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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장 님의 서재입니다.

대장장이의 네크로맨서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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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장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0.20 18:52
최근연재일 :
2024.08.22 21:5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450,156
추천수 :
11,762
글자수 :
268,819

작성
24.08.04 21:50
조회
13,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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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
글자
19쪽

6) 등장, 폭발, 파급 ― 2

DUMMY

6) 등장, 폭발, 파급 ― 2




세상에는 상식이라는 게 존재한다.


하지만 어떤 상식은 편견이 된다.


보편적으로 이것은 이러해야만 한다, 라는─


고블린에 대한 상식도 마찬가지다.


고블린은 불을 뿜을 수 없다.


이것은 상식인 동시에 편견이었다.


그렇기에 4마리의 고블린 스켈레톤이 턱뼈를 쩍─ 열고 화염을 분사하는 순간, 모두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무, 무슨─”

“내가, 환각에 빠진 건가?”


백윤의 경호원들조차도 놀랐다.

그들은 나름 ‘감마 등급’의 헌터였다.

즉,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들이다.

그런데도 저 장면만큼은 이해할 수 없었다.


볼품없는 뼈다귀 몸속에서 시뻘건 화염이 빛을 발한다.

그것은 열린 입을 통해서 소용돌이치며 분사되었고, 일부는 열린 갈비뼈 사이로 번져 나오며, 백골의 몸을 휘감았으니─

마치 근대의 조합하지만, 위협적이었던 전쟁 기계처럼 보였다.


펑──!


또 한 번의 폭음과 함께 데블 네펜데스 한 마리가 완전히 산화했다.


“이야─ 이 정도 위력일 줄은, 나도 몰랐는데······.”


유재익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전장을 둘러보았다.


문제의 데블 네펜데스는 이미 처리했다.


홉고블린 샤먼은 폭발의 충격에 튕겨 나가 비틀거리고 있었다.


‘다음 목표는 너다.’


놈은 홉고블린들의 지휘관이었다.

아직 다수의 홉고블린들이 일대에 포진해 있으니, 놈이 건재하다면 홉고블린들이 전열을 정비하고 체계적으로 덤벼들 것이었다.


그리고 그 예상대로였다.


샤먼이 몸을 일으키더니, 지팡이를 들고 무어라고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지팡이 머리 부분의 새 머리뼈의 안와 부분에서 녹색 빛이 흘러나왔다.


웅──


빛 형태의 그 기이한 마나 덩어리는 도깨비불처럼 숲 안으로 날아가더니, 터졌다.


궁──!


녹색 불빛이 숲의 그림자 속에서 번져 나갔다.


직후, 수풀이 요란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몰려온다!’


후위를 준비해 둔 것이었다.


‘역시 철두철미해.’


샤먼 유형은 홉고블린 중에서도 지능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아직 정확한 연구 사례는 없지만, 지능 수치가 거의 0.9에 육박한다고 추정되고 있었다.


놈은 헌터들이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서 움직인다는 걸 이해하고, 한 헌터 팀을 습격했을 때 다른 헌터 팀이 지원이 올 것까지 계산에 둔 것이었다.


끼에에에──!


뒤엉킨 괴성이 산속을 울리더니, 이윽고 수풀을 헤치며 홉고블린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가씨─ 너무 많습니다! 피하세요!”

“젠장, 이게 무슨 알파 등급 임무야!”


백윤의 경호원들이 소리쳤다.

그들은 데블 네펜데스의 독가스에 중독된 채로 힘겹게 저항하고 있음에도 백윤을 신경 쓰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판단대로, 방금 등장한 홉고블린들의 숫자는······.


케케케케!


족히 서른 마리 이상이었다.


그것들이 순식간에 백윤과 유재익을 포위했다.


“샤먼이 제대로 함정을 파 뒀나 본데.”


유재익은 그렇게 추론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헌터를 가장 많이 죽이는 마수는 의외로 고블린이나 코볼트 같은 하급 마수들이란 점이었다.

왜?

우선, 보통 그런 놈들을 상대하는 건 등급이 낮은 헌터들이다.

그리고 무리 생활을 하는 마수들은 생각 이상으로 교활하다.

즉, 한순간의 방심만으로도 하급 헌터들은 함정이라는 구렁텅이로 빠져서 명은 달리하게 된다.


이 상황도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그래도 국토감시국이 이 정도로 예상 못 한 건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차라리 잘됐다.’


이참에 자신이 준비한 모든 것을 써 보기로, 유재익은 마음먹었다.


‘지금 내가 다룰 수 있는 권속은 8마리뿐이다.’


[스킬 정보]

― 이름 : 네크로맨시(S등급)

― 등급 : 기초 (LV : 3) +2

* 망자를 언데드 권속으로 만듭니다. (3/8)


패왕의 호른의 ‘패왕의 원념’ 패시브로 2단계가 강화된 상태지만, 서른 마리 이상의 홉고블린을 상대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하지만 유재익에게는 다른 무기가 많았다.


그는 허리춤의 유틸리티 벨트에 달린 작은 가방에서 검은 가죽에 말린 무언가를 꺼냈다.


검은 가죽 안에서 나온 것은 다름 아닌 ‘패왕의 호른’이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패왕의 호른

― 등급 : 마스터피스

― 효과

1) 정복자의 서곡 : 아군의 모든 상태 이상을 제거하고, 10분간 ‘드래곤 스피릿’ 효과를 부여합니다. (재사용 대기 : 12시간)

2) 패왕의 원념 : 해당 아티팩트를 지니고 있을 시, 드래곤의 원념으로부터 가호를 받아 망자에 대한 지배력이 상승합니다. (패시브)

3) 알 수 없음

4) 알 수 없음

* 웜 등급 레드 드래곤의 마력 감지용 뿔을 이용해서 만든 걸작으로, 여전히 레드 드래곤의 기운이 진하게 남아 있다.


이것을 지니는 것만으로도 2번, 패왕의 원념이 작용한다.

그래서 지금도 ‘네크로맨시(S등급)’ 스킬이 2단계나 상승한 상태였다.


‘1번, 정복자의 서곡은 액티브 스킬이다.’


이는 호른을 직접 불어서 발동할 수 있다.


유재익은 낭트시 오우거 메이지의 침공 때, 프랑스 육군 기사단이 선보였던 그 장면을 떠올렸다.

한 번 패배했던 강력한 상대에게 다시 정면으로 도전해서 이길 수 있게 만들어 주었던 비기(祕器), 그게 유재익의 손에 들려 있었다.


케케케케!


홉고블린들이 비릿한 웃음을 머금은 채, 각종 무기를 들고 좁혀 왔다.

놈들은 이미 몇 차례 인간을 사냥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 순간, 자신들이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앞을 8마리의 스켈레톤들이 가로막았다.


압도적인 열세다.


하지만─


유재익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입에, 호른을 가져다 대었다.


한때 백두대간을 지배했던, 웜 등급의 거룡 ‘백두적관(白頭赤冠)’의 유해로 만들어진 아티팩트─ 그것에 숨을, 그리고 마나를 불어 넣는다.


― 정복자의 서곡을 발동합니다! (10분)


───!


파동이 울려 퍼졌다.


호른이라고 하지만, 소리 따위는 없었다.


강력한 마나의 파동만이, 호른의 관으로부터 거칠게 번져 나왔다.


하지만 각성자라면 느낄 수 있었다.

그 마나의 파동이 얼마나 진한 것인지를─


‘이건──!’


유재익은 호른에 숨을 불어 넣고 있거늘, 정작 자신의 몸 안으로 무언가 불어닥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동시에 강력한 존재의 시선이 느껴졌다.


전에 느낀 적 있던, 백두적관의 원념이었다.


― 모든 권속이 ‘드래곤 스피릿’을 얻습니다.

* 3등급 ‘마나 배리어’를 얻습니다.

* 3등급의 ‘호신강기’를 얻습니다.

* 3등급의 ‘베르세르크’가 적용됩니다.

* 격(格)이 일시적으로 한 단계 상승합니다.


유재익의 권속─스켈레톤들이 일시에 몸을 부르르 떨며 입을 벌렸다.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가 희열을 느끼는 것 같았다.

이어서 그것들의 몸 안에서 기이한 푸른 그림자가 번져 나오더니 몸을 휘감았다.


불길하고도 음습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유재익에게는 다른 게 느껴졌으니─


그는 무엇이 달려졌는지를 어서 시험해 보고 싶어졌다.


“가라.”


8마리의 스켈레톤들이 바닥을 박찼다.


그런데 어째선지 홉고블린들의 표정에서는 방금 전의 기세등등함이 깡그리 사라진 상태였다.

오히려 기세가 꺾인 듯,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끼이이이······.


저렇게 변한 건, 유재익이 패왕의 호른을 분 직후였다.

그 소리 없는 마나 파동에 휩쓸린 순간, 어떤 공포에 빠진 듯했다.


‘설마, 피어(Fear)인가?’


피어란, 고위 마수들이 지닌 일종의 상태 이상 기술이었다.


‘드래곤의 피어는 하급 마수들을 선 채로 죽이기도 한다고 했지.’


비록 유해에 불과하지만, 드래곤의 원념이 담겨 있으니, 호른을 부는 것만으로 옅게나마 피어가 발생한 것이었다.


그렇게 무방비 상태가 된 홉고블린들을, 스켈레톤들이 들이받고,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푹! 푹! 푹! 푹!


거칠고도 부드러웠다.


검과 창이 빠르게 급소를 찌른 뒤, 고민 없이 뽑아내고 다시금 최적의 길을 따라 다른 적을 향해 쇄도했다.


유재익의 의지를 따라서 움직이고 있지만, 어떤 보이지 않는 존재가 스켈레톤들을 마리오네트처럼 춤추게 하는 것 같았다.


모든 건 순식간이었다.


단 한 번의 충돌만으로 십여 마리의 홉고블린들이 난도질당해 고꾸라졌다.


그 순간, 생명체들은 직감할 수밖에 없었다.


도망쳐야 한다는 것을─


산 자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 바로 ‘공포’였다.


끽! 끽!


홉고블린들이 신음을 흘리며 등 돌려 도주하기 시작했다.


오직 샤먼만이 무어라고 소리치며 부하들을 통제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선택이었다.


“저놈부터 잡아.”


유재익의 눈에 띄고 만 것이다.


4마리의 스켈레톤들이 놈을 둘러싸고, 바닥에 내리꽂은 뒤 날카로운 금속을 몸 곳곳에 내리꽂았다.


그걸로 끝이었다.


“······.”


숲은 매케한 연기와 붉은 혈흔에 뒤덮인 채, 다시금 고요를 되찾았다.


그리고 유재익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 죽음을 수확하여 네크로맨시(S등급) 스킬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스킬 정보]

― 이름 : 네크로맨시(S등급)

― 등급 : 기초 (LV : 4) +2

* 망자를 언데드 권속으로 만듭니다. (8/10)


죽음은, 산 자를 잡아먹으며 몸집을 불린다.



* * * * *



백윤은 여전히 검을 들고 있었지만, 그녀의 검 끝은 바닥으로 축 늘어져 있었다.


“아······.”


그녀의 시선은 유재익에게 향해 있었다.


그는 손짓 몇 번 만으로 스켈레톤들을 조종하여 데블 네펜데스와 홉고블린 무리를 박살 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손쉬워 보여서, 잠시나마 당황했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기여도 1위를 해야만 하는데······.’


그게 그녀의 데뷔전 목표였다.


그래야지만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할아버지, 가주와 약속을 떠올렸다.


― 혼자서 한 달 안에 감마 등급 임무를 공략하면, 그때 네 부탁을 들어주마.


백검가의 가주가 내건 조건인 만큼, 결코 달성하기 어려운 제안이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22일이었다.

기한 내에 조건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임무마다 최대한의 성과를 달성해야만 했다.


그런 점에서 데뷔전은 매우 중요하다.

첫 임무를 얼마나 훌륭하게 해내는가에 따라서, 향후 등급 조정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상, 저 남자가 혼자 독식해 버린 것이다.


물론 아직 데블 네펜데스 한 마리가 남아 있었다.

경호원들이 어렵사리 대응해서 이미 반쯤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백윤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그녀의 입이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녀의 발이 바닥을 박찼고, 늘어졌던 검 끝이 맹렬하게 상승했다.


촤아아아──


검의 가드 부분에서부터 물줄기가 치솟더니, 한 마리의 용처럼 칼날을 휘감았다.


그녀의 발이 바닥을 딛고, 허리가 회전하고 어깨가 채찍처럼 휘둘러지는 순간─


쩌─엉──!


검 끝에서 엄청난 파공음이 울려 퍼졌다.


날카로운 물의 칼날이 쇄도하며, 일대의 나뭇가지들이 우수수 잘렸고─ 그 선상에 있던 나무 한 그루가 비스듬히 잘리며 쓰러졌다.


그리고 데블 네펜데스가 마치 잘 익은 과일처럼, 반으로 갈라지며 붉은 즙과 가스를 쏟아 냈다.


퍼─억──!


아무리 빈사 상태였다고 한들, 저 거대한 괴수를 단 일격에 절단한 것이다.


유재익이 등장하기 전까지 고전했다고 보기에는, 너무 강력한 일격을 펼친 백윤이었다.


하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아, 아가씨······ 그걸 쓰시면······!”


경호원들이 놀라며 소리쳤다.


“알아요.”


이윽고 나지막한 파공음과 함께, 그녀가 들고 있던 검이 깨져 버렸다.


그녀는 반토막 난 검을 내려다보다가 바닥에 툭, 하고 내던졌다.


백검가 3세의 유망주로 불리는 백윤, 그녀의 숨겨진 약점은 바로 이것이었다.


엄청난 잠재력으로, 백검가 역사상 같은 나이대 가장 강력한 ‘수룡참’을 발휘할 수 있는 그녀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걸 쓸 때마다 무기가 버티지 못하고 깨졌다.


그리고 그 충격에 손아귀가 길게 찢어지며, 피가 철철 흘렀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가문의 원로들조차도 답을 내지 못했다.


즉, 그녀의 잠재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다른 형제들과 경쟁에서 충분히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음에도, 무기가 버텨 내지 못하기에 그녀의 실력은 족쇄를 찬 셈이었다.


그리고 데뷔전에서도 그 한계가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기면······ 화감의 검을 받는 건 불가능해.’


그녀가 할아버지와 한 약조는 바로 그것이었다.

기한 내에 감마 등급 임무까지 공략한다면, 자신이 직접 진은의 가주 화감 진강룡에게 부탁하여 깨지지 않는 검을 만들어 주겠노라고─


‘그렇게만 된다면······.’


백윤은 날개를 펼 수 있게 될 것이었다.


하지만 첫 단계부터 꼬이고 말았다.


“저······ 이거, 비싸 보이는데요.”


스켈레톤 하나가 백윤의 깨진 검 조각을 들고,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 뒤에 유재익이 서 있었다.


“제가 아티팩트 좀 볼 줄 아는데, 이거 망가졌어도 족히 천만 원은 할 겁니다.”


백윤은 자신의 깨진 검을 잠시 쳐다보다가, 유재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며 차갑게 말했다.


“필요 없어요.”

“네?”

“버린 거니까, 그쪽이 알아서 하세요.”


유재익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백검가라도 해도, 어떻게 이 비싼 걸 땅바닥에 버린단 말인가?


“······개꿀이네.”


이 검 조각, 천철(天鐵) 합금이었다.


천철은 무 대륙의 고산 지대 와이번의 둥지에서만 채굴된다는 기이한 금속이었다.

마수 생태학자들의 추론으로는 죽은 와이번의 뼈가 풍화되고 퇴적되어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하늘을 나는 와이번인 만큼, 그 몸은 번개, 물, 바람 등의 속성에 친화적이었다.

백검가의 ‘수룡참’을 머금기에는 딱 적합한 재료인 것이다.


당연히, 매우 비싸다.


‘우리 가문에서 만든 것 같은데.’


특유의 마감이 진은의 그것과 비슷했다.


‘백검가 손녀딸인 것 같더니만, 역시 씀씀이가 과하네? 이걸 한 번 쓰고 버려? 하여튼 재벌들이란······ 쯧쯧─’


유재익은 백윤의 뒷모습을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자신도 가문에 계속 있었으면 어쩌면 저렇게 컸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부모님이 자신을 그렇게 키우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어쨌든, 녹여서 쓸 만한 것 좀 만들어 봐야지.’


지금 그의 권속들은 각종 속성이 담긴 무기들로 무장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 재료는 평범해서, 몇 번 사용하고 나면 이가 죄다 나갔다.


‘마침 이번 작전으로 돈을 벌면, 이런 좋은 금속을 사서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 볼 생각이었는데, 잘됐네.’


그런 생각을 하던 유재익은 뒤통수가 따가움을 느꼈다.


고개를 돌리자, 다른 헌터들이 멍한 표정으로 유재익을 보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에는 전에 보았던 혐오감이 아닌, 다른 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일종의 공포도 있었지만, 주요한 건······.


경외심─


그런 게 느껴졌다.


그중에서도 박호성의 표정이 가관이었는데, 입을 반쯤 벌린 채,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그는 넝쿨에 휘감겼을 때 다리를 다쳤는지, 나무에 기댄 채 한쪽 다리를 움켜쥐고 있었다.


유재익과 박호성이 눈을 마주쳤다.


“······.”


이윽고 박호성이 슬쩍 눈을 피했다.


“죽을 수도 있었어요, 당신들.”


유재익이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세상 무서운 줄은 몰라도, 고마운 줄은 아시죠.”


그는 그 말을 남긴 채, 스켈레톤들을 이끌고 데블 네펜데스의 사체로 다가갔다.


“재료 좀 갈무리해 보자고.”


딱딱!


스켈레톤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마수 사체를 레고 블록처럼 해체하기 시작했다.


슥─ 슥─


헌터들은 다시금 기묘한 공포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 * * * *



“이게 무슨······.”


국토감시국 직원들이 서둘러서 숲길로 접어들었다.


상황은 이미 끝나 있었다.


홉고블린 사체들이 산 한쪽에 일렬로 뉘어져 있었고, 그 옆에는 조각난 데블 네펜데스의 사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학살극이 끝나고 누가 뒷정리까지 해 둔 모양새였다.


“······영상, 찍혔어?”


강지현 팀장이 얼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이 지역은 마나 파동이 심해서 영상 녹화가 잘 안됐습니다.”

“알파 등급인데 왜 마나 파동─ 아······ 이건 알파 등급이라고 할 수가 없긴 하지.”


마나의 산란은 전파를 방해한다.

그래서 마나가 짙은 지역에서는 전자기기가 먹통이 된다.

그래도 이곳은 알파 등급 임무지라서, 드론 캠을 운영할 수 있었는데······ 어느 순간 진한 마나가 퍼진 것이었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건대, 자신들이 7구역의 임무 등급을 잘못 책정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즉, 까딱 잘못했다가는 헌터 팀 전체를 사지로 몰아넣을 뻔했다.


그것도 무려 백검가의 손녀딸을!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강지현 팀장은 주변을 살폈다.


헌터들이 곳곳에 흩어져서 휴식 중이었다.

종전의 전투로 부상자가 속출해서 바로 하산하지 못한 듯했다.


“다행이긴 한데······ 대체 어떻게 이긴 거지?”


드론 캠을 통해서 마지막으로 목격한 건 ‘데블 네펜데스’의 등장이었다.

그것이 박호성을 거꾸로 잡아 든 뒤, 다른 헌터들까지 사로잡는 장면까지 본 다음 즉시 출동했던 강지현 팀장과 팀원들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상황이 마무리된 건지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탁─ 타닥─


곳곳에서 숨이 다 죽어 가는 불꽃만이, 화공을 통해서 마수들을 제압했음을 추정케 해 주었다.


“아, 오셨습니까?”


유재익이었다.


그리고 그의 주변에는 10마리의 스켈레톤들이 서 있었다.


딱딱!


저 기이한 소환수들의 존재는 이미 드론 캠을 통해서 파악되었다.

그래도 좀처럼 가까이 갈 수 없는, 어떤 기묘한 분위기가 있었다.


“예상에 없던 보스형 마수가 등장했습니다.”

“샤먼······ 인가요?”

“네, 여깄습니다.”


유재익이 난도질당한 사체를 가리켰다.

그것의 복장을 보건대, 확실히 샤먼 계통인 듯했다.


“제 기여도에 따라서, 오늘 작전에서 얻은 마수 수확물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여기 줄 세워 둔 마수들이 제가 잡은 것들이고요.”


유재익이 가리킨 마수 사체들은, 사실상 대부분이었다.


“그러니까─ 당신이······ 당신이, 다 잡은 겁니까?”

“뭐, 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은 제가 잡긴 했습니다.”


강지현 팀장은 멍한 정신에 손가락으로 눈두덩이를 문지른 다음, 고개를 들고 물었다.


“당신, 누구예요?”

“네?”

“······알파 등급 데뷔에서 감마 등급 수준의 마수들을 잡는 게, 이게, 가당키나 하다고 생각하세요?”


저도 모르게 따지듯이 말하던 강지현 팀장은 고개를 내저으며 사과했다.


“죄송해요, 제가 너무······ 경황이 없어서 말이 이상하게 나왔네요. 다 저희 쪽 과실인데······.”

“아─ 이해합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긴 했죠.”


강지현은 고개를 끄덕인 다음,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앞으로는 더 높은 등급의 임무를······ 받으셔야겠네요. 아니, 그러셔야만 하세요.”


국토감식반 현장 팀장은 ‘특별 승급’ 제안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강지현 팀장은 8년 차 베테랑으로서 알 수 있었다.

이 남자는 알파 등급 임무에 두기에는, 생태계 교란종에 가까운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다크호스의 데뷔였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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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10) 음모, 기회, 확장 ─ 1 +22 24.08.15 10,299 331 17쪽
26 9) 죽은 자들의 전투 ─ 3 +16 24.08.14 10,607 333 16쪽
25 9) 죽은 자들의 전투 ─ 2 +23 24.08.13 10,855 344 14쪽
24 9) 죽은 자들의 전투 ― 1 +10 24.08.12 11,311 33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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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7) 죽음은 자산이 된다 ─ 3 +15 24.08.08 12,638 317 17쪽
19 7) 죽음은 자산이 된다 ― 2 +27 24.08.07 12,744 320 16쪽
18 7) 죽음은 자산이 된다 ― 1 +20 24.08.06 13,046 335 20쪽
17 6) 등장, 폭발, 파급 ― 3 +17 24.08.05 13,114 343 18쪽
» 6) 등장, 폭발, 파급 ― 2 +24 24.08.04 13,171 326 19쪽
15 6) 등장, 폭발, 파급 ― 1 +20 24.08.03 13,390 335 19쪽
14 5) 악마들의 데뷔 ― 3 +16 24.08.02 13,491 336 19쪽
13 5) 악마들의 데뷔 ― 2 +15 24.08.01 13,506 338 13쪽
12 5) 악마들의 데뷔 ― 1 +22 24.07.31 14,020 342 16쪽
11 4) 묵직한 느낌 ― 2 +17 24.07.30 14,504 351 16쪽
10 4) 묵직한 느낌 ― 1 +11 24.07.29 15,157 356 18쪽
9 3) 망치를 들다 ― 3 +11 24.07.29 15,257 376 17쪽
8 3) 망치를 들다 ― 2 +11 24.07.28 15,883 37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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