익은 숨을 천천히 내쉬며, 왼손에 들린 귀곡도로 마나를 불어넣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 안에 담긴 어떤 마력의 벽을─마력 봉인을 열어 젖힌 것이었으니─


츠츠츠츠──


기이한 소리와 함께, 검은 검신에 그려진 백색 문양들이 보랏빛을 발했고─


- 귀곡도의 ‘영혼 약탈자’를 소환합니다!


츠츠츠츠──


검으로부터 무형이 무언가가 분리되어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마치 비눗방울처럼 동그란 모양으로, 느릿느릿하게 흘러나오더니, 이윽고─


콰─아─아─아──!


마치 간혈천이 치솟듯이, 엄청난 양의 영혼들이 검 끝에서부터 뿜어져 나왔다.


스펙터들이었다.


츠츠츠츠──


“큭!”


손바닥에 엄청난 압력 가해졌다.


유재익은 검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안간힘을 쥐어야 했다.


동시에 멋대로 뻗어나가려는 스펙터들을 통제해야만 했다.


이걸 놓치는 순간, 스펙터들이 미쳐 날뛰며 살아 있는 인간의 영혼을 탐할 것이다.


- 네가 우리를 조종하겠다고?


- 아니, 우리가 널 잡아먹겠다!


- 네 영혼을 갈가리 찢어서, 영원한 고통을 선사하마!


스페터들이 그렇게 소리치는 것만 같았다.


이것들은 악령(惡靈)이다.

말 그대로 원한이나 악한 마음을 품고 누군가를 해할 준비가 된 존재들이었다.

그래서 이 검에 봉인된 건지도 몰랐다.


‘또, 그래서 죄책감 없이 무기로 쓸 수 있는 거지.’


유재익은 검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힘껏 잡아당겼다.

그러자 스펙터들이 그 힘에 딸려 오듯이, 허공에서 크게 출렁거렸다.


“너희는 지금, 내 무기일 뿐이야. ······ 그러니까 내 뜻대로 움직여─!”


스펙터들은 거세게 저항했다.


유재익은 검을 더 높이 들어 올렸다.


이에 마치 대물이 걸린 낚싯줄을 잡아당기듯이, 팽팽한 장력이 느껴졌고 힘 싸움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는 지지 않았다.


아니, 질 수 없었다.


영매 특성의 히든 각성인 네크로맨서─


망자를 부리는 그 권능이 스펙터들의 고삐를 힘껏 쥐었다.


크아아아······!


이윽고 악령들이 그 힘에 굴복하듯이 검에 가해지는 힘이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수많은 스펙터로부터, 어떤 연결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것들의 힘이, 수중에 들어왔다.


그 사실을 깨달은 유재익이 명령을 내렸다.


“일전에 어떤 힘을 즐겼는지는 몰라도······.”


그의 시선이 등 뒤, 탑차 안의 상자로 향했다.


그곳에 담긴 것은, 신성 속성이 부여된 수십 개의 금속 병기들이었으니─


“신성력을 받아들여라.”


그의 명령에 따라서, 스펙터들이 일제히 탑차 안으로 행진했고, 상자를 열고 그 안의 물건들을 하나씩 집어 들었다.


고─오─오─오──


무형의 존재를 볼 수 없는 자들에게 그 광경은 마치······.


웅───!


수십 개의 신성 병기가 허공으로 치솟아 도열하는, 기적 같은 광경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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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5) 악마들의 데뷔 ― 2 +15 24.08.01 13,506 338 13쪽
12 5) 악마들의 데뷔 ― 1 +22 24.07.31 14,020 342 16쪽
11 4) 묵직한 느낌 ― 2 +17 24.07.30 14,504 351 16쪽
10 4) 묵직한 느낌 ― 1 +11 24.07.29 15,157 356 18쪽
9 3) 망치를 들다 ― 3 +11 24.07.29 15,257 376 17쪽
8 3) 망치를 들다 ― 2 +11 24.07.28 15,883 37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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