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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장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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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장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0.20 18:52
최근연재일 :
2024.08.22 21:50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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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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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8,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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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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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6) 등장, 폭발, 파급 ― 1

DUMMY

6) 등장, 폭발, 파급 ― 1




고블린은 가장 유명한 하급 마수다.


그만큼, 아주 유약한 족속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비각성자 성인 남성이 맨손으로 싸워서 이길 수 있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였다.


그런고로 고블린 스켈레톤 역시 모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그저 그런 하급 마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내 건 좀 다르다고.”


유재익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헬 포지로부터 무언가를 끄집어내고 있었다.


“이런 조합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이게 진짜 되네.”


백색과 붉은색이 오묘하게 합쳐진, 마나 덩어리······ 이것의 정체는─


[속성 융합]

― 하급 바람(D) + 하급 화염(D)

= 화염 분사(C)가 제작되었습니다.


이는 하피에서 뽑아낸 하급 바람 속성과 파이어 골렘에게서 뽑아낸 하급 화염 속성을 합친 결과였다.


“이러면······ 한 번의 폭발에 기대지 않아도 되잖아?”


유재익은 그것을 고블린 스켈레톤에게 적용했으니─


쩌저저저─


고블린 스켈레톤의 목 부분에 무언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붉은 보석과 그 주변을 에두른 백색의 링─


백색의 링이 회전하자 바람이 발생했고, 붉은 보색이 빛을 발하자─


화르르르─


붉은 화염이 고블린의 입안을 채웠다.


“내 고블린에게 한계는 없어.”


딱딱!


구호를 외치듯, 고블린 화공(火攻) 분대가 일제히 이빨을 부딪쳤다.



* * * * *



헌터 팀을 주도하는 건 여전히 박호성이었다.


“씨발, 그 개새끼가─ 어디서 허세를 부려?”


그는 씩씩거리며 방패와 글레이브를 들고 숲속 깊숙한 곳으로 전진했고, 마주치는 홉고블린에게 대범하게 달려 들어가서 모조리 박살 냈다.


증명하고 싶었다.


자신이 그 스켈레톤을 부리는 애송이에게 쫄지 않았다는 걸, 자신이 더 강하다는 걸 말이다.


‘애초에 그 홉고블린 무리를 처음 발견했을 때, 뒤를 노리고 바로 공격했으면 전부 내 성과였을 텐데!’


너무 몸을 사린 게 문제다.


그렇게 결론 내린 그는, 거침없이 나아갔다.


“저기요! 아까 그분이 여기 뭔가 이상하다면서, 무슨 넝쿨을 조심하라고 했거든요? 혹시 모르니까 좀 천천히─”


다른 팀원 중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지만─


“뭐? 그러면 그쪽에 붙지, 왜 날 따라와?”


박호성은 그렇게 일갈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그가 너무 막무가내로 진격하자, 어느새 몇몇 헌터 팀은 뒤처진 상태였다.


잘됐다 싶었다.


‘잡스러운 것들 쳐 내고, 싹 다 내 성과로 만드는 거야.’


그때, 기묘한 마찰음이 머리 위에서 울렸다.


스스스스──


한 팀원이 고개를 들었다.


“방금······ 뭔가 나무 위를 기어간 것 같은데?”

“뱀 아니야?”

“······그런가?”

“뱀이 뭐라고 신경 쓰냐? 홉고블린이 나무 위에 기어다닐 리도 없잖아? 다시 가자고.”


박호성이 그렇게 말하고 몸을 돌렸을 때─


촤르르르!


“응?”


그의 다리에 무언가 달라붙었다.

확인을 위해 고개를 숙이는 순간, 그 거대한 몸이 뒤집히며,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


“크악──!”


‘배드 베어’ 팀원들이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호성아!”


박호성의 다리를 두꺼운 넝쿨이 휘어 감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균형을 잘 잡았고, 오른손의 글레이브를 놓치지 않았다.


“이, 뭔 병신 같은─”


그는 몸을 구부리며, 넝쿨을 향해 글레이브를 힘껏 휘둘렀다.


하지만─


퍽!


마치 두꺼운 나무를 내리찍는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이, 이게, 왜 안 잘려!”


더 큰 문제는, 그 넝쿨이 몸을 타고 기어오르며 발목에서부터 무릎까지를 완전히 휘감았다는 것이었다.


우드드──!


강력한 압박감에 박호성은 신음을 흘렸다.


“칵!”


무릎뼈가 뒤틀린 듯했다.


그는 글레이브를 내던지고 손으로 넝쿨을 움켜쥐었다.

조금 전, 홉고블린의 그물 함정에 걸렸을 때도 악력으로 찢고 나온 그였다.


“흐아아압──!”


온 힘을 다해서 뜯어내려고 했으나······ 이것은 그물과는 차원이 다른 질김이었다.


동시에 바늘 수십 개가 다리를 찌르는 듯한 고통이 이어졌다.


“큭!”


넝쿨에 아주 얇은 가시 같은 게 박혀 있어서 피부를 파고드는 것이었다.


그제야 등골이 싸늘해지는 박호성이었다.


‘이거······ 내 수준이 아니다!’


집중만 하면 ‘베타 등급’ 헌터 임무까지 대응할 수 있는 자신이 이렇게 무력하다니······.


‘뭔가 잘못, 잘못됐어!’


그러는 동안에도 사방에서 무언가 기어가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스스스스──


뱀 따위가 아니었다.


나무의 표면을 긁듯이 지나가는, 두껍고도 단단한, 그리고 수많은 움직임─


스스스스──


그리고 그 움직임들은 한곳으로 연결되어 있었으니······.

나무 사이 어둠 속, 넝쿨 다발을 에두른 붉은 점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그것이 서서히, 사면으로 펼쳐졌다.


찌이이이······.


마치 짐승의 피 묻은 아가리가 벌려지는 듯한 광경에 박호성은 애처럼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거대한 꽃이었다.


점액질이 잔뜩 흐르고 지독한 누린내를 풍기는, 직경 4m짜리 꽃─


“저, 저건 뭐야!”

“······저런 게 있다고 하진 않았잖아!”


팀원들 역시 그것을 발견하고 기겁했다.


“씨발, 다들 뭐 해?! 빨리 나부터 내려 달라고!”


하지만 헌터들은 머뭇거렸다.


그러다가 한 명이 몸을 돌리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전부 도망치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의 ‘배드 베어’ 팀원들까지도.


“너, 너희······!”


하지만 그들도 멀리 가지 못했다.


사방에서 기어다니는 소리를 내던 것들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으니─


촤르르르──!


나무 위에서, 수풀 속에서, 뿌리 사이에서, 사방에서 굵은 넝쿨들이 튀어나오며 헌터들을 일제히 구속했다.


“으아아아! 살려 줘!”

“못 풀겠어! 컥! 수, 숨이─”


그들은 한순간에 무기력하게 허공으로 딸려 올라가며, 살려 달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스스스스─ 기분 나쁜 마찰음만이 사방에서 울릴 뿐, 이 깊고 어두운 숲속에서 그들을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였다.


우드드드──!


온몸을 옥죄이는 강력한 압박감에 근육이 짓이겨지고 뼈가 뒤틀리는 가운데, 죽음의 그늘이 눈앞을 가리기 시작했다.


그때─


촤─악──!


웬 물방울이 그들의 얼굴을 강타했다.


동시에 박호성을 제외한 ‘배드 베어’ 팀원들을 휘감았던 넝쿨들이 잘리며, 그들의 몸이 바닥으로 내리꽂혔다.


“컥─ 사, 살았다······.”


후두두두······.


비가 내리듯이, 물방울들이 쏟아져 내렸다.


그 사이로 한 여자가 걸어들어왔다.


왼손에 백색의 검집을 들고 있었고, 오른손의 검은 몸 바깥으로 크게 휘두른 모습이었다.

그녀의 검날에서 물이 뚝뚝 흐르고 있었다.


“그 남자 말이 맞았네.”


그녀는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고는, 바닥에 떨어진 헌터들을 바라보았다.


“넝쿨을 조심하라고 했는데, 무시했다가 다 죽을 뻔했어.”


헌터들의 주변에 잘린 넝쿨들이 뱀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어, 어떻게 한 거지?”


박호성이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자신이 온 힘을 다해서 뜯어내려고 해도 꿈쩍도 하지 않던 넝쿨을, 저 여자가 일격에 잘라 버렸다.


“방금 그 물은······ 설마······.”


물을 이용하는 검술은 흔치 않다.


하지만 유명하다.


동양제일검가로 불리는 백검가의 비전술인 수룡참(水龍斬)이 바로 물을 이용하는 검술이었으니까.


박호성은 그제야 자신이 눈독 들이던, 이 차가운 표정의 여자가 누구인지 눈치챘다.


“그 백색의 검집······ 설마─ 배, 백검가?!”


여자는 그런 박호성을 경멸이 담긴 시선으로 내려다보았다.


“눈에 훤히 보이는 것도 못 알아보면, 이 일 그만둬야 하지 않나? 누군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알아보던데.”


백검가의 3세, 백윤은 그렇게 말하며 한 남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 사람, 어떻게 안 걸까?’


국토감시국조차도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런데 첫 번째 임무 투입이라는 남자가 대체 어떻게 그렇게 상세하게 알고 있던 걸까?


‘수상한데.’


그러나 뭐가 됐든, 지금은 눈앞의 순간에 집중해야만 했다.


‘계속 기여도 1위를 해야지, 할아버지가 정해 준 기한 안에 감마 등급에 올라갈 수 있어.’


즉, 이상 징조가 있다고 한들 여기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는 백윤이었다.


그녀는 헌터들에게 외쳤다.


“다들 뭐 해요? 빨리 일어나서 무기 들어요!”


그러자 헌터들은 각자의 무기를 들고 주변을 경계했다.


백윤은 숨을 들이쉬며 감각을 확장했다.


“······두 마리인가?”


스스스스──


여전히 사방에서 나무 위를 기어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백윤은 그 소리에 두 가지 패턴이 있다는 걸 감지했다.


즉, 넝쿨을 조종하는 주체는 둘이었다.


하지만 그중 하나의 위치는 포착되지 않았다.


“쉽지 않겠는데······.”


그녀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뒤에 서 있던 남자 둘이 앞으로 나섰다.


“아가씨, 저건 데블 네펜데스입니다. 베타 등급 임무에서도 쉽지 않은 상대죠.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쪽팔리게 하지 마세요. 가문 지원으로 등급 올린다는 오명 받고 싶지 않아요.”

“······알겠습니다.”


저 두 남자는 백윤과 같은 팀으로 임무에 참여했으나, 실상은 가문의 경호원들이었다.

그들은 옆으로 슬쩍 빠졌다.


백윤은 숨을 고르며 검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돌파해서, 본체를 타격한다.’


그녀는 양발의 간격을 천천히 조절하며 사방에서 울리는 소리에 기울였다.


수십 마리의 뱀들이 기어가듯이 조심스럽게 나무를 타고 움직이던 넝쿨들은, 어느 순간 수십 마리의 원숭이가 나무를 타고 움직이듯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나뭇가지들이 마구잡이 흔들리면서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시야도, 청각도, 모든 것이 교란된다.


의도된 행동이다.


자신의 줄기가 잘리자, 상대가 단순한 먹잇감이 아니라는 걸 파악하고 교란 행위를 시작한 것이다.


아마도 나머지 하나의 위치를 숨기기 위함일 것이다.


‘지능이 없는 게 아닌가?’


식물형 마수는 보통 지능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물론 종종 나무형의 마수는 정령이 깃들어 있어서 인간 정도의 지능을 지닌 개체가 발견된다고 하지만······.


‘저 꽃 형태 마수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데······ 생각보다 더 상위 마수인가?’


가문에서 마수에 대한 교육을 받은 백윤이지만, 저런 희귀 케이스까지 전부 외우고 있지는 못했다.


‘뭐가 됐든, 본체를 처리하면 그만이야!’


백윤이 바닥을 박찼다.


동시에 사방에서 넝쿨들이 쏟아져 내렸다.


“오, 온다!”

“─쏴!”


헌터들이 고함을 지르며 넝쿨에 대응했다.

하지만 사방에서 날아드는 넝쿨들을 모두 요격할 수는 없었고, 이윽고 몇몇이 넝쿨에 휘감기며 공중으로 끌려 올라가고 말았다.


‘누군가 당하기 전에 본체를 제거한다!’


스릉─


백윤의 검이 호를 그렸고, 그 검격을 따라서 허공에 차가운 기운이 감돌더니 검신에 물방울이 어렸다.

마치 급격한 온도 변화 때문에 금속 표면에 이슬이 맺히는 듯한 현상이었다.

다만 그렇게 아름답게 포장하기에는, 다음 장면은 너무나 폭력적이었으니─


그녀가 숨을 내쉬며, 검을 휘두르는 순간, 펑─ 하는 파공음과 함께 날카롭게 벼려진 물의 칼날이 쏘아졌다.


촤아아아──!


물의 칼날이 날아드는 넝쿨들을 죄다 갈아 버리더니, 운동 에너지를 잃자, 일대에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후두두두······.


그 물방울 속에는 데블 네펜데스의 진액도 섞여 있었다.


“흡!”


백윤의 전진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가볍게 검을 휘두르며, 근접하는 넝쿨들을 잘라 내며 데블 네펜데스 본체로 접근했다.


그런데 그때─


케케!


데블 네펜데스의 뒤에서, 홉고블린 한 마리가 불쑥 튀어나오는 게 아닌가?


‘뭐지?’


그런데 놈은 지금까지 등장한 개체들과는 확실히 다른 외양이었다.

몸에 온갖 장식품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조류의 머리뼈가 달린 지팡이를 들고 있는 것이······.


‘······홉고블린 샤먼?!’


원래 오늘 임무에서는 등장이 예상되지 않던 상위 개체였다.


그런데.


‘웃고 있어?’


지능이 있다는 건, 감정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저 감정은······.


‘함정······!’


놈의 비릿한 미소를 깨달은 순간 아차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놈이 지팡이를 들어 올리는 순간, 주변 바닥의 낙엽들이 치솟더니, 그 안에서 다수의 홉고블린이 기어 나왔다.


케케케케!


놈들은 백윤을 둘러싼 채 단검을 뽑아 들었다.


‘안일했다!’


데블 네펜데스의 영역 안에는 홉고블린이 없다고 생각했다.

마수들은 인간의 적이지만, 서로의 적이기도 했다.

무 대륙의 마수 생태계에서는 서로가 먹고 먹히는 먹이 사슬이 존재했다.

그리고 식인 식물이라면, 당연히 홉고블린도 공격하리라고 생각했는데······ 그 반대였다.

데블 네펜데스의 넝쿨은 홉고블린들을 공격하긴커녕 피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샤먼이 데블 네펜데스를 조종하고 있어?’


주술을 사용하는 마수는, 동물이나 식물을 조종하기도 한다.

앞서서 나뭇잎을 흔들며 백윤의 감각을 교란했던 것도, 지능이 높은 홉고블린 샤먼이 한 짓이었다.


“끄아아아─”

“사, 살려 주세요!”


뒤에서 헌터들의 비명이 들렸다.


데블 네펜데스는 D등급 헌터들로서는 감히 대적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아가씨!”


경호원들이 당장이라도 검을 뽑아 들 자세를 취했다.


백윤은 잠시 고민했다.


그녀의 경호원들은 감마 등급 헌터 임무까지 수행할 수 있는 자들이었다.

그런 자들이 알파 등급 헌터 임무에 배정되었다는 게 알려지는 건, 그녀로서는 치욕이었다.

6대 가문이 자식들을 싸고돌며, 정부에서도 6대 가문 자제들에게 특혜를 준다는 사실을 공표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저는 신경 쓰지 말고, 다른 사람들을 구해요!”


경호원들이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런데─


촤르르르!


높은 나무 위에서 넝쿨 다발이 쏟아져 내렸다.

그것은─


촤르르르!


다름 아닌, 데블 네펜데스였다.


또 하나의 데블 네펜데스가, 허공에서 떨어진 것이다.


쿵──!


“큭─ 이게 갑자기 어디에서─”


뿌리를 통째로 들어 올려서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간 다음, 넝쿨로 몸을 둘러서 위장하고 있던 것이었다.

웬만해서는 알아차릴 수 없는, 기이한 위장술이었다.


“젠장! 놈과 가까이에 붙으면 위험해!”


하지만 늦었다.


놈의 거대한 꽃잎이 벌어지더니 녹색의 가스를 내뿜었다.


푸쉬이──!


바로 독성 가스였다.


“컥!”

“크아아아! 해독제를─”


아무리 고등급의 헌터라고 할지라도, 이런 기습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아, 안 돼······.”


백윤은 순간 눈앞이 아득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긴장 상황 속에서도 늘 판단력을 유지하는 훈련을 받아 왔지만, 실전에서의 이런 위기는 처음이었다.


촤악!


날아드는 넝쿨을 하나 베어 내며, 그녀의 발이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아니, 물러나서는 안 돼!’


길은 하나뿐이다.


저 홉고블린 샤먼부터 처리하기만 하면 데블 네펜데스들이 혼란에 빠질 것이었다.

어쩌면 넝쿨이 홉고블린들을 공격하며 벗어날 틈이 열릴지도 몰랐다.


하지만 도저히 다가갈 수 없다.


홉고블린들의 포위 정도야 쉽게 돌파할 수 있겠으나, 사방에서 날아드는 넝쿨을 피하면서까지 해낼 수는 없었다.

둘 중에 한쪽이라도 없다면 충분히 돌파할 수 있을 텐데······.


그런데─


“어?”


좌측의 수풀 속에서 스켈레톤들이 나타났다.


‘그 남자다!’


곧 스켈레톤 뒤로 사내가 등장했다.


백윤은 즉시 그쪽으로 외쳤다.


“잘 왔어요! 스켈레톤들로 홉고블린들을 상대하세요! 제가 돌파할 겁니다!”


저 남자, 언뜻 봐서는 머리를 잘 굴리는 것 같으니, 이 정도만 말해도 알아듣겠지 싶었다.


그런데 그 사내는 고개를 내저었다.


“제가 돌파합니다.”


황당하기 그지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무, 무슨─ 당신은 무슨 수로─”


사방을 에워싼 이 많은 넝쿨을 어떻게 돌파하겠단 말인가?

이 자리에서 그런 걸 해낼 수 있는 건 백윤 자신밖에 없었다.

백검가의 핏속에 흐르는 타고난 감각이, 그걸 가능하게 해 줄 테니 말이다.


느려 터진 하급 스켈레톤 따위로는 불가능하다.


절대로.


“당신은 못 해요!”


하지만 그런 걸 생각지 못한 건지 사내는 꿋꿋하게 제 스켈레톤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저 꽃을 짓이겨 버려.”


스켈레톤들이 진격을 시작했다.


너무 무모했다.


넝쿨들이 사이로, 대놓고 나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어······?”


넝쿨들이, 스켈레톤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넝쿨들이, 스켈레톤들을 피해서 움직였다.


“어, 어째서······.”


마치 홉고블린을 대하듯이, 아군으로 인식하는 듯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하지만 데빌 네펜데스에게 대미지를 줄 수 있는 건 또 다른 영역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 꽃, 엄청나게 단단하다고요!”


앞서서 바바리안인 박호성의 글레이브조차 데블 네펜데스의 넝쿨을 자르지 못했다.

저 가벼운 스켈레톤들이 아무리 힘을 줘서 무기를 휘두른다고 한들, 꽃잎에 흠집 하나 내지 못할 터였다.


그런데 사내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백윤을 바라보았다.


“이봐요─ 넝쿨이 위험하다는 걸 누가 말해 준 건지 잊었어요?”


······아?


백윤은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단단해 봤자 식물 따위, 불살라 버리면 됩니다.”


어느새 데블 데펜데스의 지근거리로 다가간 스켈레톤들─


그것들의 작은 턱뼈가 쩍 벌어졌다.


그러더니 한 발을 뒤로 빼고, 자세를 낮추는 다소 이상한 자세를 취하는 게 아닌가?


이윽고 목구멍 안쪽에 달린 작은 보석이 빛을 발했고─


푸─화─아─아──!


짙은 화염을 내뿜었다.


화아아아──!


4줄기의 화염이 데블 네펜데스에게 닿았고, 그것의 시뻘건 꽃잎이 순식간에 말려 올라가기 시작했다.


끼에에에······!


데블 데펜데스가 발버둥 치며, 본능적으로 독성 가스를 내뿜었다.

그것들이 순식간에 스켈레톤들을 덮쳤으나······.


덜그럭! 덜그럭!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왜?


애초에 스켈레톤들을 가스를 흡입할 호흡기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독성 가스에 불이 붙어서, 불길이 데블 네펜데스의 입안까지 타고 들어가더니─


펑──!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펑──!


그 옆에 서 있던 홉고블린 샤먼 역시 그 충격에 튕겨 나가서 나무에 부딪혔다.


“······불이 있는데 가스 단속을 그딴 식으로 하면, 위험하지.”


그렇게, 데블 네펜데스는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백윤은 멍한 표정으로, 여전히 불길을 내뿜고 있는 스켈레톤들을 바라보았다.


화아아아─―!


겨우 고블린 스켈레톤 따위가······ 드래곤처럼 화염 브레스를 뿜다니?


저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펑──!


“역시 폭발이 최고야.”


저 남자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작가의말

브레스 뿜는 고블린...!

또 어떤 마개조가 가능할까요?


오늘도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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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7) 죽음은 자산이 된다 ― 2 +27 24.08.07 12,744 320 16쪽
18 7) 죽음은 자산이 된다 ― 1 +20 24.08.06 13,046 335 20쪽
17 6) 등장, 폭발, 파급 ― 3 +17 24.08.05 13,114 343 18쪽
16 6) 등장, 폭발, 파급 ― 2 +24 24.08.04 13,170 326 19쪽
» 6) 등장, 폭발, 파급 ― 1 +20 24.08.03 13,390 335 19쪽
14 5) 악마들의 데뷔 ― 3 +16 24.08.02 13,491 336 19쪽
13 5) 악마들의 데뷔 ― 2 +15 24.08.01 13,506 338 13쪽
12 5) 악마들의 데뷔 ― 1 +22 24.07.31 14,020 342 16쪽
11 4) 묵직한 느낌 ― 2 +17 24.07.30 14,504 351 16쪽
10 4) 묵직한 느낌 ― 1 +11 24.07.29 15,157 356 18쪽
9 3) 망치를 들다 ― 3 +11 24.07.29 15,257 376 17쪽
8 3) 망치를 들다 ― 2 +11 24.07.28 15,882 37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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