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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장 님의 서재입니다.

대장장이의 네크로맨서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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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장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0.20 18:52
최근연재일 :
2024.08.22 21:5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450,150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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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8,819

작성
24.08.1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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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8) 죽음의 천사들 ― 3

DUMMY

8) 죽음의 천사들 ― 3




“허─”


유재익은 탄식을 내뱉었다.


천사처럼 광배(光背)를 달고 있는 스켈레톤들이라니······ 이 무슨 기이한 광경이란 말인가?


“이게, 특전이라고?”


그러고 보니 정신없이 탑차를 몰고 오느라고, 순간 스쳐 가듯이 보았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되짚어 본바, 그 내용은 이러했다.


― 특별한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언데드 + 신성 속성 + 죽음의 권역)

* 권속들에게 ‘죽음의 천사’ 특전이 주어집니다.


‘레저렉션 필드로 들어오는 순간, 뭔가 트리거가 작동된 모양이야.’


특전(特典)이라 함은, 보통 예상하지 못한 이로운 결과를 통틀어서 뜻한다.


유재익이 네크로맨서(S등급) 특성을 얻은 것도 특전이었다.

그리고 더불어서 ‘네크로맨서(S등급)’와 ‘스타 빌더(S등급)’가 결합되면서 ‘헬 포지(유일)’ 스킬을 얻은 것 역시 특전이었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도 인과성은 분명했다.


언데드 + 신성 속성 + 죽음의 권역


언데드 상태인데 신성 속성을 지닌 존재가 죽음의 권역에 들어가는 순간 ‘죽음의 천사’ 특전을 얻는 것이다.


즉, 무려 3개의 조건이 필요한, 극한의 확률이었다.


“다들······ 좀 나와 볼래?”


유재익은 키메라들을 세워두고 천천히 살펴보았다.


웅──


녀석들이 에두르고 있는 이 찬란한 빛은, 흔히 성기사나 사제 특성들이 두르고 다니는 신성한 버프였다.


‘성기사나 사제가 극히 드문, 히든 클래스에 가까운 걸 생각하면······ 그걸 내가 10마리나 데리고 있다는 거잖아?’


물론 단순 비교는 할 수 없을 테지만, 감탄스러운 상황인 건 확실했다.


다만─


“머, 멋있긴 한데······ 너무 눈에 띄잖아?”


다행히도 방법은 있었다.

유재익은 키메라들의 몸속 마나의 흐름을 통제해서 문제의 성스러운 빛을 잦아들게 했다.


물론 신성력이 기능할 때는 이 빛이 다시 터져 나오겠으나, 이동할 때만큼은 OFF 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오 분여 뒤, 유재익은 도보로 이동할 채비를 마쳤다.


“고립된 헌터들이 사기 폭풍 속 어딘가에서 방어막을 전개하고 버티고 있다고 했지?”


하지만 그래 봤자 미끼라는 오명으로 불리는 이들이니, 오래 유지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었다.


서둘러야 한다.


“마침, 기동력을 올릴 방법이 있는 것 같은데······.”


유재익은 좀비 개의 사체를 향해서 왼손을 뻗었다.


스스스스──


손바닥 위의 모래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 * * * *



이백현은 입에 불붙이지 않은 담배를 문 채로 누군가와 전화 통화 중이었다.


― 겨, 결국······ 사고가 터졌구나······.

“그 미친 새끼, 자살하러 온 거 아니에요? 대가리에 총 맞은 거 아니면, 거길 왜 뛰어 들어가냐고요!”

― 그래서 내가 너한테 부탁했던 거라고! 유재익 걔 눈깔이 어딘가 돌아 있어서, 딱 봐도 사고 칠 것 같았다니깐?! 근데 회장님이 직접 전화하시더니 허락하셔서······ 하─


이백현의 통화 상대, 고진호 헌터전술본부장은 말을 잇지 못하고 탄식을 내뱉었다.

이에 이백현의 관자놀이를 주무르다가,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말했다.


“제가 수습할게요.”

― 뭐?

“제가 들어가서 도련님 머리채 잡고 나오겠다고요.”


이백현이 앞니로 질겅질겅 씹던 담배를 퉤─ 하고 바닥에 뱉었다.


“제가 안일했던 거, 인정합니다. 설마 그 정도로 미친 새낀 줄은 몰랐죠.”

― 야야, 그래도 거기가 어딘 줄 알고 들어가? 전례 없던 현상이라며? 정보 없는 순간은 일단 피하고 보는 게 상책이야.

“그래 봤자 2등급 사기에요.”

― ······시야 확보는 되고?

“안 되니까 들어가 봐야죠.”


전화기 너머로 고진호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 백현아, 위험하다 이거······ 가문 혈육 구하는 게 중요하긴 하지만 그래도 네 목숨 거는 건 나는 아니라고 본다.

“갑자기 왜 이래요? 누구 베이비시터 노릇이나 하라고 똥밭으로 내몰 때는 언제고요?”

― 이 새끼야, 아무리 그래도 능력 없어서 가문에서 쫓겨났던 도련님보다는 A등급 각성자에다가 곧 엡실론 등급이 될 네가 전략적으로 더 소중해! 그리고······ 인마, 형이 설마 널 그렇게 생각하겠냐?


이백현이 피식 웃더니, 바닥에 뱉었던 담배를 주워서 주머니에 넣었다.


“그 도련님, 사람들 구하러 들어간 거더라고요.”

― 뭐?

“안에 미끼 헌터들 수십 명이 고립됐어요. 사실상 죽은 목숨이죠. 이쪽도 구출 계획은 없어 보이고요. 그런데······ 유재익이 그 사람들 구하겠다고 혼자 사기 폭풍 속으로 들어갔다고요.”

― 그게, 무슨······.

“진짜 제대로 미친놈인데······.”


이백현은 고개를 돌려서,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사기 폭풍, 건물을 집어삼키는 그 검은 장막을 노려보았다.


모두가 그 기현상을 피해서 도망쳤다.


단 한 사람만 제외하고.


“좀 색다르게 미친 것 같아서······ 내가 사과를 좀 해야겠어요.”


유재익도 진태준 같은 안하무인인 줄 알았다.

그래서 첫 만남 때 괜히 건드려 본 것이었다.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그때, 이백현의 부하들이 그에게 달려왔다.


“팀장님, 준비 끝났습니다.”


이백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진호에게 말했다.


“저 갔다 올게요.”

― 제발 무리하지는 말고······.

“저 죽으면, 도련님 장례식장보다 제 장례식장에 먼저 와 주세요.”

― 지랄은 하지 말고.

“도련님 구출하고 연락드리죠.”


이백혁은 마나 통신을 끊은 뒤, 대기 중인 팀원들에게 다가갔다.


팀원들은 두꺼운 방독면과 방호복 차림과 더불어 타워 실드와 전투 망치 등으로 무장한 상태였다.


“준비됐습니다.”


팀원 하나가 철제 케이스를 차 보닛 위에 올리더니, 잠금장치를 풀고 열었다.


철컥─ 푸쉬이──


철제 케이스가 열리자, 압력이 빠지는 소리와 함께 차가운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안에는 이끼 위, 몇 가지 식물들이 뿌리째로 놓여 있었다.

마치 산삼을 포장한 것처럼, 식물의 생기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로 보였다.


쩌저저저──


이백현의 몸에서 기이한 소리가 울리더니, 그의 팔뚝을 타고 적갈색의 나무껍질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 대자연의 갑주(A)를 장착합니다.

* 신체 능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230%)

* 마나 회복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300%)

* 정령 친화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150%)

* 영물 친화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150%)

* 자연 모방 능력이 활성화됩니다.


나무껍질이 마치 갑옷처럼 그의 피부 위를 빽빽하게 뒤덮었고, 팔다리로 나무뿌리 같은 것들이 휘감으며 단단한 각반과 아대를 형성했다.


뒤이어 머리에 사슴의 뿔이 돋아났다.


“하─ 여기까지 와서 좆뱅이 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저도 팀장님이 직접 나서게 되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지금이라도 그냥 너희끼리 보내면······ 줄초상 나겠지?”

“······둘째가 곧 돌입니다.”

“그러게, 이런 좆같은 시대에 애를 왜 낳아? 그것도 둘이나?”

“한번 낳아 보세요. 그런 말씀 못 할 겁니다.”

“저주하지 마.”


이백현은 혀를 끌끌 차며 이끼 위의 식물 하나를 집어 들어서 손바닥 위에 올렸다.


그러자 식물이 한결 생기를 되찾더니, 이백현의 손바닥 위로 뿌리를 내리는 게 아닌가?


― 대자연의 갑옷(A)이 천사초의 힘을 모방합니다.


동시에 그의 몸 주변으로 백색의 아우라가 피어오르더니, 적갈색의 나무 갑주 위로 백색의 곡선들이 마치 붓으로 그리듯이 번져 나갔다.


웅──


“······진입한다.”


그의 얼굴을 나무 가면이 서서히 뒤덮었다.


드루이드 나이트, 이백현─


그의 팀이 검은 장막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 * * * *



어떤 일이든, 퍼포먼스는 컨디션에 의해 좌우된다.


정신이 또렷해야 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몸이 건강해야 정밀한 수행이 가능하다.


그런데 만약, 목숨이 걸린 순간에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아, 안 돼!”


죽음은 노련한 맹수처럼, 약자의 향기를 맡고 달려들지니······.


― 주의! <레저렉션 필드>에 진입하셨습니다.


― 강력한 사기(死氣)가 몸이 스며듭니다.


“제, 제발······ 몸이, 말을 듣지를─”


제아무리 생존 기재로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고 한들 정신적, 육체적 한계에 도달하면 사람이든 동물이든 죽음을 받아들이고 만다.


죽음 수용, 그 아슬아슬한 경계면에 놓인 사람들이 있었다.


“······마, 마나 공급 좀 해 주세요!”


여자의 처절한 목소리가 건물 안을 울렸다.


“곧 방어막이 깨질 거예요!”


그녀가 비명을 지르듯이 소리쳤다.


무형의 방어막이 낡은 상가 건물의 입구를 틀어막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당장이라도 사라질 듯이 불안하게 깜빡거렸다.


그리고 바깥으로 보이는 것은─


그어어어──!


일렁거리는 흑색의 사기 폭풍과 그 속에서 폭주하는 언데드 무리였다.


고름을 토해 내는 종기와 혹, 그 사이에 파묻힌 퀭한 눈동자에 담긴 감정은······ 맹목적인 살의뿐이었다.


방어막이 깨지는 순간, 저것들이 파도처럼 밀고 들어와 숨 쉬는 모든 것들을 갈가리 찢은 뒤······ 자신들의 일부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건물 안, 이십여 명의 헌터들은 그런 미래가 머지않았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씨발······.”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왜?

안타깝게도 이들은 미끼 헌터라는 멸칭으로 불리는 수준 낮은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 임무에서 마주할 위기를 극복할 재량이 없는, 그리하여 정찰 임무 정도만 맡기로 된 들러리들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발생한 사기 폭풍에 고립되었고, 뒤에 있던 정규 헌터 팀들은 그들을 두고 도주했다.


버려진 것이다.


아니, 미끼라는 말에 걸맞게, 마수들에게 던져지고 말았다고 보는 게 옳을까?


“아무나 빨리 마나를 보충해 달라고요!”


곧 몇 사람이 비틀거리며 다가와 방어막에 손을 올렸고, 마나를 방출했다.


웅──


마나가 스며들어 가자 방어막이 안정감을 되찾는 듯했다.


하지만······.


“쿨럭!”

“모, 몸이 점점 안 좋아져요······.”


그 방어막을 유지하는 이들의 상태는 점점 더 안 좋아졌다.


“죄송하지만, 저도 이제 한계 같─ 욱─!”


한 남자가 비틀거리며 방어막에서 손을 때더니, 구석으로 달려가 구토했다.


이들 모두 강력한 디버프에 걸린 상태였다.


― 당신은 알 수 없는 저주에 노출되었습니다!

* 모든 신체·정신 기능이 빠르게 붕괴합니다!


그러한 붉은 시스템 메시지가 눈앞에서 깜빡거리자, 마나 회복이 멈추고 육체가 말을 듣지 않으며 환각 증상까지 일어났다.


그때였다.


쾅──!


거대한 화염구가 언데드들의 머리 위로 내리꽂혔다.


“제, 제대로 맞았다!”


헌터들이 환호했다.


건물의 2층으로 올라간 헌터들이 동시에 공격 마법을 내리꽂은 것이다.

단 일격만으로도 건물 앞 전체에 화염이 번질 정도의 파괴력이었다.

또한, 정확히 좀비들의 머리쯤에서 폭발하여 두뇌에 심각한 대미지를 가하는 데 성공했으니─


“한 방에 절반이 쓰러졌어요!”

“이러면, 뚫고 나갈 수도 있겠는데요?”


순간, 희망이 움텄다.


그러나······.


“······어?”


쓰러진 좀비들이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게 아닌가?


꾸륵─ 꾸륵─


마치 암세포가 실시간으로 분열해 나가듯이, 터진 머릿속을 고름과 종기가 채웠다.


언데드는 머리를 파괴하면 무력화할 수 있다고, 임무에 투입되기 전에 교육받았다.


“부, 분명히 머리를 날렸는데······.”


― 주의! 레저렉션 필드에 진입하셨습니다.


그렇다.


저 흑색의 사기 폭풍 속의 언데드는 머리를 도려낸다고 해도 끊임없이 부활하는 것이다.


벗어날 수도, 맞서 싸울 수도 없다.


“여기는······ 지옥이야······.”


그야말로, 지옥에 떨어졌다.


“으아아······!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현상이 일어난다고는 말해 주지 않았잖아! 사기당했어! 정부도, 군인도 우릴 속인 거야! 이 나라 전부가 우릴 버렸어!”


한 남자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소리쳤다.


“그냥 개죽음이라고, 씨발······!”


그의 고함이 절망이 되어 전염되기 직전, 한 여자가 그 남자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진정해요! 패닉에 빠지면 마나가 더 빨리 고갈될 거라고요!”


그녀의 목소리가 건물 안을 울렸다.


“다들 정신 차리세요! 여기서 죽을 생각으로 온 거 아니잖아요? 다들 중요한 목적이 있어서, 이 위험한 임무에 지원한 거잖아요?”


단발머리에 왜소한 체구의 여자는, 방패와 검을 든 채 헌터들을 돌아보았다.


“저, 저는······ 저는 이해나라고 해요. 올해로 29살이에요. 그리고 췌장암에 걸린 어머니가 계세요. 한 번 수술을 해서 완치된 줄 알았는데, 몇 달 전에 재발했어요.”


그녀가 울먹거리며 말을 이어 갔다.


“병원비가 없어서······ 이번 일을 하면, 그래도 수술비는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여기 왔어요. 엄마한테는 안전한 임무라고 거짓말을 했고요. 저······ 여기서 절대 못 죽어요.”


이에 한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저도 아내가 수술비를 벌러 왔어요.”


뒤이어, 다른 남자가 그 옆에 섰다.


“저는, 가족들이 살고 있는 집이 경매로 넘어갈 위기라서······ 제가 여기서 죽으면 가족들은 길바닥에 내앉을 겁니다.”


미끼 헌터라고 하면, 왜 그런 짓을 하냐고, 목숨 아까운 줄 모른다고 손가락질을 받는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아, 아들한테······ 2주간 출장 갔다 오겠다고······ 다녀오면 게임기를 사 주겠다고 했어요.”


정신 줄을 놓았던 남자가 훌쩍거리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해나가 주머니에 무언가를 꺼내서 그 남자의 손에 쥐여 주었다.


“이, 이건······ 해독제 아닌가요?”


그건 하급 해독 포션이었다.


“네, 하급이지만, 조금이라도 효과는 있을 거예요.”

“이걸 왜 저한테······.”

“이거 먹고 정신 차리시고, 같이 살 방법을 찾아봐요. 그리고······ 만약 저 대신 살아서 나간다면······ 제 차에 있는 유서, 저희 어머니께 전달해 주신다고 약속해 주세요.”


이에 다른 남자가 대답했다.


“제가 산다면, 제가 전해 줄게요. 반대로, 만약 제가 죽는다면, 제 가족에게 제 유품을 전달해 주시겠어요?”


이윽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약속을 하기 시작했다.


“저도 약속합니다! 한 명이라서 살아 나가면, 우리가 얼마나 용감했는지 가족들에게 말해 주기로 하죠!”

“그래요! 미끼 헌터라고 하지만, 우리도 헌터긴 하잖아요! 싸워 봐야죠!”


그렇게 의기투합한 이들이 방어막에 남은 마나를 쏟아부은 뒤, 무기를 정비했다.


버려진 상가 건물 안, 24명의 헌터가 무장한 채로 늘어섰다.

이들이 촘촘히 어깨를 맞대고 좁은 지형에서 저항한다면······ 마냥 무력하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다들, 침착함을 최대한 유지하세요.”


한 남자가 맨 앞에 서며 그렇게 말했다.

그는 큰 방패와 대검을 들고 있는 걸 볼 때, 선봉에 설 수 있는, 근접 전투 계열로 보였다.


“사기 폭풍 속의 언데드들은 신성력이 아니면 못 죽이는 것 같습니다.”


그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사기 폭풍을 뚫고 나가는 건 당연히 불가능할 테고, 마나 산란이 심해졌는지 마나 통신기마저 불능이 됐습니다. 즉······ 우리의 위치를, 밖에서 알 수 없을 겁니다.”


잠시 침묵하던 그가 고개를 돌려서 헌터들을 둘러보았다.


“그래도, 여기서 버텨야 합니다.”


어두운 표정의 헌터들을 향해서, 그가 제 대검을 들어 올려 보였다.


“전 급전이 필요해서 미끼 헌터에 지원했지만, 나름 B등급 전사 계열이라서, 좀비 대여섯 마리를 한 번에 상대할 수 있습니다.”

“······B등급이라고요?”


남자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대검으로 방패를 텅텅 두들겼다.


“예! 저를 믿고 화력 지원 해 주시면, 제가 제일 먼저 죽겠다고 약속합니다! 다들 제 뒤에 서 주세요!”


B등급 전사 계열 각성자라면, 확실히 보통 이상의 실력일 터─ 헌터들은 자연스럽게 그의 말에 따르게 되었다.


“마법사들이 옥상으로 올라가서 하늘을 향해서 화염구를 쏴 주세요! 버티면서 이곳의 위치를 지속해서 알리는 겁니다!”


헌터들이 각자의 위치로 가서 무기를 움켜쥐었다.


‘엄마······.’


이해나는 일렬에서 방패와 검을 움켜쥐고는 속으로 기도했다.


두렵다.


죽음도 두렵지만, 그보다 더 두려운 게 있다.


‘내가 죽으면, 엄마도······ 엄마까지도······.’


엄마는 살지 못하실 것이다.


그게 더 두렵다.


그렇게 되게 할 수는 없다.


이해나가 눈을 질끈 감았다가, 숨을 내쉬면서 뜨는 순간─


쩡──!


굉음과 함께 마법 방어막이 다시금 불안하게 흔들렸다.


“흐합──!”


맨 앞의 남자가 기합을 내지르자, 거대한 타워 실드 위로 금빛의 막이 덧씌워졌다.


“제가 맨 앞에서 최대한 버티겠습니다! 제 이름은 이동석, 절 기억해 주세요!”


그의 함성에 헌터들은 일말의 용기를 얻었다.


그래, 마지막까지 싸운다.


그게 헌터라는 이름에 걸맞은 행동이지 않은가?


그런데······.


푹─!


이동석의 목덜미에서 피가 솟구쳤다.


“······?!”


아직 마법 방어막이 뚫리지 않았음에도, 그의 방패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고, 그의 몸이 그 위로 기울어졌다.


쿵─


“제일 먼저 죽겠다길래, 그렇게 해 줬어.”


웬 마른 체구의 남자가 피가 흐르는 단검을 털며 말했다.


다들 얼빠진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 시선이 즐거운지 클클 웃더니, 왼손에 들고 있던 방독면을 뒤집어썼다.


“참고로 너희는 버려진 게 아니야.”


정적 속, 그의 말이 서늘하게 울려 퍼졌다.


“바쳐진 거지.”


당황한 헌터들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아무리 급습이라고 할지라도 B등급 전사 계열 헌터의 피부를 단숨에 관통할 정도면, 상당한 수준이라는 걸 의미했다.


“왜······ 어째서······.”


이해나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왜, 이런 짓을······.”

“말했잖아? 너희를 바치는 거라고.”

“바치다니······ 설마······ 마물 숭배자, 인가요?”


이해나의 물음에 남자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그냥 비즈니스맨이지.”


그는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더니, 뭐가 재밌는지 큭큭 웃었다.


“그렇게 보면, 바쳐진 게 아니라······ 판매된 거라고 해야 하나?”

“무,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대체! 팔았다니, 누가 우리를 팔았다는 거예요?”

“이 동네 주민이, 산 제물이 필요하시다잖나? 꽤 괜찮은 값을 쳐준다더라고. 뭐─ 나도 자세한 건 몰라 우리 대표님이 아시겠지.”


그때, 이동석이 피가 묻은 손으로 남자의 발목을 잡아챘다.

그는 한 손으로 목덜미를 움켜쥔 채, 풀린 눈으로 남자를 노려보았다.


“구질구질하게 왜 이래? 넌 끝났어, 깔끔하게 포기하라고.”


남자는 더럽다는 듯이 발을 털어 내더니, 아무렇지도 않고 이동석의 목에 단검을 한 번 더 찔러 넣었다.


그의 몸이 축 늘어졌다.


“이번 임무에 유독 많은 미끼 헌터가 동원된 이유가 뭘까?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지.”


그렇다.


이건, 사고가 아니라 음모였다.


남자가 단검을 들어 올리더니, 등 뒤, 위태로운 마법 방어막을 향해 내던졌다.


쩡──!


겨우 버티고 있던 마법 방어막이 단말마 같은 소리와 함께 허무하게 깨져 버렸다.


푸화아아──!


흑색의 사기 폭풍이 건물 안으로 터져 들어왔고─ 그 너머로 언데드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죽음이, 파도처럼 밀려 들어온다.


“약속대로, 신선한 마력체(魔力體) 스물세 구를 잘 포장해서 가져왔으니······ 나오셔서 물건 상태를 보시지요.”


남자는 클클 웃으며 어둠 속을 응시했다.


저 너머에서 손님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언데드를 대동한, 죽음을 이끄는 존재였다.


그런데─


웅──!


어둠을 헤집고 빛이 터져 나왔다.


“이게, 뭔─”


남자는 눈이 부셔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빛이 사기를 층층이 밀어냈다.


아니, 빛이 사기를 잡아먹는 듯했다.


곧 어떤 형체들이 보였다.


인영이었다.


빛을 에두른 그 존재들이 다가오며, 일대의 좀비들을 단숨에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너, 넌 뭐야······!”


남자가 경악하며 소리쳤다.


자신이 기다리던 손님은 결코 아니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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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9) 죽은 자들의 전투 ─ 2 +23 24.08.13 10,854 344 14쪽
24 9) 죽은 자들의 전투 ― 1 +10 24.08.12 11,311 332 17쪽
» 8) 죽음의 천사들 ― 3 +13 24.08.11 11,716 325 20쪽
22 8) 죽음의 천사들 ― 2 +32 24.08.10 12,247 324 17쪽
21 8) 죽음의 천사들 ─ 1 +15 24.08.09 12,524 339 20쪽
20 7) 죽음은 자산이 된다 ─ 3 +15 24.08.08 12,638 317 17쪽
19 7) 죽음은 자산이 된다 ― 2 +27 24.08.07 12,744 320 16쪽
18 7) 죽음은 자산이 된다 ― 1 +20 24.08.06 13,046 335 20쪽
17 6) 등장, 폭발, 파급 ― 3 +17 24.08.05 13,114 343 18쪽
16 6) 등장, 폭발, 파급 ― 2 +24 24.08.04 13,170 326 19쪽
15 6) 등장, 폭발, 파급 ― 1 +20 24.08.03 13,390 335 19쪽
14 5) 악마들의 데뷔 ― 3 +16 24.08.02 13,491 336 19쪽
13 5) 악마들의 데뷔 ― 2 +15 24.08.01 13,506 338 13쪽
12 5) 악마들의 데뷔 ― 1 +22 24.07.31 14,020 342 16쪽
11 4) 묵직한 느낌 ― 2 +17 24.07.30 14,504 351 16쪽
10 4) 묵직한 느낌 ― 1 +11 24.07.29 15,157 356 18쪽
9 3) 망치를 들다 ― 3 +11 24.07.29 15,257 376 17쪽
8 3) 망치를 들다 ― 2 +11 24.07.28 15,883 37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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