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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장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0.20 18:52
최근연재일 :
2024.08.22 21:50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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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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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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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7) 죽음은 자산이 된다 ― 1

DUMMY

7) 죽음은 자산이 된다 ― 1




‘그 사지로 직접 들어가겠다고? 미친 거 아니야?’


고진호 헌터전술본부장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유재익이 요청한 임무가 너무 터무니없었다.

귀한 감마 등급 임무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어떻게 하필 그 감마 등급 중에서도 최악의 임무를 딱 꼽냐고!’


인제군 동화침식지형 광역헌터연합 작전─


리치의 출현 이후 인제군은 수복 불가능한 죽음의 땅이 되었다.

그곳에서 기어 나오는 언데드를 막고, 지역 전체를 폐쇄하기 위해서 육군 2개 사단이 항시 주둔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라가 틀어막고 있는 금기의 땅······.’


또한 다수의 헌터 팀이 주기적으로 인제군에 투입되어서 언데드의 제거 임무나, 사기(死氣)를 내뿜는 생체 군집인 ‘콥스 하이브’를 타격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헌터들이 그 임무를 기피해서 문제였다.

그래서 정부는 그곳에 헌터 팀을 투입하는 것만으로도 해당 회사에 세제 혜택을 주고 있었다.

그것도 부족해서, 외국인 헌터를 용병으로 고용하는 실정이었다.


‘사기(死氣)에 노출되면 강력한 디버프에 걸리기 때문에, 아무리 강한 헌터라도 그 안에서는 물속에서 움직이는 기분이라지······.’


보수는 좋지만, 그게 목숨값이라는 악명이 붙을 정도로 위험천만한 곳─ 그게 바로 인제군이었다.


‘이, 이거 말려야 하는 거 아닌가?’


고진호 역시 유재익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아니, 잊고 있다가 떠올랐다.

언젠간 그에 관한 소문을 들어 본 적 있었다.


‘한때 진은 가문의 강력한 후계자로 꼽히던 진혜연의 외동아들······.’


수년 전에 가문에서 사실상 쫓겨나듯이 떠났다고 들었다.

그런데 무슨 사연으로 헌터가 되어서 돌아와 가문의 계열사와 계약을 맺으려는 건지는 몰라도─


‘윗선에서 유재익을 다시 품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런데 그런 녀석이 지금, 자살을 하겠다고 선언한 셈이었다.


‘무슨 바보 같은 생각인지는 몰라도 반드시 막아야 한다. 나한테 불똥이 튈 거야.’


턱수염을 매만지며 고민하던 고진호는, 헛기침하고 입을 열었다.


“그게······ 헌터님, 그건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헌터전술본부장이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 자리, 진은공략의 헌터 작전을 총괄하시는 자리로 알고 있는데요.”


맞는 말이긴 했다.

고진호가 결재하면, 어떤 누구라도 어떤 임무에든 투입할 수 있었다.


‘지금 네 녀석을 내려다보고 있는 시선이, 내가 올려다볼 수도 없는 것이라고! 누굴 같이 죽일 셈이냐?!’


물론 그런 말을 직접 할 수는 없었다.


고진호는 다시 헛기침하고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 붙였다.


“만약, 그게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린다면······ 계약을 재고하실 생각일까요?”


유재익은 잠시 말없이 허공을 응시했다.


“······.”


그 무반응이 대체 어떤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고진호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젠장, 여기서 계약 파토 내도 문제인데······.’


아무리 가문에서 팽당했다고 알려진 유재익이라고 하지만, 가주의 피가 흐르는 인간이었다.


부정할 수 없는 혈통─


고작 신인 헌터를 만나러 본부장이 직접 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일을 잘못 처리했다가는 좋을 것 하나 없었다.

이 나라에서 6대 가문의 심기를 거스르는 것만큼, 제 무덤을 깊게 파는 법은 없으니 말이다.


“저, 잠시─ 전화 한 통 좀 해도 되겠습니까?”


고진호가 핸드폰을 꺼내며 조심스레 물었다.


“예, 얼마든지요.”

“그러면, 잠시─”


고진호는 마당으로 나와서 자신의 윗선인 사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런데 사장도 난색을 표하는 게 아닌가?


― 뭐? 뭔 개소리야 그게?


독일계 미국인이 이렇게 적나라한 한국어로 반응할 정도면 말 다 했다.


― 미치겠군······ 확인 후 다시 연락을 주지.


사장, 레이먼드 칼튼 역시도 이번 계약 건에는, 더 윗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약 십 분 정도가 지난 뒤, 고진호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런데······.


“어?”


사장의 번호가 아니었다.


“서, 설마······!”


저장되어 있지 않은 번호였지만,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사장보다 더 윗선이 자신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왔다는 것을─


그는 목을 가다듬고, 숨을 크게 들이쉰 뒤 전화를 받았다.


“예! 진은공략 헌터전술본부장 고진호입니다!”


― 나 화감 진강룡일세.


순간, 고진호의 등을 타고 소름이 돋았다.


윗선이라고 예상했지만······ 설마 가장 높은 곳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을 줄은 상상조차 못 했기 때문이다.


“예, 회장님!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주의 용건은 간단명료했다.


― 전화 바꿔.



* * * * *



고진호 다시 집 안으로 들어왔을 때, 그의 안색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


대체 어떤 전화 통화를 하고 왔길래, 본부장의 얼굴이 저리도 질릴 수 있단 말인가?

유재익도 의문스러울 지경이었으니, 직원들은 오죽했을까? 그들은 본능적으로 긴장했다.


“본부장님······?”


한 직원이 조심스레 일어나며 물었는데, 고진호는 황급히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대며 “쉿─” 하는 소리를 냈다.

그러고 보니 그의 한 손이 핸드폰을 무슨 신줏단지 모시듯이 들고 있는 게 아닌가?


“헌터님······ 전화를 받으셔야겠습니다. 회장님이십니다.”


이에 유재익도 놀랐다.

설마 가주가 직접 전화를 걸어올 줄은, 그조차도 몰랐기 때문이다.

손자지만, 살면서 가주에게 전화를 받아 본 경험은 단 한 번뿐인 그였다.

그것도 하필이면─


‘목숨을 걸고 2차 각성을 해 보라고 권유하실 때였지.’


그 전화를 끝으로, 유재익은 사실상 출가외인의 길을 선택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 순간, 어떤 선택지를 주려고 전화했단 말인가?

가주의 전화 앞에, 유재익은 복잡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가 천천히, 핸드폰을 받아 들었다.


“······유재익입니다.”

― 인제군으로 가겠다?


가주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예, 맞습니다.”

― 거기가 어딘지 조사는 했고?

“계속하고 있습니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고, 유재익은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겨우 전화 통화거늘, 가주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용효대 화염 앞에 선 것처럼 몸 곳곳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사내는, 단 한마디만으로도 대한민국을 넘어서 세계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존재였으니까.

그런 이의 침묵의 무게란, 어떤 말보다 무거운 것이었다.


“······.”


숨이 막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무렵, 마침내 가주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 목소리가 더 단단해졌어. 첫 임무를 거하게 해결했다더니, 자신감이 더 붙은 모양이지?

“맞습니다.”


유재익은 부정하지 않고 즉시 대답했다.


사실이었다.


‘자신 있고말고.’


무력했던 시절에도 언젠가 무 대륙을 탐사하기 위해서 마수에 관한 온갖 정보를 취합했던 그였다.


‘공략과 탐험은 힘이 아니라 정보를 통해서 이룰 수 있다.’


그것은 아버지의 철칙이자, 유재익이 이어받은 규칙이었다.


‘정보 우위를 바탕으로, 힘을 대체한다. 그게 원래 내 목표였지.’


그런데 이제는 힘까지 생겼다.


심지어─


‘이 힘은, 남들이 가지 못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힘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없을 수가 없다.


“제게 맡겨 주시면, 반드시 성과를 내겠습니다.”

― 음······ 그건 하청 사장들이 늘 하는 말이지. 하지만······.


말꼬리를 늘리는 진강룡의 목소리에서 묘한 웃음기가 느껴졌다.


― 인제군을 두고는 그런 말을 하는 놈이 없었어. 하나같이 내 눈을 피하더군.


그런데 유재익이 먼저 그곳으로 가겠다고 나섰으니 어떤 흥미가 생기라도 한 걸까?

진강룡의 목소리에서 웃음기가 점점 진해졌다.


― 사실 인제군은 내게 앓는 이다. 연합 작전이라서 6대 가문이 전부 투입되거늘, 우리 가문 성과가 가장 좋지 않아. 왜 그런 줄 아느냐?


유재익은 잠시 고민한 뒤 입을 뗐다.


“······진은공략의 무력이 아티팩트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언데드 속성을 공략할 수 있는 아티팩트의 숫자에 한계가 있을 테니까요.”

― 그래, 신성력 속성이 담긴 소재를 구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건 한 해에 서너 개만 구할 수 있어도 용하지.


진은공략은 헌터의 능력보다는 장인들이 만들어 내는 아티팩트를 중심으로 전력을 구성한다.


왜?


‘사람에게 권력을 주지 않는다.’


그게 진은 가의 용병술이기 때문이었다.


전사가 아닌 장인들이 힘을 쥘 수 있는 역학 구조를 조성해야지만, 이 거대한 기업 안에서 가문이 권력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는 것─

그게 진강룡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신성력을 품은 재료는 극히 귀하니 신성력 무기를 대량 생산할 수 없었으니······.


‘그래서 진은공략이 언데드 사냥에는 쥐약이라는 건, 유명한 사실이지.’


그래서 구태여 이 임무를 선택한 것도 있었다.

속성을 얻어 내는 것은, 유재익이 가장 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흠······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어디 한번 해 봐라.


가주의 허락이 떨어졌다.


그리고.


― 만약 네가 이번 임무를 잘 해낸다면······ 진은공략 담당의 인제군 헌터 작전 구역 전체를 너에게 맡기는 걸 고려해 보겠다.


시험이 시작되었다.



* * * * *



유재익은 전화를 끊은 뒤, 하도급 계약서를 작성했다.


가주의 전화의 파급력 때문인지, 고진호 본부장을 비롯한 진은공략 직원들은 잔뜩 긴장한 채로 부가 설명을 이어 나갔다.


“여기에만 서명하면 끝이죠?”

“예, 맞습니다.”


슥슥─


계약 체결이 끝나자, 고진호 본부장이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대표님.”


유재익이 그 손을 맞잡았다.


“저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헌터 사업자로서, 진은공략과 협력 관계가 된 것이다.


“아, 혹시 임무 시작 전에 한 가지만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예, 말씀하시죠.”

“혹시 인제군에서 사살된 마수 사체를 확보할 수 있을까요? 물론 언데드 위주로요.”


고진호 본부장이 눈을 끔뻑거렸다.


“어······ 그건 어디에 쓰시려는 겁니까?”


유재익은 싱긋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사전 자료 조사죠.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하지 않습니까? 뻔한 격언을 무시하지 않으려고요.”

“아─ 그런 거라면 저희 회사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자료를 공유해 드릴 수 있습니다.”

“아닙니다. 꼭 언데드 사체를 종류별로 확보했으면 합니다. 본부장님, 염치없지만 꼭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유재익이 맞잡은 손을 두 손으로 감싸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고진호 본부장이 움츠러들더니, 같이 고개를 숙였다.


“예, 그 부분은 염려치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현장팀에 직접 연락 넣어서, 며칠 내에 자택으로 잘 호송하라고 하겠습니다.”



* * * * *



“······계약을 했다고?”


의자에 앉아서 모니터를 보고 있던 진태준이 안경을 벗으며 물었다.

그의 눈은 한 번의 깜빡거림 없이 스르르 움직여서, 문 앞에 서 있는 남자에게 맺혔다.


“유재익이, 우리 회사랑, 나도 모르게······ 계약을 했다?”


그건 질문이 아니라 감정이었다.

얼굴에는 드러나지 않는 감정이, 차가운 목소리에서 은은하게 피어올랐다.


“심지어······ 할아버지께서, 이번 임무를 잘 치르면, 인제군 작전 지역을 위임하겠다고 하셨다? 이게 진짜인가, 박 부장?”

“예, 용효대에서 온 정보로는 그렇다고 합니다만······.”

“안 되지.”


진태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불량품 놈이 진은공략의 자산을 갉아먹게 둬? 안 되지, 그럴 수는 없지.”

“그, 그러면······ 이사회에 이 문제 회부해서 정식으로 따져 보게 할까요? 경력이 부족하다 못해, 이제 막 데뷔한 사람을 그런 임무에 투입하는 게 부당하다고 하면, 이사진들도─”

“박 부장······.”


진태준이 그의 말을 끊으며 혀를 찼다.


“할아버지 지시라는데 그게 가능할 것 같아? 당신, 생각이 그렇게 짧은 인간이었나?”

“아─ 죄송합니다, 상무님······.”


당연하게도 진태준은 진은공략 안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사장, 레이먼드 칼튼의 권한을 넘을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도 헌터 작전은 그의 영역이 아니었다.

그는 상무 이사 직위이자 대외협력본부장 직책을 맡고 있었다.

즉, 그 일에 개입하는 건, 월권처럼 보이는 동시에 유재익에 대한 노골적인 경계라고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의 방법이 있었다.


“불독 길드장한테 나한테 전화하라고 해.”

“아, 예! 알겠습니다!”


불독 길드는 진은공략의 하도급 중 하나였다.

그중에서도 상당한 규모로, 이백여 명의 헌터가 소속된 전문 마수 사냥 업체였다.


곧 진태준의 핸드폰이 울렸다.


― 충성─ 상무님! 박 부장님 연락 받고 전화드렸습니다!

“구 사장님, 내가 부탁할 게 하나 생겨서요.”

― 에이, 부탁이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저 구도윤, 상무님 지시 사항이면 무 대륙까지 헤엄쳐 갔다 올 수 있는 남자 아니겠습니까? 말씀만 하십쇼!


구도윤의 목소리에서 양아치 특유의 너스레가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구도윤의 불독 길드는 폭력 조직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경기 남부를 주름잡던 각성자 조폭 보스, 그게 바로 구도윤이었다.


진태준은 그런 구도윤이 역하면서도 마음에 들었다.

왜?

이런 종류의 인간들을 다루는 방법은 간단하기 때문이다.


‘뒤를 봐주면서 주머니를 적당히 채워 주면 할 일 못 할 일 없이 미쳐 날뛰어 주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꼬리 자르기도 쉽다.


“인제군 관련 일인데 괜찮겠어요?”

― 인제군이라면 언데드 소굴 말씀입니까? 뭐······ 상무님께서 우리 애들 좀 어여뻐 여겨 주신다면야, 목숨 걸고 리치 뼈라도 도굴해 올 겁니다.


돈을 잘 챙겨 달란 말이었다.


“좋습니다. 자세한 상황은 박 부장이 연락을 줄 겁니다. 이번 작전, 그쪽에서 힘 좀 줘서 기여도를 전부 쓸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 아─ 상무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놈들이 있나 봅니다?

“······역시 구 사장이 말을 잘 알아들으시네.”

― 하하! 제가 눈칫밥 하나는 잘 얻어먹는 놈 아니겠습니까? 또 눈치 없는 것들 눈치 챙기게 하는 것도 전문이지요.

“그 자식······ 아무것도 못 하게 만드세요.”


진태준은 여전히 유재익의 패왕의 호른을 차지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유재익의 사업을 말려 죽일 작정이었다.


‘그런데 알아서 진은공략과 엮여 준다면야······ 나야 고맙지.’


여기 진은공략은 그의 영역이었으니까.


“아, 그리고······.”


그가 몸을 창가 쪽으로 돌리며, 한층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난도 임무 중 사상자가 나오는 게 이상하지 않잖아요?”

― 예예─ 이 바닥에서 무덤도 없이 인생 마감하는 헌터가 한둘이겠습니까? 그러면······ 험한 놈들로 준비해 두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뒤, 진태준은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2단계 승급 심사라니······ 대체 어떻게 가능한 거지? 그 자식, 운이 얼마나 좋았길래······.’


그 전말을 알아보려고 했으나 그럴 수 없었다.

헌터 임무에 관한 정보는 정부 기관에서 관리하는 기밀 자료라서, 아무리 진태준이라고 할지라도 함부로 열람할 도리가 없었다.

물론 현장을 직접 목격한 담당 공무원들은 잘 구슬리면 정보를 얻어 낼 수 있겠으나, 그런 방법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의문이었지만, 크게 달라질 건 없었다.


‘유재익 그놈은 어차피 애송이야.’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 운 좋게 각성한 뒤, 운 좋은 출발을 했다.


‘그래서 기고만장해지고 꿈이 부풀어 오르겠지.’


진태준을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꿈을 크게 키워라, 재익아. 그 부푼 꿈이 무너질 때······ 간도 쓸개도 빼서 팔고 싶게 되는 법이거든.”


누군가를 무너뜨리는 건, 진태준에게는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 * * * *



유재익은 퀵으로 소포를 하나 받았다.


보낸 이는 다름 아닌, 태백 마수사체처리소장 김교훈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와 통화 중이기도 했다.


― 정말 어렵게 구했습니다. 안 그래도 요즘 인제군 출입이 거의 통제되고 있어서, 약초꾼들 사이에서도 씨가 말랐더군요. 다행히도 아는 분이 조금 가지고 있지 뭡니까? 하하─


“감사합니다, 소장님. 늘 도움만 주시네요.”

―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면 해 드려야죠.

“언젠가 꼭 보답하겠습니다.”

― 에이, 부담 가지시지 마세요. 또 필요한 게 있으면 연락해 주시고요. 제가 최대한 돕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소장님.”


필요한 물품이 있어서 혹시나 해서 김교훈 소장에게 부탁했는데, 그가 힘써 준 것이었다.


유재익은 전화를 끊고 소포를 뜯었다.


안에는 비닐 포장된 웬 금색 이파리가 잔뜩 들어 있었다.


“천사초 맞네.”


천사초(天使草)는 일명 ‘데스 랜딩’이라고 불리는, 사기에 오염된 지역에서 자라는 특이한 약초였다.


당연하게도 본디 한반도에서 자생하던 품종은 아니고, 무 대륙에서 넘어온 종이었다.


[아이템 정보]

― 이름 : 천사초

― 등급 : 특수

― 효과 : 3등급은 신성력을 내재하여, 2등급 이하 사기를 정화할 수 있다.


그렇다.

이 약초의 특징은 신성력을 품고 있다는 것이며, 그리하여 사기를 흡수하여 정화하는 특징을 지녔다.


이런 게 하필 죽음의 땅 ‘데스 랜딩’에서 자라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마수 상태학자들은 마나 생태계의 자정 작용의 일환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거창한 특징과는 달리, 별다른 힘을 못 발휘한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현재로서 이것의 가치는 그리 높지 않다.

연금술사들이 이 성분을 잘 추출해서 해독제로 만드는 정도다.

그 외에 이 신성력을 무기에 인첸트하는 방법은 없었다.


‘애초에 불이 붙으면 타 버리는데, 금속 무기에 이 힘을 적용할 수가 없겠지.’


생체 조직은 불로 제련할 수 없다.

이는 당연한 상식이었다.


하지만 그 당연한 상식을 위반할 수 있는 게 바로 유재익의 힘이었으니─


― 망자로부터 본질(本質)을 추출할 수 있습니다.


약초는 엄밀히 따지면 아이템으로 구분되지만, 동시에 생명력을 지녔던 식물이다.


‘즉 망자라는 개념에 속할지도 몰라.’


유재익은 그런 믿음으로 천사초를 헬 포지 안에 넣었다.


그러자─


― 추출할 속성을 선택해 주세요.

1) 하급 신성력

* 1개 추출 시 사체 파괴


“역시 된다!”


그는 쾌재를 불렀다.


물론 여기에서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다.


신성력 속성이 자신의 권속들에게 해가 되진 않을까, 그 점이 걸렸다.


“너희도 솔직히 언데드이긴 하잖아?”


딱딱?


하지만 상식은 표면적인 것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명제 : 언데드는 신성력에 취약하다.


이는 상식처럼 여겨지지만, 정확한 지식은 조금 다르다.


정확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미시 세계의 역학 관계를 살필 필요가 있다.


“정확히는 언데드를 다시 걸어서 움직이게 만드는 마나가 사기(死氣)의 구조를 지니고 있고, 신성력이 그 구조를 파괴할 뿐이지.”


그리고 당연하게도 유재익의 권속들은 사기가 아닌, 유재익의 마나 하트로부터 비롯한 깨끗한 마나를 동력원으로 쓴다.


즉, 사기를 내재하고 있지 않으니, 신성력에 대미지를 입지 않는다는 공식이 성립된다.


“오히려······ 품을 수 있지.”


유재익은 신성력을 추출했다.


― 추출된 속성 : 하급 신성력(C+)


백색의 마나 덩어리가 그의 손아귀에서 아른거렸다.


그는 그것을, 권속들에게 입혔으니─


웅──


고블린 스켈레톤의 뼈마디마다 황금빛이 아른거리다가, 서서히 잦아들었다.


“됐어······.”


신성한 죽음이, 죽음의 땅에 상륙할 예정이었다.


작가의말

사실 언데드 하면 악귀 같은 느낌이 강하지만...

천사, 조상신, 파라오 등 문화권에서 숭배하는 굉장히 숭고한 언데드(?)들이 많지 않나요?


오늘도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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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8) 죽음의 천사들 ― 2 +32 24.08.10 12,247 324 17쪽
21 8) 죽음의 천사들 ─ 1 +15 24.08.09 12,524 339 20쪽
20 7) 죽음은 자산이 된다 ─ 3 +15 24.08.08 12,638 317 17쪽
19 7) 죽음은 자산이 된다 ― 2 +27 24.08.07 12,744 320 16쪽
» 7) 죽음은 자산이 된다 ― 1 +20 24.08.06 13,046 335 20쪽
17 6) 등장, 폭발, 파급 ― 3 +17 24.08.05 13,114 343 18쪽
16 6) 등장, 폭발, 파급 ― 2 +24 24.08.04 13,170 326 19쪽
15 6) 등장, 폭발, 파급 ― 1 +20 24.08.03 13,389 335 19쪽
14 5) 악마들의 데뷔 ― 3 +16 24.08.02 13,491 336 19쪽
13 5) 악마들의 데뷔 ― 2 +15 24.08.01 13,506 338 13쪽
12 5) 악마들의 데뷔 ― 1 +22 24.07.31 14,020 342 16쪽
11 4) 묵직한 느낌 ― 2 +17 24.07.30 14,504 351 16쪽
10 4) 묵직한 느낌 ― 1 +11 24.07.29 15,157 356 18쪽
9 3) 망치를 들다 ― 3 +11 24.07.29 15,257 376 17쪽
8 3) 망치를 들다 ― 2 +11 24.07.28 15,882 37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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