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지점장 님의 서재입니다.

대장장이의 네크로맨서 사용법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지점장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0.20 18:52
최근연재일 :
2024.08.22 21:5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450,144
추천수 :
11,762
글자수 :
268,819

작성
24.08.21 22:04
조회
6,506
추천
253
글자
22쪽

12) 신성한 열망 - 1

DUMMY

12) 신성한 열망 - 1




“퇴, 퇴출······?”


이성철이 얼빠진 목소리로 되물었다.


자신의 팀이 이번 임무에서 배제된다고?

그것도 심지어 유재익의 권한으로······?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맥락이었다.


물론 지금 불독 길드의 상황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

마물 숭배자와 엮인 김길호 때문에 회사 전반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질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태준 상무가 뒤를 봐준다고 했는데······.’


그러나 방금 유재익에게 현장 지휘 권한이 넘어갔다고 말한 남자는 무려 진은공략의 본부장이었다.


‘본부장급이 직접 나와서 증언할 정도라면······.’


더 윗선의 의지이다.

즉, 불독 길드로서도 당장은 손을 쓸 도리가 없다는 의미였다.


‘젠장,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이성철 머리가 복잡해지는 와중, 유재익이 쐐기를 꽂는 말을 했다.


“그래, 퇴출이다. 사유는 너희 측 과실이고. 마물 숭배자가 너희랑 엮였든 아니든, 나는 그런 리스크를 지고 갈 생각 없거든. ······ 그러니까, 책임지고 계약직 정찰조 헌터들한테 위약금을 물어야겠지?”


이에 이성철의 이마에 핏발이 서더니 뱀처럼 꿈틀거렸다.

그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하더니, 입이 무어라고 말하려는 듯이 우물쭈물했다.

아마도 온갖 욕설들이 터져 나오려는 걸, 간신히 억누르고 있는 것인 듯했다.


“어떻게······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래봤자 좋을 거 하나 없어.”

“아니, 난 너무 좋을 것 같아.”


그 말에, 참고 있던 이성철의 이성이 끊어졌다.


“씨발······ 이제 막 이 업계에 들어온 햇병아리가, 주제도 모르고 막 나불거려?”


이성철이 유재익을 노려보았다.


“너, 적어도 이 말만큼은 잘 새겨듣는 게 좋을 거야. ······ 헌터들은 언제 어디서 갑자기 골로 가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부디 입조심, 몸조심해.”

“지금, 협박하는 거야?”


이성철은 대답 없이 잠시 유재익을 응시했다.

마치 무언의 긍정 같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곧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걱정하는 거야. 너 같이 초장에 막 나가는 헌터들이 꼭 하나 같이 일찍 죽더라고.”


유재익은 피식 웃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나도 걱정하나 해줄게.”


그가 이성철에게 다가갔다.


슥─


동시에 허리춤에 찬, 짧은 검에 손을 얹었다.


“······!”


그 모습에 이성철 역시 허리춤의 권총에 손가락을 얹었고, 그의 부하들 역시 각자의 무기에 슬며시 손을 올렸다.


유재익이 입을 열었다.


“너 같이 남 괴롭히면서 사는 사람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지옥에 떨어질지도 몰라.”

“······뭐? 으하하하!”


이성철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이 새끼, 존나 유치하게 협박하지 않냐? 뭐? 지옥에 떨어져? 으하하하!”


부하들 역시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그때였다.


“어─? 엇─ 억──!”


이성철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더니, 단말마와 같은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더니─


“으으─ 으아아아─! 끄아아아──!”


자지러지며 곧 숨이 넘어갈 듯한 비명을 내지르는 게 아닌가?


정말로 갑자기 미쳐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맥락상 이해할 수 없는 괴기한 행동이었다.


“시, 실장님······!”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부하들이 놀라며 이성철을 부축했다.

그런데 이성철은 총알 세례를 맞는 것처럼, 온몸을 부르르 떨며 사지를 이리저리 비틀어댔다.


부하 한 명은 그 발길질에 맞고 볼품없이 날아가고 말았다.


“어어─ 갑자기 왜 이러시는─ 뭐해? 어서 실장님 안으로 모셔!”


유재익은 그런 이성철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놈의 눈동자 안에서, 타오르는 억겁의 불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위로, 한 줄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 귀곡도의 ‘싱킹 더 헬’을 사용합니다.


‘어때? 지옥에 몸 좀 담그니까, 마음가짐이 달라지지 않아?’


전설 등급 아티펙트 귀곡도의 스킬 중 하나인 싱킹 더 헬─

이것은 특정 대상에게 지옥을 경험하는 환각을 거는, 일종의 저주였다.


현실에서는 찰나겠지만, 이성철은 족히 십여 분간 지옥의 화마 속에서 타오르는 고통을 느낄 것이었다.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제정신이기 힘들겠지.’


그리고 그런 걸 느꼈다는 증거도, 누군가 그런 저주를 걸었다는 흔적도 남지 않는다.


‘이걸로 경고는 됐겠지.’


유재익은 자지러지는 비명을 뒤로하고, 이해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이성철과 유재익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해나야, 너, 일 필요하지?”

“어? 아, 응······ 필요해······.”

“그리고 일이 필요한 헌터들, 더 있지?”



* * * * *



“······여러분을 성기사로 만들어드릴 겁니다.”


유재익이 선언하듯 말했다.


그의 앞에는 스무 명 정도의 일용직 장찰조 헌터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유재익이 누군지 알았다.


다름 아닌, 자신들을 구해준 은인이 아니던가?

또한, 백여 마리의 언데드들 단숨에 해치워버린, 기이하고도 강력한 능력의 헌터이기도 했다.


그러데 ‘성기사로 만들어드리겠다’니······?


솔직히 약 팔이 같은 대사가 아닐 수 없었다.


성기사가 어떤 특성이던가?

각성하자마자 수억 원의 연봉을 주고 모셔 가서 온갖 엘리트 교육까지 무료로 해주는, 실로 귀족 같은 특성이 아니던가?


미끼 헌터에 불과한 자신들이 그런 힘을 얻는 건,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었다.


유재익 역시 그들의 표정을 읽었는지 묘한 미소를 짓고 이어서 말했다.


“물론 특성을 신성 계열로 바꿀 수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러면 대체 어떻게 성기사가 될 수 있다는 거죠?”

“여러분이 성기사처럼 싸울 수 있도록, 제가 신성력이 담긴 아티펙트를 대여해드리겠습니다.”

“오······.”


하지만 그것마저도 쉬이 믿기 힘들었다.


신성 속성은 원체 귀한 속성으로, 그런 게 담긴 아티펙트를 만들 수 있는 장인은 세상에 몇 명 없었다.

아마 그런 장인의 이름을 대보라면, 평범한 사람은 화감 진강룡 정도만 알 것이었다.


애초에 신성 속성은 오브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 만큼, 귀하디귀하다.

성기사나 사제 등이 최고의 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였다.


물론 이들도 사기 폭풍 속에서 어렴풋하게나마 유재익의 권속들이 신성력을 쓰는 걸 목격했다.

하지만 그 힘을 아티펙트로 전이할 수 있다는 건 전혀 다른 의미였다.


“······그게, 가능한가?”

“음······.”


그렇기에 유재익의 말이 진실인지 어떤 속임수인지, 헌터들의 머릿속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드리는 건 아니고 작전이 끝나면 전부 반납해 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수당은······ 하루에 300만 원씩 쳐 드리겠습니다.”


그 대목에서 모두가 놀랐다.

하루에 300만 원이면, 남은 기간 임무를 전부 수행하면······ 못해도 3천만 원 이상을 벌어갈 수 있다는 의미였으니까.


“저, 정말입니까······?”

“말도 안 돼, 저희한테 왜 그렇게 많은 급여를······.”


헌터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지만 최대 10명까지만 받겠습니다. 다들 내일까지 고민해 보시고 결정해 주세요. 해나야, 네가 희망자들 추려서 나한테 말해줄래?”

“응, 알겠어.”


이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미 유재익과 함께 하기로 했다.


‘여기까지 와서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어.’


그리고 유재익이 약속한 금액이 상당하기도 했거니와······ 유재익이 그런 걸로 사기 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고등학교 때는 그런 애였지.’


물론 졸업 후 8년이 지났으니, 사람이 달라질 수도 있다.

특히나 고된 일을 많이 겪었을 테니 사람이 달고 달아서 악인이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유재익의 눈빛은 그때랑 같았다.


‘단단해······.’


고등학교 1학년, 유재익을 처음 마주했을 때도, 이해나는 그런 감상을 느꼈었다.



* * * * *



그로부터 하루가 지났다.


유재익에게 제안받은 23명의 헌터 중 9명만이 함께 하기로 했다.


그리고 유재익은 지난밤, 제작한 아티펙트들을 그들에게 선보였으니─


“이 무기는······!”

모두가 아티펙트의 정보를 확인 후 감탄을 마지 못했다.


“맙소사, 진짜로 전부 신성력이 담겨 있어요!”


성기사로 만들어주겠다던 그말, 솔직히 믿을 수 없었다.

믿지 못해서 대부분이 떠났고, 남은 열 명도 아직 반신반의였다.


하지만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공인했으니······.


“이런 거라면, 우리도 언데드를 상대할 수 있어요!”

“그래!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왜 하필 우리를······ 선택하신 걸까요?”


자신들은 감마 등급 임무 적합자도 아니고, 미끼 헌터라는 오명을 쓰고 온, 사실상 능력 미달의 헌터들이 아니던가?

그런데 자신들을 정식 임무로 고용해 준 것도 모자라, 이런 엄청난 장비들을 내어준다니─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선의였다.


그들은 그 질문을 유재익에게 했다.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간절하시잖아요?”


간절하다.


그건 인간 행동의 가장 강력한 동력원이자─


“그리고 죽지 말아야 할 이유도 있으실 테고요.”


생존 본능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신성력의 특징 중 하나는, 개인의 열망에 영향을 받는다는 거죠.”


신성과 어둠 속성은 가장 난해하고도 이해할 수 없는 매커니즘이었다.


‘인간의 정신이 척도다.’


어떤 생각과 어떤 감정을 지니는지, 그게 어떤 무의식을 형성하는가에 따라서 힘의 수치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초창기에는 종교인 중심으로 신성 속성들이 발현되곤 했지.’


종교인들이 마나 현상이 신의 의도라고 여길 정도로, 그들의 단단한 신앙심이이 신성력 증폭에 영향을 주었다.

다만, 꼭 종교적 신념이 아닐지라도 개인의 강력한 열망에 의해서도 신성력은 증폭되곤 했다.


즉─


‘이 캠프에서 가장 신성력을 잘 다룰 사람은, 가장 절실한 사람들이다.’


유재익은 이들이 그 누구보다 훌륭한 우군이 되어주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유재익의 대답에, 헌터들의 표정에 짙은 의기가 피어났다.


그리고 그중에는, 목에 붕대를 감고 있는 덩치 큰 남자도 있었다.

그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서도요.”


그는 다름 아닌 이동석이었다.


그는 김길호의 기습으로 목에 큰 상처를 입었으나, 유재익이 지원해 준 고급 포션을 통해서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한 것이었다.


물론 아직은 전투에 나설 정도의 몸 상태는 아니었으나, 유재익은 그의 참가 신청을 받아들였다.


‘저 남자는 며칠 더 회복하면, 큰 활약을 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는 B등급의 ‘선봉장’이라는 특성으로 몸만 치유가 된다면, 유재익이 준 신성 속성 아티펙트로 진짜 성기사처럼 싸울 수 있게 될 터였다.


무엇보다도 사기 폭풍 속에서 보여주었던 그의 희생정신을, 유재익 역시 목격했었다.


즉,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다.


“이틀 뒤 다시 임무가 개시될 겁니다. 그때까지 이 아티펙트에 관한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시고······ 그때까지 몸조리 잘하고 계시면 됩니다.”


이렇게, 유재익의 두 번째 부대가 완성되었다.


* * * * *



이틀이 지났다.


헌터 캠프 임무 재개가 공지되었다.

군의 현장 정밀 수색 결과, 특정할 만한 위험 요소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물론 아직 테러리스트들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하라는 경고도 동반되었다.


애초에 철저하게 수색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진은가에서 임무 재개를 서두르라고 압박이 들어갔을 테니까.’


가주가 식사 자리에서 선언한 대로, 딱 3일 후에 임무가 재개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전 문제를 등한시한 건 아닌 게, 진은 그룹에서 파견한 엘리트 헌터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었다.

어쩌면 저 산 너머에, 다수의 비공정이 스텔스 상태로 대기 중일 지도 몰랐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한 안전책이었다.


‘이곳에서 발생한 게 단발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것쯤은 당연히 눈치채셨을 테니까.’


유재익은 헌터 대상 브리핑이 시작되기에 앞서, 현장 지휘관 작전 회의에 들어갔다.


지자체 감독관, 정부 부처 담당자, 군 참모진, 진은공략 과장급 인사가 모이는 자리였다.


유재익이 진은공략 대리 책임자가 됐지만, 당장은 그가 홀로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데다가 이런 행정 일 경험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분간은 원래 책임자였던, 진은공략 거점 본부의 관리 3과장 강은찬이 한동안은 유재익과 함께하며 인수인계를 해주기로 했다.


물론 작전 회의는 크게 복잡할 건 없었다.

이전처럼 헌터들이 자율적으로 토벌 임무를 수행하되,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경계 병력과 지원 병력을 곳곳에 배치하자는 것이었다.


다만, 중간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서 춘천에서 벌어질 일을 말하면······ 대처가 될까?’


곧 춘천으로 거대한 죽음이 몰려간다.


그걸 어떻게든 막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리치가 부활하고, 죽음의 군대가 출현할 것이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만에 하나 정보가 새어 나가면 오히려 놓칠 가능성이 커.’


현재로서 가장 큰 무기는, 그 음모를 유재익이 알고 있다는 걸 놈들은 모른다는 점이었다.


허를 찌를 수 있는 비기다.


물론 유재익은 자신이 해내지 못하는 상황을 대비해서 보험 하나를 들어두었다.


- 이 실장님, 만약 현장에서 정말 큰 문제가 벌어졌을 때······ 용효대로 병력 지원 요청을 해도 되겠습니까?

- 음······ 물론입니다.


일전에 이장호에게 그렇게 말해둔 것이었다.


이장호는 그 말이, 유재익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드는 것처럼 느꼈는지 어딘가 실망한 표정이었지만······.


‘내가 위험에 처한 척 지원을 요청하면, 저번처럼 비공정 오룡거를 타고 천퇴군이 올 거야.’


그런 오해 정도야 감수하고 준비할 만한, 비장의 무기였다.


작전 회의가 끝나고 밖으로 나왔을 때였다.


“이봐 도련님─”


선글라스를 쓴 키 큰 남자가, 팔짱을 낀 채 문 옆에 서 있었다.


이백현이었다.


“당신 덕분에 나 임무에서 잘렸어.”


그렇게 말하며 손으로 목덜미를 긋는 시늉을 하는 이백현이었지만, 표정은 상당히 좋았다.


애당초 그가 이번 작전의 총괄팀장으로 투입된 건 유재익을 호위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유재익이 스스로를 입증했으니, 그가 수준에 안 맞게 이곳에 있을 필요는 없었다.


사실은 그보다 더 직접적인 이유가 있었다.


“나 대신 다른 놈이 들어왔지.”


그게 누군지는 유재익도 눈치챘다.


‘아─ 진중혁의 팀이구나?’


드디어 진중혁이 선정한 헌터 팀이 헌터 캠프에 도착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쪽 분위기가 뭔가 안 좋던데?”

“왜요?”

“구석에 짱 박혀서 담배 한 대 피우다가, 우연히도 걔들이 도련님 이름을 함부로 언급하는 걸 들었지 뭐야?”

“음······ 그거야, 이백현 팀장님도 마찬가지잖아요?”


이백현이 클클 웃었다.


“그런데 나 같이 앞뒤 안 가리는 놈들은 또 아닌 것 같은 게, 다른 꿍꿍이가 있어 보여서 말이야. 뭐, 회사에 악연이라도 있어?”

“왜 없겠어요?”

“하긴─ 그 가족들, 항상 서로 밥그릇 싸움하는 것 같더라.”


유재익이 피식 웃었다.


“대놓고 그렇게 말하는 분은 또 처음인데요? 위험해요, 그거.”

“왜? 내가 누구한테 찍힌다고 밥벌이 못 할 것 같아? 내가 당신 뒤치다꺼리나 하니까 모르나 본데, 나 정도 되면 다들 모셔 가려고 안달이라고.”

“그래도 너무 미친놈한테는 찍히지 마세요. ······ 어디 터널 끌려가서 죽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건 진심이었다.

그런 짓거리를 하는 놈이, 실제로 이 집 안에 있지 않은가?


“글쎄, 날 죽일 정도의 킬러를 동원하시겠다면, 수당으로 족히 몇백억은 썼을 텐데 그 정도면 기꺼이 죽어 드려야 하지 않겠어?”


하긴, 전에 잠깐 보기에도 이백현의 전투력은 엄청나 보였다.


‘대자연의 갑주라면, 정령술사 계열 A등급 특성 중에서도 3차 각성을 했다는 증거니까.’


그리고 그 후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이백현은 무려 엡실론 등급을 앞둔 최정상급 헌터였다.


엡실론 등급이라면, 사실상 모든 임무에 투입될 수 있는 최강자 중 한 명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3천여 명밖에 없지.’


헌터 중 상위 1%의 강자인 것이다.


“만약 저쪽이랑 경쟁하게 된다면······ 글쎄, 쉽지 않을걸? 저기 팀장 델타 등급이야.”

“그래요?”

“뭐야 그 미적지근 한 반응은? 델타 등급은 나랑 같은 등급이라고. 물론 나보다는 몇 수 아래겠지만······ 나는 당신 보호하라고 감마 등급 임무에 던져 놓았지만, 저쪽은 아니라는 게 문제지.”

“충고 감사히 듣죠.”


이백현은 피식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 태도, 그 거만하고도 뭔가 꿰뚫고 있다는 태도, 재수 없는데······ 신뢰가 가.”


그는 몸을 돌리더니, 등 뒤로 손을 흔들어 보이며 걸어갔다.


“기회 되면 보자고.”



* * * * *



임무가 재개되었고, 인제군 건물 밀집지로 이어지는 차단벽이 열렸다.


헌터들의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빠져나갔다.


물론 지난 사기 폭풍 사태 때문에 위약금을 부담하고 퇴소한 헌터들이 적잖이 있었기에, 전보다는 그 행렬이 짧아졌다.


한편, 그 모습을 지켜보는 눈들이 여럿 있었다.

네 명의 남자가 산 중턱에 올라서 헌터 대열과 도심지를 관측하고 있었다.


“부장님, 한동안 토벌 임무가 중단돼서 그런지 초입부터 언데드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경쟁에 불이 튈 것 같네요.”

“잘됐네, 그 장면 촬영해서 용효대로 보내자고.”

“예, 군에 방해하지 말라고 말해두겠습니다.”


이들은 진은 가의 정보 부서로 불리는 ‘제6 비서실’이었다.

이장호 실장의 명령으로, 이번 작전의 현장 정보를 수집해서 실시간으로 용효대에 보고하는 임무를 맡았다.


무려 가문 2세와 3세 간의 경쟁인 만큼, 가주를 비롯한 가문 전체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었다.


다만, 제6 비서실이 특히 신경 쓰는 건, 당연히 2세인 진중혁 용효대 2공방장 쪽이었다.


가주의 막내아들이 십여 년 만에 현장 임무에 나섰다.

그가 비록 2세들 중 평가가 좋지 않다고 하지만, 무려 용효대 2공방장이 아니던가?


“공방장님이 엄청난 무기를 준비해 왔겠죠?”

“이를 갈고 계셨다던데, 그렇겠지.”

“이야─ 기대가 되네요.”


그리고 그들의 기대를 충족할 만한 장면이 펼쳐졌다.


팀원이 12명밖에 안 되지만, 장갑차를 무려 5대나 몰고 도심지로 향하던 진중혁의 팀 앞에 한 무리의 언데드들이 등장한 것이다.


그 숫자가 족히 서른 마리는 되어 보였다.


이윽고 차량 행렬이 멈추고, 진중혁의 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내렸다.


진중혁은 차에서 내리지도 않은 채, 창문을 열고 무어라고 지시했다.


이윽고 딱 봐도 단단한 복장을 한 헌터들이, 각자 장비한 무기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니······.


콰─과─과─과──!


엄청난 진동이, 이곳 산 중턱까지 뒤흔드는 듯했다.


“워······.”

“저, 저거······ 여기에다가 쓸 무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저 정도 아티펙트면 개당 수십억은 하겠어······.”


약 5분 만에, 서른 마리의 언데드를 완전히 갈가리 찢어버리는 실로 경악스러운 광경이었다.

머리를 노리지 않은 되살아나는 언데드들이라지만, 통째로 구워버리고 가루로 만들어버릴 정도의 화력 앞에서는 그 전제는 무의미했다.


“이거야 원······ 반대쪽은 안 봐도, 저쪽이 낙승이겠는데요?”


누가 봐도 그렇게 보였다.


그리고······.


“저쪽은 딱 봐도 어중이떠중이들이잖아?”


유재익과 함께 움직이고 있는 헌터들은······ 언뜻 봐도 허술했다.


털털털······.


낡은 탑차 1대와 어디선가 급하게 구해온 듯한 트럭 2대에 나눠타서 건물 밀집 지역 외곽에 내린 뒤, 장비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역시나 언뜻 봐도 수준이 낮아 보였다.

그리고 합을 맞추는 움직임 역시 잘 훈련된 엘리트들은 결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듣기로는 미끼 헌터들로 팀을 구성했다고 합니다.”

“뭐? 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유재익의 능력이 소환 계열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그 능력을 믿고 팀 구성에 신경을 안 쓴 게 아니겠습니까? 애초에 이제 막 헌터 일을 시작해서, 헌터 인맥도 없을 테고요.”


이윽고 그들도 한 무리의 언데드와 마주했다.


문제는─


“어? 이쪽이 더 많습니다!”


앞서서 진중혁의 팀이 상대했던 언데드 무리보다 족히 30% 정도는 많은, 상당한 규모였다.


“부장님? 저 정도 숫자면, 어쩌면 희생자가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씁─ 그런데 저걸 그냥 들이받는다고? 개죽음인데, 이거······.”


하나 같이 긴장이 역력한 표정으로, 허술하기 그지없는 장비를 들고, 어색하게 행동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곧 언데드들에게 둘러싸여 허무하게 도륙당하는 미래가 절로 그려졌다.


다만, 저들은 그 미래가 보이지 않는 건지, 언데드 무리를 향해서 석궁이나 활 같은 무기를 들어 올렸다.


그런데─


“어?”

“뭐야······!”


다음 순간, 제6 비서실 직원들은 일제히 고함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파스스스──!


석궁에 맞은 언데드들이, 그대로 백색 빛을 발하며 산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 신성력이다······!”


유약해 보이던 유재익의 팀원들이, 신성력을 에두른 채 언데드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공방장님 쪽보다 더 빠릅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저, 저 사람들, 성기사단이였어······?”


그렇게 오인할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은 게 하나 있었으니······.


“아직 유재익은 소환수들은······ 나오지도 않았잖아······?”


유재익의 진짜 무기는 출전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작가의말

연재 예약 누락이 있었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장장이의 네크로맨서 사용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 24.08.23 2,227 0 -
공지 후원 감사합니다...! 24.08.14 365 0 -
공지 연재 시간 : 오후 9시 50분 +1 24.07.29 12,212 0 -
34 12) 간절함, 열망, 기적 - 1 +29 24.08.22 5,648 235 19쪽
» 12) 신성한 열망 - 1 +13 24.08.21 6,507 253 22쪽
32 11) 값비싼 내기 ─ 3 +18 24.08.20 7,035 260 18쪽
31 11) 값비싼 내기 ─ 2 +22 24.08.19 7,593 281 16쪽
30 11) 값비싼 내기 ─ 1 +34 24.08.18 8,273 268 19쪽
29 10) 음모, 기회, 확장 ─ 3 +20 24.08.17 8,964 270 20쪽
28 10) 음모, 기회, 확장 ─ 2 +18 24.08.16 9,585 281 13쪽
27 10) 음모, 기회, 확장 ─ 1 +22 24.08.15 10,298 331 17쪽
26 9) 죽은 자들의 전투 ─ 3 +16 24.08.14 10,607 333 16쪽
25 9) 죽은 자들의 전투 ─ 2 +23 24.08.13 10,854 344 14쪽
24 9) 죽은 자들의 전투 ― 1 +10 24.08.12 11,311 332 17쪽
23 8) 죽음의 천사들 ― 3 +13 24.08.11 11,715 325 20쪽
22 8) 죽음의 천사들 ― 2 +32 24.08.10 12,247 324 17쪽
21 8) 죽음의 천사들 ─ 1 +15 24.08.09 12,524 339 20쪽
20 7) 죽음은 자산이 된다 ─ 3 +15 24.08.08 12,638 317 17쪽
19 7) 죽음은 자산이 된다 ― 2 +27 24.08.07 12,744 320 16쪽
18 7) 죽음은 자산이 된다 ― 1 +20 24.08.06 13,046 335 20쪽
17 6) 등장, 폭발, 파급 ― 3 +17 24.08.05 13,114 343 18쪽
16 6) 등장, 폭발, 파급 ― 2 +24 24.08.04 13,170 326 19쪽
15 6) 등장, 폭발, 파급 ― 1 +20 24.08.03 13,389 335 19쪽
14 5) 악마들의 데뷔 ― 3 +16 24.08.02 13,491 336 19쪽
13 5) 악마들의 데뷔 ― 2 +15 24.08.01 13,506 338 13쪽
12 5) 악마들의 데뷔 ― 1 +22 24.07.31 14,020 342 16쪽
11 4) 묵직한 느낌 ― 2 +17 24.07.30 14,504 351 16쪽
10 4) 묵직한 느낌 ― 1 +11 24.07.29 15,157 356 18쪽
9 3) 망치를 들다 ― 3 +11 24.07.29 15,257 376 17쪽
8 3) 망치를 들다 ― 2 +11 24.07.28 15,882 37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