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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려은 님의 서재입니다.

라포르리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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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려은
작품등록일 :
2011.07.03 01:44
최근연재일 :
2011.07.03 01:44
연재수 :
2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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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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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08.05.18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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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La~port Liarta - 15장 꼬마연인 #03

DUMMY

제 15장 꼬마연인 #03



다음날 아침, 아란과 루치야는 사냥길의 초입부에서 리리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리리스가 늦네……."

아란은 중얼거렸다. 오늘 아침 셋이서 뒷산으로 소풍을 간다고 준비하고 있을 때는 무척이나 들떴었다. 아란은 오늘은 모처럼 일찍 일어나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아란의 도시락은 리리스가 싸오기로 했었기에 별로 준비할 것은 없었지만, 소년은 막 긴장대고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무려, 제대로 된 '첫 데이트' 였다. 비록, 루치야가 끼긴 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건 아란의 안배였다. 솔직히 둘만이서 어디 간다는 사실은 아직은 소년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루치야가 함께하기로 했으니, 훨씬 마음이 편했다. 아란은 문득 루치야에게로 슬쩍 시선을 돌렸다. 루치야는 예의 커다란 도시락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

루치야도 아란을 바라보다 시선이 마주쳤다. 그러자, 루치야는 소년을 보고 부드럽게 미소 지어준다. 아란은 괜히 무안해져서 슬며시 시선을 다시 딴 곳으로 돌렸다.

역시나 루치야도 리리스만큼이나 예뻤다. 오늘 루치야는 활동적인 검은색 경장차림이었다. 검은 바탕에 군데군데 흰색의 포인트가 들어간 옷이었다. 아란은 그런 색상계통의 옷이 머리가 검은 루치야에게 아주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그런데 한 가지, 상의가 좀 작아 보이긴 했는데 그건 바로 루치야의 엄청나게 큰 가슴 때문이었다.

아란의 시선이 저절로 그쪽으로 꽂혔다. 옷이 좀 작아 보이는 덕택에 루치야의 가슴라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보인다. 어쩐지 큰 가슴이 작은 상의에 조금 압축되어보였다. 왠지 답답할 것 같았다.

-꿀꺽!

아란은 마른침을 꼴깍 삼킨다. 루치야의 커다란 가슴이 상상이 간다.

'마, 만지면 부드럽겠지?'

아마, 그럴 것이리라. 솔직히 한번 만져보고싶다. 본능이다, 이건! 착한루치야라면 한번정도는 허락할 것도 같지만…….

'아, 아니 내가 무슨생각을…….'

이런 거 중죄다. 어떻게 친구를…. 아란은 그런 엉큼한 상상을 하는 자기머리를 주먹으로 쥐어박으며, 고개를 휘휘 저었다.

'……!?'

루치야는 그런 아란의 행동이 이상했던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쪽을 바라본다. 아란은 그러다가 루치야와 눈이 마주치자,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하.하.하.'

가슴을 흘끗거리는걸 들켰나? 소년은 잔뜩 긴장했다. 그때마침 다행히도, 저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미안 미안, 많이 기다렸지?"

리리스다. 리리스가 연녹빛 단발머리를 휘날리며 급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아란은 속으로 굉장히 다행스러워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상태에서 조금만 더 루치야와 단 둘이서만 있었다면, 분위기가 급하게 뻘쭘해졌으리라. 살 떨렸다 그런 건…….

그러나, 아란은 리리스를 반기지만은 않았다.

"리리스, 지각이야. 어떻게 된 거야 대체?"

"아, 미안해. 도시락 싸려구, 아침에 일찍 일어나긴 했는데……."

"으음, 게다가 오는 길에 너네 집에 들렀는데 아무도 없더라?"

"아, 그거야!"

"응?"

음, 그거라니? 아란은 리리스의 대답에 의아해 한다. 그러나 리리스는 설명을 덧붙였다.

"오늘, 일요일이잖아. 그래서 엄마가 꼭 교회미사는 가야한다고 하셔서 갔다 오는 바람에…."

"그, 그래?"

"응, 그래도, 미사 끝나자마자 바로 달려온거라구."

리리스가 한쪽 눈을 찡긋한다. 그런 리리스의 눈짓에 아란은 솔직히 마음에 찔렸다. 사실, 자신은 무려 그 '미사'를 빼먹고 달려와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괜스레 뒷머리를 긁적인다.

"음, 알았어. 에휴~ 어머니가 그랬다면 어쩔 수 없지 뭐……."

"헤헤, 루치야에게도 미안~!"

"아냐, 괜찮아."

리리스는 루치야에게도 혀를 샐쭉 내밀며 미안하다는 듯이 손을 흔든다. 그 모습이 같은 여자가 봐도 귀여워서 루치야는 작게 -풋하고 웃어버렸다.

그리고, 리리스는 아란에게 자신이 가져온 바구니를 들어 보이며 자랑했다.

"짜쟌~! 아란, 이게 뭐게!?"

"음? 도시락 아니야?"

"정다~압!"

밝게 말하는 리리스에게 아란은 뚱한 표정으로 응수한다.

"흐음, 신용해도 괜찮겠지……?"

"당연하지, 하지만 아직은 비밀~!"

"어차피, 나중에 되면 볼 텐데 뭘…."

"뭐야, 아란 그 반응은! 원래 여자 친구가 도시락을 싸오면 굉장히 감사해야 되는 거 아냐!?"

리리스는 아란의 무덤덤한 반응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소년에게 따진다. 그러자, 난처해진 아란. 떠듬떠듬 입을 연다.

"기, 기뻐는하고 있는데 말이지. 루치야가 세 사람분의 도시락까지 모두 싸와 버렸거든……."

"응?"

리리스는 루치야를 다시 한 번 자세히 본다.

"흐~응…?"

"미, 미안해 리리스. 도시락을 싸다보니 내 것만 싸기도 그래서…, 모두의 몫까지 싸와버렸어."

미안해하며 어색한 표정으로 웃는 얼굴의 루치야는 무거워 보이는 뭔가를 들고 있다. 알고 보니 도시락바구니. 리리스의 것보다 더욱 굉장해 보이는 크기였다. 리리스는 작게 얼굴을 찡그린다.

"아~앗! 루치야. 반칙이잖아 그런 건. 기껏 나도 싸왔더니……."

"미안해. 리리스…."

"하아, 싸온 건 싸온 거니 어쩔 수 없는 거고. 뭐 상관없나? 남으면 남겨 가면 되지 뭐…, 어!쨌!거!나! 무엇보다 아란은 내 것부터다 먹도록!"

리리스는 아란을 돌아보며 그렇게 말했다.

"에엑! 어째서!?"

"당연하잖아! 여자 친구가 손수 싸준 도시락이라구! 매너상 다 먹어줘야 되는 거 아냐!?"

"아, 예에……."

소녀가 에메랄드빛 눈동자를 번뜩이며 그렇게 말하자, 아란은 조용히 찌그러졌다. 리리스의 으름장에 잔뜩 주눅 든 모습이다. 그걸 보고 있던 루치야는 리리스가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한 성깔 한다는 것을 보고는 덩달아 움츠려들었다.

"하.하.하."

어색하게 웃고 있는 루치야의 등 뒤로 식은땀이 맺혔다.

소풍은 꽤나 즐거웠다.

셋은 예전에 아란이 검술연습을 했던 그 폭포를 향해 올라가기로 했다. 올라가는 길은 힘들지 않았다. 길도 너른 편인데다 아란이 매일 다니던 길이어서, 잘 알고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아란이 앞장섰다.

아란은 한적한 산길을 앞장서서 걷고 있었다. 뒤에서 소년을 따라오고 있는 두 소녀는 벌써 꽤나 친해진 것 같았다.

'아, 정말? 올리오르 할머니께 마법을 배우고 있다구?'

'응, 꽤 됐는데…. 에? 올리할머니를 알아?'

'아아, 응. 동생, 리나스 때문에 몇 번 뵌 적은 있어. 대단하신 분인 것 같더라구….'

'헤에~ 그렇구나. 의외네. 나나 아란 빼고는 다들 올리할머니를 무시무시한 마녀라고 여기고 있는 줄 알았는데….'

'하핫, 마을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것 같지만, 우리 집안사람들은 올리오르할머니를 무서워하지 않는걸?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올리오르할머니는 우리 사야상회의 중요한 고객이라고도 하셨거든. 사실 엄청 부자시래.'

'아, 진짜야? 어쩐지 할머니가 그 돈 많이 들어가는 마법실험들을 펑펑 해대실 때부터 그런 것 같더라니…. 그 사실을 숨기고 있었네!'

분위기는 좋은 것 같긴 한데, 어째 내용은 사악한 마녀의 비자금을 압박하는 내용이다? 내일부턴 리리스가 아침에 빵을 사가지고 가지 않을지도…. 아란은 그 다 쓰러져가는 집의 구두쇠마녀를 생각하고는 혀를 끌끌 찬다.

아란은 루치야와 리리스가 생각 외로 잘 지내는 것을 보고는 내심 흡족해졌다. 사실, 루치야를 데리고 올 때부터 리리스가 루치야를 싫어하면 어떡하나 걱정했었다. 그런데 웬걸? 너무 잘 어울린다. 아란은 놀랬다. 루치야가 자기와 말할 때 외에 저렇게 말을 많이하는건 처음 봤다. 리리스의 친화력이 상상이상이랄까. 아란은 흐뭇해졌다. 귓가로 두 소녀가 나누는 얘기가 들려온다.

'그나저나, 루치야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예뻐졌어?'

'에, 나말야?'

'응. 비결이라도 있는 거야?'

'비, 비결? 그, 글쎄, 그냥 스승님과 훈련하고, 딱히 별다를 건 없었는데? 한가지…, 있다면 규칙적인 운동…, 정도?'

'아, 운동이라…….'

'으응….'

'나도 한번 간단한 운동이라도 시작해볼까? 요즘 살이 너무 안 쪄서 고민이거든….'

리리스의 말을 듣고 아란은 루치야의 생각을 유추해낼 수 있었다.

'참. 배부른 고민하시네….'

루치야가 얼마나 혹독한 훈련으로 살을 뺐는지 아란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란도 검술수련을 시작하기 전에 체력훈련을 해봐서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루치야와 공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쏴아아..

그렇게 산을 오르던 셋의 옆으로 폭포의 절경이 펼쳐졌다.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가 세 사람의 눈앞을 새하얗게 수놓았다.

"와아~ 시원하다~!"

"푸훗, 아란~! 애 같아~!"

"으음, 리리스랑 루치야는 안시원해? 요즘의 더운 날씨에는 이런 거 보기만 해도 시원해 지지 않아?"

"그렇기는 한데. 아란은 여기서 그다지 좋지 않은 추억이 있지 않아?"

리리스가 히죽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자, 아란은 뜨끔 한다.

"으윽, 그 이야기는 하지 말아줘."

"응?? 뭔데? 무슨 이야기인데?"

루치야가 궁금해 하며 물어본다. 두개의 검은 눈동자를 고양이처럼 동그랗게 치켜뜬다. 어지간히도 궁금하긴 한가보다. 그런데, 그 이야기의 최대 가해자가 바로 그 자신이라는 걸 알고는 있는 걸까 루치야는….

아란은 대답을 회피하며 폭포 밑을 바라본다. 그냥 비밀로 간직하고 있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괜히 루치야에게 말해서 끝난 일을 들추어 낼 필요가 있겠는가. 아란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은근슬쩍 폭포 밑을 내려다본다. 꽤 높이 올라와서인지 저 아래를 잠시 내려다보니 아찔하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시원한 바람이 -휘잉하고 불어왔다.

"아앗! 내 손수건!!"

뒤쪽에서 리리스의 외침이 들려왔다. 리리스가 마침 손수건을 꺼내들다가 바람이 불자 놓친 것 같았다. 아란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는 순간, 손수건이 아란의 눈앞을 -휘익하고 스쳐지나가 폭포 쪽으로 날아갔다.

"어엇!"

-파박

아란은 반사적으로 오른손을 뻗어 손수건을 잡아챘다. 잡은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몸이 기울어졌다.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는 바람에 몸이 길 바깥쪽으로 밀려난 것이다. 눈앞은 천 길 낭떠러지다.

"어~ 어~!"

몸의 중심이 자꾸 앞으로 기울었다. 이대로라면 저 밑으로 처박히는 것은 순식간이다.

"꺄악! 아란!!"

놀란 리리스가 그걸 보고 비명을 질렀다.

"우와아악…."

막 몸의 중심이 완전히 기울어 떨어지려 하는 찰나, 누군가가 아란의 왼팔을 잡아챘다.

-탁!

"…아란!!!"

루치야다. 루치야가 아란의 중심이 완전히 넘어가는 바로 그 순간에 반사적으로 아란의 왼팔을 잡아끌었다. 진짜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루치야도 놀란 듯 엄청 당황한 표정이었지만, 곧 아란의 팔을 -파박하고 있는 힘껏 끌어당겼다.

그런데, 너무 힘을 주었던 탓일까? 이번엔 아란은 반대편으로 넘어가면서 쓰러지고 말았다.

"아앗!"

루치야를 덮치는 아란. 둘은 시원하게 굴렀다.

"우와악!"

"꺅!"

-쿠당탕!!

아란은 충격에 대비하며 이를 악물었다. 루치야의 힘이 의외로 강한 탓에 꽤나 아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하던 충격대신 뭔가 뭉클한 느낌이 얼굴을 덮쳤다.

-물컹!

"컥!"

'어, 어라?'

아프지 않았다, 의외로. 그런데, 이 얼굴을 가득 메우는 기묘한 느낌은 무엇이뇨? 굉장히 부드럽고 푹신푹신하다. 게다가 왠지 포근한 느낌마저 들었다.

아란은 의문을 참지 못하고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소년의 눈앞을 가득 채우는 커다란 물체. 한참이 지나서야 아란은 그게 뭔지를 눈치 챘다. 그것은 바로 루치야의 가슴이었다. 한 치수 작은 상의덕분에 한층 더 터질듯이 모아진 소녀의 가슴이 눈앞을 가득 채우고 있다. 아란은 숨이 턱 막혔다.

'헉!'

바로 아란의 눈앞에서 커다란 루치야의 가슴이 그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루치야의 체취가 아란의 코끝을 아찔하게 자극한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소년은 평소에 상상하던 루치야의 가슴을 직접 느껴도 보고, 코앞에서 감상할 수도 있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너무도 놀란 아란은 시선을 슬쩍 위로 돌린다. 그러다, 루치야와 정통으로 눈이 마주쳤다. 루치야도 아란과 별반 다르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다.

"아, 아란…."

루치야는 떨리는 말투로 그렇게 입을 열었다. 아란은 혼란스러웠다.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몰라 눈만 깜박이고 있었다. 루치야는 왠지 울먹이고 있다.

-허억! 루치야의 그런 모습을 보자 소년은 헛바람을 집어삼킨다. 왠지 지금 엄청난 죄를 지은 기분. 뒤처리가 암담해진 아란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

"……."

얼마간 정적이 흘렀다. 여전히 자세는 아란이 루치야를 위에서 찍어 누르는 상태로 있었다. 루치야와 아란은 지금 벌어진 상황에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당황해했다.

"뭐, 뭐하는 거야! 둘 다!"

그러자, 보다 못한 리리스가 옆에서 외쳤다. 어째서인지 얼굴이 홍당무가 된 리리스.

아란은 그런 리리스의 외침에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황급히 일어나며 루치야에게 사과했다.

"아, 아 미안해 루치야. 그, 그리고 고마워. 더, 덕분에 살았어."

"아, 아냐. 아란, 괘, 괜찮아."

루치야도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러면서 주춤주춤 몸을 추슬러 일어났다. 둘 다 엄청 빨개진 채다. 갑자기 걱정된 아란이 묻는다.

"루, 루치야 괜찮아?"

"아, 응. 다, 다친 데는 없어. 그, 그냥 좀 놀랐을 뿐이야…."

"그, 그것 참 다, 다행이네…."

어색하게 말을 건네는 아란. 방금 죽을 뻔했는데도 아란의 머릿속에선 방금 전에 느꼈던 부드러운 감촉이 떠나지 않고 남아있었다. 꿈을 꾼 듯 왠지 몽롱하다. 둘은 그렇게 너무 의외의 사고에 서로 뻘쭘해 하며 천천히 일어서서 물러났다.

"아, 자. 리리스. 여기 손수건…."

아란이 멍한 표정으로 손수건을 건네자. 리리스는 뾰로통한 눈빛으로 그런 아란의 얼굴을 흘겨본다. 리리스는 아란의 머릿속을 들어다본 듯, 소년의 표정이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눈치다.

"돼, 됐어. 너 가져."

"에?"

잠시 멍청해진 아란.

"그, 그래도 힘들게 줏어온건데……."

"바, 바보야! 나 방금 엄청 놀랐다구! 그, 그런 손수건 따위는 위험하면 포기하란말야!"

루치야 쪽을 한번 슬쩍 흘겨보고, 역정을 내는 리리스.

"미, 미안해. 리리스. 난 그냥 반사적으로…."

"……."

사과를 하면서도 아란은 뭐가 문젠지 잘 모르겠다는 얼굴로 연신 고개를 갸웃한다.

"돼, 됐어. 그냥 가자."

"어? 리리스!"

리리스는 뭔가에 단단히 화가 난 듯 -획하고 고개를 돌리며 성큼성큼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아란은 그런 리리스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아,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연녹색 소녀의 뒤를 따라갔다.

"……."

루치야도 조용히 일어서 내팽개쳐져 있던 도시락 바구니를 주워들고 그런 둘의 뒤를 종종걸음으로 따랐다. 그녀도 그다지 편치 않은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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