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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장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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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장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0.20 18:52
최근연재일 :
2024.08.22 21:50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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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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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8,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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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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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9) 죽은 자들의 전투 ― 1

DUMMY

9) 죽은 자들의 전투 ― 1




약 이십 분 전······.


유재익은 좀비 개들을 권속으로 일으켰다.


스스스스─


그것들이 부패한 살점을 털어 내고, 백색의 몸을 일으켰다.


본독(Bone Dog)이었다.


총 4마리가 유재익 앞으로 쭐레쭐레 다가오더니,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다소곳하게 앉았다.


딱딱!


“너희가 내 정찰조다.”


당연하지만, 사족 보행은 직립 보행보다 기동력이 좋다.


그리고 ‘망자의 영역’으로부터 네크로맨시 스킬의 레벨이 오르면서, 새로운 기능이 하나 개방되었으니─


[스킬 정보]

― 이름 : 네크로맨시(S등급)

― 등급 : 기초 (LV : 8)

* 망자를 언데드 권속으로 만듭니다. (14/18)

1) 감각 동기화 : 권속과 감각이 연결됩니다.


“감각 동기화?”


이건 권속의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수 있는 기능이었다.


“오······ 이러면, 정찰이 더 편하겠는데?”


먼 거리를 직접 가지 않더라고 관측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이점일 수밖에 없었다.


‘빠르고, 넓고, 안전하다.’


흡사 드론의 등장이 전략·전술적인 격변을 일으킨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었다.


“가라.”


딱딱!


유재익은 본독 4마리를 각기 다른 방향으로 보냈다.

그리고 녀석들이 어느 정도 멀어지자, 감각에 동기화를 시도했다.


시야가 잠시 흐릿해지더니, TV의 채널이 돌아가듯이 새로운 장면이 잡혔다.


‘윽, 어지러운데─’


본독이 속도가 원체 빠른 데다가 시야는 바닥에 붙을 정도로 확연히 낮기 때문이었다.


‘······적응이 쉽지 않겠는데?’


다만 다행인 점은, 본독의 시선은 검은 연기를 꿰뚫어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언데드 속성이기 때문일까?


사실 생각해 보면 애초에 스켈레톤들은 감각 기관이랄 게 남아 있지 않으니, 인간과 같은 방법으로 감각하는 게 아닐 터였다.


‘그리고······ 먼 거리의 소리가 들린다.’


역시 본판이 개인 만큼, 청각이 뛰어났다.


또한, 이 녀석들은 ‘생기(生氣)’가 없기에 언데드들에게 어그로가 끌리지도 않았다.

곳곳에 언데드들이 배회하고 있었지만, 본독이 가까이 지나가더라도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 것이다.


‘빠른 데다가, 더 멀리 보고 들으며, 은밀하기까지 하다니, 이거 너무 좋은데?’


적어서 데스 렌딩 안에서는 그야말로 최적의 정찰 수단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찾았다.’


머지않아서 목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수많은 좀비에게 둘러싸인, 3층짜리 건물······ 그 안에서 사람들의 육성이 들려왔다.


그리고 본독의 뛰어난 청각으로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까지 엿들을 수 있었으니─


― 참고로 너희는 버려진 게 아니야. ······바쳐진 거지.”


방독면을 쓰고 단검을 쥔 남자가, 헌터들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의 발아래에, 한 남자가 목덜미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게 보였다.


“······사고가 아니었구나?”


이번 사태에 어떤 음모가 있다는걸, 확신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반대 방향으로 보낸 본독으로부터 또 다른 무언가를 발견했다.


어느 샌드위치 패널 건물 안쪽에서 육성이 들렸다.

좀비의 괴성이라고 하기에는, 그 음역대가 사람의 말투 같았다.


‘좀 더 가까이 가 봐.’


본독이 자세를 낮추고 해당 건물의 담벼락을 따라서 움직였다.

가다 보니 개구멍이 하나 뚫려 있었고, 본독은 그곳을 통과해서 수북이 자란 수풀 속에 몸을 숨겼다.


― 산 제물들이 도착했다.


‘역시 목소리였어.’


그런데 사기 폭풍 속에 대체 누가 있단 말인가?

처음에는 고립된 헌터들인가 싶었으나, 그 목소리는 너무나 차분했다.


이윽고 본독의 시야에 목소리의 주인이 눈에 들어왔다.


‘······좀비?’


그래, 그것은 분명히 좀비였다.

겉으로 드러난 피부 곳곳이 괴사하고 심하게 뒤틀린, 결코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 외양이었다.


‘그런데······ 말을 하고 있잖아?’


좀비란, 시체가 사기에 의해서 마수화된 것을 뜻한다.

그렇기에 당연히 자아가 없다.

그런데 지금, 좀비 세 마리가 서로를 마주 보고 대화하는 것이다.

심지어 지팡이 같은 걸 쥔 데다가, 두꺼운 가죽 갑옷까지 입고 있는 등 언뜻 보면 사람처럼 보일 정도였다.


유재익은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지시했다.


― 주인님의 회복을 위해선, 앞으로 육백여 구의 마력체가 더 필요하다.


마력체란, 각성자의 신체를 뜻했다.


― 이번에 얻을 수 있는 건 겨우 이십여 구에 불과하지만, 첫 단추부터 잘 끼워야 하는 법이 아니겠나? 각 마력체들이 최대한 손상되지 않게, 산 채로 잡아야 한다는 걸 명심하도록 하라.


허리춤에 완드를 매달고 있는 남성으로 보이는 좀비가 말했다.

그는 양팔에 온갖 마력석이 박힌 팔찌를 들고 있으며, 기이한 문양의 목걸이까지 한 걸로 볼 때 생전에 마법사 계열의 각성자였던 걸로 보였다.


― 마력체들이 사기에 중독되어 정신을 잃었을 때 접근해서 인도받는다. 우리의 존재를 들켜선 안 되니, 은밀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걸 명심하라.

― 알겠습니다.

― 그래도 혹시 모르니 ‘야수’들은 준비시키고.

― 예, 두 놈을 풀어 두겠습니다.


유재익은 그 대화를 엿들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거야 원······.”


도시 괴담으로 여겨지던, 그 이야기가 사실이었다.


리치 ‘레드 레이븐’이 아직 살아 있으며, 산 자들을 납치하여 부활을 꿈꾸고 있다는, 그 끔찍한 음모론······.


유재익은 잠시 고민했다.


‘지금 이거, 보통 일이 아닌데.’


아마도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일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회였다.


“리치라면, 마수고······ 그런 마수를 잡을 수만 있다면······.”


꿀꺽─


헬 포지에 넣어서 속성을 추출한다면······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꼴깍─


모르긴 몰라도, 군침이 절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유재익은 숨을 천천히 고르고, 선택했다.


“······함정을 파자.”


적의 등장을 알고 있다면, 적을 맞이할 방법을 찾으면 된다.



* * * * *



신성 속성은 어둠 속성의 상성이다.

어느 정도냐고 하면, 하급 신성 속성이 중급 어둠 속성을 압도한다고 본다.


하지만 그만큼 신성력은 희귀하다.

그리고 희귀하면 값이 비싸기 마련이니, 자연스레 신성 특성 각성자들의 입지는 높아졌다.

프리스트 협회는 각성자 사회의 대표적인 이익 집단이 되었고, 영향력을 행사하며 자신들의 몸값을 천정부지로 끌어올렸으니······.

그 결과, 인제군 데스 랜딩 지역 같은 곳에서조차도 신성 속성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데 지금─


웅──!


흑색의 사기 폭풍을 층층이 밀어내는 저 찬란한 빛은 분명히 신성력이었다.


“시, 신성 기사단······?”


고립된 헌터 중 한 명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총 여섯의 인영이 빛무리를 이끌고 나타났다.


신성력을 지닌 자들이 저토록 많이 나타났다면, 그건 ‘프리스트 협회’거나 국군 소속의 ‘신성 기사단’이 직접 나선 것밖에 없었다.


“살았다······!”

“신성 기사단이 우릴 구하러 온 거야!”


사기 폭풍에 휘말리며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어둠을 지우며 다가오는 저 백색의 빛으로부터 어떤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오며 보이기 시작한 그들의 외양은 어딘가 이상했으니······.


“─어?”

“뭔가, 이상한데······.”


그들 모두가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있는 게 아닌가?


국군 신성 기사단이라면, 마금속으로 만들어진 전신 갑옷을 착용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마치 중세 시대의 팔라딘처럼, 단단하고 성스러운 복장을 하고는 악을 몰아내는 경건한 선봉장들─ 그런 이미지로 인기가 많았다.


그런데 저건, 언뜻 보면······ 배달부들의 외양이 아닌가?


다만, 오토바이 헬멧 위로 천사의 그것 같은 백색의 고리가 떠 있는······ 실로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내, 내가 헛것을 보는 건가?”

“······환각에 걸린 걸지도 모르겠어.”


그렇게 생각하는 게 합리적일 정도로,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한편, 그 사이로 홀로 헬멧을 쓰지 않는 남자가 한 명 서 있었다.


저벅─ 저벅─


그가 사기 폭풍 속을 가르며 거침없이 걸어 들어왔다.


생기를 감지한 언데드들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어어어!


하지만 오토바이 헬멧을 쓴 자들이 튀어나오며, 언데드들을 순식간에 도륙했다.

그들의 무기가 언데드를 타격한 순간, 언데드의 몸에서 백색의 빛이 터지며 타들어 갔으니─


파스스스─


머리가 날아가도 되살아나던 끈질기던 놈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그 힘이 신성력이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이윽고 남자가 건물 바로 앞까지 당도했다.


그리고 그 얼굴을 알아본 사람이 있었다.


“유재······ 익?”


이해나였다.

그녀는 자신의 동창인 유재익을 알아보았다.


“쟤가 여기에 왜─”


그녀 역시 유재익에 관한 소문을 들어 왔다.


그는 학창 시절부터 원체 유명했다.

어쩌면 당연했다.

그 대단한 6대 가문의 3세가 아니던가?

학교 안에서 유명한 걸 넘어서 선망의 대상이자, 쉬이 범접할 수 없는 최상류층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저주 같은 비운이 거듭되었고, 부모를 모두 잃고 가문에서 쫓겨났다는 소문이 돌았다.


천당에서 나락으로 추락한, 그로써 동창회에서 안타까움의 대명사로 항상 언급되는 존재······.


‘자살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어.’


그런데 그런 유재익이, 이 순간, 왜 백색 빛을 등지고 사기 폭풍을 뚫고 오고 있단 말인가?


“무, 무슨······.”


한편, 유재익을 알아본 건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저 자식, 유재익이잖아?’


다름 아닌 방독면을 쓴 남자였다.

그의 이름은 김길호로, 불독 길드 소속이기에 유재익에 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이번에 진은공략 쪽에서 처리해 달라고 했던 그놈이 맞는데?’


원청, 진은공략의 진태준 상무가 불독 길드의 대표에게 직접 전화해서 부탁한 일이 있었다.


― 유재익의 성과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라, 위해를 가해도 좋다.


그래서 길드원 중 한 명이 그에게 친근하게 접근한 뒤, 독성이 든 음료를 건네기까지 했다.

그걸 마신다면, 서서히 몸에 문제가 생기면서 사기 중독과 더불어 언제 어떻게 골로 가도 이상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그걸 안 마신 걸로 보여서, 다른 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했더랬지.’


다만, 김길호에게는 다른 임무가 있었다.

그건 미끼 헌터들을 레저렉션 필드 안에 고립시켜서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인신매매 브로커 역할이었다.

그래서 유재익에 관해서는 다른 길드원들이 알아서 처리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 유재익이 지금 왜 여기에 있단 말인가?


‘물론 놈이 사기 폭풍에 고립되어서 알아서 죽어 준다면 그만큼 감사할 일도 없을 테지만······.’


하지만 이 순간, 유재익의 등장은 그런 전개로 보이지 않았다.


저벅─ 저벅─


언데드들을 학살하며, 사기 폭풍을 뚫고 들어오고 있었으니······.


“너, 넌······ 뭐야? 왜 여깄어?”


머릿속이 복잡해진 김길호는 넋이 나간 목소리로 물었다.


“뭐긴 뭐야, 구하러 왔지.”

“······밖에서 여기로, 뚫고 들어왔다고? 네 발로 직접 말이야?”

“그러면 내가 이 동네 사람처럼 보이냐?”


유재익이 고개를 돌리자, 오토바이 헬멧을 쓴 이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 움직임이 가히 위협적이었으나, 김길호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치며 손사래 쳤다.


“잠깐만─ 나도 그냥 헌터야!”

“늦었어, 다 들었거든.”


유재익이 손짓하자, 오토바이 헬멧을 쓴 이들이 달려들 채비를 했다.


“젠장!”


김길호는 단검을 들어 올리며 자세를 낮췄다.


‘소환 특성인 건가?’


김길호는 감마 등급 임무에만 십여 차례 투입된 베테랑이었다.

그렇기에 유재익과 함께 나타난 저 오토바이 헬멧을 쓴 자들의 정체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눈치챘다.

사실, 딱 봐도 평범한 인간보다 키가 작으니 맨정신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부분이긴 했다.


‘유재익의 소환수라면, 별거 아닐 거야.’


숫자는 다섯이고, 셋은 밖을 막고 있다.


‘둘만 상대하면 된다.’


그리고 유재익의 감마 임무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즉, 유재익 같은 신인은 자신의 상대가 될 수 없다고, 김길호는 판단했다.


“지난 임무가 데뷔전이었다며, 유재익 씨.”


김길호의 말에, 유재익은 멈칫했다.


“······날 알아?”

“맞지? 실력 없는 놈이, 가문 지원을 받아서 임무 등급을 두 단계나 올려?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말이야.”

“······.”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지? 그런데 어떡하냐? 넌 여기서 죽을 텐데 말이야.”


유재익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유재익, 네가 왜 여기서 나타난 건지 모르겠지만, 차라리 잘됐어.”


김길호는 웃음 지으며 발끝에 마나를 모았다.


“여기서 널 죽여서 시체를 처리하면, 대표님께서 보너스를 두둑하게 챙겨 주시겠지.”


김길호가 바닥을 박찼다.


그는 로그 특성으로, 암살과 공습에 특화되어 있었다.


슥─


어느새 그의 왼손에도 단검이 들려 있었다.


양손의 단검이 순식간에 뱀의 머리처럼 움직여, 오토바이 헬멧을 쓴 이들을 노렸다.


정확히 목덜미였다.


샥─ 샥─


아무리 머리를 방어했다고 해도 목덜미는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곳은, 모든 존재에게 급소다.


아무리 가볍게 베더라도 치명상이다.


김길호는 그렇게 순식간에 둘의 목덜미를 베어 넘긴 뒤, 재차 바닥을 박차서 유재익을 향해서 쇄도했다.


“죽어, 새끼야──!”


그런데, 유재익이 묘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게 아닌가?


“당연히 목이 약점이라고 생각했구나?”


그 순간, 김길호는 등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본능적으로 몸을 숙일 수밖에 없었다.


훙──!


머리 위로 무언가 묵직한 게 스쳐 지나갔다.


고개를 돌려서 살피니, 오토바이 헬멧을 쓴 놈 하나가 메이스를 휘두른 것이었다.


‘어떻게?! 정확히 목덜미를 베었을 텐데!’


그래서 목덜미를 덮고 있는 옷가지가 찢겨 나가기까지 했다.


그 순간, 김길호는 보았다.


오토바이 헬멧 안에서 비치는 녹색 안광을─


“이, 이것들, 정체가 뭐야!”


김길호는 당혹감을 느끼면서도 서둘러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때, 유재익이 허리춤의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발아래로 축 늘어졌고, 이윽고 유재익이 손을 휘두르자─


촤악──!


공기를 찢는 소리와 함께, 그것이 단숨에 2m가 넘는 거리를 날아오는 게 아닌가?


채찍이었다.


식물의 줄기로 만들어진 듯한 채찍의 끝이 정확히 김길호의 머리를 향해서 날아든 것이다.


“흡!”


순발력이 좋은 김길호는 즉시 허리를 꺾었고, 아슬아슬하게 피해 냈다.


하지만─


‘아차!’


방독면이 문제였다.


뻑─!


뭉툭하게 튀어나온 방독면의 정화통 부분에, 채찍 끝이 걸리고 만 것이다.


다행히도 얼굴에는 대미지가 없었으나······.


“─흡!”


정화통 쪽에 충격이 가며 균열이 일어났는지, 사기가 코와 입으로 파고들었다.


“컥─ 쿨럭!”


이 방독면은 특별한 마법이 담겨 있었다.

사기를 막을 수 있는 마법 방어막의 일종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사기를 온전히 막는 건 불가능했다.

사기는 호흡기 외에도 피부로도 흡수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방독면이 있고 없고는 큰 차이가 있었다.


‘안 돼!’


건물 안을 자욱하게 매운 검은 연기가 순식간에 방독면 안으로 파고들어 오면서, 안면 렌즈에 김이 서리며 시야가 가려졌다.


그는 결국 방독면을 벗어서 내던질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디버프를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동시에, 잠시 가려진 시야 속, 파공음과 함께 왼쪽 종아리에서 후끈함이 올라왔다.


다음 순간, 엄청난 작열통으로 변했다.


“크아아아──!”


채찍이 다리를 후려치며, 바지가 찢어지고 피부가 움푹 파인 것이다.


동시에 무언가 양팔에 달려 붙었다.


오토바이 헬멧을 쓴 놈들이었다.


그 무게에 짓눌리며, 김길호가 뒤로 엎어졌다.


쿵!


발버둥 치며 일어서려고 했으나, 양쪽 팔을 붙잡힌 상태에서 균형을 회복하는 건 쉽지 않았다.


뻐─억──!


눈앞에서 빛이 번쩍거렸다.


코와 입이 아렸다.


뻐─억──!


다시금 충격이 느껴졌을 때, 김길호는 제 코뼈가 으스러지고 이빨 몇 개가 부러졌음을 깨달았다.


“끄아아······.”


그리고 목에 서늘한 무언가가 닿았다.


“움직이지 마, 너는 목덜미가 확실히 약점이잖아?”


유재익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김길호는 무엇이 웃긴 지 클클 웃었다.


“벼, 병신······.”

“아직도 도발할 힘이 남았어?”


이윽고 김길호의 목에서 느껴지던 서늘한 느낌이 뜨거운 느낌으로 변했다.

그런데도 김길호는 여전히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너, 너는 내가 왜 혼자서, 여기서, 이 미친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냐? 아까 다 들었다며? 그러면 눈치챘어야지.”

“······.”

“병신아, 내가 아무리 실력이 있고 저 미끼들이 좆밥이라도 스무 명이 넘는 걸 혼자서 어떻게 하겠어?”


김길호는 고개를 살짝 들어 올려서 유재익을 바라보았다.


“곧, 그것들이 올 거다.”


그가 경고하듯이 말했다.


그의 시선이 돌아가, 건물 안 헌터들을 바라보았다.


“너, 너희는······ 다 뒤진 목숨이라고.”


그런데, 유재익만은 표정 변화가 없었다.


“알아.”

“······뭐?”

“기다리고 있거든.”


그는 오히려 묘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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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9) 죽은 자들의 전투 ─ 2 +23 24.08.13 10,855 344 14쪽
» 9) 죽은 자들의 전투 ― 1 +10 24.08.12 11,312 332 17쪽
23 8) 죽음의 천사들 ― 3 +13 24.08.11 11,716 325 20쪽
22 8) 죽음의 천사들 ― 2 +32 24.08.10 12,249 324 17쪽
21 8) 죽음의 천사들 ─ 1 +15 24.08.09 12,524 339 20쪽
20 7) 죽음은 자산이 된다 ─ 3 +15 24.08.08 12,638 317 17쪽
19 7) 죽음은 자산이 된다 ― 2 +27 24.08.07 12,745 32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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