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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장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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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장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0.20 18:52
최근연재일 :
2024.08.22 21:50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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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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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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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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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5) 악마들의 데뷔 ― 3

DUMMY

5) 악마들의 데뷔 ― 3




“하─ 내가 이런 뒤치다꺼리까지 해야 하냐? 윗분들 똥 닦는 것도 아니고 무슨······.”


강지현 팀장이 한탄하며 머리를 쓸어 올렸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시선은 태블릿 PC 화면 속에 고정되어 있었다.


윙─


화면은 드론 캠의 시점을 비추고 있었는데, 저공비행을 하며 숲을 정찰하는 중인 듯했다.


“헌터들 GPS 위치 정보에 따르면, 슬슬 보일 것 같습니다.”


특명, 유재익의 개망신을 막아라!


국토감시국의 수장인 국장이 일개 팀장급에게 직접 전화해서 내린 그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서, 직원들이 총동원되어 헌터들의 위치 파악에 나선 것이었다.


그런데─


“어······ 마수들이 보입니다? 그것도 상당히 많습니다!”


드론 캠을 조종하던 직원이 급히 소리쳤다.


이윽고 화면 위로 나무 사이로 움직이는 한 무리의 홉고블린들이 포착되었다.


“저것들이 왜 움직이고 있지?”


홉고블린의 지능 수치는 0.72다.

호모 사피엔스의 평균 지능을 1로 할 때, 7할 정도에 이르는 만큼, 꽤 교활하다고 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놈들은 인간의 시선을 의식하고 쉽게 무리 지어 움직이지 않는 철두철미함을 보이곤 했다.

하늘을 나는 드론이라는 존재가 인간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이해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상황은 아주 특이한 경우였다.


“헌터들의 위치가 노출된 걸까요?”

“그러면 더 이상하지······ 왜 함정으로 유도하지 않고 직접 움직여? 저놈들도 비효율적이라는 걸 알 텐데.”


강지현 팀장이 잠시 고민하던 그때─


“유재익 헌터 쪽 같습니다!”

“뭐?”


그녀는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유재익은 헌터 임무가 처음이다.

심지어 혼자였다.


‘혼자 떨어진 헌터를 알아차린 건가?’


그가 수십 마리의 홉고블린에게 둘러싸인다면─


‘순식간에 난도질당해서 죽을 거야!’


이윽고 화면에 유재익의 모습이 잡혔다.

그는 자신의 탑차 앞에 서서 홉고블린들이 몰려오는 방향을 정확히 바라보고 있었다.


“젠장! 저 자식, 안 도망치고 뭐 하는 거야!”


하지만 그들이 다음 순간 목격한 것은─


퍼─엉─―!


웬 폭발이었다.


“이게, 지금······ 무슨······.”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지, 지금 뭐가 터진 거야?”

“스켈레톤으로 보이는 게 갑자기 수풀에서 나와서 홉고블린들 사이로 파고들어 가더니······ 터진 것 같습니다?”

“스켈레톤이 왜 여깄어?! 그리고 스켈레톤이 수류탄도 아니고 왜 터지는데?!”

“그게······ 제가 보기에는 진짜 수류탄 같았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수류탄이 터진 자리처럼, 그 주변에 있던 홉고블린들이 죄다 고통을 호소하며 나동그라져 있었다.


끄에─ 끄에에에─!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으니─


“수류탄이 아니라······ 생화학 무기 같은 건가?”


웬 녹색 액체가 사방으로 흩뿌려졌고, 닿는 지점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마지막 순간까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 * * * *



가죽과 살점을 벗어 내고 일어난 새하얀 뼈다귀들이 덜그럭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홉고블린들이 죽은 뒤 새로운 시간을 부여받은 것이다.


그것들이 녹색 안광을 피워 내어 세상을 인지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것은─


푹! 푹!


칼을 들어, 산성 용액을 뒤집어쓴 채 발광하고 있는 홉고블린들의 숨통을 끊는 작업이었다.

방금까지 같은 고통을 공유하고 있던 동족을 거리낌 없이 처리하는 그 광경은, 실로 악마의 조종을 받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저, 저건 또 뭐야······.”


나무 사이 공터에 주차된 탑차에서 5마리의 스켈레톤이 더 나왔다.


그런데 그것들의 형체는 어딘가 이상했다.


스켈레톤이라고 한다면 보통, 살아 있는 존재가 죽은 뒤 사념이나 주술에 의해서 일어난 마수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생전에 어떤 종이었는지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저것들은 기존에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도통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기이했다.


덜그럭!


몸통은 전부 고블린의 그것이거늘─


어떤 건 몸통에 비해서 팔이 매우 컸다.

그것은 탑차에 실린 창을 집어 들더니, 압도적인 리치(Reach)를 이용해서 도망치는 홉고블린들의 등을 찔렀다.


또 어떤 건 다리가 매우 긴 데다가 활처럼 휘어져 있었는데, 몸을 숙이며 바닥을 박차자 마치 개구리처럼 도약하는 게 아닌가?


쿵!


그렇게 허공을 날아서 순식간에 적의 앞에 내려섰다.


평범한 언데드가 아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니, 저 멀리 미지의 무 대륙에도 존재하지 않는 기이한 존재들이라는 것을, 이 자리의 모두가 직감할 수 있었다.


저건······.


“악마들이야······.”


그래, 온갖 동물들을 교접한 듯한 악마의 형상이었다.


그런 감상이 이루어지는 동안에도 학살극은 계속해서 펼쳐졌고, 홉고블린들의 비명은 점차 잦아들었다.


“뭐,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박호성이 경악하며 소리쳤다.

방패를 치켜세우고 당당하게 앞장서던 그는, 뒷걸음질 치다 보니 어느새 동료들 바로 옆까지 와 있었다.


“이, 이번 임무에 언데드 계열이 있다는 소리는 없었잖아!”


언데드 계열의 마수는 매우 까다로운 적수였다.

물론 눈앞에 있는 저 작은 스켈레톤들은 하급 마수로 추정되건대, 상대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었다.


다만, 언데드가 등장하는 환경이라면 사기에 오염되었거나 악신을 숭배하는 고위 흑마법사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었다.

알파 등급 임무에서 결코 마주할 수 없는, 위험천만한 상황이라는 의미였다.


“정신 차리고, 탱커 역할에 집중하세요.”


등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뒤에 울렸다.


스릉─


백색 검집을 든 여자가 검을 뽑아 올렸다.

그녀는 침착한 표정으로 눈동자를 굴리는 것이, 스켈레톤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듯했다.


“씨, 씨발······ 누가 정신이 나갔다고 그래? 내가 그럴 놈 같아?”


박호성이 헛기침을 하며 앞으로 나섰다.

저 까탈스러운 여자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얼빠진 표정으로 뒷걸음질 쳤다는 사실이 민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봤자 뼈다귀들 따위, 한 방이면 다 박살이야!”


그렇게 헌터들이 대응을 준비할 때─


“다들 멈추세요!”


누군가 소리쳐서 그들을 멈춰 세웠다.


“어, 저 사람은······?”


한 사내가 탑차 뒤에서 나타났다.


홀로 떨어졌던 헌터, 유재익이었다.


유재익이 앞으로 걸어왔다.

그러더니 스켈레톤들 사이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는 게 아닌가?


“어어─”

“당신, 뭐 하는 거야!”


자진해서 마수들에게 둘러싸이는, 황당한 광경이었다.


“침착하세요, 다 끝났습니다.”

“······뭐?”

“이 녀석들은 제 소환수입니다.”


그 말에, 헌터들의 동공이 파르르 떨렸다.

하나같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소, 소환수라고?”


유재익은 그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도 소환 계열 중에 망자를 다룬다는 건 들어 본 적이 없었으니까.’


네크로맨서란, 영매 계열의 각성자가 각성과 동시에 죽음이라는 특별한 조건을 통해서 도달할 수 있는 특전(特典)이다.

그 3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건, 모르긴 몰라도 복권에 3번 당첨되는 것보다 희박할 확률이다.

지금껏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게,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몰랐다.


“자세히 보면 귀엽습니다, 얘들.”


유재익은 너스레를 떨며 고블린 스켈레톤 한 녀석의 두개골에 손을 얹었다.


딱딱!


녀석이 긍정하듯이 이빨을 연달아 부딪쳤고 뒤이어서 다른 녀석들도 동시에 이빨을 부딪쳐대며, 기이한 타악기 소리가 숲을 메아리쳤다.


‘귀엽네, 짜식들.’


유재익의 눈에는 나름 재롱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건 심각한 역효과를 냈으니······.


“힉! 끄, 끔찍해······!”

“저거, 마수가 분명해!”


심지어.


“당신······ 마물 숭배자야?!”


누군가 그렇게 묻기까지 했다.


유재익은 옅은 탄식을 내뱉었다.


마물 숭배자(Demon Worshipper).


마수 중에서도 강력한 힘을 지닌 상위 개체를 신으로 떠받들고 추종하는 인간들이 존재했다.


대표적인 숭배 대상으로는 아마존을 지배하는 ‘마물왕’이 있었다.


1974년, 무 대륙 중심부에서 거대한 마물이 비상하여, 미국 태평양 함대를 괴멸시킨 뒤 남미 대륙에 안착했다.


마물왕 흑룡 고베르난치(governante)였다.


그것은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를 폐허로 만든 뒤, 아마존 우림에 둥지를 틀었으니─ 오늘날 그곳은 마수들의 왕국으로 불렸다.


또한 남미의 카르텔들이 고베르난치의 힘을 빌려서 정부군을 압도하는 등, 남미 전역의 심각한 치안 문제가 초래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마물 숭배자들은 인간의 본능적인 혐오를 느낄 만한 스킬을 구사했다.

가령 피를 다룬다거나, 야수로 변신한다거나, 벌레를 다룬다거나 하는 식이었다.

네크로맨서 능력이 그런 오해를 받는 게 어쩌면 당연했다.


‘시체를 조종하는 건, 그중에서도 제일 기분 나쁘긴 하니까.’


국내에도 8인의 배교자라고 불리는, 리치에게 귀의한 마물 숭배자들이 있었다.

그래서 이런 오해를 받으리라는 건, 각성했을 때부터 예상했던 바였다.


유재익은 고개를 단호하게 내저었다.


“마물 숭배자라니, 절대로 그런 거 아닙니다.”

“그걸 어떻게 증명할 건데?”


박호성이 공격적으로 되물었다.


“증명이요? 진혈천가한테도 그렇게 말할 겁니까?”


대한민국의 6대 가문 중 하나인 진혈천가(眞血千家).

그들은 흡혈종(吸血種)이라고 불리는 특성으로, 쉽게 말해서 뱀파이어였다.

거의 모든 문화권의 전설에서 괴물로 묘사되는 만큼, 본능적인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오늘날 그들은 대한민국의 6개의 기둥 중 하나로서 존경받고 있다.


“마물 숭배자 증명 책임은 당사자에게 있지 않습니다. 무작정 그렇게 몰아가시면 명예 훼손죄 성립됩니다. 이거 모르시는 거 아니죠?”


한때, 전 세계적으로 각성자에 대한 마녀사냥이 자행된 적이 있었다.

조금만 기분 나쁘다 싶은 능력이라면, 마물 숭배자로 싸잡아서 가두거나 심한 경우는 재판 없이 처형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마물 숭배자로 낙인찍히고 죽어 나간 각성자 대부분 주홍 글씨였다는 게 알려지자,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쪽에 의견이 모여졌다.


“그러면 당신 특성이 뭔데? 대체 뭐길래 그 끔찍한 것들을 다룰 수 있는 건데? 응?”

“그걸 말해 줄 의무는, 나한텐 없죠.”


각성자란 존재가 일반화된 오늘날, 각성자의 권리 보호가 법제화되어 있었다.


‘가주조차도 내게 어떤 특성을 각성했는지 묻지 않으셨지.’


그만큼 타인의 특성이나 스킬 정보를 묻는 건 매너가 아닌 것으로 여겨졌다.

각성자에게 특성과 스킬은 전략적인 자산인 만큼, 개인적인 비밀을 넘어서 국가적인 기밀로 치부되는 것이다.


“정 불편하시다면, 처음에 하셨던 것처럼 저만 두고 따로 움직이시면 됩니다.”


유재익은 더는 입씨름할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사람들은 자신들이 믿고 싶은 걸 믿기 마련이다.


물론 그런 현실을 한탄하고만 있을 생각도 없었다.


‘내가 스스로 증명해야지.’


진혈천가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이 위험한 존재가 아니며 오히려 인류에게 중요한 존재임을 각인시키면 된다.


‘······할 수 있어.’


방금 13마리의 홉고블린을 일거에 처치했다.


유재익의 제대로 된 첫 번째 전투였으며, 완벽한 승리였다.


그 어떤 각성자도 첫 번째 전투에서 이토록 훌륭하게 해내지 못할 것이다.


자신감이 차올랐다.


‘역시 이 능력은······ 강력하고, 무궁무진해.’


그래서 더는 저자세로 나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저도 혼자 움직일 생각이니까, 다들 저는 없는 셈 치시면 됩니다. 그러면 다들 가 주세요. 여기는 제 베이스니까요.”


헌터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윽고 하나둘씩 몸을 돌렸다.

그런 이들을 향해서 유재익이 툭 던지듯이 말했다.


“다만, 조언 하나 하죠.”


그 말에 박호성이 반사적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뭐? 조언? 하─ 너, 이번이 처음이라며? 네가 뭔데 누구한테 조언하고 말고냐? 주제를 알라고!”


유재익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참는 건 충분히 해 줬다.


“반말하지 마, 새끼야.”

“뭐? 지금 뭐라고 했냐?”

“처음에나 좋게 좋게 넘어갔지, 계속 거슬리게 굴면 나도 좋은 사람으로 남을 생각 없어.”


박호성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잘난 척은, 듣는 내가 손발이 다 오그라들 정도로 하더니만, 아까 뒷걸음질 되게 조용히 잘 치더라? 스무스하게 미끄러지는 게 마이클 잭슨인 줄 알았네.”

“너, 너······ 뒤지고 싶냐?”


유재익이 피식 웃었다.

그는 손가락을 들어서 이리로 오라는 식으로 까딱까딱 움직였다.


“그런 말은 좀 들이대면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주머니에 손이라도 찔러 넣고 당당하게 걸어 들어와서, 머리 좀 들이밀면서 해야지? 그게 너희 양아치들 스타일이잖아.”


박호성은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유재익과 십여 미터 떨어진 자리에서 대거리하고 있었다.

솔직히 위협을 가하기에는 너무나 먼 거리이긴 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는 스켈레톤들이 녹색의 안광을 띄고 서 있었으니─


꼴깍─


박호성은 그것들을 한 번 쓱 훑더니,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시발······.’


당장 무어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상하게 말이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유재익의 도발을 듣고도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너······ 좀, 운 좋게 마수 몇 마리 잡았다고 너무 까불지는 마라.”


박호성은 그렇게 말하더니, 억지웃음을 지으며 돌아섰다.


“나는 양아치가 아니라 헌터다! 그리고 헌터는······ 실전 실력으로 증명하는 거야! 시발, 어디 한번 해 보자고! 마지막에 웃는 놈이 누굴지!”


박호성은 그렇게 고래고래 소리치더니 수풀 너머로 사라졌고, 그의 팀원들이 그 뒤를 따랐다.


유재익은 다시금 한숨을 푹 내쉬었다.


“끝까지 조언을 안 듣고 가네······.”


하지만 다른 헌터 팀들이 아직 남아 있었다.


“여러분, 잘 들으세요. 여기 홉고블린들, 평범한 홉고블린들이 아닙니다.”


유재익은 그들에게라도 조언해 주기로 했다.

그래도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동료이지 않은가?


“뭔가 다른 게 있어요. 그러니까 각별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특히나 움직이는 식물의 줄기 같은 거 보시면, 절대로 가까이 가시면 안 됩니다.”


유재익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최대한 설명했다.


하지만 헌터들은 그런 유재익은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대답 없이 하나둘씩 숲속으로 사라졌다.


“씁······ 왕따당하는 기분이네.”


유재익은 그렇게 말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럴 만도 하네······.”


갈가리 찢긴 마수 시체 사이에 서 있는 스켈레톤들─ 그것들이 유재익의 배경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끔찍한 풍경은 유재익에게는 어떤 비전을 제시해 주었으니······.


유재익은 스켈레톤들에게 지시해서 홉고블린의 사체를 갈무리하게 했다.


그렇게 얻은 아이템은─


― 아이템 정보 : 데블 네펜데스의 씨앗


총 13개를 얻었다.


사실 홉고블린들을 유인한 건, 바로 이걸 얻기 위함이었다.


‘홉고블린 샤먼이, 데블 네펜데스에게 잡아먹히지 않도록 부하들에게 심어 놓은 장치지.’


유재익은 그것 중 하나를 재킷 안주머니에 넣었고, 나머지를 스켈레톤들에게 달아 주었다.


“방비는 이 정도면 됐고, 이제 무기를 준비할까? 이번에도 폭탄으로 가자고.”


그리고 이번에 준비한 폭탄은, 녹색이 아닌 붉은색이었다.


고블린 스켈레톤 3기의 목 부분에 붉은 보석이 박혀 있었다.

그것들은 숲의 습기에 반응하며 치익─ 하는 묘한 소리를 내고 있었으니, 마치 뜨겁게 달궈진 숯 같기도 했다.


“더 깊숙이 가 보자고.”


미지를 밝히는 가장 확실한 방법─


그것은 역시, 폭탄이다.



* * * * *



이장호 실장은 각성관리청장의 비서실로부터 새로운 연락을 받았다.


7구역 현장으로 연락이 잘 들어갔고, 현장 팀장이 유재익을 각별히 신경을 써 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물론 가주 진강룡은 이 정도의 개입을 바라지 않았다.

이는 이장호 실장의 개인적인 판단하의 조치였다.


‘가문을 위해서는 뛰어난 혈통들이 계속해서 나와 줘야 한다.’


그는 진은가를 평생 섬겨 왔고, 앞으로도 이 가문의 위대한 발전을 위해서 노력할 생각이었다.


그런 이장호는 진혜연이라는 이름을 기억했다.


꺼져 가는 가문의 미래에 등대 같은 역할을 해 주었던 빛나는 존재─

그녀의 성공에 자극받은 형제들이 밤낮으로 노력한 결과, 진은가 2세들의 실력이 눈부시게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가문에는 그런 존재가 없다.


3세들의 경쟁까지 이미 마무리가 되었고, 성장은 정체되어서 더는 큰 폭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이 용광로의 불씨가, 더는 뜨겁지 않다.


그런 상황 속, 유재익의 등장은 이 가문에 큰 파장인 동시에 양질의 자양분이 될지도 몰랐다.


어제, 용효대가 닫히기 전, 이장호는 가주에게 물었다.


― 만약, 유재익이 마스터피스 등급의 아티팩트를 만들 정도의 대장장이가 될 가능성이 보인다면······ 백두적관의 유해를 내어 주실 생각입니까?


진은가 2세 중 마스터피스 제작자는 3명이었다.

하지만 그들 중 백두적관의 유해를 다루어 본 이는 단 1명, 진혜연뿐이었으니······.


백두적관의 유해는 그 정도로 귀한 재료였다.


역사상 단 2마리만 잡힌 ‘웜급’ 드래곤의 육신이 아니던가?


자식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 올라왔다고 해도, 진강룡은 쉬이 내어 주지 않았다.


‘만약 유재익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가문 사람들 모두가 밤낮으로 용광로에 불을 지필 거다.’


그런데 진강룡의 대답은 의외의 것이었다.


― 그 애한테는 이미 그것이 있다.


진혜연의 유산인 ‘패왕의 호른’을 말하는 것이었다.


― 패왕의 호른, 그것을 최초로 다룬 이가 누군지 아느냐?

― 진혜연 당시 전략병기실장이 아니라면, 낭트 오우거 침공 때의 ‘카를로스가(家)’가 아니겠습니까?

― 음─ 자네가 아직 실장 자리에 없을 때라서 그런가? 그 시절 이야기가 나오면 자네답지 않게 내가 설명해 주게 되는군.

― 그렇다면 대체 누가······.


답은, 충격적이었다.


― 유진석, 그놈이었지.


유진석이라면, 진혜연의 남편, 즉 유재익의 아버지였다.


― 유재익, 그 녀석이 왜 하필 헌터 사업을 하려고 했을까?


가주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 그 녀석, 그저 대장장이 특성일까?

― 아······.


진강룡이 도포를 벗고, 거대한 망치를 들어 올리며 이어서 말했다.


― 당장 지켜봐야 할 건, 마스터피스를 만드는 대장장이가 될 것인가, 그것이 아니라······ 백두적관의 힘을 끌어낼 수 있는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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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5) 악마들의 데뷔 ― 2 +15 24.08.01 13,506 338 13쪽
12 5) 악마들의 데뷔 ― 1 +22 24.07.31 14,020 342 16쪽
11 4) 묵직한 느낌 ― 2 +17 24.07.30 14,504 351 16쪽
10 4) 묵직한 느낌 ― 1 +11 24.07.29 15,157 356 18쪽
9 3) 망치를 들다 ― 3 +11 24.07.29 15,257 376 17쪽
8 3) 망치를 들다 ― 2 +11 24.07.28 15,883 37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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